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346)
이 3세는 악역입니다-345화(346/390)
345화.
데이몬드를 바라보는 그리미에는 입꼬리를 삐뚜름한 형태로 치켜올렸다.
“아들에게 아비를 살해하게 할 셈인가? 자식만은 끔찍하게 여기는 것이 네 유일한 인간성이 아니었더냐, 데이몬드.”
“…….”
“리시안이 죽은 이유를 알려주랴.”
“……죽은 이유?”
“이 가엾은 아이는 말이다.”
그리미에가 리시안의 피부를 기워넣은 흉측한 기사의 어깨를 두드렸다.
“형과 자식 사이에서 갈등하다 결국 제 목숨을 바친다는 미련한 결론을 냈지.”
데이몬드의 얼굴이 굳어졌다.
“너, 리시안에게 무슨 짓을 한 거야.”
“모두 네 덕이다. 하필 너 따위가 그만한 힘을 타고나서.”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것이냐. 알아듣게 설명해!”
“리시안이 어려서부터 너를 얼마나 싫어했는지 모르지.”
“뭐라고?”
아주 어렸을 적엔 데이몬드보다 리시안이 뛰어났다.
그것도 월등히.
마도 분야에 특출나게 트인 두뇌. 두뇌를 뒷받침하는 <연성>의 가호.
<연성>의 가호는 물을 포도주로, 돌덩이를 금으로 바꾸는 등의 그야말로 금맥과 같은 가호였다.
데이몬드와 리시안의 모친은 스스로를 가장 사랑하는 사람이었다.
“어째서 이것밖에 하지 못하는 거야! 그래서 어미를 이 지긋지긋할 삶에서 구원할 수 있겠느냔 말이야!”
모친의 입버릇은,
“목숨 걸고 낳아주었으니, 너희는 내 삶을 바꿔줄 의무가 있어.”
—였다.
아주 어릴 적의 데이몬드는 두각을 나타내지 못하는 아이였다.
그의 <분해>는 2단계에 입성하기 전까진 돌멩이나 겨우 조각내는 쓸모없는 가호였던 것이다.
형제들 사이에서 서열을 매기면 겨우 최하위를 면하는 정도.
모친의 애정은 리시안에게 쏠렸다.
“아아, 리시안. 내 보물.”
“취하셨어요, 어머니. 이제 술은 그만 드세요.”
“그래, 사랑스러운 내 아들이 바란다면 그만해야지. 리시안, 귀여운 리시안. 너는 다음대의 공작이 되어야 해.”
“어머니의 바람은 알고 있습니다.”
“그래, 공작이 되어서 내 삶을 바꿔줘. 내 친정이 한미하다고 무시하는 네 형제의 모친들을 모조리 진창에 박아다오.”
“들어가세요.”
“그래, 그래. 이리 오렴, 리시안. 얼굴을 보여다오.”
모친은 술에 취하면 으레 데이몬드에게 손을 올렸으나, 리시안에겐 달랐다.
보석처럼 아끼고 사랑했다.
“들어와. 어머니는 잠드셨어, 형.”
“…….”
“왜 그러고 있어?”
“동생인 네가 늘 어머니의 주정을 수습하니까.”
“뭘 그런 것 가지고.”
성격이 좋은 놈이었다.
저와 달리 달콤하고도 천사 같은 외모에 눈부신 재능까지 가졌으면서, 결코 형을 무시하는 법이 없었다.
리시안은 데이몬드의 자부심이자, 세상에서 유일하게 믿을 수 있는 녀석이었다.
그리미에가 킬킬 웃었다.
“네가 그 망할 가호를 2단계로 개발하기 전까진 진심으로 서로를 사랑하는 형제였겠지.”
“무슨 소리를 지껄이는 거야.”
“모든 게 네가 힘을 얻은 후로부터 시작되었다.”
어느 순간 하찮던 데이몬드의 가호가 무시무시한 위력을 자랑했다.
“저, 저 큰 바위를 순식간에……!”
“맙소사. <분해>가 이만한 가호였던 것입니까.”
“아무래도 이상합니다. <분해>의 소지자 중에선 데이몬드 도련님과 같은 수준이란 기록이 없지 않습니까.”
기이하게 여긴 아스트라 공작이 데이몬드의 수호성 동조율을 확인했다.
‘68퍼센트.’
3단계 가호 소지자의 동화율이 10퍼센트대라는 것을 생각하면, 엄청난 수치였다.
그 이후로 데이몬드는 모두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리시안보다도.
“이리 와라, 데이몬드. 아아, 상처가 났구나. 전투 훈련이 고되었던 모양이지.”
모친의 태도 또한 전과는 전혀 달랐다.
아스트라는 무엇보다도 공격계 가호를 귀히 여긴다.
<분해>는 공격계 최강.
데이몬드의 위치는 수직으로 상승했다.
형제들이 성장할수록 자리가 밀려가는 리시안과는 전혀 다른 양상이었다.
심지어는 자식들에게 공평히 무정했던 공작마저도 관심을 보였다.
“함께 식사하자는 공작님의 전언이 있었습니다.”
“금수만도 못한 늙은이와 마주 보고 식사하는 취미는 없다고 전해라.”
“데, 데이몬드 도련님.”
“정 먹고 싶거든 몸소 오든가.”
부모의 관심을 한 몸에 받는 데이몬드.
영광스럽던 과거의 자신보다도 뛰어난 데이몬드.
그리미에는 어린 리시안의 마음속에 자라난 질시의 새싹을 알아보았다.
그러던 중, 술에 취한 모친이 불의의 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그리미에는 모친의 장례식에서 넋을 놓고 있던 리시안에게 접근했다.
“나만은 네 편이야, 리시안.”
“형님…….”
“진짜 형이 되어주마.”
그렇게 아스트라 최강의 마도력이 제 손에 들어왔다.
리시안은 충직한 손발이었다.
“인공 마수요?”
“그래. 제작법은 내게 있다. 네 힘이라면 만들 수도 있을 텐데?”
“관심 있습니다. 제작법을 보죠.”
—라거나,
“데이몬드가 시합에 나오지 않으면 리시안, 너나 나나 좋지 않을까 싶은데.”
“그 녀석의 물잔에 약을 타뒀습니다. 모레까지는 마비되어 있을 테죠.”
한이라도 푸는 양, 그는 충실히 그리미에의 명을 따라서 쌍둥이 형의 앞길을 막아섰다.
그리미에는 웃음을 터뜨렸다.
“데이몬드, 너도 어렴풋이 눈치채고 있지 않았더냐.”
“닥쳐.”
“적군이 너희 부대의 이동 경로를 어째서 알고 있을까.”
“입 닥치라고 했어.”
“일리스터 전투에서 널 습격한 몬스터는 어디서 왔을까!”
키에에에에에엑—!
리시안의 피부가 이식된 기사는 쩍, 입을 벌렸다.
징그러운 원뿔형의 이빨이 드러났다.
발자크가 “제길!” 소리치며 달려왔다.
그는 순식간에 <강화>의 가호를 통해 온몸의 근육을 경화시켰다.
근육의 경도는 강철.
웬만한 방패보다 단단한 근육이 괴물 기사에 의해 물어뜯겼다.
“크윽……!”
데이몬드가 리시안의 피부가 이식된 괴물 기사를 내던졌다.
쿵!
분수대에 부딪힌 괴물 기사가 꿈틀거렸다.
그리미에는 웃음을 터뜨렸다.
“봐라, 데이몬드. 너는 어설프게 인간답기를 택하여 이도 저도 못 하게 되지 않았느냐.”
“혀를 뽑아버리기 전에 입 다물어.”
“더 알려줄까? 널 질시하던 리시안이 변한 이유를?”
“다물라고 했어!”
“리시안 또한 어설프게 인간성이 있었거든! 제 자식들을 보고 나니 두려워진 것이다! 저처럼 살까 봐!”
“그리미에—!!”
데이몬드가 그리미에를 향해 달려들었다.
그리미에의 멱살을 쥔 데이몬드는 잔뜩 굳은 얼굴로 말했다.
“최대한 성히 죽고 싶지 않으냐. 계속 지껄이다간—”
“발자크와 요슈아가 너와 리시안과 같은 관계가 될까 봐 두려웠던 것이다.”
퍽—!
데이몬드의 주먹에 의해 그리미에의 고개가 돌아갔다.
그리미에는 히죽 웃으며 발자크와 요슈아를 보았다.
“늘 궁금했지. 데이몬드, 너는 무슨 생각으로 저들을 입양했을까. 또 너희는 무슨 염치로 데이몬드의 자식이 되었느냐.”
“뭐?”
“무슨 뜻이야.”
“듣지 마라!”
데이몬드가 고함을 내질렀다.
발자크와 요슈아의 표정은 점점 굳어졌다.
기분 나쁜 예감이 스멀스멀 발목을 타고 올라왔다.
발자크가 희게 질린 얼굴로 소리쳤다.
“무슨 소리냐고 묻잖아—!”
“알잖아. 너희들 친부는 아스트라 제일의 마도력이었다고.”
“듣지 마! 물러나라! 발자크, 요슈아!”
“내가 준 고대의 정보로 에릴로트 아스트라의 금제를 완성한 자가 너희 친부인 것이다!!”
발자크와 요슈아의 얼굴이 창백해졌다.
어렴풋이 짐작하고 있었다.
그리미에의 수하였던 헤르난의 손에 있던 친부의 마법서.
‘그게 왜 그들의 손에 있었나.’
꼼꼼한 친부라면 요슈아에게 마법서의 절반을 물려줬듯, 그 또한 숨겨놓을 수 있었을 텐데.
애초에 한 패였던 것이다.
“나, 첫 번째 삶에선 반편이였거든. 그래서 아무도 상대해주지 않았어.”
“반편이?”
“으응, 가호가 없어서. 매일 차라리 죽게 해달라고 빌었어. 이번 삶에도 하루하루가 무서웠고. 그러니까 지금은 천국이라고.”
“…….”
“바보들, 그러니까 날 걱정하지 말라고 말하는 거야.”
그 얘기를 하며 웃던 에릴로트를 기억한다.
아무렇지 않은 척하지만, 동공이 떨리던 그 애를…….
굳어져 있는 그들에게 그리미에는 고함을 내질렀다.
“너희를 낳은 후 데이몬드와 맞서지 않으려 했던 리시안이 왜 금제를 완성했는지 알려줄까.”
뻐억—!
데이몬드가 또 한 번 주먹을 내질렀다.
그리미에는 입술이 터지고도 잘만 지껄였다.
“너희였어. 내가 너희 이름을 입에 담자 겁에 질린 거지!”
“……!”
“……!!”
“제 자식 목숨이 귀해서, 형제의 자식에게 그런 짓을 한 것이다.”
“입 닥치라고 했잖아!”
잔뜩 얻어맞으면서도 그리미에의 말은 멈추는 법이 없었다.
“데이몬드를 죽이려고 한 게 사실이 아니라 믿었나? 아니, 그건 사실이야. 내가 너희를 데리고 있었거든!”
“아…….”
“리시안은 말했지. ‘내 자식을 위해서 형이 죽어줘’라고 말이야!”
“아으…….”
“데이몬드는 너희를 어떤 마음으로 입양했을까.”
발자크가 비틀, 뒷걸음질 쳤다.
요슈아 또한 새파란 얼굴로 그리미에를 바라보았다.
“자, 말해줘라, 데이몬드. 결국 너는 독주를 마셔주었노라고.”
“개자식이……!”
“그렇게 사경을 헤매는 동안, 리시안은 제 손으로 목을 맸다고도 말이야!!”
파스스스슷.
그리미에의 손끝에서 희뿌연 먼지가 잃었다.
가호 시전의 신호였다.
‘더 흥분시켜야 한다.’
데이몬드와 발자크, 요슈아 쌍둥이의 가호가 전투에서 가장 골치 아픈 요소다.
흥분하여 가호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하는 순간이 찬스였다.
‘그때를 노려 저주를 발동시키면 저들 중 하나는 내 꼭두각시가 된다.’
데이몬드와 그 자식들을 결코 쉽게 움직이지 못하게 할 ‘살아있는 방패’.
“말해주라니까, 데이몬드. 네 아들들도 진상을 알아야지. 사실은 매순간 찢어 죽이고 싶었다고 말해. 배신자의 자식들이 언제 네 딸을 노릴지 모르니 항상 경계해 왔노라고—”
“듣지 마라. 휘둘리지 마.”
데이몬드의 말에도 발자크와 요슈아의 굳은 얼굴은 풀어질 줄을 몰랐다.
그리미에는 타이밍을 쟀다.
‘이제 슬슬—’
“아빠를 부축하라고 보냈더니, 왜 본인들이 무너져 있어.”
멀리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미에 군은 물론이고, 모든 제국군이 한 곳을 바라보았다.
바람이 불었다.
분수대를 에워싼 계단 위에서 활을 겨누고 있는 자의 머리칼이 휘날렸다.
달빛이 닿은 곳마다 눈부신 빛을 발하는 달콤한 블론드.
데이몬드의 것을 그대로 물려받은, 한여름의 탐스러운 과실과도 같은 붉은 눈동자.
탕!
시위를 놓기 무섭게 화살이 쉬익! 공기를 가르고 날아갔다.
그리미에의 망토에 정확히 화살이 꽂혔다.
“에릴로트 아스트라……!”
누군가 소리쳤다.
상황을 살피고 있던 제르모 공작이 픽 실소를 흘렸다.
“하여간에 타이밍 한 번 기가 막히시군.”
이번에 표정이 굳어진 건 그리미에였다.
“이…….”
“왜 이를 악무세요, 백부? 더 지껄이셔야죠.”
“너—”
에릴로트는 여유만만한 표정으로 분수대를 향해 다가갔다.
사람들을 지나 그리미에에게 바짝 다가간 그녀는 이윽고…….
콱!
그리미에의 가슴을 거세게 밟았다.
“으윽…….”
“옛날부터 한 번쯤 해보고 싶었어요. 물론 가장 밟고 싶은 부위는—”
에릴로트가 후후 웃었다.
“—헛소리를 지껄이는 주둥이고.”
그 전만 해도 분노로 굳어졌던 데이몬드는 쿡, 웃고 말았다.
에릴로트가 그리미에의 가슴을 잘근잘근 짓뭉개며, 달콤한 목소리로 말했다.
“뭐하고 있어. 발자크, 요슈아.”
“어?”
에릴로트는 힐끗 쌍둥이를 쳐다봤다.
“너희, 누구의 오라버니야.”
“뭐?”
“그건…….”
“말해. 너희 누구의 오라버니냐고!”
발자크와 요슈아가 멍하니 그녀를 쳐다봤다.
“에릴로트, 네 오라비지…….”
“그래, 너의…….”
“더 크게 말하지 못해!”
“에, 에릴로트!”
“에릴로트!”
흠칫한 쌍둥이가 외쳤다.
에릴로트는 울컥 인상을 쓰며 고함을 내질렀다.
“데이몬드 관할령의 제1가훈이 뭐지!”
발자크와 요슈아가 서로를 쳐다보았다. 잠시 시선을 교환한 그들은 이내 씩 웃었다.
“막내의 말이 법이다!”
“막내의 말이 법이다!”
에릴로트는 또 한 번 소리쳤다.
“그리미에는 개새끼다!”
“개새끼다!”
“개새끼다!”
에릴로트가 선창하자, 쌍둥이가 제창했다.
“헛소리에 휘둘리지 않는다!”
“휘둘리지 않는다!”
“휘둘리지 않는다!”
“헛소리로 가족의 평화를 위협하는 개자식에겐 죽음뿐!”
“죽음뿐!”
“죽음뿐!”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난 데이몬드가 오만한 표정으로 그리미에를 바라보았다.
“죽음뿐.”
에릴로트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그리미에를 향해 눈을 사르르 휘었다.
“백부, 뭐하세요?”
“……뭐?”
“이 악물어. 개자식아.”
뻐어어억—!
철창이 덧대진 군화로 그리미에의 얼굴을 제대로 걷어찼다.
“자, 6공작군 여러분. 남의 집안의 막장 스토리를 잘 감상하셨으면 이제 좀 나서주시겠어요?”
왜 게으름을 피우고 있어?
그런 눈으로 쳐다보니 다른 공작들이 어깨를 으쓱했다.
“하도 막장이다 보니 몰입감이 엄청나서 말이다.”
비페리 공작이 말하자, 세바스티아가 “할아버님, 눈치가 없으세요.”하며 주의를 주었다.
제르모 공작은 쿡쿡 웃었다.
에릴로트가 외쳤다.
“전군, 준비!”
쿵, 쿵, 쿵, 쿵!
정예 기사들이 분수대를 2열로 에워쌌다.
‘준비? 무엇을?’
그리미에 군의 참모가 흠칫, 주변을 둘러보았다.
“뭐긴 뭐야. 이에는 이, 눈에는 눈이지.”
“뭐?”
에릴로트가 무언가를 착! 치켜들었다.
봉지에 싸인…… ‘초코바’였다.
‘과자?’
에릴로트는 소리쳤다.
“선착순! 그리미에 군의 수호성 중 이게 먹고 싶은 자는 냅다 뛰어온다!”
미안하지만, 가호를 빼앗는 일이라면 이쪽이 더 조건이 좋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