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357)
이 3세는 악역입니다-356화(357/390)
356화.
아스트라를 공격했다고?
‘어째서?’
아스트라는 결코 이번 전투의 군사적 요충지가 아니었다.
무엇보다 전투에 있어선 지리적인 큰 약점을 갖고 있었다.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우선 장원 경계로 산 하나가 없으므로 차지해도 방비가 안 된다.
심지어는 우물을 사용하지 않고, 거대한 강 하나에서 정화시설을 갖춘 각 수로로 물길이 이어진다.
최악의 경우 아스트라에서 강에 독이라도 풀면 음용할 물이 없다는 거지.
워낙 거대한 만큼 장원 경계부터 바다까지 어마어마하게 멀어서, 보급선이 끊기기에 딱 좋다.
‘그런데 왜 아스트라냐고!’
나는 이마를 잡았다.
“경계가 어떻게 뚫린 거야?”
“20만의 인공 마수로 인해 외곽 경비대가 초토화되었고, 경계벽까지 무너졌다고 합니다.”
“20만?!”
살바토레에게 들었던 바로 인공 마수는 15만이 고작이었다.
물론 그 후 인공 마수를 더 복제했을 수도 있으나, 달리아가 없으니 이전만큼 빠르게 수를 늘리진 못했을 것이다.
‘결국 아스트라에 가진 인공 마수를 모두 쏟아부어서 총공세를 했다는 건데.’
“대체 왜…….”
아니.
이유를 생각할 때가 아니었다.
“최소한의 저택 경비대를 두고, 모두 아스트라로 진군한다.”
“모든 군사가 아스트라에 도착하려면 일주일은 더 걸릴 겁니다.”
그래.
그 많은 수의 군사를 모두 <이동>의 가호로 옮길 수 없다.
“게다가 그런 강행군을 넘어 아스트라에 도착하더라도 제대로 싸울 수 있을는지요.”
“그럼 일단 실력자들부터 이동의 가호로 아스트라에 보내고…….”
“가호석과 리시먼드 님의 힘으로 당장 옮길 수 있는 인원은 31명에 불과합니다. 어떤 기준으로 차출합니까.”
“나와 오라버니들, 그리고 잔느와 이세즈, 루카, 아…… 이그리츠와 친위대에서 각각…….”
머릿속이 복잡하게 얽혀들어서 정리가 되지 않는다.
이그리츠 군에서 누구를…….
친위대에도 실력자는 있는데.
아빠의 군에서도 강자들이 있지만…… 아냐, 백성들을 이동시키는 게 우선이야.
그리미에는 사람만 있으면 인공 마수를 얼마든지 늘릴 수 있잖아.
그렇다면 강자들보다는 특수계 가호를 지닌 자들 위주로…….
그러면 전투는 누가 해.
어떤 기준으로 군사를 차출해야…….
‘그만, 진정해!’
짝! 양손으로 뺨을 때렸다.
한지혁과 콘라드가 깜짝 놀란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얼얼한 뺨을 문지르며 말했다.
“미안. 정리부터 할게.”
“…….”
“…….”
한지혁과 콘라드, 하녀들이 나를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차출 명단이 중요한 게 아니다.’
고작 31명이 간다고 저 인공 마수들을 모두 쫓아낼 수 있는 게 아니잖아.
최대한 빠르게 황도에 있는 군사들을 옮길 수 있는 방법이…….
방법?
창밖을 바라보며 생각을 정리하던 난 흠칫 소리쳤다.
“아, 이 바보!”
나는 이마를 탁, 때리며 한지혁과 콘라드를 쳐다봤다.
“마철도가 있잖아!”
“예?!”
“마철도라니! 우리가 마철도를 사용하는 걸 알면 그리미에가 길을 끊어버릴 거다! ……요!”
나는 고개를 가로저었다.
“아니, 그럴 수 없을 거야. 장원에서 친척들이 인공 마수와 그리미에의 군사들을 제대로 막고 있으면 군사를 더 보낼 수 없어!”
콘라드가 미간을 좁히며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마철도의 에너지원이 문제입니다.”
아, 그렇지.
살바토레가 내전을 시작하자마자 마철도를 타고 오는 황가의 원군을 우려했다.
그래서 한 일이 에너지원을 전부 불태우는 짓이었다.
하지만 나는 씩 웃었다.
“에너지원이라면 걱정하지 마.”
“그게 무슨……?”
“<아사르>가 있잖아.”
바란의 왕자, 유리로부터 받아낸 그것.
에너지 변환 장치 말이다.
“카인로드 님께서 아사르를 개발 중이시나, 아직 상용화할 단계는 아닌 줄로 알고 있습니다.”
“누가 카인로드에게 받아온대?”
“하면…….”
“바란의 왕세자에게 직접 받아올 거야.”
나는 이동의 가호석을 꺼내며 말했다.
“따라와, 한지혁. 콘라드는 출발 준비 해둬!”
“예? 하면 아가씨께선……!”
“아사르를 받아올 거야!”
바란의 왕세자, 라온에게서!
* * *
눈을 떴을 땐 아스트라 공작성의 앞이었다.
한지혁이 미간을 좁히며 주변을 둘러봤다.
“공작성 내부로 이동하려던 것 아니었어?”
“결계에 튕긴 거겠지. 적습이 있었는데 당연히 결계를 강화했을 거야.”
나는 공작성의 앞을 지키는 경비대에게 달려갔다.
“문 열어, 나다!”
“아가씨?!”
“빨리 문 열어! 바란의 왕세자는? 안에 있지?”
바란의 왕세자. 즉, 라온은 아직도 아스트라에 머물고 있었다.
원래는 삼 개월 후 돌아가는 것으로 예정되어 있었지.
하지만 칼소이에 황궁에서 기술 제휴로 잡아놓더니, 전염병이 터지고, 내전으로 막타를 쳐주셨다.
결국 발이 묶여서 이렇게 오래 꼼짝없이 묶여 있게 된 것이다.
‘바란이야 좋겠지.’
바란 왕은 원래도 왕세자를 갈아치우고 싶어서 안달하는 작자였으니.
경비대장이 문을 열라 소리치며 날 쳐다봤다.
“바란의 사람들은 이동 준비 중일 것입니다.”
“그럼 신관에 있겠네.”
마침 문이 열렸다.
나는 휙! 호루라기를 불었다.
저 멀리에서 바늘개가 달려왔다.
난 한지혁의 목덜미를 잡고 바늘개의 등에 올라탔다.
“으아아아악!”
“입 다물어. 혀 씹는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
혀 씹는다니까.
나는 한지혁을 뒤에 매달고 신관에 도착했다.
“아가씨!”
“에릴로트 아가씨—!”
“아가씨다!”
신관 앞은 공작 직속군이 방어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나는 눈이 팽글팽글 도는 한지혁을 끌고서 그들에게 달려갔다.
“상황은?”
“바실레 관할령이 뚫렸습니다.”
제기랄.
그럼 공작성까지 얼마 남지 않았단 것이다.
그리미에는 아스트라 곳곳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최단 거리로 진격 중이었다.
“직계들은?”
“2세와 3세들이 하거스 산으로 출병하실 예정입니다. 3세 파비오 님과 2세 데콘스 님께선 귀빈들을 황군에게 인도할 준비 중이십니다.”
데콘스 숙부라는 말에 나와 한지혁은 푸시식 식은 눈을 했다.
“데콘스 님이라니…….”
한지혁과 나는 푸하, 한숨을 내쉬었다.
데콘스 숙부는 진짜, 너무, 매우 약하다…….
말만 공격계 가호 소지자.
입으로 물을 분사하는 것이 가호인데, ‘저 정도면 그냥 침 아니야?’ 싶기도 했다.
덕분에 2세 중엔 늘 최하위였던 것이다.
“……바스티나 고모님더러 오라고 해.”
“예?”
“바스티나 고모의 <결계>가 더 낫겠어…… 피차 공작성도 경비해야 하니까.”
“예…….”
나는 바늘개의 목을 두드렸다.
“멍멍이.”
크어—!
바늘개가 대답하듯 울었다.
“적이 결코 신관을 넘게 하지 마. 알겠지?”
크아아아아악—!
바늘개가 우렁차게 소리쳤다.
나와 한지혁은 즉시 귀빈을 인도 중이라는 곳으로 향했다.
귀빈들은 막 게이트에 들어가려던 중이었다.
“잠깐, 잠깐!”
내가 소리치자 귀빈들과 우리 군사들, 파비오와 데콘스 숙부가 날 쳐다봤다.
“에릴로트?”
“뭐야. 너 언제 왔어?”
귀빈의 수가 적지 않았다.
내전이 터지고 인근 영지와 장원에서 자식들을 맡겨왔기 때문일 터였다.
나는 그 사이에서 터번을 두른 사내를 발견했다.
“라온!”
라온이 힐끗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숨을 몰아쉬며 그에게 말했다.
“부탁이 있어.”
“…….”
“아스트라가 무너지면 다음은 어디일지 몰라. 너는 이 나라에 있어 소중하디소중한 손님이야. 그리미에가 너를 노릴 때 우리가 보호하려면—”
내가 말을 마구 쏟아내던 중에 라온은 픽 실소를 흘렸다.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왜?”
묻자 그가 빙그레 웃었다.
“이런 상황에서야 나를 찾는 네가 무정해서.”
“…….”
“또, 이런 상황에라도 찾아준 것이 기쁜 내가 우스워서.”
“……나, 부탁이 있다고 했어.”
“그래서?”
“들어줄 생각 없어?”
“없다고 하면.”
데콘스 숙부와 파비오가 다가왔다.
“뭐인지 모르겠지만 거래라면 나중에 하지 그러냐? 상황이 심각하다.”
“그래. 뭔지 몰라도…… 컥!”
파비오가 입을 틀어막고 비틀, 물러났다.
손날을 타고 피가 뚝, 뚝, 흘러내렸다.
“……!”
“……!!”
파비오는 결계의 가호를 가진 자.
평소엔 바보같이 굴어도 능력 하나는 알아주는 녀석이었다.
제국에서도 소수인 가호의 3단계 소지자였으니까.
그래서 파비오는 공작성 결계의 중심이었다.
‘그런 그가 각혈한다는 건…….’
창밖을 쳐다본 나는 고함을 내질렀다.
“다들 숙여—!!”
챙—!
콰과과과광—!!
창이 깨지며 건물이 흔들렸다.
비행형 마수들의 공격이다.
“한지혁, 파비오를 업어! 어서!”
“뭐, 뭐야! 뭐가 어떻게 된……!”
“뭐긴 뭐야! 결계가 뚫린 거지!”
한지혁이 주저앉은 파비오를 향해 등을 내밀었고, 나는 서둘러 한지혁의 목에 파비오의 팔을 걸어주었다.
‘게이트! 게이트는?’
나는 황급히 게이트를 쳐다보았다.
강화석으로 강화시킨 이동의 가호석으로 가동하는 게이트에선 빛이 사라졌다.
‘제기랄, 게이트가 망가졌어.’
대체 동선이 어떻게 되는 거지?
바실레 관할령에서 막혔다면 공작성으로 진격할 때까지는 제법 걸린다.
그런데 왜…….
‘일단 손님들을 지키는 게 우선이야.’
“아웬, 핀, 피피, 옴브레, 밍키, 나나 모두 나와!”
소리치자 내 그림자 속에 있던 옴브레가 튀어나와 입을 쩍 벌렸다.
그 안에 있던 몬스터들이 모습을 드러내자 방 안이 소란스러워졌다.
“꺄악! 모, 몬스터!”
“으으……!”
나는 털썩 주저앉거나, 황급히 물러난 손님들에게 말했다.
“안심하세요. 우리를 호위할 제 몬스터입니다.”
난 일단 가장 어려 보이는 아이를 끌어안았다.
“실례할게요, 공자님.”
“으으, 녜…….”
그리고 손님들을 다시 둘러보았다.
“게이트가 망가진 관계로, 결계 밖으로 이동할 겁니다.”
“뭐, 뭐라고요?! 그런……! 몬스터가 공격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결계 밖으로 간단 말입니까!”
투실투실한 공자가 벌컥 화를 내자, 다른 손님들 또한 웅성거렸다.
“이동의 가호석으로 곧장 가게 해줘요!”
“몬스터를 넘어서 어떻게 간단 말이에요!”
나는 으아앙, 울음을 터뜨린 공자를 토닥이며 말했다.
“결계는 완전히 부서진 게 아니에요. 마탑에서 급히 복구 중일 테고요. 그러니 여기서 이동해봐야 성의 결계에 막힐 거예요.”
“결계를 풀면 되잖아!”
투실투실한 공자가 소리치자, 한지혁과 그의 등에 업혀 있던 파비오, 그리고 데콘스 숙부가 인상을 찌푸렸다.
나 또한 싸늘한 표정으로 공자를 노려봤다.
“당신들을 이동시키기 위해 공작성의 결계를 풀 순 없어요.”
“우리를 맡았으니 책임을 다해야—”
“우린!”
날카롭게 고함을 내지르자, 투실투실한 공자가 움찔 물러났다.
“우린 군사력이 부족해 자식을 지킬 자신이 없는 당신의 부모에게 은혜를 베푼 거야.”
“…….”
“당신들을 지키기 위해 아스트라의 중심부를 내줄 수 없어. 알겠어?”
“…….”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다만 우리의 가주께서 당신들의 목숨을 부모에게 약조하였으니 지킵니다. 목숨을 걸고 안전히 나갈 수 있게 도울 거예요.”
나는 안고 있던 공자를 데콘스 숙부에게 내밀었다.
“제 몬스터들이 호위할 거예요. 숙부께서 이들을 안전하게 결계 밖으로 나가게 도와주세요.”
“……너는?”
“성을 방비해야죠. 결코 내줄 수 없습니다.”
“그래.”
데콘스 숙부가 손님들을 이끌고 나섰다.
문을 지나던 그가 나를 힐끗 쳐다봤다.
“……조심해라.”
“예, 숙부.”
손님들이 그를 따라 이동하던 중에 나는 라온의 앞을 막아섰다.
“<아사르>를 줘.”
“바란에 있는 것을 무슨 수로? 뭐, 그리 원한다면 바란까지 함께 가서 받아 가든가.”
“가져왔잖아.”
“글쎄.”
“네가 날 알듯, 나도 널 알아. 단지 나를 데리러 가기 위해서 왕세자위가 위태로운 이때 바다를 건넜을 리 없어.”
“…….”
“왕세자 위를 빼앗기지 않을 자신이 있었기에 온 것 아냐? 그래서 바란을 오래 비워둬도 걱정이 없는 것 아니냐고.”
“…….”
“갖고 왔지? 칼소이에와 거래할 물건.”
“…….”
“내 생각엔 아사르도 그것 중 하나일 것 같은데.”
내가 결기 어린 눈으로 바라보자, 왕세자를 따라온 유리 왕자와 브리크트 공작가의 헤반이 라온을 쳐다봤다.
라온은 픽 실소를 흘렸다.
“자꾸 그런 식으로 영리해 보이면 욕심을 지울 수가 없어, 릴.”
그가 내 턱을 가볍게 쥐었다.
“아사르를 주면 넌 뭘 주겠어?”
그때였다.
쾅—!
비행형 마수의 공격을 받은 밍키가 벽에 처박혔다.
나는 다급히 라온에게 소리쳤다.
“이럴 시간 없어!”
“알아.”
“네 목숨도 위험하다고! 모르겠어?”
“모를 리가.”
그는 달콤하게 웃으며 말했다.
“해서 일생일대의 거래다.”
“…….”
“아사르를 줄 테니 널 줘.”
“이 미친놈이……!”
“칼소이에 황실과 거래하기 위해 바다를 넘은 거냐고? 맞아. 그러나 내겐 너를 데리러 간다는 목적이 대부분이었다.”
비행형 마수의 공격에 당한 옴브레의 일부가 파편이 되어 날아왔다.
“넌 내게 무엇을 주겠어, 릴?”
“…….”
“내게 무엇을 줄 수 있지?”
나는 라온의 멱살을 쥐고 벽에 몰아붙였다.
쾅!
소중한 왕세자가 벽에 처박히자 유리와 헤반이 흠칫, 내게 소리쳤다.
“릴, 이게 무슨……!”
“그만해!”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라온을 노려봤다.
“너, 마치 네가 승자인 양 구는데.”
“아닌가?”
이 상황에서도 라온은 빙글빙글 웃고 있었다.
그래서 나도 웃어줬다.
“아니. 언제나 승자는 나야.”
“……뭐?”
“나는 널 좋아하지 않고, 넌 날 좋아하니까.”
“…….”
“그러니까 상황 제대로 헤아려.”
“…….”
“아사르를 내주면 기회를 주지.”
“……무슨 기회?”
“네가 내게 남자일 수 있는 기회.”
라온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나는 생긋 웃었다.
“그러니까 엎드려 빌어봐, 이 자식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