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354)
이 3세는 악역입니다-353화(354/390)
353화.
마사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었다. 눈은 정처 없이 흔들린다.
그때, 아퀼라가 입을 열었다.
“바보 같이 굴지 말고 아는 대로 말해.”
“왜 나한테만 그래!”
“또 무슨 소리를…….”
“왜 다들 나한테만 이러냔 말이야! 언니한테는 잘해주면서 나에겐 협박하고, 괴롭히고……! 오라버니는 아닐 줄 알았어. 그런데 왜 오라버니까지 내게 이래!”
“마사.”
“그래, 말해줄게. 그렇게 원한다니까 말해주지 못할 것도 없지.”
철창을 꽉 그러쥔 마사가 입매를 우그러뜨리며 소리쳤다.
“언니야!”
“……뭐?”
내가 굳은 얼굴로 되묻자, 마사가 히죽 입꼬리를 끌어당겼다.
“내 언니 마리가 제물이라고.”
“헛소리 마!”
“아버지가 그랬어. 내가 분명히 들었다고. 언니가 제물이야. 언니를 죽여야 네 금제가 모두 풀려!”
쾅—!
어딘가에서 낙뢰가 떨어지는 듯한 소리가 들렸다.
동시에 그 애의 목소리가 떠올랐다.
“에릴로트 아스트라가 얼마나 악바리인지 나는 알아.”
“하고자 한 일을 모두 이뤄내는 것을 보았어.”
“그러니까…….”
마리.
“너를 믿고 기다리겠어.”
마리……!
* * *
아스트라 공작성에 모여 있던 귀족들은 각자의 위치로 흩어졌다.
우리 가족도 마찬가지였다.
황도의 제 2저택으로 돌아왔다.
“아가씨를 뵙습니다.”
“그래.”
“한데 저 자는…….”
제 2저택을 지키고 있던 잔느가 내 뒤의 마사를 보고 물었다.
모습은 여전히 달리아와 같았기에, 저택의 모두가 그녀를 살벌한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마사는 흠칫, 어깨를 움츠렸다.
나는 지친 목소리로 말했다.
“마사다.”
“……예?”
“네?!”
마리를 알고 있는 사람들은 그녀의 동생 또한 알고 있었다.
마리가 우리 저택에서 일할 때, 지겹도록 찾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 자의 외견은…….”
“어쨌든 간에 철저하게 지켜. 지하 옥사에 넣어두고 친위대가 직접 경비해라.”
잔느를 비롯한 친위대의 기사들이 고개를 수그렸다.
그리미에는 마사, 아니, 달리아의 몸을 노릴 것이다.
아스트라 공작성에 주면 전투지가 그곳이 될 터라, 아군이 결집해있는 황도에서 맡기로 했다.
오라버니들이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에릴로트, 너…….”
발자크가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마지막 금제의 제물이 마리란 것을 들었기 때문이었다.
나는 이마를 쥐며 말했다.
“다음에 얘기하자. 난 좀 쉬어야겠어.”
“그래도—”
발자크는 내게 다가오려 했지만, 리시먼드에 의해 가로막혔다.
“쉬어.”
“응.”
곧장 방으로 올라간 나는 소파에 주저앉았다.
나를 따라 들어온 한지혁이 물었다.
“네 마음이 복잡하다는 건 아는데, 미안하지만 카인로드 님으로부터의 연락이다.”
“숙부가 왜.”
“테드 마딜로가 입을 열었단다. 널 만나고 싶다고 해.”
카인로드 숙부의 곁에서 우리의 일을 그리미에에게 알렸던 배신자.
테드 마딜로.
그를 이용해 그리미에를 세인트 광장으로 이끌었다.
그 후, 쓸모를 다한 테드를 심문하고 있었다.
그리미에 측의 이야기를 들은 게 없나 확인하기 위해서.
내가 뜨거운 숨을 내쉬자 한지혁이 눈치를 살피며 말했다.
“힘들면 나중으로 미뤄.”
“아니야. 지금 간다고 전해.”
“하지만…….”
“됐어.”
혼자 있으면 속만 더 복잡해질 뿐이었다.
나는 한지혁을 따라서 내가 숙부에게 내준 저택으로 이동했다.
과거 축복의 땅이었던 곳으로, 카인로드 숙부의 모친인 마딜로 후작 부인을 치료한 그 저택이었다.
마딜로 후작 부인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는 길이 고단했나 보구나.”
후작 부인이 표정이 좋지 않은 내 어깨를 부드럽게 두드렸다.
“손주를 심문해야 하는 후작 부인의 마음보다 괴로울까요.”
후작 부인은 쓰게 웃었다.
“들어가자.”
“예.”
나는 후작 부인을 따라 지하로 내려갔다.
그곳엔 숙부와 아빠의 군사들, 그리고 의자에 묶인 테드가 있었다.
“나를 만나고 싶어 했다고. 테데리올스 미카엘 마딜로.”
진명을 부르자 테드가 마른침을 삼켰다.
숙부의 조카로 대우하지 않겠다는 의미임을 알아차렸기 때문일 것이다.
“어째서 숙부를 배신했지.”
“…….”
“순순히 털어놓는 게 좋을 거야. 지금의 나는 정말이지 더 거칠 게 없거든.”
싸늘하게 바라보며 말하자, 테드가 이를 악물었다.
“가문을 먼저 배신한 건 숙부니까.”
“배신?”
“숙부가 조부님의 부정을 밝힌 후로 우리가 무슨 꼴을 당했는지 알잖아요.”
마딜로 후작 부인이 마병을 앓은 건 금술을 썼기 때문이다.
남편인 마딜로 후작의 압박에 못 이겨 황궁 결계에 틈을 만들 위해서.
카인로드는 후작 부인의 병이 낫자마자, 황궁에 그 일을 고발했다.
그 일로 마딜로 후작가는 작위를 빼앗겼다.
카인로드와 아빠의 도움으로 겨우 목숨만 연명한 것이다.
“후작으로 인해 어머니가 죽기 직전까지 몰렸어. 고발하지 않았더라면 후작이 어머니에게 또 무슨 짓을 했을지도 모른다!”
카인로드 숙부가 고함을 내질렀다.
테드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숙부를 노려봤다.
“예! 그래서 고발하셨겠죠! 숙부는 오로지 할머니밖에 모르니까!”
“이 녀석이 아직도……!”
“어머니가 바느질을 하세요! 아버지는 폐사의 오물을 치우고요!”
“…….”
“숙부의 그 할머니 사랑 덕에 내 어머니와 아버지는 황궁이 물린 배상금을 갚느라 죽어간다고요!”
“그건 후작이 갚아야 할 배상금이야!”
“그랬다면 할아버지가 귀족 신분마저 팔아치웠겠지! 어머니와 아버지가 그런 일까지 하면서 배상금을 내는 건 나 때문이에요!”
“뭐?”
“알량한 신분이라도 지켜야 내가 훗날에 뭐라도 할 수 있을 테니까!”
“너…….”
“그리미에는 배상금을 갚아줍디다! 그래서 알렸어요! 죽을죄를 지었습니다! 하지만 난……!!”
테드가 밭은 숨을 터뜨리며 나를 노려보았다.
“기회가 있다면 난 또 그렇게 할 거야.”
후작 부인이 비틀거리며 옷깃을 쥐었다.
“왜 할미에게 그런 얘기를 하지 않았니. 너도, 네 애비도 왜…….”
“어떻게 말해요. 할머니가 금술을 쓴 건 자식을 지키기 위해서인데, 그래서 마병으로 죽을 뻔했는데 어떻게 함께 갚자고 말하냐고.”
“네 숙부에게라도—”
“하, 집안을 그 꼴로 만든 숙부에게?”
후작 부인이 눈을 꽉 감았고, 카인로드는 입을 다물었다.
두 사람 모두 아무런 얘기를 할 수 없었다.
나는 가만히 테드를 쳐다봤다.
테드가 그런 날 쏘아보았다.
“할 말 있어?”
“나야말로 묻고 싶은데.”
“무슨…….”
“네 사정이 안타깝다고 해서 피해를 본 내가 왜 할 말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테드가 흠칫했다.
카인로드와 마딜로 후작 부인, 아빠의 병사들까지 눈이 휘둥그레져서 날 쳐다봤다.
몸에 파란 피가 흐르는 게 아니냐는 얼굴이었다.
‘왜. 뭐.’
내가 주변을 둘러보자 사람들이 움찔 고개를 돌렸다.
“네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벌인 일로 나와 내 가족이 피해를 보았어.”
“그건…….”
“네 사정은 알겠으니까 이제 진짜 할 이야기를 해.”
“…….”
“날 부른 건 거래할 게 있기 때문 아니야?”
“…….”
“참고로 말하지만, 혹시 내게 할 말이 그 안타까운 사정뿐이었다면 죽는다.”
테드는 찔끔했다.
카인로드 숙부가 내게 속삭였다.
“아무리 그래도 내 조카인데 진짜 죽일 건 아니지? 저 녀석이 그런 짓을 한 건 내게도 원인이—”
“시끄러워요. 사람 관리 하나 못 한 사람은 입을 다무세요.”
“…….”
카인로드 숙부가 시무룩해지자, 후작 부인이 숙부를 끌어당겼다.
“나대지 말고 얌전히 있는 게 테드를 돕는 일이란다.”
테드는 인상을 찌푸린 채로 땅을 노려봤다.
나는 팔짱을 낀 채로 한숨을 내쉬었다.
“할 말 없으면 간—”
“할아버지가!”
테드가 허겁지겁 소리쳤다.
막 등을 돌리던 나는 다시 테드를 쳐다봤다.
“마딜로 후작이 왜.”
“할아버지가 황궁 결계에 틈을 만들어준 사람이 그리미에야.”
“……그리미에? 그 자가 왜.”
“남몰래 황궁의 어느 구역으로 들어가게 해달라고 했댔어.”
“어느 구역인데?”
“……묘지.”
묘지?
설마 역대 황족의 관이 보관된 황궁 숲 말인가?
나는 테드의 어깨를 거칠게 잡았다.
“거기서 뭘 한 건데!”
“모르겠어. 그냥 틈을 만들어달라고 했다고 했어.”
“언제?”
“19년 전 7월 21일.”
19년 전이라고?
나는 황급히 황궁에 막 도착했을 엄마에게 통신했다.
[에릴로트?]“19년 전 7월 21일, 무슨 일이 있었는지 아세요?”
19년 전 일을 과연 기억하고 있을까.
그런데 엄마는 [기다려라.] 하고 말하더니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일기를 찾아봤는데 네게 말해줄 일은 없구나.]“무슨 내용이 적혀 있는지 말씀해주세요.”
[그러니까…… ‘재클린이 서럽게 울었다. 연유를 물으니 그리미에가 그녀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실험체로 이용하려고만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했다. 아무래도 오전에 그리미에와 함께 어딘가로 갔을 때 무슨 일이 있었던 듯하다.’…… 라고 적혀있구나.]“재클린이 누군데요?”
[그리미에의 실험체 중 하나였지. 달리아의 그릇이 된 아이를 낳았고.]“그거예요!”
[뭐?]“지금 황궁으로 갈게요.”
엄마는 의아한 목소리로 [……그래.] 대답했다.
나는 테드에게 캐물었다.
“정확한 위치를 알아? 황궁 숲의 어디래?”
황궁 숲은 넓디넓다.
모든 공간을 다 열어주진 못했을 터.
필시 위치를 지정했을 것이다.
“루벨 황비의 관이 있는 곳부터 기도원 방향으로 1킬로미터 정도라고 했어.”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카인로드 숙부에게 말했다.
“그 녀석, 풀어줘요!”
“뭐?”
“대가는 충분하니까! 대신 전쟁이 끝날 때까지 그리미에와 접촉하지 못하게 사람을 붙여놓고요!”
“아니, 무슨……!”
만약 내 생각이 맞다면 배신의 대가는 충분히 받은 거니까!
숙부가 날 불렀지만, 난 한지혁을 끌고 얼른 이동했다.
목적지는 황궁이었다.
도착하자마자 황태후에게 연락해서 테드가 말한 부근의 결계를 해제해달라고 했다.
내게 신뢰가 깊은 황태후는 두말하지 않고 그 부근의 결계를 해제해줬다.
그렇게 황궁 숲에 이르렀다.
“에릴로트.”
미리 연락받은 엄마가 날 기다리고 있었다.
“루벨 황비의 관은 이 부근에 있었다고 해.”
현재는 묘소가 이전되어서 관은 없었다.
나는 냅다 주저앉아 땅을 짚었다.
“……!”
핫, 숨을 들이켜니 엄마와 한지혁이 물었다.
“왜 그래?”
“무슨 일이니?”
“……축복의 땅.”
두 사람이 매우 놀라 물었다.
“이곳이 축복의 땅이라고?”
“아니, 정확히 말하면 가짜요!”
어둠과 이어진 길 말이다.
‘하지만 가짜 축복의 땅은 백합 정원에도 있어.’
굳이 황궁 결계를 남몰래 해제할 만한 위험을 지지 않아도 그리미에라면 충분히 백합 정원의 땅을 샀을 것이다.
그런데 굳이 여길 선택한 이유라면…….
‘혹시.’
“혹시 내 생각이 맞다면…….”
“왜?”
한지혁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나는 그를 힐끗 쳐다봤다.
“그리미에는 이곳의 힘으로 마리의 모친을 실험한 거야.”
“왜 굳이 황궁에서?”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는데, 어둠은 한 곳일까?”
“무슨 소리야?”
“여기 칼소이에가 있는 세계와 지구 등의 차원이 여럿인데 그곳 모두에 사람이 살잖아.”
“그렇기야 한데…… 설마!”
“그래, 어둠은 한 곳이 아닌 거야. 어둠이 있는 각 차원에서 몬스터들이 밀려온 거지. 지구에 네가 있었고, 이 세계에 내가 있듯이!”
“……!”
나는 벌떡 일어나 한지혁의 어깨를 잡았다.
“살바토레의 땅에 있던 축복의 땅을 열어서 마리를 찾지 못했던 건 마리가 있는 차원이 아니었기 때문일 수도 있어!”
“그럼……!”
“그래, 마리를 보낸 내 축복의 땅! 거기라면 마리를 찾아올 수 있는 거야!”
나와 한지혁의 표정이 밝아졌다.
엄마가 손을 들었다.
“잠깐, 그것과 이곳의 가짜 축복의 땅은 무슨 관계가 있지?”
“마리도 인공 마물인 거예요!”
“인공 마물?”
“그래요!”
고대의 왕궁이 있던 땅의 길에선 게헨나 등의 용족이 몰려왔다.
그럼 이곳 땅은 다른 고대 몬스터의 통로였겠지.
“이곳에서 무슨 몬스터가 나왔는지 알면 돼요. 그럼 마리와 그 몬스터를 분리할 수 있다고요!”
“어떻게 분해한다는 거야.”
“떠올려보세요. 우리에겐 <분해>의 가호를 가진 지원군이 있잖아요!”
“……!”
그래, <분해>의 가호를 가진 그 사람.
초월 영역에 들어선 아빠가……!
나는 “아, 아아아.” 신음하며 주저앉았다.
엄마와 한지혁이 깜짝 놀라서 나를 부축했다.
“에릴로트!”
“왜 그래?!”
난 양손에 얼굴을 묻고 흐느꼈다.
“마, 마리는 평범한 인간이야. 그러니까 <열람>같은 엄청난 힘을 가진 나를 금제할 수 없어.”
“그렇지.”
“진짜 제, 제물은 마리 안의 고대몬스터였던 거라고……!”
아빠가 분해할 수 있다면, 그렇다면 마리가 죽지 않고도 금제를 풀 수 있어.
내 말뜻을 알아차린 한지혁이 털썩 주저앉았다.
“테드 녀석, 정말 제대로 대가를 줬구나.”
나는 엄마의 품에 뛰어들어 허어엉, 울음을 터뜨렸다.
참고 참았던 불안과 공포가 터져 나온 것이다.
엄마의 눈이 마구 흔들렸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몰라서 손이 한참 허공을 헤맸다.
“그…… 그래.”
“어허헝……!”
“그래…… 마음고생이 심했구나.”
“엄마, 어헝……!”
“그래, 그래.”
엄마는 다정하게 내 어깨를 두드렸다.
나는 훌쩍이며 허공을 노려봤다.
이곳에서 무슨 몬스터가 나왔는지 알아내는 건 쉽다.
고대의 기록을 가진 초대 쿠말의 후손이 이곳에 있으니까.
“외할아버지에게 연락해주세요.”
“부황에게?”
“기록을 넘겨달라고 전해줘요, 엄마!”
나를 빤히 쳐다보던 엄마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제 정말로 너를 데리러 갈게, 마리.
이 금제도 끝이다.
‘넌 죽었어, 그리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