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81)
이 3세는 악역입니다 81화.(81/390)
81화.
아스트라 장원.
아스트라의 혈족이 대회의실에 모였다.
4남 발데릭은 창문을 보고 선 부친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빌어먹을.’
도대체 의중이 어떤지 알 수가 없었다.
풍요제의 그날, 에릴로트의 몬스터가 용으로 변화했다.
강철 까마귀가 용으로 변한다니. 듣지도, 보지도 못 한 일이었다.
이에 대한 사람들의 의견은 여럿으로 나뉘었다.
-강철 까마귀가 용으로 변화한 것은 우연의 산물이다
-풍요제의 신묘한 힘이 강철 까마귀를 용으로 만들었다.
-에릴로트 아스트라가 마물을 용으로 변화시킨다.
마지막 의견이 제일 큰일이다.
발데릭 만큼 성질 급한 5남 실뱅이 소리쳤다.
“이리 큰 일이 벌어졌는데, 어찌 가만 보고 계십니까, 아버님!”
실뱅은 거칠게 테이블을 두드리며 말을 이었다.
“다른 것도 아니고 용입니다. 용이요!”
용이 어떤 존재인가.
인간이 토벌할 수 없는 몬스터.
신의 영역에 가까운 존재.
전세계를 통틀어 셋밖에 남지 않은 진귀한 생명체.
그런데 여기서 새로운 용이 등장한 것이다. 그것도 인간의 손에 길들여져서……!
실뱅이 인상을 찌푸렸다.
“데이몬드 형님은 뭐라십니까. 예? 이 난리가 났는데 대체 왜 코빼기도 비추지 않고 있는 거냐고요.”
발데릭이 입매를 비틀었다.
“황도에 저택을 보러 가셨단다. 그 대─단하신 따님과 함께.”
“미쳤군. 아버님! 당장 데이몬드 형님을 불러들이셔야 합니다. 에릴로트를 그리 내돌려선 안 됩니다.”
발데릭은 동생 실뱅과 쿵짝이 맞아서 떠들었다.
“에릴로트처럼 강대한 힘을 가진 아이를 밖에 내돌려서 빼앗긴다면요?”
“무엇보다 왜 아직 에릴로트를 데이몬드 형님이 데리고 있는 거죠? 그만한 힘이라면 응당 가문에서 소유해야─”
디오네라의 모친 바실레가 인상을 찌푸렸다.
“어찌 사람을 물건처럼…….”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습니까, 누님. 저도 발데릭 형님과 데콘스 형님의 말에 동의합니다. 솔직한 말로…….”
공작의 막내아들 헤르난이 인상을 찌푸렸다.
“데이몬드 형님의 저의가 의심되지요. 안 그렇습니까? 먼저 아버님께 에릴로트를 데려와서 ‘이런 힘은 아버님께서 관리하시는 게 맞다’ 하고 고개를 숙여야지요.”
대부분의 2세들이 데이몬드에게서 에릴로트를 데려와야 한다 소리쳤다.
그 힘이 어떤 힘인데.
발데릭과 실뱅이 투덜대는 와중에, 누군가 말했다.
“이야, 이거 에릴로트의 위상이 전과는 완전히 딴판이로군요. 그 애의 눈 밖에 난 사람들은 좀 괴로우시겠습니다.”
하하하!
농담을 하면 웃었을 때였다.
에릴로트를 무시하던 2세들의 안생이 창백해졌다.
‘자, 잠깐…….’
만약 에릴로트가 앙심을 품었다면?
에릴로트를 도둑으로 몰았던 발데릭.
선황녀 사건 때 그 애를 힐난하던 실뱅.
그리고 더러운 피라며 무시하던 자들의 안색이 희멀게졌다.
그들은 동시에 떠올렸다.
에릴로트가 산처럼 커져서 크아아아악! 울부짖으면 불을 뿜는 모습이.
‘힉!’
데콘스가 마른침을 삼켰다.
“에릴로트가 3살 때 리앙틴을 밀쳤다고 화를 냈었는데…… 아니, 그래도 이제 둘이 친한데! 저를 어쩌진 않겠죠? 그쵸?”
.
.
회의가 파하고 2세들은 허둥지둥 달려갔다.
개 중에 통신석을 잡고 소리치는 자들도 있었다.
[무슨 소리를 하는 거예요, 당신.]“그러니까 로네이나가 에릴로트와 친하지 않으냐고! 친하게 지내라 그래. 아니, 지금 황도로 보내!”
[대체…….]회의장에 남아 그 모습을 지켜보던 드뷔시 자작이 고개를 저었다.
“용이라니. 꿈이라도 꾸는 것 같습니다. 공작님. 이제 어찌하실─”
그러며 공작을 쳐다봤다.
그런데,
“크하하하핫!”
─그는 생전 처음 보는 표정으로 웃고 있었다.
“공작님?”
“뭐 하나 제대로 해낼 아이라고 생각했지! 그래, 알았단 말야! 내 핏줄이 아니냐!”
공작의 통신석은 불이 나고 있었다.
황제와 제 사이에서 저울질 하던 놈들이 납작 엎드리기 시작한 것이다.
물론, 어떻게든 에릴로트를 한 번 보겠다는 일념으로.
* * *
황도에 위치한 데이몬드 저택.
[……해서 회의는 흐지부지되었습니다.]나는 콘라드에게서 아스트라 장원의 상황을 전부 전해 들었다.
“하!”
저절로 코웃음이 나왔다.
혈족들 쪽에서 나를 두고 그런 논의가 있을 줄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그 욕심쟁이들이 용을 가지고 그냥 둘 리가 없지.
그래서 우리가 도망치듯이 제도로 온 것 아니던가.
‘혈족들이 날 가문 단위로 ‘소유’하려고 할까 봐.’
옆에서 함께 이야기를 듣고 있던 한지혁이 불쾌하다는 듯 미간을 찌푸렸다.
“그냥 그 새끼들 전부 라곤으로 쓸어버리지 그래.”
그게 되겠냐.
나는 흐린 눈으로 한지혁을 바라봤다.
콘라드에게도 그 말이 들렸는지 통신석 너머로 한숨이 들려왔다.
“왜, 뭐. 왜 그런 눈으로 봐?”
“그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란다.”
나는 쯧쯧, 혀를 찼다.
용의 힘으로 가문과 전쟁한다?
그래, 거기까진 좋다.
그러면 그 후에는?
‘세상 사람들이 모두 나를 무서워하겠지.’
황실도.
다른 귀족 가문도.
두려움은 은연중에 날 공공의 적으로 만들 것이다.
‘그렇게 되면 결말은 뻔하지.’
그러니 기각.
나는 척, 팔짱을 끼고 콘라드에게 물었다.
“그래서 누가 날 가문에서 소유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발데릭 님, 실뱅 님, 헤르만 님, 그리고 바스티나 님도……!]콘라드 일러바치듯 이름을 줄줄 읊었다.
아무래도 공작성에서 그딴 주장을 계속 듣다 보니 속이 터져 죽는 줄 알았나 보다.
‘하긴, 나도 전해 듣는 것만으로도 뒷골이 당겨오니.’
직접 그 말을 다 들었을 콘라드는 오죽하겠는가.
[아주 개소리로 열변을 토했습니다.]“그래, 그래. 듣느라 고생했겠다.”
나는 콘라드를 위로하며 생각했다.
‘발데릭, 실뱅, 헤르만 그리고 바스티나라 이거지?’
놀랍지도 않은 목록이었다.
나는 전부 머릿속에 꼭꼭 입력했다.
감히 그딴 생각을 하다니.
‘그것들 다 죽었어.’
“아, 할아버지 쪽에선 별말 없으신 거지?”
[그렇습니다.]오케이. 일단 그거면 됐다.
“알겠어. 앞으로도 상황을 전달해줘.”
[알겠습니다.]그 말을 끝으로 나는 통신을 종료했다.
내가 통신하는 내내 기다리고 있던 한지혁이 테이블 툭 쳤다.
테이블 위에는 초대장이 그야말로 산처럼 쌓여 있었다.
“다 네 거다.”
으윽.
귀족들은 초대장이 오면 다 답장해줘야 한다.
가든 안 가든 상관없이 답을 하는 게 예의였다.
‘보통은 유모의 역할인데.’
귀족의 유모는 17세까지 아이의 일을 대행해준다.
하지만 나는 지금 유모가 없다.
그 말은?
내가 이 초대장의 답장을 전부 다 써야 한다는 거지.
“이걸 언제 다 해…….”
“힘내라.”
말은 위로하고 있지만 한지혁의 입꼬리는 올라가 있었다.
고소하다는 듯이.
‘저 자식이.’
나는 입을 툭 내밀며 테이블 위에 뺨을 댔다.
‘아무래도 이런 일을 대신해줄 사람이 필요해.’
중요한 일도 아니고 단순 노동이니 내 시간도 아까웠다.
그리고 초대장이 점점 많이 오면 많이 왔지, 줄어들진 않을 것이다.
‘그래, 유모를 구해야겠어.’
나는 고개를 번쩍 들었다.
* * *
유모는 당장 구할 수 없고 초대장의 답장은 빠르게 보내야 했다.
결국 내가 답장을 전부 다 마치고 나자 밖은 깜깜하게 어두워져 있었다.
어느새 밤이 된 것이다.
아빠와 오빠들은 피곤에 절여진 표정으로 저택에 돌아왔다.
황도에 올라오자마자 주변에서 엄청나게 시달린 것이다.
하긴, 귀족들이 그들을 가만히 놔두겠는가.
황금 동아줄이 돌아다니는 것과 마찬가지인데.
어떻게든 잡으려고 하겠지.
“장원이 더 편했어.”
발자크가 소파에 털썩 앉으며 한숨처럼 말했다.
아스트라 장원에 있을 때는 우리에게 초대장 같은 게 오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그도 그럴 것이, 대체 어떤 방계가 직계를 초대하겠는가.
그건 마치 리앙틴이 황태후를 자기 파티에 초대하는 것과 같은 일이었다.
‘직계들끼리나 초대장을 주고 받았는데……. 우린 해당 사항이 전혀 없었지.’
데이몬드 관할령 놈들은 싸가지 없다고 파티에 초대를 안 했으니까.
덕분에 정말 편했다.
“무슨 클럽 초대가 이렇게 많냐고. 황도 귀족은 밥 먹고 클럽만 다녀?”
발자크가 짜증을 부리며 억지로 받은 초대장 무더기를 들어 올렸다.
여자애들이 살롱에서 논다면, 남자애들은 보통 클럽에서 놀았다.
그는 초대장 봉투에 적힌 클럽을 하나하나 읽기 시작했다.
“승마 클럽, 당구 클럽, 포커 클럽, 펜싱 클럽…… 토끼를 따뜻하게 지켜보는 클럽? 미친 거야?”
발자크가 왈칵 역정을 내며 초대장을 패대기쳤다.
요슈아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독서 클럽, 필사 클럽, 마법 연구 클럽…… 차남들의 권익 상승 도모 클럽?”
요슈아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나는 차남도 아닌데 대체 왜 이딴 초대가 오는 거야.”
어이없다는 듯 중얼거리는 그를 보니 웃음이 나왔다.
그리고 리시먼드는…….
나와 눈이 마주친 리시먼드가 재빨리 초대장을 등 뒤로 숨겼다.
발자크는 그 모습을 놓치지 않았다.
“뭐야? 무슨 이상한 클럽이 있길래?”
그가 리시먼드의 손에서 초대장을 휙, 뺏었다.
그리고 빠르게 초대장 봉투에 적힌 글을 읽었다.
“당신의 아기 고양이가 되고 싶은 캐서린 J?”
“…….”
“뭐야, 클럽 초대장이 아니었네?”
“줘.”
리시먼드가 미간을 찌푸리며 경고하듯 말했지만, 발자크는 오히려 재밌다는 듯 히죽 웃었다.
“싫은데~?”
발자크는 그대로 도망을 치기 시작했다.
“야!”
리시먼드가 발자크를 잡기 위해 뒤쫓았으나 요수아가 은근슬쩍 리시먼드를 방해했다.
그러는 사이 발자크는 편지 꺼내서 읽기 시작했다.
“에버릿 거리 근처에서 당신을 보았을 때 저는 운명의 데스티니 느꼅답니다. 아아, 그 루비 같은 눈동자. 보자마자 알았지요.”
“닥쳐!”
“세상에 상처받아 마음을 닫은 당신……. 아기 고양이처럼 연약한 마음을 가진─ 형, 아기 고양이야?”
발자크가 낄낄거리며 물었다.
“내놔!”
슉, 팟!
한순간 리시먼드의 신형이 사라지더니 발자크의 앞에 나타났다.
“어어?”
리시먼드가 발자크에게서 편지를 빼앗았다.
그리고.
촤아악, 촥!
갈기갈기 찢어 형체도 알아볼 수 없게 만든 다음 벽난로에 던졌다.
편지였던 것은 한순간에 재가 되어 사라졌다.
그 모습을 본 요슈아가 쿡, 하고 웃음을 흘렸다.
“아기 고양이.”
리시먼드가 짜증 난 얼굴로 이 일의 원흉인 발자크를 노려봤다.
발자크는 실실 웃으며 어깨를 으쓱였다.
“너, 수련장으로 따라 나와.”
“어이구, 무서워라. 무서운 아기 고양이시네~.”
“……죽고 싶냐?”
리시먼드와 발자크가 투닥거리기 시작했다.
무력이 장난 아닌 애들이 그러니까 정신이 하나도 없다.
상석에 앉아 계시던 아빠가 눈살을 찌푸렸다.
“정신 사납게 하지 말고 앉아라.”
아빠의 말에 발자크가 어깨를 한 번 으쓱이더니 자리에 앉았다.
아빠가 리시먼드를 향해 말했다.
“너도. 아기 고양이.”
“…….”
으드득.
‘우와……. 이빨 다 나가겠다.’
이 가는 소리가 어찌나 살벌한지 리시먼드의 치아 건강이 걱정될 정도였다.
‘그나저나 리시먼드가 이러는 건 처음 보네.’
그건 다들 마찬가지였는지 곁에서 시중을 들던 미켈란이 쿡쿡 웃음을 흘렸다.
슬쩍 주변을 살피니 미켈란이 구한 다른 하인들 역시 하인들도 소리 없이 웃고 있었다.
리시먼드도 그걸 의식했는지 귓가가 새빨갛다.
나는 박수를 짝짝 쳐서 상황을 정리했다.
“형아를 놀리면 안 되잖아, 발자크, 요슈아.”
“놀리는 게 아니고…….”
내 지적에 발자크가 쩔쩔매며 변명하기 시작했다.
“놀리는 게 아니면?”
“어, 음… 노는 거지, 노는 거.”
발자크와 달리 요슈아는 반성했다는 듯 부드럽게 미소 지으며 말했다.
“응. 미안.”
아스트라 장원의 미친 망아지라고 불리는 쌍둥이들이 나한테는 한없이 얌전했다.
요슈아의 사과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아빠를 바라보았다.
“아빠두요.”
“미안하다, 리시먼드.”
아빠는 망설임도 없이 냉큼 리시먼드에게 사과했다.
결국 리시먼드는 어쩔 수 없다는 듯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날 보고 미소 지었다. 아주 부드럽고 따뜻한 미소였다.
“고마워, 에릴로트.”
“이 정도 가지고 뭘. 아기 고양이.”
“…….”
풉. 쿡. 푸핫!
주변 여기저기서 억누른 웃음이 산발적으로 튀어나왔다.
리시먼드는 뭐라고 하진 못하고 해탈한 얼굴로 한숨을 내쉬었다.
미안.
그치만 너무 재밌는걸!
리시먼드는 아예 주제를 바꾸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는지 아빠에게 말했다.
“에릴로트에게 유모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유모?”
“예. 이제 사교 활동을 할 텐데, 우리는 안주인도 없고요.”
나도 마침 오늘 유모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긴 했다.
‘그렇게 온종일 답장만 쓰는 건 사양이야.’
어찌나 글씨를 많이 썼는지 아직까지도 손목이 아팠다.
아빠도 타당하다고 생각했는지 “흠…….” 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미켈란, 에릴에게 붙여줄 만한 유모가 있는지 네가 인선해 봐라.”
아빠의 명령에 미켈란이 고개를 숙였다.
“안 그래도 보고드릴 생각이었는데, 공작님께서 아가씨의 유모를 추천해주셨습니다.”
“아버지께서?”
“예. 어떤 분인지 보니 황궁 시녀 출신이라 귀족들 사이에서도 유명한 부인이더군요.”
오, 그런 사람이면 확실히 도움을 받을 수 있겠는데?
황실에 대해서도 잘 알 테고, 귀족들 간의 파벌에 대해서도 잘 알 테고 거기다 예법은 수준급일 테니 딱이었다.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건지 아빠도 고개를 끄덕이셨다.
“괜찮군. 그럼 네가 한 번 만나 봐라.”
“예.”
“이름은?”
“아샤 부인입니다.”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