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03
103화
“크악!”
털썩.
아슬아슬하게 적사의 무복을 찢고 지나간 권풍이, 한쪽에서 전투 중이던 사도관도 한 명을 쓰러뜨린다.
지금까지와는 격이 다른 상대가 나타났음을 직감한 적사가 권풍이 날아든 방향으로 시선을 돌렸다.
저벅 저벅.
‘……저 문양은?’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여인의 무복에 새겨진 눈에 익은 문양.
이를 확인한 적사가 긴장감을 끌어올리며 방어자세를 갖춘다.
“……아미파(峨嵋派)가 기습이나 하는 취미를 가진 줄은 몰랐군.”
“기습? 그 정도는 인사 대신이라 해야지.”
적사 말에 대놓고 조소를 머금으며 다가오는 아미의 제자가, 두 주먹에 권기를 끌어올린다.
“삼초지적도 안 되는 상대에게 그 이상은 과분하니까.”
“……삼초?”
파밧!
여인의 말에 적사가 눈썹을 꿈틀하는 그 순간, 자리를 박찬 아미의 제자가 순식간에 그녀와의 거리를 좁힌다.
부웅.
펑!
아슬아슬하게 적사의 머리칼을 스치고 허공을 가른 여인의 주먹.
그 끝에 만들어진 파공성과 함께 적사의 머리칼 일부가 바스라진다.
“미친……!”
가녀린 몸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믿기 힘든 강맹한 파괴력.
이에 경악하는 적사의 안면으로 무형의 일각이 날아든다.
스팍!
“큭!”
또 한번 아슬아슬하게 상대의 발차기가 적사의 뺨을 스친다.
다급히 고개를 돌려 충격은 최소화했지만 스친 뺨이 불에 댄 것처럼 화끈거린다.
“빌어먹을 년이!”
휘릭!
부웅.
몸의 회전을 이용해, 상대의 관자놀이에 일각을 전개하는 적사.
하지만 그녀는 느긋하게 상체를 굽혀 적사의 일각을 피해냈다.
그리고…….
“끝이다.”
파밧!
이죽거리는 미소와 함께 적사의 안면으로 주먹을 뻗어내는 여인.
어차피 방어가 불가능함을 깨달은 적사가, 그대로 일 수를 뻗어 역으로 상대의 눈을 노린다.
“이……!”
스팟!
쾅!
적사의 일수가 여인의 머리칼을 스치며 허공을 가르고, 다급하게 상체를 비튼 탓에 그녀의 주먹은 연무대 바닥을 내려쳤다.
아슬아슬하게 위기를 넘긴 적사가 다급히 그녀와의 거리를 벌리자, 아미제자의 두 눈에 분노의 빛이 일렁인다.
“감히…… 내 눈을 노려?”
“눈이 어때서? 그 정도면 인사 대신이지.”
“…….”
“아, 그러고 보니 삼초는 넘긴 것 같은데…… 그럼 아까 네가 한 건 기습이 되는 건가?”
까드득.
적사의 도발에 어금니를 소리나게 깨문 여인이, 무시무시한 위압감을 풍기며 두 주먹을 움켜쥔다.
“오늘…… 그 얼굴 성하게 돌아갈 생각은 안 하는 게 좋을 거다.”
“와…… 무서워죽겠네.”
여인의 살기 어린 음성에 도리어 히죽 웃어 보인 적사가 양손에 반투명한 권기를 끌어 올린다.
잠시 후, 여인과 적사의 주먹이 맞부딪치며 만들어진 충격파가 주위를 후려쳤다.
쾅!
***
콰콱!
“……컥! 커헉!”
살암의 손아귀에 목을 내어 준 정도관도 하나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살암의 손목을 부여잡는다.
그가 고통의 몸부림을 칠 때마다 살암의 무복이 흔들리며 그의 장신구들이 요란한 소리를 만들어 낸다.
짤랑짤랑.
“시시하군…… 정말로 이게 다야? 명색에 오대세가가?”
황당함이 느껴지는 살암의 음성.
그의 손아귀에 붙잡힌 이는, 종리세가의 후기지수인 종리청이다.
처음에는 사도관도 몇을 쓰러뜨리며 기세를 올리는 듯했지만, 근래 들어 눈부신 성취를 이룬 살암에게는 시시한 먹잇감에 지나지 않았다.
“하기야…… 오대세가라도 끝자락에 걸친 세가니, 뭘 기대하는 것도 우습다만.”
“큭……! 다, 닥쳐라 이놈! 감히 어디서 더러운 음지의……!”
콰드득.
“……!”
털썩.
숨통을 움켜쥔 손아귀에 살암이 힘을 더하자, 짧은 경련과 함께 바둥거리던 종리청이 축 늘어진다.
의식을 잃은 그의 몸뚱어리를 심드렁하게 내던진 살암이, 무심히 자신의 손을 내려다본다.
‘……강해졌군.’
체술만이 아니다.
매일같이 이어진 무식한 아침 수련은 그의 육체를 강하게 만들었고, 석식 이후의 실전 비무는 그의 눈과 감각을 이전과 비교할 수 없도록 예리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 녀석 때문인가.’
매일 같이 그를 몰아붙이는 사무현의 영향으로 눈높이가 지나치게 높아져 버렸다.
조금 전 상대도 그리 약한 녀석이 아니었는데, 싸우는 내내 그 어떤 긴장감도 느낄 수 없었다.
‘더 강한 녀석을 찾아봐야겠군.’
조원들은 굳이 자신 없어도 잘 해낼 것이다.
주위를 둘러보며 다른 먹잇감을 찾던 살암의 귓가로,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전해지는 은은한 충격음이 들려온다.
쿠웅. 쿵.
“……다행히 근처에 있는 모양이군.”
짤랑짤랑.
장신구가 만들어 내는 소리와 함께, 살암이 기분 좋은 발걸음을 옮겼다.
***
쾅!
휘리리릭.
풀썩!
“……크헉! 허억!”
“그렇게 설치고 다니더니, 고작 이 정도냐?”
바닥에 엎드려 거친 호흡을 토해 내는 청사의 앞에, 청색 무복을 입은 정도관도 하나가 오만한 미소를 머금으며 그를 내려다본다.
“좀 더 노력해 보거라. 이래서야 기껏 기대했던 내 꼴이 우스워 지지 않느냐?”
“후우…… 후우…….”
“쯧쯧…… 아무리 날고 기어봐야, 결국 근본 없는 녀석들의 한계는 여기까진가.”
까드득.
“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혀를 차는 모습에, 바닥에 엎드려 있던 청사가 어금니를 깨물며 몸을 일으킨다.
아니, 일으키려 했다.
스팟!
콰쾅!
우당탕탕탕!
“……크헉! 쿨럭!”
막 몸을 일으키려는 순간 날아든 반투명한 권기가 청사의 몸을 후려쳤다.
저만치 날아가 검붉은 피를 토해 내는 그를 바라보며, 권기를 날린 사내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린다.
“하하하! 뭘 하는 거냐? 독기를 품었으면 당장 일어나야지!”
“쿨럭! 쿨럭! 이…… 이놈……!”
“이런이런…… 아무래도 그냥 쉬고 싶은 모양인데, 내가 도와주어야겠구나.”
말을 마친 사내가 다시 한번 권기를 끌어 올린다.
이에 어떻게든 저항하려 청사가 두 팔을 치켜드는 순간이었다.
“……이건!”
콰광!
청사를 향해 일 권을 뻗으려는 그 순간, 무언가를 느꼈는지 사내가 다급히 몸을 돌려 주먹을 내뻗는다.
그러자 그의 주먹 앞에서 작은 폭발이 일어나더니, 순식간에 그의 신형이 석 장 정도 뒤로 밀려난다.
그리고…….
짤랑짤랑.
장신구들이 부딪치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여유로운 발걸음과 부드러운 미소에 어울리지 않는, 섬뜩할 정도의 요사스런 살기를 풍기며…….
저벅저벅.
“소…… 막주님?”
“잘했다, 청사. 네가 내 먹잇감을 맡아 두었구나.”
살암의 등장이었다.
“네놈은……!”
살암의 정체를 한눈에 알아본 사내가 두 눈을 번뜩인다.
“버러지 같은 것을 지금껏 데리고 논 보람이 있군. 설마 암천막의 후계자가 내게 오다니.”
“나를 알고 있나?”
“당연하지. 다른 사파의 잡것들은 몰라도, 암천막의 후계자를 모르는 이가 있겠나?”
“흐음…… 나를 안다라…….”
사내의 말을 들은 살암이, 가만히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린다.
“아무래도 잘 모르는 것 같은데?”
“……뭐라?”
점점 더 노골적으로 드러나는 살암의 살기에 사내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진다.
“내가 누구인지 안다면…… 지금이라도 꽁지가 빠져라 도망쳐야 할 텐데 말이지.”
“……이 놈이!”
파방!
살암의 도발에 곧바로 권풍으로 응대하는 사내.
살암이 일 수을 휘둘러 그 권풍을 무력화시키자, 그 틈을 노려 거리를 좁힌 사내가 섬광 같은 일각을 내뻗는다.
팡!
살암의 머리칼을 스치는 사내의 발.
자신만만했던 태도가 허세가 아니었음을 증명하듯, 동작은 군더더기가 없고 발끝에는 응축된 힘이 실려 있었다.
하지만…….
스륵.
간발의 차로 발차기를 흘린 살암이, 한 손을 갈고리 모양으로 만들어 그의 안면을 수직으로 그어 버린다.
촤좌좍!
“크윽……!”
파밧!
타닷.
후드득.
무복의 앞섶이 찢겨져 나간 사내의 이마에서 붉은 피가 흘러나온다.
아슬아슬하게 피해 냈다고 생각했는데, 그 순간 날카로운 무형의 기가 그의 안면을 긁었다.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긴장감을 끌어올리고 있지 않았더라면, 지금의 공격으로 승부가 결착될 뻔했다.
“오호…… 그걸 피해? 종리세가의 애송이보다는 좀 낫군.”
“이…… 이 놈이……!”
장난이라도 치듯 유들유들한 살암의 태도에 분노한 사내가 가늘게 몸을 떤다.
지금의 일격은, 그가 피하지 못했으면 반드시 그의 눈을 앗았을 공격이다.
까드득.
어금니를 소리나게 깨물며 감정을 삭힌 사내가, 이윽고 이글거리는 눈으로 살암을 노려보며 입을 연다.
“내 이름은 모용청(慕容淸)이다.”
“아하, 모용세가 애송이였군.”
“오늘 내가…… 네놈에게 사람을 잘못 건드렸음을 알게 해주겠다.”
“아, 좋을 대로.”
슬쩍 혀를 내밀어 붉은 입술을 한번 훑어 낸 살암이, 두 팔을 펼쳐 들며 오만한 미소를 머금는다.
그들 사이로 스쳐간 바람에 의해, 살암의 장신구가 또다시 요란한 소리를 만들어 내었다.
짤랑짤랑.
***
“에라!”
쾅!
“……!”
풀썩.
“후우…… 뭐 하냐? 얼른 일어나라.”
“…….”
“……야, 안 일어나? 진짜 기절했냐?”
바닥에 엎어져 꿈쩍도 하지 않는 명운의 몸을 발로 건드려 보는 사무현.
하지만 이번에야말로 완전히 의식을 놓았는지, 축 늘어진 그의 몸은 미동조차 하지 않는다.
“……진짜 갔네.”
아쉬운 듯 입맛을 다시던 사무현이, 천천히 고개를 들어 전장을 둘러본다.
쾅! 쿠궁! 퍽! 퍽!
‘……다들 잘하고 있네.’
전체적인 분위기는 사도관도들의 압도적인 우세다.
가장 우려했었던 구파와 오대세가 녀석들이 날뛰지 못하도록, 조장들이 각자의 위치에서 역할을 다해주고 있다.
‘막휘 녀석은 거의 호각이고…… 손익패는…….’
쾅! 촤좍! 쾅!
“으라아아!”
“마, 막아!”
“지, 짐승 같은 놈이다!”
천수신공을 운용하며 한 마리의 야수처럼 정도관도들을 상대로 날뛰고 있다.
혹여나 야성을 통제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질까 내심 걱정했는데, 다행이 그는 제법 안정적으로 천수신공을 운용하고 있었다.
‘그리고 적사는…….’
쾅!
쿠궁! 쾅!
‘……위험하네.’
아닌게 아니라 곡예에 가까운 외줄타기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아직 그녀는, 홀로 구파나 오대세가를 감당하는 것이 불가능해 보인다.
‘누군가 도울 녀석이…….’
지금 당장 머릿속에 떠오른 이는 두 사람이다.
그들을 찾아 다급히 주위를 둘러보던 사무현의 시선이 돌연 한데서 멈춰 섰다.
‘……음?’
타다닷.
조금 전까지 만신창이나 다름없이 쓰러져 있던 청사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알아서 적사가 있는 방향으로 달려가고 있다.
그리고…….
파바밧!
정신없이 날뛰던 손익패도, 어느새 청사의 뒤를 쫓아 적사를 도우러 내달리고 있다.
“……하!”
자연스런 실소가 입술을 비집고 튀어 나온다.
‘……알아서 잘들 하네.’
제 자식을 가장 못 믿는 게 부모라더니.
그게 딱 자신을 두고 하는 말 아닌가.
이윽고 미련 없이 등을 돌린 사무현이, 가볍게 어깨를 풀며 입을 열었다.
“……오래도 기다렸네, 그렇게 나랑 싸우고 싶었어?”
저벅저벅.
사무현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전장 속에서 한 사내가 모습을 드러냈다.
***
쾅! 콰광!
“큭……!”
두 팔을 교차해 가까스로 주먹을 받아낸 적사가 침음성을 흘린다.
나름대로 안정적인 방어를 해냈다고 생각했는데, 주먹에 실린 무게감에 자세가 휘청인다.
그러는 사이, 상대의 일각이 적사의 대퇴부로 날아들었다.
“칫!”
스팍!
피할 수 없음을 직감한 적사가 반사적으로 우수를 내뻗는다.
하지만 상대는 그런 적사의 반격을 예상했는지, 한 손으로 그녀의 공격을 흘리며 입꼬리를 말아 올린다.
“끝이다.”
“……이런!”
휘익!
쩡!
텅 비다시피 한 적사의 안면으로 날아든 일권.
한순간 두 눈을 질끈 감았던 적사가 눈을 뜨자, 상대의 주먹을 가로막고 있는 거친 손이 눈에 들어온다.
“이……!”
난데없는 청사의 등장에, 아미의 제자가 황급히 뻗었던 주먹을 회수한다.
그러고는 그대로 몸을 튕겨 올리며, 한쪽 발을 뻗어 청사의 안면을 걷어 찬다.
쩡!
쿠당탕.
미처 반응하지 못하고 안면을 걷어차인 청사가 보기 좋게 바닥을 나뒹군다.
“크윽……!”
“……그 와중에 고개를 틀었다고?”
자신의 발끝에서 느껴진 불완전한 감각에 여인의 눈썹이 꿈틀한다.
“크읍……. 퉤! 빌어먹게도 무식한 여자군.”
입 안에 고인 피를 뱉어 내며 청사가 몸을 일으키자, 적사가 그의 옆에 나란히 서며 입을 열었다.
“어떻게 알고 왔어?”
“후우……. 그렇게 신나게 얻어터지고 있는데 눈이 달렸으면 모를 수가 없지.”
“……그 꼴로 할 말이야?”
척 봐도 저도 쓰러지기 직전이구만.
적사가 어이없다는 듯 묻자, 청사가 씩 웃어 보이며 말을 잇는다.
“일단 함께 버텨보지. 그러다 보면 또 누가 도우러 올 테니.”
“……벌써 온 것 같은데? 그 누구.”
“음?”
“으라아아아!”
적사의 한 마디에 청사가 고개를 돌리자, 우렁찬 기합과 함께 그들을 향해 달려오는 손익패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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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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