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7)
이 3세는 악역입니다 7화.(7/390)
7화.
짹짹.
새소리에 잠에서 깬 나는 부스스 몸을 일으켰다.
벌써 해가 뜬 모양인지 아침 냄새가 난다.
몽롱했던 정신이 맑아지던 중에 난 흠칫했다.
여긴 내 침실이 아니었다.
황급히 주변을 둘러보았다.
익숙한 책상.
익숙한 벽지.
그리고 아스트라를 상징하는 날개 네 장의 까마귀가 새겨진 태피스트리.
‘할아버지 집무실이다……!’
내가 왜 여기 있지?
가만히 생각하자 어제 일이 떠올랐다.
울다 지쳐 잠들어 버린 거다.
……그것도 할아버지의 품에서.
‘할아버지가 여기로 데려왔나 봐.’
나는 사색이 되어서 주변을 둘러봤다.
집무실엔 나뿐이었다.
할아버지는 어디 간 모양이다.
그나마 다행인가.
소파에서 일어나려는데, 내가 있던 자리에 동그란 침 자국이 보였다.
엎드려 자면서 침을 흘린 모양이다.
허둥지둥 침 자국을 지우려 벅벅 문질렀다.
그러던 중에 방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일어나셨습니까?”
“콘라드!”
“잠자리가 불편하지는 않으셨고요?”
잘 땐 괜찮았다. 지금이 불편해서 문제지.
나는 우울한 얼굴로 말했다.
“나, 내 침대 조아.”
그러니까 내가 조연 페널티 때문에 또 울다 지쳐 잠들어도, 다음엔 방에 데려다줘…….
“방으로 모시려고 했는데, 조금만 닿아도 불편해하셔서요.”
옮기려고만 하면 칭얼거렸나 보다.
‘망했네, 망했어!’
성가시지 않으려고 했는데 최고로 성가셔져 버렸다.
난 겁먹은 얼굴로 콘라드에게 물었다.
“하부지는?”
“식당에 계십니다. 아가씨를 깨워서 데려오라고 하셨어요.”
“정말?”
“저녁도 못 드셔서 배가 많이 고프시죠?”
다행이다.
할아버지가 날 귀찮게 생각했다면, 식당에 부를 리 없었다.
천만다행인 상황이라 난 표정이 밝아졌다.
나는 콘라드의 손을 잡고 식당으로 향했다.
할아버지는 드뷔시 자작과 함께 식사 중이었다.
“안냐세요. (안녕하세요.)”
“……그래.”
“좋은 아침입니다, 아가씨.”
“녜!”
난 활짝 웃고 할아버지의 옆자리에 앉았다.
고용인들이 흠칫했다. 드뷔시 자작의 눈도 커져 있었다.
그러고 보니까 할아버지의 옆자리에 앉는 손주는 없었다.
할아버지가 상석에 앉으면, 전부 먼 끝쪽에 앉고는 했다.
혹시 날 불편해할까 싶어서 힐끗 쳐다봤다.
할아버지는 아무 말이 없었다.
‘그럼 됐지 뭐.’
자리에 앉으니 음식이 나왔다.
오늘 아침 메뉴는 프렌치토스트였다. 아이가 먹기 좋도록 조그맣게 잘려져 있었다.
난 신이 나서 포크를 들었다.
그리고 음식을 먹으려는데…….
‘응?’
할아버지의 접시에 음식이 거의 줄어들지 않은 게 보였다.
그의 메뉴는 커다란 스테이크였다.
겉면엔 윤기가 흐르고, 잘린 단면에 육즙이 잔뜩 베여 있는 게 아주 맛있어 보인다.
입맛이 없나?
그렇다고 하기엔 가니시로 곁들여진 샐러드는 다 비어 있었다.
‘아아, 먹는 게 불편한 거구나.’
아마도 치아나, 턱이 아픈 게 아닐까.
콘라드를 쫓아다닐 때 할아버지가 귀밑 턱을 매만지는 걸 본 것도 같다.
‘아픈 티도 못 내고, 고생이네.’
그렇지 않아도 상황이 복잡할 때, 아픈 내색까지 하면 하이에나들이 눈을 번뜩일 거다.
공작께서 노쇠했으니, 이제 훗날을 도모할 때라고.
나는 잠깐 고민했다.
그러곤 토스트를 포크로 쿡, 찔러서 할아버지에게 내밀었다.
“……!”
“……!”
“……!”
곳곳에서 숨을 들이켜는 소리가 들려왔다.
시중을 드는 하인들은 눈이 튀어나올 듯 커져 있었다. 콘라드와 드뷔시 자작도 놀란 표정이었다.
할아버지는 멈칫하고 날 쳐다봤다.
“뭐냐.”
“마시써. (맛있어요.)”
“…….”
할아버지가 건강해야 나도 위험하지 않지.
눈치로 보아 며칠 내내 풀떼기만 먹은 것 같다.
저 꼼꼼한 성격에 자기 상태를 사람들이 눈치채도록 메뉴를 바꾸라고 했을 리도 없고.
주변이 살얼음판처럼 조용해졌다.
다들 숨소리도 내지 않는 가운데, 드뷔시 자작이 헛기침했다.
“아가씨의 정성이지 않습니까.”
“…….”
“아니면 제가 먹을까요? 제게 주시겠습니까, 아가씨?”
“됐어.”
할아버지는 내가 준 토스트를 받아먹었다.
씹는 것으로 보아 역시 부드러운 프렌치토스트를 씹는 건 하나도 안 불편한가 보다.
나는 한 번 더 토스트를 내밀었다.
“또.”
“…….”
“얌얌.”
“…….”
할아버지가 한 번 더 받아먹었다.
드뷔시 자작은 어제처럼 미친 듯이 웃었다.
* * *
‘신경 쓰면서 먹었더니 더부룩하네.’
할아버지는 내가 준 토스트를 잘 먹었다.
아마 두 장은 족히 먹지 않았을까?
드뷔시 자작은 식사 내내 웃다가 기어코 할아버지에게 한 대 맞았다.
나는 콘라드의 손을 잡고 뽀짝뽀짝 주방을 나왔다.
콘라드가 다정하게 물었다.
“오늘은 뭐 하고 노실 건가요?”
“도소간 가꺼야. (도서관에 갈 거야.)”
“그림책은 없을 텐데요. 온실은 어떠세요?”
“도소간이 조아. (도서관이 좋아.)”
해야 할 일이 있으니까.
나는 속으로 음흉하게 웃었다.
‘이제 곧 할아버지 생일이잖아.’
다음 달 보름이 할아버지 생일이다.
큰 연회가 벌어지는데, 직계들에겐 매우 중요한 행사였다.
선물로 할아버지의 환심을 살 기회니까.
물론 내가 다른 직계들처럼 성물이나, 전설 속 보물을 바칠 능력이 있는 건 아니었다.
일단 난 돈 한 푼 없는 3살이니까.
‘하지만 내겐 <빙.흑.손>에서 본 정보가 있지.’
나는 콘라드의 손을 놓고 말했다.
“안넝!”
“예, 아가씨. 좋은 하루 되십시오.”
콘라드에게 팔랑팔랑 손을 흔들어 주고 곧장 도서관으로 향했다.
도서관은 식당에서 먼 곳에 있었다.
제 2관문을 통과해서 가야 했는데, 그 앞을 몬스터가 지키고 있어서 난 딱딱하게 얼어붙었다.
짐승형의 몬스터로, 털이 바늘처럼 딱딱하고 뾰족했다.
얼마나 큰지 앞발로 날 한 번만 후려쳐도 그대로 저세상에 직행할 것 같았다.
나는 벽에 딱 붙어서서 살금살금 걸었다.
막 관문을 통과하려는 순간.
“크르륵.”
깜짝 놀라서 그대로 굳어졌다.
난 얘가 제일 무섭다.
<빙.흑.손>에선 주인공 달리아가 얘 때문에 한 번 죽을 뻔했다.
달리아가 지나가는 길을 노려서 에릴로트가 이 애를 풀어 줬기 때문이었다.
그때 달리아를 사랑하는 친척 오라버니들이 우르르 달려오지 않았더라면, 죽었을지도 모른다.
‘결국 어깨 정도는 물어뜯겼었고.’
묘사가 얼마나 잔인했는지 모른다.
“크륵…….”
“멈머나, 쪼꼼만 지나가께……. (멍멍아, 조금만 지나갈게…….)”
“컹─!!”
“……!”
나는 얼른 오던 길로 되돌아갔다.
저놈의 멍멍이.
‘도서관 가야 하는데.’
할아버지의 선물로 ‘육체 회귀제’를 만들려면 자료를 모아야 한다.
육체 회귀제.
그건 육체 회귀라는 어마어마한 이름이 붙을 만큼 노인들에겐 꿈의 약이나 마찬가지였다.
아픈 치아에 엄청난 효과가 있으니까.
‘이 세계엔 틀니도 없어서, 늙으면 치아로 고생이지.’
그러니 나이 든 사람이라면 눈이 돌아갈 것이다.
물론 할아버지도 좋아할 터다.
아까만 해도 할아버지는 치아가 아파서 음식을 제대로 못 먹었지 않았는가.
‘육체 회귀제의 원료는 초록 라벤더야.’
물론 구하기 까다로운 식물이었다.
하지만 난 이게 이 근처에 있다는 걸 안다.
왜냐면 달리아가 성안에서 우연히 찾았으니까.
주인공 버프 덕이겠지만, 나한텐 좋은 일이었다.
‘도서관에 가서 서식 조건을 찾아볼 생각이었는데…….’
성안에서 조건이 맞는 곳을 찾으면 초록 라벤더가 있을 거다.
나는 끙, 신음하며 몬스터를 쳐다봤다.
눈 딱 감고 뛰어가 볼까?
무서우니까 어른이랑 같이 갈까?
콘라드나 하녀들이라면 같이 가 줄 텐데.
고민하던 찰나였다.
“뭐야.”
뒤에서 밉살맞은 소리가 들려왔다.
팔짱을 낀 여자애와 상급 고용인으로 보이는 여자가 함께 걸어오고 있었다.
여자의 목엔 커다란 펜던트가 걸려 있었다.
‘너스(귀족 아이의 유모)의 표식이다.’
여자애가 인상을 쓰면서 물었다.
“넌 뭔데 왜 직계만 들어갈 수 있는 제 2관문에서 얼쩡거리지?”
저 애가 누군지 금방 감이 왔다.
소설의 묘사와 완전히 똑같은 애였으니까.
빙글빙글 말려 있는 금발.
녹색 눈동자.
뺨에 있는 주근깨.
‘리앙틴.’
내 사촌 언니였다.
리앙틴은 인상을 찌푸렸다.
“내 말 안 들려?”
“아가씨, 제 2관문에 들어갈 수 있는 분이신 듯합니다.”
“뭐?”
제 유모의 말에 리앙틴이 인상을 확 찌푸렸다.
곧 입술이 삐뚜름하게 올라갔다.
“아.”
팔짱을 끼고 온 리앙틴이 오만하게 턱을 치켜들었다.
“더러운 피. 맞지?”
“나 앙 더러어. (나 안 더러워.)”
“뭐 하나 받아먹으려고 아양 떨고 다닌다면서. 거지새끼처럼.”
“…….”
“그게 더러운 거야.”
“…….”
“가문의 격을 떨어뜨리지 말고, 넌 주제에 맞는─”
마치 큰 가르침을 주는 것처럼 말하던 그 애가 멈칫했다.
코너 뒤에서 발소리가 들려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오, 아가씨들.”
드뷔시 자작이었다.
리앙틴의 표정이 단숨에 바뀌었다.
“드뷔시 자작~”
애교스럽게 자작을 부르곤, 생글생글 미소 지었다.
나에게 하던 행동과는 딴판이었다.
드뷔시 자작은 할아버지의 최측근.
가장 신임하는 봉신으로, 어떨 땐 직계보다도 높은 권한을 받곤 했다.
그러니 직계인 리앙틴이라고 하더라도, 드뷔시 자작에겐 잘 보이고 싶을 거다.
할아버지의 귀에 좋은 얘기가 들어가길 바라는 마음도 있을 거고.
“오랜만에 뵈어요.”
“예. 그간 잘 지내셨습니까?”
“아니요. 수련이 너무 힘들어서…….”
리앙틴이 입술을 비죽였다.
“한데 성엔 무슨 일이십니까. 외부 수련이 끝나고 휴식 중이셨을 텐데요.”
“곧 할아버님의 생신이잖아요. 선물을 준비하려고요.”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인 드뷔시 자작이 나를 쳐다봤다.
“놓고 가셨더군요.”
그러며 그는 내 손에 예쁜 돌을 쥐여 주었다.
어제 정원에서 주운 돌이다.
“고마씁미다.”
말하자, 드뷔시 자작이 부드럽게 웃었다.
“뭘요. 그보다 아가씨는 무슨 일로 여기 계십니까.”
“도소간 가 꺼야. (도서관에 갈 거야.)”
“어머, 그랬구나~ 그럼 같이 가겠니?”
리앙틴의 말이었다.
방금 전만 해도 더러운 피 운운하며 비웃던 얼굴이 지금은 천사 같아졌다.
그렇게 말한 리앙틴이 드뷔시 자작을 쳐다봤다.
“에릴로트는 오랫동안 12번째 탑에 있었잖아요. 성안은 잘 모를 테니 제가 도와주려고요.”
“사촌 간에 사이가 좋으니 보기 좋습니다. 하지만, 에릴로트 아가씨는 할 일이 있어서 이만 가 보셔야 할 듯합니다.”
“……저 애가 할 일이 있어요?”
“고대어를 읽어 주실 시간입니다.”
그러고 보니 어제는 방계들에게 인사받는다고 안 했고, 오늘은 할아버지를 살피면서 식사한다고 읽을 시간이 지나 있었다.
나는 “녜.” 하고 드뷔시 자작에게 갔다.
“안아 드릴까요?”
“나 혼자 걸어요.”
“씩씩하십니다.”
드뷔시 자작이 미소 짓자, 리앙틴이 말했다.
“저도 함께 가도 될까요? 할아버님을 뵙고 싶어요.”
“그러시죠.”
리앙틴은 “와아.” 하며 드뷔시 자작의 옆에 붙었다.
* * *
“서쪼에서 몰려온 모스터 토버자쩐이 시자되었다. (서쪽에서 몰려온 몬스터 토벌작전이 시작되었다.)”
“예, 아가씨. 오늘은 이 정도로 하죠.”
“녜.”
나는 읽고 있던 역사서를 테이블에 내려놨다.
“어머!”
리앙틴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역사서를 들었다. 그러곤 이리저리 살핀 후에 아주 살짝 내려놓았다.
“에릴로트, 이 고대 역사서는 원본이야.”
“…….”
“역사적 가치가 엄청난 책이니까 소중히 다루렴.”
그렇게 세게 내려놓지 않았는데?
평범한 정도였다.
리앙틴은 종알종알 말을 이었다.
“사실 이런 유물은 황궁에 귀속되어야 해. 그러니 이 역사서를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도 아스트라의 힘을 알 수 있는 거지.”
“벌써 그런 것도 아십니까.”
드뷔시 자작이 하하 웃자, 리앙틴은 신이 나서 말했다.
“이 책이 증조부께서 직접 할아버님께 물려주셨다면서요?”
‘헉.’
그 얘기가 나오자마자 나는 황급히 할아버지를 쳐다봤다.
언제나처럼 무표정이지만, 눈빛이 가라앉아 있었다.
저 책은 선대 공작이 할아버지에게 준 게 맞다.
정확히 말하면 그 많은 재산 중에 저거 딱 하나를 준 것이다.
역사서는 당시엔 한 줄도 해석할 수 없었던 이름뿐인 유물이었다.
이게 무슨 뜻이냐면,
‘아스트라라는 성을 가졌을 뿐인 버러지.’
─라는 거다.
그러니까 책을 준 건 네 처지를 항상 기억하라는 비정한 말이나 다름없었다.
그 일로 모두가 할아버지를 비웃었다.
할아버지가 형제들을 모두 도륙하고, 공작 위에 오를 때까지.
그 후로 사람들은 절대로 할아버지 앞에서 그 얘기를 꺼내지 않는다.
드뷔시 자작 또한 할아버지의 심기를 살폈다.
그러나 리앙틴은 눈치 없이 조잘조잘 떠들었다.
“이런 것을 받은 걸 보면 할아버지께선 젊었을 적에도 위대한…….”
“나비다!”
나는 얼른 말을 돌렸다.
그러고 의자에서 폴짝 뛰어내려서 창문 안으로 들어온 나비를 잡으러 갔다.
살금살금 걸어가서 나비가 있는 쪽으로 손을 확 모았다.
‘잡았다.’
12번째 탑에서 매일 혼자서 이러고 놀다 보니, 날개 달린 것을 잡는 건 거의 선수였다.
난 할아버지에게 다가가서 말했다.
“주께.”
“…….”
드뷔시 자작은 화제가 바뀐 것이 달가운 듯, 괜스레 말을 보탰다.
“나비에도 여러 가지 의미가 있다지요. 흰 날개를 가진 나비는 ‘평온’, 푸른 날개를 가진 나비는 ‘기적’…….”
“…….”
“노란 날개는 ‘거머쥔 영광’이란 뜻이 있습니다.”
나는 할아버지의 손 쪽으로 나비를 풀어 줬다.
할아버지의 손끝을 스친 나비가 날아올랐다.
노란 날개를 가지고 있었다.
“그래, 결국 거머쥐었지.”
“녜!”
내가 밝게 대답하니 할아버지는 픽 웃었다.
리앙틴은 입술을 꽉 깨물고 날 노려봤다.
한참 어른들 모르게 씨근거리던 그 애가 입을 열었다.
“저어, 할아버님.”
“그래.”
“제가 생신 선물을 준비하고 있답니다.”
대답 없는 할아버지 대신 드뷔시 자작이 대꾸했다.
“기특한 일이지요. 다른 분들도 생신 선물 준비에 열심입니다.”
“…….”
“가장 좋은 선물을 하시는 분께 보답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연회에 여흥이 될 겁니다.”
할아버지는 잠깐 침묵하다가 날 힐끗 쳐다봤다.
그러곤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나쁘지 않겠지.”
리앙틴은 매우 기쁜 얼굴이었다.
“와─! 열심히 할게요!”
그 애는 선물 준비를 하러 가 보겠다며, 할아버지에게 인사하고 방을 나섰다.
나도 드뷔시 자작과 함께 방에서 나왔다.
‘나도 선물을 준비해야 하는데…….’
도서관이 있는 제 2관문으로 가기가 너무 무섭다.
난 자작에게 살짝 말했다.
“책 조아요.”
“그림책을 가져다드릴까요?”
드뷔시 자작은 화제를 전환시킨 내가 고마운지, 아주 호의적이었다.
“식무도감 보고시퍼요.”
“식물도감이요? 아직 어려우실 텐데요.”
“애쁜 그림 많아.”
“예, 사람을 시켜서 찾아 드리겠습니다.”
신난다!
몬스터가 무서워서 어떻게 가야 하나 싶었는데.
‘대체 <빙.흑.손>의 에릴로트는 그 무서운 몬스터를 어떻게 풀어 준 거람.’
풀어 주려면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심지어 풀어 주고 난 뒤에 공격하지 않으리란 법도 없었다.
‘어쨌든 초록 라벤더에 집중해야지.’
드뷔시 자작이 보낸 하인은 책을 잔뜩 가져다줬다.
나는 방에 책을 쌓아 두고 며칠째 틀어박혔다.
그런데 이상했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식물도감부터 전설 속 식물을 기록한 책까지 다 뒤져 봤다.
하지만 어디에도 초록 라벤더 얘기는 없었다.
마치 그런 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