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349)
이 3세는 악역입니다-348화(349/390)
348화.
* * *
아스트라 제 2저택.
아스트라의 직계들이 마경 앞에 모였다.
“……해서 그리미에는 그대로 도망쳤습니다.”
아빠의 보고를 들은 할아버지가 툭, 툭, 테이블을 두드렸다.
한참 무언가를 고심하듯 침묵하던 할아버지가 입을 열었다.
[살바토레 일파는.]이번엔 내가 대답했다.
“전투가 끝나기 무섭게 제게 연락해왔어요. 그리미에가 그쪽으로도 가지 않은 모양이에요.”
[영리한 놈이니 살바토레의 배신을 눈치챘을 것이다.]“예.”
[이번 승리로 살바토레 진지의 귀족들 상당수가 이탈할 것이다.]살바토레의 가장 큰 무기는 그리미에가 만든 인공 마수.
우리는 무장의 비늘로 인공 마수를 압도했다.
살바토레에게 합류했던 귀족들은 이제 이번 내전의 패배를 점점 확신하고 있을 것이다.
나는 마경 앞에 무릎을 꿇었다.
“청합니다. 진격을 윤허하시고, 나라를 혼란케 한 역당 살바토레의 수급을 바치게 하십시오.”
지금이 기회다.
살바토레는 약해질 대로 약해진 상태.
우리가 아닌 다른 가문들도 모두 살바토레의 목을 노릴 것이다.
그리미에가 얼마나 대단한 힘을 가지고 있든, 저쪽의 우두머리는 살바토레.
그를 잡는 자가 일등 공신이다.
‘죽은 이쪽에서 쒔는데 다른 놈들에게 뺏길까 봐?’
[명한다. 황궁의 돼지 새끼들에게 살바토레의 목을 바치는 것은 나의 군사여야 할 것이다.]직계 3세들과 아빠가 동시에 무릎을 꿇었다.
“명 받듭니다.”
“명 받듭니다!”
“명, 받듭니다.”
아스트라의 당대 가주, 크로노스 아스트라가 키운 짐승들의 눈이 사납게 번뜩였다.
[리시먼드, 네가 3세들을 이끌고 진격해라.]“아버지가 아닌 제가 말입니까.”
리시먼드의 말에 아빠가 말했다.
“나와 에릴로트는 그리미에의 총공격에 대항키 위한 준비를 시작할 것이다.”
“예.”
할아버지가 말했다.
[공격의 예정일과 장소는 예측되느냐.]“우리가 살바토레를 잡으면 필시 빼앗기 위해 움직일 것입니다. 장소는 미끼를 던져 우리에게 유리한 곳으로 꾀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내 말에 할아버지가 고개를 끄덕였다.
[예정일은.]“……필시 붉은 달이 뜨는 날이겠지요.”
가호를 사용하지 못하는 그날이 이쪽에게 있어 최고로 두려운 날이다.
그러나 그리미에는 인공 마수가 있기에 최적의 날이겠지.
이번에 붉은 달이 뜨는 것은 월말.
즉…….
“13일 후, 해 질 녘일 것입니다.”
[준비에 차질이 없어야 할 것이다.]“예.”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고, 얼마 안 되어 마경의 신호가 끊겼다.
사촌들이 한숨을 내쉬며, 하나둘 몸을 일으켰다.
“긴장돼서 죽겠네. 젠장, 조부님은 기력이 쇠하실 줄을 모르는구만.”
“한데 우리끼리 살바토레를 잡을 수 있는 거야?”
“백부의 이탈로 오합지졸이 됐는데 못하겠냐? 왜, 애덤 넌 무서운가 보지?”
“무, 무섭긴!”
“이 새끼, 무서운 것 같은데?”
파비오가 낄낄거리자, 밀란이 팔꿈치로 그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윽.”
“분위기 파악해라.”
파비오와 다른 3세들이 슬쩍 아빠를 쳐다봤다. 아빠는 벽 가에 가만히 선 엄마와 라온트라의 시종들을 쳐다봤다.
리시먼드, 발자크, 요슈아도 아빠와 엄마의 눈치를 보았다.
발자크가 쉭, 쉭 손을 내저었다.
“나가. 자, 나가자고.”
“밀지 마!”
“좋은 말할 때 입 닫고 잽싸게 튀어 나가라.”
삼 형제가 사촌들을 몰고 나섰다.
나도 삼 형제의 뒤를 따라 복도에 나섰다.
리시먼드가 나를 힐끗 쳐다봤다.
“나와도 되겠어? 궁주…… 벨로스터 님과 할 얘기가 있을 텐데.”
“이번엔 아빠 먼저.”
리시먼드는 희미하게 웃으며 내 머리에 가볍게 손을 올렸다.
우르르 복도를 걷던 사촌들이 힐끗 나를 쳐다봤다.
깍지 낀 손으로 머리를 받치고 걷던 아론이 휙, 고개를 돌렸다.
“야, 더러운 피.”
“이 새끼가 죽을려고……!”
발자크가 아론에게 주먹을 날리자, 아론은 “으악, 잠깐!” 하며 잽싸게 밀란의 뒤로 피하려 했다.
그러나 요슈아가 툭, 발을 걸어버리는 바람에 그대로 엎어졌다.
“아으윽…….”
리시먼드가 싸늘한 얼굴로 내려봤다. 무언가 하려는 듯이.
아론이 양팔로 머리를 가로막으며 말했다.
“아, 잠깐잠깐! 물어볼 게 있다고!”
나는 그를 힐끗 쳐다봤다.
“뭐.”
“몬테규 백작가 놈들이 헛소리를 지껄이잖아!”
몬테규 백작가의 제도 저택은 살바토레 군의 영역 안에 있다.
그래서 우리 저택에서 그들에게 쉴 곳을 내주었다.
아론이 허리를 문지르며 몸을 일으켰다.
“에릴로트, 네가 벨로스터 궁주의 딸이라는 웃기는 소리 말이야.”
“…….”
리지는 푸핫, 웃음을 터뜨렸고 파비오도 낄낄거렸다.
“오라버니는 그 말을 믿어?”
“제도엔 별 헛소문이 다 돈다더니만. 말도 안 되는 소리.”
카라와 애덤도 비식 웃으며 동조했다.
“벨로스터 궁주는 라온트라 황제가 가장 사랑하는 딸이야. 그런 궁주의 딸이 에릴로트라니. 말도 안 되는 소리.”
“별 말도 안 되는 소리를…….”
삼 형제가 나를 힐끗 쳐다봤다.
저택으로 복귀하며 오라버니들에겐 진실을 알려주었기 때문이었다.
나와 리시먼드, 발자크와 요슈아까지 조용해지자 사촌들의 표정이 미묘해졌다.
“뭐야. 왜 말이 없어?”
리앙틴이 물었고, 사촌 중 가장 눈치가 없는 디오네라마저 눈을 크게 떴다.
“에릴로트?”
“…….”
밀란과 셀레네 언니 또한 미간을 좁혔다.
“설마…….”
“사실인 거니?”
다른 사촌들 또한 어버버하며 내게 몰려들었다.
“이게 무슨 소리야?!”
“야, 너 진짜……!”
“너, 너어 진짜야?!”
나는 뒷짐을 진 채 눈을 끔뻑였다.
“뭐 그렇게 됐네.”
“……!”
“……!!”
사촌들은 물론이고 복도를 지나던 고용인들, 아래층에서 대기 중이던 기사들까지 매우 놀라 뒤집어졌다.
리앙틴은 “이, 이, 이, 이, 이게, 이게……!” 하며 내게 삿대질을 했다. 금세라도 거품을 물 것 같았다.
“야, 이 계집애야! 왜 나와 디오네라에게까지 말을 안 했어?!”
리앙틴과 디오네라는 사촌 중 나와 가장 가까운 사이였다.
그냥 사촌 언니가 아니라 친구이기도 했다.
리앙틴은 고함을 내질렀고, 디오네라마저 서운하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나는 달려드는 리앙틴을 막으며 말했다.
“나도 최근에 알았단 말이야!”
리앙틴이 멈칫했다.
“최근에?”
“황궁 파티에서 만나고 알았어…….”
사촌들이 수군거렸다.
“네게 엄청 매정했다고 하던데? 그래서 난 꼬시다고 생각했…… 악!”
애덤은 기어코 발자크에게 얻어맞았다.
사촌들은 금붕어처럼 입을 뻐끔거렸다.
“마, 말도 안 돼. 말도 안 돼!”
“……용을 가지고 있으면서, 조부님께 가장 사랑받는 손녀에, 적오기 계승령의 막내에다, 원화…… 심지어는 라온트라 황족이라고?”
리지가 헛웃음을 터뜨리며 나를 쏘아보았다.
흑염룡 사촌 언니 쥴리아나는 “흐으응.” 신음했다.
“세상 참 억울하지.”
로레이나는 팔짱을 꼈다.
“뭘 그러니. 세상이 불공평했던 걸 몰랐던 것도 아니고.”
빈정거리기에 나는 빙그레 미소 지었다.
“그래, 언니와 오빠들이 날 이길 수 있던 건 부모 두 분이 모두 귀족이라는 알량한 신분뿐이었는데 말이야. 아쉽게 됐지.”
“이게……!”
“이익……!!”
사촌들이 울컥했다.
나는 어깨를 으쓱하고 그들 사이를 걸었다. 리시먼드와 발자크, 요슈아가 피식 웃으며 사촌들을 오만하게 쳐다봤다.
등 뒤에서 사촌들의 울분에 찬 고함이 들려왔다.
“젠장할! 이제 더러운 피라고도 못 하잖아!”
“더러운 피는 무슨…… 고귀한 피지, 제기랄…….”
내 어머니가 벨로스터 궁주란 것은 이번 전투에 참여한 군사들에 의해 널리 퍼질 것이다.
아마도 내 적들은 사촌들과 비슷한 반응이겠지.
‘귀찮게 됐네.’
그렇게 생각하며 계단을 내려가던 난 아빠와 엄마가 남은 방을 힐끗 쳐다봤다.
어쨌건 지금은 두 분의 대화가 잘 풀리기만을 빌고 있었다.
* * *
데이몬드는 고갯짓으로 소파를 가리켰다. 앉으라는 의미였다.
벨로스터 궁주가 말했다.
“됐어.”
“앉지 그래. 그 자들은 좀 내보내 주면 더 좋겠고.”
라온트라의 시종들이 차갑게 대꾸했다.
“예정을 잡지 않은 독대는 불가합니다. 라온트라 예법상—”
“내가 저 촉새를 가루로 만들어버리기 전에 내보내는 게 좋을 텐데. ……벨트리.”
성격하곤.
벨로스터 궁주, 아니, 벨트리는 시종들을 힐끗 쳐다보았다.
“나가 있어라.”
“궁주님! 미혼의 몸으로 사내와 단둘이 독대라니요. 폐하께서 아신다면—”
“내 딸의 아비다. 너희들이 우려하는 일은 이미 일어났는데 지켜봐야 무엇하겠느냐.”
“…….”
시종들이 결국 불편한 표정으로 자리를 비켰다.
방엔 벨트리와 데이몬드, 단둘만이 남았다. 벨트리가 데이몬드의 맞은편에 앉으며 말했다.
“해서.”
“…….”
“물을 말이 있던 것이 아니냐.”
“……할 말이 그뿐이냐?”
“네가 없다면 내가 하지. 전쟁이 끝나는 즉시 에릴로트를 라온트라로 데려갈 생각이다.”
“불가!”
데이몬드가 외치자, 벨트리는 싸늘한 표정으로 그를 쳐다보았다.
데이몬드 또한 만면을 굳히고 그녀를 노려보았다.
“아이를 그렇게 두고 간 주제에 이제와 데려가겠다고. 그것도 복마전 같은 라온트라에!”
“아스트라의 복마전을 헤쳐 나온 아이니 라온트라의 복마전은 우습겠지.”
“늙은이에게 들었다. 에릴로트를 두고 가며 외면으로 지켜달라 했다면서.”
“그래. 세상을 위해 희생할 운명을 타고났기에 피눈물을 삼키며 숨겼어. 그 애가 소중하지 않기에 버린 것이 아니야.”
“한데 왜 이제 와서—!!”
“제국에 두어도 결국 그리될 것 같기에. 하면 라온트라의 직계 황족인 내 손으로 지키는 것이 낫겠지.”
“너…….”
“네가 무엇을 할 수 있느냐!”
벨트리가 소리쳤다.
무미건조하기 그지없던 얼굴에 그제야 감정이 비쳤다.
“십수 년 동안 한 것이라곤 그저 적오기를 계승하게 된 것뿐. 그마저 어리디어린 저 아이의 도움으로 겨우 차지했지.”
“…….”
“네 손으로 이룬 게 있기나 해?”
“…….”
“네가 에릴로트를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어!”
“…….”
“아이를 지키기 위해, 지킬 힘을 얻기 위해 넌 무엇을 버렸지?!”
데이몬드는 말없이 벨트리의 굳은 얼굴을 응시했다.
“최소한의 인간성마저 내버린 채 죽기 살기로 권력을 거머쥐었나? 피눈물을 삼키며 손수 지은 배냇저고리를 버려봤어? 부모마저 도구로 여기고 필사적으로 발버둥 쳐봤느냐는 말이야! 발버둥 쳐야 했던 건 부모였어! 아이가 아니라! 한데 왜……!”
“너는 그렇게 살았구나.”
벨트리가 입을 다물었다.
주먹을 말아쥔 손이 파르르 떨렸다.
눈을 꽉 감은 그녀가 목구멍을 타고 올라온 무수히 많은 감정의 덩어리를 가까스로 되삼켰다.
“에릴로트를 내게 보내. 아이를 되찾기 위해서라면 전쟁마저 불사할 것이다.”
칼소이에 제국과 아스트라는 이번 내전으로 약화되었다.
이 와중에 에릴로트를 두고 라온트라와 전쟁을 벌인다면 아무리 강대한 힘을 갖고 있다는 아스트라라 할지라도 쉽지 않을 터.
데이몬드는 벨트리를 빤히 쳐다보았다.
“원한다면 해라.”
“하면 전쟁이군.”
벨트리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데이몬드는 몸을 돌리는 그녀를 향해 말했다.
“기필코 전쟁에서 이겨 내 곁에 머물게 할 것이다. 에릴로트도. ……너도.”
벨트리는 흠칫, 데이몬드를 쳐다봤다.
“무슨 헛소리를…….”
“그러니 우리가 나눌 이야기는 서로 딸을 어찌 빼앗을지가 아니야.”
“뭐?”
“‘언제 결혼할지’지.”
“……너.”
데이몬드 또한 몸을 일으켰다.
그는 오만한 표정으로 벨트리를 내려다봤다.
“내년 여름이 좋겠어. 에릴로트는 장미를 좋아하거든.”
“이런 미친 자가…….”
“아, 그리고 자식이 셋 더 있어. 네 아들이 될 아이들이니 곧 소개하지.”
“돌았군.”
대화를 포기한 벨트리가 성큼성큼 걸었다.
그녀가 방을 나서기 위해 문고리를 잡은 순간이었다.
데이몬드는 그녀의 손목을 잡았다.
“나는 더는 내 딸을 어미 없이 키우고 싶지 않아.”
“안 됐군. 난 아비 없이 키워도 충분히 잘 키울 자신이 있거든.”
“좋아, 하면 전쟁이다.”
군사 충돌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었다.
라온트라의 숨겨진 적통. 황제가 가장 사랑하는 궁주, 벨로스터.
아스트라 적오기의 계승자, 데이몬드.
에릴로트를 건 전쟁의 시작이었다.
* * *
나는 기둥 뒤에 숨어 힐끗힐끗 방을 쳐다보았다.
“뭐해?”
발자크와 요슈아, 리시먼드가 날 쳐다봤다.
나는 쉭, 쉭, 손을 내젓고 말했다.
“엄마와 아빠가 언제 나오나 보는 거야.”
“단 둘이 계신 게 벌써 30분째인가.”
“얘기가 잘 풀리진 않을 것 같은데?”
요슈아의 말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잘 풀리지 않은 걸 수도.’
에릴로트는 내가 데려가겠다, 안 된다, 헛소리 마라, 네가 포기해라.
그런 고함이 아까부터 오가고 있었다.
두 분 모두 고집이 센 데다, 내가 관련되어 있으니 쉽사리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그때였다.
벌컥!
문이 열리고 엄마가 방에서 나왔다.
“미친 자 같으니.”
“몰랐던 것도 아니잖아.”
뒤이어 아빠 또한 나왔는데 서로 한겨울 북풍보다 싸늘한 표정이었다.
성큼성큼 복도를 걷던 두 사람이 나를 쳐다봤다.
“에릴로트.”
“에릴로트.”
그리고 동시에 나를 불렀다.
나는 우물쭈물하며 기둥 뒤에서 나왔다.
“네…….”
“가자.”
“식사하자.”
가자—는 엄마가 한 말이었고.
식사하자—는 아빠가 한 말이었다.
‘아, 어느 쪽으로 가야 하는가…….’
두 사람이 서로를 찢어죽일 듯 노려보았다.
누가 봐도 첫사랑을 보는 표정은 아니었다.
“에릴로트.”
“에릴로트.”
“네……?”
엄마와 아빠가 동시에 말했다.
“누굴 따라 갈래.”
“누굴 따라 갈 것이냐.”
……살려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