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70)
이 3세는 악역입니다 70화.(70/390)
70화.
난 블리젠을 쳐다봤다. 그의 고개가 점점 밑으로 떨어졌다.
마치 유혜민 시절의 나처럼.
눈에서 불똥이 튀는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잘못한 거 없으니까 고개 숙이지 마!”
“…….”
“환경은 결코 아이의 잘못이 아니야.”
“…….”
“네 부모가 너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는다고 해서, 넌 소중하지 않은 존재인 게 아냐.”
“…….”
“태어난 것만으로도 기적인, 아주 특별하고 귀한 존재인 거야.”
누구한테 하는 말인지는 알 수 없었다. 블리젠이었을까. 유혜민이었을까.
다만 한 가지 분명한 건, 저 말에 한 치의 거짓도 없다는 것이었다.
“그, 그래. 블리젠. 넌 아주 귀한─”
미친 노아리젠이 또 한 번 헛소리를 하려고 해서, 난 그의 손등을 콱 밟아주었다.
노아리젠이 버럭 소리쳤다.
“너, 이……!”
아무리 고신을 당했어도 성인 남자.
저 몸 상태로도 열 살짜리의 나 정도는 제압할 수 있으리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경비병은 괜히 있냐?’
관할성엔 아직 할아버지도 있고, 주인인 아빠도 있으며 무시무시한 쌍둥이도 있다.
거기다 내겐 몬스터도 있단 말이지.
‘라곤만 불러와도 거품을 물 놈이……!’
손 하나만 까딱해봐라.
내가 씩씩거리며 노아리젠을 쳐다보던 때였다.
블리젠이 입을 열었다.
“소리치지 마십시오.”
나와 노아리젠은 흠칫했다.
그의 목소리에 담긴 예기가 마치 할아버지나 아빠처럼 소름 끼치게 날카로워서.
“브, 블리젠, 어찌 아비를 두고 이따위 무도한 계집애를─!”
“아버지는 저를 사랑하신다면서 늘 모든 것을 제 탓으로 여기셨지만.”
“뭐, 뭐?”
“저 애는 그 어떤 것도 제 탓이 아니라고 말해주어서요.”
“책임지지 않으니까! 저 애는 널 책임지는 사람이 아니니, 그따위로 함부로 말할 수 있는 것이야! 블리젠!”
“아버지에게 책임이란, 자식을 학대하는 것입니까?”
그동안 블리젠이 노아리젠에게 얼마나 착한 아들이었는지 알겠다.
저 한 마디 대꾸한 것으로 노아리젠은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했으니까.
블리젠은 어버버 거리는 노아리젠에게 말했다.
“아버지의 사랑을 가까스로 끌어안고 있을 적엔 보이지 않던 것이, 놓고 보니 비로소 보입니다.”
“블리젠?”
“그것이 얼마나 얄팍하고, 가치 없는 감정이었는지.”
“아, 아들.”
“……해서.”
블리젠이 와들와들 떨고 있는 노아리젠을 무감한 눈으로 바라보았다.
“아버지가 항상 욕망 앞에서 저를 버리셨듯이, 이번엔 제가 아버지를 버리려 합니다.”
쿵!
노아리젠은 벼락이라도 맞은 얼굴로 블리젠을 쳐다봤다.
저 쓰레기는 아마도 블리젠이 자신을 구명해줄 거라고 여긴 듯했다.
자식을 제대로 사랑하지 않았음에도, 자식에겐 사랑을 요구하는 꼴은 얼마나 비열한가.
블리젠이 고저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안녕히.”
“블리젠!”
노아리젠이 고함을 내질러서 난 블리젠의 손을 잡았다.
“가자.”
“……응.”
나는 성질을 못 참고 노아리젠을 한 번 더 퍽, 차 주고 나왔다.
블리젠이 픽,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
.
노아리젠은 아침에 공작성으로 옮겨졌다.
큰 나무에 온몸이 꽁꽁 묶인 채로.
거리의 사람들에게 짱돌을 맞으면서.
그리고 딱 보름이 지났다.
노아리젠이 자결했다는 소식이 아스트라 장원에 퍼졌다.
죽을 때 노아리젠은 머리가 희게 세서 할아버지 같았다고 한다.
보름간 얼마나 지독한 꼴을 당했는지 알 법한 부분이었다.
* * *
노아리젠의 일이 끝났다.
블리젠은 그동안 우리 관할성에서 생활했다.
난 아침 일찍 일어나 병든 닭처럼 방을 나왔다.
“에고고…….”
아침은 너무 힘들어.
이보다 어릴 땐 아침에 벌떡 일어났던 것 같은데.
‘열 살인데도 힘이 들면 스무 살이 되어선 얼마나 힘들다는 거야?’
서른 살, 마흔 살은?
아침 일찍 일어나 출근하는 것만으로도 존경받아야 마땅하다. 정말…….
중정엔 블리젠이 먼저 나와 있었다.
내가 먼저 블리젠에게 인사했다.
“안녕. 블리젠 오라버니.”
“그래. 일찍 일어났네.”
“으응.”
나는 그대로 지나치려다가 “아.” 하고 블리젠을 잡았다.
“팔.”
나는 매일 같이 블리젠의 팔을 확인했다.
블리젠은 익숙하게 팔을 내밀었다.
나는 꼼질꼼질 그의 소매를 걷었다.
‘음. 많이 나았네.’
“약 빼먹지 말고 발라. 상처가 빨리 나아야 그런 나쁜 놈 생각도 안 나지.”
노아리젠을 빨리 잊어버리는 게 좋다.
블리젠은 쿡쿡, 웃으며 말했다.
“그래도 생각은 나지 않을까.”
“왜?!”
“이름부터가 사랑스러운 노아리젠이라 블리젠이니까.”
“…….”
블리젠이 내 머리를 쓰다듬고 지나쳤다.
난 그의 등을 계속 바라보고 서 있었다.
아이사 고모님은 착하고, 친절하고, 능력 있는 분이었다는데…… 남자 보는 눈이랑 이름 짓는 센스는 별로다.
그런데, 누가 다시 내 머리에 손을 얹었다.
고개를 돌리니 아빠가 보였다.
“아빠.”
“왜 그런 눈으로 블리젠을 보고 있지?”
아빠가 나와 함께 블리젠의 뒷모습을 보며 다정하게 물었다.
‘음…….’
블리젠의 일을 말할까 하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에요.”
괜히 말해 봐야 신경 쓰이기나 하지, 뭐.
이름을 바꿀 것도 아니고.
“아침 식사해요!”
“……그래.”
난 아빠의 손을 잡고 식당으로 향했다.
한차례 폭풍이 지나가고 공작성은 정리에 들어갔다.
일단 죽은 노아리젠의 재산을 모두 몰수하는 것부터 시작했다.
돈은 남은 것도 없지만, 한 가지 엄청난 게 있긴 했다.
‘<이동>의 가호석.’
<이동>의 가호석은 모두 노아리젠이 보관하고 있었다.
딱 하나가 탈로스 백작에게 있었는데, 그것도 회수해왔다.
하나에 저택 한 채는 우스운 보물이 무려 4개나 생긴 것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아이사 관할령 금고에 보관되어 있던 노트였다.
무려…….
‘가호를 사람에게서 추출하는 법이 적힌 노트니까.’
직계들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그런 게 있다면 정말 엄청난 것이 아닙니까!”
가호를 이것저것 추출할 수 있다면, 세계 제일의 마도 군대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다들 눈독을 들였으나, 그걸 상속받는 건 당연히 블리젠이다.
그러니 블리젠이 아스트라 장원의 폭풍의 핵이 된 건 당연한 일이었다.
* * *
아스트라 공작성 만찬장.
만찬장은 몇 년 만에 새로 정비되었다.
천장에는 몇 갠지 셀 수도 없이 수많은 다이아몬드가 콕콕 박혀있는 화려한 샹들리에.
아스트라의 직계들을 모두를 수용할 수 있는 거대한 테이블.
금으로 된 섬세한 문양이 잔뜩 수놓아져 있는 여섯 개의 육각기둥들.
‘와, 정말 화려해. 역시…….’
엄청난 위용을 자랑하는 만찬장의 위세에 나는 눈을 홉떴다.
‘역시 대륙 제일의 자금력이라니까.’
만찬장은 혈족들이 떠드는 소리로 왁자지껄했다.
그때, 5남인 실뱅 숙부가 은근한 목소리로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이제 블리젠은 어찌 됩니까?”
할아버지가 나이프를 쥔 손을 멈추고 힐끗, 실뱅 숙부를 쳐다봤다.
눈이 마주친 실뱅 숙부는 할아버지가 쥐고 있는 나이프를 보곤 어색하게 웃으며 말했다.
“부모 없이 살기에 블리젠은 아직 어리지 않습니까.”
“해서.”
“아내와 상의해보았는데, 조카를 홀로 두기가 마음 쓰이나 봅니다. 제가 블리젠을 거두면 어떨지─”
먼저 날름 선수 친 실뱅 숙부를 째려보고 있던 데콘스 숙부가 불쑥 끼어들었다.
“저희 부부가 낫습니다. 저희는 리앙틴 하나뿐이니까요. 리앙틴에게 형제가 생기길 늘 바라고 있었습니다.”
“그럼 오늘 밤 노력하시든지.”
실뱅 숙부가 조용히 읊조렸다.
“실뱅!”
“리앙틴이 세상 제일인 줄 아는 분들이 블리젠을 차별 없이 키우겠습니까?”
둘의 설전에 다른 사람들도 끼어들었다.
발데릭이 호탕한 척 하하, 웃으며 제일 큰 목소리로 말했다.
“무슨 소리들 하십니까. 블리젠의 어미인 아이사와 제가 동복 남매입니다. 당연히 제가 길러야지요.”
심지어는 바스티나 고모까지 참전하여 설전을 키웠다.
“빛나는 재능을 가진 블리젠과 남매가 될 아이라면 우리 설레네뿐이지요.”
저들에게 블리젠은 군침 흐르는 먹잇감이었다.
이 엄청난 능력.
<이동>의 가호석.
가호를 추출하는 방법이 적힌 노트.
블리젠만 데려가면 이게 다 손아귀에 들어오는 것이었다.
싸움은 점점 목소리가 커지며 격해졌다.
‘오늘도 난리 났네.’
나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식사에 집중했다.
디오네라의 어머니인 바실레 고모가 중재했다.
“제일 중요한 건 아이의 마음이지요. 블리젠이 결정하는 것이 어떨까 싶습니다.”
나쁘지 않은 제안이었다.
‘어쨌든 블리젠도 보호자가 생기는 쪽이 좋고.’
청소년이 혼자서 보물을 가지고 있으니, 2세들이 엄청나게 노려올 것이다.
할아버지도 고개를 살짝 끄덕이며 말했다.
“블리젠, 네가 선택해라.”
만찬장 안 사람들이 블리젠에게 시선을 집중했다.
식사하던 3세들 또한 고개를 들어 블리젠을 쳐다보았다.
2세들의 말을 다 들으며 고개를 수그리고 있던 블리젠은 천천히 입을 열었다.
“데이몬드 관할령에 가고 싶습니다.”
“……!”
“……!”
“……!”
다들 놀라 입이 떡 벌어졌다.
‘엥?’
데콘스 숙부가 입을 벙긋거리다가 겨우 말했다.
“브, 블리젠. 데이몬드 관할령엔 아이가 셋이나 있어. 심지어 발자크, 요슈아도 양자 입적되지 않았느냐.”
“그래! 안주인도 없으니 신경 써줄 사람이 없을 거다.”
발데릭 숙부도 거들었다.
다른 2세들도 저마다 한마디씩 보태느라 만찬장은 또다시 시끌시끌해졌다.
“데이몬드 형님은 업무가 과중하시다. 너까지 기를 여력이 없지.”
“다 너를 생각해서 하는 말이야, 블리젠.”
할아버지가 마시던 크리스털 잔을 탁, 하고 큰소리로 내려놓았다.
만찬장이 순식간에 조용해졌다.
“너희 자식들 중에 어미 없이 자란 에릴로트보다 서열이 높은 자가 있느냐.”
“…….”
“…….”
“…….”
“에릴로트와 발자크, 요슈아를 키운 것을 보면 데이몬드의 능력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서열 얘기가 나오니 다들 꿀 먹은 벙어리가 되어 한마디도 하지 못했다.
할아버지가 고개를 돌려 아빠를 쳐다보았다.
“데이몬드. 네 생각은 어떠하냐.”
“저는…….”
아빠는 나와 쌍둥이를 쳐다봤다.
우리 남매는 눈빛을 주고받았다.
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그러자 쌍둥이가 어깨를 으쓱했다.
“네가 그렇다면.”
“그래.”
쌍둥이의 의견이 일치되어서 난 아빠를 쳐다봤다.
“저희는 좋아요.”
아빠는 블리젠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겉으론 묵묵해 보이는 표정이었다.
하지만 꽤 오래 블리젠과 지낸 만큼 그가 약간 긴장 중이란 것을 아빠와 난 눈치채고 있었다.
아빠가 할아버지에게 말했다.
“데려가겠습니다. 저놈.”
블리젠의 눈동자가 가늘게 흔들렸다.
“그럼 블리젠은 데이몬드가 맡는 것으로─”
할아버지가 정리하려던 그때, 아빠는 한 마디를 덧붙였다.
“데려가는 김에 블리젠의 이름도 바꿔주십시오.”
‘어? 설마.’
얘기를 듣자마자 깨달았다. 블리젠도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아빠는 중정에서 나와 블리젠이 했던 말을 모두 들었던 것이다.
블리젠이란 이름을 쓰는 한 노아리젠을 떠올릴 수밖에 없을 거라던 그 말을.
‘알고 계셨구나.’
할아버지가 아빠를 힐끗 쳐다봤다.
“네 자식이니 내게 물을 일이 아니지. 너희 좋을 대로 해라.”
“하면 새로운 이름은 리시먼드로 하겠습니다.”
나와 쌍둥이, 심지어 블리젠까지 깜짝 놀라서 아빠를 쳐다보았다.
‘리시먼드가 무슨 뜻인지 우리는 다 아니까.’
쌍둥이의 친부인 리시안 숙부님.
나의 아버지인 데이몬드.
‘그 둘을 합쳐 리시먼드인 거야.’
발자크와 요슈아는 그래도 ‘아빠의 동복형제’의 핏줄이었다.
그러니 나와 쌍둥이는 엄밀히 따지면 블리젠보다 가까운 관계였다.
그래서 아빠는 블리젠에게 ‘리시먼드’라는 이름을 준 거다.
‘우리 사이에서 겉돌지 말라고.’
나는 아빠가 전혀 안 그렇게 생겨서 가끔 되게 다정할 때마다 멋있어 죽겠다.
할아버지는 아빠를 지그시 쳐다보았다.
그러고는…….
“그래.”
대답이 돌아왔다.
허락까지 떨어졌겠다. 나와 쌍둥이는 블리젠, 아니, 리시먼드를 쳐다봤다.
“잘 부탁해, 리시먼드 오라버니.”
“에릴로트의 손톱을 깎아주는 건 내 역할이야.”
“책은 제가 읽어줍니다.”
리시먼드는 눈을 나붓이 휘며 웃음을 터뜨렸다.
처음 보는 진짜 웃음이었다.
이렇게 나는 오라버니가 한 명 더 생겨버렸다.
쌍둥이와 달리 정상인 오라버니였다.
* * *
……라고 생각했는데.
나는 흐린 눈으로 내 앞에 뒷짐을 지고 선 네 남자를 쳐다봤다.
“뭔데?”
물었으나, 네 남자는 입을 꾹 다물고 조용했다.
나는 눈을 감고 관자놀이를 꾹꾹 누르며 말했다.
“말해봐. 왜 또 패싸움한 건데?”
그것도 리시먼드까지 포함해서?
발자크가 이번엔 진짜 억울하다는 표정으로 소리쳤다.
“스물셋이나 먹은 놈이 너한테 청혼장을 보내잖아! 미친놈이야!”
그건 진짜로 열 살인 내가 좋아서가 아니라, 데이몬드 관할령의 하나뿐인 영애기 때문이겠지.
‘어떻게든 혼맥을 맺어보려고.’
물론 나도 어이가 없긴 하다.
하지만 좀 조용히 정리할 수는 없었을까.
흑막 가문답게 저쪽 가문을 망하게 한다든가.
다시는 그따위 말을 못 하게 약점을 잡아서 평생 괴롭힌다든가 하는 거!
입술을 꽉 깨문 난 말했다.
“폴리론 공자 낭심 터뜨린 사람 조용히 손들어.”
리시먼드가 조용히 손을 들었다.
……이건 배신이야.
정상인 줄 알았더니!
* * *
그 시각, 공작성.
드뷔시 자작이 빙그레 웃으며 찻잔을 들었다.
이렇게 한가한 시간은 정말 오랜만이다.
일련의 사건들을 처리하느라 눈코 뜰 새 없는 나날이었다.
드뷔시 자작이 아스트라 공작을 힐끔 쳐다보며 말했다.
“이제 웬만한 일은 다 끝났으니, 여유도 좀 즐기시죠.”
공작은 드뷔시 자작의 말을 무시하고 서류를 넘겼다.
“쓸데없는 말은 됐고, 황제는 어찌 되었지?”
“<이동>의 가호석 얘기는 모른다고 잡아떼지요.”
“탈로스 백작은.”
“염전에 있습니다.”
탈로스 백작가에선 그를 애타게 찾고 있지만.
‘찾기 어려울 것이다.’
정신이 아예 나가서 제가 누군지도 모르게 되었는데, 어떻게 찾겠나.
드뷔시 자작이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노아리젠 재산 몰수도 해결됐고.
블리젠, 아니 리시먼드의 입적 건도 해결됐고.
드뷔시 자작은 차를 한 모금 맛보았다.
‘아주 좋아.’
날씨도 좋고, 바람도 좋고.
블리젠, 아니, 리시먼드와 관련된 사건 때문에 공작성은 24시간 비상이었다.
그렇게 바쁠 수가 없었다.
아랫놈들이 올린 사직서를 죄다 반려하느라 힘들었다. 정말로.
다시 말하지만, 이 여유란 정말…….
이제 바빠서 못 갔던 낚시를 갈 수 있겠지.
지난번에 구매한 낚싯대의 포장을 벌써 4개월째 못 풀었다.
낚시도 가고, 잠도 좀 자고, 사직서 더미는 불태워버리고…….
드뷔시 자작이 흐뭇한 미소를 짓고 있던 그때였다.
똑똑똑!
다급한 노크가 들려왔다.
아주 불길한 예감이 드는 소리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