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345)
이 3세는 악역입니다-344화(345/390)
344화.
그리미에는 막강한 무기를 둘씩이나 잃었다.
내가 붙잡아온 달리아.
그리고 인공 마수.
‘인공 마수는 무장의 비늘에 영향을 크게 받을 테니, 파괴하러 갈 때 동행할 수 없지.’
무장의 비늘의 설치 장소는 우리 군의 장점을 제대로 살릴 수 있는 곳으로 선정했다.
‘어느 쪽으로 가든 그리미에 너는 크게 패할 거야.’
나는 영악한 표정으로 창밖을 응시했다.
* * *
살바토레의 진지.
그리미에의 기사가 테드의 말을 전했다.
“무장의 비늘이 설치된 장소는 총 세 곳입니다.”
“어, 어디냐.”
그리미에 휘하의 귀족들이 마른침 삼키며 물었다.
“세인트 광장, 실베스타인 동상, 로쥬흐 숲의 무덤가입니다.”
“뭐, 뭐야?!”
귀족들은 사색이 되어 기함했다.
“세인트 광장은 안 됩니다! 황궁 포털의 정류소나 마찬가지 아닙니까! 그곳에서 전투를 벌였다간 황군에게 에워싸일 터인데……!”
“실베스타인 동상은 비페리 공작령입니다. 그 결계를 뚫고 침입할 수도 없을뿐더러, 갔다간 동부 귀족군에게 사방을 잡힐 테지요.”
“가뜩이나 동부는 우리 세력이 가장 미미한 곳이잖습니까.”
“그렇다고 로쥬흐 숲은 됩니까?! 로쥬흐 숲은…… 제기랄! 아스트라의 데이몬드 관할령이잖습니까!”
몇몇 귀족들이 공격할 수 없다고 소리치자, 반대쪽에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그렇다고 인공 마수를 잃을 순 없지 않습니까!”
“우리 군의 최대 무기를 이렇게 잃을 순 없습니다. 공격해야지요!”
막사 안에선 귀족들의 고함이 시끄럽게 오갔다.
오셀리아 황비가 희게 질린 얼굴로 살바토레를 쳐다보았다.
“어찌할 생각이니, 살바토레.”
“…….”
“살바토레, 이대로 있다간—”
“압니다! 안다고요—!!”
살바토레가 양 주먹으로 테이블을 내리치며 소리쳤다.
귀족들이 흠칫 입을 다물었다.
오셀리아 황비 또한 굳은 얼굴로 아들을 바라보았다.
살바토레가 이마를 잡았다.
‘그리미에가 이렇게 일을 키운 이상, 어떻게든 승리해야 한다.’
평민은 물론, 귀족들까지 납치해 마구잡이로 가호를 수집했다.
그렇게 만든 시체의 수가 무려…….
‘그런 짓을 한 건 그리미에지만, 그는 엄연히 내 휘하에 있는 자. 내가 독박을 쓰게 되겠지.’
패배하여 붙잡힌다면 차라리 죽음을 애원하게 될 것이다.
인공 마수를 빼앗기면 패배는 예정된 수순이나 마찬가지.
“무장의 비늘을 파괴할 수밖에.”
“황자님! 하지만 그런 곳을 어찌 공격할지……!”
“그 세 곳 중 한 곳을 노려야 한다면, 답은 나와 있다. 그렇지 않은가, 그리미에 팔로스토.”
모두의 시선이 그리미에에게 향했다.
가만히 지도에 표시된 무장의 비늘 설치 장소를 바라보던 그리미에가 말했다.
“세인트 광장이어야 합니다.”
살바토레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황군은 지난 크로노트 본지 습격으로 크게 약화되었어. 무엇보다 이쪽에서 원군을 보내기도 쉬운 위치지.”
“예.”
“적은 무장의 비늘 파괴를 목적으로 한 습격을 예상하지 못할 것이다.”
“세작에 의한 정보이니 그럴 것입니다.”
“자네가 직접 무장의 비늘을 파괴하여 인공 마수를 지키게.”
그리미에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맡겨주십시오, 전하.”
그렇게 습격 시간이 결정되었다.
나흘 후 새벽 2시.
여명이 밝기 전 무장의 비늘을 파괴한다.
* * *
[나흘 후 새벽 2시. 그리미에가 직접 군을 이끌고 습격.]“그렇다고 해요.”
벽면에 가득 설치된 마경의 메시지 내용을 보여주자, 마경 속의 인물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중 하나인 데본 숙부가 물었다.
[이 소식은 어찌 알았지? 그리미에 측에 세작을 숨겨둔 것이냐.]“세작이라면 세작이지요. 두목이기도 하지만.”
[두목?]“살바토레 황자거든요.”
활짝 웃으니, 마경 속의 인물들이 굳어졌다.
[뭐, 뭐라고?] [무슨…….] [적장에게 정보를 받았단 말이냐.] [……!] [기가 막히군.]나는 어깨를 으쓱하며 통신석을 내려놓았다.
“살바토레는 그리미에에게 불만이 많아요. 그를 쳐내고 새로운 무기를 얻고 싶어 하죠. ……저라는 새로운 무기 말이에요.”
그리미에를 버리고 날 얻으면 얼마나 좋아?
그리미에는 말도 안 듣고, 전쟁이 끝나면 최강의 정적이 될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리미에보다는) 말도 잘 듣고, 전쟁이 끝난 후에도 얌전하게 만들 수 있다.
날 황후로 만들어 자식을 낳는다면, 그 자식을 인질로 휘두를 수 있을 테니까.
‘음흉한 놈 같으니.’
[그리미에를 버려도 아스트라와 네 용을 얻을 수 있다면 나쁜 장사는 아니겠군. 하하.]레오 탈로프가 비식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딸은 적으로 돌리면 이렇게 무서울 데가 없군. 저런 악당이 따로 없다.] [말조심해. 악당이 아니야.] [……아니면?] [요정이지. 아주 영리한.]그러자 마경 속의 인물들이 모두 조용해졌다.
[…….] […….] […….]나는 슥, 시선을 돌렸다.
‘아, 아빠, 제발…….’
아주 부끄러웠다.
그런데.
[틀린 말은 아니군.] […….] […….] […….]할아버지까지 동의해서 난 정말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기분이었다.
할아버지가 으르릉 말했다.
[왜 말이 없지? 아니란 뜻이냐?] [아, 아니긴요. 하하하…….] [우리 군의 승리를 수호하는 요정이십니다…… 하하…… 하…….]할아버지는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고, 비페리 공작이 칫 혀를 찼다.
그러나 이시론 공작은 싱글벙글 웃었다.
[우리 군의 승리를 수호하는 요정이라. 괜찮은 말이야. 군기를 요정으로 바꿔도 좋겠어.] [외손주 며느리라 이겁니까?] [거야 아직 두고 볼 일이지요. 영애와 황자님께서 혼약하신 건 알렉시스 황자님의 신분이 밝혀지기 전의 일이었으니. 아직 우리에게도 며느리로 들일 기회는—.] [코 치우게.] [공이야말로 어림없는 소리 마시오. 내 손녀는 황궁에 보내지 않소.] [어디 요새 애들이 늙은이 말을 듣던가.] [제발 회의를 이어가면 안 되겠습니까?] [하하, 이렇게 인기가 많아서야. 저도 카시안의 짝으로 탐이 납니다.] [사담은 그쯤하고 본론으로 돌아가자고!]6 공작이 투닥거리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하여간 늙은이들 욕심은. 다들 자중하시게. 아기는 나와 나눈 이야기가 있으니.] [저도 저 아이가 내심 마음에 들던 차인데 반가운 말씀이십니다, 모후.] […….]황태후까지 끼어들고, 황후가 동조했다.
알렉시스는 오만한 표정으로 마경을 바라봤다.
‘창피해 죽겠네.’
얼굴이 화끈거린다.
나는 손부채질을 하며 계획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그, 아무튼! 세인트 광장 전투 계획은 이렇습니다!”
마경이 비추는 인물들의 표정이 진중해졌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전투가 다가왔다.
* * *
고요한 새벽이었다.
세인트 광장에 도착한 그리미에가 마법사에게 상황을 물었다.
“결계는.”
“근방에 할루스 결계(보초 결계)가 깔려 있고, 내부에서 강력한 기운이 느껴집니다.”
“그곳이겠군. 파훼한다.”
“예.”
마법사들이 속히 결계를 파훼하는 동안, 이노락스는 그리미에의 목에 팔을 감았다.
[무장의 비늘을 파괴하고 나면 아스트라 제2 저택으로 갈 거지? 응?]‘시기상조다. 아직 <그것>이 완성되지 않았어. 완성 전에 용과 맞붙어 아까운 인공 마수만 잃을 순 없지.’
이노락스의 표정이 험악해졌다.
그리미에
게서 떨어진 이노락스가 고함을 내질렀다.
[대체 언제까지 기다려야 하는 거야?! 네가 원하는 모든 것을 알려주었잖아! 저들에게 들키지 않고 결계를 파훼하는 법 또한!]‘기다려라.’
그리미에가 마력을 끊어냈다.
[꺄아아아아악! 이 비열한 노예! 세일론 님을 내놔!! 약속을 지켜!]이노락스가 비명을 내지르며 사라지던 참이었다.
황도 경계 사령관으로부터 <경계>의 가호를 빼앗은 자가 흠칫 주변을 둘러보았다.
“주군, 무언가 이상합니다.”
“무엇이.”
“적군의 기척이 사라졌습니다.”
무장의 비늘 같은 대단한 마도구를 설치해둔 장소다.
필경 보초를 서는 자들이 있을 터.
도착했을 때만 해도 느껴지던 적군의 기척이 완전히 사라졌다.
그리미에의 표정이 굳어졌다.
“확실히 수상하군.”
“어찌하시겠습니까.”
그리미에는 잠시 고민했다.
‘무장의 비늘을 파괴하기 위해 설치 장소에 왔었다는 것을 알면 경비가 강화될 것이다.’
저들이 의심하지 않는 지금이야말로 절호의 기회.
하지만 만약 함정이라면…….
‘인공 마수를 데려오지 않았어. 지원 병력 또한 별 볼 일 없다.’
그리미에가 쯧, 혀를 찼다.
“철수한—”
“—면 안 되지.”
등 뒤에서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미에 군이 흠칫 돌아보자, 흑마를 탄 투구를 쓴 사내가 군사들을 이끌고 나타났다.
사내가 철 투구를 벗으며 껄껄 호탕하게 웃었다.
“황도는 덥군. 우리 북부의 봄보다 따스한 날씨야. 그렇지 않으냐. 카티아, 벤야?”
험악한 북부의 국경을 지키는 사령관.
설원의 늑대라 불리는 몬테규 백작!
양옆에 있는 자들은…….
“해서 복장을 가볍게 하시라 말씀드렸잖아요, 아버지.”
“잡담할 시간 있어요……? 전 죽을 것 같다고요, 으으.”
“가호 수련을 하라고 그렇게 말하지 않았니.”
“해요. 한다고요. 언니는 괴물이라 평범한 사람을 이해 못해!”
몬테규 백작이 자랑하는 두 딸이었다.
최강의 북군 원화라 불렸던 카티야 몬테규.
에릴로트가 서군 원화였던 시절, 북군 원화로 <소리의 주인>이라는 가호를 가진 벤야 몬테규였다.
‘<소리의 주인>이다! 저 가호로 기척을 모두 지웠구나!’
그리미에가 이를 악물었다.
“변경백이 국경을 버려두고 올라온 겁니까. 외세의 침략이 두렵지 않은 모양이군요.”
“나라가 있어야 국경을 지키지 않겠소. 자, 소너트(설원의 늑대들)! 제국의 적에게 우리들의 송곳니를 보여줘라!”
“돌격부대! 따르라!”
카티야 몬테규가 몸집만 한 장창을 들고 내달리자, 회색 갈기의 늑대를 탄 장수들이 그녀의 뒤를 따랐다.
“감히 개 따위가.”
그리미에의 군사들과 몬테규의 정예병이 거칠게 맞붙었다.
그리미에 군의 참모가 서둘러 그리미에에
게 다가갔다.
“황군의 지원이 있을 것입니다. 따라잡히기 전에 퇴각령을 내려주십시오!”
“…….”
그리미에는 광장 안쪽을 돌아보았다.
‘제기랄, 무장의 비늘이 코앞에 있건만.’
몬테규 백작군 같은 강력한 군으로 보초를 선 것을 보면 확신할 수 있었다.
이 안에 무장의 비늘이 있는 것이다.
‘함정이라면 데이몬드가 직접 왔을 터.’
“황군은 지난 전투로 약화되었다. 무장의 비늘의 파괴가 우선이다.”
“하지만, 주군!”
“결계를 공격해라! 안으로 들어설 것이다!”
쾅! 콰과과과곽!
마도병이 결계를 향해 공격을 시작하자, 궁수들 또한 불화살을 쏟아부었다.
고대의 기술력이 그대로 담긴 엄청난 공격에 결계는 금세 무너졌다.
결계가 무너지기 무섭게 강화석을 이용해 최대로 강화한 <이동>의 가호가 발동되었다.
카티야가 외쳤다.
“놓치지 마라! 광장 내로 향했을 터! 무장의 비늘을 수호한다!”
“나는 누가 지켜주고?! 언니! 언니!”
몬테규 백작의 부대가 재빨리 그리미에군을 쫓았다.
그리미에는 곧장 가장 강력한 결계가 느껴지는 장소로 향했다.
세인트 광장의 상징인 천사상의 분수대였다.
달빛이 쏟아지는 분수대의 안에서 무언가 반짝였다.
흑룡의 비늘인 듯도 하고, 스타 다이옵사이드인 듯도 한 저것.
“저것이 무장의 비늘이다.”
그리미에의 손끝에서 소름 끼치도록 부정한 기운이 일렁였다.
그 순간.
달칵.
달칵, 달칵, 달칵.
“……!”
“……!!”
분수대를 향해 조명이 쏟아졌다.
화들짝 놀란 그리미에의 군사들은 팔이며 손으로 빛을 막은 채로 조명이 있는 방향을 바라보았다.
“제기랄…….”
“이런…….”
어둠 속에서 자신들을 둘러싼 자들의 모습이 드러났다.
“쥐새끼가 스스로 쥐덫에 들어왔군.”
세바스티아 비페리와 비페리 공작이 이끄는 비페리 공작군.
“무장의 비늘을 급히 파괴하려던 것을 보면 곧 인공 마수들을 쓸 계획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제르모 공작이 이끄는 제르모 군.
“이번 기회로 오명을 씻고, 제국의 중앙으로 복귀할 예정입니다. 선처를.”
선대 샤토브리앙 공작을 대신해 공작위에 오른, 6 공작 중 가장 젊은 제레스 샤토브리앙과 그 군.
“살바토레와 오셀리아는 오지 않은 모양이로군. 아쉽구나.”
알렉시스의 외조부인 이시론 공작과 이시론 군.
“내 딸을…… 우리 공주를 감히—!”
트랑 공작과 트랑 공작군.
그리고…….
“악연은 여기서 끝내지.”
“데이몬드 아스트라—!”
그리미에가 고함을 내질렀다.
데이몬드가 착용한 무구는 가주의 것이었다.
아스트라 공작의 무구!
데이몬드가 천천히 그리미에에게 다가왔다.
“고작 이것이었나. 네가 인간 같지 않은 짓을 벌였던 이유가.”
“아버님께서 기어이 네게 공작위를 물려주신 것이냐.”
“아직은. 이 전투가 끝나면 예정이 되어 있긴 하지.”
“하면 결코 네가 승리하는 꼴을 보일 순 없지.”
“가엾구나.”
그리미에는 히죽, 입꼬리를 끌어당겼다.
“내가? 아스트라 공작가의 적통 후계자인 내가!”
“스스로 가문을 떠났으니, 더는 가문의 이름을 입에 담을 수 없다.”
“진정 가여운 것이 무엇인지 알려줄까.”
“……뭐?”
그리미에가 쿡쿡 웃었다.
그리곤 비척비척 걷던 자를 끌어당겼다.
후드를 깊게 뒤집어쓴 기사가 “그, 그, 그극, 그…….” 기이한 신음을 흘렸다.
“봐라. 네 주제에 힘을 갖고 태어난 것이 어떤 비극을 만들었는지 말이야!”
그리미에가 후드를 끌어내리며 소리쳤다.
데이몬드는 땅에 뿌리박힌 듯 굳어졌다.
눈앞에 있는, 피부가 엉망으로 기워져 있는 저자를 알아볼 수 있었으니까.
과거의 눈부신 모습과는 전혀 달랐지만, 어떻게 알아보지 못하겠는가.
서로의 반쪽으로 태어나, 자신을 죽이려 했던 형제를……!
“리시안…….”
그리미에가 말했다.
“너 때문에 가엾은 리시안이 어찌 되었는지 봐라, 데이몬드.”
“너, 이……!”
“선량한 아이였지. 너와 제 자식들을 위해 시체마저 내어줬으니.”
“그리미에—!!”
“어때. 공격할 수 있겠어?”
그 순간이었다.
“할 수 있어.”
“못할 이유가 없지. 저건 우리 친부의 가죽을 뒤집어 쓴 네 인형일 뿐이니.”
데이몬드의 뒤에서 발자크와 요슈아가 걸어 나왔다.
야수처럼 거칠게 일렁이는 기세와 함께.
“있잖아. 그리미에는 아빠를 견제할 수단을 가지고 있을 수도 있어.”
“견제할 수단? 그게 뭔데.”
“모르겠어. 하지만 그런 추측이 들어. 그렇지 않고서야 전쟁에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인 아빠를 지금까지 그냥 둘 리 없으니까.”
“대체 뭐길래…….”
“그러니까 아빠가 무너질 것 같을 땐, 오빠들이 부축해줘야 해.”
“너희가 어떻게……! 데이몬드가 너희를 전장에 투입시켰단 말이냐!”
“미안하지만 이쪽엔 세상에서 가장 수를 잘 읽는 참모장이 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