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40
140화
쩌저정!
“크읍……!”
“흐음…….”
자신의 우수와 맞닿아 있는 사무현의 천마도를 바라보며 동천의 두 눈이 가늘어진다.
‘……이상하군.’
의아함에 고개를 갸우뚱한 동천이, 우수에 슬쩍 힘을 풀더니 사무현의 복부에 섬광같이 일각을 뻗어 낸다.
파밧!
스팡!
그의 공격을 예측이라도 하고 있었던 것처럼, 한 걸음 뒤로 물러난 사무현이 도격을 휘둘러 동천의 이마를 노린다.
아슬아슬한 순간 앞 머리칼을 내어 준 동천이 곧바로 일 장을 내뻗는다.
쩌저정!
우당탕탕!
“……큭!”
“이런……!”
석 장 가까이 나뒹굴었다 몸을 일으키는 사무현.
이에 살암을 포함한 다른 이들이 반사적으로 몸을 움직이자, 사무현이 한 손을 치켜들며 목소리를 높인다.
“나서지 마!”
“혀, 형님!”
“너 혼자서는 무리다!”
“후우……. 그럼, 너희도 끼어들고 마교도들도 끼어들어서 대놓고 혼전 한번 만들어보게?”
인상을 찌푸린 사무현의 물음에 모두가 멈칫하며 입을 다물었다.
그들도 알고 있는 것이다.
저 동천이 이 상황을 유희처럼 즐기고 있기에, 아직까지 대치가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을.
“후우……. 내가 알아서 한다. 그러니까 나서지 마.”
잔뜩 일그러진 얼굴로 복부를 움켜잡으며 몸을 일으키는 사무현.
그런 그의 귓가로 답답하다는 듯한 천마의 음성이 들려온다.
“뭐 하느냐? 당장 기절하지 않고. 너만 기절하면 만사형통 아니냐?”
“……좀 닥쳐 봐.”
누군 기절하기 싫어서 안 하는 줄 아나?
일부러 빈틈을 훤히 드러내는 공격을 펼치면서, 상대의 강한 반격이 들어올 때만 의도적으로 방어를 포기하고 있는 사무현이었다.
그런데 저 동천인지 뭔지 하는 빌어먹을 놈은, 아까 전부터 결정적인 순간마다 일부러 힘을 빼고 있다.
‘빨리 끝내지 않고 가지고 놀겠다는 뜻이겠지…….’
열받는 상황이기는 하지만, 당장은 달리 방도도 없다.
그렇게 사무현이 다시 몸을 날리려는데, 지금까지 그의 움직임을 살피던 동천의 입가에 묘한 미소가 머금어진다.
“네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짓을 자꾸 하는구나.”
“……뭐?”
“처음에는 동귀어진을 노리는가 싶었는데 그것도 아닌 것 같고…… 그렇다고 내 움직임을 읽지 못하는가 하면 그것도 아니고.”
“…….”
“대체 왜 아까부터 계속 공격을 허용하는 거지? 승부를 아주 포기한 것이라면 그냥 목을 내어 주면 그뿐인데.”
“……계속 헛소리 할 거면 덤비기나 하시지.”
흥미롭다는 듯 미소를 머금은 채 고개를 갸우뚱 하는 그 모습에, 어쩐지 불길한 기분에 휩싸인 사무현이 애써 퉁명스레 대꾸한다.
하지만 동천은 더더욱 눈을 가늘게 뜨며 자신의 추리를 이어 간다.
“그래…… 아마도 내가 모르는 무언가 노림수 같은 게 있는 거야. 그렇지? 너 같은 종자들이 이해할 수 없는 짓을 할 때는 반드시 함정이 기다리고 있는 법이니까.”
“…….”
“아마도 가령…… 일정 수준의 충격을 받아야만 쓸 수 있는 비장의 무공이 있다거나…….”
동천의 말을 들을수록 사무현은 온 몸에 소름이 끼치는 것을 느꼈다.
처음부터 느꼈던 것이지만, 저 동천이라는 녀석은 지금껏 싸워 온 상대들과는 무언가 좀 다르다.
상대를 적이나 사냥감으로 보는 것이 아닌, 데리고 놀며 관찰하기 위한 장난감으로 보고 있다.
“……호흡이 바뀌었구나. 내 말이 정곡을 찔렀나?”
“……개소리.”
“하하하, 거짓말이 서투르구나. 사람을 속이려면 그 눈빛부터 숨길 줄 알아야지.”
재미있다는 듯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리는 동천.
한편 그들의 대화를 듣고 있던 살암은 어느새 두 눈을 가늘게 뜨고 사무현을 응시하고 있었다.
‘설마…… 진짜인가?’
사무현에게, 공격을 받아야만 쓸 수 있는 무공이 있다는 건 여태껏 들은 바가 없다.
그런 무공이 있다면 지난 일 년간, 천무신녀 단아란과의 비무에서 사용하지 않았을 이유가 없다.
‘하지만…… 그가 전력을 다하고 있지 않다는 건 분명하다.’
사무현이 정체불명의 화기공(火氣攻)을 익혔다는 건 이미 알고 있는 살암이다.
하지만 사무현은 동천과의 싸움이 시작된 후 지금까지 한 번도 화기공을 사용하지 않았다.
마치 의도적으로 내력을 아끼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사무현의 의도를 파악하려는 살암과는 달리, 막휘는 어쩐지 묘하게 굳어진 얼굴로 주먹을 움켜쥐고 있었다.
‘형님…… 설마…….’
막휘는 기억하고 있었다.
오래 전, 천무신녀 단아란과의 집단 비무에서 사무현이 보여 주었던 믿기 힘든 무위를.
단아란에 의해 기절했다 깨어난 직후에 단 한 번뿐이긴 했지만, 그는 한순간 천무신녀 단아란과 거의 호각을 이루었다.
혹여나…… 정말로 혹여나 사무현이 노리는 것이 바로 그 상황이라면…….
모두의 복잡한 시선이 사무현의 등에 날아와 꽂히던 그때, 동천이 좋은 생각이 났다는 듯 박수를 치며 입을 열었다.
짝.
“아하, 그렇지. 좋은 생각이 났구나.”
“……뭐?”
“네놈이 노리는 바가 무엇인지 궁금하기는 하지만…… 순순히 바라는 대로 흘러가게 해 줘서야 재미가 없지. 전투의 방식을 좀 바꿔 보도록 하자꾸나.”
그렇게 말을 마친 동천이, 빙긋 미소를 지으며 살암을 향해 강기를 흩뿌린다.
쐐애액!
콰과광!
“크헉……!”
쿠당탕탕.
난데없는 기습에 살암의 신형이 석 장 가까이 나가떨어졌다.
가까스로 검강을 끌어 올려 방어한 듯 보였지만, 급하게 끌어 올린 검강으로 버텨낼 만큼 화경급 고수의 강기는 만만한 것이 아니다.
순식간에 넝마가 된 몸을 일으키는 살암을 바라보며 사무현이 어금니를 악문다.
“지금 이게 무슨……!”
“하하, 무엇이 문제더냐? 마침 저것들도 싸우고 싶어 하는 것 같은데.”
분개하는 사무현을 향해, 동천의 눈이 긴 호선을 그려 낸다.
“자…… 다음은 어떤 벌레를 밟아 볼까?”
“이……!”
파밧!
더 이상 시간을 끌 수 없다고 판단한 사무현이, 자리를 박차고 거칠게 천마도를 휘두르며 동천에게 달려든다.
지금까지처럼 상대의 공격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 아닌, 상대를 베어 내기 위한 ‘진짜 공격’이었다.
쩌저정!
섬광같이 날아든 사무현의 도격을 동천의 우수가 가로막는다.
“그래…… 이거지. 죽일 듯이 달려드는 꼴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내가 네 약점을 제대로 찾은 모양이구나.”
수강을 통해 전해지는 무게감이 마음에 들었던지, 동천이 가늘게 떨리는 자신의 손을 바라보며 히죽 미소를 머금는다.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에 사무현이 진심 어린 혐오를 담아 욕지거리를 내뱉는다.
“……미친 새끼!”
쩌정! 쩡! 쩌저정!
동천의 우수를 밀쳐 내며 순식간에 이어지는 사무현의 연환 도격.
물 흐르듯 초식과 초식이 연결되며 본격적인 사무현의 공세가 펼쳐진다.
콰광! 쩌정! 쩡!
몰아치듯 공세를 이어 가던 그때, 사무현의 도초 사이를 돌연 동천의 일 수가 비집고 들어왔다.
쩡!
촤지지지직.
“……읍!”
주르륵.
나름대로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연환 초식이 끊기고, 이 장 정도 뒤로 밀려난 사무현의 입에서 검붉은 핏물이 흘러나온다.
욱신거리는 흉부의 통증.
갈빗대 일부에 금이 갔는지 통증의 정도가 심상치 않다.
고통으로 일그러진 얼굴로 맨바닥을 바라보는 사무현의 귓가에, 난데없는 손익패의 비명 소리가 들려온다.
쩌정!
“크아아악!”
“……!”
“쯧쯧,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셈이냐? 네 동료들이 당하고 있는데.”
“이……!”
어느새 사무현을 내버려 두고 막휘 일행을 공격하는 동천.
주먹질 한 번에 청사의 콧대가 부러지고, 발길질 한 번에 적사의 입에서 피가 뿜어져 나온다.
“이놈!”
부웅.
“쯧쯧……. 영 느려 터졌군.”
살암이 검강을 끌어 올리며 공격에 나섰으나, 가볍게 그의 검격을 회피한 동천이 살암의 복부에 일 장을 꽂아 넣었다.
쩌정!
“컥……!”
풀썩.
“하하, 고작 이 정도냐? 암천막의 소막주라는 녀석이 조금 더 강단이 있어야지!”
일격에 목숨을 끊을 수 있음에도 철저하게 힘을 조절하며 그들 모두를 농락하고 있다.
한껏 흥이 올랐는지, 희번덕이는 미소를 머금은 동천이 쓰러진 손익패의 목을 짓밟는다.
콰곽.
“……컥!”
“흐흐, 뭐하느냐? 네놈들의 형님에게 살려 달라 애원이라도 해 보아야지.”
“크으……!”
스륵.
급소를 내어 준 상태에서도 동천의 발목을 잡아 저항해 보려는 손익패.
하지만, 어느새 그의 목에서 발을 떼어 낸 동천이 있는 힘껏 그의 안면을 짓밟았다.
쾅!
……풀썩.
“쯧…… 벌레면 벌레답게 있을 것이지. 흥이 식게 만드는군.”
저 일격에 의식을 잃었는지 그대로 몸을 늘어뜨리는 손익패의 모습.
그 순간, 사무현의 입에서 싸늘하기 그지없는 음성이 흘러나온다.
“야, 천마.”
“흥분하지 마라, 우선 네가 기절하기만 하면 본좌가 다 갚아 줄 수…….”
“아니, 이제 됐어.”
“……음?”
사무현의 말에 반사적으로 고개를 돌린 천마가 일순 말을 멈췄다.
지금까지 한 번도 진심 어린 살의를 드러낸 적이 없었던 사무현의 전신에서, 명백하게 짙은 살기(殺氣)가 흘러나오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저 새끼.”
“…….”
“내가 죽인다.”
파밧!
그 말을 끝으로 사무현이 몸을 날린다.
순식간에 손익패를 짓밟은 동천의 앞까지 접근한 사무현이, 무심한 얼굴로 일 도를 휘두른다.
스팟!
쩌저저저정!
“흠……!”
또다시 우수에 수강을 머금어 사무현이 도를 받아 낸 동천.
하지만 조금 전과는 달리, 공격을 받아 냈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무복 소매가 조금 잘려 나갔다.
“……야.”
“……음?”
“뒈지기 싫으면 당장 발 치워, 이 새끼야.”
“오호…… 이거 살기가 제법이구나.”
수강과 도강을 맞부딪치며 으르렁거리는 사무현의 모습에, 동천이 흥미로운 듯 미소를 머금는다.
“도에 실린 힘도 이전에 비할 바가 아니고……. 과연. 어디 어느 정도가 네 진짜 실력인지 구경을 좀 해 볼까?”
스륵.
자신의 우수와 맞부딪친 사무현의 일 도를 슬쩍 흘려 낸 동천이, 그대로 반대편 손으로 사무현의 옆구리를 후려친다.
“무시하고 그대로 삼 초식.”
한순간 도를 회수하려던 사무현의 귀에 들려온 천마의 음성.
이에 사무현이 그대로 도의 궤도를 바꾸어 버리자, 도격을 흘리려던 동천의 균형이 흐트러지며 사무현을 노리던 그의 일 수가 아슬아슬하게 허공을 가른다. 그리고…….
촤좍!
균형을 잃은 동천의 빈틈을 비집고 날아든 사무현의 일 도가 그의 무복 앞섶을 베어 냈다.
“읏……!”
타닷.
생각지도 못한 반격에, 동천이 뒤쪽으로 몸을 날려 거리를 벌린다.
틈을 주지 않기 위해 곧장 동천과의 거리를 좁히는 사무현의 귓가로, 천마의 음성이 계속해서 이어진다.
“시작은 일 초식이다.”
“큭…… 이놈……!”
사무현을 상대로 물러서 버린 이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와락 얼굴을 일그러뜨린 동천이 수강을 끌어 올리며 사무현에게 몸을 날린다.
“애송이 놈이, 그새 기가 살았구나!”
콰과콰광!
“한번 밀어내고 곧바로 이 초식, 상대의 반응과 관계없이 오 초식.”
콰광! 쾅! 콰과광!
사무현의 도강과 동천의 수강이 맞부딪치며 우렁찬 폭음이 연달아 울려 퍼진다.
천마의 말에 따라 조금의 어색함도 없이 몸을 움직였지만, 그럼에도 사무현의 몸에 생기는 생채기가 빠른 속도로 늘어 간다.
아무리 사무현이 천마의 눈과 경험을 빌린다고 해도 상대는 화경에 오른 고수.
천마의 말을 듣고 사무현이 반응하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동천은 그 찰나의 틈을 어렵지 않게 찌를 수 있을 정도의 고수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한번 동천의 일 장이 사무현의 복부에 틀어박힌다.
쩌정!
휘리리릭.
쿠당탕.
“헉……! 쿨럭! 쿨럭!”
“젠장…… 역시 안 되는군.”
또다시 나가떨어진 사무현을 바라보며 한 손으로 이마를 짚는 천마.
그러는 사이, 동천이 쓰러진 그를 향해 탄성을 흘린다.
“무서울 정도의 재능이구나. 고작 이립도 안 된 후기지수가 이 정도라니. 삼십 년만 더 늦게 만났더라면 상황이 뒤바뀔 뻔 했어.”
“후우…… 후우…….”
진심 어린 동천의 감탄.
하지만, 다시 몸을 일으킨 사무현의 얼굴에는 그 어떤 감정도 드러나지 않았다.
분노도, 살의도 넘어선 극도의 집중.
그 때문일까?
조금 전부터 오른손에 쥐어진 천마도의 무게가 느껴지지 않는다.
아니, 조금 전까지 그를 괴롭게 만들던 육체의 통증이 느껴지지 않는다.
분노 때문인지, 절망 때문인지도 알 수 없다.
“……천마.”
“음?”
“……한 번 더.”
부탁한다.
사무현의 말뜻을 이해했는지, 답답한 듯 이마를 짚고 있던 천마가 결국 착 가라앉은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네가 제정신인지 아닌지 알 수 없지만, 그럼에도 이것 한 가지는 말해야겠구나. 지금처럼 내 말을 듣고 네가 움직여서는 절대로 저 녀석을 잡을 수 없다.”
“……알아.”
“내 의지를 읽고 네 스스로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이는, 네가 기억할지는 모르지만 불과 얼마 전에 한번 해냈던 일이다.”
……알고 있다, 기억하고 있다.
지금 저 말은, 암왕과 비무를 했던 때를 말하는 것이다.
“초식에 집중하지 말고 흐름에 집중해라. 할 수 있겠느냐?”
천마의 조언에 사무현이 말없이 고개를 끄덕인다.
할 수 있을지 없을지는 중요치 않다.
그저 해내야 할 뿐.
“좋아…… 그럼 다시 한번 해 보자.”
쓰윽.
“……앞으로 나아가며 삼 초식.”
파밧.
천마의 말과 함께, 사무현이 또 다시 동천에게 몸을 날린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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