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85)
이 3세는 악역입니다 85화.(85/390)
85화.
잔느가 대답하지 못하자, 카넬레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그러면 그렇지.’
이깟 게 대귀족 가문에 추천서를 넣어줄 만한 인맥이 있겠는가?
카날레는 손끝으로 입을 막고 인상을 찌푸렸다.
“추천서를 조작했다면 가만히 있을 수 없겠군요. 이건 아스트라 백작가를 능멸한 일이고, 규율에 대한 도전이에요!”
“아, 추천서를 넣어준다던 사람은 있었는데…….”
잔느의 말에 카넬레는 실소를 터뜨렸다.
“대체 누가요?”
“나야.”
2층 계단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앳된 목소리였다.
잔느와 카넬레를 비롯한 면접자들의 시선이 일시에 계단으로 향했다.
탐스럽게 굴곡진 금발.
보석처럼 반짝이는 적안.
눈가에 작은 점.
사람이라곤 도무지 믿기지 않는, 인형 같은 외모의 여자아이.
잔느와 카넬레의 얼굴이 굳어졌다.
왜냐면, 저 여자애는—
‘지난번에 골목에서 본 그 애잖아……!’
카넬레는 딱딱하게 굳어져서 아이를 쳐다봤다.
옷이 호화롭기가 말도 못 했다.
붉은 드레스가 무려 라빌즈 레이스(디자이너 라빌즈가 제작한 레이스. 금사와 보석을 사용한 것이 특징)로 장식되어 있었다.
구두, 머리에 장식한 핀에 이르기까지 돈 냄새가 안 나는 게 없었다.
마치, 마치…… 대귀족의 영애처럼.
‘말도 안 돼…….’
잔느 또한 눈이 몹시 커다래져 있었다.
“너, 아니, 당신은…….”
에릴로트가 활짝 웃으며 잔느에게 다가갔다.
두 손을 모은 아이가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와주어서 고마워요.”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아, 소개가 늦었지요?”
에릴로트가 드레스의 치마를 활짝 펼친 채로 가볍게 무릎을 굽혔다.
“크로노스 아스트라의 3세, 데이몬드 아스트라의 1녀, 아스트라의 23대손—”
“…….”
“에릴로트 아스트라입니다.”
그 자리에 있던 면접자들이 모두 고개를 수그렸다.
“아스트라 영애를 뵙습니다.”
“아스트라 영애를 뵙습니다.”
뭐?
잔느가 눈을 홉떴고,
‘뭐?’
카넬레가 입을 떡 벌렸다.
‘뭐, 뭐, 뭐?!’
* * *
나는 눈을 크게 뜬 채로 굳어있는 잔느를 쳐다봤다.
카넬레 또한 숨이 멎을 것 같은 표정이었다.
‘그야 놀랍기도 하겠지.’
잔느를 만났을 때의 난 유모 후보인 카넬레를 몰래 보기 위해 최대한 수수하게 꾸미고 나갔다.
대귀족 영애란 걸 알아보기는 힘들었을 것이다.
거기다 카넬레는 하인 복장의 한지혁이 말을 놓는 것까지 보았다.
잘 봐줘도 제 하인과 제도 나들이에 나온 시골 귀족 수준.
딱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던 상황이었다.
카넬레는 어쩔 줄 모르고 굳어있었다. 그러나 곧,
“여, 영애, 일전의 무례를 용서하십시오……!”
—하며 무릎을 꿇었다.
“무례? 무슨 무례?”
내가 말하자, 카넬레의 안색이 새파래졌다.
난 고개를 조금 기울인 채로 카날레를 쳐다봤다.
“나, 무슨 무례냐고 물었는데.”
“그, 그게…….”
면접자들이 묘한 표정으로 나와 카넬레를 쳐다봤다.
우리 사이에 뭔가 일이 있다는 것을 눈치챈 모양이었다.
나는 새파랗게 질려서 “그, 그때는, 그러니까…….” 하고 웅얼거리기만 하는 카넬레를 쳐다봤다.
“아. 내 앞에서 궐련을 피운 일?”
“영애……!”
사람들이 흠칫했다.
“뭐? 아이의 앞에서 궐련을 피웠다고?”
“세상에, 무슨 그런…….”
제과점에서 보았을 때 느꼈는데, 카넬레는 사회생활 잘하는 빌런이었다.
평판을 무척이나 잘 관리한 나쁜 놈.
‘평판이란 건 중요하지.’
내가 ‘카넬레 미야는 건달을 시켜서 어린애를 두들겨 패려고 하는 쓰레기야!’ 하고 말해도 믿는 사람이 별로 없을 거거든.
설마.
오해가 있겠지.
카넬레 얼마나 좋은 사람인데.
‘반응이 딱 이럴 테지.’
그래서 면접을 연 거다.
사람들이 이 자리에서 다 보고 가라고.
아스트라에 이력서를 넣을 정도의 사람들이라면, 이곳이 아니라도 언젠가 다른 귀족 아이의 유모가 될 터.
유모들의 세계에 이 일이 밝혀지면, 카넬레는 앞으로 절대 일을 구할 수 없을 거다.
카넬레도 그것을 깨달았는지 얼굴이 새파랬다.
“아, 아가씨, 그건 오해가 있었어요. 흡연을 하는 건—”
“…….”
“—사실이지만.”
카넬레가 눈을 꽉 감았다.
아니라고 잡아뗄 수 없는 상황이니, 궐련을 피우는 것까진 인정한 모양이다.
“궐련을 태우기 시작할 때, 아가씨께서 제가 있는 곳으로 오셔서…….”
“…….”
“갑자기 아이가 그곳으로 올 줄은 꿈에도 몰랐습니다.”
면접자들도 납득하는 표정이었다.
그러곤 목소리를 바짝 낮추고 수군거렸다.
“뭐, 미야 양이 흡연하는 줄을 몰랐지만, 개인의 기호이니 그럴 수도 있지 않나?”
“아이가 올 줄은 몰랐다고 하고…….”
카넬레는 한숨을 흘렸다.
그나마 사람들의 반응이 온건하니, 다행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다.
나는 생긋 웃고, 카넬레에게 말했다.
“응, 이해해. 그런데 날 때리려고 한 건?”
주변이 다시 소란스러워졌다.
“뭐?”
“아이를 때리려고 해?”
“아스트라 영애를?!”
카넬레의 얼굴은 다시 새파래지기 시작했다.
“그것도 오해가……!”
“건달들을 시켜서 나와 하인을 폭행하려고 한 게 오해야?”
“그, 그건…… 아니에요! 그것도 오해가 있어요. 아가씨의 하인이 저를 폭행했기에……!”
카넬레는 이제 아예 나를 쳐다보고 얘기하지도 않았다.
저마다 수군거리는 면접자들 쪽을 보며 소리쳤다.
어차피 아스트라 백작 저택에 유모로 들어오는 건 텄으니, 어떻게든 평판이라도 지키려는 모양이었다.
카넬레가 눈썹을 늘어뜨렸다.
“아가씨도 보셨잖아요? 아가씨의 하인이 제 팔을 잡고 위협하는 것을요.”
“그건 그쪽이 나를 먼저 위협했으니까 그렇지?”
“저희 사이엔 정말이지 오해가 많군요……. 오해를 만든 것도 제 탓이겠지요.”
카넬레는 쇄골 부근을 잡고 서러운 숨을 토해냈다.
‘와, 진짜 장난 아니네.’
이래서 사회생활 잘하는 빌런이 무서운 거다.
역시 그냥 카넬레를 혼쭐 내주는 정도로 마무리했으면, 역풍을 맞았을 수도 있었겠다.
카넬레가 울먹이며 나를 올려다봤다.
“제가 폭행당하는 것을 본 친구들이 과하게 대응한 바람에……! 친구들을 말리지 못한 제 탓입니다…….”
네 쪽에서 잘못해서 내 친구들이 너희를 폭행하려고 한 거야—라는 말이다.
“다들 제게 신세를 진 경험이 있거든요. 그래서…….”
나는 그렇게 주변에 은혜를 베풀고 다니는 좋은 사람이란다—라는 말.
“이유가 무엇이든 아이를 위협한 게 되었다면 제 잘못이겠지요. 송구합니다. 사과드릴게요…….”
쟤가 나를 오해해서 일어난 일이지만, 난 사과를 해주는 사람이지—라는 말.
면접자들이 서로를 돌아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카넬레의 말에 납득한 모양이다.
“그럼 그렇지. 설마 미야 양이 그런 짓을 했겠어?”
그렇게 속삭이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자 이번엔 나를 보는 눈이 떨떠름해졌다.
1구역에 입성하자마자, 하인을 이용해 선량한 사람을 폭행하고 다니는 오만한 애.
그런 애를 보는 눈빛이다.
그때였다.
“아가씨, 잡아 왔습니다!”
한지혁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의기양양하게 걸어들어온 그의 뒤에 있는 사람은 모스코였다.
그리고 그 모스코가 웬 건달들을 주렁주렁 달고 돌아왔다.
물론, 골목에서 나와 한지혁을 위협하던 카넬레의 ‘친구들’이었다.
한지혁은 뒤를 힐끔 돌아봤다.
“빨리 오지 그래?”
그리고 건달들 뒤에서 오들오들 떨고 있는 여자를 쳐다봤다.
골목에서 카넬레와 함께 있던 빼빼 마른 여자였다.
카넬레의 얼굴이 얼어붙은 건 두말할 필요가 없는 일이었다.
나는 카넬레를 보고 생긋 웃었다.
“그렇구나. 그럼 그쪽은 잘못이 없는 거지?”
“예?”
“그쪽은 잘못이 없고, 저쪽 건달들이 잘못한 거잖아. 상황도 모르고 아이인 날 폭행하려고 한 거니까.”
“그, 그렇…… 그렇긴 하지만…….”
“그래. 그쪽을 오해해서 미안해.”
그렇게 말하고, 난 한지혁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그들을 본저로 데려가. 아빠가 애타게 기다리고 계시거든.”
아빠라는 말이 나오자 카넬레와 골목 빌런들이 흙빛으로 변했다.
나는 양손을 꼭 맞잡고 눈썹을 늘어뜨리며 카넬레에게 말했다.
“그쪽의 친구들에게 폭행당할 뻔하고, 며칠 동안 괴로웠거든. 악몽 때문에 잠도 못 자고……. 아빠가 화가 많이 나셨어.”
“……!”
“하지만 카넬레만은 잘못이 없으니까. 잘 말씀드릴게?”
“…….”
“오해가 풀려서 다행이야. 아빠에게 혼이 나는 건 저 사람들뿐이야.”
하나만은 용서해주겠다.
그것도 주동자인 카넬레를.
이렇게 되면 저쪽 건달 친구들은 화가 난다.
예상대로 카넬레의 ‘친구들’이 소리쳤다.
“무, 무, 무슨……! 저희는 그저 카넬레가 시킨 대로 한 것뿐입니다!”
“영애의 버릇을 들이라고 한 건 카넬레였다고요!”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상하다. 내가 들은 이야기와 다르네……. 뭐가 사실이지?”
카넬레와 친구들이 앞다퉈 말했다.
“아녜요, 영애! 저는 그런 적이 없어요!”
“카넬레는 원래 그런 짓을 잘 시키고 다니는 사람입니다! 지난번에도 마음에 안 드는 여자가 있다고 제대로 겁을 주라고 해서—”
“닥쳐—!!”
‘음, 역시 개판이네.’
저들은 서로 꽥꽥 소리치면서 언쟁을 벌였다.
그 과정에서 카넬레의 죄가 줄줄이 튀어나왔다.
* * *
나는 카넬레와 건달 친구들을 전부 본저로 보냈다.
그제야 소란이 진정되었다.
당연히 면접자들은 기함했다.
면접자들이 돌아가고 나면 어떤 소문이 돌지 뻔했다.
‘꼬시다.’
다들 정신이 없던 와중에, 나는 미켈란에게 속삭였다.
“면접 보러 온 사람들, 돌아갈 때 면접비를 좀 쥐여 줘. 넉넉하게.”
“면접비요?”
미켈란이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보통 그런 건 잘 주지 않으니까.
“응. 내정자가 있는데 면접을 보는 거잖아. 당연히 기분이 나쁘지.”
“하지만 귀족 가문에서 그런 일은 비일비재합니다.”
‘소문을 퍼뜨려줄 사람들인데, 기분 나쁘게 해서 좋을 게 뭐야. 거기다가…….’
나는 미켈란에게 속삭였다.
“아스트라에 이력서를 넣을 정도의 사람들이야. 여기가 아니라도 언젠가는 대귀족 가문 아이의 유모가 되겠지?”
“그럴 겁니다.”
“저들의 말이 아이들에게 큰 영향을 끼칠 거야.”
교사가 학생에게 정치 성향을 말하지 못하도록 하는 이유도 그것이다.
아직 미숙한 아이들은 어른의 생각에 끌려가기 마련이니까.
“대귀족 아이들에게 좋게 보여서 나쁠 건 없어.”
미래를 대비해서.
미켈란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날 쳐다봤다.
그러나 이내, “하하…….” 하고 웃었다.
“정말 대단하신 분이십니다.”
“왜?”
“귀족들에게 유모는 하찮은 존재죠. 감히 유모 따위가 대귀족 가문의 아이에게 영향을 미칠 거라고 여기는 사람은 없습니다.”
“…….”
“영리하시고, 대단하시고, 사랑스러우시고……!”
미켈란도 한 팔불출한다니까.
‘뭐, 어때.’
나도 미켈란이 좋은걸.
미켈란은 면접자들에게 넉넉히 면접비를 쥐여주었다.
저들 한 달 치 급료 정도는 되는 큰돈이었다.
저택을 떠나는 사람들의 표정이 엄청나게 밝은 것은 당연했다.
그리고…….
“저는 왜 면접을 보고도 남아있는 건가요?”
내 방에 올라온 잔느가 의아한 목소리로 물었다.
면접은 미켈란이 봤다.
그리고 면접이 끝나는 즉시 다른 사람들은 돌아갔다.
하지만 자신은 내 방으로 불려 올라온 게 매우 당황스러운 모양이었다.
나는 그런 잔느를 보고 싱긋 웃으며 해맑게 말했다.
“오늘부터 일하면 되어서!”
“……예?”
“……예?”
“합격이에요. 이제 오늘부터 제 유모가 되어주세요, 잔느.”
잔느의 눈이 커졌다.
잠깐 당황하고 있던 그녀가 말했다.
“아가씨.”
“네.”
“오늘 저를 부른 이유는 짐작하고 있습니다.”
“음?”
“그 ‘카넬레 미야’라는 여자의 무도한 행동에 증인이 되어달라는 뜻일 거라고 생각합니다.”
잔느는 빙그레 웃고 날 바라봤다.
“증인은 되어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니 저를 고용하지 않으셔도 돼요.”
“나는 그냥 언니가 좋아서 부른 건데.”
“네?”
“골목에서요. 멋졌어요.”
“멋진 것만으로 유모가 될 수는 없지요. 유모는 아이에게 아주 중요한 존재니까요.”
“그래서요!”
나는 방긋 웃고 말을 이었다.
“유모는 아이에게 영향을 미치잖아요? 영향을 받을 거라면, 아무런 메리트 없이 아이를 구해주는 멋진 사람에게 영향을 받고 싶었어요.”
“…….”
“제가 언니처럼 멋진 사람이 될 때까지, 언니가 저를 가르쳐주면 안 될까요?”
“…….”
“만약 생각하던 일이 아니라서 당황스럽다면 시간을 드릴게요. 생각해보시고, 연락을 주세요.”
난 두 손을 꼭 맞잡고 잔느를 바라봤다.
내가 만든 내 편은 총 셋이었다.
콘라드.
미켈란.
한지혁.
‘그 남자들은 다 초식남들이야.’
혹시나 어디 가서 싸움이 붙었을 때, 한 대만 맞아도 기절하겠지.
그러니까 인성 좋고! 엄청나게 강한! 잔느가 있으면 매우 도움이 된다는 소리다.
잔느는 잠깐 주저하다가 말했다.
“그럼…… 고민하고서 연락드리겠습니다.”
“응!”
잔느가 고개를 숙이고 방을 나섰다.
‘하게 될걸.’
돈이 아주 급할 테니까.
그리고 잔느는 아이를 아주 좋아했다.
소파에 앉은 난 흥얼거리며 상상했다.
벌벌 떠는 세 명의 토끼 남자들을 등 뒤에 숨겨주고서, 크아악! 포효하며 적들을 위협하는 호랑이 잔느를.
그럼 유모는 구했다.
‘자, 이제 아나톨리 선황녀의 차례인가.’
그냥 둘 줄 알았다면 오산이야.
그렇게까지 거슬려 주었으니, 제대로 엿을 먹여줄 생각이었다.
나는 입매를 비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