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361)
이 3세는 악역입니다-360화(361/390)
360화.
나는 그리미에를 향해 몇 걸음 더 가까이 갔다.
그리미에는 마치 괴물이라도 보는 듯한 표정이었다.
“왜 그랬어?”
[팔이 기괴하게 꺾인다.]“아아아악!”
“묻잖아. 왜, 그랬어?”
[다리가 비틀린다.]“크아아—!”
“응? 왜 리시안 숙부를 죽였어? 왜 나를 금제했어? 어째서 아빠를 죽였지?”
“나는, 나, 끄으으……!”
“아아, 숨을 못 쉬는구나. 그래.”
[폐가 본래의 형태로 되돌아온다. 숨을 쉴 수 있다.]“흐, 으…… 으으으……!”
털썩 주저앉은 그가 손바닥으로 걸어 벽 끝까지 밀려났다.
“모두…… 모두 내 것이었어야 했어…….”
“어떤 것이.”
“이 아스트라! 가주의 위명, 영광! 모두가—!”
“고작 그런 것들을 위해 그 많은 사람을 죽였어? 동생을 살해하고, 조카의 인생을 진창에 처박은 거야?”
“나는 이 가문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모든 것이 나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었어! 그것을 빼앗은 건 너희다—!”
사람들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모두가 피를 토하듯 고함을 내지르는 그리미에를 혐오하는 얼굴로 바라보았다.
그리미에는 피 묻은 양손을 돌아보며 말했다.
“애초에 모든 것이 내 것이었어. 아스트라 공작가의 장남으로 태어나 세상을 호령할 운명을 타고났단 말이다.”
“…….”
“한데 그 녀석이 나타난 거야—!’
“…….”
“비천한 주제에 감히 내 앞에 고개를 조아리지 않는 자.”
“…….”
“그런 자가 딸자식을 잘 얻은 대가로 내 모든 것을 취한다고? 그게 내 미래라고?!”
“…….”
그리미에는 낄낄, 낄, 웃으며 어깨를 떨었다.
그가 새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알았으니 바꿔야지 않겠느냐. 옳은 방향으로 말이야.”
“다른 방향은 얼마든지 있었어.”
“……뭐?”
“독립하여 새 가문을 꾸리거나, ‘우리’는 할 수 없는 정의로운 일로 백성들의 인정을 받거나, 네 능력을 살려 세상을 이롭게 하는 일.”
“…….”
“하여 차지하게 될 눈부신 위명과 영광이 있었지.”
“…….”
“본래 내 것이었으니 빼앗는다고? 빼앗기 위해 무슨 짓이든 한다고?”
“…….”
“아빠의 등장이 너를 바꿨다는 듯 말하지 마. 넌 네 욕망으로 인해 타인의 인생을 희롱했고 그 결과, 죽는 것이다.”
나는 바닥에 떨어져 있던 검을 주워들었다.
그리고.
“컥—!”
그의 심장에 박아넣었다.
[검날은 결코 빠지지 않는다. 숨을 쉴 때, 걸을 때, 사랑하는 자를 볼 때조차 지옥 같은 고통이 함께한다.]“죽어, 그리미에.”
“아, 으, 으아, 아아아아…….”
“죽어—!”
[그리미에 아스트라는 처절하디 처절하게 죽…….]거기까지 문장을 조합했을 때였다.
챙—!
어딘가에서 유리가 깨지는 소리가 들렸다.
코와 입에서 왈칵 선혈이 터져 나왔다.
고개를 내리자 온몸에 굵게 불거진 검붉은 핏줄이 보였다.
옷 위로 드러난 모든 피부에 균열이 생겼다.
금세라도 무너질 듯이.
“에릴로트!”
“에릴로트—!”
“에릴……!”
발자크와 요슈아, 리시먼드가 나를 향해 달려오는 모습을 마지막으로 본 나는 휘청, 쓰러졌다.
세상이 암전되며 끝없이 고요해졌다.
* * *
[하여간에 겁 없긴.] [이 아이는 우리의 딸이었을 때부터 그러했지.] [그래, 무식하게 돌진하는 법만 아는 녀석.] [무식……. 말 가려 하지 못해?]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나는 몸을 뒤척이며 나를 감싼 포근한 것에 뺨을 비볐다.
“시끄…… 러워.”
그래, 아빠들 너무 시끄러워.
피곤해 죽겠다고.
피곤할 만도 하잖아.
‘그런 엄청난 힘을 써서 죽을 뻔…… 어?’
정신이 번쩍 들었다.
나는 황급히 몸을 일으켰다.
“어떻게 된— 악!”
꽝!
누군가와 머리를 부딪쳤다.
나는 이마를 문지르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나와 이마를 부딪친 건지 손등으로 이마를 꾹 누르고 있는 녹청발의 사내가 보였다.
“……제롬?”
[혼을 담은 육체가 변했는데도 어찌 돌머리인 것은 같은 거야.]제롬.
일로테를 만든 13명의 아버지 중 하나.
그가 나를 보며 픽 웃었다.
[힘이 좋은 걸 보니 이 이상의 치유는 필요하지 않을 듯하구나.]“치유? 아, 제롬의 능력이 치유였지…….”
심장이 멎지만 않으면 살려낼 수 있는 엄청난 치유력이 그의 가호였다.
[제롬을 기억해?] [고대의 기억을 봤으니까.] [하면 나도?] [난?]옆에서 정신없이 얼굴을 들이밀었다.
쿼로스.
아젠탈.
오르카.
‘아빠들이다…….’
미카엘만큼 다정한 쿼로스가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고되었지.]“…….”
[외롭고, 고통스럽고, 서글펐을 것이다.]“…….”
[딸아, 그러나 우리는 언제나 너와 함께였다. 네 성장을 지켜보고, 함께 아파했단다.]“……나는 딸이 아니에요.”
[그래?]“예. 일로테처럼 마냥 순수하지도 않고요. 인간을 믿지 않아요. 또, 목숨마저 내줄 만큼 백성을 사랑하지도 않는다고요.”
선의 결정체 같은 그 아이는 이제 없다.
여기에 있는 건 나를 위해서라면 그 어떤 사특한 짓도 할 수 있는 영악한 아이였다.
황금색의 머리칼이 눈을 죄 가린 아젠탈이 [음?] 하며 물었다.
[순수하고 착하지 않으면 딸이 아닌 것이냐?]“네? 그야 성격이 다르니까…….”
[부모가 원하는 성격을 타고나지 않았다고 해서 자식이 아니라고?]“어, 그건…….”
사자 가운데 가장 낭창하고 유혹적으로 생긴 오르카가 눈물점을 문질렀다.
‘아, 이거 오르카가 불만일 때의 버릇이다.’
오르카가 팔짱을 끼며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다 컸다고 이제 아비들이 필요 없다는 거야?]“그런 게 아니라—!”
[그런 게 아니라면 너는 우리의 딸이다.] [그럼.] [당연하지!]나는 눈을 끔뻑였다.
“피도 안 섞였는데. 이제 육체가 달라져서?”
[넌 아버지들의 마음에 상처를 줬어…….]아젠탈이 우울한 얼굴로 허공을 바라보았다.
쿼로스는 한숨을 내쉬었고, 오르카가 울컥 인상을 찌푸렸다.
[하면 입양한 부모들은 자식에게 부모가 될 수 없다는 거냐?!]“그건 아니죠. 사랑으로 키웠으니까.”
“…….”
[네가 자라 첫걸음마를 하는 것을 지켜보았지.] [보모의 손을 잡은 아이를 부럽게 바라볼 땐 함께 울었다.] [네 친부의 품에 안겼을 땐 함께 기뻐했다고.]“왜요?”
[사랑하니까.] [당연히 사랑해서지.] [얼마나 사랑하는지 네가 알기나 해?!]나는 배시시 웃었다.
“그럼 뭐, 아빠 시켜드릴게요.”
세 남자가 쿡쿡 웃었다.
오르카는 내 코를 가볍게 쥐고 흔들었다.
[뻔뻔하긴. 우리 같은 자들이 아비란 것이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알기나 하는 거야?]“아하요……! (아파요……!)”
미카엘이 봤다면 오르카를 말려줬을 텐데!
‘어? 그러고 보니까 미카엘은 어디 갔지?’
[지켜야 할 존재의 곁에 있지.] [미카엘은 네 아버지와 있고, 바키라는 네 어머니와 있으며, 조엔도 네 기사와 함께 있단다.]등 뒤에서 또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페레스.
루트.
둘 또한 13사자 중 하나로 전생의 내 아버지였던 자들이었다.
“그럼 아빠들은요?”
[우린 인세의 시야가 되어줄 인간이 없어.]아, 수호성으로 받아줄 인간이 태어나지 않아서 여기 있구나.
쿼로스가 내 앞에 무릎을 굽히고 날 올려다봤다.
[자, 문제다.]“문제요?”
[너는 보다 강력한 제사장이 되기 위해 태어난 혼이다.]“네.”
[그렇다면 넌 또 어떤 능력을 갖고 있을까?]제사장을 대신하는 존재.
‘제사장의 힘이라면…….’
“사자들의 힘을 사용할 수 있는 것?”
아빠들이 동시에 빙그레 웃었다.
[정답이다.]—하며.
그 순간, 몸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며 부유하기 시작했다.
‘돌아가는 거야.’
나는 아빠들을 쳐다봤다.
“나, 아빠들을 다시 봐서 기뻤……!”
말을 전부 맺지 못하고 빛 속에 빨려들었다.
아빠들은 그런 나를 다정하게 바라보았다.
마지막 목소리가 들렸다.
[답을 잊지 마라.]—하고.
* * *
나는 번쩍 눈을 떴다.
“으아아아…….”
온몸이 부서질 것 같았다.
피부가 죄다 찢겨나갈 것 같고, 뼈는 금세라도 부러질 것처럼 욱신거린다.
내가 울상을 짓자 하녀들이 재빨리 다가왔다.
“아가씨!”
“세상에, 아가씨!”
황도 저택의 하녀인 하이디와 베티가 아니었다.
공작성의 상급 고용인인 힐다와 그레타였다.
나는 주변을 둘러봤다.
‘공작성이네…….’
“어떻게 된 거야?”
“그리미에와 전투 중에 쓰러지셨어요.”
“어찌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몸이 무너져내릴 것 같으셨다고요…….”
초월 영역의 <열람> 같은 엄청난 힘을 사용한 대가인 모양이었다.
죽은 사람도 살릴 만한 엄청난 능력인 만큼, 끔찍한 대가가 있구나.
“황궁 치유사 서른이 달라붙었는데도 차도가 없어서 이러다 돌아가시는 줄 알았어요.”
“그런데 어떻게 깨어난 거야, 나?”
“며칠 전 새벽에 아가씨의 방에서 엄청난 빛이 쏟아져나오더라고요. 그 뒤로 멀쩡해지셨어요.”
“믿기 힘든 얘기지요? 하지만 사실이에요!”
아, 그래.
제롬의 <치유>덕이다.
그 덕에 살아있는 거야.
‘현세에도 이계에 있는 사자의 힘을 이용할 수 있다고?’
“제사장만 한 힘이잖아…….”
“어딜 감히 나와 비교하는 것이냐.”
“……!”
깜짝 놀라서 굳어졌다.
이 얄미운 목소리는……!
난 홱, 고개를 돌렸다.
“세일론!”
벽에 기대있던 그가 빙그레 미소 지었다.
“아, 이제 만날 수 있는 거예요?”
“그래. 그보다 네 몸은?”
“다행이다. 그렇지 않아도 물어볼 게……!”
와다다다 말하고 있는데, 주변의 시선이 이상했다.
‘그렇지. 허공에 얘기하는 것으로 보일 테니까…….’
나는 어색한 얼굴로 힐다와 그레타를 쳐다봤다.
“저기, 이건—”
“이봐요, 세이 씨!”
“……세이 씨?”
내가 당황해서 그레타의 말을 곱씹고 있자, 힐다가 허리춤에 손을 얹고 세일론을 쏘아보았다.
“어디 감히 아가씨를 불손하게 칭하는 거예요? 반말은 또 뭐고요! 이런 식이면 아무리 콘라드 님의 부탁이라도 해고예요!”
“……해고?”
이건 또 무슨 말이냐는 듯 세일론을 쳐다봤다.
세일론은 으득, 이를 갈며 말했다.
“제발 이 여자들에게 설명을 해! 내가 어떤 존재인지 말이야!”
“세이 씨! 정말 쫓겨나고 싶은 거예요?! 아무리 잘생겼어도 용서 못 해요!”
“이 자들이 하루종일 떽떽거리는 통에 난 널 보러 올 수도 없었다고!”
“정말 안 되겠네. 나가—!”
……세일론이 보이나 봐.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힐다와 그레타는 세일론을 퍽퍽 떠밀었다.
난 “잠깐!” 하며 침대에서 내려왔다.
“아유, 아가씨. 좀 더 쉬셔야지요.”
“예, 가뜩이나 연약하신 분께서 그 큰일을 겪으셨는데~.”
힐다와 그레타는 울망울망한 얼굴로 손을 모았다.
세일론에게 하는 행동과는 전혀 딴판이었다.
“세일론은 내버려 둬.”
“세이 씨를요? 저, 어째서…….”
왜 이런 무지렁이 같은 걸 옆에 두느냐는 표정이었다.
나는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그게 말이야. ‘세이 씨’가 좀 대단한 분이시거든.”
“대단한?”
“어떤?”
“모든 수호성들을 다스리는 것이 가능한…… 고대의 제사장…….”
철컹!
어딘가에서 물그릇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마침 내 간호를 위해 들어오던 하녀들과 그 뒤에 직계들, 심지어는 가신과 손님(공작을 비롯한 각 가문의 가주들)들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그들은 눈만 겨우 돌려서 씩씩거리는 세일론을 쳐다봤다.
“그것 봐! 난 제사장이라니까—!!”
아무래도 내가 없는 동안 현신한 세일론에게 서러운 일이 많았던 모양이었다.
“고, 고대?”
“제, 제사장?”
“에, 에릴로트 아스트라가 타임 트립까지 할 수 있어?”
“저 능력엔 끝이 없, 없는 거야?”
사람들이 경악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나는 한숨을 푹 내쉬며 말했다.
“그보다 나 쓰러진 지 얼마나 됐어?”
리앙틴이 “아.” 하며 말했다.
“2주째야.”
2년이 아니라 그나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미에는?”
“네가 쓰러진 후에 도주했어.”
“뭐? 도주?!”
나는 험악한 표정으로 가주들을 쳐다봤다.
“다 잡아놓은 걸 놓쳤어요?!”
트랑 공작이 당황해서 말했다.
“그, 갑자기 용으로 변해서 도망치는 바람에…….”
“비행병은 뒀다가 어떻게 쓸 건데요!”
새 샤토브리앙 공작도 곤란한 투로 말했다.
“비행 부대를 동원해 쫓았지만, 공격력이 상당한 지라…….”
“그렇다고 놓쳐요?!”
제르모 공작과 이시론 공작이 어색하게 웃으며 가볍게 손을 들었다. 나를 안정시키려는 듯했다.
“추적 끝에 숲에 몰아두었습니다.”
“그렇지 않아도 네 아버지가 쫓고 있으니 곧 그 놈의 수급을 받을 수 있을 게다.”
“그걸 2주나 걸려서…… 에잇, 내가 못 살아!”
“…….”
“…….”
가주들은 시무룩해졌다.
나는 쯧, 혀를 차며 외투를 들었다.
사촌들이 눈이 동그래져서 다가왔다.
“어디 가려고? 지금 일어난 것 아냐?”
“내가 가서 처리하는 게 낫겠어!”
오늘에야말로 그리미에 너는 죽는다.
나는 주먹을 꽉 그러쥐었다.
* * *
헉, 허억, 헉.
그리미에는 필사적으로 숲을 달렸다.
에릴로트가 꽂아 넣은 칼날이 여전히 심장에 박혀 있었다.
인공 마수의 초회복으로 겨우 심장이 멈추지 않게 할 뿐, 몸을 움직일 때마다 지독한 격통이 찾아온다.
에릴로트가 쓰러지며 도망쳤지만, 2주 동안 끈질긴 추격이 있었다.
지난주부터는 데이몬드가 추격의 중심이 되었다.
“윽!”
쾅!
나무뿌리에 걸려 추하게 넘어지자, 등 뒤에서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들렸다.
[꼴이 우습구나, 그리미에.]“이노락스…….”
[그 많던 인공 마수는 연결된 군사들이 항복하며 사용할 수 없게 되고, 남은 마수 또한 무장의 비늘에 가루가 되었지. 남은 건 너뿐이야.]“닥치지 못해!”
[아아, 어쩌다 이렇게 되었을까. 고귀한 그리미에 아스트라께서.]“너, 이……!”
[아아, 무서워! 데이몬드가 나를 잡으러 올 거야! 죽고 싶지 않아! 죽고 싶지 않아! 아아아, 무서워!]깔깔깔!
흥겨운 듯 그리미에의 주변을 날며 소리 높여 웃던 이노락스가 눈썹을 까딱 들어 올렸다.
[아아, 오는 구나.]그리미에가 흠칫, 고개를 돌렸다.
횃불이 점점 가까워지고 있었다.
사방이 막혔다. 이제 도주로조차 없었다.
“도, 도와줘. 넌 방법을 알지? 그렇지?”
[흐음, 어떻게 할까…….]“내가 죽으면 너도 어둠에 끌려가. 내가 살아있는 쪽이 네게도 이로울 텐데!”
[그럴까?]턱에 검지를 대고 있던 이노락스가 [흐응.] 신음하며 고개를 내밀었다.
[싫은데.]“뭐?”
그때였다.
“백부님, 찾~았~다.”
악몽 같은 목소리가 들린 건.
제 아버지와 함께 나타난 에릴로트가 히죽, 소름 끼치게 웃었다.
“에, 에릴로트……!”
“아, 뭐야. 이노락스도 있었네.”
“뭐?”
그리미에와 이노락스가 모두 뻣뻣하게 굳어 에릴로트를 바라보았다.
에릴로트는 “아하.”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미에가 죽으면 달리아에게 가려고 상황을 보고 있었구나?”
[너, 너어…….]“그런 것 같지? 세일론.”
그녀의 뒤에서 파삭, 나뭇잎이 부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눈부신 미청년이 등장했다.
“그렇겠지. 간교한 녀석이니까.”
세일론?
세일론이라고?
그리미에가 입을 뻐끔거렸다.
“어, 어떻게…… 어떻게 제사장을 현신시킨 게야……!”
[세일론……!]에릴로트는 생긋 웃었다.
“아빠 중에 현신의 가호를 가진 사람이 있거든. 내가 아빠들의 가호를 사용할 수 있게 되어서 가능해졌어.”
“마, 말도 안 돼. 이런 말도 안 되는……!”
“저기, 이노락스.”
[……어?]“거래하지 않을래?”
[무슨 거래를…….]“네가 아는 것을 가르쳐준다면 현신시켜주지. 세일론과 함께 알콩달콩한 현신생활. 어때?”
[무, 무엇이든 알려줄게. 무엇이든!]“이노락스!”
그리미에가 비명 같은 고함을 내질렀지만, 이노락스는 황홀한 얼굴로 에릴로트에게 향했다.
에릴로트가 그리미에를 바라보며 씩 웃었다.
“저 놈, 가장 고통스럽게 죽일 수 있는 방법.”
[알아, 안다고! 난 알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