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343)
이 3세는 악역입니다-342화(343/390)
342화.
크아아아—!
커다란 포효 소리가 들리나 싶더니 엄청난 풍압이 느껴졌다.
“용이에요!”
우렁차게 소리친 소녀가 상공을 가리켰다.
쿵!
거대한 용이 내려앉기 무섭게 땅이 진동했다.
달리아의 표정이 굳어졌다.
용을 불러올 수 있는 사람은 세상에 단 하나뿐이었다.
“에릴로트—!”
“오랜만이다, 달리아.”
“어떻게……! 넌 크로노트 회의 본지에 있었을 텐데!”
달리아와 에릴로트의 시선이 허공에서 격렬하게 맞붙었다.
“맞아. 덕분에 환영 인사 한번 거하게 받았지.”
언제나 깔끔하던 에릴로트의 차림이 엉망이었다.
여기저기 찢어지고, 피부마저 베인 상처가 있었다.
크로노트 회의 본지로 복귀하자마자 엄청난 수의 인공 마수들이 공격을 퍼부은 것이다.
급히 라곤을 불렀으나, 도착하는 데엔 시간이 필요했다.
그대로 죽는 줄로 알았다.
‘알렉시스가 아니었다면.’
절벽까지 몰렸을 때 알렉시스가 원군을 데리고 나타났다.
덕분에 라곤이 올 때까지 버틸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이쪽이 보답해줘야겠지, 라곤!”
소리치자마자 라곤이 또 한 번 커다랗게 포효했다.
달리아가 흥, 입매를 비틀었다.
“이쪽은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았을까 봐?!”
달리아가 흥분하자, 주변으로 끔찍한 외양의 인공 마수들이 몰려들었다.
에릴로트가 라곤의 비늘에 손을 얹었다.
“각오를 제대로 해야 할 거야. 이 아이, 너희가 보낸 인공마수와 격전을 벌여서 아주 흥분된 상태거든.”
“기껏해야 새끼 용이야! 쓰러뜨려!”
“격의 차이를 보여줘라, 라곤!”
인공 마수들과 라곤이 서로를 향해 달려들었다.
* * *
나는 서둘러 영애, 영식들을 챙겼다.
“괜찮아요?”
손을 내밀자, 주저앉아 있던 영애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다, 다친 데는 없는데 이, 일어날 수가 없어서…….”
“오슈론 공자가 부축해주세요. 이 공녀님은?”
여덟 살쯤 되어 보이는 여자아이를 가리키자, 캐서린 트랑이 말했다.
“제 사촌이신 마리앙 공주님이세요!”
캐서린의 모친은 파라노스의 왕녀였다.
‘마리앙 공주라면 일로로스 왕녀의 딸이잖아.’
왕족까지 있었어?
여기서 잘못되면 국제문제다.
“실례할게요, 공주님.”
나는 마리앙 공주를 번쩍 안았다.
“라곤이 막아주는 동안 우린 갑시다.”
영애와 영식들이 서로를 챙기며 나를 따라왔다.
“안전지대의 지하 벙커로 가나요?”
“그쪽은 틀렸어요.”
여기로 오기 전에 안전지대부터 확인했다.
‘나라면 안전지대부터 공격했을 테니까.’
안전지대엔 가문의 보물들이 모여있다.
가주의 아내나 자식, 혹은 가주 본인.
너무 소중하여 결코 이 전투에 끌어들이지 못할 보물들.
‘나라도 안전지대에 있는 귀족부터 손에 넣으려 할 거야.’
인질로 잡을 수 있도록.
루멜리사가 물었다.
“그럼 어디로— 꺄악!”
“루멜리사!”
캐서린이 소리쳤다.
루멜리사가 사슬에 묶여서 끌려갔다.
잿빛 로브를 입은, 한쪽 눈가가 일그러진 기사에 의해.
그 기사의 로브엔 팔로스토의 문양이 그려져 있었다.
비케인 장군의 <추적의 사슬>이었다.
“파앙테 영애시지요. 함께 가주셔야겠습니다.”
“이, 이거 놓지 못해!”
루멜리사가 새파랗게 질려서 소리쳤다.
‘루멜리사는 파앙테 후작가의 외동딸이야.’
파앙테 후작 내외가 목숨보다 소중하게 여기는 딸.
그리고 파앙테 후작가는 황태후의 친정이지.
파앙테가 딸을 살리기 위해 황태후에게서 고개를 돌린다면, 황태후의 발목에 사슬을 단 것이나 다름없었다.
달리아는 후후 웃었다.
“절대로 풀어주는 일은 없어. 트랑 영애와 마리앙 공주님도 함께 가주세요. 계속 그렇게 말을 안 들으시면 다른 분들이 아주 곤란해질 거예요.”
“그런 협박……!”
캐서린이 울컥 소리치려던 그때, 내가 외쳤다.
“이 XXX이.”
“……?”
“…….”
“헉…….”
곱게 자란 영애, 영식들은 눈이 튀어나올 것 같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캐서린에게 마리앙 공주를 넘겼다.
그리고 나를 노려보는 달리아에게 다가갔다.
“루멜리사를 내놔.”
“싫다면 어쩔 건데.”
“이렇게!”
짝!
달리아의 뺨을 내리쳤다.
“……!”
“헉!”
영애, 영식들은 물론 잿빛 로브의 기사와 달리아까지 눈을 홉뜨고 나를 쳐다봤다.
“너, 너, 이게 무슨…….”
“납치에 협박까지 했으면서 처맞을 줄은 몰랐어?!”
“이……!”
짝!
달리아의 얼굴이 반대쪽으로 돌아갔다.
뺨을 감싼 달리아의 눈엔 불똥이 튀었다.
그 애가 내 머리채를 향해 우악스럽게 손을 뻗었을 때, 나는 배를 뻥! 걷어차 줬다.
“아악!”
그대로 밀려 나가 벽에 처박힌 달리아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달리아의 머리채를 잡았다.
“아악!”
달리아가 비명을 내지르자 인공 마수가 내 쪽을 향해 달려왔으나, 그대로 라곤에게 가로막혔다.
“너, 이익!”
달리아가 마구잡이로 손을 휘저었다.
그러자 벽의 일부가 송곳처럼 변형되며 튀어나왔다.
나는 잽싸게 달리아의 머리채를 잡고 물러났다.
“다른 사람의 가호를 빼앗으면 날 이길 수 있을 것 같아?”
“놔! 이거 놓으란 말이야! 아악!”
“전투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가호만 있으면 다 되는 줄 아는가 본데.”
그대로 달리아의 머리를 땅에 박고, 몸에 올라탔다.
“난 공격계 가호가 하나도 없지만, 한 번도 전투 훈련에서 진 적이 없어.”
“아파, 아프다고! 위노스, 뭐 하는 거야!”
“너랑 달리 죽도록 노력했거든.”
잿빛 로브를 입은 기사가 이를 악물었다.
“위노스!”
달리아가 계속해서 악을 내질러도 그는 순순히 움직이지 못했다.
“네 기사가 왜 움직이지 못하는지 알려줄까?”
“위노스, 이 멍청한 놈! 내가 이렇게 당하고 있는데 뭐 하고 있어!”
“모든 가호엔 제약이 있단다. 저 <추적의 사슬>은 사슬로 상대를 옥죄고 있으면 본인은 못 움직이는 모양이야.”
가호를 제대로 쓰기 위해선 제약을 완벽하게 이해해야 한다.
좋은 가호를 마구잡이로 수집한다고 해서 다 되는 게 아니란 말이지.
나는 달리아의 머리를 땅에 쾅! 처박아줬다.
“아악!”
달리아는 또 다른 가호를 사용하려는 듯 몸을 마구 비틀었다.
이번엔 땅이 늪처럼 녹아버렸다.
그러나.
치짓, 칫…… 쾅—!
둔탁한 소음과 함께 마력인이 사라졌다.
“뭐, 뭐야…….”
‘뭐긴 뭐야. 네가 사용한 가호들이 서로 상충되는 힘이라 상쇄된 거지.’
멍청하게 마력만 낭비한 거다.
잿빛 로브의 기사, 그러니까 위노스라고 불렸던 그가 “젠장!” 소리치며 루멜리사 파앙테를 내던졌다.
“루멜리사!”
금발의 영애가 얼른 가호를 시전했다.
루멜리사가 붕 떠올라선 그대로 영애와 영식들 쪽으로 합류했다.
위노스의 손에서 <추적의 사슬>이 뻗어 나왔다.
나를 향해서.
나는 빠르게 뒤로 물러났다.
‘추적의 사슬이 목적한 것을 붙잡은 후에 시전자는 움직일 수 없어.’
그러나 목적물이 아니라면?
다른 것이 붙잡혀도 움직일 수 없나?
“옴브레!”
소리치자 그림자 속에서 옴브레가 튀어나왔다.
“저쪽이야!”
옴브레는 내가 가리킨 방향.
그러니까 사슬을 향해 뛰어들었다.
“……!”
옴브레가 사슬에 묶이자, 위노스는 움직이지 못했다.
‘옳거니.’
“핀, 피피!”
옴브레가 쩍, 입을 벌렸다.
그 안에서 튀어나온 늪 요정 핀과 피피가 사슬에 들러붙었다.
“이런……!”
위노스가 흠칫, 사슬을 끌어당겼으나 늪 요정은 늪지화 된 땅처럼 질퍽한 형태로 완전히 달라붙어 있었으므로 떨쳐낼 수 없었다.
난 몸을 낮추고 그대로 위노스를 향해 뛰어갔다.
도약하며 허리춤에서 단도를 꺼낸 난 양다리로 단단히 위노스의 목을 감았다.
그리고 그대로……!
“……!”
“위노스!”
피가 줄줄 흘러내리는 목을 잡은 위노스는 그대로 쓰러졌다.
달리아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인공 마수들을 믿고 호위를 하나만 대동하고 있었다.
그런데 인공 마수들은 라곤에 의해 막혀 있고, 호위는 쓰러졌다.
나는 단도를 들고 달리아에게 다가갔다.
달리아는 손바닥으로 땅을 받친 채, 움찔움찔 뒤로 물러났다.
“오, 오지 마. 오지……!”
“안전지대의 벙커가 완전히 무너졌던데. 그 안에 있던 귀족들은 너희가 데려갔나?”
“오지 마! 오지 말라고 했잖아!”
“어디 있어? 납치한 사람은 몇 명이나 되지?”
“오지 말라니—!”
퍽!
나는 달리아가 가로막힌 벽을 향해 발을 내질렀다.
“……!”
사색이 된 달리아가 그대로 굳어졌다.
“계속 이렇게 말이 안 통하면 곤란해.”
그때였다.
땅이 크게 일렁이더니, 에스컬레이터라도 탄 양 나와 달리아가 어딘가로 끌려갔다.
“너야말로 달리아 님께 이따위로 무례하면 곤란해.”
“아일라 언니!”
달리아의 표정이 환해졌다.
<축지>의 가호를 사용할 수 있는 아일라가 부대를 이끌고 이곳에 도착한 것이다.
나는 무감한 표정으로 아일라를 쳐다봤다.
“오랜만이에요, 언니.”
“이제 상황 파악을 해야 하는 건 너다, 에릴로트.”
“글쎄요. 언니가 합류했다고 제가 겁먹을 필요가 있나 싶은데.”
“뭐야?”
“언니가 한 번이라도 날 이긴 적이 있던가요?”
아일라의 표정이 매서워졌다.
달리아는 주춤주춤 일어나 아일라의 뒤에 숨었다.
아일라가 말했다.
“그때의 나와 비교하면 곤란하지!”
아일라가 소리치자 허공에 엄청나게 많은 마력인이 떠올랐다.
마력인이 일그러지며 검은 구멍이 생겼고, 그 안에서…….
‘젠장, 인공 마수들이다!’
가뜩이나 엄청난 숫자인데, 여기서 더 합류한다고?
대체 얼마나 만들어놓은 거야.
“미안, 미안. 이런 가호까지 생겼는지 몰랐네. 사과하면 용서해주나?”
내가 잽싸게 영애, 영식들 쪽으로 도망친 후에 묻자, 아일라의 입매가 우그러졌다.
“처음부터 네가 싫었어.”
“여기서 고백의 시간을 갖는다고? 별로 추천하고 싶지 않은데.”
“아무것도 없는 주제에 거짓 가호로 그만한 관심을 받았지.”
“부러웠으면 언니도 거짓말을 하지 그랬어?”
“그런 식으로 날 우습게 여기고…….”
“언니한텐 관심도 없었어. 굳이 사촌 중에 관심의 대상을 고르자면 셀레네 언니였지. 언니는 내가 관심 가질 만한 강자가 아니었잖아?”
루멜리사가 얼른 내 허리춤을 잡았다.
“그, 그런 말은 지금은 하지 않는 게 좋지 않을까요?”
캐서린도 내 반대쪽 허리춤을 잡고 어색하게 말했다.
“제 생각에도요.”
아일라의 눈은 새빨갛게 충혈되어 있었다.
그녀가 우리를 향해 저벅저벅 다가왔다.
“천 것 주제에 감히 내 머리 꼭대기 위에서……!”
인공 마수들이 그르륵, 울며 사방을 포위했다.
모두 잔뜩 흥분해있었다.
‘옳지. 이제 확실하게 알겠다.’
달리아가 흥분했을 때 느꼈지.
인공 마수들이 달리아의 감정에 동조하는 것 같다고.
이번엔 아일라의 감정에 동조한다.
‘인공 마수 떼를 조종하기 위해 사람과 동조시켜 놓은 거야.’
만약 동조시켜놓은 사람이 전투 불능이 된다면?
나는 힐끗, 시계탑을 쳐다봤다.
내가 여기 온 지 삼십 분.
‘이제 슬슬…….’
아일라가 양손으로 내 목을 조른 순간이었다.
콰과과과과곽—!
벽돌담이 말 그대로 ‘뜯어지며’ 익숙한 목소리가 들렸다.
“에, 에릴로트에게서 손 떼!”
<괴력>의 가호를 지닌 디오네라가 번쩍 벽돌담을 들고 있었다.
그리고.
슈루룩, 챙!
아일라의 온몸이 빛의 사슬에 칭칭 감겼다.
<육체 지배>의 가호를 가진 밀란이었다.
“으으으, 외양 한 번 죽여주네……. 꺼져, 꺼져!”
<결계>의 가호를 가진 파비오.
“잠깐. 그 말 그냥 넘길 수 없네. 그럼 난 신경도 안 썼다는 거야?”
어떤 마도구를 들고 온 리앙틴.
“날 그렇게 신경썼다니 기쁘네.”
신성계 최강 <모성애>를 가진 셀레네.
“컥!”
“커헉!”
아일라가 데려온 살수들이 몇이나 순식간에 주저앉았다.
“더 빠르게 움직이지 못하겠니, 리지!”
“으이구, 잔소리.”
암살계의 카라, 리지 자매.
“비켜, 비켜! 다 죽었어!”
괴물처럼 근육이 빵빵해진 애덤이 우렁차게 소리쳤다.
슉, 슈슉, 슉.
눈 앞에 익숙하고도 안심이 되는 향을 지닌 사내들이 나타났다.
리시먼드의 가호 <이동>을 통해서 나타난 발자크와 요슈아.
내가 삼형제의 앞으로 걸어나오자, 리앙틴이 내게 붉은 눈의 까마귀 형태의 나무 조각이 달린 목걸이를 건넸다.
긴급령이 내려졌을 때 가주가 직접 지정하는 세 명의 지휘관이 받는 그것.
가주의 대리인을 뜻하는 적오의 펜던트.
아일라의 얼굴이 굳어졌다.
“어, 어떻게…….”
리앙틴이 흥, 콧방귀를 뀌었다.
“어떻게는 무슨 어떻게야.”
디오네라가 “그, 그래!” 소리쳤다.
밀란은 말했다.
“가주의 명이다.”
쿵!
디오네라와 애덤이 동시에 적오기를 땅에 거세게 꽂았다.
가주만이 내릴 수 있는 최고령이 내려졌다.
나는 소리쳤다.
“아스트라 전군, 가문의 적을 섬멸한다!”
비로소 전쟁의 막이 올랐다.
* * *
“크아아아!”
팔로스토의 문양을 짊어진 기사가 쓰러지자, 인공 마수들이 뿔뿔이 흩어졌다.
데이몬드의 부관 엔조가 재빨리 데이몬드에게 달려갔다.
“제 3구역, 확보 완료했습니다.”
“설치를 시작한다.”
말하자, 엔조가 속히 누군가를 끌고 왔다.
검은 후드를 뒤집어쓴 남자가 꽥 소리쳤다.
“젠장, 내 발명품이 왜 여기 쓰여야 하냐고!”
카인로드였다.
그가 질색을 하며 고함을 내지르자, 레오 탈로프가 그의 어깨를 두드렸다.
“하하, 다들 도움 받을 마도구를 개발했으니 너도 좋고 남도 좋은 일이잖냐.”
데본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어서 설치해. 에릴로트가 기다린다.”
카인로드는 “제기랄!!” 고함을 내질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