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360)
이 3세는 악역입니다-359화(360/390)
359화.
아웬의 지시로 몬스터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였다.
황도에 있던 우리 병사까지 합류.
거기다 곧 연합군의 원군까지 도착할 터.
나는 그리미에를 보며 씩 웃었다.
“이제 내 판이야.”
그리미에가 이를 악물었다.
방 안에 있던 팔로스토의 군사들은 황도의 데이몬드 군에 막혀 있는 상황.
발자크와 요슈아가 할아버지를 부축했다.
리시먼드는 그리미에가 다가오지 못하게 대치 중이었고, 나는 등 뒤를 힐끗 쳐다봤다.
라곤이 벤투스와 인공 마수들로부터 빠져나왔다.
비행병들도 손이 남는 상황.
유사시의 도주로는 확보되었다.
‘좋아.’
나는 소리쳤다.
“팔로스토의 군사들은 들으라!”
우리 군사들을 상대하던 자들이 흠칫했다.
“너희도 머리가 있으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알겠지?”
팔로스토의 군사들이 주춤했다.
“에릴로트 아스트라의 이름을 걸고 맹세하겠다. 그리미에를 추포하는 자, 공로를 인정하여 목숨을 보전해주겠노라.”
나는 표정이 굳은 그리미에를 바라보며 팔로스토 군사들에게 소리쳤다.
“무장의 비늘이 도착했어. 인공 마수는 이제 무용하지.”
“…….”
“너희가 빠져나갈 수 있는 길은 없다. 역적이 되어 너희들 부모, 자식과 함께 묻히겠느냐. 공을 세워 새로운 기회를 얻겠느냐!”
어차피 너희는 그리미에에게 지극한 충성심 따윈 없잖아.
힘이 탐나고, 신분 상승에 열망이 있어 그리미에의 배에 탑승한 것이다.
‘게다가 그리미에는 군사를 아끼는 자가 아닐 텐데?’
연합군으로 인해 더는 백성을 납치할 수 없는 상황.
그렇다면 저 많은 수의 인공 마수는 어떻게 만들었겠는가.
쓸모없는 군사들을 인공 마수로 만든 것이겠지.
저들은 동료가 어떻게 인공 마수가 되는지 지켜봐 왔을 것이다.
한 줌 남은 충성심마저 바스러질 일이었다.
팔로스토의 군사들이 그리미에를 힐끗거리기 시작했다.
배신의 타이밍을 재기 위해서일 터였다.
그리미에가 나를 살벌하게 쏘아보았다.
“여전히 입은 살았구나, 에릴로트.”
“너만 할까.”
그가 하하, 낮게 웃었다.
“역시 너는 내 딸로 태어났어야 했어.”
무슨 그런 끔찍한 소리를.
내가 어처구니없는 표정을 짓자, 그리미에는 눈썹을 까딱 들어 올렸다.
“달콤한 말로 내 군사들이 회유되어도 끝은 처절할 것이다. 모르지 않을 텐데.”
“…….”
“나를 잡아서 살아남으면 어찌 될 것 같으냐.”
“…….”
“과거의 전범이었다는 굴레가 평생 이어질 것이다. 어느 곳에 살든 간에 배척당할 것이고, 일자리 하나 구하기 어렵겠지.”
“…….”
“그런 자에게 딸, 아들을 주는 부모는 없을 테니 결혼은 꿈꿀 수 없을 테고, 이미 아내와 자식이 있는 자들은 함께 궁핍할 것이다.”
오라버니들이 날 쳐다봤다.
팔로스토 군사들의 표정이 다시 바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훤히 보였다.
그래, 그렇게 사느니 차라리…….
역모에 성공하여 공신이 되는 쪽에 거는 것이…….
—그렇게.
발자크가 쯧, 혀를 차며 속삭였다.
“하여간 말 잘하는 놈이라니까.”
“오라버니.”
“응.”
“내가 유혜민일 때 직업이 뭐였다고 했지?”
“……보좌관?”
그래.
나는 K-정치를 겪어온 몸이다.
TV와 인터넷도 없는 세계에서만 산 놈보다 내가 못 할 리 없잖아.
난 웃으며 말했다.
“가장 먼저 그리미에를 찌르는 자에게 오백 골드를 주겠다!”
“뭐?”
“뭐, 뭐라고!”
팔로스토 군사들이 술렁였다.
그리미에의 표정은 딱딱해졌다.
“그리미에 군의 비밀을 토설하는 자에겐 오천 골드.”
“오, 오천?”
“오천이라고?!”
“그리미에의 심장을 가져오는 자에겐 오만 골드!”
“……!”
팔로스토 군사들의 눈이 떨어질 듯 커졌다.
나는 성자를 유혹하는 악마처럼 은근한 눈으로 군사들을 쳐다보았다.
“거기에 인공 마수 목 하나당 천 골드씩 쳐주지.”
난 빙그레 미소 지었다.
“자, 역적들아, 동료들에 가서 알려. 너희 손으로 인공 마수를 처리한다면 저 그리미에의 재산은 너희 것이다.”
“도, 돈…….”
“새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금액이 아니냐?”
발자크가 눈을 데구루루 굴리다가 내게 속삭였다.
“아무리 살아남아 돈을 받더라도 저들은 전범인 만큼 엄청난 배상금을 책임져야 하잖아?”
“쟤들이 거기까지 생각하겠어?”
“넌 진짜 악독해…….”
운 좋게 인공 마수를 네 마리 정도 처리하면 50실버는 남을걸?
다섯 마리부터는 거액이 남는다.
‘물론 인간이 홀몸으로 다섯 마리나 되는 인공 마수를 물리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깝지만.’
하지만 이건 저들에게 희망이 될 것이다.
그리고 이 희망은 저들이 목숨을 건 도박을 하게 만들겠지.
애초에 역모에 가담한 것부터 인생을 걸고 도박한 거잖아?
‘그러니까 이 도박광들은…….’
챙!
팔로스토의 군사들이 그리미에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이렇게 될 거란 거지.’
팔로스토의 군사 중 하나는 문을 향해 달려 나갔다.
동료들에게 소식을 알리려는 것처럼.
나는 굳어있는 그리미에에게 미소 지었다.
“이제 네겐 인공 마수만 남겠는 걸?”
“이…….”
“어쩌나, 이제 무장의 비늘까지 도착했으니 인공 마수도 못 쓸 텐데.”
난 리시먼드의 앞으로 걸어 나오며 그에게 검을 겨누었다.
“끝이다, 그리미에.”
“…….”
“패배를 인정해.”
마침 창과 문을 통해 아스트라 직계들과 원군의 지휘관들이 도착했다.
그들 모두가 그리미에를 향해 검을 겨누었다.
할아버지가 선언했다.
“그리미에의 이름을 아스트라의 인명록에서 영원히 지우고, 배역한 그를 처단한다.”
“명 받듭니다.”
내가 선창하자, 그리미에를 둘러싼 모든 자들이 재창했다.
“명, 받듭니다!”
“이제 끝났어.”
“이제 정말…….”
사촌들이 중얼거렸다.
그런데 그때.
쾅—!!
그리미에의 가장 가까이에 있던 군사가 엄청난 속도로 창밖으로 날아갔다.
“……!”
“……!!”
그리미에의 피부에서 비늘이 돋아나더니 기묘한 기운이 풍겼다.
“뭐, 뭐야?”
“무슨…….”
다들 놀라던 와중에, 세인트 광장 전투에 참여했던 군사들의 표정만은 달랐다.
“요슈아, 저거…….”
내가 중얼거리자, 요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고대의 거룡 게헨나와 사룡 중 하나인 요르문간드로 만든 용, 루이나.
그 루이나의 오물을 뒤집어쓰고 마물처럼 변했던 그리미에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리미에의 동공이 확대되며 색이 변했다.
눈알이 온통 새빨개진 그가 비척, 비척, 내게 다가왔다.
나는 주춤주춤 물러나며 중얼거렸다.
“다들…… 모두…….”
“에릴로트…….”
“뛰, 뛰어…….”
“에릴로트 아스트라…….”
그가 코앞에 다가왔을 때 나는 소리쳤다.
“다들 뛰어내려—!”
쾅—!!
소리친 동시에 나를 포함한 모든 군사가 벽이며 창에 부딪혔다.
그리미에에게서 터져 나온 충격파에 맞은 부분이 염산이라도 뒤집어쓴 양 녹아내리고 있었다.
“으으윽…….”
“에, 에릴로트……!”
“에릴, 로, 윽…….”
요슈아는 어깨가 녹아내렸고, 발자크는 배가 녹아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리시먼드는…….
“오, 오라버니…… 오라버니……!”
나를 보호하기 위해 그리미에의 바로 앞에 뛰어든 바람에 온몸이 엉망이었다.
“형!”
“혀, 형님…….”
“오라버니, 오라버니…….”
리시먼드가 떨리는 손으로 나를 잡았다.
그리고 겨우 형태만 남은 입을 억지로 벙긋거렸다.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으면서.
가.
도망, 쳐.
그 말만을 필사적으로.
엉금엉금 기어 온 발자크와 요슈아가 리시먼드를 붙잡았다.
“형! 아아, 어떡해. 형—!”
“형님, 제발……!”
시간이 느리게 흐르는 것만 같았다.
얼굴이 녹아버린 밀란.
온몸이 녹아 손가락으로 보이는 부위만을 겨우 움찔거리는 리앙틴.
벽에 등을 대고 미끄러져 미동이 없는 디오네라.
배가 전부 녹은 셀레네.
눈을 감은 콘라드를 끌어안은 채 오열하는 한지혁.
팔 한쪽과 다리가 사라진 잔느.
그리고 내 품에서 숨을 쉬지 않는 리시먼드.
“오라버니! 리시먼드 오라버니!”
“응.”
“이 더운 날에 왜 재킷을 입고 있어? 혹시…… 실험당한 상처 때문에 그래?”
“…….”
“카인로드 숙부에게 상처를 치료할 수 있는 방법이 없나 물어볼까?”
“지우고 싶지 않아.”
“한여름에도 재킷을 입으면서?”
“응.”
“……왜?”
“보면 기분이 좋아.”
“성격 참 이상하네. 뭐가 좋아?”
“네가 손을 내밀던 날이 떠오르니까.”
평화로웠던 그 오후.
티 없이 맑게 웃던 리시먼드의 표정이 떠올랐다.
“그날을 떠올리면 아무리 깊은 어둠도 두렵지 않아서.”
“형, 눈 좀 떠! 아아, 형……!”
“형님…….”
리시먼드.
그 순간이었다.
* * *
황도 제 2저택.
“데이몬드—!”
데본과 레오 탈로프가 급히 데이몬드를 향해 달려갔다.
그의 발치엔 마리가 널브러져 있었다. 그리고 새파란 피부를 가진 끔찍한 몰골의 작은 괴물 또한.
데이몬드는 분리 의식을 위해 모든 마력을 쏟아부었다.
온몸에 새파란 핏줄이 돋아나고, 얼마쯤은 터져 선혈이 줄줄 흘렀으니 기절할 만도 했다.
레오 탈로프가 안색이 희멀건 데이몬드를 살피는 동안, 데본이 마리의 곳곳을 보았다.
“완벽하게 분리된 것인가…….”
마리는 의식이 없었다.
몬스터와 뒤섞인 혼을 분리해내는 동안 끔찍한 고통을 감내해야 했다.
하루를 꼬박 비명을 질렀으니 의식을 찾는 데까진 한참 걸릴 것이다.
“<교만>은!”
레오 탈로프의 말에 데본이 흠칫, 몬스터를 뒤집었다.
“숨은 완전히 끊어졌어.”
“하면 에릴로트의 금제가 풀린 것인가?”
“글쎄, 그건…….”
그때, 데이몬드가 <교만>을 살피고 있는 데본의 손목을 잡았다.
“손…… 떼…….”
“뭐?”
“그 손, 어서—”
파사사삭.
순식간에 석화된 <교만>이 부서지기 시작했다.
“윽!”
가루가 달라붙은 피부가 데인 듯 뜨거웠다.
데본과 레오 탈로프는 각각 마리, 데이몬드를 끌고 <교만>에게서 물러났다.
“뭐야, 어떻게 된…….”
“레오! 저길 봐라!”
<교만>이었던 모래 속에서 기묘한 문양이 떠올라 있었다.
그리고…….
파지짓.
불이 일며 문양이 서서히 사라지기 시작했다.
그 순간이었다.
쾅!
콰과과과과광—!
천지가 진동했다.
* * *
온몸의 피가 달아오르는 것만 같았다.
눈이 터질 듯 뜨겁다.
“……에릴로트?”
“너 눈이…….”
발자크와 요슈아가 나를 바라보았다.
[발자크와 요슈아는 믿을 수 없는 얼굴로 에릴로트를 바라보았다.]그리미에가 나를 향해 천천히 다가오고 있었다.
[어둠을 두른 사특한 존재는 에릴로트를 향해 발을 내디뎠다.]축 늘어진 리시먼드는 미동이 없었다.
[가족을 진심으로 사랑했던 아름다운 청년의 최후였다.]세상에 글자들이 휘몰아친다.
‘아…….’
사람들은 주변을 떠돌아다니는 빛나는 문자를 바라보며 당황하고 있었다.
“뭐, 뭐야, 이 글자는.”
“이게 무슨…….”
[북문에 연합군이 도착했다. 연합군의 지휘를 맡은 공작가의 가주들과 알렉시스 황자는 부서진 결계를 뚫고 아스트라 공작성의 신관으로 진입했다.]“연합군? 도착했다고?”
[상공에 송출기가 떠올랐다. 마경을 통해 제국뿐 아니라, 대륙 전역에 어둠을 두른 자와 세계수의 후예를 비추었다.]“소, 송출기. 정말이야!”
“이 글자가 뭔데?!”
그리미에의 표정 또한 달라지고 있었다.
[어둠을 두른 자는 깨달았다.아, 기어이 저 세계수의 후예가 진정한 힘을 찾았구나.
금제가 풀린 이상 방법이 없었다. 물러나 다음을 도모하는 수밖에는.]
“도망치겠다고?”
내가 중얼거린 순간, 공작들과 연합군의 지휘관들이 도착했다.
“아니, 이게 무슨…… 어찌 된 것이냐!”
트랑 공작이 죄 녹아서 사망한 사촌들을 바라보며 기함했다.
나는 표정이 굳은 그리미에를 바라보았다.
그의 눈이 점점 사람의 것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도망쳐선 안 되지.”
“무, 물러나.”
“리시먼드가 이렇게 되었잖아.”
나는 비틀비틀 걸어 그리미에에게 다가갔다.
그리미에가 흠칫, 뒷걸음질 쳤다.
“리시먼드는 다정한 사람이야.”
“오, 오지 마……!”
“리앙틴과 디오네라도…….”
“…….”
“셀레네 언니, 밀란, 애덤, 리지…… 다들 열심히 살았단 말이야…….”
“…….”
“콘라드도, 아, 미켈란…….”
“저, 저리 가. 저리 가란 말이다. 꺼져 버려—!”
“돌려내.”
“이……!”
“돌려내—!!”
허공을 유영하던 글자들이 빠르게 휘몰아쳤다.
글자들이 재배치 되어 문장이 완성되었다.
[그리미에의 팔이 꺾인다.]“아아아아악—!”
[그리미에는 숨을 쉴 수 없다.]“컥—!”
[폐가 뒤틀리고, 두 눈에선 피가 흐른다.]“끄으으으……!”
그리미에의 얼굴은 피눈물이 쉴 새 없이 흘러 엉망이 되었다.
“……!”
“……!!”
송출기가 나를 비추었다. 공작들이며, 각 가문의 가주들이 경악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아냐. 이게 아니야.’
내가 원하는 건.
내가 정말로 원하는 건.
글자에 손을 뻗었다.
파직, 파지직!
글자를 억지로 잘라내 붙였다.
그리고 완성된 문장은…….
[그리미에에게 당한 모두의 시간이 반대로 흐른다.]“어? 어어어?!”
“뭐, 뭐야……!”
쓰러진 사람들의 몸이 빠른 속도로 복구되고 있었다.
[상처가 치유된다.] [숨이 돌아온다.].
.
[그리미에에게 당하기 전으로……!]“에릴…… 로트?”
쓰러졌던 자들이 몸을 일으키고, 리시먼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미에가 경악한 얼굴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거짓말! 말도 안 돼! 이런, 이, 이런 힘이 존재할 리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