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370)
이 3세는 악역입니다-369화(370/390)
369화.
“라온트라, 1억 2천이다.”
“팔라사에선 1억…… 2천 2백……?”
“라온트라, 1억 3천.”
“팔라사, 1억 3천 50만……!”
“알리기오사, 2억—!!”
알리기오사의 아비노 왕손이 눈을 부릅뜨자 태양회의 황·왕족들이 흠칫했다.
“미친 새끼……!”
팔라사 왕국의 아딘이 거무죽죽한 얼굴로 쌍욕을 했다.
저먼 왕국, 크리스토퍼는 난색 했다.
“인간적으로 가자, 인간적으로. 알리기오사는 아직 시간이 있잖아.”
슈엘리즈의 체자레 또한 미간을 좁혔다.
“백수정을 믿고 너무 무리하는 게 아냐? 좀 봐달라고~.”
팔라사의 아딘이 고개를 크게 주억거렸다.
“너희는 국경에서 열렸잖아! 우린 왕도에서 열렸단 말이다! 빠져, 이 새끼야!”
“국경이라도 백수정 광산 바로 위란 말이야! 돈 없는 놈은 꺼져!”
“개자식, 말 다했어?!”
아딘 왕자는 아비노 왕손의 멱살까지 잡으며 소리쳤다.
다른 황자, 왕자, 왕세손들도 왁왁 소리치긴 마찬가지였다.
시장통을 방불케 하는 분위기에 타 대륙의 황·왕족들이 당황했다.
황·왕족이 연합하여 권위로 찍어누르면 내가 겁을 잔뜩 먹고 얼른 따라나설 줄 알았나 보다.
하지만 그건 나를 겪지 않았던 저들 생각이고, 칼소이에가 있는 이 이라드 대륙의 사람들은 다르다.
이라드 대륙 사람들은 알고 있다.
‘정말로 화가 난 에릴로트 아스트라’는 어떤 미친 짓을 할지 모르는 사람이란 걸.
타 대륙의 황·왕족들이 마른침을 삼켰다.
“어, 어쩌죠…….”
“저희는 저런 큰 돈은…….”
“아, 아니, 돈이 문제가 아니잖아요. 저는 전 세계인을 볼모로 잡고 돈이나 벌려는 저 작태를 용서할 수가 없다고요.”
“그, 그래요……!”
태양회를 빼고서라도 저희들끼리 연합하려는 모양이었다.
‘그런데 그게 될까?’
다른 일이라면 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금은…….
“타하르의 왕녀, 세트라요! 우린 2억 3천을 내지!”
‘봐라, 이놈들아.’
조금만 늦어도 나라가 패망할 위기다.
이득을 셈하고, 황·왕족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는 상황이 아니지.
‘이탈이 시작된 이상 연합은 불가능하지.’
눈치를 보던 검은 곱슬머리의 왕자도 번쩍 손을 들었다.
“멜베탱은 2억 5천 골드다!”
붉은 머리의 공주는 아예 양손을 올렸다.
“백수정과 흑수정! 부르는 만큼 주마—!”
“뭐? 이 상도덕도 없는……!”
그런데 분위기가 점점 묘해졌다.
붉은 머리의 공주가 나를 끌어안고 으르릉, 소리쳤다.
“나라가 망하게 생겼는데 상도덕이 다 뭐야! 제기랄, 꺼져! 에릴로트 아스트라는 내 거야!”
“너나 꺼져! 아스트라 영애는 나와 갈 거야!”
“지랄들을 해라, 지랄들을! 비켜! 아스트라 양……!”
쌍욕이 나오기 시작하더니—,
“에릴로트, 우리의 동맹을 잊은 건 아니지? 왕세손의 이름을 걸고 약속하겠다. 저먼을 구해준다면 티트라 섬을 주마!”
“비켜, 비켜! 에릴로트와 제일 처음으로 만난 건 나라고! 그렇지? 아바마마께서 네 부친에게 백수정 유통권도 줬잖아! 기억하지?”
“벨로스터 궁주를 생각해라. 부황께서 너를 기다리고 계신다. 외할아버지가 보고 싶지 않으냐?”
태양회의 멤버들이 인연을 부르짖었고—.
“아스트라 양, 따로 이야기를……! 꺅, 이게 뭐야! 안 놔?!”
“너나 놔, 이 계집애야! 아아악! 치사하게 머리채를 잡아?!”
“내 오른손의 화룡이 불을 뿜기 전에 두 분 공주께선 그만들 하시…… 컥! 때, 때렸어, 날?”
“헛소리하는 놈들은 다 꺼져…… 아악!”
“비켜, 안 보이잖아! 에릴로트 양, 난 오래전부터 영애를 흠모했고…… 밀치지 말라고!”
“여, 영애, 나도 얘기할 기회를 줘요!”
“땅꼬마 꺼져!”
“시방 말 다 했냐? 아, 나 이거 오랜만에 성격 나오게 하는구마잉.”
“사투리 꺼져!”
“우리나라에선 표준어야!”
머리채를 뜯으며 싸우기 시작한 것이다.
‘……이런 것까진 예상하지 못했는데.’
내 생각보다 상황이 더 긴박한 모양이었다.
* * *
상황을 정리한 건 발자크와 요슈아, 리시먼드였다.
내가 깨어났다는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달려온 것이었다.
발자크는 사자후 급의 고함으로 황·왕족들을 물러나게 했다.
내 도움이 절실한 자들이라 무례를 지적하지도 못하고, 다들 쭈그러져서 돌아갔다.
끝까지 날 힐끔거리긴 했지만.
그들이 죄다 돌아간 후.
요슈아가 나를 끌어안았다.
“얼마나 걱정했는지 몰라.”
“고집부려서 미안.”
“돌아왔으면 됐어.”
그가 희미하게 웃으며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런데 아빠는?”
“몬스터를 처리 중이셔.”
“제국에도 어둠이 열렸구나…….”
그러고 보니 오라버니들도 갑주를 차고 있었다.
곳곳이 부서진 걸 보니 꽤 격렬한 전투를 치른 모양이었다.
“어둠이 열린 위치는?”
묻기 무섭게 리시먼드가 지도를 펼쳤다.
“칼소이에에선 아발랭 령과 황도에 열렸어.”
“그리미에가 활개를 치던 곳이네…… 몬스터 종류는?”
“다행히 그리 강력한 몬스터는 아니야. 현대의 몬스터보다 약간 강력한 정도지.”
그래, 그리미에도 고대에서 강력한 몬스터가 나왔던 통로 같은 곳을 열진 못했겠지.
자칫 잘못하면 그런 곳이 완전히 열려서 몬스터가 넘어올 터.
감당할 수 없었을 것이다.
이라드 대륙의 지도를 확인 후, 나는 타 대륙의 지도까지 확인했다.
요슈아가 다른 나라에서 어둠이 열린 곳을 짚어주었다.
황도, 왕도 등 귀족들이 잔뜩 몰려 있는 곳이 대다수였다.
당연한 일이었다.
그야 가짜 축복의 땅을 열심히 열어젖혀서 어둠이 흘러나온 것일 테니.
“아직은 사람의 힘으로 막을 수 있을 정도야. 그런데 문제는…….”
“그래, 문제는…….”
쌍둥이의 표정이 흐려졌다.
나는 흠칫, 리시먼드를 쳐다봤다.
“뭔데 그래.”
“이곳의 흐름이 기묘해.”
리시먼드가 짚은 곳은 라온트라였다.
“……!!”
나는 숨을 크게 들이켰다.
순식간에 온몸이 차게 식었다.
라온트라의 황도.
즉, 용족이 나온 통로였다.
‘용족이 넘어오면 감당할 수 없어.’
가장 최초로 이 땅에 넘어온 용, 게헨나.
그건 흡사 재앙과 같은 존재였다.
게헨나 한 마리를 처리하려고 13사자 중 3명이나 목숨을 잃지 않았던가.
“게헨나가 아니라도 용이란 몬스터는 모두 기동력이 어마어마하잖아.”
“그래…….”
고대에서 본 바에 따르면, 바다를 건너 타 대륙까지 넘어가는 것이 나흘이 채 걸리지 않았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가장 긴박한 곳은 라온트라였네.”
라온트라.
전생의 고향이자, 엄마의 고향인 그곳.
‘그럼 움직여야지.’
난 벽 가에서 대기하고 있던 하이디를 쳐다봤다.
“타국의 황·왕족에게 전해. 제왕회가 필요하다고.”
제왕회.
역사가 시작된 날로부터 고작 2회밖에 열리지 않은, 왕들의 회의였다.
* * *
각국의 황제와 왕, 그리고 나라를 대표하는 귀족들이 모이는 제왕회.
각국의 위기를 동반한 만큼 이번 제왕회는 마경으로 이루어진다.
즉, 화상회의였다.
칼소이에에선 여전히 의식을 잃은 황제를 대신해 알렉시스가 나선다.
알렉시스의 보조는 6공작가가 맡았다.
그리고 6공작가의 한 축인 아스트라에선…….
“제왕회에 가다니. 더러운 피가 출세했네.”
파비오가 입꼬리를 축 늘어뜨리며 말하자, 리앙틴이 그의 정강이를 퍽 찼다.
“에릴로트는 이제 더러운 피가 아니잖아. 게다가 적오기 계승자의 직계라고?”
“알아. 아니까 이런 데서 말하지. 이제 더러운 피라고 절대로 못 하는 귀하신 혈통이시니까.”
파비오가 투덜거리자, 쌍둥이가 그의 어깨에 슥 팔을 걸었다.
“바, 발자크, 요슈아…….”
“요새 안 맞았지, 응?”
발자크의 말에 파비오는 사색이 되어 제 아버지인 구스타프 숙부 뒤로 도망쳤다.
그 구스타프 숙부도 아빠의 눈초리를 보고, 숙모의 뒤로 물러섰지만.
할아버지가 말했다.
“깨어난 지 이틀 밖에 되지 않았는데 가도 되겠느냐?”
“걱정하지 마세요. 너무 건강해서 탈이니까.”
“그래…….”
“그런데 정말로 아빠와 제가 아스트라를 대표해도 될까요?”
할아버지의 곁에 서 있던 드뷔시 자작이 빙그레 웃으며 뒤를 돌아보았다.
공작성 앞엔 모든 가신과 혈족들이 나와 아빠를 배웅하고 있었다.
“감히 누가 데이몬드 님과 아가씨를 아스트라의 대표가 아니라 말하겠습니까.”
나는 눈을 가느다랗게 뜨고, 어렸을 때부터 유난히 나를 적대했던 로레이나를 쳐다봤다.
“정말?”
“……그래, 이 계집애야.”
“그렇다면 다행이고.”
“……난 네가 싫지만, 네가 없었다면 아스트라는 존재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하긴 해.”
로레이나까지 그렇게 말해서 나는 픽 웃었다.
할아버지가 한 발, 한 발 걸어왔다.
아빠의 앞에 선 할아버지는 아빠의 재킷에 어떤 브로치를 달아주었다.
“……!”
“……!”
나와 아빠뿐 아니라, 모든 가신과 혈족들까지 기함했다.
저 까마귀의 문양은 아스트라의 상징.
즉, 가주의 브로치였기 때문이었다.
할아버지를 희미한 미소로 지켜보고 있던 드뷔시 자작은 이내 우렁차게 소리쳤다.
“적오의 주인, 우리의 가주를 뵙습니다!”
가신들이 일시에 무릎을 굽혔다.
“우리의 가주를 뵙습니다!”
“우리의 가주를 뵙습니다!”
드뷔시 자작 또한 무릎을 굽혔다. 그는 또 한 번 소리쳤다.
“가주의 앞에 아스트라의 모든 영광을!”
“모든 영광을!”
“모든 영광을!”
가신들이 고개를 숙이자, 혈족들은 눈을 꽉 감았다.
가장 먼저 바실레 고모와 디오네라가 무릎을 굽혔다.
“아스트라의 모든 영광을.”
밀란과 그 모친도 빙그레 웃으며 무릎을 굽혔다.
“아스트라의 모든 영광을.”
“모든 영광을.”
다음은 데콘스 숙부의 가족.
“형님의 앞에 아스트라의 모든 영광이 있기를.”
“아스트라의 모든 영광을.”
“모든 영광을.”
카라, 리지 자매는 뚱한 표정이었으나 제 모친이 어깨를 두드리자 한숨을 내쉬며 무릎을 굽혔다.
“모든 영광을…….”
“모든 영광을…….”
셀레네 언니도 나를 보며 다정히 웃고 무릎을 굽혔다.
“우리의 가주께 아스트라의 모든 영광을.”
그러자 바스티나 고모와 고모부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무릎을 굽혔다.
“모든 영광을…….”
“모든…… 영광을…….”
로레이나 관할령의 식솔.
“모든 영광을.”
쟈로스 관할령의 아론, 애덤 형제도.
“모든 영광을.”
구스타프 숙부의 가족들도 침통한 얼굴로 무릎을 굽혔다.
“가, 가주께 모든 영광을.”
“모, 모든 영광을…….”
“영광을…….”
모두가 아빠의 앞에 무릎을 꿇었다.
나와 세 오라버니들은 벅찬 얼굴로 아빠를 쳐다봤다.
한 번도, 두 번도 아니고, 세 번째 삶.
결국 나는 많은 것을 바꾸었다.
비참하도록 외로웠던 날이 아득히 멀어졌다.
‘아아…….’
발끝에서부터 전율이 밀려온다.
결국, 나는 꿈을 이뤘다.
나와 내 가족,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 안온히 살 수 있는 환경을 만든 것이다.
나는 아빠의 앞에 털썩, 무릎을 꿇었다.
목소리가 잘게 떨려왔다.
“우리의 가주께…… 가주께……!”
서로 시선을 교환하며 미소 짓던 오라버니들이 뒤이어 무릎 꿇으며 소리쳤다.
“모든 영광을—!!”
아빠, 아니, 새로운 아스트라 공작이 내 어깨를 잡았다.
“가자.”
벌떡 일어난 나는 아빠를 끌어안았다.
드디어 새로운 내일이 왔다.
* * *
황궁의 원탁.
중앙엔 황가를 상징하는 금사자 문양의 거대한 깃발이 자리했다.
그 곁으로 보다 작은 6공작가의 깃발이 원탁을 빙 둘러 자리했다.
원탁의 주변으로는 칼소이에의 귀족들이 빼곡했다.
제왕회를 지켜보기 위해 온 자들이었다.
물론 아스트라의 식솔들도 몇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
“트랑 공작 드십니다!”
트랑 공작이 들어가고.
“비페리 공작과 공작 후계 드십니다.”
뒤이어 비페리 공작과 세바스티아 언니가 들어갔다.
‘공작 후계?’
내가 눈을 동그랗게 뜨자, 비페리 공작 곁에 자리한 세바스티아 언니가 나를 향해 한 쪽 눈을 찡끗 감았다.
나는 활짝 웃는 것으로 축하해줬다.
“아스트라 가의 데이몬드 님—”
시종장이 소리치려 할 때, 나는 그에게 말했다.
“아스트라 공작님이십니다.”
귀족들이 깜짝 놀라 아빠를 쳐다봤다.
아빠는 나를 보며 빙그레 웃었고, 나 또한 아빠를 향해 눈을 접으며 미소 지었다.
시종장이 고개를 끄덕이고 소리쳤다.
“아스트라 공작님과 제국의 성녀 드십니다!”
나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황가의 자리 한 쪽에 있던 황후가 나를 향해 미소지었다.
‘황후 폐하의 명이구나.’
발언권을 주려는 것이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아빠와 함께 자리했다.
뒤이어 샤토브리앙, 제르모, 이시론 등의 공작 또한 자리했다.
마경에 불이 들어왔다.
거대한 마경에 각 나라의 대표들의 얼굴이 비치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알렉시스 섭정 드십니다!”
알렉시스가 원탁의 중앙에 자리했다.
회의의 시작이었다.
* * *
제왕들은 쉽게 입을 열지 않았다.
결국, 이번 제왕회는 칼소이에에 고개를 숙이고 파병을 요청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였기 때문이었다.
회의의 물꼬를 튼 건 알렉시스였다.
“성녀의 파병은 불가하오.”
[뭐라고요?] [섭정!] [그녀는 메시아. 세계의 재산이오.]제왕 뿐 아니라, 각국의 귀족들이 날카롭게 소리쳤다.
그러나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
‘……왜 갑자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