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373)
이 3세는 악역입니다-372화(373/390)
372화.
살바토레는 답이 없었다.
‘쉽게 말하지 않을 줄은 알았다.’
감옥에서 꺼내 이곳에 데려온 내내 말이 없었으니까.
이레 내내 햇빛 한 번 보지 못해 희멀게진 얼굴은 벌써 시체 같았다.
나는 한 손으로 허리를 짚은 채로 한숨을 내쉬었다.
“어차피 내전에서 패했으니 죽은 목숨이라 이거야?”
“…….”
“그래. 여기서 죽든, 돌아가서 죽든 어차피 죽을 텐데 제국에 도움 되는 일은 하고 싶지 않겠지.”
“…….”
“그런데 말이야—.”
콱!
난 검집 끝으로 살바토레의 손을 짓이겼다.
“아아악—!”
그렇지 않아도 황궁으로 끌려온 후, 잔당을 색출하기 위해 고신이 있었다.
성치 않은 손을 짓이기자, 살바토레의 입에서 비명이 터져 나왔다.
“피차 뒤질 거라면 적어도 고통 없이 가고 싶지 않아?”
“이……!”
살바토레의 눈이 파르르 떨렸다.
나는 그의 멱살을 거칠게 끌어올렸다.
“네 알량한 황위 욕심으로 몇 명이 죽었다고 생각해?”
“그리미에의 일은 아스트라에서 단속하지 못한……!”
“헛소리 하지 마. 내전으로 그리미에를 부추긴 건 너야.”
“…….”
“죄 없는 목숨을 그만큼이나 비명에 가게 했으면 적어도 네가 싼 똥은 치우고 가.”
오셀리아 황비가 희멀건 얼굴로 소리쳤다.
“비록 죄인이 되었으나 우린 황제 폐하의 부인이요, 아들이다. 어찌 그런 말씨를……!”
“아직도 상황 파악 못하고……. 잔느.”
부르자, 잔느가 오셀리아 황비의 목덜미를 잡아채 질질 끌고 왔다.
“꺄아아악! 무슨 짓을……!”
나는 잔느가 데려온 오셀리아 황비를 그대로 아군의 결계 밖으로 내던졌다.
철푸덕!
늪지화 된 땅에 엎어진 황비가 푸드덕거리며 겨우 고개를 들었을 때였다.
몬스터들의 서슬 퍼런 시선이 일시에 황비에게 향했다.
“어……?”
황비가 당황해 중얼거리던 찰나.
순식간에 달려온 몬스터들이 황비의 목덜미를 잡아챘다.
“꺄아아아악!”
찢어지는 비명이 상공에 메아리쳤다.
그럴 만도 하지.
다른 몬스터가 먹잇감(황비)을 노리고, 그녀에게 올라타 있던 몬스터를 공격하지 않았더라면 그대로 죽었을 테니.
황비에게 올라탔던 몬스터는 순식간에 넝마가 되었다.
몬스터의 피를 뒤집어쓴 황비는 죽어라 비명을 질러댔다.
“꺄아아아악! 사, 살려줘! 살려줘……!!”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살바토레의 얼굴은 사색이 되었다.
어머니를 향한 걱정 때문은 아니었다.
‘그랬다면 당장 묻는 말에 대답했겠지.’
다음은 자신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겁에 질린 것이다.
나는 빙그레 미소 지은 채로 살바토레를 바라보았다.
“기요틴으로 한 번에 죽는 건 차라리 우아하지.”
“…….”
“몬스터에게 내던져서 장난감으로 삼아주랴?”
“너…….”
“아아, 걱정하지 마. 숨이 넘어가기 전엔 구해줄 테니까. 치료도 해줄 거야. 그리고 눈을 뜨면 다시 몬스터에게 던져주마.”
“…….”
“수십, 수백 번이라도 반복해주지.”
무릎까지 굽혀서 살바토레와 시선을 맞추었다.
검게 일렁이는 내 눈.
결계 밖에서 들리는 황비의 찢어지는 비명.
정신이 혼미할 것이다.
나는 살바토레를 바라보며 한 자, 한 자 힘을 주어 말했다.
“반군의 수장으로 기요틴 아래에서 우아하게 죽겠어? 아니면 몬스터의 장난감이 되어 제발 죽여달라고 애원하며 살아가겠어?”
살바토레의 머리채를 잡은 난 속삭였다.
“네 인생에 있는 마지막 선택의 기회다, 살바토레.”
“……정화석.”
드디어 살바토레가 입을 열었다.
그는 눈을 꽉 감은 채로 중얼거렸다.
“어둠에서 흘러나온 존재는 정화석을 기피한다.”
“기피한다고?”
“그래. 해서 황군을 이곳으로 끌어들인 것이다. 우리에겐 정화석이 있었으니 몬스터를 아군으로 써먹을 수 있으리라 여겼지.”
나는 핫, 숨을 들이켰다.
‘그래. 무월기의 제단에서도 정화석으로 인공 마수의 촉수를 없앴지.’
정화석은 저주를 정화하는 것.
그때는 인공 마수가 저주의 결정체라 먹혔던 것이다.
‘그런데 고대 몬스터에게도 먹히는구나!’
그렇다면 우리는 ‘정화’의 의미를 이제까지 오인하고 있었다.
“정화란 ‘이 세계’의 규범에 어긋나는 모든 것을 무로 되돌리는 거야!”
소리치자 콘라드를 비롯한 영민한 자들이 흠칫했다.
“주군, 그렇다면……!”
“무장의 비늘이다!”
“예!”
우리는 이번 토벌을 위해 만반의 준비를 해왔다.
당연히 무장의 비늘까지 가져왔지.
“그어어어…….”
<폭식>이 슬금슬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나는 히죽 웃었다.
“어디 우리 세계 마도학의 결정체를 제대로 맛보려무나.”
* * *
황궁.
토벌전을 지켜보기 위해 또 한 번의 제왕회가 열렸다.
에릴로트 아스트라가 과연 국운을 맡길 만한 사람인가.
제왕들은 물론이고 각국의 귀족들마저 ‘칼소이에 고대 몬스터 토벌전’을 지켜보고 있었다.
그런데 이상했다.
에릴로트 군은 고대 몬스터를 눈앞에 두고, 예상치 못한 행동을 하고 있었다.
결계 밖에 있던 오셀리아 황비를 데려온 것까지는 그럴 만도 했다.
그런데 전투가 아닌 기이하게 생긴 기둥을 설치하고 있는 게 아닌가.
가치아의 여왕, 칼리아가 눈을 가느다랗게 떴다.
[신묘하게 생긴 기둥이로군. 한데 어째서 이 긴박한 상황에서 한가로이 기둥이나 설치하고 있는 거요?]칼소이에의 귀족 하나가 어험! 헛기침했다.
“저것은 기둥이 아닙니다.”
배가 나온 귀족 또한 의기양양한 어조로 말했다.
“저건 에릴로트 아스트라가 오랜 세월에 걸쳐 개발을 지원한 ‘무장의 비늘’이란 것이지요!”
[무장의 비늘이라고?]알리기오사의 왕, 이나샨이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트랑 공작도 자신만만한 어조로 말했다.
“온갖 저주와 마법에서 착용자를 지켜주는 최강의 결계란 말입니다, 으하하하하!”
마도 대륙이라 불릴 만큼 마도학이 발달한 칸시스 대륙.
그 중에서도 바란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마도 강국, 아사발의 태녀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바란의 왕인 라이넨이 흥, 코웃음을 쳤다.
[그래봐야 칸시스 밖의 것. 무슨 대단한 마도구려고.]마도력으로 이름 높은 칸시스 대륙은 타 대륙의 마도구를 괄시했다.
칸시스의 것.
칸시스 밖의 것.
그렇게 나누고 저희가 만든 것이 아니면, 하급 취급을 하는 경향이 있던 것이다.
그때였다.
[아버님, 움직입니다.]알리기오사의 왕세자, 벨레인이 말했다.
모두의 시선이 에릴로트를 비추는 마경에 집중되었다.
[시작한다.] [예!] [옛!]에릴로트의 말에 그녀의 군사들이 우렁차게 소리쳤다.
그런데 이상했다.
“뭐야, 시작한다더니 왜 결계를 해제하는 거지? 무장의 비늘을 가동하려고?”
에릴로트를 찾기 위해 칼소이에까지 넘어온 타하르의 왕녀, 세트라가 콧방귀를 뀌었다.
멜베탱의 왕자 또한 눈살을 찌푸렸다.
“무장의 비늘에 대해선 우리도 조사를 했지. 이번 내전에 요긴하게 쓰인 마도구이니.”
“해서?”
“그만큼이나 엄청난 결계요?”
에릴로트를 찾아온 다른 황·왕족들이 묻자 멜베탱의 왕자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무장의 비늘은 저주 특화의 결계입니다. 해서 지금 저 판단은 옳지 못하지요.”
“그렇겠군. 저쪽엔 고대 몬스터만 있는 게 아니잖아. 다른 몬스터는 어찌 방비하려고.”
“기가 막혀서. 토벌의 기본도 모르는 자를 찾아 우리가 바다를 건너왔단 말이야?”
마경 속에서도 비웃음이 터져 나왔다.
칼소이에의 귀족들은 얼굴이 벌게져서 씩씩거렸다.
‘에릴로트 아스트라가 바보인 줄 알아?’
‘어려서부터 그 어떤 시합에서도 진 적이 없다.’
‘뭔가 생각이 있을 것인데…… 제길, 있겠지?’
타국의 귀족과 황·왕족 앞에서 망신만 당한다면…….
젊은 샤토브리앙 공작이 데이몬드에게 속삭였다.
“다른 방책이 있는 것입니까?”
“지켜보면 알겠지.”
“무슨…….”
그때였다.
“뭐지?”
“저게 무슨…….”
마경 속의 에릴로트에게서 기묘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리고…….
“고대어?”
“고대어가 아닌가!”
에릴로트의 주변에 빛이 나는 문자들이 휘몰아쳤다.
그리고 완성된 문장은…….
<폭식>을 제외한 몬스터는 아스트라 군에 다가올 수 없다.
바람과 햇살, 구름, 그 어떤 재해도 에릴로트 아스트라 휘하의 군사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오직 <폭식>만이 ‘무장의 비늘’앞에 모인다..
“포, 폭식을 제외…… 저 글자가 제외가 맞습니까?”
“나 참, 저만큼 간단한 고대어도 못 읽소? ‘폭식을 제외한 몬스터는 아스트라 군에 다가올 수 없……’ 뭐?!”
“자, 잠깐, 로트라 경! 자네가 고대어 학위가 있잖아. 읽어보게!”
“그, 그러니까 ‘폭식만이 무장의 비늘 앞에 모인다.’…….”
문장이 밝은 빛을 내뿜으며 허공에 흩어졌다.
그러자 폭식이 무장의 비늘 근처로 끌려오는 것이 아닌가!
그리고.
[가동해라!]에릴로트 아스트라가 소리쳤다.
퍼버버버버버버벙—!!!
펑!
퍼엉—!!
무장의 비늘까지 끌려온 폭식들이 순식간에 폭사했다.
“무, 무슨!”
“말도 안 돼!”
[이게 대체 무슨 가호란 말이냐!] [이, 이게 말이 되, 되는……?!]칼소이에 황궁에 모인 황·왕족은 물론이고 마경 속의 제왕들마저 벌떡 일어나 기함했다.
하나 같이 사색이 되었다.
입을 떡 벌리고 부들부들 떨리는 손끝으로 겨우 마경을 가리키는 사람도 있었다.
칼소이에의 귀족들은 히죽히죽 웃었다.
“으하하하하!”
트랑 공작이 호탕한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 봐라, 너희도 놀라 뒤집어지는구나!’
‘아무렴. 우리도 처음 봤을 땐 기절하는 줄로 알았다.’
6공작이 오만한 표정으로 입꼬리를 올렸다.
다른 귀족들도 비열하게 웃었다.
“그래, 이게 에릴로트 아스트라지.”
“온갖 시합, 전투에서도 지는 법이 없었단 말이다.”
아, 에릴로트 아스트라.
정말이지 적일 땐 사지가 떨리게 무섭지만, 아군이 되면 이렇게 든든할 때가 없구나.
‘어디 더 지껄여봐라, 이것들아.’
귀족들이 낄낄 웃으며 주변을 둘러봤다.
다른 나라의 귀족들은 벌게진 얼굴로 어찌할 바를 몰랐다.
이때까지 비웃으며 에릴로트를 지켜보던 상테 대륙의 황제 마기우스 4세가 버럭 소리쳤다.
[이, 이게 대체 무슨 조화란 말인가!]제르모 공작이 픽 웃었다.
“에릴로트 아스트라 양의 가호입니다.”
[가, 가호?] [저런 가호가 있다고?]당대의 가호란 특별한 재능 같은 것이었다.
한순간에 이동할 수 있는 가호.
신체 능력을 강화시키는 가호.
훌륭한 마도구를 개발할 수 있는 가호.
하지만 에릴로트 아스트라의 힘은 그것과는 ‘특별한 재능’ 정도가 아니었다.
모든 힘을 아우를 수 있는 최강의 가호.
저먼 왕국의 노왕, 막시밀리언이 떨리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신…….]그래.
신과 같은 힘이었다.
모든 제왕은 물론, 타국의 귀족들 또한 사색이 되었다.
칸시스 대륙 바란의 왕인 라이넨이 물었다.
[저, 저 힘의 한계는 어디요?]“한계 말입니까?”
이시론 공작이 허허 웃으며 묻자, 상태 대륙의 황제 마기우스 4세가 쾅! 테이블을 내리쳤다.
[그래! 조건과 범위가 있을 것이 아닌가!]트랑 공작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글쎄요…… 저희는 그녀가 죽은 사촌을 모두 살리는 것까지만 본지라.”
[뭐?] [뭐, 뭐라고요?]제왕들의 표정이 경악에 물들었다.
그런 와중에 마경에선 에릴로트의 목소리가 들렸다.
[좋아, 철수! 어우, 오랜만에 쓰니까 삭신이 쑤시네.]—너무 산뜻해서 다른 나라 제왕들의 뒷골이 넘어가는 목소리가.
* * *
나는 어깨를 툭툭 치며 주변을 둘러봤다.
주변의 폭식들이 죄다 폭사했다.
몬스터들은 폭발을 보고 두려워 다가오지 못했다.
뭐, <열람> 때문에 애초에 다가올 수도 없겠지만.
‘응, 군사를 보호하고 몬스터를 끌고 오는 정도는 괜찮아.’
배가 고파서 죽을 것 같지만, 혈족들을 살렸을 때와 비교하면 이건 아무것도 아니다.
나는 <열람>을 이 정도로만 쓰기로 결심하고 소리쳤다.
“라온트라로 간다!”
“아직 길을 완전히 닫은 것은 아닙니다. 폭식이 저 구멍을 통해 이 땅에 다시 나타날 텐데요.”
콘라드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여긴 무장의 비늘을 설치해놔서 괜찮아. 내가 떠나고도 <열람> 때문에 폭식이 나타나는 족족 저 무장의 비늘로 끌려갈 거야.”
“카인로드 님께 지속적으로 무장의 비늘을 수리하라 이르겠습니다.”
“그래.”
달리아로 닫을 수 있는 길이 얼마나 되는지 모른다.
그러니 폭식이 나오는 길에 달리아를 소모할 순 없다.
폭식 정도는 인간의 힘으로 해결할 수 있는 수준이니까.
‘길을 하나만 닫을 수 있다면 그건 라온트라의 길이여야 해.’
용족의 길.
그것만 닫아도 고대와 같은 피해는 없을 것이다.
“한데 저들은 어찌할지요.”
콘라드가 황비와 살바토레를 가리키며 물었다.
“황궁에 던져주고 와. ‘우아하게 뒤질 수 있도록’.”
어쨌거나 죽는다는 말에 황비의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그렇게 우리는 출발했다.
……내 외가가 있는 그곳, 라온트라로.
* * *
라온트라에 도착했을 때는 해질녘이었다.
각국에서 엄청나게 많은 이동의 가호석을 지원받았는데도 이 모양이었다.
“얼마나 걸린 거야?”
내가 묻자, 잔느가 대답했다.
“7시간입니다.”
“대륙 내에서 이동하는데 7시간이라…….”
역시 게이트가 있으면 좋겠다.
바다 건너서 가려면 얼마나 걸리려고.
한숨을 푹 내쉬고, 나는 라온트라의 황궁을 바라보았다.
거대한 황궁의 문이 우리를 맞이하기 위해 서서히 열리고 있었다.
그리고 나타난 것은…….
“어서오너라, 에릴로트.”
황족과 궁인들이 대거 이끌고 온 노년의 부인을 본 나는 멈칫했다.
아니, 다른 군사들마저 눈을 크게 뜬 채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가 내 손을 잡았다.
“네 이름을 부르기까지 너무나 오래 걸렸구나.”
“…….”
“할미다, 아가야.”
그녀와 나는 아주 닮아있었으니까.
입가, 눈가의 점…….
그런 것들은 물론이고 분위기마저 흡사했다.
나를 끌어안은 라온트라의 황후, 아니, 외할머니가 오열했다.
‘할머니…….’
그래.
세은의 할머니가 아닌, 내 할머니가.
“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