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372)
이 3세는 악역입니다-371화(372/390)
371화.
달리아가 소리쳤다.
“거짓말이지?”
마경을 바라보던 한지혁과 콘라드가 그녀를 힐끗 쳐다보았다.
희멀게진 얼굴로 가까스로 입꼬리를 올린 달리아가 말했다.
“그렇지? 라온트라와 거래한 것 아냐?”
‘맞아, 그런 게 분명해.’
그렇지 않고서야 말이 안 되잖아.
그런 아버지를 가지고 있으면서, 벨로스터 궁주 같은 어머니까지 가진 게 어디 있어?
심지어 라온트라의 황손이라고?
“거짓말이잖아, 응?”
“…….”
콘라드가 싸늘한 표정으로 달리아를 쳐다봤다.
“사실이다.”
“말도 안 돼! 아니야!”
“부정해도 소용없어. 사실은 변하지 않으니.”
그런 게 어디 있어?
불공평했다.
어째서 세상은 에릴로트에게만 저러한 자리를 주었단 말인가.
자진할 수 없게 두겠다며 바닥에 내동댕이쳐진 자신의 처지와는 비교할 수도 없었다.
‘유혜민이 뭐라고 저런 것들을 모두 갖는 거야?’
에릴로트는 비참하게 살아왔기에 세상에 빚이 없다고?
웃기는 소리!
단지 가족을 가지고 싶었을 뿐인 자신을 구렁텅이에 몬 것이 에릴로트였다.
겨우 도망쳐 살고 있는 자신을 다시 납치해와선 제 영광이나 자랑하는 게 저 에릴로트였다.
‘저렇게 치졸하고, 끔찍하게 영악한 계집애가 왜……!’
달리아의 눈가가 뜨거워졌다.
* * *
제왕회가 종료되었다.
나는 어둠을 닫기 전까지 각국을 자유롭게 드나들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되었다.
“에릴로트 양!”
“아, 아스트라 공작 영애.”
제왕회를 지켜보던 귀족들이 다가왔다.
어떻게든 줄을 대려는 사람들이었다.
하기야 아빠가 공작위에 오르고, 엄마는 라온트라의 태자라는 것을 확실하게 했다.
거기다 알렉시스와 결혼까지 약속했으니.
살바토레가 역적이 되었으니, 알렉시스는 유일한 황자.
즉위는 사실상 확정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러니 나는 황후가 될 것이다.
“이야기를 듣고 어찌나 놀랐는지 몰라요. 출생을 숨기며 얼마나 마음고생이 심하셨어요?”
“예, 예, 아무렴요.”
“해서 말인데 잠깐 대화할 시간을…….”
사람들이 빼곡하게 몰려든 순간이었다.
“아스트라 공작 영애.”
황후의 목소리가 들렸다.
“예, 폐하.”
“잠시 얘기 나누지.”
“예.”
내 앞에 몰려있던 사람들이 홍해가 갈라지듯 길을 비켜줬다.
나는 황후를 따라 복도를 걸었다.
보는 눈이 없는 복도에 이르렀을 때 내가 입을 열었다.
“감사합니다, 폐하.”
황후가 아무렇지 않은 표정으로 나를 힐끗 쳐다보았다.
“무엇이?”
“사람들에 파묻혀서 제가 곤란할까 봐 도와주신 거잖아요.”
황후는 픽 실소를 흘렸다.
“네게 들을 말은 아니구나.”
“무슨 의미인지 여쭈어도 될까요……?”
“오셀리아의 마수에서 나를 구하고, 황족을 대신해 백성을 지켰으니 인사는 내 쪽에서 해야 마땅하지.”
황후가 하하 웃었다.
나는 빙그레 미소 지으며 고개를 수그렸다.
‘폐하는 참 느낌이 좋은 사람이란 말이야.’
알렉시스에게도 좋은 어머니 노릇을 해주고 계신 모양이었다.
때론 엄하게, 때론 다정하게 많은 것을 가르쳐주고 계신 듯했다.
황후는 나를 데리고 성문 앞으로 향했다.
“황후궁으로 가시는 것이 아니신지요?”
묻자, 그녀가 나를 돌아봤다.
“홀로 갈 것이다. 영애는 이만 돌아가 보려무나.”
“다시 사람들에게 둘러싸이지 않도록 호위해주신 것이군요.”
내가 후후 웃으니 그녀는 눈을 가느다랗게 떴다.
“감히 제국의 황후를 호위라 부른단 말이냐?”
말씨는 엄했지만, 표정에서 장난기를 읽을 수 있었다.
나는 배시시 웃었다.
“하면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뒷배라고 하겠습니다.”
“과연 말로는 지는 법이 없는 아이로구나.”
황후가 내 손을 다정하게 잡았다.
“폭풍을 물리치고 돌아와서 너와 더 이야기를 나누게 해주렴.”
“예, 폐하.”
“황후궁에 들어오기 전부터 난 딸을 꿈꿨단다. 이리 손을 맞잡고 여러 가지를 하고 싶었지.”
“…….”
“젊은 날에 박복하여 친자를 둘 순 없었으나, 나이 들어 알렉시스 같은 아들을 얻고 딸 같은 며느리를 두게 되었다.”
“……!”
나와 알렉시스의 결혼을 인정한다는 말이었다.
나는 얼른 고개를 숙였다.
“폐하…….”
“네 말이 맞다. 나는 언제라도 네게 세상에서 가장 든든한 뒷배가 될 것이다.”
“…….”
“네게 나 자신뿐 아니라 백성의 목숨 또한 빚졌음을 잊지 않고, 평생 귀히 대접하겠다.”
“…….”
“그러니 부디 무사히 돌아와다오.”
그때였다.
“나 또한 황후와 뜻이 같단다, 아가야.”
황태후의 목소리였다.
등 뒤로 궁인들을 잔뜩 데리고 온 황태후가 나를 바라보았다.
황태후 행렬 뒤로 황궁의 마차가 보였다.
마차를 호위하며 오는 자들은…….
“아!”
붉은 정복을 입은 자들이 일시에 무릎을 굽혔다.
“서군! 원화를 뵙습니다!”
내가 원화였을 때의 서군이었다.
황후와 황태후가 말했다.
“황군을 데려가렴, 아가야.”
“모후와 내가 너를 지킬 수 없으니, 이들이 우리의 마음을 대신해 너의 방패이자 검이 될 것이다.”
내 손을 잡은 황후의 손등 위로 황태후의 손이 포개졌다.
“너는 한 번도 약속을 어긴 적이 없지. 그러니 이번에도 약속해다오.”
“……예.”
“에릴로트 아스트라는 무사히 돌아와 제국의 어미가 되어라.”
“예!”
나는 두 분 폐하께 무릎을 굽혔다.
출정의 시간이었다.
* * *
가장 처음은 일단 제국의 구멍부터 틀어막기로 했다.
내겐 진지나 다름없는 아스트라에 영향이 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그래야 유사시에 나와 손발이 잘 맞는 원군이 올 수 있으니까.
그 다음은 당연히 라온트라.
‘용족이 튀어나올 구멍부터 막아줘야지.’
고대에서처럼 처음부터 라스트 보스(게헨나)가 등장하는 것을 막아야 한다.
토벌 준비를 끝마친 나는 으쌰, 주먹을 쥐었다.
그리고 등 뒤로 소리쳤다.
“좋아!”
와아아아아아아—!!
커다란 함성이 하늘을 가로질렀다.
부대는 넷으로 나누었다.
1. 제국 방위군: 아스트라의 직계인 리시먼드, 발자크, 요슈아와 이제는 방계가 된 사촌들과 아스트라군.
2. 돌격군: 이그리츠 군을 주축으로 한 공작 직할령(구 데이몬드 관할령)군사들로 이루어진 군.
3. 중앙군: 구 서군을 주축으로 한 제국군과 각 가문에서 차출한 연합군.
4. 지원군: 잔느와 크림슨 구울 아웬을 중심으로 한 특수부대.
“왜 우리가 돌격군이 아닌지 설명 좀 해봐.”
서군 출신으로 올해 백기사에 임관되었다는 리암 쿠니스가 이를 갈았다.
서군 상장군 출신 쿠가 하하, 어색하게 웃었다.
“중앙군이잖아. 군의 중심이라고.”
“가장 최전방에서 전투를 치르는 건 돌격군이라잖아.”
리암이 으르릉 말하며 이그리츠 군을 노려봤다.
이그리츠 군의 켄달이 어깨를 으쓱했다.
“실력의 차이 아니겠냐?”
“실력은 개뿔이.”
“개뿔? 요새 황군에서는 예의를 가르치지 않나 보지?”
켄달이 눈을 부라리며 말했다.
이그리츠 군은 원래 황군이었으니, 서군의 까마득한 선배였다.
리암은 헹, 코웃음 쳤다.
“무슨 말씀을. 당연히 예의는 배웠죠. 탈영병에게까지 예의를 갖춰야 한다고는 가르치지 않지만.”
……엄연히 따지면 이그리츠 군은 탈영병이긴 했다.
대장인 칼리 무소와 함께 폭군인 선대 시절에 황군을 박차고 나온 자들…….
그래서 숨어서 용병을 하던 게 아닌가.
켄달과 이그리츠 군의 표정이 매서워졌다.
켄달이 말했다.
“날 말리지 마라. 오늘 저거 죽었으니까.”
“안 말려요!”
이그리츠 군의 젊은 기사들, 그러니까 알렉시스와 함께 훈련받던 소년병들이 소리쳤다.
황군은 리암에게 가세해서 눈을 부라렸다.
“오, 그래?”
내가 활짝 웃으며 손뼉을 짝! 치자 으르렁거리던 돌격군과 중앙군이 움찔했다.
“왜? 더 하지?”
“…….”
“…….”
“더 하라니까. 폭풍이 오기도 전에 아주 그냥 서로 물어뜯어서 다 죽여버려.”
“……송구합니다, 아가씨.”
“……죄송합니다, 원화.”
나는 쯧, 혀를 찼다.
마침 잔느와 지원군이 양피지를 가지고 다가왔다.
“말과 기동용 몬스터의 준비를 마쳤습니다.”
콘라드가 말을 덧붙였다.
“한데 라온트라에서 알리기오사로 넘어갈 때 문제가 예상됩니다. 알리기오사는 겨울이란 것이 없는 사막의 나라입니다. 설원마가 버틸 수 있을지요.”
잔느가 고개를 끄덕였다.
“창병에겐 기동성이 가장 중요하여 설원마를 배치하는 것이겠으나, 설원마는 날씨의 영향을 쉽게 받는 몬스터인지라…….”
“예, 해서 설원마보다는…….”
“두 분 대장님의 말씀이 실로 옳습니다. 또한 지원군의 판단은…….”
돌격군과 중앙군이 싸우거나 말거나, 지원군은 열심이었다.
“아무래도 지원군의 이름을 돌격군으로 바꿔야 할까 봐. 어떻게 생각해?”
잔느와 콘라드가 빙그레 웃었다.
“공격력만 따지면 몬스터를 지휘하는 지원군이 돌격군보다 약하다 할 수 없을 것입니다.”
“돌격의 이름을 주신다면 지원군의 전병사가 목숨을 걸고 길을 닦을 테지요.”
반면에 진짜 돌격군과 중앙군은 흠칫했다.
지원군이 돌격군이 되면 둘 중 한쪽은 후방 지원을 해야 할 터.
호승심 강한 사내들이 간식 뺏긴 강아지처럼 눈을 데굴데굴 굴렸다.
“아, 아가씨…….”
“워, 원화…….”
나는 눈썹을 까딱 올리며 말했다.
“왜? 오직 지원군만이 돌격의 준비가 되었는데.”
“그, 그것은…….”
“변명할 기회를 주십시오…….”
“변명 같은 소리 하고 앉았네! 세계의 내일이 달린 전투다! 사소한 다툼으로 합이 맞지 않는다면 네 옆의 동료가 죽고, 네 이웃을 지킬 수 없을 것이다!”
우물쭈물 서로를 바라보던 돌격군과 중앙군이 일시에 허리를 굽혔다.
“송구합니다!”
“송구합니다!”
그런 와중에 돌격군의 대장인 칼리 무소와 중앙군의 대장인 백기사 피에르는 웃을 뿐이었다.
“하여간 젊은 놈들 혈기는.”
“우리 때는 상상할 수도 없었잖습니까, 칼리 님.”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자 크림슨 구울 아웬이 말했다.
“어쩔 수 없잖아. 급조된 군이니 기강이 해이한 것은.”
“군 기강이 해이한 게 어쩔 수 없는 일이야?”
“지휘관이 너라 더욱 그렇지. 저들은 네 손으로 키운 자들이잖아. 네 사랑을 두고 다투는 거라고.”
그러며 아웬이 씩 웃었다.
“네 사랑은 우리 지원군이 온통 차지했다는 것을 모르고.”
“헛소리하고 있…….”
“안 그러냐, 라곤?”
라곤이 크아아아아악! 소리높여 포효했다.
자이언트 타란튤라 밍키도 엉덩이를 씰룩이듯 몸을 뒤뚱뒤뚱 흔들었다.
“귀여워…… 가 아니고.”
눈에서 하트가 뿅뿅 튀어나오려다가 나는 움찔했다.
“…….”
“…….”
중앙군과 돌격군이 원망의 표정으로 나를 쳐다봐서, 난 슥 고개를 돌렸다.
“가자…….”
“……예.”
“……중앙군, 출전 준비.”
* * *
그 모습을 지켜보던 데이몬드와 공작들은 쿡쿡 웃었다.
트랑 공작이 말했다.
“건달과 다를 바 없는 용병 출신과 겉멋 든 어린놈들만으로 군을 구성했으니 문제가 생기는 게 아닌가.”
제르모 공작은 빙그레 웃었다.
“모두 아스트라 양이 직접 키운 자들입니다. 그 어떤 자라고 해도 손발이 저만큼 잘 맞지 못할 겁니다.”
에릴로트가 자세를 바로 하고 공작들로부터 고개를 수그렸다.
“다녀오겠습니다.”
“무사 귀환을 빌겠다.”
이시론 공작이 말했다.
그 뒤로 다른 공작들도 고개를 끄덕였다.
마지막은 데이몬드였다.
“너의 가주가 내리는 첫 명이다. 살아 돌아와라.”
에릴로트가 꾹 검을 말아쥔 채로 소리쳤다.
“예!”
토벌전의 시작이었다.
* * *
우리는 황군과 제국의 각 가문이 지원한 이동의 가호석을 가지고, 제국의 ‘어둠이 열린 곳’으로 이동했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봤다.
“제법 크게 열렸어.”
길이 생각보다 크다.
이곳은 고대에서 몬스터 <폭식>이 나타났던 곳.
폭식은 생물 시체를 먹어치워서 동료를 늘리는 고대몬스터였다.
쉽게 말하면 좀비나 다름 없었다.
나는 중앙군의 쿠를 향해 눈짓했다.
그가 쇠사슬에 묶인 몇몇을 끌고왔다.
“노, 놓지 못해?! 이것 놓지 못할까!”
“…….”
오셀리아 황비와 살바토레였다.
내가 이 세계에 없던 2주간 연합군과의 전투에서 패해 사로잡혔다.
“그렇게 소리를 지르면…….”
중얼거린 난 황비에게 검을 들이밀었다.
“—신경에 거슬려.”
“이, 이 년…… 가, 감히…….”
“고통스럽게 죽지 않을 기회를 주는 것이다. 질문에 대답해라.”
“……무, 무슨 질문.”
나는 살바토레 황자를 쳐다봤다.
“이곳이 마지막 전투지였다지.”
황자가 나를 올려다봤다.
“그런데.”
“왜?”
“……무엇을 묻는 것이냐.”
“왜 전투지로 굳이 이곳을 선택한 거야. <폭식>에 대해 뭔가 아는 게 있는 거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