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341)
이 3세는 악역입니다-340화(341/390)
340화.
[무슨 짓이냐!]수호자들과 궁인들이 쏟아져 들어왔다.
[어, 어떻게…… 이노락스 님이 분명히……!]달리아는 흠칫 놀라 단도를 떨어뜨렸다.
이노락스는 ‘오늘 궁인들을 모두 치워둘 터이니, 세계수의 씨앗을 빼앗을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한지혁이 헹, 코웃음 쳤다.
“이노락스가 노예와의 약속을 지키겠어?”
“아니. 나였다고 해도 이노락스처럼 행동했을 거야.”
내 말에 모두가 나를 쳐다보았다.
발자크가 물었다.
“뭐?”
“달리아는 제대로 된 가호가 없는 아이잖아.”
요슈아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 대신 대답했다.
“그런 달리아가 저 엄청난 가호를 가진 제사장의 딸에게서 세계수의 씨앗을 빼앗을 수 있을 리 없지.”
“그러면? 왜 달리아에게 저런 지시를 한 거야.”
나는 새파랗게 질린 채로 위병에게 제압당한 달리아를 가만히 쳐다봤다.
“사람에게 언제 틈이 생긴다고 생각해?”
아플 때?
혼자 있을 때?
‘아니.’
“안심했을 때야.”
일로테는 달려온 궁인에게 안겨 있었다.
그녀가 떨리는 손으로 이마를 짚었다.
가뜩이나 몸이 아픈 와중에 달리아에게 검으로 위협당했으니 기운이 쭉 빠졌을 것이다.
그리고…….
“달리아가 제압당하고 호위들이 둘러싸고 있으니, 일로테를 비롯한 모두가 안심했겠지.”
리시먼드가 중얼거린 순간이었다.
[아으윽……!]일로테가 비틀, 주저앉았다.
소스라치게 놀란 수호자들이 그녀를 돌아보았다.
일로테를 끌어안고 있던 궁인이 그녀의 등에 검을 꽂은 것이다!
[무슨…… 대체 무슨 짓을……!]일로테의 유모이자, 수호자 중 하나인 아브신이 경악하여 소리쳤다.
궁인이 [아으, 아아, 아, 아아아……!]
기괴한 탄성을 터뜨렸다.
[이제 나도 인간이 될 수 있어! 난 이제 노예가 아니라 인간이란 말이야!]궁인은 그렇게 말하며 환희에 젖었다.
[너, 감히……!] [가만두지 않겠어!] [따님—!]수호자들이 분노에 치를 떨던 순간.
쿠구구구구구구—!
하늘이 크게 울었다.
장면이 요동치며, 쉴 새 없이 빠르게 흘렀다.
우레에 놀란 미카엘이 빠르게 커튼을 걷고 하늘을 확인하는 장면.
전투를 지휘하던 바키라와 쿼로스가 흠칫, 하늘을 올려다보는 장면.
병동에서 쓰러진 군사들을 살피던 제롬이 굳어지는 장면…….
모든 사자들이 이상을 눈치챘다.
제 성의 탑 위에서 하늘을 바라보던 이노락스가 소리 높여 웃었다.
[꺄하하, 꺄하하하하! 드디어 시작이야. 드디어 그 이가 내 것이 될 거야. 아아, 세일론! 나의 세일론!]그리고.
[제사장? 왜 그러십니까?] […….] [제사장.] [……이계의 문.] [예?] [백성들을 피신시키고, 모든 병사들을 집결시켜라! 서둘러라. 긴급령이다—!!]자리에서 벌떡 일어난 세일론이 고함을 내질렀다.
“뭐, 뭐야.”
“어떻게 된 거지?”
“메시아가 세계수의 씨앗을 빼앗긴 건가? 이계의 문이 열린 거야?”
내 일행들은 당황스러운 표정이었다.
그들뿐만이 아니었다.
고대의 모든 사람들 또한 급격히 변한 공기의 흐름과 기이한 기운에 당황했다.
세일론, 사자들, 그리고 심지어는…….
[자, 시작이다. 너희는 이계의 틈에서 사신을 불러와라. 사신에게 족쇄를 매어 우리의 명을 받들도록…… 어?]—이노락스마저도.
이계의 문이 열리고 하늘에 소름 끼치는 검은 구멍이 생겼다.
그리고 그 안에서 ‘그것’이 나타났다.
[뭐야, 저건…….]이노락스가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생물이라고는 상상할 수조차 없는 거대한 머리가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건물 몇 채는 우스울 정도로 큰…… 드래곤의 머리가.
“아, 으, 으으……!”
한지혁이 털썩 주저앉았다.
그는 금세라도 실금할 것처럼 덜덜 몸을 떨었다.
우리는 고대의 기억을 엿보고 있을 뿐이므로 그 기운을 제대로 느낄 수 없었다.
그러나 보는 것만으로도 모두가 얼어붙고, 어찌할 바를 모를 정도로 엄청난 기세가 느껴진다.
이노락스조차 잔뜩 굳어져 입을 벙긋거렸다.
[왜…… 우리가 부르려던 건 저게 아닌…… 아닌…….]중얼거리던 이노락스가 흠칫, 고개를 돌렸다.
이 땅과 생물을 낳은 창조자, 그들의 신인 세계수가 있는 신성한 땅을.
[우리를 지켜주지 않아……? 왜? 어머니, 어째서…….] [이, 이노락스 님, 저, 저것이…….] [어머니가, 신이 계신 이 땅에 왜 ‘폭풍’이 나타난 거야……?] [이, 이노락스 님…….] [신께서 계신 한 ‘폭풍’은 결코 이 땅에 나타날 수 없을 텐데, 어째서, 왜, 왜 이런…… 설마…….]이노락스의 동공이 흔들렸다.
[……버려졌어?]그녀는 떨리는 양손으로 입가를 막았다.
[신이 우리를 버린 거야! 아, 아으, 으…….] [이노락스 님—!!]곁에 있던 사내가 고함을 내지르자, 이노락스가 흠칫 고개를 돌렸다.
[저것을 좀 보란 말입니다—!] [뭐?]이노락스가 급히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드래곤이 거대한 입을 쩍 벌리고 있었다.
탑 위에 선 이노락스 무리의 눈이 커졌다.
[브레스다—!!]세상이 희게 빛났다.
욕망을 위해 살던 이노락스와 그 무리의 숨이 허망하게 끊어지는 순간이었다.
* * *
[쿼로스! 아젠탈! 오르카—!!]바키라의 처절한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
드래곤의 브레스는 사자들의 힘으로 겨우 막아냈다.
그나마도 왕궁 인근만을 겨우 막아냈다.
왕궁에서 멀리 떨어진 곳은 초토화되었다.
세 명의 사자가 목숨을 잃었다.
남은 사자들 또한 힘을 넘치게 쓴 탓에, 금세라도 부서질 듯 온몸에 새빨갛게 빛나는 실금이 가득했다.
세일론이 중얼거렸다.
[병사들을 준비시켜라. 출전이다.] [형제들이 죽었어! 할 말이 고작 그것뿐인 것이냐!]눈이 새빨갛게 충혈된 바키라가 세일론의 멱살을 잡았다.
세일론이 거칠게 바키라의 손을 쳐냈다.
[이대로 형제들의 죽음만을 슬퍼하고 있으란 말이냐! 폭풍이 몰려왔어! 이대로 백성들을 다 죽일 셈이냐!!] [그건…….] [모르겠어!? 신이 우리를 버렸어! 우리가 우리를 지켜내야 한단 말이다!] [왜 우리가 버려진 거야…… 어째서 일이 이렇게 된 거냐고…….] [지금은 그런 걸 따질 때가—!]그때, 위병이 달려왔다.
[북문이 무너졌습니다! 몬스터의 습격입니다!] [뭐?]세일론과 사자들이 흠칫했다.
[경비병들은 어찌하고!] [10분이 채 안 되어 전멸하였습니다…….] [북문이라면…… 제기랄! 딸의 궁이 있는 곳이다!]세일론과 사자들이 서둘러 달려갔다.
바키라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해서 세계수의 씨앗을 그 아이에게 심어둬선 안 됐어. 마수들은 씨앗의 흔적이 있는 먹잇감을 찾아온 거야. 이대로라면 딸이, 그 애가…….] [정신 차려. 우리가 무너지면—] [우리는 왜 그런 위험한 것을 걸음마도 하지 못하는 어린애에게 심어뒀던 거지?]바키라가 우뚝 멈추어 섰다.
사자들과 세일론 또한 멈춰 서서 바키라를 쳐다보았다.
[그야 우리를 대신해 세상을 다스리려면—] [아니! 희생시키기 위해서잖아!]바키라가 멍하니 세일론을 바라보았다.
[…….] [유사시를 대비하여 우리 대신 희생시키기 위해 그 힘을 준 거야.] […….] [그 어린애에게 그런 사명을 주었어.] [……바키라.] [노예니까, 어차피 우리 손으로 제작한 생명. 그래도 될 줄 알았던 거지. 안 그래?]사자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우리의 사명을 그 애에게 떠밀었어!] [그건…….] [상냥한 아이인데, 우리가 그렇게 키웠는데, 남을 의심하지 못하도록…… 우리의 저의조차 의심하지 못하게.] […….] [제가 세계수의 씨앗을 빼앗겨 이 폭풍이 찾아왔다는 것을 알면 제대로 살 수 없을 것인데…….]사자들의 낯빛이 희멀게졌다.
미카엘이 바키라의 어깨를 잡았다.
[가자. 가서 지키고, 살려서 말해주자.] […….] [너로 살아도 된다고. 네게 사명을 떠밀어서 미안하다고. 이렇게 사랑하게 될 줄은 몰랐다고.] […….] [그토록 안일한 아비라 미안하다고.]바키라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일로테를 향해 달려갔다.
기둥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던 자가 있었다.
“쿠말?”
헤라의 말에 우리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기둥 뒤에서 걸어 나온 자를 바라보았다.
정말로 쿠말이었다.
[사명? ……제 탐욕 때문에 신에게서 버려진 인간을 대신해 죽으라는 게 그 분의 사명이라고?]그가 이를 악물었다.
수호자들이 멍하니 그 모습을 바라보았다.
쿠말은 말했다.
[그따위 사명…… 결코 짊어지게 하지 않을 것이다.]그러는 동안 세일론과 사자들이 일로테의 궁에 도착했다.
그들이 일로테의 방으로 들이닥쳤을 때 본 모습은.
[흐…… 흐으…….]새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피를 뒤집어쓰고 있는 일로테였다.
세일론이 멍하니 중얼거렸다.
[내가…… 나, 힘을 받았는데…… 그래도 지키지 못했어…….]일로테의 주변에 기이하게 빛나는 글자들이 날아다녔다.
맑기만 하던 눈에선 피눈물이.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향만을 맡아오던 코에선 진득한 코피가.
제일 부드럽고, 매끄러운 것들만으로 채워준 손엔 검붉은 피가 뚝뚝 흘렀다.
[아빠들이…… 나한테 백성을 지키라고 줬는데…… 나, 지키기 위해서 태어났는데…… 아무도…….] [아가야!]바키라가 그녀를 끌어안았다.
[아, 아아아, 아아! 내가 믿어서! 내가 사람을 믿어서!! 내가 세계수의 씨앗을 빼앗겨서—!!] [그렇지 않아…….] [내가 빼앗겨서 죽었어—! 내가 믿어서! 아아아! 나 때문에 죽었어—!! 내가 죽였어, 내가—!!] [제발, 아가야. 그렇지 않아……!] [나야—!!]일로테가 거칠게 바키라를 떠밀었다.
일로테의 발치에 모두의 시체가 늘어져 있었다.
몬스터가 쳐들어오자마자 일로테를 감쌌던 아브신이.
병사들을 호출하기 위해 뛰어간 어린 시종이.
죽는 순간까지 몬스터의 발을 끌어안고 있던 마시타브바들이.
언제나 향기로운 꽃을 몰래 꺾어다 주던 늙은 시녀가.
……달리아와 세계수의 씨앗을 빼앗은 시녀 또한.
[내가 빼앗겼어! 내가—! 내가 달리아를 믿었어! 내가 카라를 믿었어—!!]미카엘이 소리쳤다.
[네게 벅찬 사명을 준 우리의 탓이다. 너의 것을 탐한 자의 탓이야!]일로테는 피범벅이 된 떨리는 손으로 뺨을 마구 매만졌다.
[나, 사랑받았는데…… 호화롭게 살았는데…… 백성을 지키기 위해서였는데…… 보답하지 못했어…….] [제발, 그만해…… 제발…….]바키라가 울음을 터뜨리며 일로테를 다시 끌어안았지만, 일로테가 보고 있는 것은 떠다니는 글씨였다.
[이그너스 숲. 드래곤의 떼…… 구해줘야 해. 사명을 지켜야 해.]글자가 마구잡이로 움직여 새로운 문장을 만들어냈다.
<제사장의 딸은 이그너스 숲으로 사라졌다.>
바키라의 품에서 일로테가 사라졌다.
나와 일행은 눈을 꽉 감았다.
시간이 또 한 번 빠르게 흘렀다.
일로테는 죽을힘을 다해 몬스터 떼와 맞섰다.
다리가 끊어지고, 한 손을 잃고, 눈을 잃어도.
결국 목숨을 잃을 때까지…….
폭풍이 물러난 마지막 순간.
사도들의 영혼은 물었다.
[우리는 어째서 사명을…… 꿈을 다른 이에게 맡겼나.] [욕망하는 자는 달리 있었는데, 어째서 고통 받는 것은 선한 자인가.] [다시 한 번 그 애를 만난다면…… 그래, 만날 수만 있다면…….] [가장 먼저 이름을 지어줘야지. 사명이 아니라, 제사장이나 사도의 딸이 아니라 너로 살라고 말해주어야지.] [남을 위해서 태어난 존재가 아니라 네 삶을 위해서 태어난 존재임을…….]세일론이 눈을 감았다.
[너는 평생을 우리를 위해 살았으니, 다음엔 우리가 너를 위해…….]그렇게 고대의 이야기는 끝이 났다.
장면이 어그러졌다.
“어?”
“뭐, 뭐야!”
나의 일행이 기이한 빛에 빨려 들어갔다.
‘고대의 이야기가 끝났는데 알렉시스는 어디에 있지?’
나는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나 알렉시스를 찾지 못하고, 나 또한 빛 속에 빨려 들어갔다.
그렇게 세상이 암전되었다.
* * *
다시 눈을 떴을 땐 어둠 속이었다.
나는 머리를 쓸어 넘기며 “으…….” 신음했다.
[일어났어?]흠칫, 고개를 돌렸다.
어둠 속에서 유일하게 빛나는 하나.
내게 말을 건 그것은 일로테였다.
그 애는 쪼그려 앉아서 나를 보고 있었다.
“일로테?”
[네가 깨어나길 기다렸어. 내가 보여준 나의 기억은 어땠어?]“……짜증 났어.”
일로테는 아하하, 웃으며 몸을 일으켰다.
[그래, 네가 보기엔 그랬겠지.]“넌 뭐야?”
[나는 너야. 너의 전생, 네 속에 남아있는 제사장과 사자들의 불씨. 그리고 너를 다시 한번 달리아와 만나게 한 자.]“그게 세일론이 아니었단 말이야……?”
그녀는 후후 웃었다.
[아빠는 네 영혼을 보호하기 위해 이계로 보냈을 뿐이야. 너를 안내한 건 나였지. 굉장하지?]“…….”
[아빠들이 내게 그런 힘을 주었거든. 세상을 지키라고.]나는 그녀를 빤히 쳐다보았다.
“그래서?”
[달리아를 만나게 한 건 네가 나처럼 속지 않기를 바라서야.]“…….”
[너는 속지 말아야 해. 나처럼 바보같이—]“그래, 바보 같더라고.”
[…….]나도 자리에서 일어나 툭툭, 치맛자락을 털었다.
그러며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
“한 번 음흉한 기질이 있다는 걸 봤으면 바로 쳐냈어야지. 멍청하게 봐주니까 그런 일이 일어나잖아?”
일로테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랬어야 했는데…….]“왜 사람을 믿어? 사람처럼 믿지 못할 존재가 어디 있다고?”
[…….]“왜 희생을 하지? 결국 남 좋은 일만 만드는 건데.”
[…….]“그런다고 알아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봐, 현재의 사람들은 네가 어떻게 세상을 지켰는지 몰라.”
[…….]“결국 의미 없는 짓을 했으면서 뭐가 좋다고 현생의 나에게까지 고통을 나눠?”
[나는…….]“미련해. 너무 바보 같은 짓이야. 왜 선량하게 살아? 왜 다정한데? 뭐가 남아서?”
[……그런 사람도 있는 법이야.]“그래서? 결국 그런 사람들에게 도움받은 자들만 행복하잖아. 선량하게 살아봐야 나만 고통스러워.”
[하지만 난…….]일로테가 마른침을 삼켰다.
그러나 애써 웃으며 말했다.
[바보 같아서 미안.]“미안하면 그렇게 살지 말았어야지! 악착같이 네 것을 챙기고, 남을 위하지 말았어야지!”
[미안해. 하지만 나는…… 또다시 살게 되어도 이렇게 살래…….]“왜?”
[바보 같고, 고통스럽지만…… 나도 알지만…….]“아는데.”
[그래도…….]나는 빙그레 웃었다.
“너 같은 사람 하나쯤은 필요하니까.”
일로테가 흠칫 나를 쳐다봤다.
“사람을 믿고, 선량함을 믿고, 남에게 바보같이 다정한 사람 하나쯤은 있어야 하니까.”
[너…….]“네가 후회하지 않는다면 됐어. 나는 너처럼 착한 존재는 아니지만 말이야. 그래도…….”
난 일로테를 끌어안았다.
“자랑스러워. 내게 너 같은 점이 있었다는 게.”
[…….]“애썼어, 일로테.”
[……아.]일로테는 떨리는 손으로 내 옷깃을 쥐었다.
헤헤 웃은 그녀가 말했다.
[나는 네가 되게 못되고 나쁜 애라고 생각했는데 싫지 않았어. 도리어 너무너무 좋은 거야.]“내가 너니까.”
[아니.]내게서 조금 떨어진 일로테가 방긋 미소 지었다.
[이렇게 강한 애라서. 상냥하진 않아도 선량해서.]“……뭐, 오해가 있는 것 같긴 하지만 지금은 그런 거로 할까.”
[네게 맡길게.]일로테가 환히 빛났다.
[행복하렴. ……에릴로트.]그래.
또 하나의 에릴로트가 떠나갔다.
어둠 속에서 글자가 떠다니기 시작했다.
<알렉시스가 참전했다. 크로노트 회의 본지를 지키기 위해.
아니, 그곳으로 돌아올 에릴로트를 지키기 위해서.>
돌아갈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