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31
131화
‘……나아가며 일 초식이라고?’
뭐야, 평범한데?
의구심을 품은 사무현의 눈빛에 천마가 한 번 더 진지한 음성으로 말을 잇는다.
“잡념을 지워라. 본좌를 믿고 그저 움직임에만 집중하며 흐름을 느껴라.”
“…….”
“그것이 네 최대 장점이 아니냐?”
“……망할 놈.”
욕인지, 칭찬인지.
아무튼 차마 안 할 수는 없게 만들어 버린다.
어느새 차분하게 마음을 가라앉힌 사무현이 살천을 응시하자, 달라진 분위기를 느꼈는지 살천도 자세를 고친다.
곧이어 자리를 박찬 사무현의 신형이 순식간에 살천을 향해 달려든다.
부웅.
천마가 말한 대로, 첫 합을 겨룰 때처럼 살천의 머리 위로 천마도법의 일 초식을 전개하는 사무현.
이에 이내 심드렁해진 살천의 검이 그의 도로(刀路)를 가로막으려는 그때.
“거기서 바로 삼 초식.”
‘뭐라고?’
삼 초식은 사선으로 상대를 공격하는 초식.
이 자세에서 베어 봐야 베어 낼 수 있는 것은 없다.
하지만 머리로 의문을 품는 것보다 더 빠르게 사무현의 몸은 살천의 검로를 비껴 허공을 베어 냈다.
그리고…….
“이 초식.”
부웅.
살천의 몸을 아슬아슬하게 빗겨 나간 사무현의 도로가 곧장 비틀어지며 살천의 측면으로 날아든다.
설마 거기서 방향을 비틀 줄 몰랐는지, 다급히 그의 도초를 막으면서도 살천의 얼굴에 당혹의 기색이 스쳐 간다.
그 순간.
콰광!
“……!”
급하게 초식을 변형했으나 위력만큼은 조금도 줄지 않은 사무현의 일도가 살천의 몸을 밀어 낸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천마의 말이 이어진다.
“곧바로 칠 초식.”
부웅.
콰과과과과.
천마도법의 만마참풍.
복잡한 궤도를 타고 뻗어 나간 도풍이 근거리에서 살천을 뒤덮는다.
그러자 순식간에 일곱 자에 이르는 검강을 뽑아 낸 살천이 자신을 뒤덮는 도풍을 반으로 갈라 버린다.
촤좌좍!
“그대로 들러붙어 팔 초식.”
파밧!
콰과광!
“음……!”
도풍을 베어 내기 무섭게 들러붙는 사무현을 막아 내기 위해, 살천이 역날로 검을 고쳐 쥐어 그의 도초를 가로막는다.
하지만 그 순간 전개된 만근도의 묘리.
천근추와 격산타우가 동시에 전개되자 살천의 두 눈이 경악으로 물든다.
“……!”
스릉.
지금까지 강맹하기만 하던 살천의 검이 부드럽게 사무현의 도를 흘려 낸다.
아니, 흘려 내려 했다.
“착도(着刀).”
쩡!
뗴어 낼 수 없게 들러붙은 사무현의 도신이 살천을 힘으로 압박한다.
이전까지와는 달리 다채롭게 연계되는 초식의 운용에 감탄하긴 했지만, 공력 면에서 한참이나 차이가 나는 자신에게 이런 승부를 걸어오다니?
미간을 꿈틀한 살천이 공력을 끌어 올리려 하자, 사무현의 귓가로 계속해서 천마의 지령이 들려온다.
“탈도(脫刀).”
콰광!
사무현의 도에서 응축된 기가 터져 나오며, 순간 단단히 붙어 있던 살천의 검이 튕겨 나간다.
“그대로 오 초식.”
허공에서 갈지(之)자를 그리며 사무현의 도신이 살천을 압박한다.
이에 살천이 그의 도로를 막으려 하자.
“사 초식.”
허공에서 그리던 도로를 거두어들인 사무현이, 한 바퀴 몸을 회전하며 살천의 하단을 노린다.
콰과광!
살천의 방어에 도로가 가로막혔으나, 급하게 방향을 비트는 바람에 살천의 검에 실린 힘도 이전과 같지 못하다.
그 순간.
“그대로 육 초식.”
콰과광!
천마도를 역수로 고쳐 쥐어 아래에서 위를 베어 내는 사무현.
횡에서 종으로 힘의 방향 자체가 바뀌어 버리자, 이를 따라가지 못한 살천의 검이 위쪽으로 밀려 올라간다.
“좋아, 이제 일 초…….”
스팟!
천마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무현의 도가 섬광같이 살천의 흉부로 날아든다.
천마의 흐름에 완전히 몸을 맡긴, 무아지경(無我之境)의 상태에서 흘러나온 자연스런 일 도였다.
“이런……!”
콰과과광!
당혹스러운 살천의 일성과 함께, 그의 흉부 앞에서 우렁찬 폭음이 울려 퍼진다.
잠시 후, 검을 쥔 반대편 손에 수강을 끌어 올려 사무현의 도를 가로 막은 살천이 얼굴을 일그러뜨린다.
“이……!”
쩌저정!
거칠게 힘으로 밀어붙인 살천의 일수에 사무현의 도가 튕기듯 허공으로 밀려난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섬광같이 날아든 검기가 사무현의 흉부를 거칠게 후려친다.
쐐액!
콰과과광!
“크헉……!”
쿠당탕탕.
사무현의 몸이 뒤쪽으로 나뒹굴자, 살천이 냉정함을 되찾은 얼굴로 자세를 다시 한다.
스윽.
“……내가 너를 너무 가벼이 대했구나.”
“후우…….”
“다시 들어와라. 이제 나도 진지하게 상대해 줄 터이니.”
호승심과 함께 기세를 흩뿌려 나가는 살천의 모습에, 살령과 신불이 자신도 모르게 마른침을 집어 삼킨다.
생각지도 못한 사무현의 선전.
신불 역시 이런 전개는 생각지 못했기에 염주를 쥔 손아귀에 힘이 더해진다.
‘아미타불……. 조금 전 그 초식의 연계는…….’
자유롭다.
의지보다 몸이 먼저 반응하는 초식의 연계.
이는 분명 절정이라는 틀을 벗어나 있는 이의 초식 운용이다.
‘이거 어쩌면…….’
이길 수는 없겠지만, 지금의 비무로 사무현이 한 단계 높은 경지로 도약하는 계기가 될지도 모른다.
신불이 자신도 모르게 희열에 미소를 머금는 그때.
“그만할게요. 제가 졌어요.”
“……뭐라?”
생각지도 못한 사무현의 항복 선언에 살천의 두 눈썹이 추켜 올라간다.
“졌다고?”
“예, 도저히 못 이기겠네요. 어우……. 가슴팍이 얼얼해서.”
사무현의 말대로, 조금 전 살천의 검기가 닿은 그의 무복은 그야말로 넝마가 되어 있다.
한 줄기 피가 흐르는 맨살이 고스란히 드러난 자신의 흉부를 내려다보며 사무현이 말을 잇는다.
“이대로 더 하면 크게 다칠 것 같은데, 여기까지만 할게요.”
“……그래? 그렇다면 굳이 말릴 생각은 없지만, 금자 백 냥이 아깝지는 않은가?”
“에이, 제가 아까워할 이유가 없지요. 암왕께서 아까워하셔야지.”
“그게 무슨…….”
사무현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려는 그때, 무언가 떠오른 생각에 살천이 자신의 왼쪽 소매를 들어 올렸다.
그러자 조금 전 사무현의 일도를 받아 낸 왼손의 잘려 나간 소매가 그를 포함한 모두의 눈에 들어온다.
“……!”
“암왕께서 주시는 금자 백 냥…… 아니 금자 백십 냥!”
놀란 눈으로 자신을 돌아보는 살천을 바라보며, 사무현이 히죽 미소를 머금는다.
“꼬옥, 착한 데 쓰겠습니다.”
***
“쩝쩝……. 으히히히.”
“…….”
“우걱우걱……. 낄낄낄.”
“……이런 젠장, 대체 무슨 일이냐?”
음식을 넘기다 말고 계속해서 실성한 웃음을 흘리는 사무현의 모습에, 식사를 이어 가던 살암이 결국 젓가락을 내려놓으며 입을 열었다.
분명 어제 석식을 마칠 때까지만 해도 평소와 다를 바 없었는데, 밤사이 대체 무슨 일이 있었다는 말인가?
“어젯밤 금덩이라도 주웠…….”
“풉……!”
“……진짜 금덩이를 주웠느냐?”
자신의 물음에 사무현이 반응을 보이자, 살암이 두 눈을 휘둥그레 뜨며 재차 묻는다.
“설마, 암천막의 물건에 손을 댄 것은…….”
“우물우물……. 그런 거 아니랍니다.”
살암의 물음에, 줄곧 사무현의 옆에서 식사를 하고 있던 손익패가 고기 한 점을 목구멍에 넘기고 말을 이었다.
“어젯밤 암왕을 만났는데, 그분과의 내기에 이겨 금자 백 냥을 받았다고 합니다.”
“아하, 그런 일이……. 뭐, 뭐라고! 암왕께?”
음식을 삼키다 만 살암이 찢어질 듯 입을 벌리고 두 눈을 부릅뜬다.
“아, 암왕이라니……! 사, 사실이냐? 대체 네가 어떻게 그분을……!”
“……쟨 왜 저렇게 놀라? 네 사조(師祖)님 아니냐?”
드물게도 망가지듯 놀라는 살암의 모습에 퉁명스레 묻는 사무현.
그 모습에 다소나마 정신을 차린 살암이 고개를 끄덕이며 떨리는 음성으로 입을 연다.
“마, 맞다. 한데 네가 어떻게 그분과……. 나…… 나도 거의 뵙지 못한 분인데…….”
살천이 암천막을 떠나 있었던 지는 십오 년이 되었다.
그러니 살암 또한, 자신이 후계자로 발탁되기도 전 어렸을 때 그의 모습을 본 것이 전부다.
이제는 기억조차 희미해지는 그를 암천막의 행사 때마다 기다렸는데, 결국 십오 년 만에 만난 이가 자신이 아닌 사무현이라니?
벙한 얼굴로 입을 벙긋거리는 살암의 모습을 막휘와 손익패가 흥미롭게 바라보자, 살암의 옆에 앉아 있던 적사가 그를 대신해 질문을 던진다.
“어젯밤 암왕께서 암천막에 돌아오셨다는 이야기는 오늘 아침 전해 들었습니다. 한데, 내기에서 이겼다니요?”
“아, 다짜고짜 찾아와서 비무를 하자고 하시더라고.”
“아하, 비무를…… 자, 잠깐만. 설마 그 내기라는 게……?”
“어, 옷자락만 스쳐도 금자 백 냥을 주신다던데? 이런 기회가 또 없지, 하고 냉큼 하겠다고 했지.”
사무현의 대답에, 이번에는 적사와 청사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든다.
“……지, 진짜 옷자락을 스치셨습니까? 진짜로 그걸 해냈다고요?”
살암과 별반 다를 바 없는 얼굴이 된 그들을 신기한 듯 바라보며 손익패가 입을 열었다.
“그게 그렇게 놀랄 일입니까?”
“노, 놀랄 일이지 그럼! 아, 암왕께서 어떤 분이시냐! 암천막을 세우신 초대이자, 살아 있는 전설…….”
“뭐…… 그거야 맞는 말이긴 한데…….”
청사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던 손익패가 두 눈을 깜빡이며 사무현을 돌아본다.
“지금껏 형님이랑 싸웠던 사람들을 생각하면 뭐…….”
달에 한 번씩 피 터지게 싸우는 천무신녀 단아란.
그리고 혈무관을 통째로 무너뜨리면서까지 혈투를 벌인 파마불제 신불.
암왕 또한 물론 전설적인 인물에 속하지만, 딱히 저들의 이름에 비해 대단하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아니다.
“그러고 보니 궁금합니다. 막상 붙어온 암왕은 어떠셨습니까? 형님.”
“저도 그 질문을 드리려던 참입니다. 신불 스님과 비교하면 어느 쪽이 더 셌습니까?”
어차피 천무신녀 단아란과는 누구도 비교 대상이 못 된다.
막휘가 두 눈을 반짝이며 질문에 힘을 싣자, 어제를 떠올리려는 듯 천장을 올려다보며 사무현이 입을 연다.
“흐음……. 어땠냐고 물으면…….”
……솔직히 말해 모르겠다.
신불도, 단아란도, 그리고 어제 사무현과 싸웠던 암왕도.
누구 하나 지금의 사무현이 그 바닥을 가늠할 수 있는 상대들이 아니다.
어제는 천마의 도움을 받아 내기에 승리했던 것뿐이지, 만약 사무현 혼자만의 힘이었다면 살천은 결코 빈틈을 보이지 않았을 것이다.
신불 또한, 애초에 사무현의 실력을 가늠할 목적으로 싸웠으니 그런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뿐이다.
‘……화경이라.’
실로 높은 벽이었다.
단순히 공력의 차이뿐만이 아닌, 무(武)를 바라보는 눈높이가 너무나도 달랐다.
사무현이 그저 나무만을 바라볼 뿐이라면, 저들은 한눈에 숲을 바라보는 이들이다.
그런 이들을 가늠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다.
다만…….
‘……조금은 엿볼 수 있었지.’
어제 천마의 행동은 단순히 사무현을 도운 것이 아니다.
화경의 고수라는 강자를 통해, 사무현이 보다 높은 경지를 바라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다.
지금까지의 사무현이 천마도법의 초식을 하나하나 완성해왔다면, 앞으로 사무현이 나아갈 길은 초식이 녹아들도록 만드는 일이다.
생각하고 초식을 전개하는 것이 아닌 필요에 따라 초식이 전개되는 것.
사도관도들을 가르칠 때 몇 번이나 했던 이야기지만, 정작 사무현 자신도 그 경지에 이르지 못했다는 것을 어제 다시 한번 깨달았다.
그렇게 대답을 멈춘 사무현이 어제의 깨달음을 떠올리고 있는데, 방문이 열리며 흑의무사 하나가 모습을 드러냈다.
쓰윽.
“소호대주(小虎隊主)가 소막주를 뵙습니다.”
“무슨 일인가?”
초인적인 정신력으로 표정을 수습한 살암이 냉랭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예, 막주께서 전하라 하신 말씀이 있어 급히 찾아왔습니다.”
“말하라.”
“사천살(四天殺) 네 분이 오늘 아침 도착하셨습니다. 명일 행사를 앞두고, 소막주님을 포함한 귀빈들과 인사하는 자리를 가지고자 하십니다.”
“시간은?”
“금일 정오입니다.”
“알겠다.”
“예, 하면 오시겠다 전하겠습니다.”
그렇게 고개를 한 번 숙여 보인 소호대주가 방문을 닫고 나가자, 사무현이 궁금한 듯 질문을 던진다.
“사천살?”
“암천막의 세력을 사 분할 하여 지키는 이들이다.”
사무현의 질문에 대답한 살암이, 어느새 평소와 같은 얼굴로 젓가락을 집어 든다.
“양지에는 삼존 사무제가 있지만 음지에는 사천살이 있지. 암천막의 기둥과도 같은 이들이니, 그들 앞에서는 어느 정도 예의를 지켜 주길 바란다.”
“그래? 그럼 너보다도 서열이 높은 건가?”
“무위(武位)는 나보다 높지만, 서열까지 높다고 보기는 어렵지. 어쨌거나 나는 다음 암천막주의 자리를 이을 후계자니까.”
“후계자가 굳이 필요한가? 음지에서도 어차피 힘센 놈이 최고라며?”
“그렇다 하더라도, 어디건 적통이라는 게 있는 법이니까. 굴러들어 온 이가 단순히 강하다고 막주의 자리를 차지해서야 되겠느냐?”
“흠…….”
“물론 세대교체가 되기 전까지 사천살들의 인정을 받을 만큼 강해질 필요는 있겠지. 언젠가 내가 스승님을 넘어서는 순간이 온다면, 그때 자리를 넘겨받게 될 거다.”
살암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사무현은 내심 의아함을 지우지 않을 수 없었다.
음지를 사 분할 한다는 거대한 권력의 수장들이, 자신보다 어리고 약한 이에게 승계가 이어지는 것을 과연 보고만 있을까?
하지만 이 정도를 저들이 생각하지 못했을 리 없었기에, 사무현은 이내 상념을 버리고 다시 식사에 정신을 집중했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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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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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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