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33
133화
‘뭐야? 저 새끼는.’
연공실에 도착하기 무섭게 펼쳐져 있는 이해할 수 없는 상황에, 사무현은 분노와 의아함을 동시에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몸이나 한번 풀어 보려고 왔더니.’
좀처럼 잠이 오지 않아, 천마 녀석이 자리를 비운 사이 슬쩍 어젯밤에 느꼈던 감각을 확인해 보러 연공실을 찾은 사무현이었다.
어젯밤 언제든 이곳 연공실을 사용해도 좋다는 살령의 허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막상 이곳에 도착하기 무섭게 사무현의 눈에 들어온 광경은, 웬 처음 보는 녀석이 막휘에게 살기를 흩뿌리고 있는 상황.
언뜻 보아도 상대의 무위가 결코 그보다 낮지 않았기에, 차분하게 흥분을 가라앉힌 사무현이 천마도의 도신을 상대에게 겨눈다.
쓰윽.
“뭐 하는 새낀지는 모르겠는데, 당장 손…….”
“하아……. 안 되겠네.”
스륵.
사무현의 말을 끊고 긴 한숨을 내쉰 사내, 동천이 막휘의 머리를 붙잡고 있던 손을 내려놓으며 사무현을 돌아본다.
“……하나는 죽여야 되려나 보다.”
“뭐…….”
스팟!
눈 깜짝할 사이에 사무현의 앞까지 도약한 동천이 무심한 얼굴을 사무현의 눈앞으로 들이민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내력이 실린 그의 일장이 사무현의 복부에 정확하게 틀어박힌다.
쩡!
쿠당탕탕.
“……응?”
사무현의 복부를 때린 순간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는지 동천이 고개를 갸우뚱한다.
자신의 공격은 분명 정확하게 들어갔다.
하지만 그의 복부를 가격한 순간 사무현이 지은 표정은, 내장이 터진 고통에 참혹하게 일그러진 얼굴이 아니었다.
오히려 그가 짓고 있던 표정은…….
“……웃어?”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가로 꺾으며 사무현을 돌아보는 동천.
그 순간, 그의 손목 인근에서 간질간질한 감각이 느껴진다.
반신반의한 시선을 돌려 자신의 우수를 내려다본 그 순간, 긴 생채기가 만들어진 자신의 손목이 동천의 눈에 들어왔다.
“크으……. 아깝네, 잘라 줄 수 있었는데.”
어느새 자신의 배를 쓰다듬으며 나뒹굴었던 몸을 일으키는 사무현.
하지만 여유로운 미소와는 달리 그의 눈빛에는 짙은 경계심이 가득하다.
‘저것도 보통 놈은 아니네.’
일부러 방심을 유도했다.
정면 대결로는 이길 수 없는 상대라 여겼으니까.
상대가 자신에 대해 무지할 때, 살을 주고 뼈를 취하는 방식으로 반격을 가하려 했다.
하지만 자신의 도는 빗나갔고, 상대의 공격을 허용한 대가는 생각보다 컸다.
‘……배에 감각이 없다.’
근육 전체가 마비되어 잔경련을 일으키고 있다.
호신기를 끌어 올려 반응했으니 망정이지, 그렇지 못했다면 분명 내상을 입었을 것이다.
만약 그가 이런 몸뚱어리를 가지고 있지 않았으면 반드시 죽었을 테고.
스윽.
“……계속 들어와 봐. 그 손목을 잘라 줄 테니까.”
일부러 자신만만하게 상대를 도발하는 사무현.
그 순간, 동천의 얼굴에 웃음기가 처음으로 완전하게 사라진다.
등 뒤까지 오싹 끼쳐 오는 소름을 느끼며 사무현이 정신을 집중하는 그 순간.
“지금 이게 무슨 짓이냐? 동천.”
연공실 내에, 착 가라앉은 살암의 음성이 울려 퍼졌다.
“……소막주?”
살암의 등장에 눈썹을 한번 꿈틀한 동천이, 붉은 혀를 내밀어 입술을 한 번 핥아 내고는 마지못한 듯 말을 꺼낸다.
“……오랜만에 뵙는데 죄송하지만, 예의는 나중에 갖추도록 하지요. 지금은 잡놈 하나를 찢어 죽이는 게 먼저라서 말입니다.”
“동천.”
저벅저벅.
동천의 말에 조용히 그를 부른 살암이, 장신구들이 짤랑거리는 요란한 소리와 함께 그에게 다가간다.
“예를 갖추어라.”
“예는 조금 후에…….”
“동천.”
우뚝.
어느새 동천과 사무현의 사이에 멈춰 선 살암이, 싸늘하게 굳은 얼굴로 그를 마주하며 말을 잇는다.
“나는 세 번이나 같은 명을 내리지 않는다.”
“…….”
“예를 갖추어라.”
조금의 여지도 없이 확고한 명을 내리는 살암.
이에 눈썹을 꿈틀하며 입술을 깨물던 동천이, 억지로 일그러진 미소를 머금으며 그에게 고개를 숙여 포권해 보인다.
“사천살의 동천이, 대암천막의 소막주를 뵈옵니다.”
“……지금 무슨 짓을 하고 있느냐?”
“아, 별일 아닙니다. 그저 웬 잡것들이 연공실을 더럽히기에…….”
“네 눈에는, 내 초청을 받고 암천막에 온 귀빈들이 잡것으로 보이느냐?”
“……!”
살암의 말에 다시 한번 입술을 꾹 깨물며 침묵을 지키는 동천.
순간 새하얀 그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으나, 이내 언제 그랬냐는 듯 원래의 얼굴색을 되찾은 그가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답한다.
“……제가 미처 소막주의 손님인 것을 알지 못했군요.”
“그래? 이 자리에 있는 청사와 적사도 알고 있었을 텐데, 전해 주지 않았느냐?”
“전혀 듣지 못했습니다. 저들이 이곳에 있었던 것도 처음 알았습니다.”
두 팔을 벌리며 뻔뻔스레 거짓을 말하는 동천.
이에 두 눈을 가늘게 뜬 살암이 청사에게로 고개를 돌린다.
“동천의 말이 사실이냐?”
살암의 물음에 동천의 눈이 청사를 향한다.
부드러운 호선을 그리고 있는 그의 눈에는, 청사가 어떤 대답을 할지 진심으로 궁금하다는 듯한 호기심이 깔려있다.
그리고 그 눈빛은, 협박보다도 더 공포스럽게 청사를 압박했다.
“……저는.”
천천히 심호흡을 하고 고개를 숙인 청사가, 이윽고 살암을 향해 말을 잇는다.
“동천께 보고를 드렸습니다.”
“……그래?”
“하나.”
“…….”
“듣지 못하셨을 수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이…… 흥분하신 듯 보였으니까요.”
“그건 네가 판단할 부분이 아니다.”
냉정하게 청사의 말을 자른 살암이 다시 동천에게로 고개를 돌리며 그의 눈을 마주한다.
아무런 말 없이, 서로의 눈을 피하지 않고 부드러운 미소를 머금는다.
그렇게 얼마나 침묵을 지켰을까?
이윽고 살암이 긴 침묵 속에서 먼저 입을 열었다.
“물러가라, 동천.”
“……예?”
“말한 대로다.”
“…….”
“저들이 네 어떤 기분을 상하게 하였건, 저들은 내가 초청한 암천막의 귀빈이다. 알지 못하고 무례를 저지른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사실을 알게 된 이상 더는 무례를 용서할 수 없다.”
살암의 말에 조용히 두 주먹을 움켜쥐는 동천.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이내 환한 미소를 머금어 보이며 살암에게 고개를 숙인다.
“……소막주의 자비로움에 감사를 표합니다.”
“가라.”
살암이 고갯짓을 하자, 그대로 그를 지나쳐 동천이 발걸음을 옮긴다.
사무현의 옆을 막 스치던 그때, 잠시 멈춰선 그가 고개를 돌리며 말을 잇는다.
“소막주의 귀빈이신 것을 모르고 무례를 저질렀군. 오늘의 일은 내 반드시 갚도록 하지.”
“그러시든지.”
“행사를 마치고…… 암천막을 떠나기 전에 꼭 다시 보도록 하지. 그럼 이만.”
저벅저벅.
어쩐지 묘하게 기분 나쁜 위화감을 조성한 동천이 연공실을 나서자, 손익패가 버틸 만큼 버텼다는 듯 그대로 힘없이 바닥에 주저앉아 버린다.
풀썩.
“후우……. 후우…….”
“……괴물 같은 놈.”
자존심 때문인지 바닥에 주저앉지는 않았지만, 막휘 또한 한 손으로 이마에 맺힌 식은땀을 닦아 낸다.
가볍고 장난스러운 움직임 하나하나가, 언제든 그의 목숨을 거둘 수 있는 위협적인 칼부림처럼 느껴졌다.
그렇게 혼이 나가 버린 듯한 막휘와 손익패를 바라보던 사무현이, 이윽고 살암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을 꺼낸다.
“야.”
“뭐냐?”
“저 새끼, 괜찮은 거냐?”
많은 함축적인 의미를 담고 있는 사무현의 물음.
이에 쓴웃음을 머금은 살암이 느긋하게 고개를 끄덕인다.
“문제없다. 아직은 내 힘이 약하니 저런 어정쩡한 태도를 보이지만…… 결국 내가 막주의 자리를 이어받을 때가 되면, 저들은 내 발아래에 고개를 조아리지 않을 수 없으니까.”
“……저놈이 네 앞에 머리를 조아린다고?”
그럴 놈이 아닌 것 같은데.
한순간이기는 하지만, 사무현이 저 녀석에게 느꼈던 분위기는 분명…….
“뭐…… 아무튼 모두들 숙소로 돌아가 준비해라. 이제 반 시진 뒤면 정오가 아니냐?”
“설마…… 반 시진 뒤에 그 녀석을 또 봐야 하는 거냐?”
막휘가 경악스러운 얼굴로 반문하자, 살암이 쓴웃음을 머금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염려마라. 사부님과 사조님 앞에서는 지금처럼 오만방자할 수 없을 것이니.”
“그래? 일러바치면 대신 혼 좀 내 주시려나?”
사무현이 호기심 어린 얼굴로 묻자 살암이 고개를 가로젓는다.
“괜한 시도하지 마라. 우선 내 권한으로 물러나게 만들었지만, 저들도 암천막의 기둥 같은 이들이다. 외부인 때문에 고개를 숙이는 것이 달가울 리 없지.”
살암의 설명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이들.
깽값이라도 받아야 하는데…… 라며 중얼거리긴 했지만, 사무현도 별다른 이견 없이 넘어갔다.
다른 어떤 이유보다, 살암에게서 돌아선 녀석의 눈에서 분명한 살의(殺意)를 읽어 냈기 때문이었다.
‘……위험한 놈이랑은 최대한 안 엮이는 게 상책이지.’
이번 한 번은 재수 없이 엮였다지만, 내일 있을 행사만 끝나면 더 이상의 인연은 없을 것이다.
……아마도 말이다.
***
쿵!
“사천살이, 암왕을 뵈옵니다!”
“암왕을 뵈옵니다!”
방 안에 들어서기 무섭게 살천의 앞에 엎드리는 네 명의 사내.
선두에 선 당당한 체구의 거한, 북천을 필두로 그의 일 보 뒤에 동천과 서천, 남천이라 불리는 세 명의 사천살이 함께 부복하고 있다.
자리에 앉은 채 그런 그들을 내려다보던 암왕 살천이, 이윽고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며 그들의 인사를 받는다.
“일어나거라.”
“예!”
쓰윽.
모두가 부복을 풀고 일어나자, 살천이 흡족한 미소를 지으며 두 팔을 벌린다.
“살왕을 도와 암천막을 지키는 그대들에게 고마움을 표하는 바다. 내일 있을 행사를 앞두고 담소를 나누는 자리이니, 편안히 먹고 마시기 바란다.”
“예!”
“자…… 그럼 앉지.”
살천의 말에 그대로 비어 있는 자리를 채워 앉는 사천살들.
커다란 원형 식탁에는 사무현 일행을 포함해 약 스무 명의 귀빈들이 이미 착석해 있었다.
잠시 후 빈자리가 모두 채워지자, 자리에서 몸을 일으킨 살령이 주위를 둘러보며 연설하듯 입을 열었다.
“이번 행사의 참가를 위해 암천막을 찾아 준 모두에게 감사를 표하는 바요. 본인은 현 암천막주, 살령이라고 하외다.”
살령이 입을 열자 귀빈들 몇몇이 격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와 눈을 마주치려 애쓴다.
그런 노력이 헛되지 않았는지, 그들의 눈을 하나하나 마주하며 살령이 말을 잇는다.
“이 중에는 평소 본막과 잦은 왕래가 있던 분들도, 그렇지 못했던 분들도 계시오. 또 아주 먼 곳에서부터 발걸음을 해 주신 분들도 계시지요. 각자가 어떤 마음으로 와주셨건, 오늘 암천막의 자리를 빛내 주신 모두를 암천막은 결코 잊지 않을 것이외다.”
“흠흠…….”
“으흠…….”
살령의 말이 만족스러웠는지, 기분 좋은 헛기침과 함께 미소를 머금는 이들.
그들을 바라보며 씩 웃어 보인 살령이, 자리에 놓은 술잔을 치켜들며 말을 잇는다.
“자, 그럼 편안히 드십시다. 이 자리에 모인 모두의 인연을 위하여!”
쭈욱.
말을 마친 살령이 술잔을 들이키자, 기다렸다는 듯 귀빈들 대다수가 그와 함께 잔을 들어 술을 들이켠다.
그리고 식사가 시작되었다.
“암왕과 살왕을 한 자리에 뵙게 되어 무한한 영광입니다. 극영문(劇影門)에서 나온, 궁우현(弓宇鉉)입니다. 제 잔 한잔 받으시지요.”
“다음은 제 잔도 받아 주시겠습니까? 적도문(赤刀門)의 오안(五顔)이라 합니다.”
“저는 흑패문(黑覇門)에서 온…….”
“흐음…….”
식사가 시작되기 무섭게, 귀빈이라 초청받은 대다수의 이들이 잔과 술병을 챙겨 들고 살령과 살천의 주위로 몰려든다.
이들이 암천막의 행사에 왜 참여했는지 쉬이 알 수 있는 부분이다.
그런 그들의 모습을 유심히 살펴보며 신불이 술잔을 기울인다.
‘산동(山東)에서 다섯 손가락에 든다는 극영문과 산서(山西)의 떠오르는 패자라는 적도문, 호북(湖北)에서 악명이 높은 흑패문이라…….’
정파에는 그 힘이 미치지 못하지만, 사파에서는 나름대로 입지가 높은 이들이다.
심지어 그들의 뒤로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는 이들 중에는 신불이 알고 있는 얼굴도 몇 섞여 있었다.
‘저기 눈 밑에 검흔이 있는 녀석은 귀안검(鬼眼劍)이고, 한쪽 귀가 반쯤 잘려 나간 저놈은 흑무살패(黑武殺覇)고…….’
저들을 손에 넣는다는 것은, 저들을 따르는 수하들과 그의 영향력이 미치던 지역들까지 일거에 손에 넣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즉, 이번 암천막의 행사에 모인 이들을 끌어안는 것만으로도 어지간한 대문파 못지않은 세력을 거두어들인다는 것인데…….
‘아미타불……. 놀라운 일이로다.’
오직 압도적인 힘 앞에서만 고개를 숙인다는 사파의 강자들마저 스스로 움직이게 만드는 힘이라니.
‘하나…… 그보다 더 놀라운 것은…….’
살령을 중심으로 모여든 이들을 바라보던 신불의 시선이, 이윽고 식사를 즐기고 있는 사천살들에게 향한다.
‘저놈들 하나하나가…….’
탁.
어느새 텅 빈 잔을 내려놓은 신불의 눈이 날카롭게 번뜩인다.
‘……화경급의 고수들이라는 사실이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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