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371)
이 3세는 악역입니다-370화(371/390)
370화.
사람들은 온통 난리였다.
마경에 비치는 모든 사람이 고함을 내지르거나, 식은땀을 흘렸다.
칼소이에의 귀족들과 황족들도 마찬가지였다.
황태후와 황후는 흠칫, 알렉시스를 쳐다봤다.
공작들 또한 단숨에 모든 제왕의 적이 된 알렉시스를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쳐다봤다.
이 자리에서 침착한 건 오직 아빠, 그리고 알렉시스 자신뿐이었다.
알렉시스가 무감한 표정으로 말했다.
“재산에 기여한 바가 없는 주제에 제 몫을 주장하는 것은 날강도가 아니겠소.”
[……!] [감히……!]제왕들의 표정이 잔뜩 구겨졌다.
바다 건너 샹테 대륙의 황제인 마기우스 4세가 싸늘한 표정으로 말했다.
[고작 스무 해 남짓 살아온 주제에 운 좋게 섭정의 자리를 차지했다고 오만이 지나치구나.]마기우스 4세는 광제(狂帝)라 불리는 사내였다.
황제가 아니었더라면 살인광이 되었을 거란 말이 있을 만큼 광폭한 자.
제 조부 때 샹테 대륙의 절반을 차지하고, 자신의 집권기에 대륙에 남은 나라와 군신의 관계를 맺은 정복왕.
위명만큼이나 엄청난 기세였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살람 대륙, 알리기오사의 왕 이나샨.
클로노트 대륙, 가치아의 왕인 칼리아.
칸시스 대륙, 바란의 왕 라이넨.
이라드 대륙, 라온트라의 황제 비센테.
모두 가공할 기세를 지닌 자들이었다.
[칼소이에의 섭정은 실로 재밌는 자요.]알리기오사의 왕 이나샨이 피우던 파이프를 내려놓으며 껄껄 웃었다.
가치아의 왕 또한 탐스러운 머리칼을 매만지며 후후 웃었다.
[제왕들의 적이 되길 두려워하지 않으니 좋은 말로 하면 용감하다 할 것이고, 호사가의 말을 빌리면 우매하다 할 것이오.]마기우스 4세가 테이블을 내리쳤다.
쾅!
벼락같은 소리와 함께 그의 입에서 노성이 터져 나왔다.
[나의 군사들은 바다를 넘길 주저하지 않는다. 제왕들의 군선이 칼소이에의 해안에 닿아도 여전히 오만할 수 있을지 궁금하구나!]트랑 공작이 당황하여 입을 열었다.
“서, 섭정……!”
그런데 이상했다.
‘황후 폐하께서 웃고 계셔?’
심지어는 손을 들어 트랑 공작을 말리지 않는가.
알렉시스는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말했다.
“원한다면 칼소이에는 전쟁을 피하지 않을 것이오.”
[뭐라고?!]마기우스 4세가 흠칫했고, 다른 제왕들 또한 미간을 좁혔다.
침착한 체하던 제왕들마저 눈을 부릅떴다.
우리 칼소이에의 귀족들 또한 크게 술렁이고 있었다.
알렉시스는 침착한 어조로 말했다.
“이곳의 누구 하나라도 아스트라의 위기에 손을 내민 자가 있던가.”
[……!]“……!”
마경 속의 누구 하나, 그리고 회의장 내외의 누구 하나조차 입을 열지 못했다.
“칼소이에의 위기에 모든 것을 내던지고 달려온 자가 있었소?”
[…….]“…….”
“에릴로트 아스트라가 더러운 피라 핍박당하는 동안, 아이에게 손을 잡아준 자가 있었느냔 말이오.”
[…….]“…….”
나는 알렉시스를 빤히 바라보았다.
그는 싸늘한 표정으로 마경을 바라봤다.
“당신들뿐 아니라 칼소이에 또한 마찬가지요.”
나는 치맛자락을 꽉 비틀어 쥐었다.
알렉시스가 말을 이었다.
“해서 우리는 그녀에게 명할 수 없소. 이제껏 받은 설움, 남몰래 흘린 눈물이 모두 우리 권력자들이 만든 사회의 에고로 인해 비롯되었기 때문이오.”
“…….”
“누가 감히 그녀에게 구원을 맡겨 놓은 양 굴 수 있겠소.”
“…….”
“설피 우는 아이 하나에게도 손 내밀지 못한 이기적인 위정자가 무슨 자격으로.”
“…….”
“그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해 홀로 자라, 모든 것을 홀로 해결한 자요.”
“…….”
“그러니 에릴로트 아스트라는 우리에게 빚이 없고, 구원은 그녀의 선택이오!”
나는 눈을 꽉 감았다.
어린 날의 일이 떠올랐다.
의연하려 했으나, 도저히 버티지 못하는 날도 있었다.
삶이 무거워서, 살려고 발버둥 치는 게 힘에 부쳐서.
그러나 도망칠 자신도 없을 때면 낡은 건물의 옥상으로 달려갔다.
말하지 않아도, 그 어느 때라도 알렉시스가 있었기에.
훌쩍훌쩍 우는 내게 알렉시스는 아무런 말 없이 어깨를 내어주었다.
“너, 너는 어떻게…… 왜 항상 내가 울고 싶을 때 여, 여기에 있어…….”
“글쎄.”
희미하게 웃는 그에게 장난치지 말라고 입술을 삐죽였으나, 사실 알고 있었다.
매일 오니까.
혹시 내가 올지 모른다고 생각해서 눈이 와도, 비가 와도, 천둥번개가 내리쳐도 그곳에서 기다렸으니까.
그는 내가 늘 도망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내 안에 있는 질척하고 음습한 감정을 모두 헤아릴 수 있는 사람.
‘아, 그래서 나는…….’
난 테이블 밑으로 알렉시스의 손을 잡았다.
이제 그 어떤 설움도 내 밤을 시리게 만들지 않을 것이다.
내 곁에 네가 있음을 알기에.
그 누구에게 적이 되더라도, 내겐 든든한 우군이 되어줄 남자가 곁에 있으니까.
그때였다.
[에릴로트 아스트라.]칸시스 대륙, 아사발의 태녀(황위 후계) 엘바라가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
[태, 태녀!]무릎을 굽힌 태녀가 말했다.
[아사발의 후계가 머리를 낮추고, 온 마음을 다해 사정하마.] [태녀, 어찌……!] [입들 다물라!]주변에 소리친 태녀가 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할 수 없어. 힘이 없기 때문이야. 해서 네게 빌고 있는 거야.]“…….”
[내 나라를, 내 백성을 구해줘.]“…….”
주변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
“지독하군.”
“어찌 신의 선택을 받았다는 자가 저리 아무런 말이 없단 말입니까?”
“신께서 저리 오만하라 주신 힘이 아닐 터인데.”
입을 다물고 있는 나를 힐난하는 말이 흘러나왔다.
그런데.
[알리기오사의 왕세자, 벨레인이오.]그 또한 무릎을 굽혔다.
알리기오사의 마경 속에 비치는 아비노 왕손이 흠칫 놀란 얼굴을 했다.
[아, 아버님…….] [다물어라.] […….] [내 힘이 부족하여 내 나라의 위기를 홀로 처리할 수 없어 통탄할 따름이오. 힘이 일천한 나를 가엽게 여기고, 부디 선처해주시오…….]그 다음은 저먼 왕국의 노왕인 막시밀리언이었다.
허리를 굽힌 그가 말했다.
[나의 덕이 부족하여 사회의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으나, 내 백성에겐 죄가 없다.] [할아버님…….] [다만 약속하마. 네 은혜를 결코 잊지 않을 것이다.]한 사람씩 태도를 달리하자, 제왕들이 웅성거렸다.
그때였다.
[아가야.]라온트라의 황제인 비센테였다.
엄마의 아버지, 그러니까 내 외할아버지 말이다.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 라온트라의 귀족들을 둘러보았다.
그리고 곧 마경에 시선을 고정했다.
[이제야 너와 대화할 기회가 생겼구나.]“폐하…….”
[부족한 외조부로 인하여 어떤 고통을 받았을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구나.] [외조부?] [외조부라니.] [이게 무슨 말인가……!]“외조부?”
“설마 에릴로트 아스트라가 벨로스터 궁주의 딸이란 소문이……!”
제왕들은 물론 칼소이에의 귀족들까지 크게 들썩였다.
나는 마른침을 삼키며 마경을 바라보았다.
비센테 황제, 아니, 외할아버지가 희미하게 웃었다.
엄마와 너무나 닮은 미소였다.
[힘이 없어 네 어미를 지키지 못하였다.]“폐하…….”
[벨로스터는 라온트라 황후의 딸로, 이 나라의 유일무이한 적통으로 태어났으나 힘이 없어 자리마저 내어줄 수 없었노라.] [……!] [뭐, 뭐라고?] [이게 무슨……!]“베, 벨로스터 궁주가 적통이라고?!”
“뭐야, 그럼 에릴로트 아스트라는……!”
마경 속에서 라온트라의 황후, 그러니까 내 외할머니가 눈물을 흘렸다.
엄마 또한 눈을 꽉 감은 채로 고개를 수그렸다.
외할아버지는 말했다.
[이런 외조부가 감히 어찌 네게 구원을 바라겠느냐.]“…….”
[다만, 죄스럽다.]“…….”
[용기가 없던 지난날이 네게 죄스럽고, 하여 네 어미와 너를 지키지 못한 날이 한스럽다.]“…….”
[그럼에도 감히 불민한 외조부와는 비할 수 없는 네가 자랑스럽구나.]“…….”
[아가야, 괜찮다면…… 이렇게 부족한 외조부라도 괜찮다면 세상이 끝나기 전에 너를 안아볼 수 있게 해주련.]“…….”
외조부가 소리쳤다.
[벨로스터 라온트라의 출생을 숨긴 불민한 왕은 선언한다!] [선언?]“선언이라고?”
[벨로스터 라온트라를 적통 황녀로 인정하고, 벨로스터의 딸인 에릴로트에게 라온트라의 성을 내린다!] [폐하!]메르세데스의 모친이 새파란 얼굴로 소리쳤다.
그러나 외할아버지의 말은 멈추지 않았다.
[또한!] [폐하, 이리 급작스럽게 결정할 일이……!] [예, 폐하! 충분히 검토하실 시간이 필요한……!]다른 황비들과 황비의 외척들이 크게 당황했으나, 외할아버지는 단호히 소리쳤다.
[적통 황녀인 벨로스터 라온트라를 태자로 삼고, 라온트라의 미래를 수호할 것을 명하노라!] [……!] [……!!]나는 물론, 아빠마저 흠칫 엄마를 쳐다봤다.
엄마는 눈을 뜨고 외할아버지를 쳐다보았다.
비틀비틀 일어난 그녀는 이내 무릎을 굽혔다.
[벨로스터 라온트라, 황명을 받잡습니다.]서늘하게만 보이던 표정에 감격과 회한 등의 여러 가지 감정이 스쳐 지나갔다.
나는 아빠를 보며 배시시 웃었다.
아빠 또한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난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알렉시스 앞에 무릎을 굽혔다.
“데이몬드 아스트라 공작의 직계, 벨로스터 라온트라 태자의 딸이 섭정께 청합니다.”
“섭정의 이름으로 약속하마. 구국 영웅, 에릴로트 아스트라의 그 어떤 청이라도 들어줄 것이다.”
나는 미소 짓고 알렉시스를 쳐다봤다.
“폭풍을 물리치고 오겠습니다. 하면…….”
“…….”
“일전의 약속을 지켜주시겠습니까?”
알렉시스의 눈이 흔들렸다.
나는 미소 지으며 손을 내밀었다.
“결혼해주세요, 전하.”
“…….”
“손에는 물론, 눈조차 물 한 방울 묻히지 않고 행복하게 해줄 거야.”
“…….”
“대답해줄래?”
“……응.”
일어나 다가가자 알렉시스가 나를 끌어안았다.
내 어깨에 고개를 묻은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물론이지.”
나는 속삭였다.
“남들이 알면 오버한다고 하겠다. 그렇지? 흑역사네, 흑역사.”
“뭐 어때.”
“그래, 우리가 행복하니까.”
“원래 역사에 기록될 땐 그럴듯하게 기록되거든.”
“이게, 이씨…….”
결국 나는 모든 제왕에게 나라를 구해달라는 애원을 들었고, 승낙했다.
이제 간다.
내 모든 시작이자, 불운의 마지막이 될 폭풍 속으로.
* * *
애로스 저택.
장식품을 걸레질하던 하녀가 흠칫 고개를 들었다.
[벨로스터 라온트라를 적통 황녀로 인정하고, 벨로스터의 딸인 에릴로트에게 라온트라의 성을 내린다!] [폐하!]“뭐라고?”
장식품이 와장창 깨지기 무섭게 마경을 바라보던 사람들이 소리쳤다.
“이게 무슨 짓이야!”
“걸레질 하나 못해?!”
하녀, 아니, 사라 포그가 고함을 내질렀다.
“더러운 피가 아니었어? 황족, 그것도 태자의 딸이라고……?!”
더러운 피라고 생각해서 버틸 수 있었다.
귀족들을 이간질한 탓에, 집안이 망했다.
그리고 하녀가 되었다.
모든 게 전부 에릴로트 아스트라의 탓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더러운 피.
결국 넌 더러운 피야.
그렇게 생각하면서 버텨왔는데……!
그녀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
아스트라 광산.
돌더미를 옮기던 에레카 길라르가 흠칫했다.
플로렌스 에즐로 또한 믿을 수 없는 표정으로 마경을 바라보았다.
“뭐, 뭐라고?”
가문에 막대한 피해를 끼친 탓에 폐해진 직계, 실뱅과 발데릭 또한 고함을 내질렀다.
“에릴로트가 라온트라 태자의 딸이라니?!”
“이게 무슨 소리예요, 형님!”
에레카 길라르는 털썩, 주저앉았다.
“더러운 피조차 아니었다고?”
에릴로트 때문에 인생이 망했다.
정신을 놓고 불행하게 살았다.
그러나 이 나이가 되어 다시 제대로 살 수 있게 한 원동력은 하나였는데.
“더러운 피가 아니었다니! 이런 게 어디있어……!”
그 시각, 황도 아스트라 저택.
[벨로스터 라온트라를 적통 황녀로 인정하고, 벨로스터의 딸인 에릴로트에게 라온트라의 성을 내린다!] [폐하!]마경 속에서 흘러나온 말에 황도 아스트라 저택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만세를 부르짖었다.
“에릴로트 아스트라 만세!”
“데이몬드 아스트라의 딸, 벨로스터 라온트라의 딸 에릴로트 만세—!”
보너스를 팍팍 주는, 자랑스러운 어린 주인을 사랑하는 고용인들은 호들갑이었다.
한지혁과 콘라드, 미켈란도 서로서로를 쳐다보며 미소지었다.
그런 와중에, 단 하나.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이를 악문 사람이 있었다.
“벨로스터 궁주의 딸이라고……?”
사슬에 묶여 제압당한 달리아가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