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347)
이 3세는 악역입니다-346화(347/390)
346화.
* * *
사람들은 어리둥절한 표정이다.
그렇지만 수호성들은 달랐다.
[뭐?] [어떻게……!] [어, 어?!] [내, 냄새가 느껴져?!]냄새만 느껴지는 것이 아니었다.
바람의 촉감.
심지어는 주변 수호성들이 보이기까지!
‘일로테의 능력이 사기이긴 해.’
크로노트회가 말하는 ‘메시아’의 이능이자, 일로테가 제사장과 사자들로부터 물려받은 엄청난 힘.
고대의 백성들을 보살피기 위해 얻은 ‘소통’의 능력이었다.
수호성은 고대의 백성이므로, 나는 그들이 수호 중인 인간을 제외하면 유일무이한 감각의 통로였던 것이다.
[맙소사, ‘사람’이 보여. 고대의 사람들이……!]몇몇 수호성은 입을 틀어막고 감격에 젖었고.
[바람…… 아아아, 바람이야.]황홀한 표정으로 몰아치는 바람을 느끼는 자들도 있었다.
[대체 어떻게?] [저 애다. 저 애가 말을 걸자 느껴졌어.] [그렇다면…….] [그래, 그렇다면……!]수호성들의 눈이 희번덕 빛났다.
그들이 쳐다보는 것은 내 손에 들린 초코바였다.
나는 슬금슬금 우리 군 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자, 알겠지?’
이쪽으로 달려오면 초코바를 먹을 수 있어.
육체를 상실하여 먹지 않아도 되지만, 그렇다고 욕망까지 잃은 건 아니잖아?
‘시작.’
나는 잽싸게 아군이 있는 방향으로 달렸다.
그리고 수호성들도 우르르 나를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무슨…….”
“어?”
“잠깐……!”
그리미에 휘하의 병사들이 크게 당황했다.
그럴 만도 하지.
‘가호가 안 나오니까!’
며칠 동안 확인을 거쳤다.
수호성과 50미터 이상 떨어져 있게 되면 인간에겐 두 가지 반응이 생긴다.
1. 혼절
가호 3단계 이상 10프로대의 동화율을 가진 경우.
가호 1, 2단계의 5프로대 동화율을 가진 경우.
‘혼절한 병사는 둘뿐이고, 대부분 가호가 약화됐구만.’
대부분이 1, 2단계의 가호를 가진 모양이었다.
[내가 제일 먼저 왔어. 내 거라고!] [네 이놈, 내 가문에서 일하던 자가 아니냐! 감히 어딜!] [어차피 죽은 마당에 귀족, 평민이 어디 있어!] [초, 초코바……!!]수호성들이 난리였다.
“알았어, 알았어. 얌전히 있으면 줄게.”
우리 군이 그리미에 병사들을 다 쓸어 버리고 나면.
그리미에군은 가히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그리미에의 참모는 희멀게진 얼굴로 소리쳤다.
“원군은 아직이냐! 이곳엔 무장의 비늘이 없어! 어서 인공 마수를……!”
참모가 마도병에게 외치는 동안, 나는 초코바를 열심히 벗겼다.
[나야. 나를 줘!] [제발 그 초코바를 나에게……!]“알겠어, 알겠다니까. 기다려.”
가장 앞에 있던 수호성에게 초코바를 물려 주며 전투를 지켜봤다.
‘원군을 데려오려고? 아일라와 비슷한 능력이 있나 보지? 그래도 힘들걸.’
[느, 느껴져! 맛이 느껴진다고!] [아아아…… 세상에 이런 맛이……!]수호성들이 초코바에 눈이 돌아간 동안 나는 전투를 주목했다.
역시나 마도병에게도 아일라와 비슷한 이동의 가호를 주었다.
대체 저런 건 어떻게 구해 오는 거야?
가호를 구해 오는 능력만큼은 인정해야 한다니까.
그러나 예상대로 가호는 현저히 약화되어 있었다.
강화 계열의 보조가 있었는데도 고작 열 마리도 옮겨 오지 못했다.
‘저놈이다.’
“아빠, 저놈이 이동의 가호를 가지고 있어요! 새파래진 놈! 저거, 헐떡이는 거!”
내가 소리치기 무섭게 아빠가 가슴을 쥔 기사를 날카로운 눈빛으로 쳐다봤다.
기사가 흠칫했다.
“보호해!”
그리미에의 참모가 소리쳤다.
그리미에 군의 몇이 재빨리 아빠의 앞을 가로막았으나, 무리였다.
파스슷.
무기가 순식간에 가루가 되었으니까.
초월 영역에 발을 들인 데이몬드 아스트라를 누가 막을 수 있겠는가.
인공 마수는 몬스터 제압에 특화된 가호를 가진 세바스티아 언니의 몫이었다.
“그래, 포박만 해. 제대로 정화해 줄 테니.”
“그아아아아악—!”
비페리군이 내던진 사슬에 묶인 몬스터가 비명을 내질렀다.
“한 놈도 놓치지 말아야 할 것이다!”
오기로 똘똘 뭉친 새로운 샤토브리앙 공작이 고함을 내질렀다.
샤토브리앙군이 똘똘 뭉쳐 퇴각로를 막았다.
6공작가의 군사들만 해도 막아 내기 어려운 판국에, 외세의 방벽이라 불리는 몬테규 백작가가 합류.
그리미에의 군사들은 절벽에 몰린 꼴이었다.
[이런, 내 아이가!] [빌어먹을, 초코바나 먹을 때가 아닌데……!]그리미에군의 수호성들이 정신을 차리기 시작했다.
초코바를 먹고 나니 이제 수호하는 인간의 처지가 눈에 들어온 것이다.
인간이 죽으면 수호성은 얼마일지 모르는 긴 시간 동안 자신의 보호를 받을 아이를 기다려야 한다.
수호성들이 다시 수호하는 인간에게 달려가려던 찰나였다.
“음료도 있다!”
내가 버럭 소리치자, 계단 뒤에 있던 사람들이 우르르 등장했다.
잔느를 대장으로 한 나의 친위대였다.
그들은 상자를 번쩍 들고 있었다.
잔느의 양손엔 얼음이 절그럭거리는 맥주와 주스가 각각 들려 있었다.
[……!] [수, 술?!]제가 지키는 인간에게 달려가려던 수호성들이 멈칫했다.
난 가장 먼저 제가 지키는 인간에게 달려가려고 했던 수호성에게 물었다.
“당신, 가호가 뭐야!”
“저요?”
우리 군사가 어리둥절한 얼굴로 자신을 가리켜서 난 다시 제대로 말해 줬다.
“너 말고. 너! 그래, 거기 수호성!”
[내 가호는…….]“맥주 싫어? 홍차도 있다!”
[<천리안>이다!]“오케이, 통과! 비타에게 가. 비타가 이제 네가 지켜야 할 인간이다!”
[비타가 누군데!]“비타, 손 들어!”
아빠의 부대에서 가장 홀쭉한 사내가 번쩍 손을 들었다.
비타는 원거리 공격형의 가호를 가진 자. <천리안>의 가호는 도움이 될 것이다.
나는 수호성이 알려 준 그리미에군 병사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비타, 저놈이 쓰러지면 <천리안>은 네 거야! 다음! 거기 수호성! 너는 가호가 뭐야!”
[<최속의 다리>요! 발이 매우 빨라지지!]“가르손에게 가! 다음!”
가르손이 번쩍 손을 들자 수호성이 후다닥 그에게 향했다.
[난 <규율>! 지정한 영역 내에 규율을 만들 수 있지! 신성계 가호요!]“신성력 소지자 누구야!”
“접니다!”
“저 외눈의 붉은 머리를 쓰러뜨리면 <규율>은 네 거야. 다음!”
[<최고의 육수>!]“그게 뭔데!”
[육수를 기가 막히게 끓이오!]“넌 꺼져! 다음!”
[아니, 난 왕궁 메인 셰프였다고!] [저요, 저! 저는 <말의 교감자>입니다. 말과 대화할 수 있어요!]“좋아, 넌 테자리오에게 가라!”
[감사합니다!] [육수가 뭐가 나빠! 모든 요리의 기본은 육수야!] [제 가호는……!] [저는……!]적군은 물론이고 아군마저 당황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봤다.
이상해 보이기도 할 것이다.
귀신이 들린 듯 혼자서 마구 지껄이는 중이니까.
“대체 무슨…….”
“잠깐, 저 아스트라 백작의 병사가 <규율>을 사용하는 게 아닌가?”
“<규율>이라고? 사라진 가호를 어찌…….”
분수대 근처가 소란스러워졌다.
비페리 공작이 흠칫, 소리쳤다.
“가호를 빼앗아 주는 것이로구나! 에릴로트 아스트라가 그리미에의 병사들에게서 가호를 뺏고 있어! 수호성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과연 비페리 공작이었다.
눈치 하나로 지금의 권력을 이룩했다는 비페리 가문의 가주.
눈치를 봐야 할 순간엔 기가 막히게 상황을 파악한다.
“뭐라고?”
“말도 안 돼…….”
그러던 중 잔느가 군사 물품(맥주와 각종 음료)을 들고 다가왔다.
주변을 둘러본 잔느가 내게 속삭였다.
“크로노트회의 메시아라는 것이 알려질 거예요.”
“그러라고 해.”
“네?”
“숨기고 있으면 약점이지만, 드러내면 강점이야. 전쟁에서 나만큼 도움이 되는 사람이 있겠어?”
잔느는 키득키득 웃었다.
“없지요.”
전쟁까지 터진 마당에 뭐가 두렵겠는가.
전쟁 중엔 나만큼 필요한 사람이 없다.
전쟁에 합류하겠다는 핑계로 황가에 추후 나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확언을 받을 것이다.
봐라, 벌써 나를 보는 공작들의 시선이 달라지지 않았겠는가.
비페리 공작이 말했다.
“조셉의 나이가 몇이나 되었더라.”
“올해로 스물하나입니다.”
“에릴로트 아스트라와 짝이 되기에 딱 좋군.”
“저희도 에릴로트의 사돈 전쟁에 참전할까요, 후후.”
그래, 내가 메시아란 건 숨기지 않으면 절대적인 힘이지.
‘어차피 궁지에 몰리면 그리미에든, 달리아든 내가 메시아인 것을 발고하려고 할 거야.’
내가 먼저 밝히고 후일을 도모하는 편이 이롭다.
전투의 흐름은 내가 그려 놓은 대로 흘러갔다.
팔로스토군이 쓰러지고 그리미에는 궁지에 몰렸다.
원군은 없다.
‘살바토레에게 원군을 보내지 않겠다는 얘기를 확실히 듣고 왔거든.’
공작들이 그리미에에게 다가갔다.
“순순히 반역의 대가를 치러야 할 것이다.”
이시론 공작의 말에 그리미에의 입매가 우그러졌다.
[맥주. 맥주를 줘.] [난 오렌지 주스가 좋은데…….]“조용히 좀 해 봐. 클라이맥스라고.”
그리미에는 완전히 몰려 있었다. 앞엔 공작들과 아빠, 뒤엔 분수대. 도망칠 구석도 없다.
그리미에가 아빠를 쳐다봤다.
“네가 모든 일의 시작이었다.”
“아니, 모든 건 네 탐욕으로 시작된 일이지.”
“네가 나타나지 않았더라면…… 너에게 저런 딸이 없었더라면…….”
그리미에의 눈이 검게 일렁였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끝까지…… 끝까지 날 방해하는군.”
분위기가 이상했다.
나는 잔을 잔느에게 건네고 그리미에 쪽으로 다가갔다.
“아빠, 서둘러 포박을—”
그때였다.
구우웅…….
땅이 잘게 떨리기 시작했다.
난 흠칫, 주변을 둘러봤다.
‘뭔가 있어.’
가슴이 묘하게 술렁였다.
‘이상해.’
언젠가 느꼈던 것 같은 기묘한 위기감.
공작들도 나와 같은 느낌을 받았는지 재빨리 소리쳤다.
“서둘러 제압해라!”
“결계를—!”
새로운 샤토브리앙 공작은 말을 맺지 못하고, 하늘을 바라보았다.
상공에 구름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드래곤…….”
“아스트라 영애의 용인가?!”
아니야.
저건 라곤이 아니다.
“요르문간드!”
나는 새파랗게 질려서 소리쳤다.
내가 아니라면 그리미에가 불러온 것이 틀림없었다.
대체 어떻게!
급히 그리미에를 쳐다봤다.
“무슨 짓을 한 거야! 네가 어떻게 요르문간드를……!”
“요르문간드가 아니야.”
거짓말.
나는 첫 번째 삶에서 보았어.
저건 분명 요르문간드였다.
그리미에는 히죽, 웃었다.
“루이나. 요르문간드의 사체와 게헨나의 역린으로 빚어낸 최강의 마수다!”
게헨나?
게헨나라고?
나와 아빠, 그리고 발자크와 요슈아는 서로를 쳐다보았다.
고대의 기억에서 들었던 이름, 게헨나.
그건 세계수의 씨앗을 매개로 어둠의 길이 열렸을 때 가장 처음으로 나타난 거대한 용이었다.
그러니까 브레스 한 방으로 이노락스의 일파를 세상에서 지워버렸던 그 엄청난 용 말이다.
‘모든 사자들과 제사장까지 달려들어서 겨우 브레스 하나를 막아냈어!’
막아내기 위해 사자가 몇이나 죽었다.
일로테 또한 게헨나를 없애기 위해 목숨을 잃지 않았던가.
“아, 아으으…….”
“흐…….”
“아, 아아, 아……!”
아군이 사색이 된 얼굴로 숨을 겨우 내뱉었다.
나마저 본능적인 공포에 발이 굳어졌으니, 저런 반응이 이상한 게 아니다.
“퇴각…… 퇴각해야 해요…… 할아버지…….”
세바스티아가 루이나에게 시선을 고정한 채로 중얼거렸다.
비페리 공작이 마른침을 삼켰다.
제르모 공작은 분노에 찬 얼굴로 그리미에를 노려보았다.
샤토브리앙 공작이나, 이시론 공작, 트랑 공작은 급히 목소리를 높였다.
“샤토브리앙 군, 퇴각해라!”
“일대에 대피령을! 황자님께 소식을 알려!”
“내 딸과 아내에게 어서 소식을 전해!”
아군이 비명을 내지르며 흩어졌다.
“으아아아—!”
“아아악!”
“사, 살려줘! 살려줘!”
발자크와 요슈아가 내게 달려왔다.
“가자. 저건 못 막아! 고대의 기억에서 봤잖아!”
“어서 에릴로트.”
전생에서 게헨나와 맞서 죽었기에 나 또한 두려움으로 사지가 떨렸다.
그런데 아빠는…….
“아버지, 뭐하고 계세요!”
발자크가 악을 내질렀으나, 아빠는 검을 그러쥔 채로 루이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누군가는 처리해야 해.”
“무슨…… 아버지!”
요슈아마저 희게 질려서 소리쳤다.
“너희는 에릴로트를 지켜라. 너희의 몸을 지켜.”
“왜, 왜 그런 말씀을 하세요. 같이 돌아가셔야죠.”
발자크가 억지로 웃으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버지는 그리미에에게 돌진했다.
마수는 인간과 동조한다.
루이나와 같이 엄청난 마수라면 우두머리인 그리미에와 동조했을 가능성이 높았다.
키아아아아아악—!
날카롭게 울부짖은 루이나가 그대로 아빠를 향해 돌진했다.
그리미에의 적을 처단하기 위해서.
“라곤—!!”
쉬익!
상공을 가르고 또 하나의 용이 등장했다.
그대로 루이나에게 돌진한 라곤이 쿵! 밀어붙였다.
두 용이 서로 상대에게 맞섰다.
“루이나!”
“라곤, 물러서지마!”
저 비열한 그리미에.
달리아를 구하러 오지 않는다 싶더니만 저런 걸 준비해놓고 있던 거다.
언제 데리러 가든 구할 자신이 있었기에 그랬던 것이겠지.
그리미에가 나를 비웃었다.
“흐름의 힘으로 용이 된 강철까마귀 따위가 진짜 용을 이길 수 있을 성 싶으냐?”
“아니지. 인공마수와 진짜 용이야.”
“어리석구나, 에릴로트.”
“어리석은 건 너야. 자, 질문. ……여기 우리 가족이 하나 없는 이유가 뭘까요?”
“……뭐?”
하나가 없잖아.
리시먼드가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