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ousand years old Heavenly Demon RAW novel - Chapter 151
151화
“이런…… 미친…….”
생각지도 못한 상대의 정체에 사무현의 입에서 욕지거리가 흘러나온다.
이 무슨 악연이란 말인가?
그가 마교에서 익힌, 광염천파심법이라는 내공심법의 근원이 바로 혈교라는 문파였다.
그리고 또한…….
‘십만대산의 괴물.’
그 망할 인간과의 인연이 이어진 원인 또한 바로 그 혈교의 심법 때문.
그런데 사무현의 인생을 바꿔 버린 장군귀의 정체마저 그 멸문한 혈교의 옛 수장이었다니?
그 순간, 사무현의 머릿속에 처음 내공심법을 익힐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
잘못된 길로 들어서려는 사무현의 머릿속에, 그쪽이 아니라며 소리치던 기괴한 목소리……!
“설마…… 전에 머릿속에서 기의 통로를 알려 주던 그게…….”
“그래, 본좌였다.”
흡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혈마가 말을 잇는다.
“언젠가 본좌의 것이 될 육체였으니까.”
“……개소리.”
“크핫핫핫, 마음대로 떠들어라! 본좌는 바로 오늘 같은 순간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혈마가 큰 소리로 광소하며 소리친다.
“놈이 약해질 대로 약해지는 순간을! 네놈의 혼과 육의 연결이 약해지는 순간을!”
“연결이 약해진다고……?”
도통 알아먹을 수 없는 소리가 이어지자 사무현의 미간이 찌푸려진다.
저 혈마의 입에서 나온 ‘놈’은 십중팔구 천마의 이야기다.
얼마 전 사무현의 몸을 통해 싸우는 과정에서 상당한 힘을 소모했을 테니까.
하지만 혼과 육의 연결이 약해진다니?
이해할 수 없다는 듯한 사무현의 얼굴을 바라보며, 혈마가 회심의 미소를 머금는다.
“환골탈태(換骨奪胎)다.”
“…….”
“심신(心身)이 새롭게 구축되는 이 시기에…… 네 몸에는 봉혼술에 잡히지 않은 너와 나, 두 개의 혼이 공존한다. 하면 육체가 누구를 주인으로 택할 것이라 생각하느냐?”
“설마…….”
“흐흐흐……. 오랜 기다림이었다. 생각지도 못한 천마의 등장 덕분에, 봉혼술에서 풀려난 데 이어 최고의 육체를 얻게 되는구나.”
쓰윽.
말을 마친 혈마의 우수가 슬쩍 움직이는가 싶더니, 순식간에 사무현의 흉부로 날아든다.
“칫……!”
당황하긴 했지만 사무현의 일 장도 곧장 그의 움직임에 반응했다.
쩌저저정!
“큽……!”
뚜둑, 뚝.
팔과 어깨의 관절이 통째로 뒤틀리는 듯한 충격과 함께 사무현의 몸이 뒤쪽으로 밀려난다.
잠시 후 사무현이 안착하자, 혈마가 뒤이어 날린 것으로 판단되는 붉은 장력이 그의 몸을 휩쓸었다.
콰과과과과.
“크윽……!”
뜨겁다.
호신기를 있는 대로 끌어 올리며 방어했는데도, 온몸의 피부가 화끈거린다.
그런 그를 바라보며 혈마가 두 눈을 치켜뜨며 중얼거린다.
“이런…… 호신강기(護身罡氣)라니?”
“……음?”
놀라움이 묻어나는 혈마의 중얼거림에 사무현이 자신의 몸을 내려다본다.
그의 몸 주위를 뒤덮고 있는 유형화된 기의 형태.
확실히 이전까지의 호신기에서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이게 호신강기라고?’
화경에 이른 고수들이나 사용할 수 있다는, 강기로 육신을 보호하는 무공.
이걸 쓸 수 있다는 것은 그 역시 이제 신불이나 사천살과 동등한 경지에 올라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거기까지 떠올린 순간, 사무현을 지배하고 있던 충격과 두려움이 옅어지기 시작했다.
‘……그래, 난 더 이상 그때의 어린애가 아니야.’
저 망할 귀신에게 빙의된 이후 그가 지금껏 어떤 시간을 보내 왔던가?
어린 나이에 생존을 위해 싸웠고, 마교에 잡혀간 이후에도 죽기 살기로 버티며 살아남았다.
천마를 만나 무공을 배웠고, 십만대산의 괴물을 만나 연무학관까지 흘러들었다.
그리고 심지어 얼마 전에는, 음지의 사천살 중 하나와 생사를 오가는 전투를 벌이지 않았던가?
까드득.
과거를 떠올리는 사무현의 어금니가 부서질 듯 맞물린다.
자신의 눈앞에 있는 상대는, 사무현의 인생을 통째로 바꿔 버린 원흉이다.
이것을 떠올리자 상대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지고 오롯이 순수한 분노와 투지만이 들끓는다.
꾸욱.
“그래…… 내가 아주 중요한 걸 잊고 있었네.”
“음?”
“내가 어쩌다 그 죽을 고비들을 넘기며 여기까지 왔는지.”
“…….”
“다 너 때문이었지? 이 빌어먹을 귀신 새끼야!”
파밧!
말을 마친 사무현이 자리를 박차고 혈마를 향해 달려든다.
잠시 후 권강이 머금어진 사무현 주먹과 혈마의 주먹이 맞부딪치며, 어둠 속에서 우렁찬 충격음이 울려 퍼졌다.
쩌저저정!
“……본좌의 탓이다?”
사무현과 주먹을 맞댄 혈마가 눈썹을 꿈틀거린다.
“아니……! 틀렸다!”
쩌저정!
사무현의 주먹을 옆으로 밀쳐 낸 혈마가, 무엇에 그리 분노했는지 산발된 머리를 흩날리며 사무현에게 공세를 퍼붓는다.
순식간에 그의 장이 다섯 개의 잔영을 만들어 내더니 사무현의 흉부와 복부, 양 어깨에 고루 날아들었다.
콰광! 쾅! 콰광!
혈마의 장력이 사무현의 양 옆구리와 어깨를 스치고 지나가고, 물러나는 사무현의 흉부에 섬광 같은 일각이 날아들어 꽂힌다.
쾅!
휘리리릭.
촤지지직.
“……큭!”
흉부를 통해 가슴 깊은 곳까지 저릿저릿한 충격이 전해진다.
이공간에서의 사무현은 금강불괴가 아니다.
즉, 저 괴물 같은 녀석의 공격 하나하나가 치명상으로 다가온다.
사무현이 입술을 깨물며 고개를 들자, 분노에 찬 얼굴로 허공을 응시하는 혈마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온다.
“마교 놈들…… 이 모든 것이 그놈들 때문이다.”
“…….”
“그 찢어 죽일 놈들만 아니었어도! 본좌가 이렇게 망령이 되어 이승을 떠돌 이유가 없었다는 말이다!”
“……개소리하고 있네!”
궤변이라는 말조차 아까운 헛소리에 사무현이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재차 달려든다.
하지만 그의 얼굴은 어두웠다.
잠깐의 공수 교환을 한 것에 불과하지만, 저 혈마라는 광인의 무위가 상상 이상이라는 것을 분명히 느꼈기 때문이다.
동천 정도는 적수도 되지 못하고, 아마 신불 정도는 되어야 승부를 가늠할 수 있을 듯 했다.
‘이럴 때 하필 또 맨손이라니……!’
도(刀)가 있었다면 큰 힘이 되었을 텐……. 어? 가만.
천마가 말했다.
이공간에서는 심상이 곧 힘이라고.
그 사물을 완벽하게 이해하면 물질을 구현할 수 있다고.
그렇다면…….
“네놈의 그 육체가 본좌의 것이었다면! 진즉에 저 찢어 죽일 마교놈들의 피가 천지 가득 흐르고 있었을 것이야!”
쐐애액!
제정신이 아닌 소리를 내뱉으며 혈마가 붉은 강기를 흩뿌린다.
저런 건 맨손으로 받아 내기 버겁다.
될지 안 될지는 모르지만…… 어차피 맨손으로 이길 수 없다면 해 보는 수밖에!
생각을 마친 사무현이, 자신의 우수를 머리 위로 치켜들었다.
그리고 천마도를 손에 쥐던 무게감을 떠올린다.
자신이 할 수 있는 한 최대한 생생하게!
감각, 크기, 형태, 날 끝의 예리함 까지 모든 것이 선명하게 떠오른다.
그리고 잠시 후, 그의 손에는 어느새 유형화된 천마도가 들려 있었다.
부웅!
콰과과광!
도강을 머금은 사무현의 천마도에 의해 혈마의 강기가 파괴된다.
순식간에 혈마와의 거리를 좁힌 사무현이, 당황한 그를 향해 기다렸다는 듯 도초를 전개한다.
스팟!
“큭……. 안타깝게 되었구나.”
아슬아슬하게 사무현의 도 끝을 피해 낸 혈마가 조소를 머금는다.
하지만 사무현의 입가에도 그와 비슷한 회심의 미소가 머금어져 있다.
“안타깝다고?”
콰과과과과과!
“이건……!”
사무현의 도가 스쳐 지나간 직후, 그의 도신을 타고 복잡한 형태의 도풍이 그대로 혈마의 전신을 뒤덮는다.
천마도법의 칠 초식 만마참풍.
하지만 그 얽힌 도풍 속에서, 곧이어 분노한 혈마가 호신강기를 끌어 올리고 모습을 드러낸다.
“감히……!”
휘익!
쩌저저정!
거센 혈마의 일장(一掌)을 사무현이 천마도를 이용해 가로막았다.
하지만 그 힘을 채 상쇄하지 못한 탓에 사무현의 몸이 뒤쪽으로 밀려난다.
지이익.
“고작 마교 놈에게 배운 무공으로 본좌를 당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콰과광! 쾅! 콰광!
살벌한 혈마의 공세를 받아 넘기면서 사무현이 입술을 꽉 물었다.
공격 하나하나가 상상 이상으로 무겁다.
이러다간 금방이라도 도를 놓치고 바닥에 주저앉아 버릴 듯하다.
‘……버텨야 한다!’
저 혈마인지 뭔지 하는 놈보다 더한 괴물들과도 수도 없이 싸워 봤던 사무현이다.
겨우 이 정도의 공격에 쓰러질 리가…….
콰과과광!
“……윽!”
쉴 틈 없이 이어지던 공세 속에서 날아든, 사무현의 균형을 단번에 무너뜨려 버리는 거친 일 장.
충격을 온전히 받아 내지 못한 사무현의 도가 뒤쪽으로 밀려나자, 혈마의 한 손이 기다렸다는 듯 사무현의 왼팔을 붙잡는다.
그리고…….
뚜두둑.
“……!”
혈마에게 붙잡힌 왼팔 전체에서 끔찍한 통증이 뒤따르자, 비명조차 내지르지 못한 사무현이 반사적으로 천마도를 휘두른다.
부웅.
타닷.
느긋하게 사무현의 도격을 피한 혈마가 거리를 벌린다.
하지만 그가 멀어진 이후, 사무현의 왼팔은 덜렁거리며 아래로 축 늘어져 있다.
“끄으으윽……!”
욱신 욱신.
팔이 부러진 걸까?
식은땀이 줄줄 흐르고 참을 수 없는 통증이 그를 괴롭힌다.
“끌끌, 습관이라는 것이 그리 쉽게 바뀌는 것이 아니지.”
만족스러운 웃음을 터뜨리며 혈마가 말을 잇는다.
“이곳에서까지 네가 금강불괴인 줄 알았더냐?”
“후우…… 후우…….”
“힘 하나로 사파를 대표했던 본좌다. 이제 막 화경에 올라선 네놈에게 승산은 없다.”
저벅.
소름끼치는 미소를 머금으며 사무현에게 다가오는 혈마.
다가올수록 그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존재감과 지독한 살기가 사무현을 압박하기 시작한다.
설상가상 왼팔에서 느껴지는 통증으로 호흡조차 가빠지고 있는 상태!
꽈악.
‘……정신 차리자.’
사그라들려는 투지를 억지로 끌어 올리며 사무현이 천마도를 힘껏 움켜 쥔다.
“……혓바닥 한번 기네.”
“…….”
“잔말 말고 들어와, 이 새끼야.”
“……큭, 오냐. 다음에는 그 팔을 완전히 뽑아 주마.”
으르렁거리듯 말하는 사무현을 향해, 혈마가 막 몸을 움직이려는 순간이었다.
파아앗.
어둡기만 하던 그들의 공간에 난데없이 한 줄기 빛이 쏟아져 내렸다.
***
‘아미타불…… 내가 지금 옳은 일을 하고 있는 것인가?’
화기에 뒤덮인 사무현의 육체에 자신의 우수를 가져다 댄 신불이 혼란스러운 얼굴을 하고 있다.
무엇 하나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없다.
그나마 한 가지가 있다면, 사무현의 환골탈태 중에 무언가 문제가 생겼다는 것 정도.
육체의 탈바꿈은 진즉에 끝났으나 무언가 한 가지가 결여되었다.
그리고 그걸 깨달은 순간, 신불은 사무현이 그에게 해 주었던 장군귀 이야기를 떠올렸다.
‘만에 하나…… 환골탈태의 순간에 봉혼술이 약해져 장군귀가 다시 튀어나오기라도 한 것이라면……!’
아마도 저 안에서는, 육체를 쟁탈하기 위한 사무현과 장군귀의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신불이 할 수 있는 일은 하나.
불가 계열의 심법으로 쌓아 온 그의 공력이 항마(抗魔)의 역할을 해 주길 바라는 것뿐이다.
저 안에 있는 것이 진정 악귀라면, 불가의 기운에 힘을 잃기 마련일 테니까.
‘불경을 읊거나 제를 지내는 정통적인 수단을 쓸 수 있다면 좋겠지만…….’
안타깝게도 지금 쓸 수 있는 방법은 아니다.
제를 지내기에는 지금의 여건이 충분하지 않고, 불경을 읊기에는…….
“……아미타불.”
……이백 년만 젊었어도.
그때는 그래도 기억하고 있었는데.
아무튼, 자신의 이런 시도가 조금이라도 사무현을 도울 수 있기를 바라며 신불은 계속해서 사무현에게 자신의 기를 흘려 넣었다.
***
“크으음……! 소림의 땡중이 쓸모없는 짓거리를 하는구나.”
식은땀이 맺힌 이마의 땀을 닦아내며 혈마가 미간을 찌푸린다.
사방에서 사무현을 옥죄이던 지독한 화기와 살기가 조금이나마 줄어든다.
어느새 호흡이 조금씩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하며 왼팔의 통증도 점차 사그라드는 듯하다.
“……신불 스님?”
저 혈마가 소림의 땡중이라고 할 만한 이도, 환골탈태 중인 사무현에게 이런 도움을 줄 수 있는 이도 한 명뿐이다.
‘지금이 기회다!’
신불이 그에게 도움을 주는 지금.
한눈에 보기에도 상대가 약화된 지금!
생각을 마친 사무현이, 왼팔의 통증을 무시하고 그대로 혈마에게 달려들었다.
파밧!
쩌저저정!
천마도법의 일 초식 천하양단.
머리위에서 수직으로 떨어진 사무현의 일 도를 혈마가 우수를 휘둘러 받아 낸다.
“크으음……!”
사무현의 공격을 받아 내는 혈마의 입에서 처음으로 침음성이 흘러나온다.
이어서 사무현의 도초에 만근도의 묘리가 실리자 혈마의 우수가 뒤쪽으로 밀려난다.
그리고…….
“……아니!”
“죽어라! 이 빌어먹을 새끼야!”
촤좌좍!
사무현의 천마도가 물러서는 혈마의 흉부를 사선으로 베어 낸다.
하지만 얕았다.
몸을 통째로 베어 버리려 했는데 겨우 겉의 피부만 베어 냈을 뿐이다.
“이……!”
자신이 사무현에게 밀렸다는 사실에 분노했는지, 두 눈에 핏대를 세운 혈마가 오른손을 뻗어 반쯤 부러진 사무현의 왼팔을 다시 움켜쥔다.
덥석.
뚜두둑.
“……!”
촤지지직.
무언가가 찢어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누구 것인지 모를 팔 한 짝이 떨어져 나와 맨바닥을 나뒹굴었다.
천마가 보여
지은이 : 보용도
발행인 : 손병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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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소 : 경기도 부천시 부천로 198번길 18 춘의테크노파크 2차 201동 50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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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SBN : 979-11-6602-6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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