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06
106화
“형님! 제 잔 한잔 받으십쇼, 오늘의 승리는 다 형님 덕분…….”
“잠깐 잠깐! 대표 형님께는 제가 먼저 입니다!”
“이 자식들이 찬물도 위아래가 있지…… 나보다 쌈 못 하는 놈들은 다 내 뒤로 서!”
새빨갛게 취한 얼굴로 손익패가 소리치자, 웅성거리며 앞으로 달려가던 이들이 아쉬운 얼굴로 그의 뒤에 줄을 댄다.
“헤헤, 형님. 제가 올리는 잔부터 한잔…….”
스윽.
“뭐, 뭐야? 누가 내 앞에…….”
“너보다 싸움 잘하는 놈 오셨다.”
‘뭐, 문제 있냐?’라고 말하는 듯한 막휘의 얼굴에, 잠시 미간을 찌푸리던 손익패가 이내 어색하게 웃으며 앞을 양보한다.
“……헤헤, 앞에 서십쇼, 형님.”
“크흠……. 한잔 받으시지요, 형님. 역시 형님께 첫 술을 올리는 영광은 첫째 아우인 제가…….”
“거기 싹 비켜라!”
난데없이 뒤쪽에서 울려 퍼지는 살암의 음성에, 막 술잔을 건네려던 막휘가 미간을 꿈틀하며 고개를 돌린다.
“이놈이, 지금 나한테 뭐라…….”
쿵.
“쯧쯧……. 이래서 못 배운 것들이란……. 대사도관(大邪道官)의 대표에게, 그렇게 성의 없는 첫 잔을 올릴 셈이냐?”
회심의 미소를 머금으며, 언제 준비했는지 철제 대야 하나를 상 위에 올리는 살암.
그리고 대야 옆으로, 화주, 백주, 죽엽청 따위의 각종 술들을 보란 듯이 이어 올려놓는다.
“네놈…… 그게 다…….”
“이런 특별한 날에 대표에게 올릴 첫 잔이라면, 응당 그만한 정성이 들어가야 하지 않겠느냐?”
“…….”
살암의 물음에 잠시 침묵을 지키는 막휘.
그러던 그가, 잠시 후 한쪽 입꼬리를 씰룩이며 두 눈을 빛낸다.
“……맞는 말이군.”
……잠시 후, 처음으로 살암과 뜻이 통한 막휘가 그와 함께 분주히 술병의 마개를 따기 시작한다.
꼴꼴꼴꼴.
“저, 저도 돕겠습니다!”
“저도요!”
“흐흐, 오냐! 대표형님께 드릴 잔이니, 모두의 정성을 쏟아 보자!”
“와아아!”
어느새 너도나도 합류해서 술병을 들고 설치고 있는 사도관도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무현의 입가에 흐뭇한 미소가 머금어진다.
‘……저런 것들도 동생이라고.’
평소에는 그렇게 형님, 형님 하더니, 기회 생기니까 기다렸다는 듯 보내려 하는구나.
자리를 피하기 위해 사무현이 몸을 일으키려 하자, 난데없는 부드러운 손길이 사무현의 한쪽 어깨를 짚는다.
“어딜 가려고 하느냐?”
“……관주님?”
아니…… 이 분은 대체 언제 오셨지?
사무현의 흔들리는 눈빛에, 사도관주가 빙그레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설마 안 마시고 도망칠 생각은 아니겠지? 저게 다 내가 사는 술인데.”
개평 덕분에 맺힌 것이 많았는지, 사무현의 어깨를 잡은 그의 손아귀에 상당한 힘이 실려 있다.
……이게 다 인과응보인가?
그러는 사이, 어느새 제조(?)를 마친 흉흉한 술이 철제 대야에 담겨 그 모습을 드러냈다.
“형님! 받으시지요!”
“……이걸 나더러 마시라고?”
“그럼요. 대사도관의 대표께 올리는 첫 잔인데, 이 정도는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말만 들으면 대표를 주당으로 뽑은 줄 알겠다.
아니…… 그런데 이 정도 양이면 진짜 마시다 배 터지겠는데?
“이런…… 설마 못 드시겠습니까? 형님께서 무공은 강하시지만, 술은 거기에 못 미치시는 모양이네요.”
꿈틀.
히죽히죽 웃으며 막휘가 도발하자, 사무현의 눈썹이 꿈틀한다.
“후우……. 좋아.”
분위기를 가라앉히는 싸늘한 음성과 함께, 사무현이 막휘에게서 철제 대야를 받아 든다.
스윽.
“……다들 잔 들어라! 오늘 나보다 먼저 뻗는 새끼는 아주 그냥 뒈지는 거야!”
“우와아아!”
“오늘 술로 서열 정리 한번 해 보자!”
그렇게 모두의 환호를 받으며 사무현이 대야 술잔을 받아 드는 순간, 무언가를 떠올렸는지 사무현이 말을 잇는다.
“아, 그리고 찬물도 위아래가 있는데 관주님 잔도 준비해라! 내 것보다 더 신경 써서.”
“예! 형님!”
“야! 관주님 잔도 준비해라!”
“자, 잠깐만! 뭐라고?”
사무현의 뒤에서 흐뭇하게 지켜보던 사도관주가, 예상치 못한 전개에 두 눈을 치켜뜬다.
“아니, 나는 그냥 평범하게…….”
“그러면 안 되죠! 명색에 관주님인데! 정도관이랑 싸우느라 고생한 애들의 정성을 무시할 생각이세요?”
“아…….”
“이따가 저도 한잔 올릴게요. 대표로서!”
두 눈을 부릅뜬 사무현의 모습에서, 뒈져도 절대 혼자 뒈지지는 않는다는 결연함이 엿보인다.
그 모습에 사도관주의 입가에도 빙긋 미소가 머금어진다.
‘위아래도 없구나.’
나 때는 안 그랬는데.
“후우……. 오냐! 내 오늘 관주가 괜히 관주가 아니란 것을 보여 주마!”
“와아아!”
“좋아, 마시자!”
“가즈아아아!”
그렇게, 사도관의 시끌벅적한 밤이 깊어 가고 있었다.
***
“아우……. 속 뒤집어지겠네.”
“미식거려……. 속이 미식……. 우웁!”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창백한 얼굴로 혈무관 뒤편에 집합한 사도관도들.
자정을 넘은 시각에 겨우 숙소에 들어왔지만, 두 시진 남짓한 숙면으로 어제의 숙취를 날려 버리기에는 역시 부족함이 있었다.
“막휘 형님……. 오늘은 진짜 무리 아닙니까?”
새벽에 몇 번이나 속을 게워 낸 손익패가 창백한 얼굴로 막휘를 올려다본다.
하지만 당장이라도 쓰러질 듯한 막휘의 얼굴을 보니, 불평은 금세 사그라들었다.
“나라고…… 그걸 모르겠냐……?”
“……아닙니다.”
“후우……. 기다려 봐라……. 형님도 어제 그렇게 드셨는데……. 분명 정상은 아니실…….”
“여어, 다들 잘 잤냐?”
“……젠장, 사람인가?”
어제 제일 많이 마신 사람이 저렇게나 쌩쌩하다고?
“뭐야? 늬들 몰골이 왜 다 그 모양이냐?”
금방이라도 쓰러질 듯 비틀거리는 모두의 모습에, 사무현이 두 눈을 크게 뜬다.
“형님……. 그새 행공이라도 하셨습니까?”
“행공? 고작 그거 먹고 행공은 무슨……. 가만. 설마 늬들 아직도 술 안 깼냐?”
“…….”
“나 참……. 맹물이나 다름없는 걸 퍼마시고 아직도 그러고 있다고? 두 시진이나 지났는데?”
“…….”
“쯧쯧……. 술을 마셔도 내가 배는 더 마셨는데……. 덩치가 아깝다, 덩치가 아까워.”
혀를 끌끌 차며 승리의 미소를 머금는 사무현의 모습에, 막휘를 포함한 모두의 얼굴에 불신과 혼란의 기색이 어린다.
‘진짜 내공으로 주독을 몰아낸 게 아니라고?’
‘말이 안 되는데, 사람이면 그걸 마시고 멀쩡할 수가 없는데.’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는 그들의 모습을 가만히 바라보던 사무현이, 이윽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잇는다.
“뭐, 어쩔 수 없지. 이대로는 당장 수업이 안 될 것 같으니까…….”
“오오……!”
“오늘은 쉬는……!”
“……행공부터 시작하자. 일단 다들 주독부터 몰아내라.”
“빌어먹을.”
“망할.”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투덜거리는 소리에 사무현이 한쪽 눈썹을 치켜올린다.
“이것들 봐라? 설마 오늘은 술도 안 깼으니 아침 수련쯤 걸러도 되겠지. 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냐?”
“…….”
“얼씨구? 진짜인가 보네?”
차마 아무 말을 하지 못하는 이들을 바라보며, 사무현이 피식 실소를 흘린다.
“어디 한번 보자. 오늘 수련은 쉬었으면 좋겠다 하는 놈, 거수.”
“…….”
“오호라, 아무도 없네? 그럼 조금 전에는 내가 환청을 들은 건가?”
“…….”
“에잉……. 쯧쯧, 오늘 쉬고 싶은 놈들이 많이 있으면, 하루 정도는 진짜 쉬어 볼까도 싶었는…….”
“여기 있습니다!”
“쉬고 싶습니다!”
“저도 쉬고 싶……!”
사무현의 말에 다급히 손을 들며 소리치는 몇몇 이들.
하지만 잠시 후 사무현의 입가에 머금어진 사악한 미소를 확인한 순간, 그들은 스스로의 어리석음을 탓하며 후회해야 했다.
“오호라아, 역시 있었네? 쉬고 싶은 놈들?”
두 눈을 희번덕이는 사무현의 모습에, 모두가 닥쳐올 뒷일을 떠올리며 마른침을 삼켰다.
……꿀꺽.
“이것들이 싹 다 빠져 가지고!”
두 눈을 뒤집어 까며 발광하려는 사무현을 막휘가 다급히 만류한다.
“혀, 형님! 잠시만 진정하시지요.”
“진정? 내가 진정하게 생겼냐? 술이 덜 깼으니 하루 정도 쉬었으면 좋겠다는 것들을 앞에 두고?”
“꼬, 꼭 술이 아니더라도, 어제 저희가 정도관을 상대로 승리하지 않았습니까?”
“그래, 이겼지. 그런데 그게 뭐?”
“어…… 그게…….”
“왜, 정도관 놈들 한번 때려잡았으니 이제 긴장 좀 풀어도 될 것 같아?”
정곡을 고스란히 찌르는 사무현의 물음에 막휘를 포함한 모두가 자신도 모르게 움찔한다.
“하아……. 얘들이 진짜 뭐 대단한 일이라도 해낸 줄 아나 보네.”
한숨을 팍팍 쉬며 뒷머리를 긁적인 사무현이, 잠시 후 싸늘하게 표정을 굳히며 막휘를 응시한다.
“막휘.”
“예, 형님.”
“네가 대표로 대답해 봐. 만약 어제의 대결이, 연무학관이 아니라 강호에서 벌어진 실전이었다면 어땠을 것 같아?”
“예…… 예?”
“…….”
“그…… 그래도 이기긴 했을 것…….”
“그래, 이겼겠지.”
“…….
“이겼다고, 어제처럼 모두가 마냥 좋아할 수 있었을 것 같아?”
“…….”
사무현의 물음에 막휘가 대답을 망설이며 입술을 깨문다.
어렸을 때부터 녹림에서 크고 자라온 막휘이니 만큼, 지금 사무현이 하고자 하는 말을 곧바로 이해한 것이었다.
“……아닙니다.”
“왜지?”
“……동료를.”
어렵사리 입술을 떼어 낸 막휘가, 고개를 푹 숙이며 조용히 말을 잇는다.
“……잃었을 테니까요.”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감정을 담고 있는 막휘의 음성에, 그들 사이에 무거운 분위기가 내려앉는다.
“그 말대로다.”
막휘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사무현이 말을 잇는다.
“어제의 싸움은 분명 통쾌한 승리였다. 하지만 그건 잃은 것이 아무것도 없는 비무였기 때문이지, 만약 실전이었다면 결과가 많이 달랐을 거다.”
“…….”
“팔을 잃은 놈, 다리를 잃은 놈, 동료를 잃은 놈…… 그들 모두가 섞여서, 웃지도 울지도 못하고 술만 퍼마셨겠지. 그리고…….”
“…….”
“그 모든 불행에 누구의 원망도 할 수 없을 거다. 강호에 발을 들이민 이상, 지켜내지 못하는 모든 것은 스스로의 부족함으로 생긴 일이니까.”
어느새 사무현의 말을 듣는 모두의 얼굴에 진중함이 어려 있다.
그제야 어제의 승리도 겨우 ‘수업’에 불과했으며, 자신들이 이루어야 할 목표는 아직도 까마득하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깨닫고 있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분명하게 말하지만, 너희가 추구해야 하는 건 이런 작은 승리가 아니다. 고작 그딴 것들을 목표로 할 거였으면 애초에 시작도 하지 않았다. 적들을 실전에서 만났을 때 살아남을 수 있는 실력, 더 나아가서 단 한 명의 동료도 잃지 않을 수 있는 실력! 그 기준을 만족하지 못하는 이상 너희에게 휴식은 없다! 알겠냐!”
“예!”
“목소리가 작다! 알겠냐!”
“예! 알겠습니다!”
어느새 하나가 된 듯 우렁차게 터져 나오는 사도관도들의 대답.
이에 옅은 미소를 머금은 사무현이, 모두를 둘러보며 말을 잇는다.
“지금부터 다들 운기조식을 실시해라! 주독을 빼고, 몸 상태를 조금이라도 회복한 후에 아침 수련을 실시하겠다. 시작!”
“예!”
짧은 대답과 함께, 일사분란하게 움직여 가부좌를 틀고 앉는 사도관도들.
하나둘씩 무아지경으로 빠지는 이들을 바라보던 사무현이, 슬쩍 고개를 돌려 천마를 응시한다.
“……잘 알아들은 것 같네.”
“그래, 그런 것 같구나.”
굳어 있던 얼굴에서 옅은 미소를 머금는 천마.
그의 조언 덕에, 자칫 기강이 풀릴 뻔했던 사도관도들은 오히려 이전보다 더한 열의를 되찾았다.
‘……이제 시작이지.’
기반은 마련되었다.
사무현의 목표는, 그를 형님이라 부르는 모두를 그 누구도 무시할 수 없도록 만드는 것.
물론 다소 고통이 따르기는 하겠지만, 언젠가는 이 시간들이 있어서 다행이었다고 느끼는 순간이 올 것이다.
그렇게 조용히 저들의 운기를 지켜보고 있는 그때, 사무현의 감각에 낯선 인기척이 잡혔다.
저벅.
“……음?”
인기척이 느껴진 곳으로 무심코 고개를 돌린 사무현.
잠시 후, 저 멀리서 예상치 못한 이의 모습이 사무현의 눈에 들어온다.
‘……아니, 저 인간이 여긴 왜 왔지?’
황당함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사무현의 얼굴.
잠시 후 그와 일정 거리를 두고 멈춰 선 사내, 적월이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입을 열었다.
“오랜만이구나.”
“…….”
“잠깐…… 시간을 좀 내어 줄 수 있겠느냐?”
다소 긴장한 듯한 적월의 물음에, 지금껏 빤히 그를 보고 있던 사무현의 고개가 한쪽으로 기울어진다.
“……싫은데요?”
“…….”
“내가 왜요?”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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