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41
141화
쩌정!
“곧바로 이어서 사 초식, 반격하는 순간을 노려서 이 초식.”
“하하, 아직 포기하지 않았구나. 좋은 자세다!”
사무현이 다시 한번 저돌적으로 달려들자 동천의 입가에 환희에 찬 미소가 만개했다.
조금 더 상대를 절망시킬 수 있다는 것이 기뻐 어쩔 줄 모르는 듯한 얼굴이다.
쩌정! 쩡! 쩌저정!
양손에 수강을 끌어 올린 동천이 사무현의 도초를 여유롭게 받아 낸다.
사무현을 향한 천마의 지시가 점점 더 복잡하게 이어진다.
“왼쪽으로 돌면서 회피, 곧바로 사 초식과 삼 초식을 연달아…….”
쾅!
뚜둑.
천마의 말을 들으며 도초를 이어 가던 중 동천의 우수가 사무현의 흉부를 후려친다.
갈비뼈 일부가 나갔는지 심상치 않은 소리가 들려왔지만, 사무현은 두 다리에 힘을 주어 버티며 계속해서 초식을 전개했다.
부웅.
“오호라, 그걸 버텼…….”
콰과과과과.
느긋하게 뒤로 물러나며 사무현의 도격을 피하자, 천마도의 도신을 타고 뿜어져 나온 복잡한 궤도의 도풍이 동천을 뒤덮었다.
천마도법의 만마참풍.
하지만 잠시 후 도풍을 가르는 수직의 선 하나가 만들어지더니, 그 틈 사이로 우수를 치켜올린 동천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쯧쯧, 기회를 잡지도 않고 이런 초식을 남발해서야…….”
파밧!
“음……?”
비웃음 섞인 조롱을 이어 가던 그때, 사무현이 스스로 전개한 도풍 안으로 뛰어든다.
동천이 만들어 준 그 틈 사이로!
부웅.
천마도법의 일 초식, 천하양단이 동천의 머리 위로 날아들었다.
세상의 모든 것을 베어 내겠다는 의지를 담은 초식을, 자세도 제대로 잡지 못한 동천의 좌수가 받아 낸다.
콰과과광!
“크읍……!”
동천에게 불리한 상황이었음에도 밀려나는 것은 도리어 사무현의 천마도다.
이는 순수한 내력의 차이에서 오는 결과.
그런데 그 순간…….
쿵!
“……아니!”
천하양단으로 시작했던 사무현의 초식이 만근도로 변형된다.
순식간에 천근추와 격산타우의 묘리가 전해지자, 동천의 좌수가 뒤로 밀려나며 그의 얼굴에 분명한 당혹스러움이 어린다.
“……이놈이!”
쾅!
촤지지직.
좌수만으로 사무현의 도격을 버텨 내면서, 동천이 재빠르게 일 각을 뻗어 사무현의 복부를 걷어찬다.
충격을 이겨 내지 못한 사무현의 신형이 뒤쪽으로 밀려났지만, 사무현의 도격을 온전히 받아 내지 못한 동천의 좌수에서 붉은 피가 떨어진다.
후두둑.
“내가…… 피를?”
같은 사천살을 상대한 것도, 하다못해 저 마교도 놈들을 상대한 것도 아니다.
고작해야 연무학관의 애송이를 상대로 부상을 입고 말다니……!
까드득.
혐오스러운 눈으로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던 동천이 고개를 들어 사무현을 응시한다.
그야말로 넝마나 다름없이 변한 몰골.
겉보기에는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상태였지만, 사무현의 두 눈은 오히려 처음보다도 더 냉정하게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
“벌레 같은 것이…… 어설픈 잔재주를 부리는구나.”
“후우……. 후우…….”
“네 그 재능만큼은 인정해 주마. 하나 이것으로, 너도 저 잡것들도 결코 곱게 죽지는 못할 거다.”
살벌한 동천의 협박에도 아무런 대꾸 없이, 가만히 숨을 고르는 사무현.
그의 귓가로 쉴 새 없는 천마의 음성이 이어지고 있다.
“호흡을 가다듬고 더더욱 집중해라. 조금 전처럼, 초식과 의지가 하나가 되어야 한다.”
초식과 의지가 하나가 된다라…….
솔직히 모르겠다.
천마가 말하는 무리(武理)는 지금의 사무현이 받아들이기에 아직 어려운 이야기다.
하지만…….
‘그래도 할 수 있다.’
조금 전의 공방에서도, 일전에 암왕과의 싸움에서도 사무현이 그들을 당혹스럽게 만들 수 있었던 이유.
가만히 방어 자세를 취하는 사무현을 향해, 일그러진 미소를 머금어 보인 동천이 자리를 박차고 쇄도한다.
쾅!
“왼쪽 옆구리다! 구 초식으로 받아 내고 그대로 사 초식!”
부웅.
콰과과광!
“윽……!”
만근도의 초식으로도 동천의 공격을 받아 내지 못한 사무현의 신형이 뒤쪽으로 날아간다.
더 이상 여지를 주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듯, 재차 몸을 날린 동천이 순식간에 사무현의 코앞까지 접근한다.
스륵.
수강을 머금은 동천의 우수가 사무현의 한쪽 팔을 베어 내려는 순간.
빙글.
스팟!
“……!”
맥없이 뒤로 밀려나던 사무현이, 돌연 한 바퀴 몸을 회전하며 동천의 목선을 노린다.
이에 대경실색한 동천이 바닥을 박차며 상체를 뒤로 젖히자,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사무현이 재빠르게 거리를 벌린다.
타닷.
“……지금 그건?”
분명하다.
천마가 의도한 것과는 조금 다른 형태로 전개되기는 했지만 저건 분명 천마도법의 사 초식이다.
생각 이상으로 훌륭했던 사무현의 대처에 잠시 당황하던 천마가, 다급히 정신을 차리고 지시를 이어 간다.
“바로 달려들어 일 초……!”
파밧!
천마의 말이 채 끝마치기도 전에, 어느새 몸을 날린 사무현이 동천을 향해 달려들고 있다.
‘그렇게 말할 줄 알았다……!’
두 눈을 날카롭게 빛내는 사무현의 천마도가 머리 위로 치켜 올라간다.
부웅.
‘……너라면 그랬을 테니까!’
“이노옴!”
콰콰과광!
“오 초식! 그대로 이 초식과 삼초식을 연달아…….”
쩌정! 쩡! 콰과광!
사무현의 귓가에 울려 퍼지는 천마의 목소리가 점점 작아진다.
도강과 수강이 맞부딪치며 터져 나오는 폭음도 마찬가지.
이윽고 그 끝에는 고요를 넘어선 적막이 찾아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사무현은 신경 쓰지 않았다.
천마가 이 상황에서 어떻게 싸울지, 어떻게 받아칠지, 어떤 판단을 내릴지. 사무현의 머릿속에는 너무도 선명하게 그려졌으니까.
지난 수 년간, 수를 헤아리기도 힘들 만큼 매일 밤 녀석과 싸워 온 결과였다.
스르륵.
스팟!
동천의 공격을 한쪽으로 흘려 낸 사무현의 도초가 그대로 그의 흉부를 스친다.
사무현과의 거리를 벌리기 위해 동천이 일각을 내뻗었지만 이 또한 천마도에 가로막힌다.
쩌정!
‘……다 보여.’
천마라면 지금의 공격을 막아 내고 단칼에 상대를 베어 냈을 것이다.
하지만 사무현은 그럴 수 없다.
그의 도는 천마처럼 무겁지도, 예리하지도 못하다.
심지어 무복 곳곳에 흘러나오는 피 때문인지 몸이 물에 젖은 솜처럼 무겁다.
그 때문일까? 그의 몸은 계속해서 느리게 움직이고 있다.
마치 물속에서처럼.
그런데 이상한 점은, 그 느림이 사무현 하나에게만 적용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느려.’
공격을 준비하는 동천의 예비 동작이 사무현의 눈에 들어온다.
오른쪽 어깨에 힘이 들어가고, 왼 발이 앞으로 나온다.
공격 궤도는 사무현의 흉부를 향하고 있지만 시선은 사무현의 왼쪽 어깨를 노리고 있다.
스륵.
부웅.
공격이 올 것을 미리 알고 있으니 피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상대의 손이 뻗어지는 순간 슬쩍 몸을 비튼 사무현이 동천의 한쪽 다리를 베어 간다.
촤좍!
동천의 다리에서 피가 튄다.
두 눈을 부릅뜬 녀석이 무어라 소리치는 듯 하지만 들리지 않는다.
부웅.
거칠게 휘둘러진 동천의 일 수가 사무현의 앞머리를 스친다.
정확하게 반 보. 자신의 눈이 다치지 않을 만큼만 물러난 사무현이 그대로 동천을 수직으로 베어 낸다.
촤좍!
스륵.
“……!”
동천의 무복 앞섶과 앞머리칼이 사무현이 도기에 잘려 나간다.
조금씩 조금씩.
그의 도가 닿아간다.
콰과과광!
“……!”
거의 다 되어 가고 있다고 생각한 그때, 갑작스런 거력(巨力)이 천마도를 밀어냈다.
그제야 사무현의 눈에 천마도를 쳐낸 동천의 수강이 들어온다.
지금까지와는 비교할 수 없는 크기의 수강은 언뜻 보아도 일곱 자를 넘어설 듯 보였다.
“그만 죽어라 지긋지긋한 놈!”
파앗!
동천의 일 수가 사무현의 흉부를 향해 뻗어지자, 한순간 온몸에 소름이 돋으며 잊고 있던 감각들이 깨어난다.
그리고, 느리던 시간이 다시금 빠르게 흐르기 시작한다.
‘이건 못 막아.’
천마였다면 막았을 것이다.
아무렇지 않게 도를 회수해서, 저 가공할 공격도 아무렇지 않게 받아쳤을 것이다.
하지만 사무현은 천마가 아니다.
아무리 비슷하게 천마를 흉내 내려 한다고 해도, 흉내는 흉내일 뿐.
이것 보라.
상대의 공격이 벌써 지근 거리까지 접근했음에도, 사무현의 도는 아직도 하늘을 향해 세워져 있다.
그렇게 절망한 사무현이 입술을 꽉 깨무는 그 순간.
‘멍청한 놈, 왜 하지도 못할 초식을 흉내 내려 드느냐?’
사무현의 머릿속에, 너무도 익숙한 천마의 잔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와 함께, 사무현의 발이 반사적으로 동천을 향해 한 걸음 나아갔다.
더 없이 가까운 죽음을 향해.
촤좌좍!
“형님!”
“안 돼!”
검처럼 긴 수강을 끌어 올린 동천의 일 수와 사무현의 몸이 교차되며 붉은 피가 터져 나오자, 그 장면을 지켜보던 막휘와 살암이 발악하듯 목소리를 높인다.
하지만 그들의 목소리를 듣는 사무현의 얼굴은 평온했다.
그는 죽지 않았으니까.
“이……!”
아슬아슬한 순간.
상대의 공격이 흉부에 닿기 직전 사무현이 극적으로 몸을 비틀었다.
결국 동천의 수강이 꿰뚫은 것은 사무현의 피부와 근육뿐.
이 정도로는 죽지 않는다.
아니, 살을 내어 준 대가로 더할 나위 없는 기회를 얻었다.
부웅.
사무현의 도가 경악 어린 동천의 머리 위로 떨어진다.
다급히 좌수를 머리 위로 치켜들며 거리를 벌리려는 동천.
그 모습을 지켜보는 사무현의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진다.
‘이건 못 베.’
사무현의 도가 떨어지는 것보다 상대의 손이 더 빠르다.
물론 저 상황에 완벽하게 막아 내지는 못하겠지만, 이미 한 걸음 뒤로 물러나고 있는 와중이니 잠깐의 틈을 버는 것만으로도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모든 것을 포기하려던 찰나, 사무현의 머릿속에 한 가지 질문이 떠올랐다.
‘……천마라면?’
녀석이라면 어떻게 했을까?
이 상황에서.
그 의문을 떠올린 순간, 기다렸다는 듯한 천마의 잔소리가 사무현의 머릿속에 울려 퍼진다.
‘멍청한 놈. 기회를 잡았으면 베면 그뿐이지, 거기서 무슨 어설픈 짓거리냐?’
……아, 그렇구나.
그 녀석이라면 분명히…….
쓰윽.
‘한 걸음 더 다.’
사무현의 앞발이 동천을 향해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자신의 거리이지만, 동천의 거리이기도 한 그 공간으로.
그렇게 과감하게 접근한 사무현의 일 도가 섬광같이 동천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
쩌저저정!
“큽……!”
조금 전 부상을 당한 좌수로, 다급히 사무현의 도격을 가로막은 동천.
하지만 거기까지다.
오른손에 지나칠 정도의 공력을 집중했던 탓에, 그의 좌수에는 사무현의 도격을 이겨 낼 충분한 공력이 실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 결과는.
촤좌좌좍.
스걱.
동천의 좌수가 사무현의 도에 잘려 나가며 그 피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다.
잠시 후 사무현의 도가 바닥까지 내려오자, 동천의 이마부터 복부까지 긴 붉은 실선이 만들어진다.
촤좌좌좍.
“……아.”
동천을 베어 낸 사무현이 짧은 신음을 내뱉는다.
베어 내긴 했지만 손끝에 감각이 부족했다.
‘얕았다.’
그것을 깨달은 순간, 사무현의 턱으로 동천의 일 각이 날아들었다.
쩌정!
휘리리릭.
……쿵.
끈 풀린 연처럼 힘없이 나가떨어진 사무현의 신형.
의식이 끊어졌는지 미동조차 하지 못하는 그의 모습을 확인한 동천이, 떨리는 눈으로 바닥에 떨어진 자신의 왼손을 바라본다.
“끄으…… 으으으…… 끄으으……!”
투두둑. 투둑.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음지의 동쪽을 지배하게 될 자신이었다.
그리고 머지않아, 살왕이 그러했듯 전 음지를 지배하게 되었을 자신이었다!
“고작…… 고작 저 따위 벌레가 내 팔을……!”
분노로 눈이 뒤집혀 참을 수 없다는 듯, 핏대가 선 두 눈을 부릅뜨며 동천이 사무현을 향해 다가간다.
멀쩡한 우수에 일곱 자에 이르는 수강을 끌어 올리고.
그런데 그가 막 한 걸음을 내디딘 순간.
“……아.”
“……음?”
“아아…… 으음…… 이거 꽤나 아프구나.”
미동도 없이 쓰러져 있던 사무현의 입에서, 엄살과 같은 신음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리고…….
“……본좌는 아픈 것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데 말이다.”
“……의식을 잃지 않았다고?”
믿을 수 없다는 듯한 동천의 중얼거림.
어느새 비척비척 몸을 일으킨 사무현은 뒷머리를 긁적이며 주위를 둘러보고 있다.
그리고 이내 원하는 것을 발견했는지, 느긋하게 왼손을 내뻗은 그가 바닥에 떨어진 천마도를 집어 들었다.
스윽.
“흐음…… 어디 보자…….”
금방이라도 떨어뜨릴 듯 건성으로 손잡이를 쥔 그가, 이전에 없던 나른한 눈빛으로 주위를 빙 둘러본다.
잠시 후 사무현의 눈에, 이해할 수 없다는 듯 굳어 있는 동천의 모습이 들어왔다.
“아직도 거기 있었느냐?”
“…….”
“이런…… 어차피 실패했겠지만, 그리 굳어 있을 바에는 도망이라도 쳐 보지 그랬느냐.”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좌수(左手)에 들린 천마도의 끝을 동천에게 겨누는 사무현.
그 순간, 지금껏 딱딱하게 굳어 있던 동천의 눈이 불신으로 흔들리기 시작했다.
“너는…… 대체 누구냐…….”
“하하, 그건 좀 이상한 질문이구나. 지금껏 함께 칼부림을 하지 않았느냐?”
“아니…… 아니야! 너는 놈이 아니다!”
발악이라도 하듯 소리치며 동천이 고개를 가로젓는다.
겉보기에는 같을지 모른다.
하지만, 조금 전의 녀석과 지금의 녀석은 결단코 동일 인물이 아니다.
조금 전의 그 녀석은, 저렇게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많은 사람을 죽인 살인귀의 눈을 하고 있지 않았다.
“분명 다른 녀석이다……! 너는……!”
“……아.”
동천의 말을 끊고 탄식과도 같은 한 마디를 흘린 사무현이, 오른손으로 자신의 눈을 반쯤 가리며 동천을 노려본다.
“……시끄럽구나.”
그 말과 함께, 좌수에 들린 사무현의 천마도가 허공을 향해 무심히 그어졌다.
스걱.
“……!”
이해할 수 없는 소리와 함께 화끈거리는 목선.
이에 반사적으로 손을 뻗은 동천이 자신의 목을 매만진다.
‘……베였다?’
이해할 수가 없다.
저 도는 자신에게 닿지도 않았는데, 대체 어떻게……?
하지만 그 의문에 대한 답을 채 내리기도 전에, 그가 바라보는 세상이 빙그르르 돌더니 이내 어두워지고 말았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발행처 : ㈜알에스미디어
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전화 : 032-651-8576
E-mail : [email protected]
ISBN : 979-11-6602-645-4
이 책의 모든 내용에 대한 편집권은 저자와의 계약에 의해 ㈜알에스미디어에 있으므로 무단 복제, 수정, 배포 행위를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