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359)
이 3세는 악역입니다-358화(359/390)
358화.
* * *
내가 그대로 포기할 줄 알았냐?
웃기지도 않는 소리.
오기 하나로 세 번의 삶을 모두 버텨온 나다.
시간은 여섯 시간 전으로 돌아간다.
가신들에게 둘러메져 성을 빠져나온 난 땅에 주저앉았다.
“아가씨, 속히 움직이셔야 합니다…….”
가신들이 굳은 얼굴로 내게 말했다.
내가 할아버지를 잃었다는 사실에 정신을 놓은 게 아닐까 염려하는 투였다.
하지만 난 그때…….
‘정리부터 하자. 구스타프 관할령이 작전의 핵심이니 그쪽으로 가는 거야.’
—맹렬하게 머리를 돌리고 있었다.
나는 훅, 숨을 크게 내쉬었다.
그리고 번쩍 고개를 들었다.
다시 초롱초롱해진 내 눈을 본 가신들은 의아한 표정이었다.
“아가씨?”
“가요. 각 관할령에서 군사를 차출해서 돌격대를 꾸릴 거예요.”
“돌격대라니…… 설마 공작님을 구하러 가실 요량이십니까?”
“네.”
“하지만 우리가 돌아왔을 때 공작님이 살아계실는지요. 아까운 군사만 버리는 꼴이 될 수도 있습니다.”
“그리미에는 할아버지를 쉽게 죽이지 못해요.”
“어떻게 확신하십니까?”
“아스트라의 장점이 뭐예요?”
“그야 군사력과 재력, 그리고…….”
“그리고, 혈족 사이의 치열한 경쟁 때문에 다른 구역과 연계 없이 자치가 가능하도록 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는 점.”
“그럼……!”
그래.
이 말인즉, 중앙(공작성)이 함락되어도 각 관할령은 능히 돌아간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그리미에는 왜 공작성을 노렸을까.’
아스트라 장원의 주인이 되고 싶어서?
아니, 이 전투는 체스 대결과는 다르다.
킹을 사로잡는다고 끝날 전투가 아니었다.
황도에서 원군이 올 것이고, 각 관할령에서 분투할 것이다.
가주를 잃더라도 아스트라 장원은 다시 우리 손에 들어올 것이 자명한 상황.
‘아무리 미쳤어도 그걸 모르진 않을 거야.’
그런데도 굳이 벤투스 같은 중요 병력을 공작성에 보내면서까지 할아버지를 노릴 이유…….
‘할아버지에게서 얻어낼 것이 있다는 거지.’
“필시 할아버지를 살려두고 고신할 거예요.”
나는 눈을 부릅뜨며 가신들을 쳐다봤다.
“결국 시간 싸움이에요. 할아버지가 고신을 얼마나 버틸지 알 수 없으니까.”
“빠르게 움직이겠습니다.”
장원에 들어온 인공 마수가 20만.
인공 마수의 진화체인 벤투스는 몇 마리나 들어왔는지 알 수 없다.
2세들은 관할령을 방어하기 위해 군사들을 내주려고 하지 않을 터.
어떻게 설득해서 군사를 차출하는지가 관건이었다.
“각 관할령엔 내가 직접 가겠어요.”
“예.”
일단 데이몬드 관할령.
즉, 우리 집에서 정예병을 차출했다.
그러나 우리 관할령은 가장 영역이 넓다.
심지어 어릴 때부터 내가 알토란같은 지역을 골라서 땅따먹기해 왔다.
공작성과 가장 인근인 발데릭 관할령의 노른자 땅 같은 곳 말이다.
무엇보다 우리 군사의 대부분은 황도 전투에 대비하여 중앙에 올려보낸 상태였다.
빼 올 수 있는 군사 수가 얼마 되지 않는다는 뜻이었다.
그래서 지휘관들은 두고 이그리츠 군의 군사 스물만 겨우 데려왔다.
다음은 바스티나 관할령.
“고모님, 군사를 내주세요.”
“헛소리! 내 관할령의 상태를 보지 못했느냐?!”
“오면서 봤어요. 난리더라고요. 건물이 죄다 무너져서 복구하실 때 고생 좀 하시겠어요.”
“이게 진짜……! 알면서 무슨 군사를 내달라는 게야!”
“셀레네 언니 휘하의 신성군이면 좋겠어요. 의료병과 지원병이 필요하거든요.”
바스티나는 목덜미를 잡았다.
어이가 없어서 입만 뻐끔대자, 그녀의 남편인 미스트로가 땀을 뻘뻘 흘리며 말했다.
“인공 마수와의 전투로 우리 또한 신성 병사가 아쉬운 상황이라…….”
“이런 말씀은 드리고 싶지 않았는데…….”
“그래, 이해했다니 다행이구나. 병사는 다른 관할령에서 차출하는 것이…….”
나는 슬픈 얼굴로 품에서 사진을 꺼냈다.
“……!”
“……!”
바스티나 고모와 미스트로 고모부의 눈이 튀어나올 것 같았다.
“너, 너, 너어……!”
“이, 이게……!”
부부가 황급히 내 손에서 사진을 빼앗아서 구겨버렸다.
나는 또다시 슬픈 얼굴로 사진을 꺼냈다.
이번엔 와르르 쏟아낼 만큼 수가 많았다.
바스티나 고모가 미스트로 고모부의 집안인 칼린로 후작가에 아스트라의 녹을 받는 병사들을 빼돌리고 있는 사진이었다.
‘아, 이건 아껴놨다가 필요할 때 쓰려고 했는데.’
정말로 너무나 아깝다.
나는 슬픈 얼굴로 말했다.
“알려지면 어차피 관할령을 빼앗길 텐데, 순순히 주시는 게 좋지 않겠어요……?”
“이, 이, 이……!”
“일단 관할령이 있어야 지키든가 할 텐데요…….”
“이 악독한 계집애—!!”
바스티나 고모는 뒤로 넘어갔지만, 결국 군사는 빼앗아 왔다.
셀레네 언니의 신성병들이 내 휘하에 들어왔다.
다음은 구스타프 관할령.
“비행병이 필요한데요.”
“내 관할령에서 전투가 벌어지고 있는데 무슨 군사 차출이야!”
구스타프 숙부가 고함을 내질러서 나는 이번에도 슬픈 얼굴로 사진을 꺼냈다.
구스타프 숙부의 아내인 메리 숙모에게 안 보이도록 살짝.
그리고 속삭였다.
“도박 중독으로 관할령의 공금까지 탕진한 사실을 숙모가 알면…….”
숙모 중 가장 성격이 센 메리 숙모가 알면 구스타프 숙부는 죽는다.
“……생각해보니 비행형 몬스터는 없으니 비행병이 그리 필요할 것 같진 않군. 아버지의 안전이 우선이지.”
그렇게 비행병을 손에 넣었다.
다음은 데콘스 관할령.
데콘스 숙부가 귀빈들을 이동시키고 있는 터라, 관할령은 숙모가 맡고 있었다.
숙모는 난색이었다.
“구스타프 관할령이 뚫리면 그다음은 우리야. 이 와중에 어찌 궁병을 빼달라는 거니.”
“아, 엄마 그냥 줘! 쟤가 무슨 생각이 있겠지!”
“리앙틴!”
“줘! 그냥 줘어어어!”
리앙틴이 바닥을 굴러줘서 손쉽게 데려왔다.
다음은 돌아가신 조슬랭 숙부의 관할령이다.
카라, 리지 자매의 관할령으로 지금은 숙모가 관리 중이었다.
“살수들을? 내줄 것 같으니.”
나는 또 슬픈 얼굴을 지었다.
“지난번 방계 연합의 주축이 카라, 리지 언니였죠…….”
“…….”
“할아버지가 주의 깊게 보고 계세요. 이런 때 조슬랭 관할령에서 통 크게 지원하여 할아버지를 구출한다면…….”
“…….”
“아, 맞다. 리지 언니가 방계들을 들쑤신 건 할아버지에게 말씀드리지 않았는데, 이번에 구출하면 그 얘기를 꼭…….”
“세바스찬! 살수들을 내줘라!”
다음은 돌아가신 쟈로스 숙부의 관할령.
숙모가 자유로운 영혼이라 떠나있는 바람에 외가의 지원을 받은 아론과 애덤이 관리 중이다.
간단하게 얘기했다.
“군사 1천 내놔.”
“미쳤냐?”
“줄 것 같냐?”
내 등 뒤에 있던 이그리츠 군사들이 주먹을 흔들었다.
“맞기 전에 내놔.”
“…….”
“…….”
로레이나 관할령(구 발데릭 관할령), 밀란 관할령(구 헤르난 관할령)도 슬픈 얼굴과 주먹을 흔들어서 해결했다.
그렇게 모은 군사가 2천.
네 시간 안에 군사를 싹 모았고, 돌격 준비를 시작했다.
돌격대는 이동의 가호로 장원에 온 리시먼드가 지휘하기로 했다.
“1부대와 2부대는 공작성의 지하통로로 이동하고, 3부대는 북문을 통해…… 에릴로트?”
작전을 설명하던 리시먼드가 나를 쳐다봤다.
생각에 빠져있던 나는 “아…… 어어.” 하며 대답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그리미에의 몬스터들 말이야. 동선이 이상하지 않아?”
“비행형 벤투스가 공작성을 공격해온 것 말이야? 그건 비행형이니 가능한 일이었을 거다.”
“그래도 이상해…….”
마력이 엄청났다.
엄청난 수의 인공 마수들이 융합된 개체.
거짓말 조금 보태면 고대몬스터에 육박하는 힘일 터.
그런 개체가 이동하는데 아무도 성에 알리지 않았다고?
‘그게 아무래도 좀…… 어?’
나는 아스트라 장원의 지도를 확인했다.
“이거다……!”
“뭐가?”
나는 황급히 검을 들고 달려 나가며 리시먼드에게 소리쳤다.
“이그리츠 소속 군사들은 내가 지휘할게. 나갔다 올 테니까 내가 안 오면 작전을 먼저 시작하고 있어!”
“뭐? 잠깐, 에릴로트!”
그렇게 이그리츠 병사들을 끌고 나갔던 나는 겨우 작전 개시에 맞춰 공작성에 도착했다.
그렇게 현재.
라곤을 타고 공작성에 도착한 난 창 안으로 뛰어들며 소리쳤다.
“내 할아버지에게서 손 떼—!”
그리미에는 창밖을 힐끗 쳐다보곤 헛웃음을 터뜨렸다.
인공 마수와 전투 중인 군사의 수가 터무니없이 적었기 때문이었다.
“복장을 보니 각 관할령에서 군사를 얼마쯤 데려온 모양이구나.”
“…….”
“기껏해야 1천? 많아야 2천?”
“…….”
“공작성엔 1만이 넘는 인공 마수와 벤투스들이 집결해 있다. 어찌 상대할 요량이냐.”
“그래서 라곤을 끌고 왔잖아. 라곤!”
크아아아악—!
창밖의 라곤이 날카롭게 울자, 비행형 몬스터들이 주춤했다.
그리미에는 하하, 낮게 웃었다.
“조카야. 군사의 수로도, 입장으로도 우세한 건 나란다. 너는 이 공작성을 지키며 싸워야 하나, 나는 그렇지 않거든.”
라곤이 나서면 공작성은 초토화된다.
아스트라의 상징이자, 존재의 증명인 공작성을 무너뜨리면서까지 라곤을 부릴 수 있느냐는 뜻이었다.
나는 검을 양손으로 꽉 그러쥐며 말했다.
“상관없어. 네겐 공작성의 의미가 큰 모양이지만 내겐 아니거든.”
“뭐라고?”
“아스트라의 상징은 이깟 성이 아니야. 크로노스 아스트라지!”
나는 검은 든 채로 그에게 파고들었다.
그는 가볍게 움직여 검을 피했다.
“우습구나, 에릴로트. 나를 상대할 생각이었다면 데이몬드를 데려왔어야지.”
그리미에가 내 손목을 콱, 움켜쥐었다.
“으윽……!”
“이리 가는 손목으로 무엇을 할 수 있겠느냐.”
할아버지가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이놈! 놓지 못하겠느냐!”
쿠구구구구……!
건물이 가늘게 진동했다.
할아버지의 가호인 <중력 지배>였다.
그러나 이미 고신으로 몸이 상할 대로 상한 할아버지는 쿨럭, 피를 토했다.
그리미에는 빙그레 미소 지었다.
“봐라. 늙은이도, 너도 내게 대항할 방법은 없어.”
“…….”
“어찌할 생각이지, 응? 어떻게 내게서 늙은이를 빼앗을 수 있겠어?”
“……렇게.”
“뭐?”
“이렇게, 이 새끼야!”
그리미에에게 잡히지 않은 손을 냅다 뻗었다.
라곤을 타고 올 때부터 쥐고 있던 쇠구슬이 퍽! 그의 얼굴에 꽂혔다.
“주군!”
그리미에가 크윽, 신음하며 얼굴을 쥐자 팔로스토의 군사들이 황급히 다가왔다.
그러자 그리미에의 얼굴에 부딪혀 툭, 떨어진 쇠구슬이 펑! 터지며 매캐한 연기가 방을 가득 메웠다.
‘내가 미쳤냐? 너 같은 괴물과 일대일로 싸우게.’
옴브레에겐 사전에 미리 지시해놨다.
옴브레는 잽싸게 할아버지와 드뷔시 자작의 몸을 빙 둘러서 끌고 왔다.
삼켜서 보호할 순 없었다.
이미 몸이 많이 상한 상태라 그림자 몬스터가 삼키면 어찌 될지 알 수 없었다.
나는 정신을 잃은 드뷔시 자작을 먼저 창밖으로 밀었다.
라곤이 쉭! 소리와 함께 날아와 드뷔시 자작을 받았다.
다음은 할아버지와 내 차례였다.
할아버지를 끌고 뛰어내리려던 찰나.
쾅—!!
비행형 벤투스들이 돌진하여 부딪친 탓에 라곤이 밀려났다.
드뷔시 자작이 라곤의 앞발에서 툭, 떨어졌다.
‘자작!’
땅에 떨어질 뻔했을 때였다.
구스타프 관할령의 상징인 천마 문양의 갑주를 찬 비행병들이 그를 무사히 받아냈다.
라곤은 여전히 벤투스에게 막혀있었다.
나는 비행병을 향해 손을 들었다.
“여기— 악!”
그리미에가 내 머리채를 잡았다.
“감히……!”
그의 손에 들린 검이 날카롭게 빛났다.
그가 내 목을 향해 검을 겨누려던 순간, 할아버지가 검날을 잡아챘다.
“할아버지!”
“뛰어내려라, 어서!”
그리미에는 주저앉은 할아버지를 향해 무게를 실었다.
예기가 실린 검날이 할아버지의 손을 날카롭게 가르며 점점 가까워졌다.
‘지원이 필요해!’
주변을 둘러보았다.
내 몬스터들은 벤투스들을 상대 중.
가뜩이나 인공마수에 비해 수가 부족한 군사들은 지원해줄 정신이 없었다.
이그리츠 군은 ‘그곳’에 두고 왔고……!
그리미에의 입꼬리가 징그러운 각도로 휘었다.
할아버지의 옷깃에서 먼지가 휘날리고 있었다.
분해하려는 것이다.
‘안 돼, 안 돼, 안 돼……!’
이제 어쩔 수 없다.
그리미에에게 뛰어들려던 찰나였다.
“공작님과 아가씨를 지켜라!”
엔조의 목소리였다.
내려다보자 엔조를 필두로 할 아빠 직속군이 북문에서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신관의 4층이다!”
<추적>의 가호를 가진 콘라드가 황도의 저택군을 이끌고 신관으로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아가씨!”
눈부신 천마를 탄 잔느가 친위대를 이끌고 하늘을 가르며 이쪽으로 날아왔다.
“다친 자들은 이쪽으로 와라!”
이세즈와 신성부대.
“이그리츠 군, 돌격한다!”
단장 칼리 무소의 명을 받은 루카와 켄달이 이그리츠 군을 이끌고 진격했다.
그리고…….
“아가씨! 도착했습니다!”
“에릴로트!”
미켈란과 한지혁이 등 뒤에 무수히 많은 몬스터를 이끌고 도착했다.
챙!
쉭!
탁!
창을 깨고 나타난 건 리시먼드와 발자크, 요슈아였다.
‘됐다!’
황도에 있던 병력이 아스트라에 집결한 것이다!
<강화>를 통해 전신의 마력을 끌어올린 발자크가 그리미에에게 돌진했다.
그리미에가 비틀거리며 물러나자, 요슈아는 그가 중심을 잡기 전에 <압축>을 통해 바닥을 변형시켜 붙들었다.
그리고 리시먼드가 땅을 짚었다.
그의 공격계 가호인 <전뢰>가 그리미에에게 격돌했다.
나는 라곤을 지원하던 아웬에게 소리쳤다.
“아웬! 몬스터들을 지휘해!”
내겐 인간의 명을 받드는 인공 마수가 없다.
하지만 이그리츠 군이 찾아다주고, 내가 부화시킨 몬스터들이 있다.
거기에 몬스터를 지휘할 수 있는 몬스터.
크림슨 구울, 아웬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