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363)
이 3세는 악역입니다-362화(363/390)
362화.
제사장의 능력과 <열람>의 가호 때문에 신이라도 된 것 같지만, 난 인간이었다.
아무리 강한 능력이 있어도, 그걸 받쳐줄 에너지가 부족하니까.
몸 상태가 너무나 나쁘다.
<열람>을 사용한 일로 이미 엉망.
사자의 치유를 통해 겨우 회복했는데, 또 제사장의 힘을 쓰고 있는 것이다.
그것도 제사장과 사자 출신인 이노락스를 현신시키는 것으로.
나는 병사를 힐끗 쳐다봤다.
그리미에에 의해 형제와 얼굴의 반절을 잃었다는 기사가 히죽 웃었다.
그는 불에 새빨갛게 달군 쇠꼬챙이를 들었다.
그리고…….
“시, 싫어, 싫어, 싫어! 꺄아아악!”
“아아아아아아악!”
치이이이익.
이노락스와 그리미에의 비명이 고문실에 울려 퍼졌다.
나는 턱을 괸 채로 말했다.
“달리아의 영혼, 어떻게 불러와?”
“그건…… 그러니까, 그건…….”
거품까지 물 정도로 고문당한 이노락스가 더듬더듬 말을 시작했다.
그러자 그리미에가 고함을 내질렀다.
“말해준다고 해서 널 풀어줄 것 같으냐—!”
온몸이 다트판처럼 쇠가시에 꿰뚫린 주제에 여전히 말은 잘한다.
아빠가 손을 들자, 병사들이 그의 몸에 거대한 쇠가시를 하나 더 꽂아 넣었다.
“아아아아아아악—!!”
나는 턱을 괸 채로 중얼거렸다.
“입 다물고 있는 게 그나마 고통이 덜한 길일 텐데. 이렇게 멍청해서야.”
그리미에는 새빨갛게 충혈된 눈으로 헐떡였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이노락스와 그리미에가 묶인 의자 주변을 사뿐사뿐 걸었다.
그리고 그들 앞에 있는 간이 테이블에 아무렇게나 놓인 새빨간 덩어리를 움켜쥐었다.
“으아아아아아악! 아아아아아악!”
“심장이란 거, 생각보다 더 뜨겁구나.”
그래.
이건 심장이었다. 그리미에의 심장.
이노락스는 정말로 지독한 고문의 방법을 알려주었다.
혼과 이어진 부위는 심장.
심장을 고대의 주술로 꺼내면, 아무리 고문을 해도 죽는 일이 없단다.
심장을 파괴하지 않는 한, 미치지도 않는다고 했다.
그렇게 결코 죽지 않는 육체를 불 속에 집어넣고 영겁의 고통을 짊어지게 만드는 것.
이것이 고대에서 대죄인을 다루는 방식이었다.
“고대의 고문은 정말로 대단해. 이렇게나 비인간적인 고문을 당했는데도 기절 한 번 못했잖아?”
“으, 흐으, 으…….”
“그런데 뭘 믿고 여전히 입이 살았을까.”
“으, 흐…….”
그리미에의 눈에서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사람들의 머리 꼭대기 위에서 지배해오던 자라고는 믿을 수 없는 모습이다.
나는 심장을 내려놓고, 그리미에와 이노락스의 등 뒤로 다가갔다.
그리고 잔뜩 오그라든 두 사람의 어깨에 팔을 걸었다.
“너희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난 알아.”
“그, 그만, 그만해, 그만…….”
“으, 크흐…… 으으으.”
나는 두 사람을 토닥이곤 말을 이었다.
“어둠이 몰려오길 기다리는 거지?”
“흐, 흐아아아앙…… 세일론 님……!”
“끄으…….”
이만큼 인공 마수를 만들었으니 어둠의 길을 엄청나게 열었겠지.
곧 흘러든 어둠의 양을 버티지 못하고 문이 열릴 터.
고대를 멸망케 한 폭풍이 이 세상에 도래하는 것이다.
나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때까지만 버티면 죽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아아아아, 세일론 님……!”
“흐으…….”
“그런데 이상하지 않아?”
나는 슥, 그리미에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이렇게까지 고통스러운데 왜 달리아의 혼을 불러오는 방법만큼은 가르쳐주지 않는 걸까.”
“……!”
그리미에의 표정이 굳어졌다.
난 눈썹을 까딱 들어 올렸다.
“그러니까 말이야. 혹시 달리아를 이용하면 어둠을 막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 거야?”
“…….”
표정을 보자마자 알았다.
빙고.
‘정답이구나.’
내가 미소 짓자, 그리미에는 나를 노려보았다.
“이대로 네가 모든 것을 얻게 둘 것 같으냐? 비록 패배하였으나, 네게 안온한 미래만은 선사하지 않을 것이다.”
“선사? 웃기고 있네.”
나는 픽 웃었다.
“네가 여전히 내 인생을 인도할 만큼 영향력이 있다고 생각해?”
“이……!”
그때였다.
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열렸다.
“준비가 끝났습니다.”
그리미에가 인상을 찌푸렸다.
“준비?”
이노락스도 힘없이 고개를 들었다.
나는 손뼉을 짝, 치며 순진무구한 표정으로 말했다.
“자, 그럼 쉽게 끝내자.”
“무슨…… 짓을 하려고……?”
이노락스가 잔뜩 지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반면에 그리미에는 흠칫, 나와 노크를 한 병사를 번갈아 보았다.
“너, 너, 설마, 너……!”
두 사람은 나란히 끌려갔다.
이 성에서 가장 깊은 밑바닥으로.
그 안엔 할아버지를 제외한 아스트라의 모든 혈족들이 있었다.
그리고 드뷔시 자작 등의 원로들 또한.
온몸을 붕대로 동여맨 드뷔시 자작이 날 향해 빙그레 웃었다.
“덕분에 살아남았습니다. 어떻게 감사를 드려야 할는지요.”
“충성과 건강으로요.”
“상냥하신 분.”
드뷔시 자작은 기분 좋은 목소리로 웃음을 터뜨렸다.
가벼운 인사 후, 사람들이 무언가를 사이에 두고 도열했다.
마치 거대한 오븐 같은 기계였다.
아빠는 그 맞은 편에 앉았다.
나와 오라버니들은 아빠의 가장 가까이에 섰고, 아빠가 손을 들어 올렸다.
“시작해라.”
그리미에가 병사들에 의해 질질 끌려갔다.
혈족들은 무감한 얼굴로 그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었다.
그의 피가 카펫을 물들일 때마다 온갖 상념이 따라붙었다.
그리미에에 의해 비참했던 내 삶.
자신의 아이를 한 번도 안아보지 못하고 죽은 아빠.
사랑하는 아내와 딸이 눈앞에서 노예로 팔려가는 것을 보아야 했던 데콘스 숙부.
유모의 품에 안겨 도망치게 한 어린 아르망이 결국 화살에 맞아 돌아온 것을 봐야 했던 구스타프 숙부.
눈조차 감지 못하고 죽은 셀레네.
그런 셀레네 언니를 끌어안고 오열하던 미스트로 고모부.
저를 지키고 죽은 숙모의 눈을 감겨주던 영혼 없는 표정의 밀란.
……그리미에의 욕망이 만들었던 아스트라의 모든 불행.
벌컥.
기계의 문이 열렸다.
세상이 끝날 때까지 멎지 않는다는 용의 불길이 모습을 드러냈다.
“시, 싫어, 싫어, 싫어—!”
그리미에가 오열했다.
그가 기계를 붙잡고 소리쳤다.
“도, 도와다오! 데콘스, 구스타프, 아아아, 바실레……!!”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2세 중 가장 선량한 바실레 고모조차 눈을 지그시 감았다.
“데, 데이몬드, 용서해다오! 내가 잘못했어, 아아아! 아버지! 아버지, 아버—!”
퍽!
병사가 그의 등을 걷어차자, 균형을 잃은 그리미에가 휘청 기계 안으로 떨어졌다.
“아아아아아아악—!!!”
그의 비명이 지하 깊은 곳에 울려 퍼졌다.
아빠는 말했다.
“심장을 요르문간드의 바다에 수장시킨다. 그리미에는 세상이 멸하는 그날까지 불길 속에서 참회의 춤을 추게 되리라.”
아스트라의 모든 혈족이 무릎을 굽혔다.
내가 소리쳤다.
“명 받듭니다.”
“명, 받듭니다.”
그리미에의 말로였다.
나는 고개를 돌렸다.
이노락스가 입을 뻐끔거렸다.
새파랗게 질려서 어찌할 바를 모르고 있었다.
“자, 이노락스. 다음 차례는 너야.”
“시, 싫어! 아, 안 돼, 안 돼!”
이노락스가 병사들을 밀치고 달려 나가려한 순간이었다.
[이노락스는 도망칠 수 없다. 다리가 굳는다.]<열람>의 힘으로 그대로 엎어진 이노락스는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시, 싫어, 이, 이러지 마, 이러지 마……!”
나는 뚜벅뚜벅 그녀에게 다가갔다.
“말했잖아. 쉽게 가자고.”
“무, 무엇을…….”
“그리미에와 같은 꼴이 되고 싶지 않다면 알려주겠니?”
“…….”
“달리아의 혼을 불러오는 법, 그리고 달리아를 이용해 어둠을 몰아내는 방법까지.”
“…….”
이노락스는 눈을 꽉 감았다.
“그리미에의 유산을 가지고 있는 남자가 있어. 그에게 달리아의 물건이 있다…….”
“물건?”
“그것을 매개로 하면 달리아의 혼을 불러올 수 있을 거야.”
“그 남자는 누구지?”
이노락스가 웅얼거리며 대답했다.
“몰라. 그렇지만 그리미에는 그를 이렇게 불렀어.”
“뭐라고?”
“……볼프강.”
나는 헛웃음을 흘렸다.
‘언젠가 도움이 될 줄은 알았지만, 이렇게 될 줄은 또 몰랐네.’
볼프강.
중앙 원화였던 실린과 서군 원화였던 내가 5:5 공개 전투를 할 적에, 실린을 도왔던 그 심판이었다.
* * *
나는 남군 원화 출신인 리카 델프르에게 연락했다.
리카는 연락을 받자마자 냉큼 아스트라 공작성에 찾아와줬다.
다른 레이디들 몇과 함께.
“와…… 세상에…….”
“엄청나네요. 과연 제국의 금맥이라는 아스트라로군요.”
“상점가에는 자주 왔지만, 공작성은 처음이에요.”
“그러니까 이게 팔로스토의 공격을 받아서 엉망인 상태라는 거죠? 대체 어디가?”
영애들은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나는 다정한 표정으로 그녀들을 맞이했다.
“안녕하세요.”
“세상에, 아스트라 양!”
“에, 에릴로트 아스트라……!”
“저, 정말 그 분이잖아!”
레이디들이 리카의 뒤에 찰싹 달라붙어서 나를 힐끗힐끗 쳐다봤다.
얼마나 흥분했는지 어깨까지 들썩이면서.
나는 후후 웃었다.
“아스트라 공작성에 온 걸 환영해요. 자, 들어갈까요.”
나와 사촌들이 먼저 걷자 레이디들이 리카에게 달라붙어서 꺄악, 꺄악, 감동의 비명을 내질렀다.
“정말로 아스트라 양과 절친한 사이로군요!”
“멋져요!”
리카는 오만한 표정으로 웃었다.
“그렇다니까요.”
응접실에 이르렀다.
나와 사촌들이 창가 가까이에 있는 소파에 앉자, 리카와 레이디들이 쭈뼛쭈뼛 맞은편에 앉았다.
“볼프강은?”
대뜸 본론으로 들어가니 리카가 입을 삐죽였다.
“한담도 없이 본론이요? 너무해라.”
“그만큼 사안이 급해서.”
“제가 얼마나 걱정했는지 아세요?”
“알지. 통신을 그렇게 했는데.”
리카는 생각보다 나를 더 좋아했다.
전투에 나갔다는 얘기가 들릴 때마다 통신석이 터져라 연락해왔다.
[괜찮아요?] [무사하죠?] [왜 연락이 안 돼요!]그렇게.
내가 웃으며 리카의 손을 잡자, 그녀가 “치…….” 하며 머리를 땋은 레이디를 바라봤다.
그러자 레이디가 허둥지둥 무언가를 테이블에 내려놓았다.
“보, 볼프강은 저희 영지에서 자결했어요!”
“자결이요?”
“네. 그리미에가 잡혔다는 이야기를 듣고 방법이 없다고 생각했나 봐요.”
이번엔 오렌지색 머리칼을 가진 주근깨가 매력적인 레이디가 손을 들었다.
“볼프강, 그 자의 고향이 저희 장원이라서 재산을 압류했어요.”
“저희 가문은 볼프강의 제도 저택에 세를 주고 있는데요. 그곳에서도 압류했어요.”
이번엔 리카가 말했다.
“물건을 죄다 뒤졌지만 특별한 건 없었어요. 다른 세계의 물건 같은 건 이게 고작이에요.”
“……아마 이게 맞을 거예요.”
지구에서 소위 말하는 명품백.
백팩이었는데, 할머니가 내게 돈을 뜯어내서 세은의 대학 입학 선물로 사준 것이다.
가방에 달려있는 [S.E] 참이 그녀의 것임을 증명했다.
나는 가방을 열었다.
“영혼만 데려온 게 아니었네.”
리앙틴이 무슨 소리냐는 듯 물었다.
“달리아의 영혼만 데려온 게 아니었다고?”
“응. 이거 지구의 물건이니까. 아마도 이걸 매개로 달리아의 영혼을 이 세계에 붙여놨던 게 아닐까 싶어.”
“그게 뭔데?”
“필통, 다이어리, 휴대폰 뭐 그런 건데…….”
나는 다이어리를 열었다.
글자가 빼곡했다.
아마 다이어리에 글씨를 쓰며 고민한 것 같았다.
[마사가 내 몸을 빼앗으려고 하면? 몸을 빼앗기면 영혼은 어디로 가지?유혜민 <- 죽은 뒤에 이곳으로 돌아옴
영혼이 본래 세계로 돌아감?
가능성 있어.
절대로 싫음.
마사를.. 죽인다..?]
“고대어잖아. 뭐라고 쓰여 있는 건데?”
애덤이 들썩거리며 물었다.
“마사에게 몸을 빼앗기기 싫었던 모양이야. ……본래 세계로 돌아가기 싫어서.”
확실히 가능성 있는 일이다.
세일론이 억지로 지구로 데려갔던 내 영혼은 죽어서 이곳으로 돌아왔다.
유세은은 마사에게 몸을 빼앗겨서 지구로 돌아갔을 수도 있었다.
‘만약 그렇다면…….’
내가 생각하던 와중에 레이디들이 소리쳤다.
“저기, 저기!”
“네?”
“그 달리아라는 사람이요. 혹시 본래 세계로 돌아간 거예요?”
“그럴 가능성이 높아요.”
“……데려올 순 없나요?”
“네?”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레이디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안전지대의 벙커에 있던 우리 언니…… 인공 마수가 되었어요. 달리아가 그렇게 만든 거예요.”
“자매처럼 자란 소중한 친구들이 끌려가서 인공 마수가 됐어요.”
“벙커에서 절 구해줬던 공자님은 잔인하게 죽었어요.”
“아빠가 그 애에게 가호를 빼앗기고 살해당했어요.”
리카 델프르가 나를 바라보았다.
“그 애 때문에 죽은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아세요?”
“정확하게는 모르겠어요.”
“우리 영지는 그 애가 직접 데려온 마수로 인해 엉망이 되었어요. 그래서 죽은 사람이 1만이에요.”
“…….”
“아스트라도 그렇지 않나요?”
시중을 들던 하인들이 훌쩍였다.
아스트라 혈족들 중에서도 한숨이 터져나왔다.
“아스트라는 네 덕에 무사하지만 외가는 엉망이야. 벙커에 갔던 외가의 사촌들은 여전히 행방불명이거든.”
“우리도.”
“우리도…….”
사람들이 입을 모아 말했다.
“이만큼이나 이 세계를 엉망으로 만들어놓고 그쪽 세계에서 행복하겠다고? 그건 결코 용서할 수 없어요.”
“이건 할머니가 주신 모든 재산이에요. 할머니는 손주를 저 하나 남겨두고 모두 잃으셨거든요. 받아주세요. 받고, 그 애에게 복수할 기회를 주세요.”
“부탁드려요.”
“부탁이에요, 아가씨!”
하인들까지 엎어져 애원했다.
‘유세은, 너 정말 원한을 엄청나게 쌓았구나.’
나는 그들에게 말했다.
“고개를 드세요. 나도 용서할 마음은 없으니까요.”
이쪽도 원한이 있거든.
나는 유세은의 가방을 들고 일어났다.
“밀란, 사구를 열거야.”
“사구?!”
“이 가방이 있으면 지구로 연결될 수 있어. 달리아를 데려와서 응분의 대가를 치르게 하겠어.”
“네가 그 세계로 직접 가겠다는 거야?!”
“그래.”
오랜만에 새 아빠와 할머니, ……엄마도 보고.
복수는 그 쪽에도 남았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