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348)
이 3세는 악역입니다-347화(348/390)
347화.
“시작해—!”
우렁차게 소리치자, 이시론 공작가의 자랑인 마도 부대가 이동의 가호석을 사용했다.
주변이 번쩍이며 새로운 병사들이 등장했다.
가장 먼저 나타난 건 신성계 최강의 가호인 <모성애>를 가지고 있는 셀레네 언니.
그 뒤로 이세즈가 부대를 이끌고 나타났다.
이세즈를 필두로 미리 꾸려두었던 신성 부대.
신성계 가호를 지닌 자들로 구성된 부대였다.
셀레네 언니의 가호 <모성애>가 펼쳐진 후, 신성 부대가 빠르게 결계를 펼쳤다.
<모성애>로 강화된 신성 결계는 황궁 결계를 뛰어넘는 견고함을 자랑한다.
즉…….
“그, 그리미에의 용이 결계를 빠져나가지 못하잖아!”
그래.
용의 운신마저 제약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용까지 결계에 갇혔는데 사람이라면?
“제, 제기랄! 갇혔어!”
당연히 갇혀버린다.
그리미에의 군사들이 우왕좌왕했다. 참모는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그리고 분수대 주변을 감싼 원형의 계단 위에서 마지막 인물이 등장했다.
“리시먼드 아스트라다—!”
우리 남매의 첫 번째.
리시먼드가 엔조의 부대와 결계 주변을 에워쌌다.
그리미에 군의 참모가 흠칫했다.
“주군, 리시먼드 아스트라가 들고 있는 저것은……!”
“……!!”
그리미에의 표정이 굳어졌다.
당연하겠지. ‘저것’ 때문에 죽어라 카인로드 숙부를 쫓았지 않았던가.
카인로드 마딜로를 대표하는 최고의 발명품.
무장의 비늘이다, 이것들아—!
거리를 두고 떨어진 리시먼드와 엔조 등의 기사 다섯이 땅에 무장의 비늘을 박아넣었다.
그러자 비늘에서부터 기묘한 빛이 뿜어져 나와 오각형 경계를 이루었다.
무장의 비늘이 저주를 정화하는 영역, 펜타곤.
펜타곤 안의 모든 저주는 소멸한다.
“아아아아아악—!”
“끼아아악—!”
인공 마수들이 처절한 비명을 내질렀다.
‘인공 마수의 소멸은 예상 범위 내야. 그럼 루이나는?”
나를 비롯한 모든 아군이 하늘을 바라보았다.
끄그그긋, 크르르르륵……!
‘움직이지 못한다!’
나와 동시대의 북군 원화 출신인 벤야 몬테규가 새파래진 얼굴로 귀를 틀어막았다.
끔찍한 목울음에 본능적인 공포가 자극된 것이다.
‘오래 버티지 못할 거야.’
“요슈아!”
“그래.”
요슈아의 가호는 <압축>.
그간 가호를 상당히 발전시킨 그는 거대한 건물마저 압축시킬 수 있었다.
그리미에 군사들은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
막을 수 있는 자는 없다.
요슈아가 가호를 시전하자 상공의 루이나가 소름 끼치는 괴성을 내질렀다.
“으으윽…….”
“크흑—!”
나는 물론이고, 다른 사람들의 귀에서도 피가 뚝뚝 떨어졌다.
‘어지러워.’
반고리관까지 피해를 본 모양이었다.
아무리 신성계 최강들이 모여 결계를 펼치고, 무장의 비늘이 있어도 용을 오래 붙잡아둘 순 없다.
나는 빠르게 허리춤에서 단도를 꺼내 그리미에에게 파고들었다.
‘루이나와 동조된 건 필시 그리미에일 것이다.’
그리미에, 이 망할 놈만 제압하면 전투는 끝이야.
그러나 역시 만만치 않았다. 지난번 달리아 때처럼 단도의 끝부터 녹아내린 것이다.
“……!”
달리아뿐 아니라 제 몸에도 이런 짓을 해놨구나.
탁!
손까지 녹기 전 아빠가 빠르게 단도를 쳐냈다.
그리미에가 나를 향해 재빨리 손을 뻗었다. 그러나 한발 먼저 아빠가 내 뒷덜미를 잡고 끌어내 준 덕에 붙잡히지 않을 수 있었다.
이제 그리미에와 대적하는 건 아빠였다.
하지만 저 염산 공격 같은 경계를 어쩌지 못하는 한 아빠는 그리미에에게 닿을 수조차 없었다.
‘대체 어떤 시스템이지? 저주라면 무장의 비늘에 의해 쓰지 못할 텐데……!’
아빠가 밀려나고 있었다.
“구, 궁수대! 궁수대! 보조해라!”
트랑 공작이 소리쳤으나, 원거리 공격형의 군사들이 주저했다.
아빠와 그리미에의 거리가 너무 가까웠던 관계로 쉽사리 활을 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사슬 등의 무기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리미에의 몸에 닿자마자 녹아버렸으니까!
제압형 가호를 가진 자들이 나서면 분해시켜 버린다.
‘일단 저 염산 공격 같은 결계를 없애야 하는데 대체 뭐야!’
“저주는 아니고, 가호? 아냐, 가호라면 수호성이 눈에 보이지 않을 리 없…… 아악!”
순간 몸에 강력한 전류가 통했다. 고통스러워 몸부림치니 관절이 이리저리 꺾이는 듯했다.
그리미에 군의 참모였다.
그는 땅을 짚고 있었는데, 그의 손끝에서부터 자색의 선이 나와 연결되어 있었다.
“에릴로트!”
“나서면 저년은 죽을 것이다!”
내게 달려오려던 발자크가 멈칫했다.
참모가 히죽히죽 웃으며 말했다.
“부디 움직이지 마. ‘그날’의 대비책으로 되도록이면 살려두고 싶거든.”
내가 잡히자 아빠마저 굳어졌다.
참모는 희게 질린 얼굴로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소리쳤다.
“무장의 비늘을 해제해!”
“해제하기만, 윽, 해!”
나 또한 리시먼드를 노려보며 말했다.
리시먼드는 사색이 되었다.
참모가 내게 사용한 가호는 <반동의 선>.
포박한 자의 마력을 팽창시켜 공격하는 것이다.
마력이 강할수록 위험한 것인데, 하필 나는 상당 수준의 마력을 가졌다.
오래 버티지 못할 거라는 뜻이었다.
“도련님….”
새파래진 엔조가 리시먼드에게 물었다. 어찌하느냐는 것이다.
리시먼드가 이를 악물었다.
“무장을 비늘을 해제한…….”
“저주란 무엇이냐.”
리시먼드가 자신의 말을 끊고 등장한 목소리에 흠칫, 눈이 커졌다.
아빠마저 굳은 얼굴로 고개를 돌렸다.
리시먼드 뒤에 후드를 깊게 눌러쓴 사람이 보였다.
얼굴이 제대로 보이지 않지만, 나와 아빠는 그 사람이 누군지 알고 있었다.
어떻게 모를 수 있겠어.
그녀는 벨로스터 궁주.
아니, 벨트리.
……나의 어머니였다.
“저주란 무엇이냐, 에릴로트.”
저주란 신이 규정한 인과율을 벗어난 힘.
인과율을 넘어선 모든 금지된 힘을 저주라 부른다.
‘아…….’
하지만 인과율 내의 힘이라면?
인과율의 선 안에 존재하는 힘이라면?
‘가호였던 거야! 수호성이 없는 것은 나의 힘을 담아왔기 때문이지!’
신이 정한 인과율 내의 유일한 저주.
<저주>의 가호를 사용하는 사람.
‘엄마……!’
엄마가 후드를 끌어내리자, 그리미에의 몸에서 츠즈즈즈즈즈즛! 격렬한 스파크가 일었다.
“제기랄!”
그리미에가 거칠게 목걸이를 끊어 내던졌다.
‘가호석이다!’
역시 저건 벨트리 님의 가호가 담긴 가호석이 분명했다.
“무슨 짓이냐, 벨로스터 라온트라—!”
“빌려준 힘을 돌려받았을 뿐이지.”
“배신하는 것이냐!”
“우습구나. 처음부터 난 네 편이 아니었으니 배신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하면 데이몬드의 편이라도 되는가 보지!”
“너도, 데이몬드, 아스트라… 그 누구의 편도 되지 않아. 나는 단지 내 자식을 지킬 뿐이야!”
그리미에가 내던진 펜던트에서 적보라색의 연기가 퍼져 나오더니, 그리미에를 감쌌다.
그리미에의 온몸에 새파란 핏줄이 돋아났다.
“주군!”
그리미에의 병사들이 비명을 내지르자, 엄마가 결계 안으로 뛰어들었다.
신성 가호와 상반되는 <저주>의 가호가 결계를 녹였다.
엄마가 달려든 건 참모였다.
나를 붙잡고 있느라 방비하지 못했던 참모가 뒤로 넘어가고, 엄마는 그의 목에 검을 꽂아 넣었다.
“아무도 내 딸을 건드릴 수 없어. 아무도……!”
참모가 쓰러지자마자 고통이 가셨다.
나는 정신 없이 엄마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목에도 새파란 핏줄이 돋아있었다.
저주의 가호는 양날의 검이었다.
상대만이 아닌 시전자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힘.
엄마는 달리아를 지키고, 그리미에를 지키기 위해 자신의 가호를 쏟아부은 것이다.
신뢰를 얻어서 그리미에에게 틈을 만들려고.
이 한순간을 위해서.
……나를 지킬 이 한순간을 위해서.
비틀비틀 일어난 엄마가 천천히 나를 돌아보았다.
나는 입술을 꽉 깨물며 말했다.
“그것 봐…….”
“…….”
“우리 엄마 맞으면서…….”
날 사랑하면서.
* * *
엄마는 내게 다가왔다.
“……멍청하구나.”
“…….”
“왜 이리 다친 게야. 저들이 네게 무얼 해주었다고 몸 바쳐 지켜.”
“…….”
“대체 왜 이런 짓을 해. 편히 살라고, 너만은 나처럼 살지 말라고 외면했건만 어째서…….”
엄마가 떨리는 손으로 내 뺨을 매만졌다.
나는 눈을 꽉 감으며 엄마의 손을 감쌌다.
“엄마를 닮아서 그런가 봐요.”
“……바보 같기는.”
주변이 웅성거렸다.
“라온트라의 벨로스터 궁주가 아닌가.”
“딸이라니. 대체 무슨 소리야?”
“에릴로트 아스트라의 어미가 벨로스터 궁주라는 것이잖소! 맙소사……!”
다들 경악한 표정이었다.
그렇겠지. 평민, 그것도 이민족 노예인 모친에게서 태어났다고 알려졌던 나다.
그래서 평생 불려온 이름이 ‘더러운 피’.
설마 내 모친이 벨로스터 라온트라고, 외조부가 라온트라의 황제이리란 것은 상상조차 못 했을 것이다.
“빌어먹을 년들—!”
그리미에가 고성을 내질렀다.
온몸에 핏줄이 돋아난 그리미에는 완전히 이성을 상실한 것 같았다.
그가 우리를 향해 달려들었다.
챙—!
그러나 그의 검은 아빠에 의해 가로막혔다.
“회포는 나중에 풀지.”
아빠가 말하자, 엄마는 조용히 손을 내렸다.
“……물을 게 많아, 벨트리.”
아빠의 말에 그리미에가 낄낄 웃음을 터뜨렸다.
가슴이 크게 뛸 만큼 불안한 소리였다.
“루이나—!”
그리미에가 소리치자 무장의 비늘과 요슈아에 의해 붙잡혀 있던 루이나가 곧장 그리미에를 향해 날아왔다.
그리고…….
“……!”
“……!”
오물처럼 녹아들어 그리미에와 그 군사들에게 들러붙었다.
“크르르륵…….”
“크륵……!”
그리미에를 비롯한 그의 군사들의 몸에 비늘과 송곳니가 돋아났다.
‘인공 마수화 된 거야!’
“아버지, 그리미에를……! 빨리!”
발자크가 다급히 소리치기 무섭게 쩌저적, 챙! 날카로운 파열음이 들렸다.
그리미에의 힘에 의해 무장의 비늘이 파괴된 것이다.
그리미에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말했다.
“오늘을 기억할 것이다. 결코 오늘의 수치를 잊지 않을 것이야.”
그는 엄마와 아빠를 매섭게 노려보았다.
“너희들의 눈앞에서 그 년을 찢어발겨 주마.”
그리미에의 등 뒤에 커다랗고 검은 홀이 생겼다.
“이동한다. 잡아!”
몬테규 백작이 고함치기 무섭게 검은 홀은 그리미에와 군사들을 삼켰고, 그들은 순식간에 사라졌다.
“제기랄—!”
“빌어먹을.”
비페리 공작이 분수대를 걷어찼고, 새 샤토브리앙 공작은 혀를 찼다.
알렉시스의 외조부인 이시론 공작마저 이마를 잡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미에를 잡지 못했으니 이 일을 어쩐단 말인가. 결국 이번 작전은 실패했구나.”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엄마의 말이었다.
공작들과 아빠, 몬테규 백작이 엄마를 쳐다봤다.
이시론 공작이 물었다.
“실패가 아니라니요.”
“그의 용인 루이나는 아직 미완성. 결국 루이나를 끌어내 더는 사용할 수 없게 만들었으니 그리미에는 숨겨둔 전력의 반 이상을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입니다.”
“……그 정도로 강력한 용이란 말입니까?”
“그리미에가 목적을 이뤘다면 루이나는 사룡(요르문간드, 수르트, 네르투스, 스카디)을 모두 합한 것보다 강력한 존재가 되었을 것입니다.”
“그런…… 말도 안 되는…….”
“2주만 있었어도 완전한 존재가 되었을 텐데 결국 살아남기 위해 재앙과도 같은 루이나를 잃은 것이죠.”
그리미에의 입장에선 엄청나게 뼈 아픈 손실일 것이다.
엄마가 나를 바라봤다.
“돌아가 전열을 가다듬어라. 마지막 전투가 벌어질 것이다.”
“엄마는요.”
“나는…….”
“함께 가요.”
“…….”
“함께, 가요.”
손을 잡으며 힘주어 말하자, 엄마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래.”
그렇게 우리는 그리미에에게 루이나라는 강력한 무기를 빼앗은 채로 귀환했다.
그러나 제 2저택으로 돌아갔을 땐, 또 다른 사건이 벌어져 있었다.
달리아가 감옥 안에서 자취를 감춘 것이다.
“이, 이 일을 어째요. 저희의 감시가 소홀해서……! 죽여주세요, 아가씨!”
새파랗게 질린 고용인들이 납작 엎드렸다.
“괜찮으니까 일어나. 어디로 갔는지 알겠으니까.”
그리미에가 데려갔겠지.
‘루이나를 잃었으니 대체품이 필요할 터.’
아마도 달리아는 지금 지옥을 보고 있을 것이다.
* * *
쾅—!!
그리미에가 책상을 거세게 걷어찼다.
“아, 아빠…….”
그리미에에 의해 구출된 달리아는 흠칫, 어깨를 떨었다.
이토록 흥분한 아빠는 본 적이 없었다.
심지어 몸상태가 얼마나 나쁜지 왼팔과 두 다리를 떨고 있었다.
“저기, 무슨 일이 있었던 건가요?”
달리아가 조심스럽게 다가가자 그리미에가 그녀의 목에 걸린 펜던트를 거칠게 뜯어내 내던졌다.
“꺄악!”
이 또한 벨로스터의 가호가 담긴, 아니, 벨로스터의 가호와 ‘연결된’ 펜던트였다.
“빌어먹을 년…… 빌어먹을……!”
권력을 위해 딸자식도 내버린 것처럼 신뢰를 얻더니, 이렇게 뒤통수를 쳤다.
대체 무슨 짓을 했는지 몸이 점점 엉망이 되고 있었다.
“아, 아빠, 왜…….”
“입 닥쳐!”
“아빠…….”
달리아의 눈이 글썽였다.
어째서 화를 내지?
내가 이렇게 울먹이는데 왜 달래주지 않는 거야?
그리미에가 이를 악물며 말했다.
“루이나를 잃었다.”
“네?! 그, 그런……!”
“이제 더는 방법이 없어.”
“그, 그러면 어쩌죠?”
“총공격을 감행할 것이다.”
“루이나가 없이 말이에요? 저 쪽엔 용까지 있는데 루이나도 없고, 인공 마수의 수도 우리가 생각한 것보다 한참 적은데 어떻게……!”
그리미에가 달리아의 어깨를 붙잡았다.
달리아는 흠칫, 그리미에를 쳐다봤다.
언제나 다정했던 표정이 소름끼치게 불온해 보였다.
“아빠……?”
“네가 있지 않느냐.”
지옥이 시작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