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51)
이 3세는 악역입니다 51화.(51/390)
51화.
이튿날.
난 그리미에 백부가 내준 마차를 타고 황도 살롱으로 나왔다.
창밖으로 고날롱 부인이 나를 맞이하기 위해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풋맨의 에스코트를 받아 제법 우아하게 내리니, 고날롱 부인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입가에 손을 댔다.
“세상에, 장미가 사람이 되었다고 하더니 사실이네요!”
으악.
오그라드는 칭찬이었지만 나는 아무렇지 않게 익숙하다는 듯 웃었다.
“과찬이십니다.”
“황도에도 영애의 미모를 찬양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서 귀가 따가울 지경이에요.”
“어디 고날롱 부인의 우아함보다 더 할까요.”
하하 호호.
우리는 서로를 마주 보며 입꼬리를 바짝 올렸다.
주변 사람들은 그런 우리를 아주 흐뭇하게 바라보았다.
우리는 미소를 유지한 채 서로를 다정히 보며 발걸음을 옮겼다.
그리고 코너를 돌아 사람들이 보이지 않게 되자마자,
“언제까지 부려 먹으실 거예요? 저도 사람이에요. 힘들다고요!”
고날롱 부인이 인상을 팍 찌푸렸다.
나는 생글생글 웃었다.
“부려 먹다니요. 우리가 이렇게 사이좋은데, 그런 말은 어울리지 않지요.”
“너무하세요! 어떻게 7년을 부려 먹어요?”
내가 고날롱 부인의 말을 한 귀로 흘리는 것 같이 보이자, 그녀가 울먹거렸다.
7년 동안 고날롱 부인은 나의 성능 좋은 소문 수집기였다.
‘주기적으로 기름을 넣어 주어야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쓸만하지.’
나는 깜빡 잊었다는 듯 손뼉을 쳤다.
“아, 참! 부인을 위한 선물이 있는데.”
고날롱 부인이 언제 울었냐는 듯 눈을 반짝였다.
부스럭, 부스럭.
나는 작은 쪽지를 꺼냈다.
나를 잘 아는 고날롱 부인은 쪽지라고 실망하지 않는다.
고날롱 부인이 만면에 기대감을 감추지 못하며 물었다.
“뭔데요?”
“이게 진짜 대박 정보에요. 사놓으면 삼백 퍼센트 수익을 보장해요.”
사, 삼백!
고날롱 부인이 그렇게나 중시하던 체면도 잊고 입을 떡 벌렸다.
뒤늦게 손으로 입을 가렸지만, 이미 나는 다 봤다.
‘고날롱 부인이 이런 사람이니 오래 가는 거지.’
“우리가 사이가 좋기는 한 것 같네요. 호호호!”
고날롱 부인이 까르르 소리 높여 웃으며 내게 친밀하게 팔짱을 꼈다.
아휴, 이 귀여운 욕심꾸러기.
‘그러니까 7년간 상부상조한 거고.’
역시 서로 원하는 게 있어서 이용하고 이용당하는 관계야말로 최고다.
‘아주 편하고 말이지.’
내가 입꼬리를 올리는데, 기름을 잔뜩 먹은 정보 수집기가 정보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고날롱 부인이 목소리를 죽이고 내 귓가에 속삭였다.
“황태후가 미술관에 갈 예정입니다. 조카의 그림을 보러 간다고 하네요.”
“그렇군요.”
역시 기름값은 제대로 한다니까.
‘드디어 만나네. 비싼 얼굴.’
나는 악역답게 킬킬 웃었다.
* * *
며칠 뒤.
황태후가 온다는 날에 맞춰 나는 조용히 미술관을 찾았다.
근처에 마차를 숨겨놓고 그 안에서 오가는 사람들을 지켜보며 대기했다.
나를 따라온 한지혁이 물었다.
“황태후는 어떻게 생겼어?”
“나도 몰라.”
“뭐?”
한지혁은 당황한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선황이 붕어한 뒤로 항상 장례모로 얼굴을 가리고 다녔거든.”
“생긴 것도 모르면서 대체 어떻게 황태후한테 접근하려고?”
“정보가 아예 없는 건 아니야.”
“……그런 건 좀 빨리 말해.”
볼멘 목소리에 나는 픽, 웃었다.
“황제랑 많이 닮았다더라고. 보면 알만큼.”
“황제? 황제는 무슨 산적 두목처럼 날카롭게 생겼잖아. 그럼 산적 두목 같은 여자 귀족을 찾으면 되는 거겠네?”
“응. 조카의 작품을 보러 미술관에 온다는 걸 알면 사교계 부인들도 다 올 테니까. 발견하기도 쉬울 거야.”
고작 조카의 작품을 보는 일정 하나에 따라붙는 수많은 사람들.
황태후의 걸음이란 건 그런 것이다.
“흐음, 확실히 찾긴 쉽겠군. 다른 귀부인들에게 둘러싸인 산적 두목이라.”
한지혁은 다 된 밥이라는 듯 씩 웃었다.
그러나 얼마 뒤.
한지혁은 짜증 섞인 얼굴로 투덜거렸다.
“대체 언제 오는 거야?”
이미 기다린 지 몇 시간.
아무리 기다리고 또 기다려도 황태후의 마차는 올 기미도 없다.
산적 두목도, 귀부인들을 줄줄이 달고 다니는 사람도, 역시 보이지 않았다.
‘오늘이 아닌가?’
고날롱 부인이 잘못 알았나?
나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상한데?
고날롱 부인은 소문만큼은 정확하게 알아 오는 사람인데…….
본인이 소문을 잘 내기도 하고.
‘정보가 틀리지 않은 거라면…….’
그래도 이렇게 마냥 기다리기만 할 수는 없지.
‘황태후의 조카한테 언제 오느냐고 떠보러 가야겠다.’
나와 한지혁은 남들이 보지 않는 틈을 타 마차에서 내렸다.
황태후의 조카가 그림을 전시하는 미술관이다 보니 들어가는 길목부터 화려했다.
정원사들이 정성 들여 키운 커다란 나무들.
곳곳에 비치된 벤치는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조각되어 있었다.
이어진 길목 끝에 미술관 건물이 있었다.
‘와…….’
미술관이 꼭 신전 같네.
절로 경외심이 들 정도로 아름답고 고풍스러운 외관이었다.
베르사유 궁전이 이럴까?
한지혁이 주변을 휘휘 둘러보더니 말했다.
“노인들이 많네.”
확실히 그의 말대로 노신사와 노부인이 많이 보였다.
“전시 주제부터 ‘옛날 거리’다 보니 그런가 봐. 옛 풍경 그림이 많다더라고.”
노인들이 추억 여행하기 딱 좋은 주제였다.
아마 그래서 황태후도 온다고 한 거겠지. 조카의 전시이기도 하지만.
미술관 내부로 들어가자 바깥보다 더 휴게시설에 신경 쓴 흔적이 보인다.
유독 벤치가 많았는데, 앉아 있는 노인들의 얼굴에는 그리움이 가득했다.
그런데 그때.
“야.”
한지혁이 저기를 보라는 듯 내 소매를 살짝 건드렸다.
그가 눈짓한 중앙에서 한 귀부인이 하녀와 함께 걸어들어오고 있었다.
이 웅장한 미술관에 지지 않을 정도로 화려한 복장.
언뜻 보이는 하관.
다만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있어서 얼굴이 다 보이진 않았다.
그래도 한눈에 젊을 때 한가락 했던 대단한 인물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귀부인이 완전히 지나간 후, 한지혁이 내 귓가에 작게 소곤거렸다.
“포스가 장난 아니다.”
“그렇네.”
한지혁과 나는 아무도 기다리지 않은 척, 그저 그림을 구경 온 것처럼 미술관 내부를 쭉 둘러보았다.
내부를 다 보고 가는 길에 여느 관람객처럼 직원에게 물었다.
“화백은 어디 계시지?”
“아, 현재는 자리를 비우셨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십시오.”
공손히 대답한 직원은 아무 의심 없이 다른 직원들을 통해 화백이 어디에 있는지 알아봐 주었다.
“확인하니 뒤뜰에 계신다고 합니다.”
“고마워.”
나는 한지혁과 함께 곧장 뒤뜰로 향했다.
그런데.
‘저 사람은?’
한지혁도 발견했는지 내게 눈빛을 보냈다.
아까 본 포스 넘치는 귀부인이 이쪽으로 오는 것을 발견한 것이다.
‘가는 방향이 같은 것 같은데?’
우리는 슬쩍 걸음을 늦췄다.
다리가 긴 귀부인은 성큼성큼 걸어 금방 우리를 앞질렀다.
가는 방향이 같은 게 확실해졌다.
귀부인이 뒤뜰로 향한 것이다.
화백, 그러니까 황태후의 조카가 있는 뒤뜰로.
“야, 아무래도 저 노인이겠지?”
“그럴 수도 있고.”
나는 뒤뜰로 나가는 귀부인의 뒷모습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그때였다.
“어머!”
마침 뒤뜰에서 들어오던 젊은 여자와 포스 귀부인이 부딪쳤다.
“죄송합니다!”
사과하는 젊은 여자의 뒤로 귀엽고, 인자하게 생긴 귀부인이 따라 들어왔다.
행색을 보아 실수한 젊은 여자는 저 귀부인의 하녀인 모양이다.
귀부인은 포스 귀부인과 부딪친 제 하녀를 보더니, 상황을 파악했는지 입을 열었다.
“어쩌나. 미안해요. 에벤이…….”
“이 무슨 결례입니까! 이분이 뉘신 줄 알고!”
얼굴을 딱딱하게 굳힌 포스 귀부인 대신 그녀의 하녀가 길길이 날뛰었다.
한지혁이 중얼거렸다.
“아무래도 저 노인이 맞는 것 같은데.”
나는 말없이 그들을 지켜보았다.
포스 귀부인에 비해 상대 귀부인은 키도 작고 순해 보인다.
포스 귀부인의 하녀는 부딪친 하녀를 잡아먹을 것처럼 닦달했다.
작은 귀부인이 그 모습을 난감하게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제가 대신 사과하지요.”
그 말에 여태껏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던 포스 귀부인이 코웃음을 쳤다.
“그게 사과하는 태도인가?”
‘와. 무시무시하네.’
큰 키에 포스만 넘치는 줄 알았더니, 목소리까지 무시무시했다.
포스 귀부인이 턱을 치켜들며 오만하게 상대를 내려다보았다.
“예법을 모르는가? 허리 뻣뻣한 노인네라고 내색하고 다니면 안 되지.”
가려진 눈에선 안광이 번뜩일 것 같은 기세로, 그녀가 작은 귀부인에게 명령했다.
“다시.”
누가 봐도 포스 귀부인이 상대를 압도하고 있었다. 이 공방은 그녀의 승리로 곧 끝날 것처럼 보였다.
한지혁이 황급히 내게 속삭였다.
“완전히 사과하기 전에 끼어드는 게 낫지 않아? 여기서 황태후의 역성을 들며 체면을 세워주면 눈에 들 수 있잖아?”
가만히 보기만 하고 있으니 기회를 놓치는 것 같아 애가 타는 모양이다.
나는 한지혁의 말을 한 귀로 흘리며 조용히 사태를 지켜보았다.
귀여운 할머니의 하녀가 어쩔 줄 몰라서 발을 동동 굴렀다.
“부인, 죄송하지만─”
“어디서 천한 것이 끼어들어!”
휘익!
거친 바람 소리가 날 정도로 포스 귀부인이 매섭게 손을 치켜들었다.
그 순간, 나는 귀부인들에게 말했다.
“부인.”
갑작스럽게 끼어든 목소리에 포스 귀부인이 손을 치켜든 채 멈칫했다.
방해가 불쾌하다는 듯 턱에 잔뜩 힘을 주었던 것과 달리, 내 차림새를 확인한 그녀가 천천히 손을 내렸다.
“송구합니다. 멀리서 광경을 본지라.”
나는 제법 예의 바르게 말한 후, 몸을 돌렸다.
그리고 얼굴을 굳힌 채 상대를 바라보았다.
“손님이 많이 계신 데 이쯤에서 끝내시는 게 어떠실까요?”
헉!
저 뒤쪽에서 한지혁이 놀라자빠지려고 했다.
‘미쳤어? 왜 황태후한테 시비를 걸어!’
소리 없이 왁왁 움직이는 입술이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그럴 법도 했다.
내가 지금 눈 똑바로 뜨고 그만하라고 말하고 있는 상대는—
“어디 어린 계집애가 어른 말을 끊지?”
얼굴을 반쯤 가린, 한지혁이 황태후라 믿어 의심치 않는 노인이었으니까!
안 그래도 무시무시한 목소리가 이제는 아예 탁하게 갈라져 살벌할 지경이었다.
하녀에 이어 한참 어린 내가 자신을 막자 화가 머리끝까지 치솟은 모양이다.
‘하지만 어쩌지?’
나는 전혀 무섭지 않은데.
‘할아버지를 보고 자랐더니.’
공룡을 보고 자랐는데, 도마뱀이 무서울 리가.
나는 차분하게 입을 열었다.
“죄송합니다, 부인. 하지만 여긴 황궁에서 지은 미술관. 황제 폐하의 영역입니다.”
“뭐?”
“그러니 이곳에서 소란을 피우는 것은 좋지 않습니다. 보는 눈도 많고요. 부인을 위하는 좋은 뜻으로 드리는 말씀입니다.”
하지만 쫄지도 않고 할 말을 다 하는 내 모습이 포스 귀부인의 신경을 건드린 모양이다.
나를 노려보는 그녀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더니 곧 내게 손가락질을 했다.
“내가 기억해둘 것이야. 너와 노인네, 이름과 가문이 어떻게 되지?”
아이고야.
내가 입을 열려는 순간, 상황을 보고 있던 작은 귀부인이 내 앞을 막아서듯 앞으로 나왔다.
아주 부드럽고 온화한 목소리가 그녀의 입술에서 흘러나왔다.
“엘리자베트 칼소이에입니다.”
“……!”
“……!”
하지만 그 목소리가 불러온 파문은 엄청났다.
“뭐……? 엘리자베트, 칼, 소이에?”
천천히 이름을 곱씹은 포스 귀부인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하얗게 질렸다.
주변에서 흥미진진하게 이 소란을 구경하던 사람들도 한바탕 난리가 났다.
칼소이에.
제국의 국호를 성으로 쓸 수 있는 건 딱 한 가지 경우뿐이다.
‘황족일 경우.’
더불어 칼소이에의 성을 가진 자들 중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은 제국에 단 한 명밖에 없다.
엘리자베트 칼소이에.
‘이 나라의 황태후.’
상황 판단을 마친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기함하여 납작 엎드렸다.
물론 사과하라며 고압적으로 굴던 포스 귀부인도 마찬가지였다.
“광영을 누리소서!”
“광영을 누리소서!”
황태후가 자신의 동글동글한 뺨을 감싸며 한숨을 내쉬었다.
“조카의 전시회를 소란스럽게 할 생각은 없었는데.”
내게 미쳤냐고 했던 한지혁은 입을 떡 벌리고, 나와 황태후를 번갈아 쳐다보았다.
입 모양으로 묻지 않아도 무슨 생각을 하는지 뻔했다.
‘어떻게 알았냐고?’
나는 속으로 씩 웃었다.
‘에벤이라는 말로.’
“훌륭하십니다. 하지만 오늘은 이만 들어가시는 게 어떨까요? 곧 에벤(소나기)이 올 겁니다.”
에벤은 황태후와 동행한 하녀의 이름이 아니다.
나이 많은 황족들이 쓰는 옛 단어지.
‘내가 미켈란을 알아본 것도 그가 쓰던 옛 단어 덕분이니까.’
“어쩌나. 미안해요. 에벤이…….”
황태후가 에벤 때문에 미안하다는 것은, ‘소나기가 와 뒤뜰에서 급하게 들어오느라 부딪쳐서 미안하다’라는 뜻이다.
하녀가 끼어들어 말을 끊지만 않았어도 알 수 있었을 거다.
그 증거로 황태후의 옷에는 아직도 물기가 묻어있었다.
* * *
사과하라고 난리를 치던 귀부인이 카리스마와 포스를 모두 빼앗긴 듯 작아진 모습으로 사라지고 난 뒤.
황태후는 나를 보며 인자하게 웃어 보였다.
“도와줘서 고맙구나.”
“아닙니다. 조용히 보고 싶어 하셨는데 제가 괜히 나서서 더 곤란하게 했나 봐요.”
내가 공손히 말하자 황태후는 후후 웃었다.
“아니란다. 전시는 다 보았니? 괜찮으면 같이 구경하겠니?”
아까 평범한 관람객인 척하느라 다 본 지 오래였다.
하지만 나는 시침을 뚝 떼고 ‘와’하고 기뻐했다.
“그래도 괜찮을까요?”
“그럼. 나는 용감한 숙녀를 좋아한단다.”
황태후가 푸근하게 미소 지었다.
새삼스럽지만 참 인자하고 사랑스러운 인상의 귀부인이었다.
이렇게만 보면 그렇게 무시무시하다는 황태후라는 생각은 전혀 들지 않는데.
‘그래도 방심할 순 없지.’
나는 내 나이다운 천진한 미소를 지으며 황태후의 옆에 따라붙었다.
한지혁은 눈치껏 거리를 두고 따라왔다.
나는 황태후와 함께 회랑을 걸으며 그림 이야기를 했다.
“어머. 그 화집을 보았구나. 사학적 해석이 같이 있어서 아이가 보기엔 어려울 텐데.”
“단어들이 어렵긴 했지만, 그래도 열심히 공부하면서 봤어요. 무려 5년 동안 그린 작품을 모아둔 화집인걸요!”
“고이드 화백을 좋아하나 보구나.”
“네. 조금 투박하고 거칠다는 평도 있지만, 오히려 그게 화백의 매력이라고 생각해요.”
“어머나? 어쩜 내 감상이랑 똑같은지. 나도 그 정제되지 않은 터치를 좋아한단다. 우리 숙녀분과 취향이 맞는걸.”
“우와, 진짜요? 제 안목이 엄청 좋나 봐요! 폐하의 안목은 이 나라 최고이실 테니!”
눈을 동그랗게 뜨고 순진하게 말하자 황태후가 재밌다는 듯 후후 웃었다.
이게 바로 K-직장 스킬이라 이거야.
황태후가 점점 나를 마음에 들어 하는 것 같았다.
얼마쯤 후에 자신의 이야기도 털어놨으니까.
“나도 그림을 좋아한단다. 나는 그릴 줄 모르지만, 우리 어머니께서는 그림도 그리셨지.”
‘그래. 이 화제가 나와야지.’
나는 더더욱 천진하게 물었다.
“와, 저도 아는 그림이 있을까요?”
“아마 없을 거다. 그때는 여성 화가가 그렸다고 하면 재수 없다고 불태워지던 시절이었거든.”
저 과거의 어느 시절을 그리는 황태후의 눈빛이 아련했다.
나는 속으로 마른침을 삼키며 황태후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그래서 어머님은 집에서 많이 그리셨지. 어디 내보이진 않았지만 내겐 무척이나 소중한 그림들이란다.”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