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40)
이 3세는 악역입니다 40화.(40/390)
40화.
나는 방이 있는 신관 복도로 올라왔다.
내 방과 멀리 떨어진 방에서 고함 소리가 들려왔다.
쩌렁쩌렁한 고함 소리는 복도를 가득 메웠다.
“그러니까 네가 훔친 게 아니냔 말야!”
“그, 그럴 리가요, 사라 부인!”
익숙한 목소리들.
조프리의 유모와 내 방에 만년필을 가져다 둔 너서리 메이드였다.
‘조프리 쪽에서 저렇게 분노한 걸 보면 하녀 일은 내가 나서서 정리할 필요도 없겠네.’
쌤통이다.
오늘은 내 담당 너서리 메이드가 자리를 비운 탓에, 다른 하녀가 잠자리를 봐줬다.
“아가씨. 정말 많이 자라셨네요……. 감격스러워라.”
“그쵸. 제 말이 맞죠, 힐다님!”
본성에서 지낼 적에 돌봐준 힐다와 그레타였다.
나는 오랜만에 세심하고 다정한 손길을 받으며 잠잘 준비를 끝냈다.
* * *
깊은 밤까지 발데릭 관할령의 땅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졌다.
발데릭은 사정하고, 애원하고, 빌었지만 돌이킬 순 없었다.
종국에는 기어이 혼절해서 회의가 중단되었다.
발데릭이 집사의 등에 업혀 나간 후, 회의장엔 데이몬드와 드뷔시, 그리고 공작만이 남았다.
데이몬드는 한참 동안 말없이 창밖을 응시했다.
드뷔시 자작이 물었다.
“무슨 생각을 하십니까.”
“내가 무력하다는 생각.”
관자놀이를 주무르던 공작이 데이몬드를 힐끗 쳐다봤다.
길들여지지 않는 날짐승처럼 흉포하기만 했던 아들이었다.
목숨을 아까워하지 않으니 결코 굽히는 법이 없었다.
욕망하지 않기 때문에 저만한 능력을 갖추고도 여기서 그치고 말았다.
그런 아들의 입에서 ‘무력하다’라는 얘기가 나온 것이 놀라울 따름이다.
드뷔시 자작이 곤란한 투로 입을 열었다.
“제국 최강의 무력이라 불리시는 분께서 어찌 그런 말씀을 하십니까.”
“에릴로트가 내 딸이 아니라 그리미에 형님의 딸이었더라도 발데릭이 그따위 짓을 했을까.”
“…….”
“공작님의 앞이 아니었더라면 발데릭의 자식이 에릴로트에게 사과를 했을까.”
“…….”
“─그런 생각이 들어서.”
창밖을 뚫어지게 응시하던 데이몬드가 공작을 힐끔 쳐다봤다.
‘이번 일은 운이 좋았지.’
공작은 발데릭의 세력이 더 커지는 것을 경계하고 있었다.
그런 와중에 발데릭의 가장 큰 힘이었던 부흥한 관할령을 쪼갤 기회가 생겼다.
그래서 공작이 데이몬드 관할령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운이 나빴다면 에릴로트는 알량한 사과 몇 마디 정도나 받았겠지.’
그에겐 공작처럼 건방진 자들을 에릴로트의 발아래에 꿇릴 힘이 없었다.
공작을 혐오했던 자신이, 공작보다도 못한 아비였던 것이었다.
무력만으론 내 소중한 것들을 지킬 수 없다.
내 자식들의 웃음을 지킬 수 있는 더 큰 힘이 필요했다.
주먹을 말아쥔 데이몬드가 벌떡 몸을 일으켰다.
드뷔시 자작이 그런 데이몬드를 보고 물었다.
“가십니까? 논의는 어쩌시고요.”
“에릴로트가 지정한 지역. 그 외 타협은 없소.”
데이몬드가 성큼성큼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회의장 문이 닫히고 인기척이 사라졌다.
나가는 데이몬드를 빤히 지켜보던 공작은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
공작의 이토록 호탕한 웃음은 드뷔시 자작도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
드뷔시 자작이 미간을 좁혔다.
“뭐가 그리 기분이 좋으십니까. 저는 발데릭 관할령을 어찌 쪼갤지 생각하면 머리도 같이 쪼개지는데요.”
“재밌지 않으냐.”
“예?”
“에릴로트 말이다.”
“여기서 에릴로트 아가씨의 이야기가 왜 나옵니까?”
“내가 십수 년을 다그쳐도 뭘 해볼 생각이 없던 놈이야. 한데 에릴로트는 딱 석 달 만에 제 아비를 완전히 바꿔놨구나.”
“그건…….”
드뷔시 자작의 눈이 가늘어졌다.
공작이 이렇게까지 기분 좋은 표정을 한 적이 있던가.
확실히 공작의 막내 손녀에게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다.
* * *
다음날.
나는 아침부터 일어나 아버지를 배웅했다.
오늘은 아버지가 관할성으로 돌아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아버지는 그런 내 앞에 무릎을 굽혀 나와 시선을 마주하였다.
“에릴로트.”
“녜.”
“포도 좋아해?”
포도를 사주려고 하나?
“에리로트 포도 조아.”
“그래. 이번 여름엔 잔뜩 먹을 수 있을 거다.”
그렇게 말한 아버지는 몸을 일으키고 말했다.
“잘 지내라.”
우리 셋은 아버지에게 꾸벅 인사하고 떠나는 마차를 지켜보다 신관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딱 석 달 뒤.
포도가 제일 맛있는 시기에 아버지는 정말 뭔가를 가져왔다.
……포도가 특산물인 나라의 국왕을 꽁꽁 묶어서.
덤으로 그 나라의 영토까지.
* * *
7개월 뒤.
나는 내 앞으로 도착한 엄청나게 많은 사과를 보고 흐린 눈을 했다.
‘또야, 또!’
“사과 좋아해?”
묻길래 그렇다고 했더니, 사과가 특산물인 지역을 또 통째로 정벌해왔다.
산처럼 많은 포도를 받은 지 넉 달도 안 되었는데.
내 담당 너서리 메이드가 쫓겨나고 다시 진급한 힐다와 그레타가 몇 상자인지 세기도 힘든 사과를 보며 눈을 깜빡였다.
“이번엔 사과인가요?”
“지난번엔 편지로 멜론 좋아하냐고 여쭈시더니…….”
“나 이제 메론 시러!”
이번엔 또 어딜 정복해오려고.
‘땅따먹기야 뭐야.’
애들이 하는 땅따먹기도 이렇게 뚝딱뚝딱 뺏어오진 못할 거다.
‘왜 갑자기 정벌이 취미가 되었지?’
물론 이 땅따먹기 덕에 아빠의 위상은 미친 듯이 상승했다.
전신(戰神).
칼소이에 제국의 제1기사.
할아버지가 명한 것만, 딱 그만큼만 하던 때와는 전혀 달랐다.
황궁에서 공적서에 이름까지 올렸으니까.
덕분에…….
“조프리, 여기 에릴로트 있다.”
“힉!”
─조프리는 나랑 눈도 못 마주쳤다. 내가 있다는 걸 안 조프리가 꽁무니 빠지게 달아났다.
뭐, 관할령의 반을 빼앗겨서 발데릭 숙부의 세력이 예전만 못한 것도 있겠지만.
난간에 팔을 괴고 있던 발자크가 낄낄 웃었다. 요슈아도 픽, 실소를 흘렸다.
‘얘들은 정말 쑥쑥 자란단 말야.’
7개월 전이랑 비교하면 벌써 손가락 두 마디는 자란 것 같다.
하긴, 성인이 되면 둘 다 엄청나게 크니까.
조프리를 놀리던 쌍둥이가 동시에 날 쳐다봤다.
“아기, 볼에 먹이 주머니 있어? 부풀었어.”
“아냐.”
나는 양손으로 볼을 눌렀다.
“그럼 왜 볼이 부풀었어? 화났어?”
“아밤미 온제 와?”
“멜론 찍고, 블루베리까지 찍어서 온다고 하셨는데.”
“나 이제 과일 시러.”
“그럼 견과류? 아몬드 최대 산지는 가까워!”
“…….”
내가 흐린 눈을 하며 발자크를 쳐다보자, 요슈아가 빙그레 웃었다.
“곧 오실 거야.”
“정말?”
“응. 그보다 이제 며칠 뒤가 요정 다과회지?”
“응.”
요정 다과회.
그건 2년에 한 번 있는 아이들의 행사다.
쉽게 말하면 12세 미만 여자아이들만의 티파티였다.
홀수 해의 11월, 보름달이 뜨는 밤에 다과회를 열면 요정들이 찾아와준다는 전설이 있었다.
찾아온 요정들은 착한 아이에게 선물을 주고 간단다.
물론 전설이 그런 거고, 보통은 부모님이 선물해주는 거지만.
‘크리스마스 같은 거지.’
착한 아이에게 산타할아버지가 선물을 줘요─같은.
“이제 토끼 인형은 질렸지?”
발자크가 눈을 빛내며 물었다. 그러자 내 뒤에 있던 힐다와 그레타가 눈이 울망울망해졌다.
내 침대에 있는 꼬질꼬질한 토끼 인형은 힐다와 그레타가 선물해준 거다.
“나 토끼 인형 조아.”
“뭐야, 그럼 곰 인형 못 사주잖─”
발자크가 투덜거리자 요슈아가 아이의 입을 얼른 틀어막았다.
‘아하. 곰 인형을 선물해주려는가 보네.’
지금은 아버지가 없으니까 쌍둥이가 대신 선물해주려는가 보다.
나는 옥신각신하는 쌍둥이를 흐린 눈으로 쳐다보며 모른 척해주기로 했다.
그때였다.
뎅─ 뎅─.
종이 울렸다.
수업 시작 30분 전을 알리는 소리였다.
“아가씨! 종이예요!”
“빤니, 빤니!”
후다닥 방에서 책을 챙겨서 옆구리에 끼고 우다다 달려 나왔다.
오늘은 여자아이들이 모여서 사교 예법을 배우는 날이다.
황도 사교계의 귀부인들이 직접 와서 가르치는 거라 늦으면 절대로 안 된다.
“잘하고 와, 아기!”
“이따 보자, 에릴로트.”
남자아이들의 사교 예법을 배워야 하는 쌍둥이는 내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며 말했다.
쌍둥이에게 대충 손을 붕붕 흔들어주곤 얼른 복도를 달렸다.
‘예절실은 너무 멀어.’
내 방과는 정반대에 있어서 가는 데까지 한참이 걸린다.
겨우 도착해서 예절실 문을 열고 들어갔다.
“에릴로트, 여기야.”
디오네라가 살짝 손을 들었다.
이 애는 몇 개월 동안 몰라보도록 변했다.
항상 헝클어져 있던 머리카락을 머리핀으로 예쁘게 정리해서, 잘 보이지 않던 눈을 드러내고 다녔다.
나는 디오네라의 푸른 눈을 아주 좋아한다. 청량한 바다 같아서.
‘그전까지 이렇게 하고 다니지 못했던 건 조프리가 못생겼다고 놀려서 그랬댔지.’
조프리 자식…….
나는 디오네라의 옆에 앉았다.
그 옆엔 리앙틴이 앉아 있었다.
디오네라가 헤헤 웃으며 말했다.
“리앙틴이 중급 교육실로 올라가고서 보는 거니까 한 달만이야.”
그렇게 초급 교육실을 탈출할 거라고 열의에 불탔던 리앙틴은 한 달 전에 목표를 이뤘다.
“이제 꼴찌 반은 안녕이야! 오─호호호호홋!”
디오네라가 말했다.
“그러고 올라가서 영영 안 올 것 같았는데. 그치?”
“…….”
리앙틴은 치맛자락을 비틀어 쥐며 입술을 꾹 물었다.
“중급 교육실 애들 재수 없어.”
“왜?”
“꼴찌라고 무시하잖아!”
디오네라가 순진한 표정으로 “아.”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꼴찌 반이 싫어서 중급반으로 갔는데, 중급반에서 꼴찌를 하는 거구나.”
“씨…….”
난 침묵했다.
중급 교육실의 여자아이 셋은 우리의 반대쪽에 앉아 있었다.
그중 한 명이 리앙틴의 말을 듣고 입을 열었다.
“씨라니. 상스러워라. 리앙틴, 좀 조심해줄 수 없니?”
“뭐?”
“우리 아스트라가 다 너 같은 수준이라고 알면 어떡해.”
그러면서 부채를 나붓나붓 부쳤다.
곧 겨울이라 날씨가 제법 쌀쌀해졌는데.
휴식 시간에 마시라고 가져다준 차도 새끼손가락 하나를 들고 마셨다.
각도를 너무 세워서 파르르 떨리는 그 애의 새끼손가락을 보고 난 깨달았다.
‘중2병이로구나.’
발끈한 리앙틴이 벌떡 일어나려고 해서 난 얼른 잡았다.
“왜?”
“아파서 구래.”
“쥴리아나가 뭘 아파. 하나도 안 아파.”
“아냐.”
나중에 오늘을 떠올리면, 마음이 많이 아파서 밤마다 이불을 찰 거야.
나도 유혜민일 적에, 한 마리 시베리아의 외로운 늑대였어서 잘 알아.
나는 딱한 눈으로 그 애를 쳐다봤다.
그래도 여기는 SNS가 없어서 다행이다.
중급 교육실 아이들이 종알종알 떠들었다.
“최근에 상점 지구 담벼락에 글을 남기는 게 유행이라며? 쥴리아나도 다녀왔다던데?”
“응. 시 몇 구절을 적고 왔어.”
하나 있는 이세계의 장점마저 수용하지 못한 쥴리아나를 보고 나는 조용히 묵념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예절실의 문이 열렸다.
오늘 어떤 귀부인들이 오는지는 비밀에 부쳐졌었다.
황도에서 이름난 귀부인이란 것만 알음알음 퍼졌을 뿐이었다.
왜냐면 이 예법 수업도 평가에 들어가기 때문이다.
‘뇌물 주고받지 말라는 거겠지.’
예절실로 들어온 건 두 명의 귀부인이었다.
매우 호화로운 붉은 드레스를 입은 귀부인이 입꼬리를 끌어당겼다.
“마르게리타 고날롱이예요. 아스트라의 귀애들을 만나게 되어 기쁘네요.”
노란 드레스를 입은 여성이 가볍게 무릎을 굽혔다.
“마리아 미르예요.”
아스트라의 아이들이 치마를 펼치고 무릎을 굽히는 것으로 인사했다.
“아스트라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환영합니다.”
“환영합니다.”
가장 나이 많은 아이가 선창하자, 다른 아이들이 제창했다.
“어머나, 아직 어리신 영애들의 자세가 아주 훌륭하네요. 더 가르칠 것이 있을까 모르겠어요.”
아이들이 “어머나.” 하며 기뻐하는 와중에 나는 굳어져 있었다.
‘뭐야?’
여기서 고날롱 부인이 왜 나와.
고날롱 부인은 오셀리아 황비의 숨겨진 최측근이다.
사교계의 모든 정보를 모아다가 오셀리아 황비에게 전하는 것이 그녀의 역할이었다.
그리고 오셀리아 황비는…….
‘요슈아에게 저주를 걸었다가 들켜서 자살한 부셰즈 후작의 누이잖아!’
거기다 황제의 장자인 1황자의 모후다.
“저희는 아스트라에서 총 열흘간 머물며 영애들의 예법을 봐줄 거예요. 즐거운 시간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고날롱 부인이 괜히 왔을 리 없어.’
오셀리아 황비가 명한 사교계 단속 때문에 정신없는 사람이다.
그런데 열흘이나 여기서 머문다고?
말이 되지 않는다.
‘뭔가를 노리고 온 거야.’
나는 날카로운 눈으로 고날롱 부인을 주시했다.
* * *
예법의 첫 시간은 빠르게 끝났다.
인사와 서로의 소개를 하는 정도였다.
“그럼 내일 뵙지요.”
고날롱 부인과 미르 부인이 떠나고, 아이들도 흩어졌다.
디오네라가 내게 말을 붙였다.
“찻잎을 보러 갈 건데, 에릴로트도 같이 갈래?”
“나, 방 가꺼야.”
디오네라는 무척 아쉬워했는데, 리앙틴이 그녀를 재촉했다.
“에릴로트는 아직 어리니까 찻잎 같은 거 잘 몰라. 가자, 디오네라!”
“으응.”
두 사람이 나가고 난 곧장 방으로 향했다.
내 방에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한 후에 침대에 앉았다.
그리고 가호를 발동했다.
<빙.흑.손>의 회차는 10화까지 활성화되어 있었다.
진짜 10화까지도 주인공이 안 등장하네. 이럴 거면 제목을 칼소이에 제국 이야기라고 하지 왜
└이런 소설도 하나쯤은 있으면 좋지 않나요?
└그럼 책 소개로 사기 치지 말아야죠ㅡㅡ
여전히 어그로는 끌리고 있다.
나는 댓글을 쭉 확인했다.
‘고날롱 부인. 고날롱 부인 얘기가…….’
황자 너무 불쌍하다 진짜.. 겨우 도망쳤는데 여기까지 쫓아오네..
‘1황자 얘기는 아니야. 그렇다면…….’
나는 흠칫했다.
드디어 등장할 시기가 된 것이다.
이 소설의 남주인공인 ‘황제의 진짜 장남’ 알렉시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