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380)
이 3세는 악역입니다-379화(380/390)
379화.
“예, 전하.”
이시론 공작이 어쩔 수 없다는 실소를 터뜨렸다.
다른 나라에서도 몬스터에게 대항하고 있었다.
“에잇! 라온트라와 칼소이에는 용과 이무기를 처리하지 않았느냐! 피비린내 나는 상테 대륙에서 자라온 나의 군사들이 저들보다 못할 리 없다!”
마기우스 4세가 갖은 오기로 몬스터를 처리했다.
바란에선…….
“사라져.”
꺼헉……!
몬스터의 피부를 통과해 심장을 쥔 라온이 살벌하게 뇌까렸다.
막 바란에 도착하자마자 고대 몬스터를 토벌한 것이다.
바란의 왕은 몬스터의 피를 뒤집어쓴 아들을 사색이 된 얼굴로 바라보았다.
“네, 네 놈…… 네 놈……!”
“머리가 아프군요, 부왕. 그러니 제발 짖지 마십시오.”
“어, 어찌 고대 몬스터를 홀로……!”
“칼소이에의 섭정이 해낸 일. 내가 못 할 리 있겠습니까.”
라온은 매섭게 칼소이에의 마경을 노려보았다.
‘지지 않겠다, 알렉시스 칼소이에.’
에릴로트 아스트라가 돌아오는 곳은 이 바란이 될 것이다.
슈엘리즈와 저먼, 팔라사, 알리기오사 또한 가까스로 몬스터를 막아내고 있었다.
“뭣들 하는 걸까~. 비행형 몬스터가 궁을 벗어나면 너희 목은 성문에 걸릴 터인데~.”
“자자, 힘을 내라고!”
“움직여, 이 자식들아! 다른 놈들이 한 일을 우리라고 못하겠냔 말이야!”
“우아아아! 아버지! 이것 보세요! 해냈어요! 우리가 잡았다고요!”
모두가 생각했다.
‘이제 제만 마무리 되면.’
‘그래, 제만 끝나면.’
‘이계의 문이 닫힐 거다.’
‘닫히면, 그래…… 닫히고 나면 평화가……!’
모두 목놓아 한 이름을 외쳤다.
“에릴로트.”
“에릴로트 아스트라.”
“에릴로트 아스트라!”
“에릴로트!”
“성녀님!”
“에릴로트—!”
라온트라 제단 위에서 철창에 갇혀 아래를 내려다보던 달리아가 입술을 짓씹었다.
‘뭐야.’
대체 왜야.
어째서 저 계집애의 이름을 연호하는 거냐고—!
눈에 핏발이 선 달리아는 군사들에게 소리치며 달리는 에릴로트를 노려보았다.
“상공의 길에서 ‘기운’이 느껴진다. 한 놈 더 오는 거야! 방비해!”
다들 왜 너를 부르는 거야.
“고르고, 괜찮은 거냐? 치유사! 고르고를 봐줘! 조윅과 카진은 이리 와. 너희가 이번 작전의 핵심이다. 넘어오자마자 약점을 파악해서 지휘해야 해!”
어째서 너와 내가 다른 거지.
“콘라드! 지원병으로 결계를 재구축할 거야! 서둘러 움직여!”
나도 너만큼 노력했는데……!
“난 제단으로 돌아가야 해. 잔느, 네가 중심이 되어줘!”
아니, 너보다 열심히 살았는데 나는 왜 이 꼴이 되고 넌 어째서 관심의 중심에 있는 거야?
철창을 쥔 달리아의 손이 가늘게 떨렸다.
‘옛날부터 네가 싫었어.’
어렸을 때 집안의 중심은 자신이었다.
“아이고, 예쁜 거. 네가 네 어미 삶의 구원이다, 구원.”
할머니는 그렇게 말하며, 귀여워 어쩔 줄 몰라 했다.
“아빠는 세은이 하나 보고 산다.”
아빠가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자신.
“세은인 엄마 공주님이지. 엄마는 세은이 없이는 못 살아.”
엄마는 어떤 투정을 부려도 자신을 안아주었다.
유혜민…… 혜민은…….
“어쩌면 그리 이기적이냐. 동생 부탁 하나 못 들어줘? 밖에서 고생하는 느이 애미 생각하면 네가 어찌 이래!”
“애가 붙임성이 없어. 정이 안 가.”
“혜민이 너 엄마 죽는 꼴 볼래? 그래?”
—그렇게 늘 혼이 났다.
그런 혜민을 볼 적엔 늘 생각했다.
동생 하나 챙기지 못하는 바보 같은 언니.
매일 혼만 나.
집안의 문제는 언니 때문이야.
집뿐 아니라 동네에서도 세은은 공주였고, 혜민은 그야말로 무수리였다.
동네 어른들도 ‘저 집 부모가 그러는데 애가 좀 띨띨한가 봐.’ 하며 혀를 차곤 했다.
그 생각이 다르단 걸 느낀 건 언제였을까.
초등학교에 들어갔을 때부터였던 것 같다.
“어어, 네가 혜민이 동생이야? 혜민이 공부 잘하잖아. 세은이도 잘하겠네.”
“너희 언니 예쁘다.”
“할머니 말에 너무 상처받지 마라, 혜민아. 노인네라 뭘 몰라서 그래. 혜민이가 이리 착하고 영특한 애인 줄 모르는 거지.”
선생님은 혜민을 칭찬했다.
반 친구들도 예쁘다고 하고.
이사 온 옆집 아주머니는 혜민을 불러 과자를 사주곤 했다.
그때마다 생각했다.
‘바보들. 유혜민은 집안의 골칫덩어리인데.’
겉만 보고 칭찬하기는.
붙임성도 없고, 동생도 못 챙기는데.
집안에선 말 한마디 못하는데.
그래도 참을 수 있었다.
집에 돌아오면 여전히 자신은 공주였으니까.
그런 인내가 부서진 건 피아노 때문이었다.
“엄마, 나도 피아노 배우면 안 돼요……?”
“얘가 정말. 음악이 얼마나 돈 나가는 일인데. 세은이 하나도 허리가 휘는데 너까지 더하려고? 왜 이렇게 이기적이야. 응?”
“……나는 그냥 피아노 학원이면 되는데.”
“학원비는 땅 파면 나와? 그래? 너 학원 하나 보내주려면 엄만 일주일에 이틀을 더 일해야 해!”
“…….”
이기적이야.
부모님이 그렇게 고생하는데 어떻게 피아노를 한다는 소리를 할 수가 있어?
우리 아빠 돈으로 먹고 공부하면서 나한테 고마워하지는 못할망정, 내가 하는 일을 뺏어 하려고?
그때부터 알아봤다.
혜민의 검은 속을.
그런데…….
“첫째는 음악을 시키지 않습니까?”
“예? 아아, 예. 그런데 그건 왜……?”
“굳이 재능을 찾자면 둘째보다는 첫째 쪽인 듯해서요.”
공부도, 피아노도 유혜민이 인정받았다.
왜?
왜 나보다 유혜민이 인정을 받는데?
‘……모두 너 때문이었어.’
그래, 인생의 불행은 모두 유혜민으로 인해 시작되었다.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였다.
[불행해?]어디인지 모를 곳에서 기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
[불행해?]“누, 누구야…….”
[불행…… 해? 불행해? 불행해? 불행…… 해? 불행, 불행, 불행, 불행, 불행해? 불행, 부, 부, 부, 불행, 불행해, 불행해, 불행해, 불행해불행해불행해불행해불행해불행해불행해불행해……!]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
“누, 누구냐니까. 누군데 말을 걸어!”
[불행해. 불행해. 불행해. 불행해. 불행해..
.
나는 불행해.
너희 인류로 인해!
]
누군가 머릿속을 바늘로 찌르는 기분이었다.
‘아, 아팟……!’
달리아가 머리를 붙든 찰나, 막 에릴로트가 철창으로 다가왔다.
“시간은? 제는 얼마나 남았—.”
주변을 둘러보며 묻던 에릴로트가 흠칫, 달리아를 쳐다봤다.
“너.”
“부, 불행해.”
“…….”
“불행해, 불행해, 불행해불행해불행해. 너 때문에……!”
끼야아아아아아아악—!
소름 끼치는 비명이 하늘을 갈랐다.
“유세은!”
에릴로트, 아니, 혜민이 고함을 내질렀다.
* * *
철창에 막 다가와 달리아를 바라본 순간 나는 몸을 굳혔다.
흰자위와 동공의 색이 완전히 뒤바뀌어 있었다.
의식을 잃은 것처럼 목을 한쪽으로 푹 기울이고 있던 달리아가 삐걱거리듯 철창으로 손을 뻗었다.
그러자 철창은…….
“……!!”
“뭐, 뭐야!”
철창이 순식간에 바스러졌다.
나는 주춤 뒷걸음질 쳤다.
상공에서 빠져나오는 용을 상대하던 군사들 또한 흠칫 제단을 쳐다봤다.
“아가씨!”
“주군!”
“원화!”
나는 버럭 외쳤다.
“올라오지 마!”
“하지만……!”
“세계수와 융합된 거야…….”
즉, 이 제의 마침표를 찍을 시간이란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구름이 태양을 가렸다.
그러나 달리아의 피부는 혈관에서 빛이 뿜어져 나오듯 투명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풀썩!
신관들과 이세즈, 셀레네 언니가 주저앉았다.
나는 황급히 마경을 쳐다봤다.
각국의 제단 위에 세워놓은 기둥들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제가 끝났어!’
융합이 되었으니 이제 저 영혼을 바쳐 이계의 문을 닫으면 끝이 난다.
키, 킥, 킥킥, 키킥.
“아…… 아아…….”
달리아는 황홀한 표정으로 양 뺨을 감싸 쥐었다.
“힘이 있다는 건 이런 기분이었구나.”
“…….”
“너도 그래? 너도 이런 기분을 느끼고 있었어?”
모두의 시선이 제단 위를 향했다.
각국의 왕과 귀족들 또한 자신들의 공간에 설치된 마경을 통해 나와 달리아를 바라보았다.
전 세계의 시선이 이 제단에 집중된 것이다.
키엑—!
상공에서 튀어나온 용이 제단을 향해 날아올랐다.
그런데.
“아이, 시끄러워.”
검지로 귓불을 매만진 달리아가 인상을 찌푸리자 용이 순식간에 가루가 되었다.
“……!”
“아.”
나는 마른침을 삼켰지만, 달리아는 우후후 웃었다.
“엄청나네. 그렇지? 이 정도면 너와 견줄 수 있나?”
“…….”
“응? 내가 묻잖아.”
“…….”
“아아, 그렇지. 넌 내 말에 대답하지 않겠지. 언제나 나를 무시하니까. 이런 순간마저도 말이야.”
달리아가 히죽 웃으며 내게 불쑥 얼굴을 내밀었다.
코앞까지 다가온 얼굴이 천천히 비틀렸다.
“왜? 무서워?”
그러며 달리아가 까르륵 웃었다.
“이제야 내가 무서워?”
“…….”
가슴께를 쥔 달리아가 깔깔 웃으며 제단을 폴짝폴짝 뛰어다녔다.
“이걸 어째. 계획이 멋지게 실패했네.”
“실패했다고?”
“그래. 세계수가 내게 힘을 허락했거든. 나는 세계수, 세계수는 내가 된 거야.”
“…….”
양손을 포개 가슴에 올린 달리아가 나를 슥, 쳐다봤다.
“세계수가 내 영혼을 거부할 줄 알았어? 그래서 내가 힘을 못 쓸 줄 안거지? 어쩐다. 세계수는 내게 힘을 주고 떠났어.”
“…….”
“아아, 죽어라 열심히 했는데 아쉽게 되었다, 언니.”
달리아가 나를 지나쳐 계단 끝으로 달려갔다.
“여러분! 에릴로트의 계획은 실패했어요! 봐요, 여러분을 속인 거예요!”
달리아는 황홀한 표정으로 상공에 뜬 송출용 마도구를 향해 손을 뻗었다.
“그러니까 제가 계속 말했잖아요. 유혜민…… 아아, 여러분은 이 애의 진짜 이름을 모르죠?”
달리아가 손끝으로 나를 척, 가리키며 말을 이었다.
“이 애 이름은 유혜민이에요. 내가 살던 세계에서 내 언니였죠. 얼마나 이기적인 사람이었는지 아세요?”
[…….]“…….”
“가여운 여러분. 여러분은 계속 언니의 거짓말에 속고 계셨겠지요. 여기선 잘난 체하지만, 서울에선 저렇게 무능력한 사람이 없었다고요.”
[…….]“…….”
“저는 항상 유혜민에게 고통받아왔답니다.”
[…….]“…….”
“저는 가족들에게 미움받는 유혜민을 사랑해주는 유일한 사람이었거든요. 그런데 유혜민은 그런 저를 질시했죠.”
달리아는 가슴이 아프다는 듯 고개를 푹 수그렸다.
그리고 처연한 표정으로 다시 송출용 마도구를 바라보았다.
“그런 제게 유혜민은 온갖 방법을 동원했어요. 선생님을 꼬드겨서 언니가 공부를 더 잘한다고 절 자극했죠.”
달리아는 입술을 깨물며 나를 노려봤다.
아주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이제 네 민낯이 까발려지는데 기분이 어떠냐는 듯이.
“저는 평생 피아노를 쳐왔는데 유명한 교수는 유혜민의 재능을 높이 샀어요. 교수에게 온갖 가여운 척을 한 거겠죠.”
“…….”
“우리 세계엔 보험이라는 제도가 있답니다. 평상시에 돈을 넣어두고 아프면 큰돈을 지급받는 제도예요. 사망 보험금이란 것도 나오죠.”
“…….”
“그런데 저를 향한 질시와 가족들에게 복수하기 위해 한 푼 안 남기고 죽었어요. 그 때문에 우리 가정은 붕괴되었고요.”
“…….”
“저는 오갈 데 없는 신세가 되어 결국 그리미에의 손을 잡을 수밖에 없었답니다.”
“…….”
“그런데도 에릴로트 아스트라의 신분으로 저를 얼마나 괴롭혔는지 아세요? 사실 이 모든 일은 유혜민으로 인해 비롯된……!”
그때였다.
“미친 거야?”
“망상도 저쯤이면 병이군.”
군사들 사이에서 헛웃음이 터져 나왔다.
서군의 리암이 소리쳤다.
“이봐, 쓰레기! 앞뒤가 안 맞잖아!”
“……뭐?”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가족들에게 왜 돈을 남겨야 하지?”
“무슨…….”
이그리츠의 켄달도 인상을 찌푸렸다.
“앞뒤가 안 맞는 말이 그것뿐이냐? 단 한 마디도 정상적인 게 없다고.”
“왜 그런 모욕을……!”
“넌 네 언니를 사랑했다면서, 타인이 한 언니의 칭찬을 왜 그렇게 투기하지?”
“…….”
“너보다 못한 사람을 가엽게 여기며 우쭐해하는 건 사랑이 아니라고!”
그때였다.
칼소이에의 광장을 비추는 마경에서 리앙틴의 얼굴이 불쑥 튀어나왔다.
[내가 너 같은 애를 잘 알지!]“…….”
[내가 그랬으니까! 사실은 에릴로트가 부러워서 죽겠던 거지? 에릴로트는 그저 노력한 것뿐인데 깔아뭉개고 싶어 죽겠던 거잖아!]“닥쳐!”
[에릴로트가 널 괴롭혀? 웃기지마! 에릴로트의 인생을 빼앗은 건 너잖아!]주변에서 온통 고함이 터져나왔다.
“미친 자 같으니!”
“헛소리!”
“제발 정신 좀 차려!”
“아무리 위선을 떨어봐야 속내는 못 감춘다고!”
* * *
달리아는 당혹스러운 얼굴로 주변을 바라보았다.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니야.
내가 바란 건, 나는…….
달리아가 이를 악물고 소리쳤다.
“위선이라니! 전 여러분을 위해 세계를 구원할 수 있어요. 세계수와 융합된 몸이니까요!”
“그럼 죽어.”
에릴로트의 목소리였다.
“……뭐?”
“위선이 아니라면 네 몸을 희생해서 세계를 구원해봐.”
“…….”
“못하겠지? 그게 위선이야.”
“너……!”
에릴로트가 제단에 놓여있던 태사자의 검을 잡았다.
그리고 뚜벅뚜벅 다가오기 시작했다.
“세계수에게 힘을 허락받아? 내 계획이 실패해?”
“…….”
“실패하지 않았거든. 여기까지가 내 계획이었으니까.”
“무슨…… 대체 무슨 소리를…….”
그때였다.
“컥!”
달리아의 입에서 선혈이 터져나왔다.
“세계수의 힘을 인간의 육체가 버틸리 없잖아, 달리아.”
“……!”
“이제 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