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96)
이 3세는 악역입니다 96화.(96/390)
96화.
“어어, 울지 마세요!”
목검을 휘두르던 소년이 당황해서 말하자, 다른 아이들도 사라를 위로했다.
“여기 계세요!”
“예!”
“예, 예. 속이 많이 상하셨겠어요!”
소년들이 허둥지둥 위로하자, 사라는 또르륵 흐르는 눈물을 손등으로 훔쳤다.
“정말 친절하시군요……. 기뻐요.”
“그, 그런가…….”
“그럼요! 저는 이렇게 친절한 신사분들은 처음 봐요…… 황도에 올라오고서 좀 힘들었거든요…….”
“예? 왜요?”
“황도 분들은 뭐랄까, 조금…… 음, 어울리기 힘들었는데 신사분들은 너무 친절하셔서 감동적이에요.”
“그, 그렇습니까?”
“네! 멋지시고, 친절하시고……. 역시 훌륭한 가문의 영식들이라 그런 걸까요?”
에헤헤, 웃는 사라를 보고 소년들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런가?’
‘내가 멋졌나?’
소년들이 하핫! 웃으며 말했다.
“여기서 쉬세요. 아, 의자를 가져오라고 해야겠군.”
“그래, 그래. 거기 너, 의자를 가져와라.”
하인이 서둘러 의자를 가져오자, 사라가 수줍은 얼굴로 말했다.
“그럼 실례할게요…….”
“편히 쉬세요! 의자는 이쪽으로—”
“아뇨. 저어……. 나무 그늘이 좋은데…….”
나무 그늘 밑에서 지루한 표정을 짓고 있던 발자크가 미간을 좁혔다.
그늘은 소년들의 무리와 떨어져 있었다.
있는 사람이라고 해봤자, 자신과 요슈아, 리시먼드 뿐이다.
‘뭐야, 귀찮게.’
발자크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자 사라의 눈에 다시 눈물이 고인다.
“아, 혹시 싫으…… 세요?”
커다란 눈에서 눈물이 금세라도 떨어질 것 같았다.
소년들이 허둥지둥 말했다.
“아뇨, 아뇨! 앉으세요!”
“예!”
“나무 그늘에 이름을 써둔 것도 아니고!”
그러곤 얼른 의자를 그늘에 옮겨줬다.
활짝 웃은 사라가 의자에 앉았다.
“안녕하세요.”
아스트라 제 2백작가의 삼 형제에게 인사한 아이는 사르르 눈웃음을 지었다.
“멀리서 뵈었을 때도 너무 멋지다고 생각했는데, 가까이에서 뵈니 정말 눈이 부시게…… 아름다우세요.”
발자크가 요슈아를 쳐다봤다.
“갈까?”
“나온 지 20분도 안 됐어.”
“언제까지 있어야 하는 거야? 이제부터 에릴에게 몇 시간이나 있어야 하는지도 물어봐야겠어.”
“그러든가.”
“지금 가서 물어보고 올까.”
“영애들과 모여있는데 방해나 되겠지.”
“으…….”
말을 건 사람을 본 체도 않는다.
사라의 눈에 다시 눈물이 고였다. 지켜보고 있던 소년들이 허둥지둥했다.
“아스트라 가문의 사람들은 원래 화려한 외모로 유명합니다!”
“예!”
사라가 손바닥으로 눈물을 닦곤 헤헤 웃었다.
“그런가요, 리시먼드 님?”
나무에 기대서있던 리시먼드가 작게 한숨을 흘렸다.
“그렇게 생각해주시는 분들이 계시긴 하죠.”
“아……!”
사라의 얼굴이 단박에 밝아졌다.
“생각만은 아닌 것 같아요. 실제로 너무 아름다우시거든요. 그렇지요?”
사라가 다른 소년들을 돌아봤다.
“아, 예…….”
“에릴로트 양도 그렇게나 아름다우시고요.”
‘에릴로트 양’이라는 말에 발자크가 사라를 쳐다봤다.
“이름을 불러? 친해?”
“발자크.”
요슈아가 미간을 좁히며 말하자, 발자크는 “아.” 하며 말을 바꿨다.
“친합니까?”
“앞으로 좋은 관계를 쌓았으면 좋겠다고 말씀해주셨어요!”
“에릴로트가?”
“네에. 제가 사실 에릴로트 양에게 실수를 했거든요. 그래서 저더러 무례하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소년들이 “예?” 하고 되물었다.
소년들 사이에 있던 오슈론 백작가의 영식이 말했다.
“동생에게 듣기로 아스트라 백작 영애는 사려 깊은 편이라고 하던데. 큰 실수를 하셨나 봅니다?”
“아……. 그게…….”
사라가 곤란한 표정으로 머리끝을 매만졌다.
“에릴로트 양의 소문을 많이 들었거든요. 좀…… 안 좋은 쪽으로…….”
“예?”
“영애들 사이에서 그리 말이 좋은 분이 아니라…….”
“소문이 좋지 않다고요?”
“네. 그런데 실제로 보니까 굉장히 좋은 분이신 것 있죠? 제 생각엔 너무 아름다운 분이라 영애들이, 음, 뭐랄까…….”
“질투?”
“딱 그렇게 말하기엔 좀…….”
“뭐, 질투 맞네.”
소년들이 쯧, 혀를 찼다.
“알지도 못하면서 그런 말을 떠는 건 좀 그렇지.”
요슈아는 소리 없이 실소를 흘렸다.
저들이 아스트라 백작가의 삼형제를 두고 무수하게 많은 소문을 떠든 건, 죄다 잊어버린 모양이다.
소년 하나가 인상을 찌푸렸다.
여동생과 사이 나쁘기로 유명한 공자였다.
“질투가 심하다니까요. 제 동생도 그렇습니다. 어머니가 제게 검을 사주면, 그 녀석도 꼭 검을 받아야 하죠. 아무튼 그래서요?”
“아! 저도 소문만 믿고 에릴로트 양에게 무례하게 굴었어요.”
“어떤 무례요?”
“에릴로트 양을 보는 제 표정이 좀 안 좋았나 봐요…….”
“예?”
소년들이 서로를 쳐다봤다.
‘표정이 좋지 않은 거로 무례하다고 해?’
‘성격이 좀 그런가?’
‘표정이 좋지 않았던 다른 이유가 있을 수도 있잖아.’
듣던 것만큼 사려 깊은 성격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래서 제가 사과를 드렸는데, 이제부터는 좋은 관계를 쌓고 싶으시다고 하셨어요!”
“아…….”
에릴로트 아스트라가 기어코 사과를 받아낸 모양이다.
‘열등감이라도 있나.’
발자크는 무감한 표정으로 사라에게 말했다.
“소문만 믿고 흙 씹은 표정을 하고 있는 건 무례지. 사과를 받아준 에릴이 마음이 넓은 겁니다.”
사라가 손뼉을 짝! 치며 말했다.
“그렇지요? 에릴로트 양은 참 마음이 넓어요. 아름답고, 사려 깊고……. 너무 멋지다니까요.”
발자크가 우쭐한 표정으로 말했다.
“맞아요!”
사라는 생글생글 웃었다.
“황도엔 좋은 분들이 많다는 걸 이클립토 령에서 느꼈어요. 에릴로트 양도 그렇고…… 신사분들도 그렇고요.”
그렇게 말하자 소년들이 하하 웃었다.
“그렇게 생각해주시니 기쁩니다.”
“예!”
사라는 관심의 중심에 있었다.
소년들과 사라가 떠드는 동안 리시먼드와 요슈아의 눈빛이 미묘해졌다.
* * *
다음 날.
나는 방으로 돌아가기 위해 영애들과 함께 계단을 오르고 있었다.
그런데 위층이 소란스러웠다.
“그렇게 이기적으로 굴래? 동생인 네가 양보 좀 해!”
“검술 대회는 나도 기대하던 자리야! 오라버니가 동생에게 양보하든가!”
“하여간에……. 넌 그렇게 이기적이니까 사람을 따돌리지.”
“또 무슨 헛소리야! 내가 언제 사람을 따돌려! 그건 오라버니가 아카데미에서 하던 짓이지!”
꽥꽥 싸우는 소리가 들린다.
그러곤 쿵! 쿵! 거센 발소리가 이어졌다.
남매가 싸움을 끝내고 서로 돌아서는 모양이었다.
씩씩거리면서 내려온 사람은 오슈론 영애였다.
“아…….”
그녀가 우리를 보고 당황했다.
“시끄러우셨겠네요. 죄송해요.”
함께 있던 루멜리사가 말했다.
“괜찮으세요?”
“아뇨. 다음 생엔 저 새끼…… 가 아니고, 오라버니의 형으로 태어나서 죽도록 때려주고 싶어요.”
영애들이 웃음을 터뜨렸다.
루멜리사는 쿡쿡, 소리 내 웃으며 말했다.
“같이 온실로 가서 열을 식히시는 게 어떨까요?”
“그거 좋네요. 아, 그런데 포그 영애는 찾으셨나요?”
“아뇨. 대체 어디 계신 건지.”
어제부터 내내 사라 포그가 안 보인다.
영애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그녀 한 사람만 빠져 있으니, 다들 신경이 쓰이는 모양이었다.
캐서린이 미간을 좁혔다.
“낯을 많이 가리는 분인데, 좀 더 챙길 걸 그랬나 봐요. 서운해서 숨은 걸까?”
“찾아와서 이제 챙겨드리면 되지요.”
분홍색 드레스의 영애가 쾌활하게 말했다.
“올라가 계세요. 제가 찾아올게요!”
캐서린 쪽의 영애인데, 소심한 사라를 언니처럼 챙겨주는 사람이라고 했다.
캐서린이 고개를 끄덕였다.
“영애만 고생시킬 순 없죠. 그러지 말고 다 같이—”
그때였다.
“정말요? 와, 너무 멋져라. 저도 검술 대련을 보는 걸 좋아해요.”
사라가 영식들과 함께 중정으로 들어오고 있었다.
사라를 언니처럼 챙긴다는 분홍색 드레스의 영애가 말했다.
“별꽃성!”
별명이라던 것을 부르니, 사라가 흠칫했다.
영식들의 표정이 일그러졌다.
‘표정이 왜 저래?’
분홍색 드레스의 영애는 얼른 사라에게 다가갔다.
“어디 계셨어요? 한참 찾았는—”
“일이 있으면 하인에게 시키시죠?”
사라를 보호하듯 한쪽 팔로 가린 영식이 차갑게 말했다.
분홍색 드레스의 영애는 당황했다.
“네? 무슨 말씀을…….”
“그놈의 별꽃성. 듣기에 진짜 민망하네.”
좀 오글거리는 별명이긴 하지만, 앞에서 대놓고 말할 일은 아니다.
캐서린 쪽 영애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캐서린 쪽 영애들 중에 가장 호전적인 오슈론 영애가 나섰다.
“우리가 서로를 뭐라고 부르든 간에 공자가 신경 쓸 일은 아닌데요.”
“말했잖습니까. 듣기에 민망하다고. 부를 거면 좀 그럴듯한 이름을 주던가요.”
“뭐라고요?”
“가장자리 별자리에 가장 흔한 별. 무슨 뜻으로 얘기하는지 모를 정도로 바보 같습니까?”
“무슨 헛소리를 하는 거야.”
“야? 반말했어, 지금?”
“헛소리는 잘 때나 하시지.”
“오슈론 영애!”
두 사람의 대화가 험악해졌다.
사라가 얼른 영식을 말렸다.
“공자님…… 너무 무서워요…….”
“아.”
공자가 한숨을 내쉬곤 오슈론 영애를 쏘아보았다.
“적당히 하세요. 대귀족다운 품위를 좀 지키시고.”
영애들이 전부 어이없어하는 가운데, 사라가 당황한 표정으로 나섰다.
“분위기가 너무 날카롭네요. 그러지 마시고, 다 같이 차라도 마시는 게 어떨까요?”
“…….”
“…….”
오슈론 영애와 공자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사라는 공자의 소매를 살짝 잡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황도에서 자주 볼 사이인데, 이렇게 감정이 격해지면 만날 때마다 곤란하잖아요……?”
“뭐…….”
“오슈론 영애도요. 네?”
“……그래요, 그럼.”
그 바람에 영애와 영식들이 한데 모여 차를 마시게 되었다.
사라는 손뼉을 치며 기뻐했다.
그러곤 하인에게 말했다.
“다 함께 티 파티를 하고 싶은데, 방을 내주겠니?”
“백작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래.”
그 후, 사라가 영식들을 돌아봤다.
“차가 준비될 때까지 우리는 온실에서 기다리는 게 어떨까요?”
“네.”
“예!”
사라는 완전히 무리의 중심이었다.
그 애가 영식들과 함께 온실로 올라갔다.
“에릴로트 양, 기다리고 있을게요?”
—하고 내게 말하면서.
영애들은 모두 벙쪘다.
“이게 무슨 일이에요?”
“제 남동생도 헛소리를 하던데.”
“우리가 서로를 뭐라고 부르든 그게 무슨 상관이라고!”
“별꽃성이라고 부르는 건 사라 양이 제일 좋아했다고요. 눈망울이 별꽃 같다는 말에 울먹이면서 기뻐했었는데!”
그러며 씨근덕거리고 있는데, 오전부터 사라를 찾고 있던 미샤르 영애가 달려왔다.
“무슨 일 있었나요?”
“공자들이 헛소리를 하잖아요!”
오슈론 영애가 분통을 터뜨렸다.
그러자 미샤르 영애가 눈을 가늘게 떴다.
“혹시 우리가 별꽃성을 하인 취급하고, 따돌린다던가요?”
“맞아요.”
“기가 막혀…….”
미샤르 영애가 실소를 흘리며 팔짱을 끼었다.
“제 남동생도 그러더라고요. 우리가 사라 양을 따돌리면서 하인 취급했다고 말이에요.”
“뭐라고요?!”
“사라 양 본인이 그렇게 말했대요. 자기는 캐서린 양 무리의 하인이었다고 하면서 울었다더라고요!”
영애들은 입을 떡 벌렸다.
나와 루멜리사가 캐서린을 쳐다봤다.
캐서린은 무리의 대장 격이었다.
사교계의 무리에선 문제가 생기면 대장 격에게 타격이 가는 게 일반적이었다.
“사라 양은 제가 생각했던 것과 다른 분이셨나 보네요.”
캐서린 무리의 영애들은 희게 질린 얼굴이었다.
캐서린이 말했다.
“전 오늘 티 타임은 그만 두죠. 피곤해서.”
“저도요.”
“저도 마찬가지예요.”
“저도.”
캐서린 무리가 한 데 뭉쳐 올라갔다.
남은 건 루멜리사의 무리와 나였다.
다른 영애들이 무리의 대장인 루멜리사를 쳐다봤다.
“루멜리사 양은 어쩌시겠어요?”
“제가 트랑 영애를 별로 좋아하지 않긴 하지만…….”
루멜리사의 표정이 서늘하게 가라앉았다.
“죄 없이 욕먹는 건 좌시할 수 없네요.”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캐서린 양과 다른 영애들이 포그 양을 얼마나 챙겼어요? 정말 너무 해.”
“아무것도 모르면서 소문에 휘둘리는 영식들도 별로고요.”
“맞아요.”
“저도 티 타임엔 가지 않겠어요.”
다른 영애들도 흩어졌다.
나는 “음…….” 하고 신음했다.
‘굉장하네, 사라 포그는.’
처음부터 대장처럼 굴고 싶어 하는 것 같긴 했지만…….
별로 엮이고 싶지 않았던 난 어깨를 으쓱했다.
‘난 내 할 일을 해야지.’
미성년자 사교계의 싸움보다 달리아를 찾는 게 중요했다.
* * *
이클립토 만찬장.
백작은 소년, 소녀들의 티 파티를 위해 거대한 만찬장을 내주었다.
가장 상석에 앉아있던 사라의 표정이 점점 어두워졌다.
티 파티가 시작하고 30분.
그 어떤 영애도 나타나지 않은 것이다.
“흑…….”
사라의 눈물이 테이블 위로 뚝, 뚝, 떨어졌다.
“정말 너무해…….”
“그, 그러지 말고 우리끼리라도 즐겁게……!”
“에릴로트 양은 제가 싫은 걸까요?”
여기서 갑자기 에릴로트?
영식들이 당황한 표정으로 사라를 쳐다봤다.
“에릴로트 양은 왜……?”
“온실로 가면서 에릴로트 양에게 부탁드렸어요. 영애들을 데려와 달라고요…….”
“예?”
“이대로 사이가 소원해지면 다들 곤란하실 테니까, 저보다 영애들과 사이가 좋은 에릴로트 양에게 부탁해서라도 다시 다정한 분위기가 되길 바랐거든요. 그런데…….”
“아…….”
“아스트라 백작가의 삼형제도 오지 않고…… 그 세 분도 저를 별로 좋아하지 않으시는 것 같지요?”
사라가 두 손에 얼굴을 묻으며 훌쩍였다.
“역시 에릴로트 양이 저에 관해서 좋지 않은 말을 했기 때문일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