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5)
이 3세는 악역입니다 5화.(5/390)
5화.
“악! 아악!”
톨리소 후작의 가호는 <시력>이었다.
그 뜻은 나이가 들어서도 2.3의 시력을 유지할 뿐인 연약한 노인이란 뜻이다.
펜보다 무거운 건 들어 본 적이 없었다.
당연히 머리를 쥐어뜯긴 적은 전무했다.
반면에 에릴로트는 아주 씩씩한 아이였다.
저보다 한참 큰 애들한테도 지는 법이 없었다.
아이의 특기는 앙증맞은 손으로 괴롭히는 상대의 머리털을 쥐어뜯기였다.
뚜두둑.
얼마 남지 않은 모근이 영영 떠나는 소리와 함께, 톨리소 후작의 목전에 검날이 드리워졌다.
그제야 에릴로트는 후작의 머리채를 놔주었다.
공작이 새파란 얼굴의 톨리소 후작에게 말했다.
“우린 할 얘기가 많겠군.”
아스트라 공작의 말에 톨리소 후작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쉽게 갈 생각은 말아야 할 거야.”
“아, 아스트라 공작……. 이, 이건─”
아스트라 공작이 에릴로트를 안아 들었다.
밤을 걷는 공작의 뒤로 톨리소 후작의 처절한 비명이 따라붙었다.
* * *
새벽.
톨리소 후작과 세작들은 공작성으로 끌려와 모진 고문을 당했다.
고문은 드뷔시 자작이 담당했다.
그는 톨리소 후작과 세작들이 토설한 내용을 정리해서 공작의 집무실로 들어왔다.
“콘라드를 포섭하려 했었답니다.”
콘라드는 매우 놀라서 되물었다.
“저를 말입니까?”
“자네가 동생 때문에 청화 구근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포섭하려 했던 모양이야.”
“그런…….”
콘라드의 눈이 크게 떨렸다.
드뷔시 자작이 당황한 콘라드에게 물었다.
“다행히 자네가 먼저 청화 구근을 구했다더군.”
“제가 구한 게 아닙니다.”
“아니라면?”
“아가씨께서 주셨습니다.”
“뭐야?”
할아버지와 드뷔시 자작이 날 쳐다봤다.
난 모른 척 헤헤 웃었다.
공작은 구근을 내리며, 꼭 본인이 섭취하라고 덧붙이지 않았다.
그러니 남에게 주었다고 해서 탓할 일은 아니다.
오히려 구근을 이용하여 인재의 이탈을 막았으니, 더없이 큰 공이었다.
“감이 빠르신 건가. 공작님의 위험을 가장 먼저 느낀 것도 아가씨라면서.”
“예. ‘나쁜 사람들이 할아버지를 괴롭힐 거야’라고 하셨지요.”
드뷔시 자작이 날 보며 탄성을 터뜨렸다.
“한데 대체 어떻게 아신 거지?”
“제게 말씀하시기론 세작들이 하는 수상한 말을 우연히 들으셨다고 합니다.”
물론 새빨간 거짓말이었다.
소설 내용과 정황을 근거로 도출한 결과였지만, 세 살짜리가 그랬다고 하면 누가 믿을까.
그래서 난 이렇게 말했다.
“호이들이 하부지 개로필 거야! (호위들이 할아버지를 괴롭힐 거야!)”
“예?”
“호이들이 하부지 약해지면 저세산 보낸대써. 몰래 얘기해써. 내가 들어써! (호위들이 할아버지가 약해지는 날에 저세상으로 보낸다고 했어. 몰래 얘기했어. 내가 들었어!)”
“뭐라고요?”
콘라드에게서 얘기를 들은 드뷔시 자작이 고개를 끄덕였다.
“어린아이라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하여 쉽게 떠든 모양이군.”
“예. 최근에 계속 공작님 주변에 계셨으니 호위의 말을 들으실 수 있던 것이겠지요.”
드뷔시 자작과 콘라드가 납득해서 나는 안심했다.
할아버지도 별말이 없는 걸 보면, 별로 의심하는 것 같진 않았다.
‘그나저나 손목이 계속 아픈데.’
긴장이 풀려서 그런가, 통증이 더 심해졌다.
아까 나쁜 놈의 머리채를 잡았을 때 다친 모양이었다.
난 꾸물꾸물 손목을 매만졌다.
그러다가 할아버지와 눈이 마주쳤다.
“…….”
“…….”
할아버지는 쯧, 혀를 찼고 내 손목을 끌어왔다.
‘왜, 왜……?’
내 손목으로 뭐 하려고!
바짝 긴장해서 뻣뻣하게 굳어져 버렸다.
그런데 막상 그가 한 일은 내 손목을 살피는 것이었다.
“접질렸군. 그러게 손바닥만 한 게 무엇하러 거길 끼어들어.”
“하부지 지켜야 대요. (할아버지를 지켜야 해요.)”
그래야 다른 직계들이 날 노리지 못하지.
할아버지는 날 힐끗 보더니, 크흠! 헛기침했다.
“좁쌀만 한 게 무슨 나를 지키겠다고.”
“…….”
“작기는 뭐 이리 작고. 내가 네 나이일 땐 곰을 때려잡았다.”
그야 할아버지는 살상용 가호를 가지고 있으니까 그렇지.
내게 연고를 다 발라 준 할아버지는 또 한 번 헛기침했다.
“방에 가서 치료나 받아라.”
반가운 말이었다.
그렇지 않아도 엄청나게 피곤했는데 잘됐다.
“녜!”
대답하고서 뽀짝뽀짝 방을 나왔다.
* * *
습격 사건의 결말은 영지전이었다.
무장한 아스트라의 군사들이 톨리소 후작령을 덮쳤다.
아스트라는 군사력으로 정평이 난 가문.
톨리소의 군사들은 상대가 되지 않았고, 성은 일주일 만에 함락되었다.
할아버지는 불바다가 된 후작령으로 톨리소 후작을 끌고 갔다고 한다.
그리고 거기서 양 손목과 발목을…….
‘누가 흑막 아니랄까 봐 엄청나게 무섭다.’
가문이 망하고 불구까지 된 노인이 어떻게 살겠는가.
죽는 것보다 처참한 결과였다.
* * *
푸딩을 스푼 가득 뜬 나는 황홀한 표정을 지었다.
‘완벽해.’
촉감, 향기, 캐러멜의 농도.
뭐 하나 부족한 게 없다.
그리고 제일 좋은 건 아무런 걱정 없이 이 맛있는 푸딩을 먹을 수 있다는 거지.
난 푸딩을 입에 쏙 넣으며 헤실헤실 웃었다.
‘곧 다시 바빠질 테니까 충분히 만끽해야지.’
지금이 한가로울 수 있는 건 공작성이 영지전 후처리로 바쁘기 때문이었다.
톨리소 후작령은 아스트라 공작령에 통합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이 땅을 누가 다스리느냐고 시끄러운 상태다.
큰아버지, 작은아버지들, 고모들까지 새로운 땅의 주인이 되기 위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덕분에 나야 좋지.’
공작성이 시끄러워져서 직계들 수업이 미뤄졌거든!
다 먹은 푸딩을 밀어 놓고 의자에서 폴짝 뛰어내렸다.
그리고 흥흥, 노래를 부르면서 그림책을 모아 둔 곳으로 갔다.
그리고 책을 펼치려는데, 등 뒤에서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자, 하녀들이 날 지그시 보고 있었다.
“저 책은 어제도 읽지 않으셨나?”
“그제도 읽으셨죠.”
“사흘 전에도 말야.”
하녀들은 “으으음.” 신음했다.
“공작성엔 아가씨가 놀 만한 거리가 없네요.”
“총무처에 장난감은 요청했니?”
“검토하고 가져올 수 있을 때까지 적어도 2주는 걸린대요.”
할아버지가 습격당한 이후, 공작성의 경비는 무서울 정도로 강화되었다.
행여나 물품에 저주 같은 것이 걸려 있을까 봐, 오랜 검토를 거쳐야 했다.
그 때문에 나는 다 읽은 책을 보고, 또 보고, 또또 봤다.
‘그래도 재밌는데?’
어린애 몸에서 오는 정신적 페널티 때문에 그런가. 난 애들이 하는 것들을 좋아했다.
내가 다시 그림책에 집중하고 있는데, 하녀들이 다가왔다.
“열두 번째 탑에서 친구분이라도 부를까요?”
“네. 방계 분이시니 지금 시국이라도 출입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거예요.”
나는 그림책에 집중하느라 가볍게 말했다.
“칭구 엄써.”
“같이 자라시지 않았나요?”
“그치만 나랑 안 놀아조.”
“네? 어째서요?”
“가족들이 나 안 조아하니까.”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애들은 가끔씩 다가온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애들의 유모들이 기겁하며 홀랑 안아갔다.
“본가의 천덕꾸러기와 놀면 똑같은 취급을 받아요.”
─라고 말하면서.
나랑 노는 걸 들키면 부모에게 연락이 와서 혼나는 경우도 왕왕 있었다.
그래서 애들이 나랑 잘 놀아 주지 않았고, 나도 애들이 나 때문에 혼나는 건 싫으니 다가가지 않았다.
대수롭지 않게 대답한 나는 다음 페이지를 넘겼다.
‘아, 내가 좋아하는 그림이야.’
나는 어미 물고기가 아기 물고기를 찾으러 오는 이 삽화를 아주 좋아했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으로 그림을 보고 있는데, 어쩐지 주변이 조용했다.
분위기가 묘해진 것 같아서 고개를 돌리자, 하녀들의 표정이 이상했다.
“어쩜…….”
금세 울먹이기 시작하는 하녀들을 보고 난 움찔했다.
‘아차.’
내가 가여운 모양이었다.
‘난 익숙한 일이라 아무렇지 않게 말해 버렸네.’
이놈의 조연 페널티.
주인공이 아니라서, 난 집중하지 않으면 정신이 애가 되곤 했다.
그래서 어른들의 마음을 놓쳐 버린다.
‘아이고, 이 언니들은 마음이 약한데.’
아스트라 공작성의 고용인답지 않게 선량한 언니들이었다.
그래서인지 출세는 못 했지만.
‘뭐, 출세 못 한 고용인이라 내게 붙인 거겠지.’
다른 귀하디 귀한 직계들한텐 너스(귀족 아이의 유모. 고용인 중 높은 직급)가 붙는다.
나는 양팔을 번쩍 들고 허둥지둥 말했다.
“하나도 안 스퍼. 나 혼자 노는 거 재미써! (하나도 안 슬퍼. 나 혼자 노는 거 재밌어!)”
열심히 말했지만, 그녀들은 더 울망울망해졌다.
“아가씨…….”
“이젠 아무도 아가씨와 안 놀아 주지 않을 거예요.”
“그럼요! 이제 가호도 발현하셨고, 성에서 지내시잖아요.”
힐다가 날 꼭 끌어안았다.
그레타도 내 손등을 쓰다듬었다.
“어른들이 나빠요. 애가 뭘 안다고 안 놀겠어요? 못 놀게 한 거지.”
“그러게 말야.”
힐다와 그레타의 눈이 번뜩였다.
* * *
“─라고 합니다.”
콘라드는 고용인에게 들은 내용을 공작에게 전달했다.
열두 번째 탑의 아이들이 에릴로트와 놀아 주지 않았다.
어른들이 압박한 듯했다.
하녀들은 그 얘기를 콘라드에게 일러바쳤다.
그리고 콘라드는 당장 공작에게 이야기를 전했다.
아스트라 공작은 서류에 집중한 채로 입을 열었다.
“그래서.”
콘라드의 낯빛이 어두워졌다.
‘최근에 아가씨를 보는 눈이 달라지셨나 했더니.’
가호를 발현하고, 가문에 도움이 됐다.
심지어는 습격을 저지시킨 최대 공로자였다.
저 냉정한 성격에 상처까지 살펴주기에 손주가 귀엽다는 걸 아셨나 싶었다.
‘하기야 평생 사람에게 정이란 것을 모르고 사신 분이니.’
손녀를 위해서 나서 주실 리가 없나.
콘라드는 시무룩해졌고, 함께 있던 드뷔시 자작이 미소 지었다.
“들은 얘기를 전하는 걸 겁니다. 그보다 세작의 고문 결과입니다. 콘라드, 전해 드리게.”
“예.”
서류를 건네받은 공작이 서류를 훑어보았다. 그리고 콘라드를 힐끗 쳐다본다.
“이게 전부냐.”
“예. 톨리소 후작에게 작위와 돈을 약속받고 넘어갔다고 합니다.”
“톨리소는?”
“곡창 지대를 빼앗긴 건으로 앙심을 품었다고 합니다.”
공작이 실소를 흘렸다.
“핑계가 성의 없군.”
“예?”
“너는 정말로 이번 사건의 머리가 톨리소라고 생각하나.”
“……예?”
아스트라는 정보를 까다롭게 취급한다.
아무리 귀족 원로 회합에 소속된 톨리소라 할지라도 절대 자신의 호위 명단을 알아낼 수 없다.
호위 중 톨리소에게 넘어갈 만한 머리 빈 자를 골라내는 것도.
눈을 가늘게 뜨고 있던 콘라드가 흠칫했다.
“설마 내부에 적이 있단 말씀이십니까? 대체 누가……!”
“내 자식들 중 하나겠지.”
톨리소를 움직일 만한 힘이 있는 자는 그뿐.
게다가 공작의 적은 언제나 같은 핏줄이었다.
“맙소사…….”
콘라드는 미끼였을 뿐이다.
내부에서 정보를 줬다는 걸, 들키지 않게 하기 위한 미끼.
공작은 실소를 터뜨렸다.
“내 그간 너무 자비로웠던 모양이야.”
“…….”
“돼지 새끼들이 주는 여물에 만족하지 못하고 탐욕스러워진 걸 보면.”
공작의 눈이 살기로 번뜩였다.
콘라드는 마른침을 삼켰다.
“어찌할까요.”
“제대로 조여 줘야겠지. 일단 방계 쪽 충성심부터 증명시켜 볼까.”
“충성심이라시면…….”
“인사시켜라. 에릴로트에게.”
“예?”
“납작 엎드려서 제대로.”
“예?!”
공작은 몸을 일으켰다.
“2대(공작의 자식)들은 사병을 해체시켜라.”
그렇게 말한 공작이 성큼성큼 방을 나섰다.
콘라드는 멍청한 얼굴로 공작의 등을 바라보았다.
방계 쪽 충성심을 증명시키는데, 왜 에릴로트 아가씨에게 인사를 시키지?
그것도 마치 사과를 하는 것처럼 납작 엎드려서.
콘라드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리고 드뷔시 자작은…….
“푸핫!”
난데없이 배를 잡고 낄낄거리고 있었다.
막 복도를 나서던 공작이 장식대에 있던 화병을 집어 던졌다.
슬쩍 화병을 피한 드뷔시 자작이 공작의 뒤로 따라붙었다.
“핑계를 생각하시느라 고생이 많으셨겠습니다.”
“닥쳐.”
어두운 복도에 드뷔시 자작이 웃겨 죽는소리가 메아리쳤다.
* * *
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납작 엎드린 부부를 쳐다봤다.
얼굴이 새파랗게 질려 있었다.
‘이 사람들이 갑자기 왜 이래.’
오늘 아침, 갑자기 내 방에 사람들이 줄을 서기 시작했다.
다들 낯익은 얼굴이었다.
열두 번째 탑의 휴식기마다 애들을 데리러 왔던 어른들이다.
즉, 방계 애들의 부모라는 뜻이었다.
“로, 론돈타스입니다. 아가씨께 인사드립니다.”
“그…… 지난날 제가 한 말은, 아가씨를 무시해서 그랬던 게 아니고…….”
왜 이렇게 겁에 질려 있지?
열두 번째 탑에서 날 봤을 때, 조롱하던 눈빛과는 딴판이었다.
나는 방 밖을 빼꼼 쳐다봤다.
12번째 탑에 아이가 있는 부모들만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도 전부 오들오들 떨고 있었다.
무슨 일일까 생각하던 난 곧 고개를 끄덕였다.
‘아하.’
내가 가호를 발현했다는 게 알려지니까 무서웠구나!
심지어 할아버지도 구했고.
하녀들은 내 뒤에서 도깨비 같은 표정으로 어른들을 노려봤다.
“자, 이제 다음 차례입니다. 가시죠.”
“잠깐! 1분만 더 주게. 아직 오해를 풀어 드리지 못했어!”
그렇게 이번 차례의 부부는 하인들에게 질질 끌려 나갔다.
그리고 다음 차례.
또 다음 차례.
방계 어른들에게 인사를 받는 데는 무려 2시간이나 걸렸다.
나는 피곤했지만, 하녀들은 내내 싱글벙글이었다.
“아가씨. 좋은 일이 또 있어요.”
“웅?”
하녀들은 서로를 보며 후후 웃더니, 내게 무언가를 짠! 내밀었다.
예쁜 프리지아 한 송이였다.
“우와, 애뻐! (우와, 예뻐!)”
“그렇죠? 콘라드 경께서 가져오셨어요. 지나던 길에 아가씨를 닮은 예쁜 프리지아를 봐서 꺾어 오셨대요.”
“나 꼿 조아. (나 꽃 좋아해.)”
“향긋해요. 맡아 보실래요?”
“녜.”
나는 대답하고서 프리지아를 받았다.
킁킁, 냄새를 맡으니 하녀들이 “꺄─! 귀여워!” 하고 호들갑이었다.
“오늘은 기쁜 일이 많으시네요. 꽃도 받으시고, 인사도 받으시고.”
“조아.”
“그렇지요? 인사가 참 기뻤지요? 꽃도 아주 예쁘네요.”
인사는 모르겠어도 꽃은 기쁘다.
‘이건 콘라드가 내게 호의가 있다는 증거니까.’
오늘 방계들의 인사를 받은 일로, 직계들이 날 주목할 거다.
여러 가지 일로 내 주가가 오르긴 했지만, 다른 직계들에 비하면 한참 모자랐다.
‘콘라드라면 내게 도움이 되어 주겠지.’
난 히히 웃고, 하녀들에게 말했다.
“있지요. 고마씁미다 하고 시퍼요.”
콘라드에게 인사하면서 앞으로 공작성의 일정을 물어봐야지.
하녀들은 후후 웃었다.
“네. 성에 계실 거예요.”
“갈래!”
난 하녀들의 손을 잡고 방을 나섰다.
아래층으로 내려가니, 마침 콘라드가 할아버지의 집무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옆엔 드뷔시 자작과 할아버지도 함께였다.
하녀들은 서둘러 공작에게 인사했다. 그러자 드뷔시 자작이 물었다.
“아가씨께서 여긴 무슨 일이시냐.”
“인사를 드리고 싶다고 하셔서요.”
“아아. 오늘 일.”
드뷔시 자작이 픽 웃으며 할아버지 쪽을 쳐다봤다.
“인사를 하시고 싶으시답니다.”
할아버지는 흠, 헛기침했다.
“별것도 아닌 일로. 됐다, 귀찮아.”
“그러지 마시고요. 아가씨의 정성이지 않습니까.”
할아버지는 커흠! 어흠! 다시 헛기침했고, 자작이 내게 시선을 맞추었다.
“예, 아가씨. 인사하시지요.”
하녀들, 드뷔시 자작, 콘라드, 할아버지까지 나를 주목했다.
난 헤헤 웃으며 한발 다가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