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35
135화
좁고 어두운 방 안.
천장을 장식한 등 덕분에 주위를 식별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이곳에 들어선 사천살들은 주위가 어둡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뭣들 하는가? 앉게.”
탁자를 중심으로 자신의 맞은편 자리를 권하는 구마.
어쩐지 명이라도 받은 듯한 위화감에 사천살들이 엉거주춤하니 서로를 돌아보자, 그런 그들을 바라보며 구마 장로가 실소한다.
“서 있는 쪽이 좋은가?”
“크흠…….”
“흠…….”
필요 이상으로 굳어 있었다는 민망함 때문인지, 헛기침을 한 번씩 한 사천살이 자리에 착석한다.
그러자 어디선가 나타난 흑의 무사가 그들의 자리에 차 한 잔씩을 내려놓았다.
“이리 여럿과 차를 마시는 것도 오랜만이군. 여기는 다들 다도(茶度)를 모르는 녀석들뿐이라…….”
“미안하지만, 우리는 한가로이 사담이나 나누러 온 것이 아니다.”
느긋한 구마 장로의 말을 끊으며, 동천이 한쪽 손을 들어 보인다.
“우리를 부른 본론부터 듣도록 하지.”
“성미가 어지간히 급하군……. 그대가 동천인가?”
구마 장로의 한 마디에, 동천을 포함한 사천살 모두가 눈썹을 꿈틀하며 북천을 돌아본다.
대체 어떤 이야기까지 전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과 질책의 눈초리.
하지만 그들의 따가운 시선을 받는 북천의 반응은 덤덤하기 그지없다.
“나는 우리에 대한 아무런 말도 한 적 없다.”
“그의 말이 맞네. 자네들에 대한 정보는 본교가 자체적으로 수집한 것이지.”
어느새 뜨거운 차를 입에 가져다 대며 구마 장로가 말을 잇는다.
“일을 함께하기 전에 최소한의 정보는 필요하니 말일세.”
“……기분 나쁘군. 우리는 그대들에 대해 아는 바가 거의 없는데, 이래서는 공평한 관계라 볼 수 없지 않은가?”
사천살 중 가장 말수가 적은 서천이 구마 장로를 쳐다보며 입을 연다.
동천과는 정반대로, 평소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는 그의 얼굴에는 감정이라는 것이 거의 드러나 있지 않았다.
“공평이라……. 그대들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위해 본교가 피를 흘려 주는데,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는 말인가?”
“…….”
구마 장로의 대답에 서천이 입을 다물자, 지금까지 조용히 허공만을 응시하던 남천이 구마 장로를 바라보며 묻는다.
“그래서 더 궁금한 것이오.”
“무엇이 말인가?”
“북천에게 이야기 듣기로, 천마신교가 우리의 일을 돕는 것은 그것이 천마신교에게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 들었소.”
“그렇네.”
“한데 대체 어떤 것이 천마신교에게 도움이 되는지 우리는 알지 못하오. 상당한 피까지 흘려가며 우리의 일을 도우려는 저의가 무엇이오?”
“그것이 이제 와 궁금하던가?”
“세상에 대가 없는 도움은 없는 법이니까.”
확고한 남천의 말에, 구마가 마시던 찻잔을 내려놓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사람을 믿지 않고 이문만을 따지는 자…… 하면 그대가 남천이겠군.”
“그렇소.”
“흐흐, 좋네. 어차피 이쪽도 조건을 밝힐 참이었으니. 우리는 그대들이, 훗날 본교가 중원에 진출했을 때 함께할 전력이 되어주기를 원하네.”
“……중원 진출?”
구마 장로의 말에 남천의 얼굴이 미묘하게 굳어진다.
“그 말은…… 천마신교가 조만간 중원 침공을 벌이겠다는 뜻이오?”
“달리 다른 뜻이 있겠나?”
“……미쳤군.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거래였어. 나는 이만 돌아가겠소.”
미련 없이 몸을 일으킨 남천이 막 등을 돌리려는 순간, 여태껏 침묵을 지키던 북천의 음성이 들려온다.
“다시 앉게, 남천.”
“……자네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나? 북천.”
“물론이네.”
“하면 내가 자네를 잘못 보았군. 이런 얼토당토않은 거래를 위해 사천살을 하나로 모았다고?”
“얼토당토않은 거래인지 아닌지는 끝까지 들어보면 알게 될 걸세.”
조금의 흔들림 없는 북천의 대답.
이에 미간을 찌푸린 남천이 구마 장로를 바라보며 묻는다.
“더 하실 말씀이 있으시오?”
“어째서 터무니없는 거래라 생각하는지, 물어도 되겠는가?”
“……정녕 몰라서 되묻는 것이오?”
“…….”
“현재 중원의 전력은 최고조요. 무신 단월혁과 천무신녀 단아란, 그 둘을 해결하지 못하는 이상 천마신교와 암천막 양쪽의 힘을 합쳐도 중원을 바라볼 수 없다는 말이지.”
“…….”
“천마신교가 과거 전성기 시절의 힘을 되찾았다면 혹 모르겠지만, 그런 것도 아니지 않소?”
남천의 냉정한 대답에 구마 장로의 한쪽 입꼬리가 씰룩인다.
“남천……. 사천살 중 가장 이문에 밝은 자라 들었는데…….”
“…….”
“생각보다 어리석은 자였군.”
“지금 뭐라고 했……!”
“그대들이 조금 전 이야기 했었지, 그대들은 본교에 대한 정보를 알지 못한다고. 한데 본교의 힘을 어찌 마음대로 가정한다는 말인가?”
“…….”
“우리가 그대들에게 요청한 것은 무신과 천무신녀를 제거하는 일이 아니다. 본교가 중원에 진출했을 때 힘을 실어 달라는 것이지. 스스로 겁에 질려 단순한 이문 계산도 하지 못하고 있으니, 어찌 어리석지 않다 할 수 있겠는가?”
숨김없는 조소를 드러내는 구마 장로의 모습에 남천의 주먹에 힘이 들어간다.
그리고 그를 중심으로 심상치 않은 살기가 피어나려는 순간…….
북천의 다급한 전음이 그의 행동을 가로막는다.
“거기까지 하라, 구마.”
남천의 바로 등 뒤에서 들려오는 서늘한 사내의 음성.
이에 당황한 남천이 고개를 돌리자, 그의 뒤에 섬뜩한 광망을 번뜩이는 한 사내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언제부터 대천마신교가 음지 따위에 협조를 청하는 입장이 되었지?”
“면목 없습니다, 소교주님.”
‘……소교주라고?’
사내에게 망설임 없이 고개를 숙이는 장로의 모습에 사천살의 눈이 어지럽게 돌아간다.
그들이 알기로 근 이백 년간 천마신교에 소교주라는 직책은 존재하지 않았다.
천마의 직계에게만 주어지는 것이 소교주의 호칭이니만큼, 천마가 없는 천마신교에 소교주가 등장할 수는 없는 법이니까.
그런데 지금 소교주라는 존재가 나타났다는 것은 천마신교에 새로운 천마가 나타났음을 의미하는 것.
그리고, 그들이 이렇게 굳어 버린 것은 단순히 소교주라는 직책 때문이 아니었다.
‘……아무것도 느끼지 못했다.’
자신들의 지근 거리까지 접근할 동안 사천살 중 누구도 그의 기척을 잡아 낼 수 없었다.
이는, 저 소교주라 불린 사내의 무위가 이 자리에 있는 누구보다도 월등하다는 뜻.
그리고 사실 이런 판단을 내리기 이전부터, 사내의 등장과 함께 변해 버린 위압적인 공기에 사천살들의 이성은 굳은 상태였다.
‘음지 따위’라는 말을 듣고도 분노가 치밀어 오르지 않았을 만큼…….
“천마신교의 소교주 적마소가, 암천막의 사천살에게 묻겠다.”
딱딱하게 굳은 사천살을 지나쳐 걸어온 사내가, 그들을 향해 고개를 돌린다.
“너희들은 본교와 뜻을 함께할 의지가 있는가?”
“…….”
“결정하라.”
콰과과과과.
그 말과 함께, 사내의 전신에서 상상하기 힘들 정도의 거대한 기세가 폭발한다.
방 안을 가득 채운 지독한 마기와 위압감에, 사천살 모두의 호흡이 멈추며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다.
이 한순간에 깨달았다.
소교주라고 불린 저 사내는, 결코 그들과 비슷한 수준의 고수가 아니다.
화경의 경지에 오른 그들 넷을 기세만으로 압박할 수 있는 경지라면……!
무언가를 깨달은 남천이 두 눈을 부릅뜨는 그 순간.
“설마 탈……!”
“소교주이시어.”
어느새 앉아 있던 자리에서 내려온 구마 장로가 적마소의 앞에 고개를 숙이며 그를 만류한다.
“기세를 거두어 주시옵소서, 저들은 우리의 동료가 될지 모르는 이들이옵니다.”
“상황 파악도 못하고 어설픈 잔머리나 굴리는 저들이 말이냐?”
“그저 본교에 대해 무지(無知)할 뿐, 능력이 없는 이들은 아니옵니다. 천마(天魔)께오서 당부하신 것이 있사오니, 부디 한 번만 더 기회를 주옵소서.”
구마 장로의 간청에 가늘게 눈을 뜬 사내가, 이윽고 사방을 장악하고 있던 기세를 거두어들인다.
쓰윽.
“……일각.”
“…….”
“그 이상은 기다리지 않겠다.”
저벅저벅.
말을 마친 적마소가 방을 빠져나가자, 사천살들이 참고 있던 숨을 내뱉는다.
생각지도 못했다.
그들 넷이 한자리에 모여 있는데 생명의 위협을 느껴야 하는 순간이 올 줄이야…….
“놀라게 만들어 미안하군. 오늘 특별히 우리의 일을 도와주러 오셨는데, 내부 결정이 끝나지 않은 것을 모르고 계셨네.”
“우, 우리 일을…… 도와주러 오셨다 했소?”
“그렇네. 천마께서 친히 보내신 분이니, 실력에 대해서는 의심치 않아도 좋네.”
구마 장로의 말에 사천살 모두가 자신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인다.
실력에 대한 의심?
그런 것은 할 필요도 없다.
그들 넷을 기세만으로 억눌러 버린 괴물을, 제아무리 암왕과 살왕이라고 해도 감당할 수 있을 리 만무하니까.
“하나 아무래도, 슬슬 결정은 내려줘야 하겠네. 본교와 뜻을 함께하겠나? 천무신녀와 무신의 존재는 본교가 해결할 것이니 신경 쓸 것 없네.”
“……우리가 개입하지 않고도 무신과 천무신녀를 처리할 수 있다는 것이 사실이오?”
“물론. 그들을 누를 힘도 없이 중원 진출을 확정 지을 만큼 본교가 어수룩해 보이는가?”
구마 장로의 반문에, 남천이 더 계산할 것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인다.
이미 소교주라 불리는 이의 무위를 간접적으로나마 경험했다.
그런 이를 손발처럼 부리는 천마의 힘까지 더해진다면, 정말로 그 무신과 천무신녀도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른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들을 처리하는 데 자신들의 도움이 필요없다면, 저들의 제안을 거절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좋소. 사천살의 남천은 천마신교와 뜻을 같이하리다.”
“나 또한 마찬가지요.”
남천의 선택에 이어 서천까지 한 손을 들자, 팔짱을 끼고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동천도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그 시건방진 소막주와 애송이들의 목만 내게 내어 준다면, 얼마든지 협력하리다.”
“……이것으로 우리의 뜻은 모였소.”
세 명의 사천살 모두의 동의가 끝나자, 북천이 구마 장로를 바라보며 미소를 머금는다.
“자, 그럼 이제 함께 계획을 세워…….”
“아, 그럴 필요 없네. 어차피 모든 계획은 이미 수립되어 있으니까.”
“……그건 또 무슨 말이오?”
예상치 못한 구마 장로의 대답에 북천의 두 눈이 커진다.
하지만 돌아온 구마 장로의 대답은 퉁명스럽기 그지없었다.
“그대들이 해 주어야 할 것은 역할 분담뿐. 이미 본교는, 내일 해가 뜨기 전 암천막의 본단을 중원에서 지워 버리기로 결정했네.”
“오, 오늘 밤에 일을 치르겠다는 뜻이오?”
구마 장로의 말에 사천살 모두가 당혹스러움을 드러낸다.
며칠 내로 행동을 시작할 계획이기는 했지만, 오늘 밤이라면 너무 급작스럽지 않은가?
하지만 당황한 그들을 바라보는 구마 장로의 얼굴에는 도리어 환한 미소가 머금어져 있다.
“당황하지 말고 즐기게.”
“……!”
“내일 해가 뜰 때쯤이면…… 이왕(二王)은 사라지고 새로운 사왕(四王)의 시대가 열릴 테니까.”
***
암천막 내부의 연회장.
자정이 다 되어 가는 늦은 시각까지 이곳에서는 수많은 이들의 떠들썩한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고 있었다.
사파에서 암천막과의 인연을 만들기 위해 찾아온 귀빈들을 맞이하여 잔치를 베푸는 살령.
모두가 즐거이 웃고 떠들고 있지만, 살령의 얼굴에는 어딘지 모르게 불편한 기색이 드러나 있었다.
“하하, 오늘 이렇게 살왕을 뵈니 먼 길 오기를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적도문과 암천막이 앞으로도 좋은 인연을 이어갔으면 합니다.”
“제 뜻도 마찬가지입니다. 적도문주님과도 조만간 뵐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군요.”
“이를 말씀이십니까? 문주님께 전해 드리면 당장이라도 뵙고 싶어 하실 것입니다, 하하하.”
“한데…… 이거 너무 저희끼리만 이야기가 오가는 것 같군요. 사천살께도 인사를 한번 드려야 할 것 같은데…….”
극영문에서 온 사자가 슬쩍 주위를 둘러보며 말하자 살령의 눈썹이 미묘하게 꿈틀한다.
정오 때 잠깐 자리를 채운 이후, 사천살들은 줄곧 한 번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다.
‘석식 때는 몰라도 연회에는 참석하라 명을 내렸거늘……!’
이제 대놓고 자신의 권위에 도전하겠다는 뜻인가?
행사가 끝나는 대로 본보기를 보여야겠다고 생각하며 살령이 막 술잔을 채우려는 순간이었다.
저벅저벅.
“음……?”
“아……! 저기 오시는군요. 허허, 너무 늦으셔서 혹시나 못 오시는가 했습니다.”
연회장의 입구에서 사천살이 모습을 드러내자, 귀빈들의 얼굴이 밝아진다.
혹여나 살왕과 사천살 사이에 권력 분쟁이 벌어지는 중이라면, 어느 쪽에 붙어야 하는지 꽤나 신중하게 생각해야 될 문제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어쨌거나 저들이 살왕의 명을 어기지 않았으니, 당장은 암천막의 권력이 살왕에게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어찌 이리 늦었느냐?”
사천살의 등장에, 노기를 최대한 억누르며 살령이 질문을 던진다.
그러자 선두에서 걸어오던 북천이 고개를 숙이며 그의 물음에 답한다.
“죄송합니다. 인근에 수상한 자들이 목격되어, 다급히 조치를 좀 취하느라 늦었습니다.”
“수상한 자들?”
“예. 확인해 보니 대수롭지 않은 이들이었습니다. 너무 염려치 않으셔도 됩니다.”
“으음…….”
북천의 대답이 꽤나 논리적이었기에 살령이 일단 고개를 끄덕인다.
저 말의 진위 여부는 후에 따져 봐도 늦지 않을 테니.
“……알겠다. 한데, 동천은 어디에 있고 너희 셋만 온 것이냐?”
“동천은 조금 더 주위를 살펴보겠다고 하여 먼저 왔습니다.”
“그래……? 하면 우선 자리에…….”
쿠구궁.
“……음?”
난데없는 폭음과 함께 연회장 안쪽까지 느껴지는 심상치 않은 진동.
이에 살령이 두 눈을 가늘게 뜨자, 연회장 밖에서 한 무사가 헐레벌떡 뛰쳐 들어온다.
타다닷.
“스, 습격입니다! 모두 자리를 피하십시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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