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1
011화
“……큭.”
“…….”
“큭큭큭…… 크흐흐…… 하하하! 크핫핫!”
짧은 웃음으로 시작된 광소.
그의 웃음소리가 퍼져 나갈 때마다, 교주전 전체에 미세한 진동이 인다.
두 다리에 힘이 풀리려는 것을 애써 견뎌 내며, 사무현은 본능적으로 칠 대 천마를 찾아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잠시 후, 두 천마의 모습을 바라보며 환희에 찬 미소를 머금고 있는 그의 모습이 사무현의 눈에 들어왔다.
‘……웃고 있다고?’
무엇이 저리 기쁜 것일까?
자신과 같이 되살아난 천마가 둘이나 더 있다는 것에 대한 동질감?
그것도 아니면 단순히 난장판이 된 현 상황에 대한 즐거움?
확실한 건, 저 천마의 감정은 사무현이 이해하기에는 너무도 거리가 있다는 것이었다.
“하! 하하, 과연! 세 명의 천마라니! 본좌에게 육신이 없다는 것이, 천추의 한이 되는 순간이로다!”
손이 근질거려 못 견디겠다는 듯, 반쯤 말아 쥔 두 손을 가늘게 떨며 어쩔 줄을 몰라 하는 칠 대 천마.
그 순간, 광소를 터뜨리던 십삼 대 천마가 웃음을 그치더니 사내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본좌는, 십삼 대에 천마의 이름을 부여받은 적마소(赤魔燒)다.”
“…….”
”조금 전 당신이 한 말에 대해 내가 이해한 것이 틀린 게 아니라면…… 설마 그대가, 초대 천마라도 된다는 의미인가?”
초대 천마.
한 세대를 풍미한 정도가 아니라, 고금을 통틀어서 최강의 무인으로 가장 먼저 거론되는 마인(魔人).
당시 중원에서 한 문파의 종사(種師)에 해당했던 수많은 이들의 목숨을 빼앗았으며, 천수가 끝나기 전까지 누구도 그를 쓰러뜨리지 못했다고 알려져 있다.
현재까지 중원 최대의 적으로 일컬어지는 천마신교를 설립한 그 전설적인 괴물을, 기어이 금단의 술법을 동원해서 되살려 놓았다는 말인가?
스스로를 십삼 대 천마라 밝힌 적마소의 물음에, 초대 천마로 지목받은 사내가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력은 나쁘지 않군.”
“……놀랍군.”
스스로 초대 천마임을 인정한 사내의 대답에, 천천히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는 십삼 대 천마.
애써 평온함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는 듯했지만, 칠 대 천마와 마찬가지로 희열에 찬 그의 눈빛은 그가 이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를 분명하게 보여 주고 있었다.
“과연……. 하면 저쪽은 십중팔구 칠 대 천마겠군. 천마신교 역사상 가장 강한 세 천마를 강림시킨 모양이니 말이야.”
질문이 아닌, 확인을 위해 던진 한마디.
이에 사무현이 무어라 대답을 하려는 순간, 초대 천마가 천천히 고개를 가로저으며 말을 이었다.
“아니, 저것은 실패작이다.”
“음……?”
“안되었지만 ‘저런 것’은, 결코 본좌의 이름을 이어받을 그릇이 되지 못한다. 아마도 강림 도중 무언가 문제가 생겼거나…… 그도 아니면 칠 대에 대한 평가 자체가 잘못된 것이겠지.”
“…….”
“보라. 감당할 수 없는 강자를 만난 것에 희열을 느끼는 네놈과는 달리, ‘저것’의 눈에는 공포만이 가득하지 않느냐?”
초대 천마의 물음에, 한순간 교주전 내부에 있던 모두의 시선이 순식간에 사무현에게로 집중된다.
어떻게든 태연함을 가장하고 싶었지만, 초대 천마의 말대로 현재의 사무현은 그를 억누르는 막대한 중압감을 버텨 내는 것이 고작이었다.
“……실로 벌레와 같은 모습이로다.”
단 한마디로 사무현을 단정 짓는 무심한 초대 천마의 음성.
그리고 천천히 다시 고개를 돌려 자신의 앞에 선 십삼 대 천마와 눈을 마주한다.
“……음!”
마주한 상대를 깊은 심연으로 끌고 가 버릴 것만 같은, 기이할 정도의 공포감을 불러일으키는 초대 천마의 눈빛.
과거 사무현이 그랬던 것처럼 보이지 않는 무형(無形)의 압박감을 느꼈는지, 십삼 대 천마의 얼굴이 굳어지더니 미간이 짧게 꿈틀한다.
그리고 잠시 후, 십삼 대 천마와 초대 천마 사이로 난데없는 기류가 일기 시작했다.
스스스.
둘 사이에서 무언가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음을 보여 주기라도 하듯, 십삼 대 천마의 무복과 긴 머리칼이 거칠게 펄럭인다.
그에 비해 초대 천마의 무복과 머리칼은, 마치 미풍이라도 스친 듯 가볍게 들썩이고 있을 뿐.
그리고 그 끝에, 초대 천마의 입가에 처음으로 미소라고 할 만한 것이 떠올랐다.
“나쁘지 않구나. 아니…….”
“…….”
“썩 괜찮은 물건이로다.”
까드득.
초대 천마의 한마디에, 어금니를 깨무는 소리와 함께 한쪽 손을 들어 올리는 십삼 대 천마.
그런 그의 모습을 가만히 응시하던 초대 천마가 이윽고 입가에 미소를 지워 내며 한마디 경고를 흘렸다.
“살고자 한다면 멈추어라.”
“…….”
“명이다.”
짧은 한마디.
하지만 그것으로 천마의 모든 뜻은 전해졌다.
초대 천마가 그를 죽이지 않고 살려 쓰기로 마음을 먹었다는 것.
그를 자신의 수족으로 인정하겠다는 것.
이에 손을 올리려던 것을 멈춘 십삼 대 천마가 고심하듯 입술을 깨물며 초대 천마를 응시한다.
그리고 그 순간…….
“개소리 한번 찰지게 늘어놓네.”
“흐음……?”
대치 중에 들려온, 예상치 못한 사무현의 욕설에 십삼 대 천마와 초대 천마 사이에 일고 있던 거친 기류가 흩어진다.
그러자 여태껏 버티고 있던 부담감을 증명이라도 하듯, 십삼 대 천마의 입에서 미세하지만 긴 숨이 흘러나온다.
“후우…….”
“벌레 따위가…… 지금 무슨 말을 지껄인 것이냐?”
십삼 대 천마를 지켜볼 때와는 달리, 그저 무심함과 불쾌감만이 담긴 눈으로 사무현을 응시하는 초대 천마.
그 순간 엄습한 공포감에 당장이라도 물러서고 싶은 충동이 일었지만, 사무현은 애써 삐딱한 미소를 머금으며 말을 이었다.
“누가 누구한테 명을 내려? 누가 보면 벌써 천마 자리가 정해진 줄 알겠네.”
“애, 애송이 너…… 지금 뭐 하는 짓이냐!”
사무현의 예기치 못한 돌발 행동에 당황했는지, 경악 어린 두 눈으로 그를 응시하고 있는 칠 대 천마.
그 모습에 한순간 마음이 약해질 뻔했지만, 사무현은 꿋꿋하게 자신의 계획을 밀어붙였다.
“명색에 초대 천마이니 선배로서 대우는 해 줄 수 있지만, 강자존의 율법을 따르는 대천마신교에서 벌써부터 상하 관계가 정해진다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일이지.”
“용납할 수 없다……?”
마치 재미있는 농담이라도 들었다는 듯, 초대 천마에게서 비웃음 섞인 짧은 코웃음이 흘러나온다.
그리고 잠시 후, 그를 중심으로 장내 전체를 짓누르는 듯한 지독한 살기가 퍼져 나오기 시작했다.
‘……윽!’
“내게 목숨이나 구걸하던 벌레 따위가 감히, 본좌가 만든 법도를 들먹이며 본좌를 막아선다라…….”
“…….”
“불쾌하도다.”
저벅저벅.
그 말과 함께, 십삼 대 천마를 지나쳐 사무현에게로 다가오는 초대 천마.
그가 한 걸음 한 걸음 움직일 때마다 너무나도 선명한 죽음의 향기가 사무현의 코끝에 드리우는 듯하다.
‘이거…… 장난 아니네.’
자신을 향해 입맛을 다시며 걸어오는 맹수를 봐도 이렇게까지 오금이 저리지는 않을 것 같다.
영혼을 갉아먹는 공포감…….
딱 장군귀를 처음 보았을 때가 저랬다.
인간이 아닌 존재를 마주했을 때 느끼는 본질적 공포.
하지만, 이 지독한 공포는 결국 살고자 하는 생존 본능에서 나오는 것.
겁먹은 모습을 보이는 순간이 곧 목숨이 날아가는 순간이니, 지독할 정도의 공포감이 도리어 사무현의 정신을 맑게 만들어 준다.
“내 말이 틀렸나? 제 편할 때마다 바뀌는 법도라면, 구태여 만들지 않느니만 못하지.”
애써 비릿한 조소까지 머금어 보이며 반문하는 사무현의 모습에, 그를 향해 다가가던 초대 천마가 일순 발걸음을 멈춰 섰다.
“……네 말은 틀리지 않았다.”
“…….”
“하나…… 그렇기에 더더욱, 네놈은 살아 숨 쉴 자격이 없다. 본 교의 법도인 강자존의 원칙에 따라서도, 약육강식의 원칙에 따라서도.”
그 말과 함께, 위압적인 기세로 오른손을 움직이는 천마.
그의 움직임이 시작되기 무섭게, 사무현이 다급히 말을 이었다.
“지금 당장은 그렇겠지.”
“……뭐라?”
“이 육체를 얻은 후, 난 아직 아무런 무공도 익히지 않았다. 만약 초대 천마쯤 되는 거물을 상대할 일이 있을 줄 미리 알았다면, 진작 그에 걸맞는 준비를 해 두었을 텐데.”
……바로 이거다.
지금의 돌아가는 상황으로 미루어 보아, 저 십삼 대 천마라는 놈이 굴복하고 나면 다음은 반드시 사무현의 차례다.
그리고 일전에도 그러했듯, 저 초대 천마라는 놈에게는 어설픈 천마 흉내가 먹히지 않을 공산이 크다.
그렇다면 답은?
저 십삼 대 천마가 완전히 굴복해 버리기 전에, 어떻게든 여론을 조성해 이 상황을 넘겨야 한다.
시간을…… 벌어야 한다.
“준비할 시간이 있었다면 달랐을 것이다? 당장의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뱀 같은 세 치 혀를 놀리는구나.”
“그러면 대체 왜 현 상황에 대한 정보를 숨긴거지? 그것도 나와 십삼 대 천마에게만.”
“……지금 설마 본좌가, 고작 네놈들 따위를 두려워했다 말하려는 것이냐?”
한순간, 심장이 덜컥 내려앉을 정도의 짙은 살기를 표출하는 초대 천마.
잘못 도발을 하다 이대로 뒈질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사무현이 슬며시 논란의 화살을 다른 쪽으로 돌린다.
“……너는 그럴 리 없겠지만, 다른 이들은 아닐 수 있겠지. 가령…… 이 모든 상황을 예상하고 있었을 태상장로라던지.”
저들의 대화에 자신의 이름이 거론되자, 태상장로가 한순간 몸을 움찔하며 초대 천마의 눈치를 살핀다.
하지만 다행히 그의 눈은, 열변을 토하고 있는 사무현의 얼굴에게만 고정되어 있었다.
“……저들이 본좌를 불신했다?”
“그거야 모르지. 하지만, 내가 말하려 하는 것은 이거다.”
“…….”
“천마의 자리는 너나 태상장로가 정하는 게 아니야. 나나 십삼 대 천마를 포함해 여기 있는 모두가 인정하는 이가 진짜 ‘천마’다. 강자존의 율법에 따라, 너는 네가 진정한 강자임을 증명할 의무가 있다.”
선언하는 듯한 사무현의 말에, 금방이라도 휘두를 듯했던 오른손을 멈춘 채로 무언가 생각에 잠기는 초대 천마.
그러고는 곧, 사무현의 움직임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입을 열었다.
“태상장로.”
“예.”
“그날의 일 이후, 칠 대 천마에게 내 정체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았느냐?”
“……사실입니다. 구태여 오늘의 만남 전에, 모든 상황을 알아서 좋을 것은 없다고 판단하여…….”
“어찌 그런 판단을 내렸느냐?”
“그…… 것이…….”
“저놈의 말대로, 본좌에 대한 불신(不信)이 있었느냐?”
조금 전과는 다른, 분명한 불쾌감이 전해지는 초대 천마의 질문.
이에 당황한 태상장로가 다급히 바닥에 엎드리며 그의 질문을 받는다.
풀썩.
“겨, 결코 그렇지 않습니다! 저는 그저, 혹시 모를 분란이 벌어질까 염려되어…….”
“그만.”
……꿀꺽.
“……잘 알겠군.”
이 상황을 지켜보는 모두를 가볍게 둘러본 후, 반쯤 들고 있던 오른손을 내리는 초대 천마.
그러고는 사무현에게서 떼어낸 시선을 그의 뒤쪽에 선 십삼 대 천마에게로 향했다.
“네놈의 뜻도 저것과 같으냐?”
“…….”
“본좌를 앞에 두고도 천마의 자리가 탐이 나느냐?”
그 의중을 알 수 없는, 무미건조한 천마의 질문.
이에 잠시 침묵을 지키던 십삼 대가 이윽고 느긋하게 고개를 가로저었다.
“천마의 자리는 탐나지 않소.”
“……그래?”
“하나…….”
“…….”
“초대 천마의 힘은 과연 어느 정도인지…… 가늠해 보고자 하는 욕심은 드는군. 그것만으로도, 도전해 볼 가치는 충분할 것 같소.”
“흐음…….”
처음의 오만했던 말투를 버리고, 초대 천마에 대한 기본적인 예의를 갖추고 있는 십삼 대의 어투.
하지만, 그것이 자신의 위로 인정하고 있는 어투는 결코 아니다.
“벌레 하나에 뱀 한 마리라…….”
사무현과 십삼 대를 한 번씩 번갈아 본 후, 보일 듯 말 듯한 냉소를 지어 보인 초대 천마가 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유흥 정도는 되겠군.”
저벅저벅.
……살았다.
조금 지릴 뻔하기는 했는데, 어쨌거나 살았다.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사무현이 막 발걸음을 떼려는 순간, 어느새 문 쪽에 다다른 초대가 교주전 전체가 울릴 듯한 음성으로 말을 꺼냈다.
“석 달의 시간을 주마.”
“……!”
“각자 몸 안에 품고 있는 내력을 녹여 내기만 하면 될 테니, 그 정도면 충분하겠지. 단…….”
“…….”
“오늘 내뱉은 말에 책임을 지지 못 한다면, 혹은 그 수준이 본좌의 눈에 차지 않는다면, 오늘의 선택을 숨이 끊어지는 순간까지 후회하게 될 것이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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