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00
100화
“……쿨럭!”
촤좌좍.
손익패가 천수신공의 첫 운기를 마친 것은 그가 무아지경에 빠지고 약 반시진의 시간이 흐른 뒤였다.
천수신공의 운용을 위한 기의 통로가 모두 개척되자, 손익패는 검붉은 핏물을 한 움큼 토해 내고 고개를 들었다.
“후우…….”
“생각보다 빨리 마쳤네?”
“아……! 형님!”
그제야 사무현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었음을 안 손익패가 다급히 몸을 일으켰다.
“뭐, 별문제는 없었고?”
“예. 구결이 난해하지 않아 생각보다 그리 헤매지 않았습니다.”
“다행이네. 자, 그럼 어디……. 야! 청사! 그만 놀고 너만 이리 와 봐.”
“뭐, 뭐라고?”
사무현의 말에, 대련 중이던 청사와 적사의 얼굴이 보기 좋게 일그러진다.
“지금 내가 노는 것으로 보였나?”
“아니었어?”
“네놈이 시킨 대련을 하고 있었지 않느냐! 그것도 반시진 동안이나!”
이마에 핏대까지 세우며 반박하는 청사의 모습에, 사무현이 말없이 청사의 뒤쪽을 가리킨다.
“뭐냐? 저기에 뭐가 있…….”
쾅! 쩍쩍! 쿵! 쾅!
방어는 어디로 가져다 버렸는지 살벌하기 그지없게 공격만을 주고받는 막휘와 살암.
누구 하나 죽어나가도 이상하지 않을 것 같은 그들의 대련을 멍하니 지켜보던 청사가, 조용히 사무현의 앞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무슨 일이냐?”
“지금까지 몸은 실컷 풀었을 테니, 슬슬 시작해 봐.”
“무엇을 말이야?”
“진짜 실전 같은 대련.”
그 말과 함께 사무현이 손익패를 가리키자, 청사가 반신반의한 얼굴로 그를 응시한다.
“……저 녀석이랑?”
“어, 익패랑.”
“실전 같은 대련이라고 하지 않았느냐?”
청사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물어오자, 사무현이 덤덤히 고개를 끄덕인다.
“그랬지.”
“그런데 저런 수준에 맞지도 않는 놈과 붙으라고?”
“수준에 맞는지 안 맞는지는 붙어 보면 알지.”
사무현의 말에 꽤나 자존심이 상했는지, 청사의 얼굴이 처음으로 딱딱하게 굳어진다.
“고작 저런 녀석과 내가 동급으로 보인다고?”
“아, 시끄럽네. 일단 붙으라면 붙을 것이지.”
“하……! 이거 어이가 없군. 좋다!”
손익패를 향해 몸을 돌린 청사가 어금니를 뿌드득 갈며 공격 자세를 취한다.
“내가 어지간히 우습게 보인 모양인데, 어찌되는지 똑똑히 보여 주마!”
“자, 잠깐만요. 형님! 진짜 제가 저 인간이랑 붙습니까?”
“지금까지 뭐 들었냐? 일단 무공은 배웠으니, 한시라도 빨리 몸에 익혀야 할 것 아냐.”
“……저 아직 이거 쓰는 법도 못 배웠는데요?”
뭐라도 알려 주고 붙으라고 하셔야죠, 라는 뜻이 고스란히 들어나는 손익패의 얼굴에 사무현이 그의 어깨를 다독인다.
“괜찮아, 원래 다 맞고 때리고 하면서 배우는 거래.”
“누, 누가 대체 그런 미친 소리를 합니까?”
“그 무공 가르쳐 준 사람이.”
“…….”
“자, 그럼 시작.”
더 이상 관여하지 않겠다는 듯 그들로부터 한 걸음 물러서는 사무현.
이에 청사가 두 눈을 날카롭게 빛내며 손익패의 상태를 확인한다.
‘그다지 바뀐 것은 없어 보이는군.’
잠깐 사이에 어떤 무공을 가르쳐 놨는지는 모르지만, 익히자마자 성취를 보이는 무공이 있다는 이야기는 여지껏 들어 본 적이 없다.
마공이라면 모를까.
짧은 순간에 확인을 마친 청사가,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손익패를 향해 달려들었다.
파밧!
“으엇!”
순식간에 거리를 좁힌 청사의 우수가 손익패의 안면을 노린다.
손익패가 다급히 몸을 비틀며 그의 일권을 피하자, 연이어 날아든 청사의 일각이 손익패의 관자놀이를 후려친다.
쩡!
……풀썩.
균형을 잃은 손익패의 몸이 그대로 맨 바닥에 엎어지자, 어깨를 한번 으쓱해 보인 청사가 사무현에게 고개를 돌린다.
“보았느냐?”
하지만 사무현은 심드렁한 얼굴로 그의 뒤를 가리킬 뿐이다.
“아직 안 끝났는데?”
“음?”
파밧!
기철한 듯 바닥에 쓰러져 있던 손익패가 기습적으로 몸을 일으켜 청사의 뒤를 덮친다.
하지만 부드럽게 몸을 돌려 손익패의 공격을 회피한 청사가, 그대로 무릎을 들어 그의 턱을 올려 쳤다.
쩡!
“벌레 같은 녀석이!”
쾅!
턱에 이어 연달아 안면에 일권을 꽂아 넣는 청사.
이에 손익패가 붉은 피까지 흩뿌리며 나가떨어지자, 더는 의미가 없다는 듯 청사가 미련 없이 등을 돌린다.
“이제 진짜 끝났다. 저 정도면 더는 못 일어난다.”
“흐음…….”
홀로 턱 끝을 매만지던 사무현이 슬쩍 고개를 돌려 천마를 응시한다.
이쯤에서 그만하는 게 어떻겠냐는 눈빛으로.
하지만 천마는 도리어 더더욱 짙은 미소를 머금으며 고개를 가로젓는다.
“아니, 천수마공은 이제부터가 시작이다.”
“……계속해.”
“계속하라고? 지금 저 꼴을 보고도 그런 소리를 한다는 말이냐?”
진심이냐는 듯 재차 묻는 청사.
그리고 잠시 후, 천마의 장담대로 쓰러졌던 손익패가 비틀거리며 다시 몸을 일으킨다.
“크으으…….”
“……벌써 일어났다고?”
청사의 얼굴에 불신의 빛이 어린다.
전력을 다한 건 아니었지만, 그의 턱과 안면에 가해진 충격은 사람의 의식을 끊게 만들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알 수 없는 위화감에 청사의 두 눈이 가늘어지는 그 순간.
스스스스.
“……음?”
어쩐지 묘한 한기가 느껴지는가 싶더니 청사의 피부에 원인을 알 수 없는 소름이 돋아난다.
그리고 잠시 후, 두 팔을 늘어뜨리고 바닥을 응시하던 손익패가 천천히 고개를 들어 청사를 노려본다.
“……저건?”
붉게 충혈 된 손익패의 눈.
그 안에 느껴진 감정은 오직 하나였다.
그건 분명…….
‘……살기.’
“크르르…….”
손익패의 입에서, 맹수의 그것처럼 몸속 깊은 곳에서부터 끓어오르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이에 청사가 몸을 움찔하자, 손익패가 한 마리의 맹수처럼 그를 향해 쇄도했다.
파밧!
촤좍!
지금까지와는 다른 거칠고 민활한 움직임.
손가락을 구부려 갈고리처럼 만들어 낸 손익패의 일수가 청사의 무복 앞섶을 찢어 낸다.
“윽……!”
불시의 일격을 당했다는 사실이 자존심 상했는지 청사의 눈에 분노의 빛이 일렁인다.
“빌어먹을 놈이!”
쾅!
청사의 무릎이 손익패의 복부를 가격하자, 그의 몸이 직각으로 구부려졌다.
“감히!”
쾅!
청사의 팔꿈치가 구부려진 손익패의 등을 가격한다.
거기서 끝나지 않고 몸을 회전시킨 청사가, 있는 대로 내력을 끌어올려 손익패의 뒤통수에 일각을 꽂아 넣는다.
쩡!
쿵!
우렁찬 소리와 함께 바닥에 엎어진 손익패가 경련하듯 몸을 움찔거린다.
그러다 이내 의식이 끊어졌는지, 그의 몸이 축 늘어진다.
“후우……!”
손익패의 의식이 완전히 끊어진 것을 확인하자 청사가 긴 숨을 내쉰다.
얼마간 자신의 호흡이 멈춰져 있었음을 깨달은 그때, 청사의 귓가로 의미심장한 사무현의 음성이 들려왔다.
“……어떠냐?”
“…….”
“오싹했지?”
사무현의 말에 청사가 대답없이 마른침을 삼킨다.
그런 그를 가만히 바라보던 사무현이 이내 적사에게 고개를 돌린다.
“다음은 적사, 네가 해봐.”
“……기절 한 것 같은데요?”
“얼마 안 있어 일어날 거야. 너희 둘이 번갈아 가면서 익패랑 대련해. 봐주지 말고.”
“그러지요.”
적사의 대답에 사무현이 몸을 돌리자, 천마가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며 쓰러진 손익패를 돌아본다.
“아깝구나. 조금의 시간만 더 주어졌더라면 생채기 정도는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생채기라고?’
천마의 말에 사무현도 기절한 손익패 쪽을 흘깃 돌아본다.
‘잘하면 사고 한번 칠 수도 있을 것 같은데.’
맨정신으로는 스치지도 못했던 상대의 무복을 찢어 버릴 줄이야.
무공을 배운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 저 정도면, 정파 녀석들이 마공, 마공 하며 배척할 만도 하다.
‘……개사기네.’
자기도 모르게 입 밖으로 튀어나오려는 한 마디를 집어 삼킨 사무현이, 막휘와 살암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쩡! 쩌정! 쿵!
막휘와 살암의 대결은 확실히 청사, 적사와 달랐다.
서로의 공방이 교환될 때마다 사명관 내에 쩌렁쩌렁한 충격음이 울려 퍼졌고, 그 긴 시간 동안 몸을 움직였음에도 여전히 동작 하나하나가 날카로웠다.
‘……호각이네.’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막휘가 조금 더 우위에 있다.
검이 있었다면 살암이 우위를 점했겠지만, 체술만큼은 분명한 막휘의 영역이다.
정신없이 전투를 이어 가는 그들에게 다가간 사무현이 내력이 실린 음성으로 소리친다.
“거기까지! 이제 늬들 차례다!”
휘익.
타닥.
“쯧…… 운이 좋구나, 형님만 아니었어도 곤죽을 만들어 버렸을 텐데.”
“헛소리를 하는군. 일전에 내게 곤죽이 났던 것은 그새 잊어 버렸나?”
“하! 독이나 써서 겨우 이긴 걸 실력이라고…… 형님, 뭐라 말 좀 해주시지요.”
“네 아우가 너무 맞아 기억이 흐려진 모양이다. 네가 정신을 좀 차리게 해주는 게 어떠냐?”
지지 않으려 계속해서 으르렁대는 살암과 막휘의 모습에, 사무현이 짧은 실소를 흘린다.
“검 없이는 막휘가 이겨.”
“하하! 형님 말씀을 들었느냐?”
“헛소리 마라! 저 따위 녀석은 시간만 더 주어지면…….”
“거기까지. 이의 있으면 나부터 제끼고 말해.”
“…….”
그렇게 살암의 저항을 무력화시킨 사무현이 이내 막휘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자, 괜히 시간 끌 것 없이 너부터 시작하자.”
“시작이요?”
“실전 대련.”
사무현의 짧은 대답에 막휘가 두 눈을 반짝인다.
“실전에 준하게 하라는 말씀입니까?”
“그래. 살암 넌 막휘가 쓰러지면 바로 시작할 수 있게 준비하고.”
“그러지.”
“자…… 그럼 시작할까?”
“예, 형님.”
사무현의 말에 고개를 끄덕인 막휘가 앞으로 반장을 내밀며 자세를 낮춘다.
스윽.
‘드디어 다시 기회가 왔다.’
처음 사무현에게 처참하게 패했던 그날 이후로, 몇 번이고 그에게 도전하고 싶은 충동을 억눌러온 막휘였다.
사무현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강자를 얕잡아 보고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스스로의 부끄러움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다르다.’
이제는 안다.
사무현은 자신 따위가 가늠하기 힘든 괴물이다.
승리 같은 환상은 머릿속에서 지워버리고, 그의 움직임을 바로 보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집중에 집중을 더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진지하게 방어에 임하는 막휘의 모습에, 사무현의 눈에 이채가 스쳐 지나간다.
‘제법인데?’
자세를 낮추고 몸의 균형을 잡은 채, 어떤 공격이 날아와도 대처할 만반의 준비를 하고 있다.
그 모습이 마치…….
‘……덩치 큰 고양이?’
맹수처럼 위험하지는 않지만, 적어도 한 번의 공격으로 잡아내는 것은 어려울 것 같다.
‘한번 볼까?’
보일 듯 말 듯한 미소를 머금은 사무현이, 그대로 자리를 박차고 막휘에게로 접근한다.
스팟!
거리를 좁히기 무섭게 막휘의 안면으로 날아드는 사무현의 주먹.
이에 가볍게 상체를 뒤로 젖혀 그의 주먹을 흘린 막휘가, 곧장 두 손을 뻗어 사무현의 팔을 움켜잡는다.
덥석.
“핫!”
사무현의 복부로 막휘의 일각이 날아든다.
부드러움과 무거움을 중시하는 소림의 체술.
이에 반대편 손으로 막휘의 무릎을 가로막은 사무현이, 그대로 한쪽 발을 움직여 막휘의 턱을 걷어차 올린다.
쾅!
“크헉!”
“흠!”
쩡!
텅 비어있는 막휘의 명치에 팔꿈치를 꽂아 넣는 사무현.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급소를 노리는 그 체술은, 막휘의 소림 체술과 완전히 그 결을 달리한다.
휘릭.
쾅!
몸을 회전시켜 막휘의 관자놀이에 일각을 적중시키는 사무현.
그 공격을 끝으로 미련 없이 등을 돌린 사무현이 살암을 향해 손을 까닥인다.
……털썩.
“와라, 이제 네 차례…….”
파밧!
사무현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바닥을 박차고 달려드는 살암.
살기등등하게 달려드는 그의 우수에는 예리한 검날과 같은 수기(手氣)가 일렁이고 있다.
스스스스.
허공에서 여러 차례 변화를 일으키며 화려한 잔상을 만들어 내는 살암의 우수.
그가 무슨 짓을 하려는 것인지 눈치 챈 사무현이 비릿한 조소를 머금는다.
“어쭈?”
“핫!”
짧은 기합과 함께, 허공에서 복잡하게 엉킨 살암의 기가 그대로 사무현을 향해 쏟아져 내린다.
아니, 쏟아져 내리려 했다.
덥석.
“큭……!”
“이게 은근슬쩍 손으로 검술(劍術)을 쓰려 하네?”
어느새 살암의 손목을 움켜쥔 사무현이, 반대편 주먹에 내력을 끌어올린다.
“어디서 꼼수를 부려!”
쾅!
“크헉……!”
우당탕탕탕.
내력이 실린 사무현의 일 권에 복부를 직격당한 살암이 사명관 바닥을 나뒹굴었다.
“다시 막휘!”
“크윽……!”
아직 회복이 되진 않은 듯했지만, 막휘는 고개를 흔들며 힘겹게 다시 몸을 일으켰다.
“허세는 그렇게 부리더니, 고작 한 방에 나가 떨어져?”
“……빌어먹을.”
차마 반박할 말이 없었던 살암도 짧은 욕지거리만 내뱉는다.
그리고 그때.
스윽.
“한눈팔 여유가 있어?”
“아……?”
쾅!
휘리리릭.
우당탕탕탕.
방심한 틈에 날아든 사무현의 주먹에 안면을 강타당한 막휘가 저 멀리 나가 떨어진다.
그러자 사무현의 시선이 다시 살암을 향한다.
“야, 다시 너다.”
“…….”
“일어나, 얼른.”
“……썩을.”
이날 사명관에는, 누구의 것인지 모를 비명 소리가 밤늦도록 끊이질 않았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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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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