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368)
이 3세는 악역입니다-367화(368/390)
367화.
세은의 눈이 욕망으로 일렁였다.
‘주현균이 내 인생의 동아줄이야.’
처음 마사의 몸에서 튕겨 나와서 서울로 돌아왔을 땐 기뻤다.
과거로 돌아왔으니까.
과거의 정보를 아는 만큼,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돈을 벌 수 있으리라 여겼다.
그것도 잠시.
‘과거로 돌아온 것만으론 돈을 벌 수 없다는 걸 깨달았지.’
로또 번호를 외운 것도 아니고, 주식 흐름을 잘 알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부동산 정보는 알아도 밑천이 없었다.
통장에 있는 돈이라곤 고작 40만 원이 전부인데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런데 주현균이 나타난 것이다.
연봉 500억의 슈퍼스타가 자신을 좋아했다.
‘주현균만 잡으면 이 끔찍한 인생을 바꿀 수 있어.’
돈과 인맥, 권력이 두루 생긴다.
거기다 유혜민은 얼마 있지 않으면 죽을 터.
완벽한 세상에서 제게 어울리는 호사를 누릴 일만 남은 것이다.
세은의 입꼬리가 비죽 솟았다.
* * *
모 클럽.
한지혁은 휴대폰을 귀에 댄 채로 주변을 둘러봤다.
“도착하긴 했는데 아무래도 불안해.”
[네가 주현균이 아니란 걸 지인들이 알아차릴까 봐?]“그래.”
[파일 보낸 건 읽었어?]에릴로트는 보좌관 시절의 인맥을 동원해, 파티 참여자의 사진과 정보를 알아냈다.
“읽었는데 사진과 실물은 꽤 다를 테니까 잘 알아차릴 수 있을지—.”
그때였다.
누군가 다가와 지혁의 어깨를 툭 쳤다.
“아이고, 우리 주 선수 오셨네!”
“어어, 왔냐. 나 통화 중.”
“안에서 보자!”
다음 사람도 지혁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형, 오랜만!”
“오랜만은. 뉴욕에서 봤잖아.”
“맞다, 맞다.”
인사하던 젊은 남자가 으하하하 웃으며 일행과 함께 안으로 들어갔다.
[뉴욕에서 누구 만났어?]“아이돌인데 뉴욕에서 주현균과 만났다는 기사를 봤던 것 같아서.”
[……잘하잖아. 누가 사기 경력자 아니랄까 봐.]“이게 또 이렇게 재능 발현이 되네.”
한지혁이 킬킬거리고 있을 때였다.
“아……!”
누군가 멀찍이서 한지혁을 발견하고 손을 흔들었다.
유세은이었다.
한지혁의 입매에 삐뚜름한 미소가 떠올랐다.
“왔다.”
[괜찮겠어?]“이거 왜 이래. 이런 일은 내 전공인 거 몰라?”
스피커에서 픽 웃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알지. 힘내라.]전화를 종료한 한지혁이 근사한 미소를 머금은 채로 다가갔다.
“오는데 힘들진 않았어요?”
“네. 택시 타고 와서…….”
“내가 데리러 갈 걸 그랬네.”
“아니에요…….”
세은이 어깨를 모으곤 수줍게 웃었다.
“가죠.”
“네…….”
세은은 지혁을 따라 걸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호텔이 아니라 외부 건물 쪽으로 가는 것이 아닌가.
그때였다.
“주현균!”
한 무리의 사람들이 다가왔다.
“오랜만이다.”
“이 새끼, 하여간에 쉽게 얼굴 보이는 법이 없…… 이분은 누구시냐?”
“같이 왔어.”
“오, 드레스…….”
지혁에게 손을 내밀며 다가왔던 젊은 남자가 픽 웃자, 동행들도 키득거렸다.
분위기가 묘해지자 세은이 지혁을 힐끗 쳐다봤다.
지혁은 어색한 척 웃으며 젊은 남자를 떠밀었다.
“들어가, 들어가.”
“아, 알았다고. 안에서 봐요, 레이디~!”
“레이디 뭐야!”
“아하하하! 진짜 웃겨!”
젊은 남자는 물론 동행들까지 낄낄거리며 들어가자 세은이 당황스러운 투로 물었다.
“저 분들이 왜 저한테…….”
“아, 그, 복장이 좀 파티와는 어울리지 않아서…….”
“호텔에서 파티하신다고…….”
그래서 어마어마하게 비싼 명품 코트에 드레스까지 사 온 게 아닌가.
“파티…… 긴 한데…… 우린 호텔이 아니라 저쪽 클럽으로 갈 거라.”
“어머, 어떡해. 난 파티라고 해서……!”
세은의 얼굴이 화르륵 타올랐다.
양손으로 입을 가리고 “어쩌지, 아아, 어떡해.” 하며 지혁을 힐끔힐끔 쳐다봤다.
지혁은 다정한 척 말했다.
“민망하면 오늘은 이만 돌아갈래요?”
“아…….”
세은이 주저했다.
‘이 꼴로 가면 무시나 당할 텐데…….’
고민하던 찰나였다.
“오빠!”
“왜 안들어와앙……!”
술에 취한 여자 둘이 양쪽에서 지혁의 팔짱을 꼈다.
“놔, 인마.”
“아앙, 싫오—!”
“왜 부끄러워? 꺄, 귀여워~.”
세은의 표정이 굳어졌다.
‘이대로 갔다가 저것들에게 주현균을 뺏기면…….’
클럽에 술, 분위기.
온통 사고 나기에 딱인 조건이다.
세은이 슬쩍 여자를 밀어내며 지혁의 소매를 잡았다.
“옆에 있어 주면 괜찮을 것 같아요…….”
“재킷이라도 좀 가져다줄까요? 걸치면 나을 것도 같은데.”
“네.”
“먼저 들어가 있어요.”
“먼저요……?”
“추우니까.”
이 앞에서 기다려서 망신을 사는 것보다 어두운 클럽 안이 나을 수도 있겠다.
세은은 조그맣게 고개를 끄덕이고 먼저 들어갔다.
그녀가 들어가자마자 지혁에게 다가왔던 여자들이 자세를 바로 했다.
“됐나요?”
지혁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감사는요. 혜민 씨 부탁인데.”
두 사람은 에릴로트, 그러니까 유혜민이 붙인 사람들이었다.
세은이 돌아가지 못하도록.
상황은 만들어졌다.
이제 유세은이 저 안에서 열등감에 불타는 일만 남았다.
한지혁은 싱글벙글 웃으며 미리 준비해둔 재킷을 가지러 갔다.
클럽 안.
세은은 외딴섬에 떨어진 사람처럼 홀로 우두커니 서 있었다.
지나던 사람들이 “드레스?” 하며 말을 붙였지만, 이내 비웃으며 가버렸다.
차라리 어디 숨어있는 게 나을 것 같았다.
‘화장실 안에라도 숨을까.’
그러나 화장실 앞에 사람이 바글거렸다.
“아니, 입구에 뭐야? 미친, 레이디가 있어.”
“레이디? 아! 아하하하, 개웃겨.”
“왜 구랭. 파티라서 드레스 입고 왔다는뎅.”
“파티하면 전부 머리 빙글빙글 말고 막 레이스 이만큼 달린 새틴 드레스 입는 줄 아나 보지?”
“촌스러워, 진짜.”
제 얘기가 분명했다.
세은은 주먹을 꽉 말아쥔 채로 이를 악물었다.
“현균 오빠 따라왔다는데? 누군지 아는 사람 있어?”
“알겠냐. 그런 찐따를.”
“그 형도 참……. 수준 맞게 놀아야지.”
얼굴이 새빨개진 세은은 얼른 뒤돌아 걸었다.
그러나 어디로 도망쳐도 비웃음이 먼지처럼 달라붙었다.
‘누구 따라왔어?’
‘현균 형?’
‘어느 집안 분이신지?’
‘야, 가자. 그냥 형이 데리고 노는 애인갑다.’
결국 클럽 밖까지 나왔다.
마침 전화벨이 울렸다.
아빠였다.
“왜.”
[잘하고 있냐고. 누가 왔든? 어?]“그게 아빠랑 무슨 상관이야!”
[왜 갑자기 성질을…….]“왜? 내가 괜찮은 인맥을 만들면 투자받으려고? 돈 빌려달라고 하려는 거야? 그래?”
[무슨 일 있냐, 응?]“힘들어…… 아무것도 없으니까 아무도 상대를 안 해줘…… 내가 왜 이런 꼴을 당해야 해……?”
[뭐?! 이 미친! 삼천씩이나 들였는데 결과가 그따위야?!]“아빠, 어떻게…… 내가 힘들다는데 꼴랑 삼천이 중요해?”
[너 장난하냐! 그럴 거면서 돈은 왜 달라고 해!] [왜요? 뭔데요?] [무슨 일이냐, 응? 세은이가 못 해 먹겠다던? 아니, 무슨 애가 오기가 없어!]“그만 좀—!”
세은이 버럭 소리치던 때였다.
“왜 여기 나와 있어요.”
세은은 흠칫 놀라 통화를 종료했다.
“아니요, 그냥…….”
지혁은 무릎을 굽히고 세은과 시선을 마주했다.
“그냥이 아닌데.”
“…….”
“무슨 일 있었어요? 왜, 누가 뭐라고 해?”
“…….”
세은의 눈시울이 붉어졌다.
사람들의 무시에 가족들의 핍박까지 몰릴 대로 몰려 있던 세은은 다정한 제 편이 나타나자 조금씩 허물어졌다.
“너무 힘들어서…….”
“갈까요?”
“가도 돼요……?”
“당연하지.”
“현균 씨…….”
“예쁜 눈이 엉망이 됐네.”
웃으며 세은의 눈가를 문지르자, 그녀가 와락 안겨 왔다.
그 순간 지혁은 깨달았다.
‘끝났다.’
지혁은 그녀의 등을 두드리며, 남몰래 히죽 웃었다.
* * *
새벽.
집으로 돌아온 세은은 몽롱한 표정이었다.
주현균은 정말이지 꿈속의 왕자님 같았다.
눈이 튀어나올 만큼 고가의 차에 자신을 태우고, 다정하게 위로해줬다.
“이렇게 가도 돼요……?”
“안 될 이유가 뭐 있겠어요.”
“그치만 친구들이…….”
“세은 씨보다 중요하지 않아요.”
“…….”
“왜?”
“그냥 좀…… 나를 이렇게 생각해주는 사람이 있는 게 기뻐서…….”
“내가 보기에 세은 씨는 누구나 사랑스러워할 만한 사람인데요?”
“그렇지도 않아요…….”
“그러면 아직 세은 씨의 진면모를 알아보는 사람이 나뿐인 거네.”
그런 얘기를 나누며 좋은 바에 가서 고가의 술을 마셨다.
그는 얘기가 잘 통하는 사람이었다.
그도 그렇게 느꼈다.
“아, 나 너무 흥분했나. 세은 씨처럼 얘기가 잘 통하는 사람은 처음이라.”
“저도 그래요……!”
“하하, 귀여워.”
“아, 말 놓으셔도 되는데…… 포털에서 보니까 제가 6살이나 어리더라고요…….”
“그럴까.”
“네에…….”
좋은 음식을 먹이고, 좋은 차를 타고 드라이브를 했다.
새벽이 되어 데려다주고선 다정한 메시지까지 남겨주었다.
[조심해서 들어가. 내일 보자:)]‘아…….’
꿈만 같았다.
그렇게 멋진 남자가 완전한 제 편이 되었다.
괴로운 이야기에 공감하고 함께 마음 아파해주었다.
우는 자신을 안아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세은이 휴대폰을 끌어안던 찰나, 새벽까지 기다리던 아빠가 득달같이 쫓아 나왔다.
“어떻게 됐어? 주현균이 뭐래?”
세은은 아빠를 노려보며 집 안으로 들어갔다.
“유세은!”
“왜!”
세은이 고함을 내지르자 엄마와 할머니까지 나와서 성화였다.
“얘가 진짜 왜 이래.”
“어디 버릇없이 어른들한테 고함이야! 네 애미가 그리 가르치든? 그래?!”
할머니가 삿대질을 하며 소리치자, 세은의 눈에서 불똥이 튀었다.
“할머니는 왜 나한테만 그래? 아빠, 엄마가 하는 행동은 안 보여? 아, 그래. 안 보이겠지. 할머니는 당신 부양해주는 사람이 제일 중요한 속물이잖아.”
“뭐, 뭐?”
“돈 주고, 가방 사주는 사람 편이니까. 안 그래?”
“너 뭐랬어! 뭐라고 했어……!”
“내 말 틀려?”
“이 년이 정말…….”
“할머니, 친구 하나라도 있어? 그 성격에 다 질려서 떠났잖아. 노인정 가서도 자랑만 하니까 한 번을 뭐 같이 하자고 부르는 사람이 없지.”
눈이 돌아간 할머니가 세은을 떠밀었다.
“아!”
세은이 주저앉자 할머니는 온 힘을 다해 등이며, 머리를 두들겼다.
“어디 감히! 어디! 더 지껄여 봐, 이 년아! 이게 어디 어른 무서운 줄 모르고……!”
“아유, 엄마! 그만 해요!”
“네가 애를 잘못 가르쳐서—!”
그때였다.
세은이 할머니를 퍽! 떠밀었다.
“아악!”
떠밀려 넘어진 할머니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세은을 쳐다봤다.
“너, 너…….”
“왜! 할망구만 손 있어?!”
“유, 유세은…….”
“내가 태어나서 하는 일 하나 없이 아빠한테 용돈이나 타 먹으면서 사는 주제에!”
“너, 이, 이…….”
“유세은! 너 뭐 하는 짓이야!”
엄마가 소리치자, 세은이 희번덕 쳐다봤다.
“엄마도 똑같아!”
“……뭐?”
“엄마는 뭐 다른 줄 알아? 착한 척, 곤란한 척하면서 결국 돈 따라가고, 권력 따라가고…….”
“어떻게 말을 그런 식으로…….”
“엄마 같은 사람을 위선자라고 하는 거야! 할머니나 아빠처럼 능력 없고 욕심만 많은 사람을 말릴 생각은 없잖아.”
“말 다했어?”
“아니! 이 집엔 제대로 된 사람이 없어! 다 속물이고, 이기적이고, 날 뜯어먹을 궁리나—!”
짝!
세은의 뺨을 내리친 아빠가 씩씩거렸다.
“뭐? 능력 없이 욕심만 많아? 내가?”
“때렸어……?”
“주현균이 만나주니까 뭐라도 되는 것 같으냐? 그래?!”
퍽!
세은이 아빠를 떠밀었다.
“이게 진짜!”
“왜 때려! 네가 뭐라고 날 때려!”
“유세은—!!”
“날 이따위 곰팡이나 핀 집에서 키우는 주제에 뭐라고 날 때려!”
“이 년이 정말—!”
“다신 연락하지 마. 죽었다고 들어도 안 올 거니까.”
“야!”
“곰팡내나 나는 이 집에서 다 비참하게 죽어버려!”
세은이 가방을 주워들고 뛰쳐나갔다.
가족들은 입을 뻐끔거리며 소리쳤다.
그대로 도롯가에 나온 세은은 엉엉 울며 휴대폰을 들었다.
“오빠…….”
[왜? 무슨 일 있어?]“나 좀 데리러 와주면 안 돼요……?”
[어디야.]그는 두말 않고 자신을 데리러 왔다.
이전에 보았던 차가 아니라, 또 다른 고급스러운 차를 끌고.
그가 도롯가에 쭈그려 앉아있던 세은에게 다가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무슨 일이야.”
“사람이 싫어…… 내 편은 오빠밖에 없어요…….”
“일단 안에 들어가자. 춥겠다.”
“으응…….”
훈훈한 차 안으로 세은을 데려간 그는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주었다.
“그런 가족들 때문에 힘들었겠네.”
“응, 너무…… 오빠는 어쩌면 그렇게 내 마음을 잘 알아요? 기사에서 보니까 좋은 집안에서 화목하게 자란 것 같은데.”
“이런 얘기 우스울 수도 있지만…….”
“뭔데요?”
“망상병이라고 불러도 할 말 없지만, 너니까 솔직하게 말할게. 사실 다른 세계에 다녀왔어.”
“……네?”
그가 머쓱한 듯 웃었다.
“웃기지? 꿈인가 싶을 때도 있지만, 그때 느낀 공포, 감촉…… 모두 진짜였거든.”
“…….”
“그 세계에서 난 가난한 나무꾼의 아들이었는데 지금의 너희 집처럼 끔찍했어.”
“…….”
“날 뜯어먹으려는 가족들로 가득해서 정말로…… 네가 이런 얘기 믿을까 모르겠지만…….”
“믿어요.”
“뭐?”
세은은 정신없이 현균을 바라봤다.
“나, 나도 그랬으니까!”
“뭐라고?”
“나도 다른 세계에 있었어요!”
“그런데 어떻게 돌아온 거야?”
“다른 사람 몸에 있었는데 여러 가지 일로 영혼이 튕겨져 나왔어요. 그리고 눈을 떠보니까 병원이었어요.”
“병원? 네 언니가 입원했던 그곳?”
“아니요. 산부인과예요. 아, 우리 자매가 모두 거기서 태어났는데……!”
세은은 이제까지 있었던 일을 떠들었다.
한 손으로 핸들을 잡은 채 이야기를 듣던 그가 입을 열었다.
“들었지.”
“네?”
맥락 없는 대답에 세은이 고개를 갸웃했을 때였다.
[그래.]“……!”
유혜민의 목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