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39
139화
“하하, 이런. 소막주님의 반응을 보아하니, 대충 돌아가는 상황은 알고 계시는 모양이군요.”
호쾌한 웃음을 터뜨리며 한바탕 살암을 비웃은 동천이, 잠시 후 명백한 조소를 머금으며 살암을 내리깔아본다.
“하면 동천(東天)이 아니라 동왕(東王)이라 불러야지. 그렇지 않나?”
“……이 뱀 같은 놈이!”
스팟!
콰광!
짧은 욕지거리와 함께 살암이 일 검을 휘두르자, 그의 검신을 타고 뻗어 나간 검기가 동천에게 쇄도한다.
하지만 그의 검기는, 장난스럽게 휘둘러진 동천의 손짓에 의해 허무하게 막혀 버렸다.
“쯧쯧……. 어리석게도 아직 과거의 영광을 벗어 버리지 못했구나. 암천막이 무너진 이상, 넌 그저 음지의 후기지수일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데 말이야.”
“닥쳐라! 누가 암천막이 무너졌다 하더냐!”
“오, 저런. 아직 상황 파악도 온전히 하지 못한 모양이군.”
동천의 두 눈이 긴 호선을 그리며 그의 혀가 자신의 붉은 입술을 훑어 낸다.
“하면…… 그 시건방진 얼굴이, 절망으로 물드는 것을 지켜보는 재미가 있겠어.”
“개자식……!”
두 눈에 핏대를 세운 살암이 그를 향해 몸을 날리려는 순간이었다.
쓰윽.
“흥분하지 마라.”
“너……!”
“그러다 아무 것도 못하고 뒈져.”
“……큭.”
한쪽 손을 뻗어 살암을 진정시킨 사무현이 슬쩍 천마 쪽을 돌아본다.
아까 전부터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인지, 녀석은 턱 끝을 매만지며 먼 허공만을 응시하고 있었다.
‘야…… 야. 뭐 작전 같은 거 없냐?’
입 모양을 벙긋거리며 속삭이듯 천마에게 말을 던지는 사무현.
어쨌거나 이럴 때 가장 기대해볼 만한 녀석은 천마뿐이다.
잠시 후 사무현의 음성을 들었는지, 천마가 천천히 입을 열었다.
“이거…… 생각보다 시간이 없겠구나.”
“……뭐?”
“십삼 대라고 생각되는 괴물이 화경급 고수 두 명…… 아마도 신불과 암왕과 전투를 벌이고 있는 듯한데…….”
“…….”
“아무래도 오래 버티지는 못할 것 같구나.”
“……뭐?”
오래 버티지 못한다고?
신불과 암왕이?
천무신녀를 제외하면, 중원에 나와 만난 이들 중 가장 강한 사람인데?
사람 좋은 웃음과 함께 술병을 기울이는 신불의 얼굴이 사무현의 머릿속을 스치고 지나가자, 자신도 모르게 딱딱하게 얼굴이 굳어진다.
그리고 그러는 사이 천마의 음성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보통 때라면 어떻게든 네 손으로 저 녀석을 쓰러뜨리게 했겠지만…… 아무래도 상황이 좋지 않으니, 별 수 없이 차선책을 쓸 수밖에 없겠구나.”
“……차선책?”
어쩐지 평소와는 다른 묘한 무게감이 느껴지는 음성으로, 천마가 말을 이었다.
“일단 달려들어 싸워라. 그리고 싸우다 기절해라. 네가 기절하면, 본좌가 네 몸을 빌려 이곳을 탈출하도록 하겠다.”
……아, 그게 차선책이었어?
빌어먹을 놈, 이제 그냥 남의 몸 빌리겠다는 말을 당당하게도 하는구나.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천마의 말 대로다.
연공실에서 잠깐 부딪쳐 본 것만으로도, 상대는 자신이 감당하기 힘든 고수다.
천마가 뒤에서 돕는다고 한들 승부를 장담하기 어려운 상대.
여기서는 차라리 천마를 믿는 편이 옳다.
“후우……. 좋아, 까짓것 해 보자.”
천마도를 쥔 손에 힘을 더하며 두 눈을 부릅뜨는 사무현.
그 각오가 전해졌는지, 동천의 입가에도 비릿한 조소가 머금어진다.
“기다림은 끝인가? 자, 어디 한번 들어와 보거라. 내 갈기갈기 찢어 줄 테니.”
“……빌어먹을 새끼.”
타닷.
두 팔을 벌려 품 안을 훤히 드러내고 있는 동천을 향해, 천마도를 치켜든 사무현이 전력으로 도약한다.
팟!
***
“아미타부우우울!”
양손에 은백색의 수강을 머금은 신불이 우렁찬 외침과 함께 적마소에게 달려든다.
출발할 때에는 하나였던 손바닥이, 상대에게 다다를 때 즈음에는 십여 개의 잔상을 만들어 냈다.
퍼버벙! 펑!
심상치 않은 파공성을 흩뿌리는 공격이 쉴 틈 없이 이어진다.
그런 신불의 공세를 느긋하게 피해 내던 적마소가 빙글 몸을 돌리자, 신불의 손바닥 잔상 중 하나가 적마소의 뒤에 있던 담벽을 후려쳤다.
쩌저정!
콰과과과과.
잔상 중 하나가 적중했을 뿐인데 돌로 만들어진 담벽이 산산이 파괴되어 무너져 버린다.
그것으로도 위력이 상쇄되지 않았는지, 무너진 담벽 뒤쪽으로도 거친 장풍(掌風)이 대지를 갈라놓았다.
실로 가공할 만한 위력.
어느새 자신의 옆으로 돌아온 상대에게 신불이 연이어 공세를 이어 간다.
쩌저쩡!
“읍……!”
내뻗어진 신불의 일 장을 적마소의 일 장이 맞받아친다.
어깨 관절까지 전해지는 묵직한 충격에 신불의 미간이 꿈틀하는 그 순간, 움직임이 굳은 신불의 복부에 적마소의 일 각이 틀어박혔다.
쾅!
휘리릭.
촤지지직.
“……크윽!”
포탄처럼 튕겨 나간 신불의 신형이 전각 앞까지 밀려난다.
비틀거리며 다급히 몸을 일으키는 신불의 눈앞으로, 검은 섬광 같은 마기가 번쩍였다.
쐐애애액!
쩌저저정!
“크으으읍……!”
신불이 양손에서 다급하게 끌어 올린 은백색의 강기가 검은 마기와 충돌하며 한바탕 팽팽한 힘 싸움을 벌인다.
신불의 이마에 굵은 힘줄이 솟아오르고, 강기의 형태를 유지시키는 두 손이 부들부들 떨려 온다.
금방이라도 균형을 잃고 쓰러질 듯 위태롭던 그 상태에서, 난데없이 한 줄기의 강기가 날아들어 검은 마기를 후려친다.
쐐애액!
콰과과광!
우당탕탕탕!
날아든 강기와 마기가 부딪쳐 폭발하면서, 힘의 균형을 가까스로 유지하고 있던 신불의 신형이 다시 한번 한쪽으로 나가떨어졌다.
“끄으으…….”
거의 넝마가 되다시피 한 꼴로 신불이 몸을 일으키자, 그의 앞으로 검을 든 살천의 뒷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후우……. 괜찮나?”
“끄응……. 돕는 건 좋은데, 그런 건 경고라도 하고 날리시오, 암왕.”
“미안하군. 나도 막 몸을 일으킨 상태여서 말이야.”
살천의 대꾸를 들으며 가쁜 숨을 몰아쉰 신불이, 이마에 흐르는 땀을 닦아 내며 그의 뒷모습을 바라본다.
그와 마찬가지로 넝마가 된 살천의 무복 곳곳은 붉은 피로 군데군데 물들어 있었다.
힘겨워하는 그들의 모습을 느긋하게 서서 지켜보던 적마소가, 이윽고 무미건조한 음성으로 입을 열었다.
“이거 실망스럽군. 이백 년의 시간 동안 이룩한 무위가 고작 이 정도라는 말이냐?”
“……이거 참, 할 말은 많은데 할 수 없게 만드는구먼.”
“……동감이다.”
적마소의 한 마디에 신불과 살천의 얼굴에 함께 쓴웃음이 머금어진다.
이 둘 모두, 소싯적부터 천재로 불리며 이백 년 전에 화경의 경지를 개척한 고수들이다.
무신과 천무신녀의 그늘에 가려져 있기는 했지만, 보다 높은 경지에 오르고자 하는 무인으로서의 본능을 져버리고 살았을 리 만무하다.
한데, 그런 두 사람이 고작 한 명을 상대로 맥도 못 추는 상황이 벌어질 줄이야.
상대가 이백 년 전 중원 전체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던 장본인이라는 것을 모르는 그들의 입장에서는, 지금까지 쌓아 온 모든 것에 허탈감을 느낄 정도였다.
“그래도…… 포기할 정도는 아니다.”
“아미타불……. 그 또한 맞는 말이오.”
살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자세를 바로 고치는 신불.
저 적마소라는 녀석은 분명 자신들이 감당하기 힘든 무위의 고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에게는 무신이나 천무신녀에게서 느꼈던 ‘벽’이 느껴지지 않았다.
“……무인으로서 다소 부끄러운 말이긴 하지만, 무(武)의 깊이로 이길 수 없다면 내력으로 찍어 누르면 그뿐 아니겠소이까?”
드드드드.
그 말과 함께 신불을 중심으로 심상치 않은 기의 파동이 휘몰아친다.
이에 살천도, 적마소를 향해 두 눈을 번뜩이며 여덟 자에 이르는 검강을 끌어 올린다.
“네놈이 강한 것은 인정하겠다. 아마도 그 무신이나 천무신녀와 같은 귀재(鬼材)라는 것이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이백 년의 시간을 우습게 보면 곤란하지.”
말을 이어 가는 살천의 음성에 더욱 힘이 실리기 시작한다.
제아무리 하늘이 내린 천재라고 해도, 내력만큼은 재능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또한, 한 손으로 여러 손을 당해 낼 수 없다는 것은 고금(古今)까지 수많은 전례가 증명하고 있다.
콰드득 콰득.
“너 같은 고수가 조금 더 시간을 두고 성장했다면, 우리 둘뿐 아니라 삼존 사무제가 모두 힘을 모아도 상대할 수 없는 괴물이 되었겠지. 하지만 지금 너와의 싸움으로 확신했다. 너는 아직 탈마(脫魔)라는 이름을 붙이기에 부족하다는 것을.”
“아미타불……. 어디 우리 두 사람의 절기를 동시에 받아 내고도 버틸 수 있을지 궁금하구려.”
콰과과과.
쩌저적 쩌적.
신불과 살천이 선 주위의 땅이 갈라지며, 두 명의 화경급 고수가 내뿜는 기세가 인근을 지배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을 마주하는 적마소의 한쪽 입꼬리가 기묘하게 뒤틀린다.
“탈마에 이르지 못했다라…… 뭐,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니구나.”
스스스스.
적마소의 중얼거림과 함께, 그의 몸 주위로 심상치 않은 검은 마기가 휘몰아치기 시작한다.
“너희 같은 벌레들을 상대로 절기까지 써야 하는 것이 마음에 들지는 않지만…… 아직 내 힘을 온전히 찾지 못했으니,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힘을 온전히 찾지 못했다고?’
적마소의 말을 들은 살천의 미간이 좁아진다.
그러는 사이, 당장에라도 출수 준비를 마친 신불의 승려복이 맹렬하게 펄럭이기 시작한다.
“휘말리지 않게 조심하시오……!”
“음…….”
“아미타부울!”
콰과과과과과.
신불이 두 손을 앞으로 뻗자, 집채만 한 손바닥 형상을 한 은백색 강기가 적마소를 향해 뻗어 나간다.
여래신장(如來神掌).
소림 무학의 정점이라 불리는 전설의 무공이 신불을 통해 발현되었다.
여래신장의 강기가 스치고 지나간 대지가 마치 종잇장처럼 찢겨지고 갈라진다.
그리고 그 뒤를 이어, 살천의 검이 십(十)자 형태로 휘둘러졌다.
콰구구구.
수직으로 휘둘러진 살천의 검신에서, 수천 가닥의 강기가 하늘로 솟구치더니 적마소를 향해 쏟아져 내린다.
수평으로 타고 뻗어 나간 수천 가닥의 강기도 정면에서 여래신장의 뒤를 받치고 있다.
세상을 가득 매운 강기의 폭우.
그 어디에도 피할 곳이 없다.
자신을 향해 날아드는 두 화경급 고수의 절기를 지켜보던 적마소가, 두 눈을 감으며 긴 숨을 내쉬었다.
“후우…….”
쩌쩡!
적마소가 서 있던 자리에 돌연 균열이 만들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곧이어, 적마소의 머리칼이 허공으로 솟구치더니 그의 몸 주위를 맴도는 마기가 기이한 바람 소리를 토해 낸다.
우우우우우.
마치 여인의 울음소리와도 같은 소름 끼치는 파공성.
그 순간, 저 무공의 징조를 떠올린 신불의 두 눈이 불신으로 물들었다.
“저건…… 설마!”
쿵!
콰과과과과.
그들이 서 있는 지축이 한 번 뒤흔들리는가 싶더니, 적마소의 몸을 중심으로 반원 형태의 강기가 사방으로 퍼져 나가기 시작했다.
천마멸세(天魔滅世).
한때 전 중원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십삼 대 천마가 즐겨 쓴 천마신공의 최고 절기.
하늘을 뒤덮었던 살천의 강기폭우가 천마멸세와 맞부딪치며 힘없이 사그라져 버린다.
모든 것을 멸(滅)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절기를, 소림의 최고 절학이라 불리우는 여래신장이 가로막았다.
쩌저저저저정!
“크으읍……!”
주르르륵.
상상을 훌쩍 뛰어넘은 압력에 신불의 입에서 검붉은 핏물이 흘러나온다.
계속 해서 쏟아지는 살천의 폭우가 조금이나마 천마멸세의 위력을 감소시켜 주고 있었지만, 그럼에도 힘의 추는 천마멸세 쪽으로 기울었다.
“같은 내력도,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낼 수 있는 위력은 천지 차이…… 화경의 고수라는 녀석들이 그 기본적인 것을 잊고 있었더냐?”
“……!”
“가거라.”
콰구구구구.
빠른 속도로 여래신장을 밀어내기 시작하는 천마멸세의 강기.
점차 형체를 잃어 가는 여래신장의 모습을 지켜보던 그 순간, 살천이 돌연 신불의 앞으로 뛰쳐나간다.
파밧!
“아…… 암왕! 어디……!”
쩌저저저정!
용감무쌍하게 천마멸세의 강기를 향해 뛰쳐나간 살천이, 쾌속하게 검을 휘두르며 강기의 벽을 찢어 내기 시작한다.
그러자 금방이라도 형체를 잃어버릴 뻔 했던 여래신장의 강기가 조금이나마 형체를 정비하며 크기를 키워간다.
콰구구구구.
쩌저정! 쩌정!
천마멸세의 강기를 검강으로 찢어발기는 살천의 판단으로, 힘의 균형이 다시금 맞춰졌다.
그러자 천마멸세의 강기 안에서 무미건조한 얼굴을 하고 있던 적마소가 한쪽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조소한다.
“훌륭하군. 하나……”
촤좌좌좍.
“……어리석구나.”
그 한 마디를 끝으로 여래신장을 밀어내던 천마멸세의 형태가 흔들리기 시작한다,
무언가 이상함을 깨달은 살천이 검격을 멈춘 그 순간, 돌연 천마멸세의 강기가 사방으로 흩어지며 거대한 폭발을 일으켰다.
파아아앗.
“이런……!”
“암와아아앙!”
콰과과과과광!
당혹스러움으로 물든 살천과 신불의 일성이 교차하며, 그들을 포함한 인근이 천마멸세가 만들어 낸 폭발에 휩싸여 버렸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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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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