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381)
이 3세는 악역입니다-380화(381/390)
380화.
“어? 어, 어?”
달리아는 몸을 더듬었다.
몸이 터질 듯 핏줄이 팽창하고 있었다.
그와 동시에, 상공에 난 구멍이 점점 축소하는 중이었다.
달리아는 흠칫, 묵묵히 자신을 바라보는 에릴로트를 쳐다봤다.
그리고 에릴로트가 눈을 지그시 감은 순간이었다.
팽팽해진 핏줄이 투둑, 소리를 내며 터지고 말았다.
“컥……!”
각혈한 달리아는 털썩 주저앉았다.
꺄아아아아악—!
그녀의 소름 끼치는 비명이 상공을 가르고, 라온트라의 황궁을 뒤흔들었다.
그 순간, 달리아의 눈이며 입에서 기묘한 빛이 뿜어져 나왔다.
제단을 비추고 있던 전등이 카르르르륵! 소리를 내며 떨리더니, 종국엔 쾅! 소음과 함께 폭발했다.
“뭐, 뭐야?”
“어떻게 된…….”
“마, 마경까지!”
마경에도 기묘한 노이즈가 끼며 화면이 일그러지기 시작하더니 뚝, 신호가 끊어졌다.
완벽한 어둠 속.
사람들은 크게 당황해 웅성거렸고, 벨로스터 라온트라는 재빨리 소리쳤다.
“횃불. 어서 횃불을!”
궁인들이 재빨리 홰에 불을 붙였다.
그런 후에야 미미한 빛이 다시 제단을 비추었다.
그런데…….
“뭐, 뭐지.”
“저게 뭐야!”
“괴물…… 괴물이다……!”
라온트라의 귀족들이 소리쳤다.
제단 위, 달리아가 있던 자리엔 온몸에 뿔이 돋아난 소름 끼치는 외양의 괴물이 자리해 있었다.
피부는 도롱뇽의 그것처럼 미끈거리며 새카맸다.
튀어나온 입은 십(十)자로 벌어졌는데, 그 안에 무수히 많고 날카로운 이빨이 자리했다.
머리 부근에 얼마 남지 않은 갈색 머리칼만이 저 괴물이 ‘달리아였던 것’이란 사실을 증명했다.
“히익…… 힉!”
달리아는 괴물처럼 변한 제 몸을 더듬으며 비명을 내질렀다.
“꺄아아아아악!”
그녀가 비명을 내지르자 사람들은 머리를 쥐며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렸다.
“아윽…….”
“으극……!”
군사들마저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검이며 창을 떨어뜨렸다.
가호가 있는 귀족들조차 흠칫했다.
“가호가…….”
“가호를 쓸 수 없어?”
그때였다.
달리아가 매섭게 소리쳤다.
“너 때문이야. 너 때문이고……!”
그리고는…….
“아가씨!”
“원화!”
“에릴로트—!”
—에릴로트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사색이 된 콘라드가 소리쳤다.
“아가씨를 지원해라! 가호를 쓸 수 없어!”
“아가씨……!”
군사들이 허겁지겁 달려갔으나, 제단 위는 기묘한 결계로 막혀 있었다.
달리아가 양손으로 에릴로트의 목을 쥐었다.
에릴로트는 용을 상대하며 그 엄청난 가호로 마력이 죄 소진된 상태다.
달리아를 상대할 수 없었다.
그 증거로 달리아에게 붙잡힌 에릴로트는 목을 맨 사람처럼 나풀나풀 흔들리고 있었다.
결계에 가로막힌 자들이 고함을 내질렀다.
콘라드와 한지혁마저 마찬가지였다.
“그만두지 못해!”
“에릴로트, 도망쳐!”
희게 질린 것은 벨로스터와 라온트라의 황후도 마찬가지였다.
“에릴로트!”
“아가!”
두 사람이 제단 위로 달려와 소리쳤으나, 결계는 도무지 깨지는 법이 없었다.
“놔줘! 내 딸을 놔—!”
“벨로스터…….”
“에릴로트! 에릴로트……!!”
벨로스터는 필사적이었다.
손이 터지는 것도 모르고 결계를 쾅쾅! 절박하게 두드렸다.
에릴로트의 안색이 점점 새파랗게 변하고 있었다.
금세라도 숨이 끊어질 것 같았다.
“만체 박사! 아직입니까?!”
콘라드가 소리치자, 만체 박사가 허둥지둥 하늘을 올려다봤다.
“아, 아직 전부 닫히려면 시간이…….”
“얼마나 남은 겁니까!”
“적어도 오 분, 아니, 십 분은……!”
그렇게나 많이 남았단 말이야?
‘안 돼. 에릴로트가 버티지 못할 거야.’
한지혁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결계를 내리쳤다.
그때였다.
“비켜.”
캉—!!
둔탁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 결계 안으로 뛰어들었다.
잔느였다!
양손으로 검 자루를 틀어쥐고 무게를 실어 결계에 검 끝을 꽂아 넣었다.
파직, 파지지지짓—!
검 끝과 닿은 결계 부근에 격렬한 스파크가 일었다.
“뭐야? 가호?”
“가호라니? 쓸 수 없잖아!”
“한데 어떻게!”
에릴로트의 돌격군과 중앙군이 크게 술렁였다.
돌격군. 그러니까 이그리츠군의 참모인 할러드가 흠칫 소리쳤다.
“<가호 파괴>다!”
“뭐라고?”
칼리의 물음에 할러드가 급히 설명했다.
“달리아는 흡수한 세계수의 힘으로 <가호 파괴>의 가호를 사용하는 겁니다!”
“그럼…….”
“잔느 마시프의 가호 또한 <가호 파괴>가 아닙니까!”
그러니까 같은 가호가 맞붙은 상황인 것이다.
잔느는 이를 악물었다.
‘더.’
더, 더, 더.
더—!
“언니, 이름이 뭐예요?”
처음 저 아이를 만났던 날이 떠올랐다.
아무것도 없는, 허름한 차림의 자신을 반짝이는 눈으로 쳐다보던 아이였다.
“합격이에요. 이제 오늘부터 제 유모가 되어 주세요, 잔느.”
늘 손을 내밀어줬지.
세상에 상처받아 용기를 잃은 자신을 끌어내던 작은 손을 기억해.
“유모는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잖아요? 영향을 받을 거라면, 아무런 대가 없이 아이를 구해 주는 멋진 사람에게 영향을 받고 싶었어요.”
어른보다 훨씬 어른스러운 주제에 너는 말했다.
“제가 언니처럼 멋진 사람이 될 때까지, 언니가 저를 가르쳐 주면 안 될까요?”
그때였다.
그때 너 같은 아이를 위해서라면 다시 검을 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
“고마워, 잔느!”
“나, 잔느 사랑해.”
“잔느를 만나서 기뻐.”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주었으면서 포옹 하나에 감격하던 너.
인생을 구원해주었으면서 자신을 만나 기쁘다고 하던 소중한 너.
아이를 낳은 적이 없지만, 언제나 확신했다.
자식이란 건 너처럼 귀여운 존재일 거야.
마치 너처럼 사랑스럽겠지.
이렇게 바람이 시릴 때면 걱정이 되고, 날이 더울 때면 당연한 듯 부채를 준비하고, 좋아할 것 같은 물건을 발견하면 아무리 높은 언덕이라도 달려갈 수 있을 테지.
“잔느 좋아!”
‘저도요.’
카가가가가각……!
‘저도 아가씨를 사랑해요. 세상 무엇보다.’
쾅—!!
“……!”
“겨, 결계가……!”
“결계가 파괴되었다!”
반동으로 피범벅이 된 잔느는 목소리를 높였다.
“친위대! 아가씨를 수호해라!”
“예!”
“옛……!”
라온트라의 황후가 벨로스터의 손을 쥐었다.
필사적으로 결계를 두드리느라 온통 멍이 든 손은 뜨거웠다.
황후가 미소 지었다.
“에릴로트에겐 저토록 훌륭한 어미가 있었구나. 저 아이 홀로 핏줄보다 견고한 관계를 만들었어.”
“훌륭한 아이니까요.”
벨로스터는 뜨거운 눈물이 흐르는 눈가를 한 손으로 덮었다.
* * *
“가만 안 두겠어! 이 망할 녀석—!”
꽝!
한지혁이 달리아에게 달려들었다.
달리아는 잠시 비틀거렸으나, 나를 잡은 손을 놓지 않았다.
“으극, 끄으……!”
‘이러다 진짜 죽겠…… 어…….’
“거기 비켜!”
“이것도 받아봐라!”
“받아봐라, 이 괴물!”
한지혁을 밀치고 온 몇몇은 들고 온 통나무로 달리아의 복부를 공격했다.
“치워, 이번엔 우리다!”
“간다!”
리암과 조윅이 칼리의 도끼를 함께 들고 돌진했다.
“아가씨를 놔.”
쉭!
바람을 가르고 초승달 형태의 낫이 날아왔다.
이그리츠군 루카의 무기였다.
“이야아아압!”
“야아아아악!”
“간다아아아악!”
계단 밑에서 동료들에게 내던져진 소년병이 허공에서 몸을 말아선 달리아의 팔에 안착했다.
소년병은 재빨리 달리아의 팔에 사슬을 감았다.
“당겨!”
“당겨—!!”
나의 중앙군과 돌격군이 힘을 모아 사슬을 당겼다.
“키엑—!”
“악!”
겨우 달리아의 손에서 탈출한 나는 땅을 데구루루 굴렀다.
“에릴로트!”
한지혁이 잽싸게 달려왔다.
나를 안아 든 그가 제단 끝으로 우다다닥! 달려갔다.
달리아의 눈이 다시 번뜩였다.
챙—!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사슬을 끊어낸 달리아가 나를 향해 달려왔다.
“가만두지 않아. 가만두지 않아. 가만두지 않……!”
그 순간.
“……!”
엄마가 나와 달리아 사이로 뛰어들었다.
“다시는 내 자식에게 손을 댈 수 없을 것이다.”
엄마가 활시위를 당겼다.
쉬익!
허공을 가르고 날아간 화살이 달리아의 눈에 박혔다.
“키에에에에엑!”
달리아가 눈을 잡고 괴로워하던 찰나, 엄마가 소리쳤다.
“쏴라!”
화살이 비처럼 쏟아졌다.
달리아를 향해서!
“아아악!”
화살이 멈추고 나면 단거리 무기를 든 자들의 시간이었다.
칼리가 도끼를 내질렀다.
쩌적, 갈라진 피부 사이를 이그리츠 군이 공격했다.
달리아의 다리를 베어낸 것은 카진이었다.
쿵! 소리를 내며 넘어진 달리아에게 서군 출신 황군이 돌격했다.
피범벅이 된 달리아가 고통스러운 비명을 내질렀다.
그렇게 어지럽던 순간.
만체 박사와 나는 시선을 마주쳤다.
만체 박사가 말했다.
“지금이다……!”
상공의 구멍이 거의 다 닫혔다.
삐빅, 콰르르르, 치칙, 칙!
강력한 파장에 의해 중지되었던 마도구들이 일시에 시동했다.
파괴되지 않은 조명에 빛이 들어오고, 마경에 영상이 떠올랐으며, 영상 송출기가 다시 상공을 부유했다.
나는 필사적으로 힘을 짜냈다.
달리아에게 공격당하면서도 죽어라 아껴오던 마지막 한 방울을!
주변에 무수히 많은 빛나는 글자들이 떠올랐다.
글자들이 빠르게 재배치되었다.
그리고 완성된 문장은…….
이계의 문을 닫는다.
인류를 위협하는 존재는 다시 이 세계에 다다를 수 없으리라.
“닫혀……!”
투둑, 툭.
핏줄이 끊어지는 것 같은 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다.
머리가 터질 것 같고, 온몸의 근육이 비명을 지른다.
“닫혀!”
“제발 닫혀!”
“에릴로트 님!”
[에릴로트!] [제발……!] [에릴로트 아스트라!] [닫혀라—!]모두가 입을 모아 소리쳤다.
마경에 알렉시스의 얼굴이 비쳤다.
[닫혀……!]꺄아아아아아악……!!
달리아의 비명이 메아리쳤다.
그리고…….
“어?”
“어, 어어?!”
“다, 닫혔…….”
“닫혔다……!”
문이 완전히 닫히고 고대의 몬스터가 이 땅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와아아아아!”
“와아아아!”
“아아아아아……!”
“꺄악!”
다시 빛이 도래한 이 땅에서 커다란 함성이 터져 나왔다.
나는 드디어 웃을 수 있었다.
미소를 지은 순간, 몸은 균형을 잃었다.
그렇게 난…… 눈을 감았다.
* * *
“와아아아!”
“닫혔다!”
“성공이다!”
사람들은 서로를 끌어안으며 흥분했다.
한지혁과 콘라드 또한 진한 포옹으로 제의 성공을 기뻐했다.
라온트라의 황후와 귀족들은 희미하게 웃었다.
벨로스터는 비틀거리며 딸에게 다가갔다.
“수고 많았다. 자랑스럽구나, 에릴로…….”
“…….”
“에릴로트?”
커다란 함성에 묻힌 제단에서 에릴로트는 미동이 없었다.
벨로스터가 굳은 얼굴로 딸을 흔들었다.
“에릴로트.”
“…….”
“에릴로트!”
그제야 사람들이 에릴로트를 바라보았다.
“뭐, 뭐야?”
“에릴로트 님?”
사람들이 우르르 에릴로트에게 몰려들었다.
[뭐야, 어떻게 된 거야!] [에릴로트, 저 녀석 왜 저래!]마경 속의 아스트라 혈족들이 소리쳤다.
알렉시스도, 그녀의 부친인 데이몬드도, 크로노스조차 희멀게진 얼굴로 에릴로트를 바라보았다.
“에릴로트—!!”
벨로스터는 처절한 오열을 터뜨렸다.
* * *
[에릴로트—!!]나는 흠칫 고개를 들었다.
어딘가에서 엄마의 울음 소리가 들려오는 듯했다.
“아윽…….”
머리가 깨질 것 같았다.
“그런 상태로 갑자기 움직이면 탈난다.”
옆에서 다정한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움찔 고개를 돌려서 목소리의 주인을 바라보았다.
“……제롬 아빠.”
고대의 사자 중 하나인 제롬이 나를 보며 개구지게 웃었다.
“여전히 잠꾸러기로군.”
그가 내 코를 가볍게 흔들었다.
“천계예요?”
“비슷하지. 천계란 세계의 틈이거든.”
이 말을 한 건 미카엘이었다.
미카엘은 다정히 팔을 벌렸다.
“안아보자, 아가야.”
“…….”
“이런. 다 컸다고 안아주지도 않는 건가.”
“……눈물이 날 것 같아서.”
그러자 붉은 머리의 사내가 씩 웃었다.
“세계를 구원했다는 실감이 날 것 같으냐?”
엄마의 수호성인 바키라였다.
“아니요, 그게 아니라…….”
나는 입을 틀어막았다.
“반가워서…….”
“…….”
“…….”
내 안의 일로테가 울음을 터뜨린 것처럼 눈물을 참을 수 없었다.
나는 양손에 얼굴을 묻고 흐느꼈다.
이번에도 내 안의 일로테가 말하는 것처럼, 나는 말을 참지 못하고 더듬더듬 쏟아냈다.
“보, 보고 싶었나봐…… 나, 아, 아빠들이…….”
“나도 그래.”
나는 천천히 손을 내렸다.
‘아…… 세일론의 목소리다.’
내 주변으로 모인 사자들 사이로 세일론이 걸어왔다.
“아주 오래 그리워했어.”
“……세일론.”
“영원 같은 시간 속에서 세계를 헤매며 우리가 바란 것은 단 하나다.”
“…….”
“너를 다시 보는 것.”
“…….”
“보고싶었다, 일로테.”
나는 세일론을 끌어안았다.
“보, 보고 싶었으면서 투덜거리기나 하고!”
“……뭘 그렇게 투덜거렸다고.”
“못되게 굴었잖아요! 처, 처음 만났을 때도 사실을 편하게 얘기해줬으면 좋았을 걸!”
“뭐, 그건…….”
“씨이……!”
내가 노려보자 사자들이 세일론을 두들기기 시작했다.
“악! 아악!”
“왜 딸을 괴롭혀, 응?”
“한 번은 맞을 줄 알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