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16
11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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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스럭부스럭.
“정말로 여기가 확실한 것이냐?”
“……아마도요.”
“아마도라니? 기억을 잘 더듬어 보거라. 도저히 둥지를 틀 만한 가지가 안 보이지 않느냐?”
“아, 좀 높이 있었어요, 조금 더 올라가 보시든가.”
“흐음…….”
부스럭부스럭.
움직임을 멈추고 의구심을 제기하는 것도 잠시.
어느새 다시 나뭇잎과 가지를 헤치는 소리가 머리 위에서 들려오자, 거목 아래에 등을 기대고 서 있던 사무현이 퉁명스레 입을 열었다.
“어떻게 알았어요?”
“무엇을 말이냐?”
“내가 한 짓이라고.”
“꼭 너라고 단정 지었던 건 아니었다. 그저 새끼 새가 그만한 나무에서 홀로 떨어졌다면, 상처 하나 없이 말짱한 것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지. 그리고 애초에, 그 나무에는 둥지 같은 것이 없었다.”
……그것 때문이었구나.
젠장, 쓸데없이 눈썰미도 좋으시네.
“……그런데, 진짜로 겨우 둥지나 옮겨 주려고 도와달라고 한 거였어요?”
“이 녀석들에게는 겨우가 아니지. 자신들의 원래 보금자리를 찾는 것이 아니냐?”
“……아까 그 나무에 올려놔도 문제없을 것 같더만.”
“사람의 관점으로 자연의 흐름을 이해하는 것은 어렵지. 새들이 이 나무에 둥지를 튼 데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겠느냐?”
……또 할 말 없게 만드네.
그런데 기분 탓인가?
말은 바른말인데 어쩐지 처음하고는 느낌이 좀 다른…….
“……가만. 언제부터 나한테 하대했어요?”
“음? 선배가 후배에게 말을 놓는 것이 이상하더냐?”
“아니, 그건 그런데…… 처음에는 안 그랬잖아요?”
“그때는 첫 만남이 아니었느냐? 더군다나 후배라고는 해도 사도관 대표에게 비무를 청하는 상황인데, 이리 편한 어투를 쓸 수는 없…… 음?”
사무현의 말에 일일이 대답해 주며 움직이던 허량이 잠시 움직임을 멈춘다.
그리고…….
휘익.
타닷.
“……찾으셨나 보네요?”
“꼭 둥지가 놓였던 자리에만 나뭇잎이 쌓여 있지 않더구나.”
그제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짓는 허량을 바라보며 사무현이 입을 열었다.
“뭐…… 하대는 그렇다 치고. 대체 왜 그렇게까지 피곤하게 사세요?”
“응? 피곤하게 산다니?”
“……진짜 몰라서 물으세요?”
어이가 없다는 듯한 사무현의 물음에, 허량은 도리어 알 수 없는 미소를 머금는다.
“하면, 그 상황에 어찌해야 한다 생각하느냐?”
“모르는 척해도 되고. 굳이 신경이 쓰이면, 그 짓거리를 해 놓은 놈을 두들겨 패서 시켜야죠. 원래대로 가져다 놓으라고.”
명분이야 만들면 되지 않겠는가?
자신을 시험하고 가지고 놀았다는 명분도 있을 수 있고, 이유 없이 생명을 괴롭혔다는 명분을 댈 수도 있고.
거침없는 사무현의 말이 재미있었는지, 허량이 기분 좋은 웃음을 흘린다.
“하하, 그래. 네 말대로 하면 확실히 몸은 편안했겠구나. 하지만, 그리해서는 마음이 편치 않았을 것이다.”
“글쎄요…… 딱히?”
“사람마다 품고 있는 도(道)는 다 다르니까. 나는 내 기준에서 맞는 도를 행했을 뿐이다. 그것이 내가 진정으로 편한 방법이니까.”
“아니, 아까부터 말하는 그 도가 대체 뭔데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사무현이 미간을 찌푸리자, 잠시 그를 바라보던 허량이 현기 어린 얼굴로 말을 꺼냈다.
“도는 그저 스스로가 옳다고 생각하는 일을 행하는 것이다. 마음이 내키는 대로.”
“…….”
“너는 아까, 네가 한 짓이 아니라 우길 수도 있었고 그대로 도망을 칠 수도 있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어찌 그러했느냐?”
“그건…….”
허량의 물음에 사무현이 대답을 주저한다.
왜 도망쳤느냐고? 그야…….
“……스스로 부끄러웠기에 도망쳤고, 잘못되었음을 알았기에 나를 도운 것이다. 네 말대로 몸만 편하고자 했다면 끝까지 안 했다고 우기는 게 가장 상수(上手)였겠지.”
“…….”
“도(道)를 닦는다는 것은 스스로를 맑게 하기 위한 것이고, 도를 행한다는 것은 스스로가 내키는 대로 행하는 것을 말한다. 조금도 어려운 것이 아니지. 지금 네가 한 일 또한 네 나름대로의 도를 행한 것이다. 이해가 좀 되었느냐?”
“…….”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서서 생각에 잠긴 그를 바라보는 것도 잠시.
이윽고 허량이 부드러운 미소를 지어 보이며 입을 열었다.
“생각보다 늦었구나, 하면 이만 들어가거라.”
저벅저벅.
말을 마치고는 그대로 등을 돌려 멀어져 가는 허량.
그 뒷모습을 가만히 지켜보던 사무현이 돌연 한 마디를 내뱉는다.
“좋은 말씀 많이 해주셨으니, 저도 충고 한마디만 해드릴게요.”
“음……?”
“비무 포기하세요.”
어느새 발걸음을 멈춘 허량.
사무현을 돌아보는 그의 얼굴에는 옅은 미소가 머금어져 있었다.
“비무를 포기하라……. 왜지?”
“굳이 망신당하고 싶으시면 마음대로 하시고요.”
“…….”
“아무튼 전 경고했어요.”
말을 마친 사무현이 손을 휘휘 저어 보이고는 그와 반대 방향으로 몸을 돌린다.
그러자 그의 뒤로, 어쩐지 덤덤한 허량의 음성이 들려온다.
“승패는 중요치 않다.”
“……예?”
“중한 것은 서로 무엇을 전했고 무엇을 얻었느냐일 뿐. 애초에 서로가 서로의 뜻을 관철하기 위한 비무가 아니더냐?”
“뭐…… 굳이 그렇게 생각하신다면야…….”
“하나.”
돌연 사무현의 말을 끊어 낸 허량이, 호승심이 어린 눈으로 사무현을 바라보며 말을 잇는다.
“그렇다고 하여 승리를 확신하고 있는 네 모습은 그리 보기 좋지 않구나. 나보다 어린 후배에게 배려를 받을 만큼 무인으로서 나태한 삶을 살아오지 않았다 자부하는데.”
“…….”
“너는 비무 당일, 무당의 검이 어떤 것인지 견식하게 될 것이다. 하면 세상 넓은 줄 모르는 너의 그 오만함도 조금은 눌러줄 수 있겠지.”
“……뭐.”
이제야 무인답게 느껴지는 허량의 모습에, 사무현이 이윽고 보일 듯 말 듯 한 미소를 머금는다.
“……굳이 그렇게까지 말씀하신다면야.”
달빛이 비치는 어두운 밤.
처음으로 서로를 향해 같은 미소를 머금어 보이는 허량과 사무현.
그렇게 그들은, 서로의 뜻을 확인하고 각자의 숙소로 돌아갔다.
그리고, 비무 당일까지 남은 시간은 실로 빠르게 흘러갔다.
***
연무학관 내에 위치한 식당.
평소에는 제법 시끌벅적한 장소였지만 오늘의 분위기는 조금 달랐다.
다름 아닌 단 한 사람의 식사에, 주변 모든 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형님, 고기 좀 더 드십시오. 그거 먹고 힘이나 쓰시겠습니까?”
“어어? 족쇄를 아직도 매달고 있으십니까? 어서 벗으십시오, 어서!”
“……아니, 이것들이.”
아침 수련이 좀 느슨했나?
귀찮음을 느낀 사무현이 인상을 확 찌푸렸으나, 초롱초롱 빛나는 사도관도들의 눈빛에 결국 마지못한 듯 고기 한 점을 더 입에 밀어 넣는다.
스윽.
“벌써 일어나십니까, 형님?”
“저희가 호위 대형을 펼치겠습니다. 자, 다들 준비……!”
“……거기까지.”
자신이 몸을 일으키자 기다렸다는 듯 움직이는 사도관도들.
심지어 한쪽 구석에 앉아있던 정도관도들 마저 그를 따라 몸을 일으키자, 참다못한 사무현이 두 눈을 부릅뜨며 선을 긋는다.
“그냥 평범하게 갈 거니까, 요란 떨지 말고 따라와라.”
“아니, 그래도 저 사특한 정도관 놈들이 무슨 짓을…….”
“아침 수련 세 배로 하고 싶으면 어디 마음대로 해 보시든지.”
“…….”
어느새 경건한 얼굴이 된 저들을 바라보며 피식 실소를 흘린 사무현이, 이윽고 식당 밖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가자.”
“예! 형님!”
저벅저벅.
그렇게, 사무현을 따라 우르르 식당을 나서는 사도관도들.
그렇게 얼마쯤 걷자, 저 멀리 연무대에 모여 있는 수많은 인파가 그들의 눈에 들어온다.
“거…… 많이도 모였네.”
“그럴 수밖에 없지요. 명색에, 현 연무학관의 관도들 중 최강자를 가리는 비무가 아닙니까?”
“누가 그런 소리를 해?”
“모르셨습니까? 이미 그것 때문에 소문 쫙 났습니다. 형님이 그 황보악을 두들겨 팬 것도 같이 소문났고요.”
“……거참.”
“그리고, 재미있는 일이 하나 더 있습니다.”
뭐가 그리 신이 났는지, 막휘가 입술을 씰룩이며 사무현을 바라본다.
“뭔데 그래?”
“형님이랑 도월검의 비무에 사람들의 반응이 완전히 예상외로 갈렸습니다.”
“어떻게 갈렸길래?”
“당연히 도월검의 승리를 예측할 이들이 많을 거라고 예상했거든요. 사도관 선배들은 정도관에 당한 게 워낙 많고, 정도관은 도월검을 철석같이 믿고 있으니까요.”
“그런데?”
“예상외로 오십일 기 정도관 녀석들이 형님의 승리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직접 당해 봤으니, 형님이 패하는 모습이 도저히 상상이 안 가는 거겠지요.”
“…….”
“그리고 사도관의 선배들도 예측이 반반으로 갈렸습니다. 바꿔 말하면, 연무학관의 관도들 중 형님의 승리를 예상하는 사람이 절반 이상이라는 말이지요. 절반 이상!”
신이 나서 이야기하는 막휘의 얼굴과는 달리, 사무현의 얼굴은 그저 심드렁하기만 하다.
“그게 뭐 그리 재미있는 일이라고.”
“형님은 재미가 없으십니까? 저 도월검이 사실상 정도관의 마지막 희망인데, 그마저도 믿지 못해 흔들리고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
“이제 형님이 도월검만 쓰러뜨리시면, 이제 연무학관에는 사도관의 천하가 열릴 겁니다. 저는 형님을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무한한 신뢰가 담긴 눈으로 사무현을 바라보며 말하는 막휘.
이와는 달리 사무현은 무언가 알 수 없는 얼굴로 가만히 연무대를 응시하고 있다.
사람들의 반응과는 무관한 듯, 도월검 허량은 이미 연무대에 도착해 덤덤히 서서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가자.”
“예, 형님.”
저벅저벅.
사무현이 연무대로 걸어가자, 그의 뒤로 백여 명의 오십일 기 사도관도들이 따라붙는다.
그들의 위세에 눌렸는지 연무대에 있던 이들이 술렁이며 길을 비켜선다.
“오, 온 모양이군.”
“……저 녀석이 그 사도관의 대표인가.”
도월검의 승리를 믿어 의심치 않고 있던 오십 기 정도관도들마저, 사무현을 필두로 한 오십일 기 사도관도들의 기세를 확인하자 눈빛이 흔들린다.
그럴 수밖에.
사무현을 대표로 하고 있는 현재 오십일 기 사도관도들의 사기는 그야말로 하늘을 찌를 듯하고, 그들의 기량 역시 이미 선배 기수들을 넘어서고 있다.
더군다나 선두에 선 사무현의 양 날개에 따라붙는 살암과 막휘.
그 어느 때보다도 날카로운 그들의 기세는, 이미 어지간한 오십 기 정도관도들을 훌쩍 능가하고 있다.
저벅저벅.
이윽고 허량과의 거리가 가까워지자, 사무현을 호위하듯 따르던 사도관도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오직 사무현만이 그를 향해 다가간다.
이윽고 무언중에 만들어진 지름 십여장 정도의 공간 내에는, 오직 사무현과 허량 단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
“……일찍 와 있었네요?”
“내가 먼저 비무를 청했으니, 응당 미리 와서 기다리고 있는 쪽이 옳으니까.”
“……하여간에.”
언제나 그렇듯 할 말 없게 만들어 버리는 허량의 한 마디에, 사무현이 뒷머리를 긁적이다 이내 표정을 굳힌다.
“그런다고 봐드릴 생각은 없는데.”
“그거 듣던 중 반가운 소리군.”
씩 웃어 보인 허량이, 잠시 후 허리춤의 검을 뽑아 들어 사무현을 겨눈다.
“오늘은 나도 최선을 다할 생각이니 말일세.”
스스스.
“오오……!”
“으음…….”
검을 뽑는 순간 달라진 허량의 기세에 모두가 짧은 경탄을 흘린다.
그전에도 결코 우습게 볼 수 있는 기도는 아니었지만, 지금 그의 주위로는 무형의 기파가 휘몰아치고 있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게 만드는 예리한 기파가.
“오호라……. 생각보다 나쁘지 않은 물건이로구나.”
“음…….”
“어찌할 테냐? 아무래도 체술로 상대할 수 있는 녀석은 아닌 듯하다만.”
평소보다 다소 들뜬 천마의 음성을 들으며 사무현의 눈이 가늘어진다.
역시나 강하다.
일전에 겨루었던 황보악도 강했지만, 그보다도 분명 한 단계 윗줄에 속한 사람이다.
천마의 말대로, 도를 쓰지 않고 상대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스윽.
스스스슥.
사무현이 등 뒤에 메인 천마도의 손잡이를 움켜쥐자 도신을 감싸고 있던 천이 잘려 나가며 묵색 도신이 드러난다.
도기를 불어넣지 않았음에도 이런 현상이 벌어지는 것은, 사무현의 무위 또한 점점 완숙된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는 증거.
어느새 부드럽게 바람을 가른 천마도의 도신 끝이, 사무현의 맞은편에 있는 허량을 향한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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