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04
104화
타닷!
촤지직.
멀리서 도약한 손익패가 그들의 앞에 안착하자, 청사가 얼떨떨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아니…… 네가 여긴 어떻게…….”
“후우…… 뭘 물으십니까? 당연히 도우러 왔지요.”
“……망할.”
도우러 온 사람이 하필이면 손익패라니.
이기고 지고를 떠나, 아무래도 피곤한 전투가 될 모양이다.
“그나저나…… 만만치 않은 상대인 모양이군요.”
엉망이 된 청사와 적사를 번갈아보며 손익패가 말하자, 청사가 대뜸 뻔뻔한 얼굴로 적사를 응시한다.
“적사의 꼴만 봐도 대충 짐작할 만하지 않겠냐?”
“……네 꼴도 만만치는 않아.”
티격태격하는 것도 잠시.
어느덧 그들 중 가장 앞에 선 손익패가 천수신공을 운용하며 앞으로 걸어 나선다.
“그래도 쫄 것까진 없죠. 그래 봐야 우리 대표 형님만 하겠습니까?”
“……그건 맞는 말이지.”
“동감.”
언제 그랬냐는 듯 의지를 다지는 이들.
그들의 선두에 선 손익패가, 천천히 자세를 낮추며 말을 꺼낸다.
“제가 앞장설 테니, 뒤를 부탁드립니다.”
쾅!
그 한 마디와 함께 손익패의 신형이 아미의 제자에게로 쇄도한다.
천수신공의 운용으로 감각이 극대화되자, 자신을 향해 발을 뻗는 여인의 움직임이 생생하게 오감에 잡힌다.
두 손을 맹수의 발톱처럼 구부린 손익패가, 큰 동작으로 한 팔을 휘두르며 그녀의 안면을 공격한다.
스악!
쩡!
상체를 뒤로 젖히며 공격을 흘린 여인이, 손익패의 턱에 그대로 일 각을 꽂아 넣었다.
한순간 시야가 흔들린 손익패가 주춤거리며 물러나자, 그의 복부와 흉부에 그녀의 쌍장(雙掌)이 날아와 꽂힌다.
쩌정!
휘익!
우당탕탕!
자신만만했던 돌격과는 달리 순식간에 나가떨어지자, 어이가 없다는 듯 혀를 찬 여인이 적사와 청사를 향해 손을 까닥여 보인다.
“입만 산 녀석이었군. 다음, 와라.”
“글쎄…… 그런 말은 확실히 쓰러뜨리고 나서 하는 말 아닐까?”
“뭐……!”
촤악!
난데없이 등 뒤에서 느껴진 오싹한 감각에 여인이 반사적으로 몸을 비틀었다.
그 순간 욱신거리는 어깨의 통증과 함께, 붉게 충혈된 눈으로 웃고 있는 손익패의 모습이 그녀의 눈에 들어온다.
“이……!”
까득.
예상치 못한 전개에 어금니를 악문 여인이, 섬광같은 일각을 뻗어 손익패의 안면을 걷어찬다.
쾅!
휘리릭.
타닥.
“……또 버텼다고?”
기절해도 이상하지 않았을 충격일 텐데, 손익패는 도리어 약간의 거리를 두고 서서 그녀의 빈틈을 노리고 있다.
투두둑.
“……짐승 같은 놈이군.”
자신의 어깨에 흐르는 붉은 피를 바라보던 여인이, 이윽고 자세를 낮추며 제대로 된 자세를 취한다.
스윽.
“내가 너무 얕잡아 봤구나.”
“크르르…….”
“……와라. 짐승이건 뭐건, 두들겨 패서 제정신으로 만들어 줄 테니.”
쓰윽.
파밧!
그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자리를 박차고 달려드는 손익패.
그가 움직이자, 지금껏 기회를 노리며 지켜보던 적사와 청사도 함께 몸을 움직인다.
쾅!
손익패의 조기(爪氣)와 여인의 권기(拳氣)가 맞부딪치면서, 그들 사이에 본격적인 삼파전이 시작됐다.
***
“드디어 일대일로 마주하게 되었군.”
두 눈을 빛내며 다가오는 남궁천의 한 마디에 사무현이 피식 실소를 흘린다.
“일대일로 처맞는 게 뭐 좋은 경험이라고.”
“분명 그런 식으로 말할 것이라 생각했지. 아무튼, 그대와 이렇게 맞붙게 된 것을 진심으로 기쁘게 생각한다.”
“이야, 안 어울리게 예의를 차리네? 늬들이 그렇게나 무시하는 사파한테.”
“사파라고 다 같은 사파는 아니지. 적어도 이 자리에서 그대만큼은 내 존중을 받을 자격이 있다.”
“……오호?”
예상치 못한 남궁천의 태도에 사무현이 흥미로운 미소를 짓는다.
“왜? 내가 사도관 대표라서?”
“설마. 그런 무의미한 권위에 존중을 표하는 건 우스운 일이지.”
“그럼?”
“실력.”
“…….”
“다른 이들은 모르겠지만 나는 알 수 있지. 먼 훗날 천하제일인의 자리를 두고 다툴 자격이 있는 것은, 오직 그대와 나 둘뿐이라는 것을.”
“……천하제일인?”
남궁천의 말에 사무현의 고개가 살짝 가로 꺾인다.
“너랑 내가?”
“아무에게나 허락되는 자리는 아니니까.”
“…….”
“해서 나는…… 지금 이 자리에서, 우리 둘 중 미래의 천하제일인에 어울리는 자가 누구인지 확인 해 보고자 한다.”
그러고는 사뭇 진지한 얼굴로 자세를 취하는 남궁천.
하지만 그런 그와는 달리, 사무현의 얼굴에는 어쩐지 황당한 미소가 머금어져 있었다.
“이거 생각보다 재밌는 새끼였네. 그럼 이거 하나만 물어보자.”
“무얼 말이냐?”
“저 명운인지 뭔지 하는 놈도 나한테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았는데, 너는 쟤랑 뭐가 좀 다를 것 같냐?”
“……무슨 뜻으로 하는 말이지?”
“아아, 됐다. 뭐 하러 귀찮게 말을 섞고 있냐? 편한 주먹을 내버려두고.”
쾅!
말을 마친 사무현이, 돌연 자리를 박차고 그를 향해 쇄도한다.
자신을 향해 뻗어오는 사무현의 주먹에 남궁천도 기다렸다는 듯 권기를 끌어올린다.
그리고 잠시 후, 내력이 실린 두 사람의 주먹이 맞부딪치며 어마어마한 소리를…….
쾅!
뚜두둑.
“……어?”
굉장히 불쾌한 소리와 함께, 남궁천의 주먹이 힘없이 튕기쳐 밀려난다.
경악하는 그의 얼굴로, 기세를 잃지 않은 사무현의 주먹이 날아들었다.
쩡!
휘리릭.
쿠당탕!
“……크헉!”
탈골되어 축 늘어진 자신의 한쪽 어깨를 부여잡고,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몸을 일으키는 남궁천.
그런 그를 어이가 없다는 듯 내려다보며 사무현이 입을 열었다.
“뭐? 너랑 내가 천하제일을 다퉈? 너는 쟤들이랑 달라?”
“이…… 이게 무슨…….”
“나 참…… 고만고만한 것들끼리, 대가리 조금 빨리 컸다고 지만 특별한 줄 아네.”
“이…… 이 놈!”
“야야, 괜히 매 벌지 말고 들어. 너한테는 내가 딱히 악감정 없으니까, 특별히 선택권을 준다.”
“……!”
“몇 대 맞을래?”
사무현의 한 마디에, 남궁천의 전신에서 주체 못한 살기가 터져 나온다.
“지금…… 나를 애송이 취급 하는 건가?”
“백전노장은 아니잖아?”
“애송이는 더더욱 아니지.”
까드득.
사무현의 심드렁한 태도에 어금니를 소리 나게 깨문 남궁천이, 탈골된 어깨를 붙잡고 과격하게 뼈를 맞춘다.
뚜두둑.
“……큭!”
“저런, 아프겠네.”
이번만큼은 사무현의 얼굴에 진심 어린 안타까움이 번진다.
금강불괴에 이르는 사무현도, 십만대산에서 어깨가 두어 번 탈골된 적이 있었다.
누구 때문인지는 뭐 말해 봐야 입만 아프고.
아무튼 뼈를 맞추는 과정에서 상당한 통증이 동반되기 때문에, 저렇게 스스로 어깨를 끼워 맞출 수 있는 인간은 그리 많지 않다.
“마냥 온실 속 화초처럼 자란 놈은 아닌가 보네.”
사무현이 고개를 끄덕이며 그를 인정했지만, 이미 분노로 눈이 뒤집힌 남궁천에게는 조롱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네가 생각 이상으로 강하다는 사실은 알겠다. 하지만, 남궁세가라는 이름을 너무 얕보지 않는 게 좋을 거다.”
“그래, 그래. 알겠으니까, 몇 대 맞을래?”
“……말귀가 어두운 녀석이군.”
팟!
순식간에 사무현을 향해 몸을 날린 남궁천이, 허공에서 현란하게 몸을 비틀며 그에게 일각을 전개했다.
쿵!
우수를 들어 남궁천의 발을 가로막은 사무현이, 반대편 손으로 그의 빈 복부를 가격한다.
아니, 가격하려 했다.
휘리릭.
덥썩.
“걸렸구나.”
“음?”
난데없이 두 손으로 사무현의 손목을 잡고, 두 다리를 꼬아 그의 한쪽 팔을 단단히 봉쇄하는 남궁천.
그 순간 한쪽 팔에서 느껴지는 묵직한 무게감에 사무현의 몸이 휘청인다.
“으엇!”
“큭……. 놀랐느냐? 천근추의 묘리를 섞은 관절기다.”
“관절기에…… 천근추?”
“네놈의 얕은 견식으로는 감히 들어본 적도 없겠지. 이것이 바로 남궁세가의 체술이다.”
조소를 머금고 있기는 했지만, 남궁천은 내심 놀라움을 금할 수 없었다.
지금쯤 무게감을 이기지 못하고 바닥에 엎어져 고통을 신음하고 있어야 정상이다.
한데 상대는 처음에만 잠시 균형을 잃었을 뿐, 이내 천근추의 묘리를 실은 무게를 오직 한 팔의 힘만으로 버텨내고 있었다.
“계속 버티면 관절이 빠지고 근육이 파열될 거다. 그전까지 절대 놓아줄 생각이 없으니 스스로의 오만함을 원망하도록.”
남궁천의 냉랭한 음성.
하지만 돌아온 것은, 황당함이 역력한 사무현의 반응이었다.
“뭐? 뭐가 빠져?”
“…….”
“나 참……. 자기 기술에 취해서 상대 반응은 살피지도 않네. 이러면서 애송이가 아니라고?”
피식피식 실소를 흘리던 사무현이, 이내 표정을 굳히고 그가 붙잡고 있는 팔을 번쩍 들어 보인다.
부웅.
“으헉! 아니……!”
“천근추는 얼어 죽을. 기껏 해 봐야 이백 근 남짓 되겠구만.”
“이, 이건 말도 안 되는…….”
“말이 안 되긴……. 쯧쯧, 네가 조금 전에 뭐라 그랬지? 절대 안 놔줄 거라고 했나?”
“……아.”
“그래, 절대 놓지 마라.”
그 말과 함께, 허공으로 치켜들었던 사무현의 우수가 맹렬한 기세로 낙하한다.
쾅!
“……커헉!”
요란한 소리와 함께 등부터 바닥에 부딪힌 남궁천이 크게 헛숨을 들이쉰다.
순간 온몸의 힘이 풀려 사무현의 팔을 놓을 뻔했지만, 남궁천은 이내 정신을 차리고 그 팔을 부여잡았다.
이유인즉, 어느새 바닥에 박혀 있던 그의 몸이 다시 허공에 들려 있었기 때문이다.
“쯧쯧, 너도 참 매를 번다.”
“무, 무슨…….”
“아까 그렇게 기회를 줬는데.”
부웅.
쾅!
“크헉……!”
덥석.
완전히 힘이 풀려 버린 남궁천의 앞섶을 잡아, 사무현이 다시 그의 몸을 강제로 일으켜 세운다.
“그냥 적당히 두 대만 맞겠습니다, 했으면. 그냥 깔끔하게 두 대로 끝났잖아.”
“아…….”
“왜 거기서 입을 털어서!”
쾅! 쾅! 쾅!
“…….”
스륵.
사무현의 주먹에 연달아 안면을 얻어맞은 남궁천이, 파르르 떨다 그대로 늘어진다.
완전히 의식을 잃은 그를 바라보며 혀를 찬 사무현이, 그의 몸을 저 멀리 한쪽으로 내던진다.
털썩.
“자…… 이제 얼마나 남았나 볼까?”
느긋하게 주위를 둘러보니, 이제 어느덧 전투가 마무리되어 가고 있었다.
다섯 조장들은 아직까지 치열한 싸움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그들을 제외하면 연무대에 서 있는 이들은 격전을 치른 흔적이 역력한 사도관도들뿐이다.
‘……이겼네.’
완전히 끝이 난 것은 아니지만, 이미 결과는 정해진 것과 다름없다.
‘어디…… 마무리까지 잘 할 수 있는지 볼까?’
그가 돕는다면 금방 끝나겠지만, 이 싸움의 경험은 저 녀석들에게 성장의 밑거름이 되어 줄 것이다.
그렇게, 정도관과 사도관의 전투가 끝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
촤좌좍! 촥!
“이……! 이런 말도 안 되는……!”
너덜너덜해진 무복 곳곳에서 붉은 피가 흘러나온다.
사방에서 악의와 살의가 넘치는 공격이 쉴 틈 없이 날아든다.
스팟!
“비, 빌어먹을!”
방어는 없이 살벌한 공세만을 이어가는 살암을 향해, 모용청이 다급히 일 권을 찔러 넣는다.
상대를 공격하고자 한 것이 아닌 그저 시간을 벌기 위한 반격.
하지만…….
퍽!
“엇?”
자신의 주먹이 살암의 이마에 닿자, 모용청의 두 눈이 휘둥그레진다.
분명 시간상 피하거나 막아낼 수 있었을……!
촤좌좌좍!
“……!”
그야말로 간발의 순간 이었다.
본능적인 위기감에 모용청이 고개를 젖히자, 그의 목을 노리고 날아든 살암의 손이 그의 목선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잠시 후, 그의 목에 붉은 실선이 만들어 지더니 그곳에서 붉은 피가 흘러내린다.
투두둑.
짤랑짤랑.
“이…… 이런……!”
“흐음…… 과연. 아직 감이 살아있구나.”
아쉽다는 듯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핥는 살암의 모습에, 모용청의 온 몸에 오싹한 소름이 끼친다.
‘이, 이 녀석은 미쳤어.’
단순히 쓰러뜨리겠다는 것을 넘어서서, 기필코 그를 찢어 죽이겠다는 의지가 노골적으로 드러난다.
대체 어째서……?
이건 그래봐야 연무학관의 비무가 아니던가?
“……계속해볼까?”
파밧!
촤좍! 쾅! 콰광! 팍!
“크으으윽……!”
살암의 공격을 받아내면 받아낼수록 모용청의 몸이 딱딱하게 굳어간다.
그를 죽이고야 말겠다는 살의(殺義)가 저 요란한 장신구 소리와 함께 그를 압박한다.
맹수의 그것처럼 감정 없는 눈빛이 그의 빈틈만을 노리고 있다.
저런 놈을 상대로 반격을……?
아니,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다.
‘이, 이건 설마…….’
몸이 굳어지고 호흡이 가빠진다.
그가 무얼 하고 있는지, 왜 이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지 그 이유조차 잊어버렸다.
지금 그가 느끼고 있는 이 감정은 다름 아닌……!
‘……두, 두렵다.’
스스로 깨달은 공포라는 감정.
그 순간, 굳어있는 우평의 복부로 살암의 일각이 기다렸다는 듯 날아와 박힌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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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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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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