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377)
이 3세는 악역입니다-376화(377/390)
376화.
* * *
계획이 오차 없이 이루어졌다.
달리아가 나를 향해 검을 내지르려 하기 무섭게 밖에서 라곤이 성의 일부를 파괴했다.
‘세계수 앞에선 가호가 통하지 않아? 그럼 가호 말고 다른 것을 쓰면 되지!’
라곤 덕분에 성이 크게 흔들렸고, 그 틈에 나는 달리아를 피했다.
그 결과 달리아가 든 ‘태사자의 검’을 세계수에 꽂는 데 성공한 것이다.
물론 이 모든 일은…….
‘한지혁이 이곳을 주시하고 있다가 백경목 피리를 불어준 덕분이지.’
그래서 라곤이 타이밍을 맞출 수 있었던 것이다.
“어, 어……?”
달리아는 크게 당황했다.
“어떻게…….”
“뭐가 궁금한데?”
“뭐?”
나는 생긋 웃으며 달리아의 귀에 속삭였다.
물론 마경으로 우리 모습을 보고 있을 사람들에겐 들리지 않도록.
“어째서 제왕들이 이 모습을 보고 있었는지? 어떻게 영상이 송신되고 있던 건지?”
“너, 너, 설마…….”
“제왕들이 이 모습을 보고 있었던 건, 네가 옥사를 나오는 것부터가 내 계획이었기 때문이란다.”
“……!”
“세은아.”
“이, 이…….”
“내가 미쳤다고 널 다른 사람 손에 넘기겠어?”
“……!”
빙그레 웃자 달리아의 표정이 무너졌다.
[세계수……!] [세계수를 확인하시오! 어서!] [라온트라는 무얼 하고 있는 거요—!]영상 송신기에 내장된 비상용 스피커를 통해 제왕들의 고함이 울려 퍼졌다.
‘이제 슬슬 엄마가 나설 때야.’
나는 낮에 엄마와 외할머니에게 ‘라온트라의 누구도 제왕회의 마경을 볼 수 없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그야 세계수 앞에서 달리아와 내가 대치하면 누군가 달려올 것이 아닌가?
아군이 됐든, 적이 됐든 간에.
그러면 계획은 중지되었을 것이다.
엄마는 ‘용족의 길이 내일 오후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는 핑계로 긴급회의를 열었다.
그리고 세계수가 달리아에 의해 태사자의 검을 맞았을 때, 아마 회의장으로 소식이 전해졌을 것이다.
그러니까…….
쾅!
‘그렇지. 이렇게 군사들이 내달려오는 거지.’
라온트라의 군사들뿐만이 아니었다.
엄마, 외할머니, 황비와 황자들까지 달려왔다.
“이 무슨……!”
“어찌 된 일입니까! 어째서 죄인과 궁주가 이곳에 있는 거예요!”
“대체 이게…….”
황비와 황자들이 우왕좌왕했다.
그때, 엄마가 소리쳤다.
“세계수를 확인해라!”
라온트라의 재상이라는 가모르트 후작이 세계수로 달려갔다.
세계수엔 태사자의 검이 박혀있었다.
“이, 이 어찌…….”
가모르트 후작이 떨리는 손으로 세계수를 매만지던 찰나였다.
파앗—!
세계수의 가지가 거세게 흔들렸고, 잎사귀에서 기묘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그러더니, 순식간에…….
“……!”
“……!!”
세계수의 잎부터 가지, 밑동까지 빠르게 말라비틀어지기 시작했다.
“전하…….”
가모르트 후작은 희게 질린 얼굴로 엄마를 쳐다봤다.
엄마와 나는 시선을 교환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엄마가 고함을 내질렀다.
“세계수를 해한 죄인을 추포해라—!”
“……!!”
달리아는 사색이 되었다.
군사들이 일시에 달려들어 달리아를 제압했다.
“아냐, 내가 아니야! 에릴로트의 계략에 빠진 거야! 아니야……!”
달리아는 거칠게 몸을 비틀며 오열했다.
그러던 찰나였다.
쿵!
또 한 번의 굉음이 라온트라의 황궁을 뒤흔들었다.
군사들과 함께 뛰어 들어온 외당숙, 그러니까 만체 박사가 서둘러 창을 열었다.
상공을 바라본 그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길이…… 길이 열리고 있습니다. 용족이 출몰할 것입니다!”
“이, 이런…….”
[말도 안 돼! 용족이라니!] [긴급령이다! 라온트라에 용족이 나타나면 바다 건너 우리 땅에 오기까지 나흘이 채 걸리지 않을 것이다!] [이 일을 어찌한단 말이오!] [폐하, 우리 영토의 길 또한 열리는 중이라 합니다!]세계수의 방은 아수라장이 되었다.
라온트라의 황족과 귀족들은 물론, 제왕회까지 뒤집어졌다.
그러나 나는 침착하게 문을 주시하고 있었다.
‘세계수가 파괴되면 피차 일어날 일이었다.’
고대에서도 세계수에게 버려져 이계의 길이 열리고 폭풍이 등장했다.
그런데 세계수가 파괴되면 일제히 길이 열리겠지.
그때, 드디어 열린 문을 통해 콘라드와 잔느의 모습이 보였다.
‘제 준비가 끝났구나.’
나는 엄마에게 말했다.
“세계수는 이 세계의 결계예요. 세계수가 사라진다면 모든 길이 열리고 어둠이 등장하겠지요.”
“해서.”
“결단을 내리셔야 합니다.”
송신기와 라온트라의 귀족, 황족을 돌아본 난 굳은 목소리로 말했다.
“세계수를 제물로 바쳐 이계의 모든 문을 닫는 거예요.”
쿵!
또 한 번의 파란이 일었다.
* * *
라온트라의 금수리궁(황제궁).
나는 황제의 방으로 불려갔다.
소파에 앉아있자, 이곳으로 나를 안내한 엄마가 내 찬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긴장할 것 없다.”
“안 해요.”
“하여간에 강심장이구나.”
“엄마 딸이니까.”
내가 헤헤 웃자, 엄마 또한 미소 지으며 내 어깨를 끌어안았다.
그때였다.
문이 열리고 휠체어를 탄 은발의 사내가 등장했다.
나와 엄마는 몸을 일으켰다.
엄마가 말해주지 않아도, 나는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이 남자가 내 외할아버지란 걸.
지난 제왕회에서 보았기 때문이 아니었다.
마경을 통해서가 아니라, 실제로 보는 외할아버지는…….
“이렇게 보니 더욱 닮았구나, 아가야.”
그래.
외할아버지의 말처럼 나와 그는 묘하게 닮았다.
어쩌면 외할머니보다 더.
“칼소이에에선…… 아빠를 쏙 뺐다는 얘기를 들었어요. 그래서 전 친탁인 줄 알았는데…….”
“이런. 내 보기엔 외탁인데.”
외할아버지, 그러니까 비센테 황제가 다정히 웃었다.
친할아버지와는 다른 느낌이었다.
아스트라의 친할아버지는 그야말로 한겨울의 서리처럼 싸늘한 느낌.
그러나 라온트라의 외할아버지는 한여름에 무성한 초목처럼 인자했다.
나는 손을 매만지며 고개를 숙였다.
“세계수의 일은 죄송합니다.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가 있었어요. 제 개인의 목숨뿐만이 아니라—.”
“안아보면 어떨까.”
“…….”
“손녀를 안아보게 해주련.”
나는 움찔 엄마를 쳐다봤다.
엄마는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난 조심스럽게 외할아버지에게 향했다.
외할아버지는 쭈뼛쭈뼛 다가온 나를 끌어안았다.
“작구나. 마경 속에선 그리 커 보였는데.”
“…….”
“벨로스터는 어려서부터 컸지. 네 아비도 작은 인사는 아닌데, 어찌 이리 작게 느껴질까.”
“…….”
“섧게 자라 그러하냐.”
“…….”
“어려서 보살핌을 받지 못해 그러한 것이야?”
“…….”
“……모두 나의 죄다.”
외할아버지의 목소리가 가늘게 떨렸다.
나를 끌어안은 손이 금세라도 맥없이 떨어질 것 같았다.
나는 내 등을 하염없이 두드리는 외할아버지에게 말했다.
“외할머니를 닮아서 그런가 봐요.”
“뭐라고?”
“제가 작은 거요. 서럽게 자라서가 아니에요. 엄마와 떨어져 자라서도 아니고요. 그냥…… 외할머니를 닮았나 봐요.”
“…….”
“칼소이에에선 평균보다 커요.”
“……그렇구나.”
외할아버지는 내 말뜻을 알아들었는지 쓰게 웃었다.
그래, 걱정하지 말라는 뜻이었다.
모두 당신의 죄인 양 죄스러워하지 말라는 의미였다.
엄마 또한 내 말뜻을 이해하고 눈을 꽉 감았다.
나는 할아버지의 주름진 손을 쥐고 말했다.
“어릴 적에요. 그러니까 아스트라의 방계들이 지내는 탑에서 홀로 있을 때.”
“…….”
“외가 사람들이 저를 데리러 오는 상상을 매일 했던 것 같아요.”
“그렇구나…….”
“평범한 가정에서 그러하듯 손주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외할아버지, 외할머니를 동경했어요.”
“그래…….”
“그러니까 건강해지셔서 많이 쓰다듬어주시면 돼요. 지나간 일은 묻어둬요.”
“고맙다.”
외할아버지는 나를 꽉 끌어안았다.
엄마와 외할머니, 또 외할아버지가 나를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나는 큰 위로를 받은 기분이었다.
어떤 가정이든 저마다의 사정이 있고, 나의 가정에도 어린 나를 보살피지 못한 사정이 있던 것뿐이었다.
그렇게 정리하기로 했다.
나는 첫 번째 삶에서 원망으로 점철된 삶이 얼마나 고된지를 알았다.
해서, 이번 삶에선 단지 웃으며 함께 하기로 했다.
“이제 세계수의 일을 논해요, 할아버지.”
“어찌할 요량이냐.”
“세계수와 달리아를 매개로 이계의 문을 닫을 거예요. 할아버지의 지원이 필요해요.”
할아버지와 엄마는 시선을 맞추었다.
할아버지가 다시 나를 쳐다보곤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라온트라의 황제의 이름으로 약조하마. 네가 바라는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다.”
라온트라 황제의 허가까지 얻었다.
‘이제 제의 시작이야.’
* * *
제단이 꾸려졌다.
제왕회의 의견은 분분했다.
[어리석은 소리! 세계수를 회생시킬 방법을 강구해야지, 제물로 삼다니!]상테 대륙의 황제 마기우스 4세가 고함을 내질렀다.
[세계수를 제물로 길을 닫을 수 있다는 확증이 없는 한 쉬이 움직일 일이 아니오.]칸시스 대륙, 아사발의 태녀 엘바라 또한 난색이었다.
[두 분의 말씀이 옳지 않겠습니까. 제를 성공하여 길을 닫는다면 다행이지만, 실패한다면 영영 세계수를 잃을 것입니다.]알리기오사의 왕세자, 벨레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면 어찌하시겠습니까.”
나는 무감한 표정으로 마경을 바라보며 말했다.
[…….] […….]제왕 중에 대답할 수 있는 자는 없었다.
“지금 당장 세계수를 회생시킬 방도를 마련할 수 있습니까?”
[그건…….]“방도가 있다고 해도 시간은요?”
[허어…….]“모든 길이 열리고 있습니다. 용족이 세 마리만 넘어와도 라온트라의 결계는 무너질 거예요.”
[그도 그렇지만…….]내가 굳은 얼굴로 소리쳤다.
“세계수를 회생시킬 방도도 없고, 시간은 더더욱 없습니다. 지금 당장 결정하셔야 해요.”
[…….]“이대로 가능성 없는 회생을 붙들고 늘어진다면 사태는 걷잡을 수 없습니다!”
[…….]제왕들이 고심하는 표정으로 침묵했다.
‘제발.’
제왕회 전원의 동의까지는 바라지 않는다.
강력한 몬스터의 세계와 이어진 땅의 제왕들만이라도 동의해줘야 한다.
<용>.
인간보다 지능이 뛰어나다는 <겨울 엘프>.
마력 흡수가 가능하여 인간이 대항하기 어려운 <실의> 등.
그 지역에만 라온트라와 같은 제단을 꾸릴 수 있다면 시간은 버는 것이다.
[칼소이에에선 제단을 꾸리겠습니다.]알렉시스의 목소리였다.
나는 흠칫 고개를 들었고, 제왕들은 굳어졌다.
[섭정, 이리 쉽게 결정할 일이 아닙니다.] [애초에 세계수는 길을 막지 못했습니다. 회생시킨다고 해도 길을 막을 수 없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그도 그렇지만…….] [우리는 에릴로트 아스트라에게 어둠의 토벌을 일임했습니다. 애초에 그녀에게 모든 것을 걸었으니, 이번에도 그녀를 믿고 기다리는 수밖에요.] […….]그때였다.
[저, 저는!]알리기오사의 마경에서 아비노 왕손이 팔을 번쩍 들었다.
[저는 에릴로트을 뜻을 지지하고 싶습니다.] [아비노……!]그의 부친인 왕세자 벨레인이 인상을 썼으나, 아비노는 고개를 저었다.
[에릴로트가 이제껏 얼마나 많은 일을 해냈는지 아시잖아요. 저만 해도 목숨을 빚졌어요.] […….] [그녀의 판단을 믿습니다.] […….]왕세자, 벨레인이 한숨을 내쉬며 왕을 바라보았다.
[……부왕, 방도가 없는 것은 사실입니다.]끙, 신음하던 알리기오사의 왕 이나샨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리기오사에선 제단을 준비하지.]‘됐다!’
흐름이 바뀌었다.
저먼 왕국의 마경에서 크리스토퍼가 말했다.
[할아버님, 저는 이제껏 에릴로트 아스트라가 이뤄낸 모든 것을 지켜봐왔습니다. 믿을 수 있는 자임은 맞습니다.] [이 녀석이…….] [벨레인 왕세자의 말이 맞죠. 방도가 없으면 사람을 믿을 수밖에.]저먼 왕국의 노왕 또한 어쩔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은 슈엘리즈.
[아바마마, 도박이라면 화끈하게 거는 쪽이 즐겁지 않겠어요~?]그리고 팔라사.
[저 녀석이라면 할 수 있습니다, 형님!]태양회 멤버들의 나라부터 동의가 시작되었다.
그러자…….
[제단을 꾸리겠어요.]클로노트 대륙, 가치아의 왕인 칼리아가 동의했다.
‘됐어! 저긴 겨울 엘프족의 길이 있는 곳이야!’
하나둘씩 다른 제왕들도 동의했다.
그리고 결국.
[에잇, 어쩔 수 없지. 제단을 준비해라!]상테 대륙의 황제, 마기우스 4세 또한 동의했다.
‘<실의>의 길!’
나는 벅찬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시작하겠습니다.”
외할아버지, 그러니까 라온트라의 황제인 비센테가 소리쳤다.
“긴급령이다! 제를 시작하겠다!”
* * *
달리아는 초조한 표정으로 주변을 둘러보았다.
짐승 우리 같은 철창에 갇혀서 제단으로 이동했다.
‘대체 어떻게 되고 있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