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353)
이 3세는 악역입니다-352화(353/390)
352화.
“나는, 난…….”
달리아가 잔뜩 당황한 얼굴로 뒷걸음질 쳤다.
실험으로 몸이 엉망인 상태.
마지막 힘을 쥐어짜 수호성을 빼앗아서 아퀼라에게 대항할 수 없다.
‘이렇게 되면 꼼짝없이 잡혀갈 텐데……!’
에릴로트 손에 떨어지느니 그리미에에게 돌아가는 쪽이 낫지 않을까.
달리아는 마사를 쳐다보았다.
이노락스라면 마사를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마사는 자신과 일정 거리 이상 떨어져 있을 수 없다.
그러나 그리미에가 추적하고 있을 테니 운이 좋으면 가까이에 있을 수도 있었다.
‘뭐해, 어서 가서 내가 여기에 있다는 걸 알려!’
그런데 이상했다.
마사는 움직이긴커녕, 아퀼라를 노려보고만 있었다.
‘마사, 뭐 하는……!’
[무슨 뜻이냐고 물어봐.]‘뭐?’
[내가 육체를 빼앗기고 영혼으로 떠도는 걸 알면서 왜 언니만 찾는지 물어보란 말이야.]‘지금 그럴 상황이 아니—’
[물어봐—!]마사가 고함을 내지르자 휘청, 무릎이 꺾였다.
아퀼라는 달리아를 묘한 얼굴로 쳐다보았다.
“그런다고 가엾게 볼 일은 없으니 허튼수작 부리지 마라.”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양손을 땅에 대고 주저앉은 달리아가 희게 질린 얼굴로 헐떡였다.
‘이게 뭐야.’
마사가 일갈했을 때 몸이 뒤로 밀리는 것 같았다.
아니.
아니야, 그건 몸이 아니라…….
‘영혼이 밀리는 것 같았어.’
마사에게 무슨 힘이 있는 건가?
하지만 지금까지 마사는 가호는커녕 마력조차 찾아볼 수가 없는 영혼이었는데.
달리아는 귀신이라도 본 것 같은 표정으로 옆을 바라보았다.
[물어봐. 물어보라니까!]잔뜩 흥분한 마사는 이성을 상실한 것 같았다.
눈이 새빨개져서 달리아를 흔들었는데, 그럴 때마다 강렬한 파동이 느껴졌다.
‘기, 기다려. 물어볼 테니까…….’
[아니, 됐어.]‘뭐?’
‘자, 잠깐……!’
아퀼라는 미간을 좁혔다.
달리아의 상태가 아무래도 이상했다.
통신석을 든 그가 말했다.
“서두르셔야겠습니다.”
[무슨 일이야?]“타깃에 이상이 생겼—”
[아퀼라?]쉬익, 챙—!
강렬한 바람이 불어오나 싶더니 통신기가 튕겨 나가 바위에 처박혔다.
통신기뿐만이 아니었다.
검에 세공된 강화석 또한 쩌적, 둔탁한 소리가 나며 균열이 생겼다.
달리아로부터 불어온 파동 때문이었다.
[아퀼라, 대답해! 무슨 일이야!]다행히 기능을 상실하지 않은 통신석에서 에릴로트의 고함이 들려왔다.
‘젠장.’
아퀼라가 소리쳤다.
“지금 이동합니다.”
[뭐? 마도부대, 서둘러라—!]이동의 가호석을 쥔 아퀼라가 옷깃을 쥔 채로 잘게 몸을 떠는 달리아에게 뛰어들었다.
* * *
겨우 타이밍을 맞췄다.
결계가 깨지자마자 아퀼라가 달리아를 데리고 이동에 성공한 것이다.
아스트라의 직계 3세들은 결계를 파훼하느라 초주검이 되었다.
“사람을 부려 먹어도 이렇게 부려 먹을 수가…….”
“우욱, 누가 통 좀 가져다줘 봐. 토할 것 같…… 욱!”
마력을 한계까지 쓴 아론이 나무통을 끌어안고 토악질을 했다.
“더러운 새끼…….”
“나 좀 옮겨줘…… 더러워서 못 살겠어……!”
파비오와 카라는 엉금엉금 기어 아론의 곁에서 떨어졌다.
아스트라에서 제일 깔끔 떠는 리앙틴과 흑염룡 언니는 나무통 옆에 드러누운 채로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못했다.
“토를 하든가 말든가…… 죽겠네…….”
“여기 향수 좀 뿌려줄래? 라벤더 향이 좋겠어…….”
마력량과 신성력 양이 3세 중 최상위인 밀란과 셀레네 언니는 몸을 일으켰다.
“살 만한가 보네.”
셀레네 언니가 묻자, 밀란이 어깨를 툭툭 치며 말했다.
“지치긴 하지만 좋은 구경을 놓칠 순 없지.”
“아아, 좋은 구경 말이지.”
두 사람의 시선이 군사들 한복판에 떨어진 누군가에게로 향했다.
그래, 아퀼라와 함께 이동해 온 달리아에게로.
나는 아퀼라에게 성큼성큼 다가갔다.
“수고했어.”
“수고하긴 했죠.”
아퀼라가 무감한 얼굴로 나를 올려다보았다.
그리미에가 크로노트회의 본지를 점령했다는 것을 안 순간 나는 아퀼라의 투입을 결정했다.
그리미에가 굳이 크로노트 회의 본지를 노린 이유는 뻔했으니까.
“아빠, 이계에서 흘러들어온 힘을 사용해서 달리아에게 무슨 실험을 하려는 게 분명해요.”
“인공 마수를 늘리기 위해서일 수도 있다.”
“우리에게 무장의 비늘이 있는 한 인공 마수를 섣불리 늘릴 수 없어요. 만일 우리가 확보한 무장의 비늘이 상당수라면 인공 마수를 늘려봐야 마력 낭비만 하는 꼴이잖아요?”
“……결국 믿을 건 달리아밖에 없겠군.”
“그러니까 그리미에의 손발을 완전히 자르려면 결국 달리아를 다시 빼앗아 와야 하는 거예요.”
하지만 크로노트 회의 본지는 엄청난 병력이 깔려 있다.
달리아 하나를 빼 오기 위해 준비 없이 쳐들어가는 건 바보 같은 짓이다.
‘그래서 스스로 빠져나오게 했지.’
달리아의 곁엔 마사가 있고, 마사는 아퀼라를 매우 신뢰했다.
내가 틈만 만들어주면, 달리아는 아퀼라의 손을 잡을 거라고 예상했지.
예상은 정확히 들어맞았다.
그런데 이상했다.
‘마사가 안 보이잖아.’
내 능력에 이상이 생긴 건 아니었다.
다른 수호성은 보이니까.
‘마사는 수호성화 되어 달리아와 떨어질 수 없어. 그런데 보이지 않는다면…….’
순간, 통신기로 들었던 달리아의 얘기가 떠올랐다.
“으응…… 이번 실험은 에릴로트의 육체가 내 영혼을 에릴로트로 완전히 착각하도록 조정하는 거거든. 그런데 그게 엄청 괴로워서…….”
‘영혼을 조정했다면…….’
마사의 육체가 달리아의 영혼이 적합하다고 여기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난 아퀼라를 지나쳐 사색이 된 달리아에게 다가갔다.
“너, 마사니?”
“……!”
그 애의 표정을 보자마자 알았다.
‘정답이구나.’
* * *
아스트라 공작성.
직계들과 출입을 허가 받은 귀족들이 시끄럽게 떠들었다.
“마사? 그게 대체 누군데!”
몬테규 백작이 소리치자, 제르모 공작이 말했다.
“달리아가 사용하던 육체의 원주인입니다.”
“육체의 주인? 뭐야, 그럼 영혼만 이식했다는 것인가? 그게 말이 되는 얘기인가.”
트랑 공작이 인상을 찌푸리니 이시론 공작이 대답했다.
“고대에 그러한 금술이 있었다는 건 들었지.”
트랑 공작 또한 팔짱을 낀 채로 침음했다.
“인공 마수를 조종할 수 있는 자를 빼앗아 오기 위해 그 위험을 감수했던 것인데…….”
아스트라의 직계 2세인 구스타프가 탕, 탕! 테이블을 두드렸다.
“힘은 영혼에 귀속되어 있는데 영혼이 바뀌었다면 아무런 능력도 없는 계집애를 끌고 온 것이지 않소!”
새로운 샤토브리앙 공작이 팔짱을 끼며 동조했다.
“하등 능력 없는 평민 하나를 끌고 오자고 군사를 얼마나 잃었습니까. 이 일의 책임은 어찌 질 생각이신지요, 아스트라 공.”
상석에 앉은 아스트라 공작에게 시선이 쏠렸다.
그때였다.
“왜들 그리 화가 나셨습니까.”
공작의 뒤편에 서 있던 에릴로트가 빙그레 미소 지었다.
새로운 샤토브리앙 공작이 미간을 좁혔다.
“이번 작전의 사령관이었던 네가 그리 여유로워선 안 될 것인데.”
“작전은 성공했습니다. 그리미에의 손발은 확실히 잘라냈으니까요. 한데 여유롭지 않을 까닭이 없지요.”
“뭐?”
“어째서 달리아의 힘이 필요합니까?”
귀족들과 아스트라 2세들이 인상을 찌푸렸다.
아스트라의 2세인 바스티나가 기가 막힌다는 얼굴로 말했다.
“우리에겐 인공 마수를 대적할 무장의 비늘이 넉넉히 있는 게 아니야. 하지만 팔로스토의 인공 마수는 엄청난 수다.”
“예.”
“아니, 얘가! 그러니 달리아를 데려와 인공 마수의 일정 수를 아군으로 만들어야 하는 게지!”
“그것을 그리미에가 예측하지 못할까요?”
귀족들이 흠칫했다.
“저라면 달리아를 빼앗긴 즉시 적이 될 인공 마수를 처리할 겁니다.”
“그건…….”
“결국 그리미에는 달리아에게 연결된 인공 마수를 쓸 수 없게 되었으니, 우리는 빼앗은 것만으로도 그리미에의 병력을 줄인 것이지요.”
에릴로트가 귀족들이 앉은 원탁 주변을 사뿐사뿐 걸으며 말했다.
“한데 말입니다. 정말 그뿐이십니까?”
구스타프가 큼, 헛기침했다.
“당연히—”
“전쟁이 끝나면 달리아 휘하의 인공 마수를 나눌 수 있으리라 여기신 게 아니고요?”
“……!”
“…….”
“…….”
귀족들이 조용해졌다.
에릴로트는 바스티나의 앞을 탕! 내리쳤다.
바스티나는 흠칫, 고개를 돌렸다.
에릴로트가 싸늘한 어조로 말했다.
“인간을 납치해 만든 마물입니다. 권력의 도구로 사용한다면 우리는 백성들에게 저 그리미에와 똑같은 자로 보이겠지요.”
“나, 나는 그저 국력을 생각하여……!”
“허튼 꿈은 버리십시오. 인공 마수는 이번 전쟁으로 모두 처리합니다. 섭정이 되신 알렉시스 황자님의 명이 그러하지 않습니까.”
에릴로트는 반대편의 공작들을 쏘아보았다.
“섭정의 명은 곧 황명. 황명의 거역은 곧 반역라는 것을 머리에 깊이 새겨두셔야 할 것입니다.”
새로운 샤토브리앙 공작은 마른침을 삼켰다.
‘위압감이…….’
아스트라의 직계와 가신, 다른 귀족들, 심지어는 노회한 공작들마저 느끼고 있었다.
‘마치 작은 아스트라 공작 같구나.’
‘빌어먹을. 크로노스 아스트라, 저 망할 늙은이가 손주 농사 하나만큼은 기가 막히게 지었어.’
‘과연 황태후가 새로운 암막의 대제라 칭하는 이유가 있어.’
에릴로트가 귀족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작전은 성공했고, 제 할아버님께선 공들께 책임질 일이 없습니다.”
“…….”
“…….”
“…….”
“사익을 위해 감히 위대한 나의 가주께 언성을 높이시려거든 우선 제게 장갑을 던지셔야 할 겁니다.”
에릴로트의 말에 귀족들이 찔끔했다.
누가 저 소녀에게 감히 장갑을 던질 수 있단 말인가.
기세등등하던 살바토레 진영을 이만큼 몰아붙인 건 모두 에릴로트 아스트라의 공이었다.
몇 수 앞을 보는 넓은 시야.
사람의 욕망을 헤아리는 정확한 눈.
뛰어난 군사들과 강력한 용.
거기다 황궁과 아스트라 공작뿐 아니라 백성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저 작은 영웅에게 감히 누가.
에릴로트가 아스트라 공작을 돌아보았다.
“하면 저는 이만 볼일을 보러 가겠습니다.”
“그래, 그래.”
아스트라 공작의 눈에서 꿀이 뚝뚝 떨어졌다.
공작들은 생각했다.
‘젠장, 배 아파 죽겠군!’
특히 아스트라 공작의 숙명의 라이벌과 같은 비페리 공작은 아드득, 이를 갈았다.
* * *
나는 복도를 빠르게 걸었다.
그런 내 곁에서 한지혁과 콘라드가 상황을 전달했다.
“이클립토 령에 살바토레 군의 공격이 있었습니다.”
“이클립토 령의 상태는?”
“겨우 막아내고만 있는 모양입니다.”
“군사를 보내줘. 한지혁, 살바토레에게서 연락은 없었어?”
“없겠냐. 네 통신석이 터지지 않은 게 다행이지. 오셀리아 황비도 불이 나게 연락해온다.”
“오셀리아 황비?”
내가 걸음을 멈추고 미간을 좁히자 한지혁이 헹, 콧방귀를 뀌었다.
“네 모든 잘못은 용서하며 차기 황후좌를 약속하겠단다.”
이 아줌마가 점점 미쳐가네.
나는 어이없는 표정으로 대꾸했다.
“살바토레에게 오셀리아 황비의 말이 하도 어이가 없어서 내가 연락을 고민 중이라고 전해.”
“오셀리아 황비는 이번에야말로 그쪽 진영에서 쫓겨나겠구만.”
한지혁이 히죽히죽 웃었다.
둘에게 명을 내린 뒤 내가 간 곳은 마사가 붙잡혀 있는 지하 옥사였다.
‘마사의 육체 근처에 달리아의 영혼이 없었어.’
혼이 융합된 건지, 육체 안에서 잠들어 있는 건지, 그도 아니면 어디 다른 곳에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계단을 내려가는 중에 마사의 목소리가 들렸다.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뭐가.”
상대는 아퀼라였다.
나는 멈칫하고 벽에 몸을 숨겼다.
마사는 흐느끼고 있었다.
“내가 몸을 빼앗기고 영혼이 되었다는 걸 알면서 어떻게 언니 걱정만 할 수 있느냔 말이야!”
“나야말로 묻고 싶은데.”
“뭘!”
“그리미에가 네 언니에게 무슨 짓을 했는지 알고 있어?”
“……아빠가 뭘 어쨌는데.”
“아빠?”
마사가 입술을 꽉 깨문 채 아퀼라를 쏘아보았다.
“그래, 아빠! 나 그리미에 아스트라의 딸이야. 아스트라 공작이 내 할아버지고!”
“너…….”
“아빠가 그랬어. 이 전쟁을 벌이는 건 모두 나를 위해서라고. 내가 이제 다시는 고생하지 않고, 고귀하게 살았으면 해서 그런 거라고!”
마사는 눈을 꽉 감고 소리쳤다.
“그런 아빠가 무슨 짓을 해!”
“네 아버지가 아니야.”
도저히 참지 못하겠기에 내가 나섰다.
마사가 흠칫 나를 쳐다봤다.
“무슨 말을…….”
“그리미에의 딸은 마리야. 네 어머니는 마리와 함께 도망쳐서 평민과 결혼했고 그 사이에서 낳은 딸이 너지.”
“말도 안 되는 소리. 거짓말하지 마!”
“정말이야. 마리는 달리아의 영혼을 받기 위해 그리미에가 준비한 그릇이었고, 난 그 애를 숨겼어. 그래서 그리미에가 결국 너를 택한 거지.”
“……뭐라고?”
“마리를 찾지 못했으니까 그 애와 같은 피를 이은 너를 대용품으로 썼다고.”
실험체였던 건 마리가 아니라 모친이었다.
마리를 낳은 후 얼마 안 되어 마사를 낳았으니, 마사에게도 실험의 영향이 미쳤을 거라 판단한 것이다.
실제로 그의 판단은 맞았다.
결국 달리아의 영혼이 육체에 정착했으니까.
“거, 거짓말, 그럴 리 없어. 나, 난 귀족이야. 난 아스트라 공작의 손녀란 말이야……!”
마사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 그래! 아니라면 핏줄 검증에서 통과했을 리 없지!”
“너 핏줄 검증이 뭔지 알아?”
이 세계의 핏줄 검증은 지구의 그것과 다르다.
“뭐, 뭔데?”
“마력을 비교하는 거야. 그리미에는 네 어머니를 실험체로 쓰며 제 마력을 불어넣었겠지. 그러니 네게도 그리미에의 흔적이 있는 거고.”
“거짓말하지 마!”
마사가 고성을 내질렀다.
“어쩌면 그렇게 유세은과 닮은 걸까, 넌.”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그리미에가 네 아빠라고 믿는다면 돌려보내 줄게.”
“……어?”
“달리아의 영혼이 없는 널 그리미에가 어떻게 대하는지 보면 판단이 빠를걸.”
“……!”
나는 빙그레 미소 지었다.
“봐, 무섭지?”
“아, 아니야.”
“정말로 내가 돌려보내게 하고 싶지 않다면 내 질문에 제대로 대답해야 할 거야.”
“뭐, 뭘?”
“나를 금제한 제물이 누구야?”
“누군지 내가 어떻게 알아……!”
마사가 움찔하며 말했다.
나는 흐응, 신음했다.
“아는구나.”
“모, 몰라!”
“거짓말. 정말로 몰랐다면 금제와 제물부터 물어봤겠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