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342)
이 3세는 악역입니다-341화(342/390)
341화.
* * *
며칠 전.
살바토레의 진지.
쾅—!
그가 테이블을 내리쳤다.
“그리미에, 이 자가 대체 무슨 짓을 벌인 것이냐!”
살바토레의 노성이 울려 퍼지자, 무장한 귀족들이 침음을 흘렸다.
무단으로 전선을 이탈했던 그리미에가 복귀한 것이 닷새 전.
돌아오자마자 그는 살바토레와 상의 없이 황도의 대귀족들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엄청난 수의 인공 마수들이 경계를 넘어 황도로 쏟아져 들어왔다.
그리고 한 짓은…….
“어찌 백성들을 납치해—!!”
평민, 귀족 할 것 없이 사람을 납치하고 있었다.
살바토레는 격노했다.
그렇지 않아도 살바토레는 황족에게 위해를 가한 것이 발각되어 쫓겨난 처지.
황궁으로 복귀하기 위해 황군과 전투를 벌이는 중이었다.
이런 와중에 백성을 무분별하게 납치하고 있으니, 사람들은 입을 모아 살바토레를 비난했다.
귀족들이 희게 질린 낯으로 말했다.
“황자님과 이야기되지 않은 일이었단 말입니까?”
“내가 폭도가 되고 싶은 것으로 보여?!”
살바토레가 고함을 내질렀다.
“황궁을 장악하고, 황위에 오르는 것이 나의 목표야. 폭도가 되고 싶은 게 아니라고!”
“그리미에 아스트라는 대체 어찌…….”
“당장 불러들여. 뭣들 하고 있어—!”
그때였다.
“그러지 않으셔도 됩니다.”
막사로 그리미에와 후드를 뒤집어쓴 몇몇이 들어왔다.
살바토레는 당당히 합류한 그를 보고 헛웃음을 흘렸다.
“미쳐도 단단히 미쳤구나, 그리미에 아스트라.”
“하하, 어찌 그리 극노하셨습니까, 전하.”
“일을 이 지경으로 만들고 뻔뻔하기도 하구나.”
“하면 패배하여 역도가 되고 싶으십니까?”
그리미에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자리에 앉았다.
“전세를 헤아리십시오. 우리는 결국 질 것이고, 황궁은 전하를 역당이라 이름 붙여 처형할 것입니다.”
“해서! 해서 백성들을 납치하는 것이냐?! 이렇게 승리하면 무엇이 남아! 결국 난 역사에 폭군으로 남을 것이다. 부정하게 황위를 약탈한 자로 남을—!”
황자가 소리치던 때였다.
쿡쿡 웃는 소리가 들려왔다.
황자는 물론이고 다른 귀족들의 표정까지 딱딱하게 굳어졌다.
비케인 장군이 인상을 찌푸렸다.
“그리미에 아스트라, 감히 황자님께 어찌 그리 불손하단 말이오. 당장 무릎을 꿇어 사죄하시…… 컥!”
비케인 장군은 말을 끝맺지 못했다.
그리미에를 수행하여 들어온 후드의 사내가 비케인 장군의 목을 벤 것이다.
비케인은 그대로 목을 잡고 쓰러져선 지렁이처럼 꿈틀거렸다.
“크…… 으극……!”
살벌한 광경을 목도한 귀족들은 사색이 되어 움직이지 못했다.
살바토레 또한 잔뜩 굳어진 얼굴로 그리미에를 쳐다봤다.
“무슨 짓을, 감히 이런……!”
“달리아.”
그리미에는 살바토레의 말을 자르곤, 고개를 돌렸다.
달리아가 천천히 후드를 벗었다.
그러곤 쓰러진 비케인 장군에게 다가가 무어라 속삭이곤, 비케인 장군을 벤 사내를 향해 고개를 끄덕였다.
사내가 주먹을 꽉 움켜쥐었다.
쉬익—!
사내의 주먹에서 기묘한 빛을 띠는 마력의 사슬이 뻗어져 나왔다.
“저건……!”
“……!!”
비케인 장군이 자랑하던 가호 <추적의 사슬>.
타깃으로 삼은 자를 3km 밖에서도 끌어올 수 있는, 제압 특화형의 가호였다.
“비, 비케인 공과 같은 가호를 가진 자인가…….”
“그럴 리 없잖소! 빼앗은 거요, 가호를……!”
“가호를 빼앗아? 설마 지금껏 우리가 받아온 가호가……!”
그리미에를 제외한 모든 사람이 사색이 되었다.
살바토레와 오셀리아 황비마저 얼굴이 희멀게져서 아무런 말을 하지 못했다.
그리미에는 빙그레 웃었다.
“다들 상황 파악이 되신 듯하니 이야기를 계속하지요, 황자님.”
“…….”
“하하, 너무 겁먹으실 필요는 없습니다. 전쟁 중에 아군을 해치진 않을 테니까요. ……물론 이유가 있다면 다르겠으나.”
“협박하는 것이냐.”
“황자님.”
그리미에는 자리에서 일어나, 지도가 꽂혀 있는 보드로 향했다.
“현재 제 휘하의 인공 마수가 5만입니다.”
“뭐? 지난 주까지만 해도—”
“예, 3천에 불과하였지요. 그러나 달리아가 개화한 뒤로 사정이 달라졌습니다.”
그리미에는 다정한 표정으로 달리아의 양 팔을 가볍게 잡았다.
“이 아이의 능력 덕에 새로 얻게 된 가호를 마음껏 이용할 수 있었습니다.”
“능력이라고……?”
“달리아는 수호성과 완벽하게 동화할 수 있는, 세상에 다시 없는 아이지요. 해서 고대인의 능력을 백퍼센트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복제>마저도.”
달리아 아스트라가 마수를 복제했단 말인가.
‘이렇게나 빠르게, 그토록 많은 수를?’
그리미에는 지도를 살피며 말을 이었다.
“인공 마수는 이번 주 내에 5만을 더 만들 생각입니다. 한 달째에 30만, 두 달째엔 70만, 석 달째엔 130만을 만드는 것이 목표죠.”
황군 열 명이 달라붙어도 꿈쩍을 안 하던 인공 마수.
그것이 백만이 넘는 군대가 된다면…….
그리미에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
“석 달 안에 칼소이에 제국의 전역을 내 손아귀에 넣을 수 있습니다. 해서 말입니다.”
“……무엇이냐.”
“달리아와 결혼하셔야겠습니다.”
오셀리아 황비가 펄쩍 뛰었다.
“그게 무슨……!”
“가장 큰 공을 세운 제 딸이 황후가 되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니지요.”
“마, 말도 안 돼. 살바토레, 어찌 말이 없어!”
“잊지 마십시오. 우리에겐 다른 선택지가 있다는 것을.”
“다른 선택지?”
오셀리아 황비는 무슨 소리냐는 듯 미간을 좁히다가 핫, 숨을 들이켰다.
“살바토레가 응하지 않는다면 알렉시스와 결혼시키겠다는 게야?!”
“분명히 합시다.”
그리미에가 다정한 미소를 머금곤 황비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도와주는 건 이쪽, 도움을 받는 건 그쪽.”
“이……!”
“우리가 적이 되면 나의 마수 군단의 눈이 어느 쪽으로 향하게 될지 제대로 판단하십시오.”
귀족들은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리미에는 지도의 한 군데를 골랐다.
“다음 공격은 이곳과 이곳.”
“아, 아스트라 령이 아닌가! 자네……!”
“아스트라 공작이 검을 들면 전쟁이 한두 달로 끝날 것이라 보십니까? 가장 골칫거리는 제일 먼저 치워야지요.”
“……한데 그곳은 어디인가. 황도 내인데?”
“크로노트교 잔당들이 모인 본지입니다. 이 안에 엄청난 성물과 자원이 잠자고 있으니, 빼앗아야겠습니다. 또한…….”
그리미에의 표정이 일순 싸늘해졌다.
“에릴로트 아스트라가 이곳에 나타날 것입니다. 총력을 기울여 사살할 것입니다.”
“에, 에릴로트 아스트라? 하지만 그 아이는 용을 가진……!”
“2만의 인공 마수병을 집결시키지요. 실패는 결코 용납하지 않습니다.”
그리미에의 눈이 검게 일렁였다.
* * *
황궁.
황태후가 목소리를 높이며 알렉시스를 쫓아갔다.
“출전한다니! 이틀 전에서야 겨우 돌아오지 않았니. 그것도 이 꼴로……!”
알렉시스와 데이몬드, 그리고 에릴로트 사남매는 닷새가 넘도록 실종 상태였다.
과거를 보는 동안 현재의 시간이 그토록 흐른 것이다.
엿새째에 겨우 황궁에 복귀한 알렉시스는 꼴이 엉망이었다.
본지 근처를 수색하던 그리미에의 인공 마수 떼를 만나 홀몸으로 격전을 치른 까닭이었다.
“에릴로트가 그곳에 나타날 겁니다. 저를 그곳에서 발견했고, 전투까지 치렀으니 그리미에 또한 짐작하고 있을 거예요.”
“하지만 그 꼴론……!”
“지켜야 해요!!”
“알렉시스…….”
“그 멍청이는 또 필사적으로 주변인을 지키려고 할 텐데…… 제 몸은 신경도 안 쓰고 죽기 살기로 발버둥 칠 텐데…….”
알렉시스는 이를 악물었다.
이번엔 그리미에가 인공 마수를 얼마나 준비할지 알 수 없었다.
제가 상대한 수가 수십 마리쯤.
두 배만 되어도 에릴로트 일행은 몰살당할 터였다.
황태후가 알렉시스를 붙잡으려던 찰나였다.
“가라. 황군을 내어주마.”
“황후 폐하.”
“황후!”
황후는 고저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신념이 목숨보다 우선되는 순간이 있기 마련입니다.”
“이 아이는 하나뿐인 황위 계승자일세. 이 애가 없으면 제국은 살바토레의 손에 떨어질 것이네.”
황후가 천천히 알렉시스의 앞으로 걸어왔다.
“황후의 관에 있는 새가 무엇인지 알고 있니.”
“불사조가 아닙니까.”
“육신은 죽어 가루가 되더라도, 어미의 가르침은 영원히 남는다는 뜻이다.”
“…….”
“나는 이 나라의 황후. 만백성의 어미이며, 동시에 모든 황자의 어미지.”
황후가 황태후를 바라보았다.
“친모도, 이 아이의 삶도 지켜주지 못한 못난 어미가 줄 수 있는 최초이자 마지막 가르침이 신념을 꺾는 법이길 바라지 않습니다.”
“…….”
“연인을 뜨겁게 사랑하는 법을 가르칠 것입니다. 연인 하나 지킬 수 없는 자가 어찌 백성을 지키겠습니까.”
“하지만…….”
“이 아이, 한 사람에게 기대 겨우 지켜지는 황궁이라면 무너질 수밖에요.”
“…….”
“황족은 말입니다. 황제가 위태로울 때, 끝끝내 가야 하는 길에 지지가 필요할 때. 그 때를 위해 존재하는 게 아닙니까.”
황후가 알렉시스의 팔을 꽉 잡았다.
“가라. 그러나 결코 후회해선 안 될 것이다.”
알렉시스가 황후 앞에 무릎을 굽혔다.
“모후의 가르침. 뼈에 새기겠습니다.”
“그래.”
“……에릴로트와 닮으셨습니다.”
“늦지 않게 데려와라. 나도 그 아이가 궁금하니.”
황후가 빙그레 웃었다.
알렉시스가 고개를 숙였다.
“너는 왜 만날 그렇게 지루해 죽겠다는 표정으로 살아? 사는 게 하나도 기대가 안 돼?”
“항상 황비의 추적자에게 도망만 치면서 사는데 뭐가 기대돼.”
“그래서? 지금 죽어도 한이 없어? 아닐걸?”
“아닌지 네가 어떻게 알아.”
“내일은 네가 깜짝 놀랄 만큼 맛있는 빵을 찾을지도 몰라!”
“필요 없거든?”
“모레는 엄청나게 즐거운 놀이를 발견하게 될 수도 있어.”
“됐다고.”
“글피는 위태로운 너를 지지해줄 어른을 만나게 될지도 모르지.”
“…….”
“살다 보면 분명히 만나게 될걸. 그래서 난 절대로 죽고 싶지 않고, 내 목표는 사는 거야.”
“…….”
“너도 그렇게 살자. 기대하면서.”
‘틀린 말을 하는 법이 없지.’
어린 에릴로트와의 대화를 떠올린 알렉시스는 픽 웃었다.
황태후는 한숨을 내쉬었다.
“사병을 내어주마.”
황후가 “음?” 하며 말했다.
“괜찮으십니까? 평생을 은밀하게 공들여 키운 자들이 아닙니까. 황제께도 결코 내주는 법이 없으셨으면서.”
“자네 혼자 멋진 말은 다 하니 할미도 뭔가는 해야지.”
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며 픽 웃었다.
“알렉시스. 할미와의 약속이다. 살아 돌아와라.”
“네 할머님은 약조를 어기는 것을 제일 싫어하는 분이시다.”
“난 그런 거 별로 기대 안 되거든?”
“그럼 가족은?”
“오셀리아 황비나 살바토레 같은 가족이면 없는 게 더 나아.”
“다정하며 강인한 또 다른 가족은 어때?”
“있겠냐. 황제만 해도 치졸해 빠진 놈팽이더구만.”
“있을 수도 있지!”
너는 나를 살려서 기어코 내게 가족을 주었구나.
‘그러니까 이번엔 내가 줄게.’
네가 무사히 가족과 행복한 미래를.
* * *
꺄아아아아—!”
거리엔 비명이 난무했다.
사람들이 마구 끌려갔다.
땅으로 떨어진 태양의 문양이 새겨진 로브를 입은 자들에 의해서.
“꺄악! 엄마, 아빠—!”
“아리네트! 놔주세요, 놔요, 제발!”
“아, 아빠! 하지 마세요. 아빠를 데려가지 마세요!”
“이, 이거 놓지 못해?! 내가 누군 줄 알고! 나는 국경사령부 에즈록 장군의 장자인……!!”
로브의 사내들은 평민과 귀족을 가리지 않았다.
백성 모두가 두려움에 떨었으나, 황궁은 그들을 제대로 제지하지 못했다.
“이, 인공 마수다! 도망쳐……!!”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 인공 마수로 구성된 대군.
“이, 이 지역은 피에트로 백작군이 맡았잖아. 그런데 왜 원군이……!”
“제기랄, 백작이 돌아선 것이다! 황궁에 소식을 알리고 지원을 요청해!”
대귀족의 4할이 그들의 편으로 돌아섰으며—
“아아아아악—!”
“아, 흐, 으하하하! 이것이 가호구나. 이것이 너희가 그렇게나 자랑하던 가호야!”
죄 없는 백성의 목숨을 빼앗고, 그 가호를 저희에게 충성을 맹세한 자들에게 주었다.
“자, 너희에게 있어 다시 없을 기회다! 팔로스토 공작께 충성을 맹세하는 자는 가호를 내려주마. 그리하여 그 분의 검이자 방패가 될 기회를 얻을 것이다!”
팔로스토(태양을 끌어내리는 자).
그리미에는 스스로를 팔로스토 공작이라 명명하고, 전 대륙을 어둠 속으로 끌어내렸다.
“어, 어떻게 해요. 이 일을 어째요, 파앙테 양!”
“트, 트랑 양. 아직 부친께는 소식이 없나요?”
귀족의 자제들마저 인공 마수들에 의해 납치당해 충성을 강요 받았다.
충성하지 않겠노라 목 놓아 외친 자들은 소리 없이 사라지고, 가호를 빼앗겼다.
“꺄악! 엄마……!”
“놓지 못해!”
루멜리사 파앙테가 친구인 영애를 지키기 위해 팔로스토의 기사를 떠밀었다.
“루, 루멜리사 양!”
“이리 와요! 어서!”
영애들은 벽에 몰려 있었다.
“이 계집이 감히—!”
팔로스토의 기사가 루멜리사를 향해 솥뚜껑 같은 손을 치켜들었다.
냐아아아앙—!
골목에서 튀어나온 고양이들이 기사에게 달려들어 얼굴이며 손등을 마구 할퀴었다.
캐서린 트랑의 가호인 <동물 조종>이었다.
그녀가 품에 안을 수 있는 크기의 동물에 한정된 가호였지만.
“도망쳐요!”
영애들이 허겁지겁 달려갔다.
“어, 어떻게, 어떻게 안전 지대로 가는 길에 인공 마수의 습격이 있었던 거죠?”
귀족들은 자식을 지키기 위해 안전 지대의 벙커로 거처를 옮기게 했다.
그 와중에 공격이 있던 것이다.
루멜리사가 이를 악물었다.
“자제들 중 하나가 배신한 거겠죠. 아! 오슈론 영식! 여기예요!”
“오지마! 여긴 인공 마수들이 있어!”
“뭐, 뭐라고요?”
뒤엔 팔로스토의 병사들.
앞엔 인공마수.
“어, 어떻게…….”
“이 쪽으로 넘어오면 되지요.”
“달리아 양?”
달리아가 생긋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구원을 기대하나요? 어리석어라. 대가문의 병사들과 황군으로 구성된 군대는 크로노트 회의 본거지에서 전투 중이에요.”
“네?”
“도와줄 사람은 없단 말이야. 그러니까 얌전히 넘어와줄래요? 내가 좀 귀찮거든.”
달리아가 생글생글 웃었다.
귀족 영애와 영식들은 하늘이 무너진 표정이었다.
달리아는 다시 한 번 손을 내밀었다.
“두 분은 더더욱 제 손을 잡아주셔야겠어요. 트랑 영애, 파앙테 영애?”
“나, 난…….”
“나는…….”
“해주실 거죠? 응?”
그때였다.
“라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