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49)
이 3세는 악역입니다 49화.(49/390)
49화.
난 서랍에서 편지지를 꺼냈다.
예쁜 편지지에 글자를 꾹꾹 눌러 적고 잘 봉했다.
그리고 한지혁 편에 이그리츠 훈련소로 부쳤다.
* * *
훈련소장 칼리가 알렉시스를 불렀다.
목검을 휘두르고 있던 알렉시스가 칼리에게 다가갔다.
칼리는 흐뭇한 눈으로 알렉시스를 바라봤다.
‘이 녀석, 젊었을 때 나를 참 닮았단 말이야.’
“너 여자애들한테 인기 많지?”
알렉시스가 미간을 찡그렸다.
“그런 말 하려고 부른 겁니까?”
“까칠하기는. 옜다. 아스트라에서 꽃다발 머리통이 왔더라.”
칼리가 알렉시스에게 전해준 건 편지였다.
알렉시스는 칼리가 내민 편지를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도토리를 물고 가는 다람쥐가 그려진 편지지.
편지지를 보자마자 주변에 있던 아이들이 우르르 몰려들었다.
“그거 여자애가 보낸 거 같은데!”
“너 밖에 여자애도 알아? 어?”
시끄러운 애들을 한 손으로 물리고 편지 봉투를 조심스럽게 뜯었다.
[밖으로 나올래?]알렉시스의 눈이 커졌다.
‘깨어났구나.’
한지혁은 한 달에 한 번 이그리츠를 찾았다.
에릴로트가 깨어난 후엔 아직 이그리츠를 찾는 날이 돌아오지 않았다.
그래서 알렉시스는 에릴로트가 깨어난 걸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목검을 내동댕이친 알렉시스는 밖으로 달려 나갔다.
출구에서 한참 주변을 돌아봤다.
아무도 보이지 않았다.
그때.
“요기야!”
수풀에서 후드를 뒤집어쓴 아이가 두 팔을 번쩍 들고 폴짝폴짝 뛰었다.
알렉시스가 후다닥 다가가자 쓰고 있던 후드를 벗었다.
“머리…… 풀었네.”
“동그라케 무끄면 후드 삐죽해.”
“응.”
“나 편지 바다써.”
에릴로트는 씩 웃고 알렉시스의 손을 덥석 잡았다.
그리고 냅다 뒤뚱뒤뚱 뛰어갔다.
알렉시스의 눈이 동그래졌다.
“어디 가?”
“선물 주꺼야. 이리와!”
아이와 함께 도착한 곳은 웬 낡고 버려진 건물이었다.
건물의 외부 계단을 타고 함께 올라갔다.
워낙 낡은 계단이라 한 걸음만 걸어도 삐그덕 소리가 크게 났다.
꼭대기 층으로 올라간 에릴로트가 짠! 하고 양팔을 펼쳤다.
“훈련 시작 선물이야.”
알렉시스는 하늘을 보는 에릴로트의 시선을 따라 위를 올려다보았다.
별이 쏟아질 것 같은 밤하늘.
알렉시스는 언제나 추적자를 피해 도망 다니던 삶이었다.
밤엔 언제나 캄캄하고 깊숙한 곳에 숨어있었고, 외출은 절대로 나갈 수 없었다.
낮엔 고개를 푹 수그리고 걷는 것에 익숙해 하늘을 볼 생각을 못 했다.
“우리 아스트라 하늘, 나 너무 조아해.”
알렉시스의 눈망울이 별처럼 반짝였다.
에릴로트는 뒷짐 지고 사뿐사뿐 걸었다.
여기는 첫 번째 삶의 에릴로트가 삶이 힘겨울 때 도망 나오던 곳이다.
위로를 받고, 겨우 버틸 힘을 얻어가던 곳.
“요기가 이제 알렉시스랑 내 비밀공간이야.”
“비밀…… 공간?”
“응. 아지트.”
“아지트.”
“힘들몬 요기 오는 거야. 혼자 별 봐도 마음은 가치 보는 거루 해.”
알렉시스가 에릴로트를 빤히 쳐다봤다.
이상하고 이상한 여자애.
저렇게 작은데 이따금 태산 같아 보이고, 불행이란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은데 아주 어른스러운 눈을 한다.
“알렉시스.”
“응.”
“황족은 자라면 눈이 황금색이 된대.”
지금 그의 눈은 파란색이다.
에릴로트가 미소를 거둔 채 알렉시스를 쳐다봤다.
“네 눈이 황금색이 되면은, 부숴버리자.”
“…….”
“우리를 불행하게 해떤 모든 것.”
“…….”
“동맹이야.”
에릴로트가 주먹을 내밀었다.
조막만 한 손을 빤히 보던 알렉시스가 가볍게 주먹을 맞부딪쳤다.
.
.
그렇게 시간은 흘러 흘러 7년.
에릴로트, 열 살의 여름이 왔다.
* * *
장미가 만발한 어느 날.
아스트라의 공작성에선 데뷔탕트가 열렸다.
직계, 방계, 봉신 귀족가의 아이들이 한데 모인 공작성의 그레이트 홀.
아이들은 한껏 흥분된 얼굴로 입장했다.
총 100명의 인원을 수용하는 그레이트 홀은 아이들로 북적였다.
먼 황도에서 온 사교계의 거두들조차 첫발 떼는 아이들을 축하하러 왔다.
2층에서 직계들이 등장했다.
먼저 입장해서 떠들던 아이들의 시선이 일시에 쏟아졌다.
“안녕하세요, 리앙틴 영애!”
“디오네라 영애, 정말 오랜만이네요!”
“발자크 님이셔……!”
시끌시끌한 그레이트 홀.
직계들은 화려하게 개화한 재능과 외모를 뽐냈다.
황도에서도 주목하는 데뷔탕트였다.
발자크는 주머니에 손을 넣은 채로 건방진 자세로 난간에 기대섰다.
목까지 내려온 붉은 머리에 야성적 매력이 물씬 풍겼다.
요슈아는 저 멀리서 인상을 쓰며 저벅저벅 걸어왔다.
깔끔한 금발에 호수처럼 빛나는 눈동자를 가진 그는 여성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았다.
발자크가 조각한 것 같다면, 요슈아는 빚은 것 같은 매력이었다.
“발자크.”
“잔소리 좀 하지 마.”
“남들 보는 앞에선 좀 얌전히 굴지 그래.”
“이틀 내내 경비대를 끌고서 산을 쏘다니느라 죽겠다고. 나한테 신경 쓰느니 다른 쪽에나 잔소리해 줘. 저쪽.”
발자크는 턱짓으로 1층을 가리켰다.
건들건들한 차림으로 떠드는 조프리 무리.
방계들 사이를 쏘다니며 무리의 왕이라도 되는 양 으스대는 게 멀리서도 보였다.
요슈아 옆으로 걸어온 리앙틴이 “으.” 하며 얼굴을 찡그렸다.
어려선 어깨를 조금 넘던 빙글빙글한 머리가 이제는 허리까지 왔다.
1층에서 방계들에게 잡혀 쩔쩔매는 디오네라가 보였다.
“디오네라!”
리앙틴이 디오네라를 부르며 눈을 부릅뜨자, 방계들이 주춤했다.
디오네라는 그 틈에 후다닥 올라왔다.
“멍청하게 또 거기 붙들려 있었어?”
“말을 거니까…….”
“멍청이.”
1층 사람들은 직계들을 바라보며 탄성을 터뜨렸다.
저마다 직계들의 외모를 황홀한 눈빛으로 쳐다보고 있었다.
발자크가 귀찮다는 듯이 말했다.
“언제까지 여기 있어야 하는데.”
“조부님께서 자리를 뜨실 때까지는.”
“귀찮아 죽겠네.”
그때, 어디선가 미성이 들려왔다.
“도망칠 생각은 하지 마. 오라버니.”
2층 구석에 있던 사람이 천천히 난간 쪽으로 걸어 나왔다.
희고 투명한 피부.
아름다운 곡선의 얼굴형.
금사처럼 반짝이는 속눈썹.
보석처럼 빛나는 붉은 눈동자.
보기 좋은 곳에 자리 잡은 입술.
눈가에 점.
허리까지 이르는 탐스러운 금발.
장미가 사람이 된 것처럼 화려한 외모를 자랑하는 여자아이.
그 여자아이는 눈을 깜빡이며 발자크를 쳐다봤다.
“내 데뷔탕트, 축하해주겠다고 했잖아.”
1층이 모습을 드러낸 여자아이를 보고 일제히 술렁였다.
“에릴로트 아스트라야.”
“더러운 피?”
누군가 중얼거리기 무섭게 사람들이 허억! 헉! 숨을 들이켜며 소리의 근원지를 주목했다.
그 순간, 성큼성큼 홀로 어느 남자가 걸어들어왔다.
이제는 이 아스트라 장원 세 손가락 안에 드는 부흥한 관할령의 주인,
데이몬드 아스트라.
“방금 말한 놈의 아비. 조용히 따라 나와라.”
발자크가 2층에서 휘릭, 뛰어내렸다.
요슈아는 유유히 계단을 걸어 내려갔다.
“방금 말한 본인은 이쪽으로.”
소년과 아비인 듯 보이는 중년의 남자는 얼굴이 사색이 되었다.
쌍둥이들이 소년의 어깨에, 데이몬드가 중년 남자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웃어.”
“웃어, 웃어.”
* * *
데뷔탕트가 끝난 밤.
데이몬드 관할령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고용인들이 모두 조용히 벽 가에 서 있었고, 병사들도 다 고개 숙이고 있었다.
에릴로트는 팔짱을 낀 채로 소파에 앉아있었다.
소파 앞엔 쌍둥이가 나란히 앉아서 무릎을 꿇고 있었다.
데이몬드는 딸의 소파 옆에 뒷짐 지고 서서 슬그머니 눈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오늘 일은…….”
에릴로트가 슥 쳐다보자, 데이몬드는 입을 앙다물었다.
에릴로트는 눈을 깜빡였다.
긴 속눈썹이 내리깔리는 것을 본 하이디와 베티는 상황도 잊고 “하아…….” 하다가 정신을 번쩍 차렸다.
‘우리 아가씨, 오늘은 더 아름다우시구나.’
‘데이몬드 관할령의 장미요, 루비요……!’
아스트라의 데이몬드 일가라면 저 멀리 황도에까지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데이몬드 아스트라야 워낙에 미모로 유명했지만, 쌍둥이와 에릴로트가 너무나 아름답게 성장했기 때문이다.
특히, 에릴로트는 7년 만에 급속 성장한 데이몬드 관할령의 금지옥엽으로 유명했다.
에릴로트는 길고 흰 손가락으로 찻잔을 잡으며 말했다.
“나 때문에 싸운 건 고맙고 미안해.”
“미안하기는─!”
발자크가 일어나려다 요슈아의 팔꿈치에 명치를 맞고 다시 주저앉았다.
에릴로트가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그런데 병사들까지 나서서 단체전을 벌여야 했을까. 저쪽은 황도에서 초청된 귀빈이었는데.”
3미터 거구의 병사, 모스코가 항변했다.
“그건 장틸 백작이 먼저 기사들을 앞세워서……!”
“살려달라고 뒤에 숨은 거잖아.”
발자크도 말을 보탰다.
“먼저 쇠붙이를 잡은 건 장틸 공자……!”
“쟁반으로 머리를 가린 것이었지.”
데이몬드도 슬쩍 말을 꺼냈다.
“사과하래도 끝내 하지 않기에…….”
“아빠가 장틸 백작의 혀를 잡고서 사과를 하라고 하셨으니까요.”
“…….”
“…….”
에릴로트가 데뷔탕트 자리에서 거하게 패싸움을 한 집안사람들을 쭉 둘러보았다.
“장틸 백작 고간 찬 사람, 조용히 손 들어.”
“…….”
“…….”
데이몬드가 조용히 손을 들었다.
에릴로트는 눈을 지그시 감았다.
“할아버지가 오셨을 때 ‘뒤졌어, 개 놈의 새끼!’ 한 사람은 누구야.”
“…….”
“…….”
발자크가 조용히 손을 들었다.
에릴로트의 미간에 힘이 들어갔다.
“장틸 백작 쪽과 싸우는 척 발데릭 숙부님의 가발을 벗긴 사람은.”
“…….”
“…….”
요슈아가 조용히 손을 들었다.
에릴로트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소서에 찻잔을 탁! 내려놓은 에릴로트가 벌떡 일어났다.
“이거 어떻게 수습할 거야─!”
덩치가 산만 한 남자들의 어깨가 흠칫 솟아올랐다.
* * *
관리들이 울면서 달려왔다.
“장틸 백작이 황궁에 정식으로 항의한답니다!”
“저번 달에는 브리켄 공자를 반 죽여놔서 서류를 2천 장 준비했는데……!”
“그레이트 홀의 기둥을 부술 뻔해서 배상을……!”
나는 7년 동안 위장장애, 탈모, 고혈압을 두루 앓게 된 관리들을 안쓰러운 눈으로 쳐다봤다.
“내가 할아버지한테 가볼게.”
관리들의 얼굴이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찾은 사람처럼 밝아졌다.
가여운 탈모 아저씨들.
하필이면 우리 성에서 일하는 바람에…….
나는 한숨을 내쉬고 하이디와 베티를 쳐다봤다.
“모자를 가져다드릴까요?”
“지난번 리타 부인의 의상실에서 구매한 카플린 모자는 어떠신가요? 우리 아가씨에겐 카플린이 너─무 잘 어울리시니까요!”
하이디와 베티는 이제 하급 메이드에서 상급 메이드로 나란히 진급해서, 한 파트를 이끌고 있다.
“아무거나.”
“카플린, 카플린!”
“붉은색? 검은색?”
하녀들이 “뭐든 안 어울리시겠어~?!” 하며 드레스룸으로 뛰어갔다.
나는 그녀들이 모자를 챙겨올 동안 벽에 서 있는 세 명의 죄인들을 쳐다봤다.
“다른 데에 화풀이하지 마시고. 네?”
“그래.”
“응.”
“알겠어.”
나는 가늘게 뜬 눈으로 아빠와 쌍둥이들을 쳐다보고 마차로 향했다.
내가 막 마차에 오르려는 순간, 하녀들이 달려와 모자를 씌워주었다.
“역시 빨강일 줄 알았어!”
기뻐하는 두 사람에게 손을 가볍게 흔들어 주고 마차를 탔다.
마차는 빠르게 달렸다.
정말 빠르게.
‘두 시간도 안 걸리겠네.’
<신속>의 가호석을 무려 12개나 박아넣은 마차이니 그럴 만도.
이 마차를 구매할 때 손이 얼마나 떨렸던가.
에릴로트로 돌아온 지 1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가슴 한구석엔 소시민 유혜민이 있다.
‘돈 많다는 걸 보여줘야 하니까.’
옛날엔 귀족들은 왜 그렇게 사치할까 싶었는데.
재력을 과시하는 게 사회에서 큰 도움이 되더라고.
‘뭐, 됐어.’
이 정도는 살 수 있는 곳으로 키워놨다.
이게 다 아버지가 사시사철 제철 과일을 찾아 왕국들을 정복하고 다닌 덕이다.
곧 마차가 멈추었다.
나는 마차에서 내려 본성으로 들어갔다.
“아가씨를 뵙습니다.”
“아가씨를 뵙습니다.”
나를 맞이한 건 상급 고용인이 된 힐다와 그레타였다.
특히 힐다는…….
“힐다…… 부인?”
메이드의 인사를 담당하는 관리직 하녀가 되었다.
힐다가 “어머.” 하며 두 손으로 뺨을 감쌌다.
“진급 축하해.”
“아가씨 덕분이지요~!”
힐다가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
나와 힐다, 그레타는 함께 할아버지의 집무실을 향해 걸었다.
주변을 둘러본 힐다가 말했다.
“데콘스 님과 구스타프 님께서 크게 다투신 모양입니다.”
“구스타프 숙부가 왜? 쉽게 화를 내는 사람이 아닌데.”
“병원이 어디에 지어지는지를 두고서 설전이 있었습니다.”
“헛싸움을 하네. 병원은 우리 거야~!”
나는 힐다와 그레타를 통해 성의 사정을 파악하고 있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벌써 집무실에 이르렀다.
큼큼, 헛기침을 한 나는 문을 두드렸다.
“에릴로트예요.”
“들어와라.”
입실 허가가 떨어지고 방에 들어가기 무섭게,
“할아버지!”
할아버지가 반가워죽는 손녀를 연기했다.
열 살 어린이답게 달려서 할아버지에게 가던 나는 잠시 움찔했다.
‘가신들이 모여 있었어?’
살짝 현타가 왔지만, 마음을 다잡았다.
그레이트 홀 수리 비용! 병원!
‘병원이 진짜 중요해.’
우리 관할령은 아버지가 땅따먹기에 심취해서 엄청나게 넓어졌는데 병원이 딱 두 곳이다.
나는 방긋 웃고 가신들에게 인사했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에릴로트 아가씨는 볼 때마다 쑥쑥 자라시는군요.”
할아버지와 영혼의 벗 드뷔시 자작도 고개를 꾸벅 숙였다.
인사를 받고서 난 쪼르르 달려가 할아버지의 곁에 섰다.
“무슨 일이냐.”
“황도 아카데미에서 자꾸만 연락이 와서요. 할아버지께 여쭤보려고요. 전 혈족 교육도 좋지만, 할아버지의 지인이 계신 황도 아카데미에서 교육을 받는 것도 좋지 않을까 싶어서요.”
가신들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말했다.
“황도 아카데미에서 연락이 온다고요?”
“무슨 일로?”
드뷔시 자작이 하핫, 웃으며 말했다.
“황도 아카데미의 교장이 되신 에네론 백작께서 지난번에 들르셨을 때, 재미 삼아 아가씨께 입학시험 문제를 풀게 했다오.”
“호오……. 해서요?”
“만점이랍니다. 에네론 백작이 꼭 좀 보내달라고, 열 살 만점자는 처음 본다고 난리가 났습니다.”
“이야. 에릴로트 아가씨께서 뛰어나신 거야 익히 알고 있었지만, 굉장하군요.”
드뷔시 자작이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영특한 손녀를 둔 소감이 어떻습니까.”
“뭘. 귀찮기만 하지.”
그러면서 할아버지의 입꼬리는 부들부들 떨리고 있었다.
‘석 달 열흘을 잠 못 자고 공부한 보람이 있네.’
나는 댓글 읽기 가호를 통해 에네론 백작이 온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가 술에 취하면 애들에게 시험 문제를 풀게 하는 이상한 사람이란 것도.
‘죽어라 공부했지.’
공부 잘하는 손주를 싫어하는 할아버지가 어디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