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41)

이 3세는 악역입니다 41화.(41/390)

41화.

제국엔 황후가 1명, 황비가 2명인 게 오래전부터 계속된 전통이었다.

황제의 비 한 사람에게 세력이 몰려, 황궁을 지배하지 않도록 하는 규율이다.

현 황제도 마찬가지로 비가 3명이다.

아니, 3명이었다.

쉽게 설명하자면, 이런 구조로 이루어져 있다.

-황후 : 자식이 없음

-안나마리아 황비 : 출산 중 사망

-오셀리아 황비 : 1황자

안나마리아 황비와 오셀리아 황비는 비슷한 시기에 임신하게 되었다.

그러나 안나마리아 황비가 한 달 먼저 아이를 낳게 되었다.

그렇게 되면 오셀리아 황비의 아이는 둘째가 되는 거였다.

가뜩이나 황후가 있는 상황에서 안나마리아가 아들을 낳아 자기 아들이 둘째라면, 황위는 꿈꾸기 힘들었다.

그래서 오셀리아 황비가 부린 수작이…….

‘안나마리아 궁의 의사와 시녀를 매수하는 거였지.’

안나마리아 황비는 출산 중에 과다출혈로 사망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 아들인 알렉시스는 무사히 태어났지만, 계획대로라면 울음을 터뜨리기도 전에 죽어야 했다.

하지만 마음이 약해진 의사가 알렉시스를 몰래 빼돌린 것이다.

후에야 그걸 알게 된 황비는 매우 분노하였다.

그 후로 황비는 알렉시스를 은밀히 추적하고 있었다.

이건 아스트라도 모르는 황비만의 비밀이다.

‘알렉시스가 아스트라에 있는 건 이해가 가지.’

아스트라 장원은 속히 범죄 도시라고 불리며, 이방인이 쉽게 드나들 수 있는 땅이었다.

깐깐하게 영지민을 관리하는 다른 지역과는 달랐다.

나는 끄응, 고민했다.

‘오셀리아 황비는 무서운 사람이야.’

<빙.흑.손>에서 1황자가 병든 황제 대신 섭정할 때, 제일 먼저 한 짓이 아스트라를 공격한 것이다.

‘1황자가 아예 황제가 된다면 아스트라는 무사하기 힘들어.’

그리고 이제 달리아가 오면 알렉시스와 이어질 거다.

‘알렉시스는 남주니까 당연히 황제가 되겠지?’

소설이 연중 되어 결말은 모르지만, 난 소설에서 남주가 황자일 때 황제가 안 되는 걸 본 적이 없다.

간혹 그런 경우도 있을 수 있겠지.

하지만 클리셰 덩어리를 표방하고 있는 <빙.흑.손>은 절대 아니었다.

‘알렉시스는 황제가 될 거야. 그러면 달리아는 황후가 되겠지.’

그러면 황후의 친정인 아스트라는 무사할 것이다.

‘가문이 망하는 건 안 돼.’

아스트라가 망하면 혈족인 우리 가족에게도 당연히 타격이 올 것이다.

내 목표는 이렇다.

1. 그 누구라 할지라도 나를 건드리지 못하도록 힘을 기른다.

2. 달리아가 오면 절대 괴롭히지 않는다. 기왕이면 데면데면한 사촌 자매가 목표다.

3. 아스트라 영애로 꿀을 빨며 행복한 부자 라이프를 즐긴다.

“조아.”

나는 주먹을 불끈 쥐며 움직이기로 결심했다.

즉시 방을 나와 오도도 복도를 내달렸다.

그러곤 관리처에 가서 찻잎을 사 온다는 핑계로 외출증을 받았다.

오는 길에 한지혁을 하인으로 붙였다.

‘서열권에 들길 잘했다니까.’

공작성에서는 서열이 높은 아이가 해달라는 건 특별한 절차 없이 거의 다 해주었다.

나와 한지혁은 마차를 타고 상점 지구로 이동했다.

오랜만에 오는 상점 지구는 여전히 거대하고 아름다웠다.

‘호위는 좀 따돌려야겠다.’

그건 쉬운 방법이 있지.

“나 케이크 머그꺼야.”

내가 말하기 무섭게 한지혁이 “앗!” 하며 말했다.

“클랭클린 제과점의 케이크가 그렇게 맛있답니다. 아아앗! 이런! 호위는 못 들어가는데 어쩌지요?”

나도 한지혁을 따라 “아아앗!” 했다.

“그러몬 병사들은 제가점 앞에서 기다리몬 대게따.”

“아뇨, 저희는 본성의 기사들이라 들어갈 수─”

“예! 귀족 나리들께서 불편하실 테니까요. 사려 깊으십니다! 안으로 모시는 건 제가 하지요!”

“아니, 우린 들어갈 수 있다니─”

“응! 나 우리 배썽 배려하는 영애밈이야! (응! 나 우리 백성 배려하는 영애님이야!)”

“…….”

한지혁과 나는 엄청난 쿵짝으로 병사들이 한마디도 못 하게 하고, 클랭클린 제과점 안으로 쏙 들어갔다.

제과점의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점원이 종종걸음으로 다가왔다.

한지혁이 슬쩍 금화 몇 개를 건네자, 점원이 고개를 끄덕였다.

‘여기서 매번 사기 치더라니. 점원을 꼬드겨놨구나.’

아주 잘했다!

점원은 우리를 은밀히 뒷문으로 안내하며 말했다.

“해지기 전엔 오셔야 합니다. 저도 퇴근이란 걸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지난번처럼 영영 안 오시면 안 됩니다? 예?”

“알겠다니까.”

한지혁과 나는 뒷문을 통해서 제과점을 빠져나왔다.

뒷문으로 나온 우리는 바로 골목에 접어들었다.

“그래서, 그 남자 주인공께선 상점 지구의 어디에 계시는데?”

그가 물어서 난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몰라. 찾아야 대.”

“이 넓은 데서? 여긴 제국 최대의 쇼핑타운이라고.”

한지혁은 나를 보며 어이없는 표정을 지었다.

여기서 사람 찾는 건 나도 무리라는 걸 알고 있다.

완전히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였다.

‘하지만 내겐 방법이 있지.’

나는 옆으로 메고 있던 가방의 지퍼를 열었다.

그리곤 내 방 지하창고에서 가져온 <소음>의 가호석을 짠! 하고 번쩍 들어 보였다.

마력을 불어넣자,

삐이이이이익─!!

강력한 소음이 삽시간에 골목에 울려 퍼졌다.

“야, 너 뭐 하는─!”

“튀자!”

나는 한지혁의 손을 잡고 뒤뚱뒤뚱 달려서 골목을 나왔다.

그리고 가호를 시전해 댓글 창을 확인했다.

댓글 창의 내용은 바뀐 게 없었다.

그리고 다음 골목.

다음 골목.

다음 골목.

또 다음 골목.

11번째 골목에 이르러서도 똑같이 가호석으로 소음을 냈다.

아, 이건 또 무슨 소리야ㅠㅠ 불안하게ㅠㅠ 작가님 이 쪼꼬미가 남주 같은데 무슨 일 생기는 거 아니죠?

‘여기다!’

“이 근방을 차자보몬 대.”

“뭐?”

한지혁은 내 숨겨진 가호에 관해 알고 있다.

내가 왜 그런 행동을 했는지 소곤소곤 알려주자, 그가 입을 떡 벌리고 말했다.

“너…… 천재냐?”

“빤니 찾아보자. 시간이 엄써.”

“그래도 다행히 여긴 건물이 몇 개 없네. 근데 그 남자주인공 특징이 뭐야?”

“아마 특징은 숨기구 다닐 고야. 오셀리아 환비하테 들키면은 안 대니까.”

“그럼 어떻게 찾아?”

나는 엄지손가락을 척 들어 보이며 말했다.

“잘— 생겨써.”

“……뭐?”

“무지무지 잘생겨써.”

보통 남주는 엄청나게 잘생겼다.

황제가 안 되는 황자 남주는 있을지 몰라도, 잘생기지 않은 남주는 없다.

숨겨도 숨겨지지 않는 미남의 존엄이 흘러나올 거다.

한지혁은 썩 내키지 않는 떨떠름한 표정이었지만,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골목 구석구석 남주를 찾아다녔다.

일단 가게로 보이는 곳마다 들어가서 어린애가 있는지 찾아봤다.

그런데 이상하다.

‘없어.’

근방을 전부 뒤졌는데도 아이라곤 머리카락 한 올 안 보였다.

“댓글에 정말로 소음을 들었다고 적혀 있었어?”

“웅.”

“근방 건물은 다 뒤졌는데. 골목도.”

한지혁과 나는 팔짱을 끼고서 흐음, 고민했다.

“일단 오늘은 돌아가야 하지 않겠어? 해가 져서도 안 돌아오면 성이 소란스러워질걸.”

맞는 말이라 나는 끙, 신음했다.

왜 안 보이는 거지?

설마 남주가 벌써 고날롱 부인한테 잡힌 건가?

‘하늘로 솟은 거야, 땅으로 꺼진 거야.’

“그래, 일단 돌아가자.”

* * *

아이는 몸을 바짝 웅크렸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알 수 없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일을 나간 시각.

길에 묘한 소리를 내는 사내들이 포진해있었다.

심장 소리와 보폭이 일정한 소리.

아이는 그간의 경험으로 이 소리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검을 잡는 자들이다.

‘추적자다.’

모자를 푹 눌러쓰고, 전단지를 끌어안은 채로 길을 걷는데 사내 하나가 자신을 불러 세웠다.

“거기, 너. 모자 좀 벗어봐라.”

자신을 길러준 제임스는 언제나 주지시켰다.

“추적자가 나타나면 뒤도 돌아보지 말고 달려야 한다.”

“…….”

“절대로 잡혀선 안 돼.”

아이는 줄곧 제임스가 의아했다.

늘 술만 마시면서, 술에 취하면 짐 덩이라 부르며 힐난하면서, 왜 나를 데리고 있을까.

어째서 이따금 제 방에 들어와선 잠든 척하는 자신에게 무릎을 꿇을까.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제임스가 한 행동의 의미를 안 것은, 불과 3개월 전이었다.

그가 말했던 ‘추적자’들이 아이의 인생에 등장했을 때.

아이를 잡고 허겁지겁 달리던 제임스는 화살을 맞고 쓰러졌다.

그리곤 다신 눈을 뜨지 못했다.

죽기 직전에 단 몇 마디만 남겼을 뿐.

“황…… 궁, 황궁으로 돌아가세요. 전하…….”

“…….”

“제가, 오셀리아, 황비에게 돈을…… 받고, 당신께서 누려야 할…… 모든 영광을 가로채…… 다른 이에게 주었습니다.”

“…….”

“죄송합…… 니다. 죄송합니다.”

나는 숨진 채 쓰러진 제임스를 두고 도망쳤다.

물이 가슴까지 차는 깊은 도랑을 쉼 없이 걷고, 날짐승이 우는 산에서 야숙하며 겨우 추적자를 떨쳐냈다.

지옥 같은 사흘 동안, 아무런 생각도 들지 않았다.

살라기에 살 뿐.

도망치라기에 도망칠 뿐.

누군가에 의해 찢어 발겨진 자신의 삶에 그리 큰 가치가 없다는 것을, 아이는 어렴풋이 이해하고 있었다.

“찾아! 이쪽으로 갔어!”

“내가 골목으로 갈 테니 넌 저쪽으로 가라!”

추적자들의 소리가 점점 더 가까워진다.

아이가 바짝 몸을 웅크렸다.

무릎을 끌어안은 손이 차게 식었다.

발소리는 코앞까지 다가왔다.

이대로 들키겠구나.

좋지 않은 예감은 언제나 들어맞곤 했다.

보라.

드르륵, 소리와 함께 아이가 숨어있던 곳으로 빛이 스며들어왔다.

아이는 희게 질린 얼굴로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보인 건,

“알렉시스, 찾아따.”

……웬 조그만 여자아이였다.

* * *

‘하늘로 솟았나, 땅으로 꺼졌나’라고 생각하던 순간, 머릿속의 전구에 불이 번쩍! 들어왔다.

‘땅으로 꺼졌을 수도 있겠는데……?’

작년부터 올해까지 아스트라 장원은 여러 가지의 재해를 겪었다.

산사태.

가뭄.

홍수.

제일 심각했던 건 홍수였다.

장원의 수입 25퍼센트에 육박하는 상점 지구까지 여파가 미쳤다.

그래서 물난리 후에 거리 곳곳에 설치한 것이 바로 매립형의 빗물받이였다.

‘그리고 빗물받이는 어린애 하나쯤은 들어갈 수 있지!’

한지혁이 말했다.

“오고 있어.”

난 알렉시스에게 얼른 손을 뻗으면서 말했다.

“잡아.”

“…….”

알렉시스가 머뭇거리기에, 주저앉아서 손을 뻗었다.

드레스에 먼지가 묻어 엉망이 되었다.

“알렉시스.”

“…….”

“가자.”

알렉시스는 잠시 주저하다가 내 손을 잡았다.

아이의 손은 식은땀이 흥건해 축축했고, 또 아주 차가웠다.

얼마나 떨었는지 알 수 있었다.

끙끙대며 나만 한 알렉시스를 올리고 있으니, 망보던 한지혁이 달려와서 나와 알렉시스를 휙 끌어올렸다.

난 땅 위로 올라온 알렉시스의 머리에 내 모자를 씌웠다.

그리고 알렉시스가 입은 낡은 외투를 벗기고 한지혁을 빤히 쳐다봤다.

“안에 카디건 벗어.”

“뭐? 추운데?”

“빤니.”

한지혁이 투덜거리면서 카디건을 벗어 나에게 건넸다.

그것을 알렉시스에게 치마처럼 둘러 꽉 묶어 주고, 위에 내 외투를 입혔다.

얼핏 보면 드레스 위에 외투를 걸치고 있는 여자아이였다.

한지혁이 내게 말했다.

“이제 마차로 갈 거지?”

“웅.”

대답하고 알렉시스에게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가 탁, 내 손을 쳐냈다.

그 모습을 본 한지혁이 인상을 찌푸렸다.

“이게 생고생해서 구해 줬더니…….”

알렉시스의 표정은 낯선 사람에 대한 경계심으로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마치 상처 입은 고양이처럼 내가 다가갈 때마다 조금씩 뒤로 물러났다.

“알렉시스.”

“…….”

“괜차나. 이제 내가 널 지켜주께.”

아이는 흠칫해서 나를 빤히 쳐다봤다.

달리아가 올 때까지, 네가 성인이 되어 그 애를 만날 때까지.

‘그러니까 너 은혜는 꼭 갚아야 한다.’

그 순간,

코너를 돌아서 성인 남성이 우리 쪽으로 걸어왔다.

평범한 옷을 입고 있지만, 손의 흉터를 보고 추적자라는 걸 단번에 눈치챌 수 있었다.

난 알렉시스의 손을 꽉 잡았다.

“잠깐.”

추적자가 알렉시스를 보고 눈을 가늘게 뜨며 우리를 막아 세웠다.

있는 것들로 급조한 옷이라 의심을 완전히 피할 순 없었다.

“거기, 너. 모자 좀 벗어보지?”

추적자가 한 걸음씩 다가왔다.

알렉시스의 손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이 애는 아직 너무 어리다.

죄를 지은 것도 없었다.

그저 황제의 장남으로 태어났다는 이유로 평생을 쫓겨 다닌 것이다.

이 어린 나이에 공포를 학습하면서.

나는 추적자의 앞을 가로막았다.

“물러서.”

“방해하지 말고…….”

“물러서라고 해써─!!”

고함을 내지르자, 추적자가 움찔했다.

그러곤 내 행색을 위아래로 찬찬히 살폈다.

본성에서 내준 귀한 드레스.

한눈에 봐도 값져 보일 것이다.

“귀족인가……. 나는 높으신 분의 명을 받고 움직이는 자요. 잠시 동행의 얼굴만 확인하겠─”

“감히 누구하테 명하는 고야?”

“뭐라고?”

나는 추적자의 얼굴을 똑바로 올려다보며, 알렉시스를 내 등 뒤로 숨겼다.

“나는 위대한 크로노스 아스트라의 손녀이며, 데이몬드 아스트라의 딸.”

“……!”

“이 장원의 주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