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83)
이 3세는 악역입니다 83화.(83/390)
83화.
마른 여자는 짜증이 잔뜩 난 얼굴로 내게 쏘아붙였다.
“…….”
난 잠시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 골목 들어오자마자 바로 앞에 있으니까 부딪치지.’
코너엔 서 있으면 안 되는 거 몰라?
여기선 엘리베이터 탈 때 사람이 내리고 타야 한다는 것처럼 당연한 규범이잖아!
마른 여자의 손가락엔 궐련이 들려있었다.
‘흡연하려고 골목에 들어왔구나.’
뭐, 상관은 없지.
그런데…….
‘엥? 카넬레도 궐련을 피우네.’
카넬레의 손가락에도 권력이 아슬아슬하게 걸려 있었다.
흡연이야 개인의 기호지만, 애 키우는 사람이 흡연하면 좀 그렇지.
물론 애가 없는 곳에서야 괜찮지만.
근데 이력서에는 흡연 안 한다고 했잖아?
이걸 뭐라고 해? 싸울 수도 없고.
내가 대답하지 않자 마른 여자가 빽, 하고 소리 질렀다.
“사과는 해야지!”
“아니, 근데!”
“괜찮아.”
뒤에서 한지혁이 나서려는 걸 내가 말렸다.
‘어휴.’
일 크게 만들진 말아야지. 싸우러 나온 건 아니니까.
“코너에 서 계신 지라 못 봤어요. 죄송합니다.”
“뭐? 참나.”
여자가 헛웃음을 터트렸다.
‘응? 내가 말을 잘못했나?’
마른 여자의 얼굴이 좋지 않은 것을 보자 내 화법을 꼬아 들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그저 왜 부딪히게 되었는지 설명한 것이었는데…….
“아아. 그래서 내 탓이다? 사과는 옛다, 받아라! 하고 적선하는 거고?”
아니, 적선이라니.
그렇게까지 꼬아 들으면 어떡해…….
나는 진심으로 당황했다.
내가 돌려 까는 사교계 화법을 사용한 것도 아니고, 정말 설명을 하려는 의미였기 때문이다.
‘물론 한지혁이 화내려고 한 것도 있어서 속이 상할 수는 있지만.’
진짜 사과였는데 약간 속이 상했다.
한지혁이 내 뒤에서 “허! 허!”하고 헛웃음을 참고 있었다.
한번 내가 말렸으니 더 말하진 않겠지만, 어이가 없다는 뜻이었다.
옆에 있던 카넬레가 마른 여자의 팔을 잡으며 말렸다.
“그만해. 차림 보니 귀족인데.”
“귀족은 무슨. 저쪽 남자 조끼를 봐.”
한지혁이 입은 조끼를 말하는 듯했다.
‘그래도 저거 예쁜데…… 면도 고급이고.’
주머니 달린 조끼는 귀족들이 입지 않는다.
귀족들은 언제나 고용인들을 대동하고 다니기 떄문에 주머니에 뭘 넣을 일이 없기 때문이다.
반면에 하인은 뭘 넣고 다닐 일이 많기 때문에 필수적으로 주머니가 달린 옷을 입는다.
모시는 귀족의 손수건이라던지, 필수로 먹어야 되는 약이라던지, 부채라던지, 열쇠라던지.
챙겨 다닐 게 어찌나 많은지!
마치 내가 어릴 때 작은 가방을 들고 다닌 것처럼, 하인들은 주머니가 많은 옷을 입는 것이다.
한지혁도 귀족은 아니니 이런 조끼 입고 있고.
그래서 어떤 귀족들은 하인을 ‘빅포켓’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사람 취급을 하지 않는 것이다.
‘아. 한지혁이 나한테 반말하니까 내가 귀족 영애가 아니라고 생각하는구나.’
참 상황 판단이 빠르네.
이것도 고용인들 사이에서 필요한 일종의 덕목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음. 그렇지만…….’
그때.
짤각. 치이익.
카넬레가 궐련에 불을 붙이고 숨을 내쉬었다.
“후우우―”
‘이 아줌마가 애 앞에서……? 아니, 지금 일부러 우리 쪽으로 연기를 뿜는 것 같은데?’
좋은 폐활량을 자랑하듯 궐련 연기를 길게, 잔뜩 내뿜은 카넬레가 궐련 가루를 바닥으로 톡톡 털며 말했다.
“애기들아. 공손히 사과하고 가라. 가뜩이나 기분도 안 좋은데.”
마른 여자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카넬레에게 시선을 돌렸다.
“왜 기분이 안 좋아?”
“아까 카렌 말이야. 자기 주제도 모르고 귀족가 유모로 일하겠다잖아. 하여간에 좀 괜찮아 보이면 개나 소나……. 보고 있으면 웃기다니까?”
와, 충격.
“조엘 그 계집애도 진짜. 하! 제깟 게 그런 남자한테 가당키나 해? 큰 포목점 주인? 어이 없어.”
“한번 들이대보라더니?”
“풋. 그걸 믿었어? 그렇게 주제 파악 못하는 기집애들은 대차게 까여야 헛꿈을 안 꾸지.”
말 한 마디 한 마디마다 비웃음이 철철 넘쳐 흘렀다.
카넬레가 한쪽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궐련을 다시 입에 물었다.
그 모습을 본 한지혁과 난 시선을 교환했다.
‘야. 이건…….’
‘고민할 것도 없다. 아니네.’
내 눈빛 대답을 읽은 한지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가자.’
‘그래.’
그래도 헛걸음은 하지 않은 셈이다.
이 대화를 듣지 못했더라면 나는 기뻐하며 카넬레를 고용했을 테니까.
‘큰일 날 뻔했다. 휴.’
역시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옛말이 맞다.
절레절레.
고개를 살짝 저으며 골목을 뒤돌아 나가려는데 마른 여자가 소리쳤다.
“야, 너! 사과하라니까!”
그리고 타다닥! 뛰어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이게 어른이 말하는데 건방지게!”
콱!
마른 여자의 강한 악력이 내 어깨를 잡고 억지로 돌려세웠다.
‘윽!’
아니, 대화는 그렇다 치고.
열 살밖에 안 된 어린애한테 이런 짓을?
“당신!”
한지혁이 미간을 왈칵 찌푸리며 내 어깨를 잡은 마른 여자의 손목을 세게 낚아 챘다.
“악! 뭐야?”
“누가 먼저 잡았는데.”
한지혁이 마른 여자의 손을 내팽개치자 여자가 한지혁을 확 밀쳤다.
“아, 진짜.”
한지혁은 짜증이 잔뜩 난 얼굴인데 어떻게 하질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잘못 경비대라도 오면 오해 사기 딱 쉬웠으니까.
한지혁이 제대로 대응도 못하고 속으로 화를 참는 모습을 지켜본 나는 기가 막혔다.
‘아, 여기서 더 참으면 호구지.’
승질이 확 올라왔다.
나는 마른 여자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했다.
“사과는 당신이 해야겠지. 멋대로 나를 잡아 채고, 내 일행을 밀치고. 그쪽이 사과하면 관대히 용서할게.”
“뭐? 하, 이 미친 꼬맹이가 뭐라는 거야. 어이가 없네.”
“이리 나와.”
카넬레의 말이었다.
궐련을 바닥에 툭, 하고 내던진 카넬레가 마른 여자를 제치고 내게 다가왔다.
건들건들.
걸음걸이부터 아주, 대단한 포스가 느껴졌다.
일진 포스가.
카넬레는 내게 와서 몸을 살짝 숙이고 픽 웃었다.
툭, 툭.
손가락으로 가볍게 내 뺨을 툭툭 건드리며 상냥한 어조로 빈정거렸다.
“얘야. 어른한테 그렇게 대들면 되겠니? 아주 나쁜 아이구나. 아주 건방지고, 되바라졌어.”
“…….”
“그리고 난 되바라진 아이를 아주 싫어해.”
나는 입꼬리를 올리며 말하는 카넬레를 뚫어지게 바라보기만 했다.
내가 아무말도 하지 않자 카넬레는 더 의기양양해졌다.
내가 그녀의 태도에 쫄아붙었다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
“내가 가르쳐줄게. 어른에게 사과는, 바로 이렇게― 하는 거야.”
이렇게―
라고 말하면서 카넬레는 내 뒷통수를 잡고 꾸욱 바닥을 향해 눌렀다.
카넬레의 힘에 내 고개는 푹! 하고 아래로 꺾였다.
한지혁이 놀라 고함을 내질렀다.
“이게 뭐 하는 짓이야!”
그러면서 카넬레의 손을 확 끌어당겼다.
손을 잡힌 카넬레가 기다렸다는 듯 가냘픈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꺅! 왜 이러세요!”
그때 뒤에서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하는 새끼야!”
뒤를 돌아보자 사람들이 어느새 우글우글 모여든 사람들이 보였다.
건들건들한게 하나같이 산적 페이스를 하고 있다.
덩치도 크고, 딱 봐도 한 가락 할 것처럼 생긴 남자들이었다.
마차를 타고 지나가면서 봐도 사회의 밝은 부분에서 살 것 같진 않은 남자들이네.
카넬레가 한지혁에게 잡혔던 손목을 부여잡고 숨을 격하게 쉬었다.
꼭 훌쩍거리는 것처럼.
그러곤 슬프고 간드러지는 목소리로 남자들을 불렀다.
“흑. 왜 이제 오셨어요 오라버니들~!”
엄마야.
왜 여기서 궐련을 피고 있나 했더니, 저 남자들 기다리고 있었나 봐.
* * *
저벅저벅.
눈을 무섭게 뜬 남자들이 점점 우리에게 다가왔다.
호다닥.
나와 한지혁은 다가오는 남자들에게 쫓겨서 골목 안까지 한 걸음씩 뒷걸음질 쳤다.
한지혁은 나를 몰래 툭, 치며 속삭였다.
“야, 어떻게 좀 해봐.”
“네가 해야지. 네가 내 하인인데!”
“난……! 연약하잖아.”
크게 말하려던 한지혁의 목소리가 앞의 남자들이 있다는 걸 깨닫고는 순식간에 기어들어갔다.
으휴.
아까는 좀 듬직해 보였는데 이젠 하찮기만 하다.
‘그러니까 내가 모스코한테 훈련 좀 받으라고 그렇게 말했잖아.’
“아!”
좋은 수가 생각난 듯 눈을 홉 뜬 한지혁이 말했다.
“용 불러. 용.”
이럴 줄 알았다.
미쳤어?
고작 건달 상대하는데 라곤을 부르라고?
게다가 라곤은 엄청나게 거대해져서 황도에 있지도 못한다.
지금 라곤은 ‘버려진 땅’이라는 넓은 고원에서 편하게 쉬고 있다.
게다가 지금 부르면 언제 와. 한세월 걸릴 거다.
“오려면 몇 시간 걸릴걸.”
“옴브레도 있잖아!”
“옴브레는 공격형이 아니잖아.”
다 크면 공포를 먹고 살아서 어둠 속에서 공포를 보여줄 뿐.
지금은 공격할 수 있는 무기가 하나도 없다.
‘에휴. 귀찮아도 호위를 데리고 올걸……!’
그러면 움직이기 불편해지고 아빠한테 다 보고되니까, 웬만하면 한지혁과 둘이 움직였던 건데.
게다가 미래의 고용인을 보러 나온 건데 이럴 줄 알았나.
나는 눈을 질끈 감고 후회했다.
‘아빠 말을 잘 들을걸…….’
우리가 골목 끝까지 몰렸을 때였다.
카넬레가 남자들 사이를 비집고 나와서 무리의 맨 앞에 섰다.
척! 팔짱을 끼고 말했다.
“얘들아, 너무 무서워하지 마. 이건 교육이란다. 애들은 한번 호되게 혼이 나고 나면 얌전해지기 마련이거든.”
톡톡, 머리를 친 카넬레가 뒷말을 붙였다.
“눈물 쏙 빼고 나면 어른 무서운 줄 알게 되는 법이지.”
쿡쿡.
카넬레가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악당처럼 웃었다.
아깐 되게 순수하게 웃던데, 지금은 진짜 악당같다……
완전 두 얼굴의 여인이네.
“그래. 꼬마야, 아저씨들이 교육 좀 해줄게?”
화악!
건달이 우리를 향해 손을 올렸다.
솥뚜껑같이 두꺼운 손이 날아오는 것을 본 나는 눈을 질끈 감았다.
주먹을 보면 반사적으로 공포감이 든다.
‘씨잉. 저택에 돌아가면 다 죽었어!’
“…….”
그런데 이상했다.
시간이 지나도 아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
뭐지?
질끈 감았던 눈에 힘을 풀고 한쪽 눈을 살짝 뜨자,
‘응?’
건달이 우리에게 휘두르려고 했던 팔이 누군가에게 잡혀 있었다.
170이 조금 넘는 키.
마른 몸.
모자를 푹 눌러써서 얼굴이 보이지 않았다.
눈이 휘둥그레진 카넬레가 소리쳤다.
“넌 뭐야!”
“애잖아. 이렇게 어른 여러명이 괴롭히면 안 되지.”
“무슨 상관인데? 남 일에 참견 말고 썩 꺼져!”
모자를 눌러쓴 사람이 감흥 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너희나 꺼져. 지나가던 행인 열 받게 하지 말고.”
건달들의 표정이 왈칵 구겨졌다.
“뭐야? 건방진 새끼!”
처음에 우리에게 손을 휘두르려고 했던 건달이 소리 질렀다.
부웅, 반대쪽 주먹을 휘두르는데.
자칭 ‘지나가던 행인’은 살짝 고개 꺾는 것만으로도 주먹을 피했다.
“오오오!”
“오……”
나와 한지혁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 모습을 지켜보고만 있었다.
하마터면 박수 칠 뻔했다.
“피했어? 미꾸라지 같은 자식!”
옆에 있던 다른 건달이 달려들었다.
또 한 발짝 물러서는 것으로 피하는 지나가던 행인.
휙휙.
아무리 거칠게 주먹을 휘둘러봐도 남자가 여유롭게 잘 피하니 건달들은 약이 올라서 얼굴이 벌게졌다.
쿵쿵, 바닥을 발로 차는 게 약 오른 고릴라 같았다.
“아 그냥, 떼로 덮쳐!”
카넬레의 말에 건달들이 동시에 행인을 공격했다.
그러나.
‘원래 지나가던 행인이 싸움을 잘하는 건 국룰이거든?’
그리고 내 예상은 맞아떨어졌다.
지나가던 행인은 다섯이나 되는 건달들이 떼로 덮쳐도 겁내거나 움츠러드는 것 없이 아주 수월하게 상대했다.
건달1이 왼쪽에서 달려들면 헤드락을 걸어서 팔꿈치로 콱!
“아악!”
건달2가 뒤에서 달려들면 멱살을 잡고 엎어치기로 퍽!
“아우야, 정신 차려라!”
건달3이 왼쪽에서 달려들면 발을 걸어서 넘어뜨리고 발로 콱!
“형님, 제 원수를… 윽!”
건달4가 앞에서 달려들면 발차기로 낭심을 퍽!
“아악! 같은 남자로서 어찌 이런 짓을……!”
건달 5와 가까스로 정신 차린 건달1이 양쪽에서 달려들 땐 두 놈 목을 잡아서 서로 박치기하도록 꽝!!
“끄윽…….”
“여긴… 우리 구역인데…….”
쿠당탕탕.
그렇게 건달 5명은 지나가던 행인에게 쪽도 쓰지 못하고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고 말았다.
속도 10점!
밸런스 10점!
유연성 10점!
10점 만점의 10점이었다!
“오오오오!”
“오오!”
짝짝짝!
결국 나와 한지혁은 손뼉을 치고 말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