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22
122화
쩌저저저적.
쿠구구구구.
“어? 어어?”
사무현과 신불이 만들어 낸 충격을 견디다 못한 건물이, 이윽고 심상치 않은 소리와 함께 흔들리기 시작한다.
뒤이어 벌어질 상황을 짐작한 막휘가 다급히 혈무관 안쪽을 향해 소리친다.
“혀, 형님! 무너집니다! 어서 빠져나오……!”
덥석.
“쯧……!”
앞으로 나아가는 막휘의 뒷덜미를 우악스러운 손길로 움켜잡은 살암이, 그대로 그와 함께 뒤쪽으로 몸을 날린다.
부웅.
타닷.
콰과과광!
콰구구구구.
“흐억……!”
살암과 막휘가 혈무관에서 떨어지기 무섭게, 무서운 기세로 흔들리던 건물이 눈 깜짝할 사이에 붕괴되어 가라앉아 버린다.
순식간에 벌어진 상황에 경악하는 것도 잠시.
붕괴의 여파가 만들어 낸 거친 먼지바람에도 불구하고 사도관도들이 우르르 혈무관 건물로 내달린다.
쿠구구구.
“으아아아! 형니임! 대표 형니이임!”
“젠장, 비켜! 내가 너보다 발이 빠르니까!”
“대표 형님! 목소리 들리면 대답하십시오! 형니이임!”
삽시간에 붕괴된 혈무관의 잔해로 뛰어들어 먼지바람을 헤치며 사무현을 찾는 이들.
그리고 잠시 후 먼지바람이 흐릿해지자, 그들의 앞으로 전혀 예상치 못한 광경이 눈에 들어온다.
스스스.
“……어? 잠깐만. 저기 저거…….”
“음……?”
모래바람 사이로 흐릿하게 서 있는 한 사람의 신형.
혈무관의 잔해 속에 홀로 서 있는 복면인은 다름 아닌 신불이었다.
그리고 그의 옆으로, 혼절한 듯 보이는 사무현의 모습이 창백한 얼굴로 쓰러져 있었다.
“형님!”
“이 자식이 감히 형님을……!”
복면인에게 당했던 기억은 그새 지워 버렸는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달려들 태세를 하는 사도관도들.
그 순간 그들의 앞으로 뛰쳐나온 막휘와 살암이, 그 어느 때보다도 싸늘한 살기를 피우며 복면인을 향해 나아간다.
저벅저벅.
“이 새끼……. 정체가 뭐건 간에 오늘 이 자리에서 죽인다.”
“어지간하면 어려운 싸움은 하지 않는 주의긴 하다만…… 확실히 이번만큼은 그냥 돌려보낼 수 없겠구나.”
탓.
타닷.
오랜만에 뜻이 통한 막휘와 살암의 옆으로 적사와 청사가 뛰쳐나와 날개를 펼친다.
그리고 어느새 적월과 만패, 나혼수는 각자의 무기를 꺼내 들고 신불의 뒤쪽을 점하고 서 있다.
사도관도들의 살벌한 기세에, 그들을 바라보던 신불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진다.
“허어……. 저놈들이…….”
생각보다 큰일이다.
사무현이라는 녀석의 절기를 받아 내는 데는 그리 큰 힘을 소모하지 않았지만, 지금의 붕괴로 인해 생각보다 많은 공력을 소모했다.
단순히 자신의 몸만을 지키는 것이었다면 그리 무리할 이유가 없었겠지만, 갑작스러운 붕괴의 상황에서 자신 이외의 사람을 지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심지어 바로 직전에 그만한 공방을 펼치고 있던 중이었으니…….
‘아미타불……. 지금이라도 정체를 밝혀야 하는가?’
지금의 몸 상태로는 저 많은 인원을 상대로 손속의 실수를 하지 않는다 장담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상황에서 자신의 신분을 밝혀 버리면, 이렇게까지 커져 버린 상황에 대한 책임을 회피할 수 없다.
잠시 동안 갈등하던 신불이, 이윽고 하나뿐인 답을 떠올리며 주위를 둘러본다.
‘……도망치는 것 외에는 방도가 없겠구나.’
사무제 중 하나인 자신이 고작 후기지수들을 상대로 도망치는 모양새는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어쩌겠는가?
만일 저 무너져 버린 전각에 대한 비용이라도 요구한다면, 그는 아마 남은 한평생을 소림의 참회동에 틀어박혀 살아야 할 것이다.
그렇게 마음을 정한 신불이 막 몸을 움직이려는 순간이었다.
파바밧!
“거기! 딱 기다려요!”
“이런 젠장, 아미타불!”
저 멀리서 달려오는 단아란의 신형을 확인하기 무섭게, 신불이 망설임 없이 빈 공간으로 몸을 날린다.
아니, 날리려고 했다.
덥석.
“……아니!”
“흐흐……. 어딜 가려고.”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신불의 오른 발목을 강하게 움켜쥐고 있는 사무현.
이럴 수가, 설마 조금 전 붕괴의 후유증으로 의식을 잃은 게 아니었다는 말인가?
분명 천장에서 떨어진 파편 중 하나에 머리를 얻어맞는 것을 보았는……?
“아우! 내가 진짜아아아!”
파바바밧!
어느새 복면을 쓴 신불의 코앞까지 접근한 단아란이, 짜증으로 번득이는 눈으로 신불을 쏘아보며 오른 주먹을 뒤로 팽팽하게 당긴다.
“자, 잠깐! 아란……!”
“어떻게 고작 하루를 못 참고!”
쾅!
당황한 신불이 다급히 방어 자세를 취하려는 순간, 단아란의 섬광 같은 주먹이 순식간에 그의 안면에 틀어박힌다.
휘리리릭.
쿠당탕탕탕!
순식간에 다섯 장 가까이 나가떨어지며 잔해 위를 나뒹구는 신불.
그리고 실로 시기적절하게, 단아란의 뒤를 이어 권존과 혜명이 사건의 현장(?)에 도착했다.
“고, 고문님! 잠깐 진정……. 흐애애애액?”
“과, 관주님? 왜 갑자기……. 흐이이이이익!”
귀신이라도 본 듯, 떡하니 입을 벌린 채 딱딱하게 굳어 버린 권존과 혜명.
그러는 사이 어느덧 신불에게 다가간 단아란이, 대(大)자로 뻗어 쓰러져 있는 그의 복면을 벗겨 버린다.
스륵.
“……아미타불.”
쌍코피가 줄줄 흐르고 있는 얼굴로, 모든 것을 체념한 듯 눈을 감아 버리는 신불.
파르르 떨리는 그의 눈꼬리가 현재 그의 심정을 대변해 주는 듯하다.
아무튼 그렇게, 파마불제 신불의 횡포(?)가 처참한 막을 내리는 순간이었다.
***
“하아…….”
어두운 학관주의 집무실.
그곳에는 현재 죄인이나 다름없는 신분이 되어 어깨를 늘어뜨린 신불과 그런 그를 바라보며 화를 억누르고 있는 권존, 그리고 그런 그들의 대치를 재미있다는 듯 바라보는 단아란이 자리하고 있었다.
“제가…… 분명히 안 된다고 말씀을 드린 것으로 기억합니다.”
“……자네 말이 맞네.”
“후기지수와 사무제가 비무를 벌이는 것은! 수업이라는 공정성 없이는 허가할 수 없다고 말씀 드렸습니다!”
“…….”
어느새 자리에서 일어나 얼굴을 일그러뜨리는 권존의 모습에, 신불이 조용히 시선을 회피한다.
“조금만 참고 기다리셨으면 수업을 통해서라도 그 아이와 손을 섞을 기회를 드렸을 것입니다! 한데 이게 뭡니까! 겨우 하루! 고작 하루를 넘기지 못하고 이런 사고를 치시다니요! 제가 연무학관에 취임한 이래에…… 아니! 연무학관 창설 이래에 이만한 사고를 치신 분은 없었습니다!”
“…….”
“아이들이 머무는 숙소를! 혈무관을 그렇게 박살 내 놓으셨으니, 대체 저더러 뒷수습을 어찌 하라는 말씀이십니까!”
거의 절규라도 하는 듯한 권존의 음성에, 가만히 먼 허공을 바라보고 있던 신불이 천천히 고개를 돌려 그의 두 눈을 응시한다.
“……자네 말이 맞네.”
“…….”
“내가 어찌했으면 좋겠는가……?”
그 짧은 사이에 그에게만 헤아리기 힘든 세월이 스쳐 갔는지, 중원의 살아 있는 전설이었던 신불의 모습은 당장 내일모레 자연사해도 이상하지 않은 노인처럼 보였다.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초점 없는 흐리멍덩한 눈빛을 한 그 모습에, 순간 약해질 뻔한 마음을 다잡은 권존이 고개를 가로젓는다.
“저로서는 도리가 없습니다.”
“……그게 무슨 말인가?”
“맹주님께 이 사안을 보고하겠습니다. 어쨌거나 혈무관이 무너졌으니, 재건을 해야 할 테니까요.”
“그래……. 알겠…….”
“그리고.”
신불의 대답을 끊은 권존이, 마음을 독하게 먹은 듯 두 주먹을 움켜쥐고 말을 잇는다.
“이 사태의 책임을 누군가는 지지 않을 수 없습니다. 소림에 정식으로 청구서를 보내어 재건에 필요한 비용을 상세히 요청하도록 하겠습니다.”
“아……. 아아…….”
털썩.
권존의 말이 끝나자, 드디어 올 것이 왔다는 듯 의자에서 내려와 바닥에 주저앉아 버리는 신불.
망연자실한 그 모습에 권존이 두 눈을 질끈 감자, 짙은 회한이 느껴지는 신불의 음성이 그의 귓가에 들려온다.
“이것으로…… 이것으로 내 삶도 끝이로구나…….”
“그, 그건 또 무슨 말씀이십니까?”
신불의 말에 놀란 권존이 두 눈을 크게 뜨고 그를 응시한다.
삶이 끝이라니?
소림이 돈이 부족한 문파도 아니고, 겨우 전각 하나 날려 먹은 돈을 지불한다고 왜 방장인 그의 삶이 끝난다는 말인가?
“내 이번에 소림에서 나올 때…… 다시 한번 사고를 치고 돌아가면 참회동에서 남은 평생을 보내기로 약조했다네.”
“예, 예에?”
“허허……. 일이 이렇게 커질 것이라 생각지 못했는데……. 잠깐의 호기심을 다스리지 못해, 남은 평생을 참회동에서 마무리하게 되었구먼. 마교를 몰아내느라 한평생을 바친 본승이 말일세…….”
그 말을 마치고는 그대로 고개를 떨구는 신불.
……아니다.
그가 마교를 몰아내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운 것은 분명하지만 그것으로 한평생을 바쳤다고 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저 파마불제 신불이 순순히 남은 삶을 참회동에서 보낼 것이라고도 생각되지 않는다.
하지만…….
‘……무엇이 진실이건, 저 꼴을 눈앞에서 보고도 어떻게 모른 척을 한다는 말인가.’
절대 안쓰러워서가 아니다, 안쓰러워서가.
어쨌거나 저 신불과 한 세대를 살아온 거인들이 아직도 중원 무림의 정신적 지주인 이상, 까마득한 후배인 그가 신불의 저런 모습을 모른 체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결국 가만히 신불을 바라보던 권존이, 이윽고 긴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끄덕인다.
“하아……. 말씀드렸다시피, 소림에 피해 비용을 요청하는 것은 학관주로서 마땅히 해야 할 일입니다.”
“그래……. 내 알고 있네…….”
“하지만…… 그렇다고 하여, 방장을 연무학관에서 쫓아내는 것은 매정한 일이겠지요. 어쨌거나, 본래의 취지는 후기지수와의 교류일 뿐이셨으니 말입니다.”
“오오오, 그렇지! 내 말이 바로 그것일세!”
언제 좌절하고 있었냐는 듯, 삽시간에 두 눈을 빛내며 권존의 두 손을 맞잡는 신불.
순간 자신이 큰 실수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흔들렸지만, 이미 내뱉은 말이 있으니 권존은 마음을 다잡고 말을 이었다.
“그러니 우선 숙소로 돌아가시지요. 방장께서 스스로 가시지 않는다면, 누구도 방장을 소림에 돌려보낼 수 없을 것입니다.”
“고맙네! 내 정말 고맙네!”
“대신, 이번과 같은 일을 두 번은 넘길 수 없습니다. 연무학관 내에서 제 허가를 받지 않은 독단적인 행동은 반드시 삼가 주시기 바랍니다.”
“물론일세, 내 그리하겠네.”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한 미소를 지어 보인 신불이, 잠시 후 기분 좋은 발걸음을 옮겨 숙소로 돌아간다.
집무실에 단아란과 둘만이 남게 되자 권존이 해탈한 얼굴로 단아란을 돌아본다.
“제가 옳은 선택을 한 게 맞습니까?”
“그걸 왜 나한테 물어?”
“정말 도저히 모르겠어서 그럽니다.”
상상도 못 했다.
승려답지 않은 파마불제의 성격과 행실은 그간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막상 눈앞에서 보고 나니 상식적으로는 도무지 재단할 수 없는 위인이라는 게 실감이 된다.
“참회동에 가신다는 얘기는 사실이셨을까요? 아니……. 그보다 정말 두 번 다시는 사고를 치지 않으실까요?”
“말했잖아, 그걸 왜 나한테 물어보냐고.”
권존의 물음에 퉁명스레 한 마디 내뱉은 단아란이 자리에서 몸을 일으켜 집무실의 문 쪽으로 발걸음을 옮긴다.
그러다 문득, 방을 나서기 전 무언가가 떠오른 듯 권존을 돌아보며 한 마디를 덧붙인다.
“아, 한 가지만 충고해 주면 말이야.”
“예?”
“쫓아내 버릴 게 아니라면, 어지간하면 신불 스님이 해 달라는 건 그냥 해 줘. 내가 좀 같이 지내 봤는데 한 번도 포기하는 걸 본 적이 없다.”
탁.
말을 마치고는 그대로 집무실을 빠져나가 버리는 단아란.
그녀가 남기고 간 한 마디에, 권존은 조금 전 자신의 선택을 후회하고 또 후회했다.
하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
그렇게 연무학관 내에, 소림이 기를 쓰고 붙잡고 있던 괴승(怪僧) 신불이 눌러앉게 되었다.
***
풀썩.
“후우……. 그럭저럭 위기는 넘겼구나.”
“하아……. 지금 그런 말씀을 하고 있을 때가 아니지 않습니까, 방장.”
숙소로 돌아오기 무섭게 술상 앞에 앉는 신불을 바라보며, 혜명이 한 손으로 이마를 짚는다.
“대체 어쩌자고 그런 일을 저지르셨습니까? 앞으로 사도관도들의 얼굴을 어찌 보라고……!”
“흠흠……. 내가 미안하다 말하지 않았는가?”
“저한테 왜 미안하십니까! 제가 아니라 사도관도들한테 미안해하셔야지요!”
혜명이 버럭 소리를 지르자, 신불이 두 눈을 크게 뜨며 손바닥을 맞부딪친다.
“그래, 그거 맞는 말이구만. 이거 아무래도, 본승이 직접 사과를 해야겠…….”
“아, 아니! 그냥 사과하지 마십시오! 여기 눌러앉아 계십시오! 제발!”
“음? 어찌 그러는가? 그래도 내가 직접 사과를 해야…….”
“그, 그 사과 오늘은 안 됩니다! 그냥 한동안 숙소에서 나오지 마십시오! 제발!”
“아니……. 굳이 그렇게…….”
“약조하신 겁니다! 숙소에서 나오시면 저도 진짜 가만히 있지 않을 겁니다! 진짜로!”
탁.
말을 마치고는, 혹여나 신불의 입에서 다른 말이 나올까 무섭다는 듯 헐레벌떡 도망가는 혜명.
그가 숙소에서 나가자, 쓴웃음을 머금은 신불이 기다렸다는 듯 침상에 몸을 뉘인다.
벌러덩.
“아미타불……. 다들 걱정들도 팔자로다. 나도 소싯적 같지 않아 며칠은 쉬어야 할 모양이거늘.”
자고로 사고라는 것도 체력이 있어야 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번 사고는 그가 생각해도 규모가 크기는 했지만.
‘그래 봐야 후기지수인데, 이렇게까지 강할 줄 누가 알았겠느냐는 말이지.’
아무리 큰 부상을 입히지 않도록 손속에 사정을 두었다 하더라도, 너무 예상외의 전개였다.
애초에 혜명의 서신만 보고 상대의 수준을 평가한 것이 치명적인…….
똑똑.
“……음?”
“신불 스님, 들어가도 되죠?”
문밖에서 들려오는 단아란의 음성에 신불의 눈이 가늘어진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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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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