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38)
이 3세는 악역입니다 38화.(38/390)
38화.
그즈음, 아스트라 공작이 단상으로 올라왔다.
공작의 등장에 혈족들이 모두 일어났다.
훈련장에 있는 초급 교육실 아이들도, 전투 훈련을 구경하러 온 다른 아이들도 고개를 수그렸다.
공작이 착석했다.
그 후에야 2세들이 자리에 앉았고, 3세들 또한 고개를 들었다.
공작과 함께 참관을 나온 드뷔시 자작이 입을 열었다.
“시합을 시작해라.”
뎅─ 뎅─
종이 두 번 울리고, 심판역의 교사가 훈련장 중앙에 자리했다.
시합의 시작이었다.
* * *
훈련장은 마도구에 의해 작은 숲으로 변형되었다.
이 숲에서 우리는 시합을 치르게 될 거다.
곳곳에 있는 송출용 마도구를 통해 어른들이 우리를 지켜볼 수 있었다.
룰은 간단하다.
‘또 보물찾기니까.’
여기 교수들은 보물찾기를 참 좋아하나보다.
어쩔 수 없는 일이긴 했다.
3세부터 11세까지의 아이들이 다치지 않고 할 수 있는 시합은 한정적이니까.
심판역의 교사가 승리의 조건이 적힌 종이를 펼쳐서 크게 읽었다.
“자수정을 찾아서 시합 종료 시까지 가지고 있는 쪽이 승리합니다.”
아이들은 왁자지껄 떠들었다.
“그러면 자수정을 찾으면 되는 거지? 우리는 후각이 가호인 애가 있으니까 다행이야.”
“보석에도 냄새가 있어?”
아이들은 허겁지겁 자수정을 찾아서 달렸다.
조프리네 조도 움직이기 시작했다.
리앙틴과 디오네라는 불안한 얼굴로 조프리네를 보고 있었다.
“어, 어떡하지. 조프리네 조에는 벌레를 움직일 수 있는 애가 있어. 숲에 벌레를 풀면 금방 찾을 거야.”
디오네라가 우물쭈물 말하며 눈썹을 늘어뜨리자, 리앙틴이 말했다.
“나도 특수계 가호야!”
그러고 보니 리앙틴 가호는 뭐지?
<빙.흑.손>에서도 언급된 적이 없었다.
“가호 몬데?”
“난!”
소리친 리앙틴이 손을 휙, 흔들었다.
손목에 실금 같은 빛이 몇 겹으로 감싸져 있었다.
“……이고야?”
“응! 나 이제 뭐 해?”
“……가만히 이써.”
리앙틴이 입술을 삐죽였다.
“우, 우리도 빨리 자수정을 찾아야 하지 않을까…….”
“아냐.”
“응?”
승리 조건은 [시합 종료 시까지 자수정을 가지고 있는 것].
찾더라도 가지고 있지 못하면 승리할 수 없다.
‘자수정을 가지고 싸우라는 거지.’
나는 디오네라와 리앙틴을 데리고 숲 깊은 곳으로 들어갔다.
디오네라야 워낙 말을 잘 들어주는 착한 아이니까 잘 따라와 줬다.
그리고 리앙틴은…….
‘얌전하네?’
내가 서열권 안에 들어서 자기보다 한 수 위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우리는 풀숲 깊은 곳에 들어가서 나란히 쪼그려 앉았다.
“이거 뭐 하는 건데?”
“응. 우리 뭐 하는 건지 궁금해…….”
“여기서 쉬는 고야.”
디오네라와 리앙틴이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 * *
마경을 통해 시합을 구경하던 어른들은 미간을 좁혔다.
여자아이들 셋이 숲 깊은 곳에 들어가더니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저 애들은 저기서 뭐 하는 겁니까?”
“여자애들이라 시합에 겁먹은 모양이지.”
단상에서 하하, 웃음이 터져 나왔다.
실전 훈련 중에 저렇게 겁을 먹고 움직이지 못하는 애들도 있었다.
다른 조의 다섯 살짜리 남자애는 시합이 시작하자마자 엉엉 울어서, 심판이 퇴장 조치를 시켰다.
그에 비해 조프리는 날아다니고 있었다.
[위치 찾았어? 빨리빨리 못해!] [어, 저 나무 위에 있는 것 같은데…….] [파비오, 네가 나무 위로 올라가.] [어?!] [네가 제일 키가 크잖아.]“조프리는 지휘에 능숙하군요.”
사실 지휘가 아니라 억지에 가까웠지만, 조프리의 부친인 발데릭에게 아부하기 위해 그럴듯하게 포장한 말이었다.
발데릭은 화통하게 웃었다.
“어려서부터 이곳저곳 데리고 다녔더니, 저 스스로 익힌 모양이야.”
“영특해라. 아주버님을 닮은 모양이에요.”
“다들 쏙 빼닮았다고 난리긴 하더군.”
발데릭은 은근한 눈빛으로 아스트라 공작을 쳐다봤다.
그러곤 여봐란듯이 목소리를 높였다.
“오늘 본 테스트에서도 점수가 아주 좋았다지. 교수가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해서 민망해 혼났네.”
리앙틴의 아버지인 데콘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저놈이……!’
리앙틴은 휴식기 내내 책을 붙들고 살았다.
“쉬엄쉬엄하지 그래.”
“이번엔 꼭 서열권 안에 들고 말 거예요. 방해하지 말고 가세요, 아빠!”
그렇게나 열심히 했는데…….
데콘스가 씩씩거리며 엉덩이를 들썩이자, 그의 부인이 얼른 팔을 잡곤 소리죽여 말했다.
“여보.”
“하, 하지만 부인, 저놈 말하는 것 좀 보세요…….”
“알고 있어요. 나도 분하고요. 하지만 지금은 달리 방법이 없잖아요.”
차분하게 말하고 있지만, 아내 또한 치맛자락을 꽉 움켜쥐고 있었다.
데콘스는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였다.
[찾았─] [이리 줘!]조프리가 조원이 찾아온 자수정을 재빨리 빼앗았다.
“조프리 저 녀석, 벌써 찾았군. 하하하!”
발데릭의 기분은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그가 어렸을 적엔 장남인 그리미에와 차남인 데이몬드에게 눌려 기를 못 폈다.
하지만 지금은 어떤가?
장남 그리미에는 자식 하나 없어서 인정받지 못하고.
데이몬드의 딸은 구석에 처박혀 놀고나 있다.
반면에 제 아들은 시합장을 휘저으며 가장 먼저 자수정을 손에 넣었다.
물론 자수정을 노리는 다른 조의 아이들도 있었다.
[저기, 자수정이다!] [빼앗자! 공격해!]다른 조 아이들의 공격으로 난전이 시작되었다.
하지만 어린아이들인 만큼 가호를 강력하게 이용하진 못했다.
손에서 뻗어 나온 새끼줄로 조프리 조의 한 아이를 제압한 정도가 제일 큰 소득이었다.
[이것들이 귀찮게 하고 있어!]조프리의 가호는 <수구>라 불리는 것이었다.
수구는 하관을 늑대나 악어 등의 짐승 이빨로 변형시킬 수 있는 가호다.
하지만 조프리는 아직 가호를 적정수준 이상으로 개발하지 못하여, 개의 이빨로밖에 변형시키지 못했다.
[수구다. 으아악!] [개X끼. 개새X!]하지만 그것만으로도 아이들을 위협하기에는 충분한 효과가 있었다.
난전이 벌어진 지 10분.
다른 조의 아이들은 벌벌 떨며 뒷걸음질 쳤다.
발데릭은 만족스러운 미소를 머금었다.
그리고 무감한 얼굴로 마경을 지켜보는 중인 데이몬드를 힐끗 쳐다봤다.
“형님, 어떠십니까. 조프리가 형님의 쌍둥이들보다 낫지 않습니까?”
“아직 시합은 끝나지 않았다.”
조프리의 조는 다른 조에 비교하면 조원의 수준이 높았다.
시합장의 애들 가운데 가장 나이가 많았고, 이 시합에 도움이 되는 가호를 가지고 있었다.
그러니 앞서 나가는 건 당연한 일이다.
“평가 한 번 박하십니다. 그러는 형님 딸은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데요.”
“발데릭.”
“뭐, 이해는 합니다. 고대어를 읽는 가호를 가진 아이가 실전에서 무엇을 할 수 있겠습니까.”
“너.”
“예, 예, 차라리 저렇게 숨어있는 쪽이 현명한 것이겠지요. 우리 조프리가 입만 벌려도 자지러지게 울 테니.”
발데릭이 으하하, 웃음을 터뜨리던 순간이었다.
[저기 이따!]숲에서 마냥 구경만 하던 에릴로트가 드디어 조프리의 앞에 나섰다.
사람들이 조프리 앞으로 튀어나온 에릴로트를 보고 흠칫, 마경을 주목했다.
‘지금?’
시합이 끝나려면 이제 10분도 채 남지 않았다.
지금 나서서 대체 무엇을 어떻게 하려고.
“어린애의 치기인가.”
“하지만 위험하지 않겠어요? 고대어를 읽는 가호를 가진 에릴로트가 공격계 가호를 가진 조프리를 어찌하려고…….”
그때였다.
[디오네라 언니!]에릴로트가 소리치기 무섭게 땅을 강하게 박찬 디오네라가 단숨에 조프리와 거리를 좁혔다.
그리고,
쾅─!
주먹을 내질렀다.
디오네라의 가호는 <괴력>.
조프리를 비껴간 주먹이 나무에 꽂히자 우지끈, 소리와 함께 나무가 쓰러졌다.
[이 까마귀가! 미친 거야?!]조프리가 악을 내지르자, 디오네라는 움찔했다.
[자, 자수정만 주면…… 그냥 갈게…….] [어딜 감히! 파비오!]<결계>의 가호를 가진 조프리의 조원 파비오가 얼른 앞으로 나섰다.
파비오는 조프리 앞에 결계를 만들었는데…….
쾅! 쾅! 쾅!
디오네라가 주먹을 몇 번 내지르자 유리창 깨지듯 결계가 갈라졌다.
[어, 어어?!]디오네라의 가호는 꽤 강하긴 하지만, 파비오의 결계를 깨뜨릴 정도는 아니었다.
“디오네라의 가호가 강해진 건가요?”
“이제까지 그런 말은 없었잖아요! 대체 어떻게…….”
2세 중 하나가 벌떡 일어났다.
“조프리 조의 아이들이 더는 가호를 유지하지 못하는 거다!”
어린아이들이 가호를 유지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10분.
조프리 조는 다른 조의 아이들을 상대하며 10분을 넘겼다.
‘잠깐만, 그러면…….’
[이거 뭐 하는 건데?] [응. 우리 뭐 하는 건지 궁금해…….] [여기서 쉬는 고야.]여기서 쉬는 거야.
……조프리 조가 가호를 더 쓸 수 없을 때까지.
에릴로트의 계책을 눈치챈 사람들이 숨을 크게 들이켰다.
“그럴 리가. 이게 세 살배기의 지휘라고?”
“설마요. 우연이겠지요!”
[이 재수 없는 계집애들이─!]조프리가 도움이 되지 않는 조원을 떠밀고 앞으로 튀어나왔다.
컹─!
짖으며 디오네라를 물어뜯으려는 순간.
[리앙틴 언니!]에릴로트가 다시 소리치자 리앙틴이 눈을 꽉 감고 조프리 앞으로 튀어 나갔다.
그러기 무섭게 손목 주변이 번쩍 빛이 났다.
[아악!]바로 앞에서 빛이 쏟아지자, 조프리가 재빨리 물러났다.
그러느라 중심을 잃은 조프리는 비틀거리다가 풀썩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타이밍을 정확히 잡아서 리앙틴의 가호를 이용하잖아.”
“말도 안 돼. 우연이 아니라 정말 지휘를 한다는 거야?”
단상 위 사람들의 시선이 일시에 데이몬드에게 집중되었다.
그 순간, 마경 속의 에릴로트는 조프리에게 우다다닥 달려들었다.
마경을 지켜보고 있던 데이몬드의 손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그래, 지금이야.’
주먹을 꽉 쥔 에릴로트가 조프리의 머리를 꽝! 내리쳤다.
[까─불고 이써.]야무지게 얻어맞은 조프리의 입이 스르륵 본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어허허헝! 아빠─!!]발데릭의 표정이 왈칵 일그러졌다.
‘저 멍청한……!’
그는 황급히 아스트라 공작을 쳐다봤다.
공작은 마경을 보며 딱딱하게 굳어져 있었다.
“저게 가능한 일이냐.”
그의 물음에 드뷔시 자작이 헛웃음을 터뜨렸다.
“글쎄요. 아직 듣지도 보지도 못한 일인지라. 어쨌든 한 가지는 분명합니다.”
“…….”
“이 공작성에 저희가 모르던 천재가 있었다는 것 말입니다.”
두 사람의 이야기를 듣던 발데릭이 이를 악물었다.
데이몬드는 그런 발데릭을 보고 입매를 비틀었다.
“어쩌나. 자지러지게 우는 쪽은 내 딸이 아닌데.”
“……!”
발데릭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 * *
시합이 끝났다.
에릴로트가 두 손으로 쥐고 있던 자수정을 심판에게 넘기자, 마도구에 의해 변형되었던 경기장이 본래의 모습으로 되돌아갔다.
리앙틴이 제일 먼저 뛰어나갔다.
“엄마! 아빠!”
단상 위에 있던 데콘스 부부가 서둘러 계단을 내려갔다.
“봤어요? 내가 조프리를 넘어뜨렸잖아요!”
“그래. 아주 잘했다!”
“대단하더구나.”
리앙틴이 부부 사이에서 활짝 웃고 있던 그때였다.
“아─가─씨─!”
“아가씨─!!”
엔조와 데이몬드 관할령의 병사들이 우렁차게 소리치며 우르르 달려왔다.
그러곤 에릴로트를 둘러싸며 헹가래라도 칠 기세였다.
데이몬드 관할령은 병사 개인의 능력으로는 따라갈 곳이 없었다.
정예병이면 소국 정도는 우습게 상대한다는 풍문의 강자들.
하지만 그런 이들도 아스트라 내에선 그리 인정받지 못했다.
다른 관할령의 자본에 밀리고, 군사 수에 밀렸다.
결국, 데이몬드 관할령은 빛 좋은 개살구나 다름없다고 조롱당하는 처지였던 것이다.
그런데 이 조그만 아가씨가 다른 거대한 관할령의 자제들을 누르고, 단숨에 승리를 거머쥐었다.
다른 관할령의 뺀질뺀질한 병사 놈들이 한마디도 못 하는 것이 그렇게 고소할 수가 없었다.
“영특하시고!”
“지혜로우시고!”
“대견하시고!”
“으윽…… 부푠해……. (으윽…… 불편해…….)”
에릴로트는 자신을 터트릴 것처럼 둘러싼 병사들 사이에서 낑낑거렸다.
그 틈으로 쑥 들어온 팔이 아이를 덥석 들어 올렸다.
“아밤미.”
“훌륭하던데.”
제 아버지의 품에 안긴 에릴로트는 두 팔을 번쩍 들고 소리쳤다.
“녜!”
얼마 지나지 않아 단상 밖에서 구경하던 쌍둥이들도 뛰어왔다.
“아기, 조프리 자식 머리통을 갈기던 거 봤어! 봤다고!”
“나도. 멋졌어, 에릴로트.”
쌍둥이도 누이동생의 활약에 잔뜩 들떠 있었다.
“저요, 저도 안을래요!”
“발자크는 조심성이 없어서 떨어뜨릴 겁니다. 제게 보내주세요.”
“내 딸이야.”
데이몬드 관할령 사람들이 한바탕 축제 속에 있던 와중이었다.
“아, 아버지!”
조프리가 제 아버지인 발데릭을 향해 허둥지둥 달려왔다.
“이게요. 그러니까 어떻게 된 거냐면요……!”
“시끄럽다.”
“그게 아니라요. 그러니까, 그게…… 지, 집중할 수가 없어서!”
조프리가 빽 소리쳤다.
그제야 발데릭이 아들을 쳐다봤다.
“무슨 소리냐.”
조프리는 눈을 데구르르 굴리던 중에 괜찮은 핑곗거리를 떠올렸다.
‘맞아, 그게 있었지.’
재수 없는 계집애의 방에 숨겨놓은 것.
“아버지가 주신 만년필이요! 그게 없어져서 시합에 집중이 안 됐어요!”
“만년필?”
“네. 누가 훔쳐 갔나 봐요. 오전 수업할 때까진 봤으니까. 초급 교육실 애들 중 하나예요.”
“뭐라고?!”
“늦게 나온 애들 중에 하나일 걸요? 리앙틴이랑 디오네라, 그리고 저 더러…… 아니, 에릴로트요!”
조프리가 에릴로트를 향해 손가락질하며 떠벌떠벌 큰 소리로 말했다.
그러자 훈련장이 다시 한번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조프리는 비죽, 입꼬리를 올렸다.
“리앙틴과 디오네라는 주머니 없는 옷을 입고 있었는데요. 에릴로트는 가방을 메고 있더라고요.”
“…….”
“만년필 정도는 넣을 수 있는 가방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