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s Three Year Old Is a Villainess RAW novel - Chapter (99)
이 3세는 악역입니다 99화.(99/390)
99화.
사라 포그는 파르르 떨며 에릴로트를 쳐다봤다.
“왜 그런 식으로 말을 해요? 다른 분들이 오해하잖아요.”
“네?”
“그런 식으로 말하면─!”
그렇게 말하던 찰나. 캐서린이 들어왔다.
캐서린은 인상을 찌푸리곤 사라 포그를 쳐다봤다.
“에릴로트 양이 어떤 식으로 말했기에 언성을 높이시죠?”
루멜리사가 팔짱을 끼며 사라 포그를 위아래로 훑었다.
“글쎄요. 저도 알 수가 없네요. 제가 듣기에 아스트라 영애는 그런 말을 들을 만큼 무례한 적이 없는데 말이죠.”
다른 영애들도 마뜩잖은 시선이었다.
사라는 얼른 공자들을 쳐다봤다. 평소처럼 울먹였으나, 도와주는 사람은 없었다.
캐서린과 루멜리사가 사라에게 다가갔다.
캐서린이 물었다.
“묻잖아요. 어떤 식으로 말했기에 사람 많은 자리에서 에릴로트 양에게 이런 망신을 주느냔 말이에요.”
“저, 저는 에릴로트 양을 떠민 적 없어요!”
루멜리사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래서 에릴로트 양이 괜찮다고 말씀하셨는데요?”
“하지만 그런 표정으로 말씀하시면 오해할 수도 있잖아요!”
“무슨 표정?”
“그런 식으로 뭐가 있다는 듯한 표정이라면……!”
사라가 빽 소리치던 찰나, 에릴로트가 나섰다.
“루멜리사 양. 캐서린 양.”
에릴로트는 인상을 찌푸리고 있는 두 사람을 말리듯 사라와의 사이를 가로막았다.
“저는 괜찮아요.”
루멜리사가 한숨을 푹 내쉬었다.
“……에릴로트 양은 너무 사려 깊어요. 그게 장점이지만, 때론 마음 아플 때가 있어요.”
“루멜리사…….”
“포그 영애가 에릴로트 양을 어떻게 말하고 다녔는지 아나요?”
에릴로트는 쓰게 웃었다.
사라는 숨을 크게 들이켰다.
‘뭐야, 왜 내가 악당인 것처럼……!’
에릴로트의 반응이 저러니, 자신이 무도한 말을 하고 다닌 게 사실인 것처럼 보였다.
사라가 소리쳤다.
“전 틀린 말을 한 적이 없어요!”
사람들은 새빨개진 얼굴로 고성을 내지르는 사라 포그를 빤히 쳐다봤다.
* * *
나는 속으로 웃음을 삼켰다.
유도한 대로 잘 넘어왔다.
저런 유형의 사람은 남들을 공격하고 다니지만, 공격이 제게 돌아오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누구든 저런 유형의 사람을 학창 시절에 한 번은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남들 험담을 그렇게 하고 다니는데, 제 험담엔 견디지 못하는 종자들.
‘남들 앞에서 공격이 들어오면 파르르 떨 줄 알았다.’
자신의 정당함을 피력하려 애쓸 줄도 알았다.
그러려면 ‘난 거짓말을 한 적이 없다’로 반격할 수밖에 없었다.
‘거짓말은 한 적이 없겠지.’
항상 교묘하게 상황을 틀어서 말해왔잖아.
하지만.
‘바보야, 거기서 그렇게 말하면 말을 맞춰보게 되잖니.’
정말 네가 틀린 말을 한 적이 없는지.
캐서린이 눈을 가늘게 떴다.
“에릴로트 양이 우리가 만찬장에 가지 않도록 막았다고 했다면서요?”
“저는 에릴로트 양에게 영애들을 데리고 와달라고 부탁했어요. 하지만 아무도 모셔오지 않았단 말이에요.”
그 당시 계단에서 나와 가장 가까이에 있던 미샤르 영애가 눈살을 찌푸렸다.
“제가 들었는데요. 그건 부탁이 아니었잖아요?”
“무, 무슨…….”
“영애가 한 말은 고작 ‘에릴로트 양, 기다리고 있을게요?’ 한 마디였어요.”
“그러니까 영애들을 데리고 오길 기다리고 있겠다고─!”
“그런 말로 어떻게 알아듣죠?”
다른 영애들이 동조했다.
“티파티에 가지 않기로 결정한 건 저예요.”
“저도요.”
“저도 그래요.”
“에릴로트 양 때문이 아니라, 당신의 기막힌 행동에 항의차 가지 않은 것이었어요.”
사라는 파르르 떨었다.
캐서린이 무감한 표정으로 사라를 바라보았다.
“우리가 당신을 따돌린다고 하고 다녔으니까, 화가 났던 거예요.”
“그건─!”
“대체 우리가 언제 당신을 따돌렸나요? 카레인 영애는 그날도 온종일 당신을 찾아다녔어요.”
“…….”
“어디를 가든 늘 영애를 데리고 다녔고요.”
루멜리사가 헛웃음을 터뜨렸다.
“그것도 하인 취급을 하기 위해서라고 뒤에서 말씀하시고 다니겠어요?”
“맹세컨대, 단 한 번도 영애를 하인 취급한 적이 없어요. 별꽃성이라고 불리고 싶다고 한 것도 영애잖아요?”
“…….”
“영애의 아버지가 반짝이는 눈방울을 보고 별꽃성이라고 불렀다면서요.”
“…….”
나는 루멜리사와 캐서린 사이에서 사라를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물론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누르기 위해 애쓰면서.
‘봐, 네가 틀린 말을 한 적 없다고 주장하면 이렇게 말을 맞춰보게 된다고.’
공자들의 표정이 구겨졌다.
그들은 선량한 마음으로 사라를 감싸고 있던 것이다.
그런데 사실은 저 영악한 말에 속았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화가 날 만도 했다.
오슈론 공자가 인상을 쓰며 소리쳤다.
“이게 무슨 말입니까, 포그 영애.”
“이, 이건, 그러니까, 이거는…….”
“아, 잠깐만.”
공자들 중 한 사람이 손을 들었다.
“아스트라 백작 영애가 포그 영애에게 무례하다고 했던 것은 사실입니까?”
“와, 그것도 거짓말인 건가?”
“정말?”
사라의 얼굴이 새파래졌다.
나는 요슈아에게 들어서 사라가 그 일에 관련하여 무슨 말을 했는지 알고 있었다.
하지만 시침을 딱 떼며 말했다.
“제가요?”
“그건 맞잖아요! 안 그래요?!”
사라가 다급히 말해서 난 고개를 갸웃했다.
“아아, 기억나요. 그런 말을 했었지요.”
“그것 봐요! 저는 없는 말을 하지 않았─”
“영애가 제게 ‘더러운 피’라고 해서.”
“……!”
다른 사람들이 숨을 크게 들이켰다.
내 출생은 공공연히 떠도는 이야기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게 직접 이야기하는 건 아주 큰 무례였다.
특히나 날 조롱하기 위한 ‘더러운 피’라는 말은 결코 내 앞에서 입에 담으면 안 되는 소리였다.
“저는, 전 그, 그렇게 말한 적이…….”
“그 후에 찾아와서 말씀하셨잖아요.”
나는 고개를 기울이며 사라를 똑바로 바라봤다.
“이렇게 사려 깊은 분이 천박한 피를 반이나 가지고 있을 리 없다고. 그러니 영애가 무례하게 오해했던 것을 사과한다고요.”
“그, 그건……!”
“그래서 말씀드렸죠. 무례가 맞다고.”
“…….”
“제 말이 틀렸나요?”
매너를 중시하는 루멜리사의 표정은 완전히 구겨졌다.
“기가 막혀. 어떻게 그런 말을…….”
내게 호감 있는 영애들의 표정도 완전히 얼어붙었다.
물론 공자들의 낯빛은 썩어들어갔다.
“저질이네.”
“와……. 저런 이상한 사람은 처음 봅니다.”
“저런 사람에게 휘둘렸다는 게 수치로군.”
이곳엔 더 이상 사라를 도와줄 사람이 없었다.
사라가 여기서 어떻게 빠져나가려 할지는 뻔했다.
‘또 울려고?’
눈물을 무기로 이용하는 저 이상한 성격상 그렇게 할 게 뻔했다.
역시 사라의 눈에는 눈물이 차올랐다.
하지만.
“흑…….”
내가 더 빠르지.
나는 입을 틀어막고, 어깨를 가늘게 떨었다.
캐서린과 루멜리사가 양쪽에서 나를 보호하듯 감싸며 말했다.
“에릴로트 양, 그런 말에 동요할 것 없어요.”
“스스로 쓰레기임을 증명하는 말인걸요.”
“그 와중에 의연했다니, 영애가 얼마나 멋진 분인지 저희는 다시 깨달았답니다.”
다른 영애들도 얼른 내게 다가왔다.
공자들도 우물쭈물하면서 말했다.
“죄송합니다, 영애.”
“이런 말에 휘둘려서 상처를 드렸으니…….”
“으, 어떡하지…….”
다들 내게 모이는 와중에 사라만 덩그러니 서 있었다.
사라는 마른침을 삼켰다.
“그, 그런 게 아니라, 저, 저는…….”
캐서린이 매서운 눈으로 사라 포그를 쳐다봤다.
“이 일, 쉽게 넘어갈 생각은 말아야 할 거예요.”
루멜리사가 손수건으로 내 눈물을 닦아주며 말했다.
“에릴로트 양, 염려하지 마세요. 포그 영애의 얼굴은 다신 못 보도록 할 테니.”
캐서린과 루멜리사는 사교계의 공주님들이었다.
그런 두 사람에게 나는 명분까지 물어다 주었다.
이제 사라 포그는 황도 사교계에서 얼굴을 들고 다닐 수 없으리라.
‘자, 끝.’
사라 포그의 미성년자 사교계 매장을 완료했으니, 이제 달리아만 찾으면 되는…….
─까지 생각했을 때였다.
열린 문틈으로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타오르는 태양 같은 새빨간 머리, 밤의 어둠을 그러모은 것 같은 검은 눈동자.
그리고 순금처럼 반짝이는 황금색의 머리칼과 바다와 같이 푸른 눈동자.
쌍둥이였다.
발자크가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나를 쳐다봤다.
요슈아의 표정도 차갑기 그지없었다.
그들의 시선이 천천히 사라 포그에게 옮겨갔다.
문고리를 잡은 발자크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울, 렸어……?”
“……에릴로트를 울렸다고.”
엄마야!
나는 당황해서 두 사람을 쳐다봤다.
“오, 오라버니, 그런 거 아니고, 나 운 거 아니고……!”
가짜 눈물이라고 말할 순 없어서 당황했던 찰나.
콰과과과곽─!
바닥이 죄 부서지며 돌덩어리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크게 술렁였다.
“이, 이거…….”
“설마……!”
나는 얼른 소리쳤다.
“도망쳐요!”
요슈아의 가호인 <압축>이다.
아스트라 성에선 수련에 참여하기마저 어려운 강력한 광역기.
거기에 발자크의 가호인 <강화>까지 합쳐졌다.
3년 전에 딱 한 번 이런 적이 있었다.
내가 강철 까마귀였던 라곤과 있다가 잘못해서 죽을 뻔했을 때.
그때 데이몬드 관할성이 어떻게 되었는지 똑똑히 기억한다.
‘이클립토 성이 무너질 거야……!’
사람들이 새파래진 와중에 나는 얼른 루멜리사와 캐서린의 손을 잡았다.
그리고 영애들을 향해 소리쳤다.
“도망쳐요, 빨리!”
물론 얄미운 사라를 엿먹이고 싶긴 했지만, 이런 건 예상 못 했다고!
* * *
삼십 분 뒤.
영애와 영식들은 혼이 나간 표정으로 정원에 모여있었다.
그나마 리시먼드가 얼른 저 쌍둥이를 <이동>시켜서 망정이지, 아니었다면 성이 무너질 뻔했다.
황급히 이동시켰는데도 대회의장은 박살이 났다.
‘저기에 당했으면…….’
영식들은 와들와들 떨었다.
캐서린과 루멜리사가 흘낏 옆을 쳐다봤다.
아스트라 백작가의 쌍둥이가 에릴로트에게 엄청나게 혼이 나고 있었다.
“가호를 발동해? 그것도 광역기를?”
“…….”
“발자크는 형이 되어서 말릴 생각을 못 하고, 가호를 강화해준 거야?!”
“…….”
“이제 어떡할 거야! 대회의장이 박살 났잖아!”
“…….”
“…….”
고양이 앞에 쥐처럼 고개 숙이고 있는 두 사람을 보고 아이들은 깨달았다.
‘저기서 대장은…….’
‘응, 그래. 대장은…….’
저 무서운 쌍둥이가 머리 하나는 작은 에릴로트에게 꼼짝도 못하고 있었다.
아이들은 깨달았다.
왜 아스트라 가문을 최강의 창이라고 부르는지를.
엄청난 공격계 가호로 유명한 아스트라.
그 아스트라에서도 최강의 가호들을 가진 데이몬드 관할령의 형제들.
그 형제들 위에는…….
아이들이 마른침을 꼴깍 삼켰다.
‘에릴로트 아스트라에게 절대로 까불지 말아야지.’
사라 포그는 어디로 갔는지 모르겠다.
아마도 쌍둥이를 피해 도망친 게 아닌가 싶었다.
앞으로 결코 에릴로트 아스트라의 앞에 나타날 수 없겠지.
영식들이 영애들 쪽을 힐끔 쳐다봤다.
자신들처럼 오들오들 떨었으면서, 금세 회복해서는 통신석을 하나씩 들고 있었다.
“사라 포그. 포그 자작가의 사라 포그 말이에요!”
“정말 기가 막혀서……!”
“에릴로트 양이 가여워요!”
사교계의 대모들에게 홀랑 일러바치는 중이었다.
거기다가 캐서린과 루멜리사는…….
“네, 어머니. 제가 따돌렸다고 헛소문을 냈다니까요!”
“사라 포그는 정말 이상한 사람이에요, 아버지!”
영식들은 혼이 나간 얼굴로 생각했다.
‘영애들한테도 까불지 말아야지.’
* * *
그 시각, 이클립토 령의 번화가.
한지혁은 인상을 찌푸리며 양피지를 들고 있었다.
‘그러니까 이게 달리아란 말이지.’
에릴로트가 그려준 초상화였다.
하지만 아무리 봐도 이건…….
“개구리 같은데.”
에릴로트는 뭐든 잘하는 애지만, 미술에만은 도통 소질이 없었다.
그러면서 좋은 그림은 알아보고, 사들이는 게 의아할 따름이다.
오늘 아침, 콘라드로부터 전달받은 ‘준공되는 고아원으로 옮겨질 원아들 명단’에도 달리아는 없었다.
그렇다는 건, 아직 달리아가 고아원에 옮겨지기 전이라는 것일 터다.
“고아원에 없어도 이클립토 령엔 있을 거야.”
“왜?”
“고아가 된 후에 이클립토 령까지 찾아왔겠어? 이클립토 령의 아이니까, 이곳 고아원에 있는 거겠지.”
“흠…….”
“나는 준공식 때문에 나갈 수 없으니까, 네가 조사해봐.”
한지혁은 한숨을 내쉬었다.
‘모래사장에서 바늘 찾기 아닌가.’
그 많은 사람 중에서 어떻게 달리아를 찾으란 말인가.
하여간에 사람 부려 먹기로는 일등인 녀석이다.
‘일단 빈민가부터 찾아볼까.’
한지혁이 품 안에서 회중시계를 들었다.
저녁까지 빈민가를 돌고, 그 후엔 그 녀석 시중을 들기 위해 이클립토 성에 들어가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